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한대식연구사가 길주로 떠난지 사흘째 되는 날 뜻밖에 난처한 일이 생겼다. 점결제가 동이 났던것이다. 점결제가 없으니 알탄을 만들수 없었고 로운전이 경각에 봉착했다.

공정기사 라석호는 불의에 부닥친 사태앞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점결제가 떨어졌다는 말에 석근수는 자못 의혹을 놓지 못한다. 점결제는 발생로운전에서 기본원료라고 할수 있는데 한대식이 그처럼 막급한 실태를 놓고 출장갔을리는 만무였다. 그것이 믿어지지 않아 그는 라석호에게 따져물었다.

《창고에 가봤나?》

《알탄조장을 보냈댔는데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런 일이야 기사동무가 직접 확인해봐야지.》

석근수의 핀잔에 라석호는 얼굴이 불깃해졌다. 변명할 말이 없었다. 점결제의 예비가 얼마 없다는것을 알고있던 그는 알탄조장의 말을 그대로 믿고말았던것이다.

《내가 한번 더 가보지요. 자재과장이란 사람이 원래 주머니가 많은 량반이니 비상용이야 건사했겠지요.》

오일규가 선뜻 나섰다. 그는 로익두가 주택건설때 솜씨를 보여준 후부터 어벌이 크고 맘씨 후한 자재과장으로 치부하고있었다.

《잠간만 앉아계십시오. 한가지 토의할 문제가 있습니다.》

오일규가 자리를 뜨려 할 때 라석호가 그를 눌러앉혔다.

《반장동무가 다시 확인은 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창고에 점결제가 없다면 로는 래일부터 세워야 합니다. 현재 찍어놓은 알탄을 다 먹인다 해두 열시간을 못넘깁니다. 이런 형편에서 제 의견은 대용점결제를 만들어서 연구사가 올 때까지 로를 살려보자는겁니다.》

《대용점결제란 무슨 말인가?》

석근수가 호기심을 띠며 물었다.

《아직 어떤 물질이란것은 확답할수 없습니다. 지금 쓰고있는 점결제처럼 알탄을 만들수 있는 점착물질이면 되겠지요.》

라석호는 요즘 대용점결제에 대한 착상을 더는 미룰수 없는 문제로 보고있었다. 무연탄가스화에서 기본원료는 미분탄과 점결제다. 이 기본원료를 멀고 먼 길주에서 가져다 쓰고있는것이다. 그런데 문제로 되는것은 소요되는 점결제의 량이였다. 그 어떤 촉매제처럼 미소량이 필요하다면 그런대로 날라다 쓰겠으나 하루에만도 수십키로를 나마 쓰고있다. 만약 무연탄가스화가 공업화되여 발생로가 직장으로 확대되면 기차방통으로 들이밀어야 될 형편이다. 길주에 간 한대식연구사가 사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대용점결제를 만들어야겠다는 그의 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한대식이 공장을 떠날 때 직분에 맞지 않는 일은 그만두라고 모를 박았으나 그런 계선을 놓고 망설일수는 없었다. 어차피 대용점결제를 만들어야 될 형편인데 이번기회에 대담하게 시도해보는것도 좋을상싶었다.

《어떻습니까, 제 의견이? 대용점결제를 만들어서라두 로를 살려야 옳겠지요?》

《대용점결제를 만들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게만 해주면 연구사선생은 공정기살 업구다니자구 할거네. 정말 훌륭한 생각을 했소.》

석근수는 라석호를 대견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연구사선생의 승인없이 그런 대용점결제를 써도 괜찮을가?》

오일규가 안심찮은듯 두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반장은 콩밭에 서슬을 치자는격이군. 어떻게 쓴다는거야 대용점결제를 만들어낸 다음에 론할 문제가 아닌가. 하여튼 빨리 길주에 전화를 걸어 이곳 실태를 전달하고 공정기사의 결심두 의논해보게. 발생로의 주인이 알고있어야 되지 않겠나.》

그들 셋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일규는 창고로 달려갔고 라석호는 공장교환대에 가서 길주에 시외전화를 부탁했다. 전화는 세시간만에야 련결되였다.

