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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을 가지고 진행한 2차화입이 며칠 지나지 않아 뜻밖의 현상을 야기시켰다. 주원료인 알탄이 환원층근방에서 맥없이 부스러져 떡반죽처럼 되군 하는데 이런 현상은 송풍압을 높일 때 더 심하게 나타났다. 알탄의 형체가 파괴되면 로실안에 들어있는 반응매질의 호상균형이 파괴되며 결국 가스화반응을 기대할수 없게 된다.
때문에 반응매질중에서 알탄을 가장 중시하게 되며 가장 적당한 알탄의 크기와 굳기, 습도보장을 위해 오랜 나날을 바쳐왔던것이다.
한대식이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것은 1차화입때에 없었던 현상이 돌발적으로 생긴것이다. 참으로 알수 없는 이상현상이였다. 그래서 그는 원료투입으로부터 기구와 계기들의 가동상태를 수십번 반복관찰했고 기대공, 분석공 등 매 운전공들이 표준조작을 엄격히 지키도록 했다. 그러나 이상현상은 송풍압을 높여 가속단계로 이행하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는 아주 좋지 못한 현상이다.
왜냐면 로가 가속반응을 해야 소요되는 유효가스를 얻을수 있고 공업화할수 있기때문이다.
한대식의 불안은 점차 초조감으로 나타났다. 눈빛과 얼굴에서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그 어조에서 예전의 그 침착하고 사색적인것 대신 당황하여 신경을 세우군 했다. 그는 우선 원료투입을 절반으로 줄이고 로내반응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선생님, 가스성분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있습니다.》
파란수건으로 뒤머리를 꼭 졸라맨 차금희가 로상부로 뛰여올라와 가스분석표를 한대식의 앞에 내밀며 안타까이 말했다.
했으나 까딱않고 로안 반응상태만 들여다보던 한대식의 귀에는 그 소리가 아득히 먼곳에서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이리주오.》
곁에 서있던 라석호가 금희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금희는 그의 요구가 못마땅한듯 두눈을 내리깐채 주밋거리다가 던지듯 넘겨주고는 총총히 자리를 떴다.
그때야 한대식은 고개를 돌렸다. 로밑에 내려간 금희가 시름에 잠긴듯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무래두… 가스성분이 말이 아닙니다.》
분석표를 들여다보던 라석호가 불안한 소리로 물었다.
한대식은 선뜻 적중한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속만 답답해왔다. 애를 먹이는 발생로도 문제지만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는것은 락심해할 작업반원들의 기분상태였다. 활짝 트인 그 성미대로 명쾌한 웃음을 날리군 하여 언제나 작업장의 활기를 돋과주던 금희조차 며칠전부터는 어딘가 침울한 기색이였다.
더우기 그냥 스칠수 없는것은 금희와 라석호의 상서롭지 못한 관계다. 지난날 라석호가 발생로 공정기사로 온것을 그리도 기뻐하며 친오빠처럼 따르고 친절히 대해주고있던 금희였는데 이제는 서로 만나도 눈길을 피하고 경원시하는 태도를 보이고있었다. 작업반의 기둥이라 할수 있는 그들이 이렇게 되자 자연 일터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한대식은 다정했던 이들의 관계가 자기때문에 버그러졌다고 생각했다. 그들 보기가 미안하고 괴로왔다. 그럴수록 한대식은 확대시험을 시작하기전부터 제일 큰 걱정거리로 여겼던것 즉 종전에는 어떤 고통이라 해도 연구사 본인자신의것으로 끝날수 있었지만 앞으로 있게 될 확대시험단계부터는 여기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과 직접 련결될것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무거워졌었다.
실상 발생로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적극성과 호감을 보이던 금희와 라석호조차 이런 사이로 되였은즉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러루한 일이 없으리라고 장담할수 있겠는가.
한대식은 손맥이 풀리는것 같았다.
