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의리

 

고려 공민왕시기의 일이다.

어느 한 산골마을에 두 형제가 의좋게 살고있었다.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 봄날, 그들은 산길을 가게 되였다.

나무사이로 가닥가닥 비쳐드는 아침해살,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 페부로 흘러드는 청신한 공기…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걷던 동생은 문득 풀숲사이에서 해빛을 받아 번쩍거리는것을 발견하였다.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글쎄 두개의 금덩이가 아닌가.

동생은 꿈만 같아서 멍하니 금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런줄도 모르고 앞서가던 형은 동생이 보이지 않자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동생은 얼른 금덩어리들을 집어들고 뛰여왔다.

《형님, 이걸 보라요.》

부들부들 떨리는 동생의 손바닥우에서 누런 물체가 광채를 내뿜고있었다.

형의 두눈이 사발처럼 커졌다.

《그, 그게 금이 아니냐?》

《옳아요. 금이예요, 금!》

동생은 풀숲에서 금을 발견하던 이야기를 하고나서 그중 큰것을 형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형님이 가지라요.》

형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금덩이를 발견한건 네가 아니냐. 그러니 네가 큰걸 가져야 해.》

동생은 고집스레 말했다.

《아니예요. 부모님들이 돌아간 다음 형님은 날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어요. 정말 나에게 있어서 형님은 아버지, 어머니예요. 그러니 응당 큰것을 가져야 해요.》

마침내 형은 동생의 성의를 받아들이고말았다.

가난하게 살아오던 형제에게 있어서 금덩이는 그 이상 바랄수 없는 큰 행운이 아닐수 없었다. 그것을 팔아 기와집과 땅을 장만하고 황소를 사서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행복할것인가.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였다.

두 형제는 제각기 품속에 금덩어리를 간수하고 다시금 길을 걸어갔다.

양천강가에 이른 형제는 나루배에 올랐다.

그런데 배가 기슭을 떠나면서부터 형은 동생의 태도에서 이상한것을 느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벙어리 랭가슴 앓듯 혼자 한숨을 내쉬군 하였다.

나루배가 어느덧 강복판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동생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품속에서 금덩이를 꺼내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아무 미련도 없다는듯 그것을 강물속으로 훌쩍 던져버렸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배에 타고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동생을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놀란것은 형이였다.

《아우야, 너 어쩌자고 그러느냐?》

동생은 형을 보자 홍당무우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형님, 내가 잘못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잠시 망설이던 동생은 솔직히 토설했다.

《형님, 금덩이를 손에 쥐니 별의별 욕심이 다 나더군요. 이걸 팔면 일생 배를 두드리며 살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형님에게 주었던 금까지 넘겨다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이 못난 동생을 위해주던 형님의 모습을 그려보니 잠시나마 재물에 눈이 어두웠던 내가 막 미워났어요. 그리고 이 금덩이때문에 형제도 몰라보는 너절한 놈이 될것 같은게 무섭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걸 버리고말았어요.》

여기까지 말한 동생은 그제야 속이 후련한듯 싱긋 웃었다.

형은 몹시 감동되여 동생의 손을 꽉 움켜쥐였다.

《네 말을 들으니 나 역시 부끄럽구나. 자기 뼈심을 들여 살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재물덕에 편안히 지낼 꿈만 꾸었으니…》

이렇게 말한 형은 자기도 금덩이를 꺼내여 강물속에 던져버렸다.

《형님!》

《아우야!》

두 형제는 순간이나마 재물에 눈이 어두워졌던 자신들이 돌이켜져 서로 와락 부둥켜안고 한동안 떨어질줄 몰랐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배안의 사람들은 그처럼 값진 금덩이도 형제간의 깊은 의리와 백옥같이 깨끗한 마음을 더럽힐수 없음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나루배는 두 형제의 의로운 마음을 싣고 씽씽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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