그런데 감도가 어찌나 나쁜지 목소리를 겨우 알아들을수 있었다. 한대식의 말에 의하면 아직 며칠이나 더 있어야 되겠는지 모르겠다는것, 성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지금 당장은 점결제를 한키로그람도 뽑아낼수 없다는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로의 불을 죽이지 말라는것과 대용점결제문제는 자기가 돌아가서 함께 해보자고 했다.

라석호는 눈앞이 아뜩했다. 점결제 없이 어떻게 로의 불을 살릴수 있는가.

막막했다. 그럴수록 자신이 끝없이 혐오스러웠다. 이날까지 말이 공정기사였지 주인다운데가 없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결과 창고에 점결제예비가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고 연구사가 자리를 뜨니 이처럼 당황하게 되지 않는가. 이제라도 발생로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립장에서 지체말고 대용점결제를 만들어야 하며 로를 계속 살려야 한다. 방도는 그 길밖에 없었다.

이런 자책과 분발심으로 교환대에서 나와 현장에 도착하니 오일규와 로익두, 차금희가 기다리고있었다. 락심해있던 오일규가 조심히 물었다.

《길주하군 전화가 됐나?》

《겨우 만났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걸릴지 아직 모르겠답니다.》

《어휴, 끝내 로를 세우게 됐군. 창고엔 빤빤하네.》

《로를 세우다니요. 무슨 수를 써서라두 점결제를 해결해와야지요.》

옆에 서있던 로익두가 어깨를 으쓱하며 배심좋게 나왔다.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있었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눈앞에 벌어진것이다. 지배인한테 된매를 맞고 어떻게 하면 골탕을 먹일가 하고 궁리하던 로익두는 창고에 얼마간 남아있던 점결제를 아예 없애버리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갑자기 길주로 떠나간 한대식연구사때문에 불안을 느껴오던 그였다. 만약 한대식연구사가 길주에서 새로운 점결제를 가져다가 분석해보는 날이면 자기의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있었다. 그는 창고에 있는 점결제통에 중유를 비롯한 미소량의 중화물질을 섞어 농도를 약화시킨다음 출고해주군 했던것이다. 후에 대답할 말은 얼마든지 있었다. 점결제의 성분이 나빠 연구사가 새로운 점결제를 가지러 길주에 갔다는 말을 듣고 창고에 얼마간 남아있던것은 페기시켰다면 몇마디 충고받는것으로 끝날수 있었다. 그렇게 처리해놓으니 꼬리가 밟힐 틈도 없어지고 당장 로에 먹일 알탄까지 못만들게 됐으니 일거량득이 된셈이다. 로익두는 자기의 묘책에 쾌재를 올리며 창고안을 발칵 뒤지고 뿌얘서 나가는 오일규의 뒤에 묻어왔다. 발생로가 궁지에 처했을 때 자재과장으로서의 적극성을 보여주는것도 쉽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던것이다.

금시라도 점결제를 가져올듯 배심있게 나서는 로익두에게 구미가 당긴 오일규가 다그쳐 물었다.

《발생로 일이라면 자재과장동무가 정말 극성이란말이야. 어디 짚이는곳이 있소?》

《아직 그런곳은 없소만 명색이 자재과장인데 이런 때 한몫 해야지요. 점결제가 길주팔프에서만 나온다고 할수야 없지 않소.》

《우선 시간이 급합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뛰여다닐순 없습니다. 반장동무, 제가 이길루 대학강좌에 가서 선생님들의 방조를 받아보겠습니다.》

《하여튼 말썽없이 빨리 해주게. 석아바이가 오면 내 그렇게 말하지.》

라석호는 곧 휴계실로 들어갔다. 그가 외출복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금희가 로익두의 귀에 대고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외삼촌두 가만 서있지 말구 어서 탐문해보세요.》

《바라지두 않는 일을 뭣때문에 사서 고생하겠니.》

《이게 어디 남의 일인가요. 연구사선생네 집 지을 때처럼 솜씨를 한번 보이세요.》

금희는 아직도 주택용자재가 로익두의 노력에 의해 해결된줄 알고있었다.

《기사동무-》

라석호가 그들의 옆을 지나쳐 몇걸음 갔을 때 금희가 소리쳐 부르며 다가왔다.

