19

 

갈길이 몹시 급했지만 리제마는 며칠간 해주감영의 판관네 집에 머무르면서 늙은이의 병치료에 전심하였다.

그의 덕으로 허리가 쑤시고 어깨가 아파 죽겠다던 판관의 가시아비는 병을 털고 일어나앉았다.

그런데 고약스럽게도 판관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가시아비의 병만 고쳐주면 주겠다던 말대신 노새를 내놓았다.

배기달과 의봉이 분이 나서 해보겠다는걸 리제마가 제지시켰다.

가시아비의 병을 고쳐준것이 결코 말 한필을 내주겠다는 판관의 약속때문이 아니였다.

중병에 든 병자이기에 의원으로서 치료해주었을뿐이다.

하여간 의주걸음이 지체되긴 했지만 큰 횡재를 한셈이다. 허리병 든 병자를 치료하다가 4상인이라는 새로운 발견을 하였으니 이런 큰 횡재가 어데 있단 말인가.

그 기쁨을 안고 북행길을 다그쳐 해주를 떠난지 며칠만에는 대동강을 낀 평양의 창포마을에 들어설수 있었다. 리제마는 동네앞의 개울가에 창포숲이 우거져 창포마을이라고 부른다는 이 마을의 주막집에서 하루밤을 쉬여가기로 하였다.

의봉이와 기달은 저녁숟갈을 내려놓기 바쁘게 바람을 쏘인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것은 기실 스승에게 조용한 시간을 내여주기 위해서였다.

어디선가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리제마는 홀로 방에 앉아 생각에 묻히였다. 사람의 체질을 4상인으로 갈라놓은것이 타당할가. 다르게는 구분할수 없을가.

다시 생각해보자.

사람의 키가 크면 태이고 작으면 소다. 양인은 웃몸이 실하고 음인은 아래몸이 실하다. 양인은 아래몸이 허하고 음인은 웃몸이 허하다.  

이런데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말이 떨어졌다.

태양인은 키가 크고 상체는 실하나 하체가 허한데로부터 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약하다. 목은 길고 굵다.

해주감영의 판관네 가시아비 같은 사내가 태양인이고 공주의 왜장녀 같은 녀인이 또한 태양인일것이다.

태양인은 그 수가 아주 적어 보기 드물다.

태음인은 키가 크며 상체가 허하고 하체가 실하다보니 허리가 굵고 다리가 든든하다. 목은 짧고 가늘다.

소양인은 키는 보통이거나 작다. 하체가 허하고 상체가 실하므로 가슴통이 넓고 엉뎅이는 작다.

소음인도 키는 작은편이다. 상체가 허하니 가슴통이 좁고 하체가 실하여 엉뎅이가 크다.

이런 해답을 찾게 된것은 공주와 전라도에서 천태만상의 병자들을 상대해본 결과일것이다.

4상인을 가르는데서 성격과 심리도 크게 좌우된다.

태양인은 성격이 활달하고 과격하며 노여운 마음이 동하기 쉽다.

태음인은 꾸준하고 참을성이 좋으며 진취적이고 대담하면서 동작은 굼뜬편이다.

소양인은 급하고 동작이 빠르며 세밀하고 쾌활한데가 있다.

소음인은 온순하고 조용하며 단정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나 소심한데가 있다.

이런 해답을 이끌어낼수 있는것은 《장성의원》의 비결과 함께 다년간 사람들의 병을 보아주면서 그들의 성격과 심리를 주의깊게 살핀데 있다.

《공주기인》이 물려준 책에서 또 하나의 해답이 풀려나왔다.

그는 죽음을 당한 《죄인》들의 내장을 들여다보니 페, 간, 비, 신의 크기가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차이난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4상인을 페, 간, 비, 신의 크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를수 있다.

태양인과 태음인은 웃몸에 있는 장기 즉 페와 간의 크기에 따라서 갈라진다.

양인은 우에 있는 장기가 크고 아래에 있는 장기는 작다. 반대로 음인은 우에 있는 장기는 작고 아래의 장기는 크다.