《기사동무, 일단 원료투입을 중지합시다.》
그는 탄식하듯 입속말로 뇌이고 로밑으로 내려가 자기 방으로 갔다.
방안에 들어선 한대식은 의자에 앉을 생각도 못하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때까지 진행한 반응수치들을 따져보고 속히 로실안의 원인모를 현상을 알아내야겠는데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타는듯 한 가슴에 담배연기만 세차게 빨아들였다.
잠시후 라석호가 소리도 없이 따라들어왔다. 그는 한대식의 침울해진 모습을 대하자 주춤주춤했다. 이럴 때는 조용히 물러가야 한다는것을 그동안의 생활을 통해 알고있었지만 오늘만은 그럴수가 없었다. 방안엔 따분한 침묵이 흘렀다.
이윽하여 라석호가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로실안의 이상현상에 대한 저의 소견을 말씀드려보랍니까?》
《…》
《저는 이상현상을 다른데서 찾아보고싶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정확한 테타를 가지고 주도세밀하게 반응조작과 로운전을 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오늘과 같이 원인모를 현상이 또 일어나겠습니까. 이것은 가스화반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다른데 있다는것을 시사해준다고 봅니다. 례하면…》
라석호는 다음말을 꺼내기 주저하듯 얼핏 한대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대식은 여전히 담배만 태우는데 그의 이야기에 방심한 태도다.
라석호는 혀끝을 지그시 깨물고있다가 힘들게 하던 말을 이었다.
《례하면 발생로의 형태라든가 가스화방법에 있지 않을가 생각됩니다.》
《?!…》
순간 한대식이 고개를 픽 돌리며 라석호를 쏘는듯 바라보았다.
이윽토록 바라보던 그의 눈길이 아무말없이 아래로 흘러내리더니 입에서 가는 숨소리가 새여나갔다.
라석호의 말이 너무 어처구니 없었던것이다.
그의 말대로 한다면 발생로의 형태를 바꾸고 가스화방법도 다른식으로 해보자는것인데 이것은 종래의것을 무시하고 새로 시작하라는 말과 같았다. 왜냐하면 발생로의 형태나 가스화방법이 다양하기때문이다. 발생로의 형태만 보더라도 연구사들의 이름을 따서 까벨식, 웨르만식, 챠프만식, 루르기식, 윙크라식, 코페스-토체크식, 텍사크식 등 수십종이 넘으며 가스화방법도 류동층식, 분무식, 고정층식 등 형식과 방법이 많다. 이 다종다양한 형식과 방법중에서 우리 나라 무연탄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공리용할수 있는 로와 가스화방법을 지금의것이라고 한대식은 굳게 믿고있었다. 이것을 종래의 식대로 통용한다면 한대식로와 한대식가스화방법으로 된다.
라석호가 이 초보적인 상식을 모를리 없는데 그것을 전면 부정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니 도담하다고 해야 할지 안타까와 해보는 푸념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자기를 무시하는것만은 사실이였다.
《담배를 피우시오.》
한대식은 이상현상에 대해선 더 론하고싶지 않아 담배를 꺼내 라석호앞에 밀어놓았다.
《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누군 담배가 좋아서 피우는줄 아오?》
《?!…》
느닷없는 그의 역성에 라석호는 그만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한대식은 괜히 신경질을 부렸다고 후회했다.
《기사동무, 이상현상에 대해선 너무 걱정마오. 그 문젠 어떡하나 내가 책임질테니까.》
한대식의 어조에는 공정기사의 직분에 맞지 않는 일에 너무 간섭말라는 질책이 강하게 풍겼다.
라석호는 어딘가 직무를 놓고 계선을 긋는듯 한 그의 태도에 마음이 허전했다. 그러나 눈자위가 빨갛게 충혈지고 눈시울에 진물이 간 한대식의 고뇌에 찬 모습을 대하자 속이 쩌릿해짐을 금할수 없었다. 속이 얼마나 탔으면 눈이 저 지경이 되도록 발생로곁을 떠나지 않고있었겠는가. 라석호는 몹시 지친 그가 신경도 예민해졌다고 여겼다.