《저도 함께 가면 안될가요?》

《어서 그럽시다. 분석공인 금희동무가 가면 한공정은 앞당길수 있소. 이렇게 나서주니 고맙소.》

《오히려 이젠 손님취급을 하는군요. 토배기도 몰라보구.》

금희는 생긋 웃으며 뒤머리를 꼭 졸라맸던 파란 삼각수건을 풀어 어깨를 털었다. 그러자 함치르르한 긴 머리채가 등어깨에서 굽실굽실 그네를 뛴다. 그는 몸을 약간 빗서더니 터질듯 팽팽히 부풀어오른 가슴우쪽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거울을 꺼내 얼핏 비쳐본후 재빠른 눈길로 발끝까지 내리훑는다. 그 민첩한 동작과 섬세한 눈길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향긋한 느낌까지 안겨주었다.

《일없을가요?》

《그 차림새면 대학강좌가 아니라 극장무대에 나서도 손색 없겠소.》

제낀형 곤색작업복을 가뜬히 입은 금희의 모습은 경쾌감을 주었다. 현장에서 일할 때와 달라진것이란 뒤머리를 잡아맸던 파란 삼각수건을 어느새 상큼한 목에 감은것뿐인데 그의 자태는 더욱 싱싱해진것 같다. 원래 쭉 빠진 매츨한 다리와 희고 맑은 살결로 하여 건강미가 넘치는데다 상대를 잡아끄는듯한 억실억실한 눈매는 어떤 차림새를 해도 그것대로의 미와 새맛을 풍겼다.

《자, 빨리 갑시다. 통근차가 떠나기전에.》

그들은 잰 걸음으로 구내길을 빠져 역으로 향했다. 벌써 저쪽 굽인돌이쪽에서 하얀 증기를 내뿜는 기관차가 목쉰 기적을 울리며 역구내로 들어서고있었다. 라석호와 금희는 달리기경주를 하듯 주먹을 그러쥐고 내달렸다. 총알처럼 개찰구를 빠져 홈에 들어서는데 렬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리-》라석호는 숨이 차서 할딱거리는 금희의 손을 덥석 그러잡고 마지막 힘을 다했다. 금희는 두발이 허공중에 뜨고 온몸이 날아가는것 같아 눈앞이 아찔한데 허리를 휘감은 억센 힘이 어느새 승강대에 몸을 실어놓는다. 호각을 불며 몇걸음 따라서던 빨간 모자의 역장이 노란기발을 획 내리그으며 뭐라고 욕설을 했다. 렬차는 벌써 속도를 빨리하고있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역장동무-》

라석호는 반죽좋게 손나팔을 만들어 역장을 향해 소리쳤다.

《요즘 젊은이들은 무서운게 없다니까.》

《한창때가 아니요. 아마 하늘에라도 오르라면 얼씨구나 오를게요. 저것보게. 아직 처녀의 손을 놓지 않고있네.》

《처녀도둑놈같구만. 저 눈빛을 보게.》

그 소리에 《와하-》하고 폭소가 터졌다.

그때야 금희는 화달짝 놀라며 라석호의 손을 뿌리치고 손님들속으로 꽁무니를 사렸다.

낯이 벌개진 라석호가 푸접좋게 한마디 받았다.

《29년만에 첨 잡아본 야들야들한 손목인데 당신들 같으면 놓겠소.》

《아유 기차다. 저런 청년한테 딸을 줬다간 어디 숨이나 크게 쉬겠나.》

《독수리발톱에 걸린 병아리신세가 되구말죠뭐.》

《모르는 소리. 저런 억센 사나이가 바루 녀편네를 제 배꼽보다 더 귀해한답디다.》

《그럼 그 집에선 안사람건살 그렇게두 잘해주오?》

《유감스럽지만 나야 생겨먹은대루 살랑살랑 긁어주는 재간밖에 없구려. 혹시 아주머니가 우리 안방에 들어오면 나두 억센 사나이가 될지 알겠소.》

《오마나, 그저 사내들이란 젊은것이나 늙은것이나 다 흉측하다니까.》

《말조심합세. 이래뵈두 천리마작업반에 궐기한 선반 7급공이요. 이제 두고봅세. 번쩍번쩍하는 천리마휘장을 척 달고나서면 아마 아주머닌 침흘리며 따라다닐걸.》

《하하…》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상체가 유들유들하여 입담이 세보이던 녀인도 그만 기가 눌렸던지 입만 비쭉거리며 사람들속에 얼굴을 감추고말았다.

