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과 의리를 지켜

 

다정한 부부

 

리조 영조시기에 심발이라는 사람이 살고있었다. 그의 집은 너무도 가난하여 하루 세끼 죽은 고사하고 굶기가 일쑤였으니 마을에서는 심발이네 집을 가리켜 《삼순구식》(서른날동안에 아홉끼밖에 먹지 못한다는 뜻)하는 집이라고 하였다.

그들부부가 대엿새나 밥구경을 못하고 굶어지내던 어느날 보다못해 이웃집에서 한사람몫정도의 보리밥을 담아 보내왔다.

심발의 안해는 보리밥을 보자 남편과 나누어먹기에는 작은 량이라 그대로 방에 들여갔다.

그때 심발은 등에 가붙은 배를 방바닥에 붙이고 맥없이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눈앞에 나타난 밥상을 보자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이게 웬거요?》

안해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웃집에서 보내왔어요.》

《이웃집에서?》

《네, 어서 일어나세요.》

심발은 무척 배가 고팠던지라 벌떡 일어나 밥상앞에 나앉았다.

한그릇 되나마나한 보리밥과 맹물 한사발, 소금을 담은 작은 종지…

그는 선뜻 수저에 손을 대지 못하였다. 밥그릇이 하나인것을 보면 안해의 몫은 없는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부부지간에 어떻게 혼자 먹을수 있단 말인가.

심발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안해는 남편의 손에 수저를 들려주며 말했다.

《어서 들어요. 제 걱정은 말구요.》

마침내 심발은 수저를 받아들더니 아무래도 게면쩍은듯 《어험-》 하고 소리를 내고는 보리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맛있게 그리고 정신없이 먹는지 그의 옆에 앉은 안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연방 났다.

그러나 심발은 듣지 못한듯 눈깜빡할 사이에 보리밥을 말끔히 먹어치우고는 입귀를 슬슬 만졌다.

안해는 문득 남편에게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럴수 있을가?

같이 먹자는 소리 한마디 없이, 내가 여태 이런 사람을 남편으로 의지하고 살아왔단 말인가.

안해는 지금껏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여겨왔던 남편이 장마당에서 지나치다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처럼 생각되였다.

안해는 분한 나머지 돌아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심발은 셈평좋게 달랬다.

《여보, 조금만 참소.》

안해는 들은척도 안했다.

대체 뭘 참으라는걸가?

심발은 안해에게 미안한듯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타난것은 오후무렵이였다.

《여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안됐소. 이걸로 빨리 밥을 짓소.》

심발은 잔등에 지고있던 자루를 안해앞에 내려놓았다. 웬일인가 해서 자루를 헤쳐보던 안해는 깜짝 놀랐다. 그안에 대여섯되의 보리쌀이 들어있는게 아닌가. 어디 가서도 남에게 손 한번 내밀줄 모르는 고지식한 남편인데…

《이걸 어디서 났어요?》

기쁨보다도 걱정이 더 앞선 안해는 땀을 철철 흘리며 서있는 남편을 불안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일전에 왔던 칠성이라는 친구가 보낸거요.》

그러면서 그는 빨리 밥을 지어 고마운 이웃에도 넉넉히 보내주라고 했다.

얼마후 그들부부는 밥상을 놓고 사이좋게 마주앉았다.

그때 안해가 눈굽을 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까는 배고픔보다도 당신의 그 <고약한 심보>가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울었어요.》

심발은 껄껄 웃었다.

《오늘 아침 당신이 옆집에 간 사이에 칠성이한테서 련락이 왔었댔소. 헌데 그곳까지 가려니 맥이 있어야지. 그래 내 미욱한척 하고 다 먹어치우고말았지.》

그 말을 듣고난 안해는 남편의 깊은 속마음을 모르고 뽀로통해있었던 자신이 쑥스러워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서 속으로 종알거렸다.

(아마 그래서 녀자는 머리칼이 길어도 생각은 짧다고 하는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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