《선생님, 눈이 언제부터 그렇게 됐습니까?》
《글쎄… 눈이야 아무러면 뭘하오.》
여전히 메마르고 툭한 대답이다. 라석호는 더럭 겁이 났다. 자기 몸을 영 돌볼줄 모르는 그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맘놓이지 않았다.
《눈이 말이 아닙니다.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어서 병원에 가보십시오. 그리구 좀 쉬여야 할것 같습니다.》
《하루밤 자고나면 차도가 있을게요.》
《안됩니다. 발생로엔 제가 있지 않습니까. 맘 놓고 치료를 받으십시오.》
라석호는 그의 팔을 붙잡고 강경히 권고했다.
《내 눈은 내가 잘 아오. 그리구 지금의 형편에서 발생로의 주인이 어떻게 한순간인들 뜰수 있겠소.》
라석호의 권고가 오히려 분발심을 일으켰던지 그는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한대식이 휴계실을 나와 발생로쪽으로 갈 때였다.
언제 왔는지 발생로아래서 석근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던 지배인 방하철이 그를 향해 우선우선한 소리로 물었다.
《로안상태가 시원치 못하다면서요?》
《예…》
《어디 함께 올라가 좀 봅시다.》
방하철은 저 먼저 철판계단을 성큼성큼 밟으며 로상부로 올라갔다. 한대식은 일이 공교로운 때 지배인이 왔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뒤를 따랐다.
로상부에 올라선 지배인은 로실안 반응상태며 로동체와 그리고 거기에 붙어있는 발브와 각종 계기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안색은 점점 흐려졌다.
이윽하여 푹 꺼진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혹시 로실안의 이상현상이 이 발브나 계기들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하여튼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구 앞으론 발생로의 설비장치물들을 전면적으로 개조합시다. 꼭 그래야 할것 같습니다. 영 눈에 차지 않습니다. 지금은 로실안의 이상현상이 문제지만 다음엔 또 어디서 고장이 날지 맘놓을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그렇게 할만 한 시간이 없는게 야단이군요.》
한대식은 후더워진 눈길로 지배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며칠전에야 공장에 내려왔던 부상과 지배인사이에 있었던 상서롭지 못한 의견상이며 그 뒤끝에 떠도는 항간의 여론을 알게 되였었다.
그런 말을 듣게 된 날 한대식은 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부상이 했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분격도 하고 협애한 일군이라고 탓하기도 했으나 그렇게만 단정할 일이 아니였다.
현시점에서 부상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과학계의 중진들속에도 있고 부상과 같은 지도일군들속에도 있으며 일반 기술자들속에도 있었다. 이들의 권고와 론박과 비난을 그는 묵묵히 침묵으로 대해왔다.
그렇지만 부상의 경우는 다르다. 화학공업 특히 비료부문을 직접 담당한 부상은 론전과 시비질이 아니라 자기의 직권으로 이 연구사업을 막아나설수 있었다. 벌써 그런 경종이 울리지 않았는가. 이것이 제일 두렵고 불안했었다. 그런데 지배인은 그런 일이 언제 있었던가싶게 발생로를 적극 지지해주었고 작업반까지 조직해준것이다. 그것이면 만족했다. 더 바랄것이 없었다.
오늘은 또 이처럼 현장에까지 찾아와 주인조차 관심하지 못한 로의 설비장치물까지 념려해주니 그 감사의 마음을 바이 표현할수가 없었다.
《연구사선생, 지금 당장 우리가 더 도와줘야 할 일이 뭡니까. 내 보기엔 알탄찍는 문제가 제일 힘든것 같은데 사람을 더 보내줄가요?》
한대식은 진심어린 소리로 말했다.