렬차는 웃고 왁작 떠드는 소리를 가득 싣고 기세좋게 내달린다. 차칸안은 시큼한 땀냄새, 향긋한 비누냄새, 술냄새로 화락한데 저쪽 창가엔 방금 학생티를 벗은 새파란 처녀 총각 한무리가 둘러앉아 《천리마타고서 번개처럼…》하고 팔을 휘둘러대며 목청껏 노래부르고있었다.

차창으로 훅훅 몰려드는 초여름의 훈풍에 청년들의 머리칼이 흩날리고 처녀들의 목에 감은 머리수건들이 기발처럼 나붓긴다. 로동의 희열과 랑만에 한껏 취한 그들의 눈동자엔 저 푸르른 하늘가에 두둥실 뜬 하얀 구름송이들이 한가득 어려있었다.

절로 흥취가 오른 라석호도 청년들이 부르는 노래를 입속으로 따라불렀다.

즐거운 퇴근길이였다. 어느 누구의 얼굴을 보나 하루일을 끝낸 보람과 만족이 력력하다. 저들의 가슴엔 로동의 하루를 놓고 할 이야기가 가득할것이며 안식의 자리에 누우면서 보다 빛날 래일을 설계할것이다. 저 로동군중이 향유하고있는 이 생활, 이 보람이 바로 천리마시대의 숨결이며 지향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우리는 더 빨리 내닫고 더 높이 뛰여넘어 우리 인민의 요구를 하늘끝에 닿게 해야 한다. 그 선구자, 지름길의 안내자가 우리 기술자들이며 한대식연구사와 같은 과학자들이다. 우리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가. 중요하고 절박한것만큼 보람차고 빛날것이다. 라석호는 부풀어오르는 자부와 분발심을 느끼며 렬차에서 내렸다.

어느 틈에 박혀왔는지 물밀듯 쏟아져내리는 사람들을 헤치며 금희가 다가왔다.

《오늘은 전탕 사람들이 제 정신이 아닌가봐요.》

《왜?》

《왜가 뭐예요.》

금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옆을 살피더니 《아깐 그게 뭐예요. 사람들 보는 앞에서.》하고 그 억실억실한 눈을 곱게 빨았다. 아무리 개방적이고 활달한 금희라 하지만 기차를 탈 때 당한 부끄러움이 채가셔지지 않은것 같다. 그 역시 순결만이 넘치던 처녀라 허리를 감아쥐던 사나이의 그 억센 힘과 볼을 달구어주던 뜨거운 입김을 쉽게 잊을수 없는것이다.

《그럼 어찌겠소. 기차는 막 떠나지. 금흴 떨쿨순 없지.》

《그렇게도 급한가요. 못타면 다음차가 또 있지 않나요.》

《아니, 무슨 일이든 빠를수록 좋소. 이런 말이 있지 않소. 앞당길수 있는것은 앞당기라.》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도 있지요.》

《난 앞으로두 그런 경우에 부딪치면 금흴 업구라도 뛰겠소.》

《전 발버둥을 쳐서라두 업히지 않겠어요. 그리구 기사동무두 뛰지 못하게 붙잡겠어요. 제발 그 급한 성미를 좀 죽이세요. 그전에 순복인 그렇지 않았는데 영 딴판이군요.》

라석호는 불현듯 이른봄 어느날 성천강변에 나갔다가 개버들아지를 줴뿌려 던지며 갈대 흔들리던 버들방천으로 사라지던 금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성미가 급하단 말이지. 그렇지 않고는 답답하고 맘에 붙지 않으니 야단이 아닌가.)

그들은 어느새 대학청사가 보이는 시내 변두리 외진 길을 걷고있었다. 나지막한 릉선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4층교사가 정가로이 안겨왔다. 중낮의 해볕을 받은 창문들이 유난히도 번뜩였고 버드나무가 키높이 자란 운동장에선 체육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축구며 배구들을 하고있었다. 수업은 이미 끝난것 같다.

정문앞으로 몇걸음 들어서던 금희가 머밋거리더니 끝내 걸음을 멈추고말았다.