태양인은 페가 크고 간이 작으며 태음인은 페가 작고 간이 크다.

소양인과 소음인은 아래몸의 장기들인 비장과 신장의 크기에 따라서도 갈라낼수 있다.

두개의 장기중에서 보다 우에 있는 비장이 크고 아래에 있는 신장이 작으면 소양인이고 반대로 비장이 작고 신장이 크면 소음인이다.

대개 일이란 한 고리가 풀려나오면 다른 고리들도 련이어 풀려나오기마련이다.

용모를 보고서도 4상인을 가를수 있을것이다.

태양인은 얼굴이 둥글고 활달해보이며 태음인은 듬직해보이면서 살갗이 검다. 소양인은 앞뒤머리가 약간 나오고 눈정기가 있고 날카로워보인다.(리제마는 소양인에 속하는 자기의 용모를 물론 참작하였다.) 소음인은 얼굴이 둥글고 아련하며 얌전하게 생겼다.

이제 의주에 가서 의주명의들까지 만나고보면 좋은 답을 더 찾아낼수 있을것이다.

문득 들려오는 타령소리에 리제마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천년달고에 만년지추라

에? 헤이 달고

백두산에 계수나무

에? 헤이 달고

옥도끼로 찍어내고

에? 헤이 달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에 ? 헤이 달고

 

마을에서 새 집을 짓는 모양이다. 환한 달밤이니 집터를 다지는 달구질을 하기에는 그저그만일것이다.

수백근짜리 달구로 사람들이 거기에 달린 손잡이줄을 하나씩 잡아당겨 공중으로 들어올렸다가 떨구는 달구질을 할 때면 흥타령이 절로 나온다.

조금 지나서 누구인가의 기척소리에 이어 방문이 벌컥 열렸다.

《선생님!》

키작은 의봉이 앞서고 그뒤로 키큰 배기달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은 몹시 흥분되여있었다.

리제마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두 제자가 그리도 상반되는지. 의봉이 소양인이라면 기달은 태음인이다. 의봉은 언제나 급하고 덤비며 쾌활하고 동작이 민첩하다. 의봉이 가슴이 넓은 상체에 비해 하체가 그닥 허해보이지 않는것은 그가 어려서부터 산판달리기로 몸을 단련해서일것이다.

반면에 키큰 기달은 상체가 허하고 하체가 실한것이 두드러지게 알린다. 목은 가늘고 짧으며 동작이 굼뜨다. 매사에 덤비지 않고 침착하며 꾸준함이 엿보인다.

의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환재어른이 여기 평양에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되여있다고 하옵니다.

재작년 여름 대동강에 <셔먼>호란 외선이 기여들었댔는데… 대양건너에서 기여든 미국놈병선이라고 했소이다. 미국놈들이 함부로 날뛰면서 사람들을 해치기에 평양백성들이 그놈의 병선을 불태워 대동강물속에 처박았다고 하오이다.》

리제마는 금시초문이여서 놀라웠다.

이번에는 기달이 입을 열었다.

《마을사람들이 집터를 다지고있었는데… 대동강에 기여든 미국놈들이 마을을 불살랐을 때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는것이라 하옵니다.》

리제마는 무릎을 치며 부르짖었다.

《장하구나. 장해! 오랑캐는 평양사람들처럼 주먹으로 버릇을 가르쳐야 하는거다.》

리제마는 《셔먼》호를 불태운 평양사람들에 대한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선생님! 래일 관찰사대감을 찾아뵙지 않겠소이까?》

의봉의 물음에 리제마는 머리를 저었다.

나라일로 바쁜 대감의 시간을 어찌 빼앗을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그렇고 미국오랑캐를 쳐부신 통쾌한 소식을 들었는데 더욱 분발하여 갈길을 다그쳐야 한다.

《래일 아침은 더 일찍 길을 떠날수 있도록 차비를 잘하게.》

《알겠소이다.》 …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