《지배인동지, 그렇게 관심해주니 힘이 솟습니다. 우린 아무것두 걸린것이 없습니다. 제가 일을 쓰게 하지 못해 면목이 없을뿐입니다.》
《그런 인사말이나 듣자는게 아닙니다. 내가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두 강조했지만 우린 잠시라도 어물댈 사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발생로가 시작부터 애를 먹이니 큰 야단이 아닙니까. 사실 지금 조성된 정황은 아주 긴급합니다. 성에선 당장 전해능력확장공사를 벌려 1.5배의 증산과제를 보장하라는 겁니다.》
《전해능력을 확장한다는건 무슨 말입니까?》
한대식은 뜻밖의 소리에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수 없었다. 왜냐면 현재 있는 전해생산공정 즉 전해직장을 축소하거나 점차 없애고 그대신 무연탄가스화계통으로 생산공정을 바꾸자는것이 그의 목표이기때문인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10여년간 갖은 난관과 애로를 극복하고 그 려명기라고 할수 있는 오늘의 중간시험단계에 도달했었다.
방하철은 자기가 안할 말을 한것 같아 한대식의 눈길을 피하며 잠시 묵묵히 있다가 《선생도 알고있는게 나쁘지 않을겁니다.》하고 얼마전 성에서 취한 조치에 대하여 말했다.
화학성에서는 내각협의회후 산하공장들의 실태료해와 각 지구별 지배인들의 모임에 기초하여 해당한 대책을 세웠는데 그 대책안으로 흥수비료공장에서는 가급적으로 전해직장을 현재능력의 2배로 확장할 계획이였다.
《지배인동지, 전해확장공사를 꼭 해야 되겠습니까? 다른 방도는 없습니까?》
한대식의 목소리는 저으기 무거웠다.
《선생의 맘을 저도 리해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뾰족한 방안이 없습니다. 성에선 지금의 형편에서 가장 큰 생산예비가 전해확장에 있다고 봅니다. 저도 이 문제때문에 골머릴 앓고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성의 이번 대책안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지금의 그런 낡은 설비들을 그대로 옮겨놓는 그런 평면이동식 확장공사가 무엇에 필요합니까. 이건 저의 량심이 허락칠 않습니다.》
방하철은 속이 타는지 어성을 높였다.
《난 기어코 이번에 제기된 증산과제를 이미 벌려놓고 내미는 설비개조에서 나오는 예비로 풀려고 맘먹었댔습니다. 그런데 현재 형편같아선 그것이 매우 힘들것 같군요. 오늘 아침 희천에 갔던 자재인수원이 한달만에 돌아왔는데 빈 손입니다. 남포제련소나 기타 다른 대상 공장들에 간 인수원들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실태가 이러한데 그중 확신있다고 여겼던 발생로까지 그냥 제자리 걸음만 하니 내 맘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루이틀 끌다가는 전해확장을 받아무는수밖에 딴 도리가 없습니다.》
한대식은 눈길을 떨군채 숨조차 쉬기 가빴다. 현재 공장이 처한 정황은 지배인의 말처럼 몹시 긴장되여있었다. 이것은 한대식자신에 대한 말없는 채찍질이며 강한 독촉과 같다.
더구나 그의 가슴을 세차게 압박하는것은 지배인의 태도였다. 지배인이 오늘 이처럼 현장에 나온것은 걸린것을 해결해주자는데도 있겠지만 기본은 마음의 조급증때문인것 같았다. 지배인의 그 조급증이 무거운 불안을 자아냈다.
순간 지배인실에서 방하철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주관이 지내 강한듯 하여 자신도 모르게 느꼈던 불안감이 련상되였다.
그렇다. 자신은 벌써 그날의 그 불같은 요구와 기대에 불안을 느껴오면서도 아직 만족을 주지 못하고있다. 만족은커녕 실망을 주고있다. 만약 시험발생로가 지금처럼 계속 애를 먹인다면 성미급한 지배인이 어떤 태도로 나오겠는가? 지배인이 돌아가고 저녁시간이 훨씬 지났으나 한대식은 로곁에서 떠날줄 몰랐다. 너무 오래동안 서있자니 다리가 팽팽해지고 목이 타는듯 했다. 더욱 참기 어려운것은 눈이 자꾸만 쓰려오고 눈물이 나와 로안을 관찰할수 없는 고통이였다.