《전 여기서 기다리겠어요. 혼자 들어가세요.》

《금희동무답지 않게 그러지 마오. 부를 창조하는 로동청년인데 얼마나 떳떳하오. 고개를 쳐들고 치마폭을 날리며 보란듯이 들어갑시다.》

그 말이 우습게 들렸으나 촌닭 장마당에 온것만 같아 웃지도 못하고 누가들을세라 얼른 사위를 살폈다.

이때 그들이 서있는 발치앞으로 축구장에서 튕겨난 공이 디구르르 굴러왔다.

그것을 본 라석호는 이게 웬 떡이냐듯 빙긋 웃으며 발끝으로 힘껏 때렸다. 축구공은 긴 포물선을 그으며 저쪽 계단까지 날아갔다.

금희는 여기 서있다간 더 옹색만 당할것 같아 눈길을 푹 떨군채 라석호의 발꿈치를 따라섰다.

《여기가 바루 대학기간 우리를 담당하여 가르친 강좌요.》

금희가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운동장을 지나 2층복도에 올라와있었다. 그들이 강좌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다른 자리는 텅 비고 맞은쪽 량수책상에 안경을 낀 늙은 교원 하나가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좌장선생님.》

라석호가 몇걸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그때야 고개를 쳐든 강좌장선생은 안경너머로 라석호를 이윽히 넘겨다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웬 젊은인가 했더니 석호동무구만.》

바싹 마른 희고 가느다란 손을 내밀어 라석호의 손을 잡아주는 강좌장선생의 우묵한 눈가에 한줄기 미소가 언뜻 스쳐지났다.

《자, 여기 좀 앉게. 깜짝 안하더니 오늘은 웬 일인가. 가만 동무이름은 뭐라구 부르더라. 이제는 건망증이 심해놔서 인사불성이라니.》

《이 동문 저와 함께 일하는 분석공처녀입니다.》

《아, 그렇소. 난 우리 졸업생인가 했구만. 량해하오. 허-》

허리를 굽히고 두눈을 쪼프린채 금희의 얼굴을 뜯어보던 강좌장이 허구프게 웃었다.

이렇게 되자 다홍물이 든 금희의 고개가 더 깊이 떨어지며 이마와 코등에 좁쌀알같은 땀방울이 쫙 내돋혔다.

《선생님, 자주 찾아와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누구나 바쁜 때 오구가구 할새가 있나. 그저 맡은 일터에서 우리 대학 망신만 시키지 않으면 돼. 그래 대학교원으로 떨어지지 않겠다구 떼를 쓰더니 현장 재미가 어떤가?》

《그땐 참 버릇없이 굴어 선생님들 속만 태웠습니다. 제자들이 나같은놈만 있다면 누가 교단에 서겠다고 하겠습니까.》

《허허, 자네같은 수재가 대학에 떨어져야 후대를 키우는 이 원종장이 든든해질것 같아 설복해봤네. 그래 어떻게 시간을 냈나. 이 늙은이의 얼굴이나 보자구 분석공처녀까지 데리구 오진 않았겠지?》

강좌장선생은 찾아온 목적이 궁금한듯 자기자리에 천천히 앉으며 화제를 돌렸다.

《선생님, 전 지금 무연탄가스화중간시험로 공정기사로 일하고있습니다.》

《그렇소?!… 한대식선생 가스화말이지?》

강좌장선생은 부쩍 호기심을 나타냈다.

《네.》

《음, 그랬댔구만. 나두 한대식선생을 한번 찾아가볼가 하던 참이요. 그 선생이 정말 요긴한 쩨마를 잡았소. 우린 아직 말만 들었지 그곳 소식은 통 모르고있다니까. 그래 가스화가 잘돼가오? 공업화는 언제쯤 할 예정이요?》

강좌장은 늙은이답지 않게 두눈에 생기를 띠우며 성급히 물었다. 라석호는 연료화학에서 권위자라고 할수 있는 강좌장이 생소한 소리를 듣는것처럼 호기심을 띠는것이 잘 리해되지 않았으나 진지하게 바라보는 그 눈길을 피할수 없어 그동안 진행한 발생로실태를 대충 설명해주었다.

