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리제마는 이틀밤 이틀낮을 꼬바기 달려 포태골안에 들어섰다. 어느덧 먼동이 터오고있었다.

거처지에 당도하니 퇴돌우에 초신 한컬레가 있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초신의 임자를 알아보았다. 강무가 방에서 쉬고있을것이다.

리제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용서를 빌 의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한참만에야 조심히 토방에 꿇어앉아 입을 열었다.

《선생님!》

기다렸던듯 방문이 벌컥 열렸다.

리제마는 급히 토방에 머리를 조아렸다.

《선생님! 도망갔던 리제마 다시 돌아왔소이다. 불초한 놈에게 매를 쳐주소이다.》

《자넨가?》

강무가 덥석 리제마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제마는 《포태선생》에 대한 존경과 경모가 분출하여 그의 손등에 얼굴을 묻었다.

《난 자네가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믿었네. 뜻을 품은 사나이 잠시 마음이 흔들릴수는 있어도 가는 길에서야 벗어날수가 있겠나. 그러니 자네가 며칠 집을 다녀온 일은 허물이라 할수 없네.》

강무는 리제마를 방으로 이끌었다.

《내 오늘 긴말을 아니할수 없구만. 날 좀 자세히 보게.》

그는 리제마를 아래목에 눌러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다싶이 나도 약골이라면 약골일세.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키도 작고 힘도 약한 나는 선친들에게서 무술을 넘겨받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네. 그러다가 우리 집안이 이 산중에 숨어살면서 무술을 전수해오는 사연을 알고 이를 악물고 배웠다네.

나라의 6진개척에 기여한 김종서장군을 따른것으로 하여 역적으로 몰린데다 임진왜란때에 정문부의병장을 받들어 왜놈들과 싸운 조상이 역모죄에 련루되여 목숨을 잃고 역적루명을 쓴 우리 집안일세.

우리 집안이 무술을 대를 두고 해오는것은 그 무슨 벼슬이나 안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건 오랑캐들이 쳐들어올 때 나라와 백성을 지켜내기 위해서일세.

아버님은 사방에서 오랑캐들이 우릴 넘겨다보고있는데 이 땅에 태를 묻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무술을 닦아야 한다시며 나에게 무술을 배워주셨네.

자네같이 뜻이 높고 박식한 사람이 무술까지 겸비하면 정말 큰일을 할수 있을거네. 무술을 가지면 담도 배짱도 커지고 아무 일에서나 끝장을 내고야마는 결패도 생긴다네.》

《선생님!》

리제마는 감동되여 눈시울을 슴벅거렸다.

《난 자네가 꼭 산판달리기의 능수가 될거라고 믿네. 훌륭한 무술가가 되려면 반드시 산판달리기의 능수가 되여야 한다네. 그건 우리 무술이 그걸 바라기때문일세. 조선무술은 남의 나라에서 가져온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선조들이 우리 강토에서 만들어낸거네.

우리 나라는 어데 가나 산이 많아서 평지길보다 가파로운 고개길이 많고 넓은 길보다 좁고 오불꼬불한 길이 많네. 이런 길로 조선사람들은 태고시절부터 남부녀대하고 걸어다니는데 습관되였네.

우리 조상들이 어찌나 길을 잘 걸었던지 당나라사람들은 고구려사람들을 가리켜  <뛰여다니는 사람들>,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인>이라고까지 했다네. 고구려땐 어느 마을에나 하루 보통 삼사백리를 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고 하네.

그런데로부터 조선사람들은 남달리 다리힘이 발달되여 다른 나라 무술들과 달리 발을 많이 쓰게 되였거던.

헌데 자네는 어려서부터 골방에 들어앉아 책만 읽다보니 다리힘이 세지 못하여 조선무술을 배우기가 류달리 힘들었던거네.》

《…》

《어떤 사람들은 의술과 무술이 천양지차(하늘과 땅과의 차)라 하지만 내 생각엔 무술이야말로 의술과 제일 가까운것 같네. 의술이 사람들을 병으로부터 지킨다면 무술은 사람을 불의로부터 지켜주는것이거던.》

리제마는 머리를 떨구었다.

《선생님! 제가 정말 암둔했소이다.》

《알았으면 됐네. 자,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쏘여볼가.》

리제마는 강무를 따라 마당으로 나섰다.

꽤 넓은 마당은 여기저기가 무술을 닦을수 있게 되여있었다.

강무는 굵은 나무말뚝들이 여러개 박힌데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자기 키보다 좀더 높이 박혀진 말뚝들을 눈여겨보더니 팔소매를 걷어올렸다.

리제마는 긴장해졌다.

몇보 뒤걸음을 치던 강무는 별안간 땅을 차며 앞으로 짓쳐나갔다. 《얏!?》 하는 소리를 지르며 그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비호같이 날아오른 그는 아래로 떨어지며 량주먹으로 두개의 말뚝을 내리눌렀다.

그 순간 리제마는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굳은 땅에 쇠메로 때려박았을 말뚝 두개가 강무의 주먹질에 한자가량씩 땅속으로 쑥 들어간것이였다.

리제마는 허둥지둥 달려나가 강무의 주먹질에 땅에 쑥 박힌 말뚝을 흔들어보았다. 말뚝은 바위에 녹아붙은듯 끄떡 안했다.

《히야!?》

사람의 주먹힘이 이처럼 세단 말인가. 이런 주먹이면 호랑이 이마빡일지라도 단박에 묵사발을 낼수 있을것이다.

강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람의 힘이란 세지 못한것 같아도 어느 한 부분에 힘을 모아 집중한다면 일격에 바위도 깨뜨리고 몇길 허공에도 높이 날아오를수 있네. 무술이란 자기의 모든 힘을 하나의 무서운 병기로 되게 할수 있는것일세.》

리제마는 머리를 더 깊이 숙일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

리제마는 강무의 친근하게 부르는 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며칠동안 귀동이녀석이 혼자서 산판을 달리느라 무척 적적해하였는데 어서 들어가보게.》

《알겠소이다.》 …

다음날부터 리제마는 다시금 두다리에 무거운 쇠각반을 차고 산판달리기에 나섰다.

귀동이와 앞서거니뒤서거니 산판을 달리는 일은 여간 힘에 부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을 든든히 먹고나니 힘든것이 이전과는 달랐다.

리제마는 집안의 식솔들중에서 누구보다도 자기를 아껴주고 내세워준 할머니를 그려보며 달렸다.

할머니가 죽지 않고 살아계시면서 산세가 사나운 포태골안을 씩씩하게 달리는 장손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만족해하실가.

《형님! 어서요! 기운을 내라요!》

리제마는 앞서 달리며 챙챙히 소리치는 귀동이의 웨침소리에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종주먹을 쥐고 힘껏 앞으로 몸을 내밀

었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