했으나 그는 굳어진듯 한 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뜻밖에 알게 된 전해확장문제며 초조와 불안을 숨기지 못해하던 지배인의 모습 그리고 순편치 못한 라석호와 금희의 관계 등이 그냥 떠올라 억척같은 결심을 가지게 되는것이였다. 실로 발생로가 제 구실을 못하는 지금의 형편에서 전해확장문제며 특히 지배인의 그 조급한 태도는 종래보다 몇십배의 짐으로 한대식의 어깨를 누르고있었다.
한대식은 몇밤을 지새워서라도 로내 이상현상을 꼭 밝혀내리라고 맘먹었다.
그래야만 현재 조성된 공장의 긴급한 정황에 대처하여 발생로시험을 계속할수 있고 빠른 시일내에 생산에 도입할수 있으며 중요하게는 사람들의 관계를 용이하게 풀어나갈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촉급한 마음처럼 로내 이상현상을 알아낼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빈혈이 오고 두눈이 당장 쏟아지는것 같아 더 서있을수가 없었다.
밤 열두시가 좀 넘어서 합숙을 한바퀴 돌아보던 사감아바이는 2층 맨 끝방앞에 와서 걸음을 멈추었다. 연구사 한대식의 방이였다. 아침식사시간에만 잠간 열렸다가 늘 자물쇠가 걸려있던 방인데 그 녹쓴 자물쇠가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분명 방안에 불이 꺼진것을 보고 올라왔는데 이상했다. 연구사가 오늘이라구 합숙에 들어올리 없고 또 들어왔다 해도 벌써 잠자리에 들 사람이 아니다. 똑똑- 손기척소리를 냈으나 응답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스친 사감아바이는 문을 벌컥 열었다. 어두워서 가려볼수 없는데 어디선가 가는 신음소리가 났다. 얼른 스위치를 돌려보던 그는 흠칫 놀랐다. 침대에 쓰러진 연구사가 몸을 비틀어대며 앓음소리를 내고있었다. 침대하불은 얼마나 쥐여비틀었던지 걸레처럼 꾸겨졌고 이불도 되는대로 땅바닥에 떨어져있었다. 발밑이 축축히 젖어들어 내려다보니 바닥에 물이 질펀했다. 원탁우에 있던 물주전자가 저쪽구석에 나뒹굴고 쪼박이 난 물고뿌가 침대밑에 보였다. 원탁이 통채로 넘어진것이다.
급히 침대곁으로 가서 연구사의 머리를 짚어보니 이마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이 사람, 연구사선생,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엉?》
《물, 물…》
두눈을 감싸쥔채 정신없이 헛소리를 하는 그의 입술은 까맣게 타있었다.
어찌할바를 몰라 안절부절하던 사감아바이는 아래층으로 허겁지겁 뛰여내려가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후 위생가방을 멘 녀의사가 달려왔다. 그는 침착하게 손목이며 가슴을 짚어보는것 같더니 두세개의 암뿔을 거퍼 깨쳐 주사를 놓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고통에 이그러졌던 연구사의 얼굴이 평온해진다. 투입된 강한 진정제가 효력을 내는것 같았다. 흥건히 내밴 이마의 땀과 하얀 붕대에 감겨져있는 연구사의 두눈을 내려다보는 녀의사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어떻수?》
강마른 뿌리처럼 뻣뻣한 손으로 이것저것 녀의사의 시중을 들어주던 사감아바이가 근심스레 물었다.
《바쁜 고비는 넘긴것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젠 내려가보십시오. 제가 여기 앉아있겠어요.》
《고맙쉐다. 필요하면 사감실에 와서 날 부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