《아니, 난 좀 구체적으로 알아야 되겠소. 언제부터 공정기사로 갔다구?》

한생을 교단에 서있던 강좌장은 일단 포착한 문제의 초점에 대해선 끝까지 파고드는 성미가 있었다. 재학시기 강좌장의 그 탐구적인 진득한 성미를 늘 부러워하던 라석호는 자기가 여기온 목적도 잊고 두차례에 걸친 발생로의 화입과 현재까지 나타나고있는 특이한 현상들을 상세하게 말했다. 그는 가끔가다 반응단계에 따르는 분석수치를 옆에 앉은 금희에게 묻군했는데 금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소수점아래의 수자까지 정확히 대답해주었다. 강좌장의 질문은 끝이 없을상싶었다. 라석호는 어느 질문이나 막히는 법이 없는데 흥분된 갱핏한 그의 얼굴은 불깃했다. 그들의 열기띤 질의응답에 선망어린 눈길을 보내고있던 금희는 벽시계를 쳐다보며 슬그머니 라석호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냥 앉아있다간 여기서 해를 다 보낼것 같았다.

금희의 신호를 받은 라석호는 고개를 돌려 빙긋 웃어보이고 다시 화제에 뛰여들었다.

《대체루 륜곽이 서오. 실제적인 수치들은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해보겠소. 내 오늘 가스화에 대한 강의를 잘 받았소. 속이 후련한게 신심이 생기누만. 석호동무, 정말 고맙소.》

강좌장은 안경을 벗어 한손에 들며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다. 사색 깃든 그의 조용한 눈길이 라석호를 대견히 바라보고있었다.

《그동안 한대식선생이 고생을 많이 했겠소. 앞으로두 석호동무랑 옆에서들 잘 도와주오. 우리 나라의 연료화학의 중요한 돌파구가 바로 거기요. 그런데 문제로 되는것은 점결제로구만. 결정적으로 대용점결제를 만들어야 하오. 그래야 가스화의 완벽성이 담보되오. 석호동무가 요점을 제때에 잘 포착했소.》

강좌장선생은 발끝을 들먹이며 방안을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방안에 잠시 침묵이 깃들었다. 라석호와 금희는 긴장한 눈길로 강좌장의 얼굴만 쳐다봤다. 무엇인가 요긴한 말을 할 때마다 뒤짐을 진채 저렇게 발끝걸음으로 천천히 들먹이군 하던 눈에 익던 강좌장의 옛 습관을 다시 보게 된 라석호의 마음은 설레였다. 얼마를 그렇게 걷던 강좌장이 라석호의 앞으로 다가왔다.

《내 오늘처럼 제자들앞에서 옹색해보기는 처음이요. 효과적인 대용점결제의 방안이 잘 떠오르지 않누만.》

나직이 뇌이는 강좌장의 목소리는 천근같이 무겁게 울렸다. 순간 라석호는 허전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너무 고심하지 마십시오. 선생님이 우리 일을 적극 지지해주신것만두 고맙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 늙은이를 위안할 생각을 마오. 자 우리 실험실로 가기요. 함께 방도를 찾아봅시다.》

강좌장은 날렵한 동작으로 옷걸이에서 실험복을 벗기더니 《자 처녀동무도 이걸 걸치오.》하고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그들은 곧 무기화학실험실로 향했다. 강좌장은 늙은이답지 않게 상큼상큼 발을 옮기며 저윽 열기띤 목소리로 말했다.

《석호동무도 알고있지만 우리의 연료화학은 초창기나 다름없소. 겨우 첫걸음을 뗐다고 할수 있지. 원래 화학공업의 기초가 약하니 이 부문에 침투할 사이가 없었소. 나두 연료화학엔 초학도나 다름없소. 지금 대학에선 학부에 새로나온 연료화학과를 담당하여 강의할 사람이 없어 야단이요. 이러한 때 무연탄가스화를 발기하고 중간시험단계까지 진입시킨것은 연료화학부문에서 하나의 기치라고 할수 있소. 연료화학을 어떤 자세로 지향시키며 발전시키겠는가 하는 명백한 발판이 생긴셈이지. 우리 당에서는 시종일관 무연탄을 가지고 화학공업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있는데 그에 웅변적인 답변을 준것이라구 나는 생각하오. 그렇지 않소. 석호동무?》

《네…》

그처럼 깊이 그리고 화학부문 전반과 련관시켜 분석해보지 못한 라석호는 어줍게 대답했다. 강좌장은 실험실에 들어가 긴장되고 섬세한 조작을 요하는 반응실험을 하면서도 연료화학의 실태와 여기서 무연탄가스화가 차지하는 몫에 대하여 거듭 강조했다. 화학기호와 방정식과 실험수치를 가지고만 학생들을 대하군 하여 메마르고 따분하기만 하던 옛 교사였다. 그들 셋은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점결제의 대용물질을 찾기 위한 반복실험을 하다가 창밖이 어둑해질무렵 실험실에서 나왔다. 효과적인 방안을 찾지 못한채 라석호와 금희를 바래주게 된 강좌장은 정문밖까지 따라나와 래일 다시 와달라고 거듭 량해를 구했다. 미안하기는 오히려 라석호와 금희쪽에서 더 컸다.

대학구내를 멀리 벗어났을 때 금희가 생각깊은 어조로 물었다.

《전 잘 리해되지 않는게 있어요. 연료화학에서 무연탄가스화가 하나의 기치와 같다고 하는데 그처럼 의의가 큰 일을 하면서 한대식선생은 왜 그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가요?》

《…》

자기의 상념속에 잠겨있던 라석호는 고개를 돌려 금희를 한번 쳐다볼뿐 대답을 못했다. 어떻게 하면 빠른시일안에 점결제의 대용물질을 찾아낼가 하는 급박한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웠던것이다.

《아마 연구사선생님은 저와 같은 조수는 말할 상대가 못된다고 여겼던가보지요?》

금희는 라석호가 묵묵히 걷기만 하자 자기나름의 해석을 했다. 그는 강좌장과 라석호의 불같은 질의응답을 곁에서 들으면서 그리고 경탄을 자아낼만큼 민첩하고 섬세하게 실험기구를 다루던 라석호를 보면서 자신은 아득한 낭아래 서있는듯 한 감이 들었던것이다.

《금희동무, 자신을 너무 하대하지 마오.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사회와 인류앞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있는지 종종 모르는 때가 많소.》

《그건 어떻게 하시는 알쏭달쏭한 말인가요?》

《뭐 알쏭달쏭한게 있소? 동무는 한대식선생의 조수로 있으면서 자신이 남보다 특이하고 비상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봤소? 그렇지는 않을게요. 생활은 그런거요.》

《암만 그래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처럼 중요하고 큰일을 하시는 연구사선생님을 일부 사람들은 왜 리해하려 하지 않을가요. 그가 하는 일을 진정 몰라서 그럴가요. 어떤 땐 연구사선생님이 막 측은해요. 과학연구사업이 그처럼 고되고 어렵고 사람들의 지지조차 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하겠어요.》

금희의 목소리는 의분에 떨리였다. 무연탄가스화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의에 대한 강좌장선생의 열광적인 태도에서 충격도 크고 생각되는바가 실로 많은 그였다. 돌이켜보면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탓해야 할것이다. 반년나마 연구사를 보좌한 자신으로서 누구보다 가스화에 조예가 깊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과연 자신이 알고있는것이 무엇인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방금 라석호에게 물어본것처럼 한대식연구사가 말해주지 않아서 가스화의 위치를 똑똑히 모르고있었는가. 그것은 되지도 않을 말이다. 그런 가스화를 파악할만 한 지식이 모자라서?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외삼촌인 로익두의 말을 듣고 한때 동요하고 경원시한데는 보다 심중한 근원이 있는것이다. 불현듯 해묵은 노란 잔디가 폭신히 깔려있던 성천강변 뚝이 떠오르며 추상같이 후려치던 라석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그때는 너무 분하고 억울하여 눈물을 뿌리며 달아났고 보름나마 그와 상대도 하지 않았었다.

금희는 슬며시 눈길을 들어 옆에서 걷고있는 라석호를 훔쳐봤다. 어둠이 짙어가는 이 호젓하고 기분 또한 앙양된 때 얄망궂게도 격노했던 그때의 목소리가 지꿎게 메아리쳐오는지 그지없이 민망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메아리가 수십배로 공명될수록 라석호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이 누를수 없이 솟구쳐올랐다. 솟구치는 그 감정은 강좌장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총명했던 그의 대학시절과 남다른 포부를 안고 현장에 뛰쳐나왔다는 평범치 않은 과거가 가미되면서 선망과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사동무-》

금희의 목소리는 그윽하고 부드러웠다. 며칠간이나마 그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가졌던 자신을 본인앞에 사죄하고싶었다.

《왜 그러오?》

《저… 대용점결제문제를 어떻게 하겠어요?》

금희는 왕청같은 말이 튀여나가자 입술을 감쳐물며 자신에게 화를 냈다.

《나두 지금 그 생각이요. 아무리 따져봐야 신통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누만.》

《기사동문 만들수 있어요. 꼭 만들어야 해요.》

금희는 반발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너무나 확정적인 그의 태도에 라석호는 걸음을 멈추기까지 했다. 그리고 따지기나하듯 그에게 바싹 다가서며 나직이 물었다.

《그렇게 믿소?》

《전 믿어요.》

《뭘 보구?》

《아이참, 꼭 대답을 받아야 하겠어요?》

금희는 활딱 붉어지는 얼굴을 얼른 옆으로 돌리며 제먼저 걸음을 옮겼다.

라석호는 처녀의 부드러운 체취를 느끼며 뒤따라 걸었다.

《그렇게 믿어주어 고맙소. 사실 우린 이제 더 물러설 자리가 없게 됐소. 우리 곧장 공장실험실로 갈가?》

《그러자요.》

그들이 통근차를 타고 다시 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도 이슥한 뒤였다.

구내등이 드문드문 켜져있는 공장구내는 조용했다. 저쪽 바다가에 나앉은 출하장쪽에서 파란 용접광이 승벽내기로 밤하늘에 빗질하고있었다.

휴계실의자에 앉아 고개방아를 찧고있던 석근수가 다급한 발걸음소리에 와뜰 놀라 깼다. 석근수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 금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입을 싸쥐며 못본척했다.

《이제들 오는가? 자네들 덕분에 한잠 푹 잤네.》

석근수는 두팔을 머리우로 쳐들며 시원스레 기지개를 켰다.

《대학에 갔던 소득은 어떤가?》

《뭐 별루… 그런데 왜 아직 여기 앉아계십니까?》

《반장이랑 모두 자네들을 기다리다 방금전에 들어갔네. 그러니 이젠 어쩔셈인가?》

라석호는 대학실험에서 확증한 실험실적방법과 문헌들에서 뽑아낸 자료를 기초로 하여 몇가지 방안을 설명했다.

알탄제조에 쓸수 있는 점결제로서는 현재 쓰고있는 팔프페액외에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다. 유기점결제로서 후민산소다와 원유잔사, 중유산화생성물들을 가공처리하여 쓸수 있고 무기점결제들인 진흙, 고령토, 물유리, 경소마그네샤, 소석회 등을 조화롭게 혼합하여 팔프페액을 대신할수 있는것이다. 이 물질들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변성처리해야 경제적효과성이 담보된 효능높은 점결제로 전환시킬수 있겠는지 그것이 미지의 문제였다.

라석호는 대학실험실에서 반복실험해본 후민산소다계통의 물질에 모를 박고 대용점결제를 만들어볼 결심이였다.

《금희도 공정기사와 같은 생각인가?》

라석호의 설명을 묵묵히 듣고난 석근수가 금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금희는 석근수의 꺼슬꺼슬한 손등을 두손으로 감싸쥐며 어느정도 확신이 생기니 너무 근심 말라고 했다.

《자네들 생각이 그렇다면 어디 시작해보게. 명심할건 쉽게 생각지 말라는거네. 연구사가 대용점결제를 쓸줄 몰라서 그 먼곳까지 고생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렇다구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구.》

대견한 눈길로 타이르듯 말한 석근수는 허리를 구붓하더니 의자밑에서 불룩한 배낭 하나를 끄집어내여 어깨에 걸멨다.

《공정기사, 내 아무래두 길주에 가봐야 할것 같네. 연구사선생일이 꼬이는것 같애.》

석근수의 이상한 행동을 뜨아하니 쳐다보던 라석호가 펄쩍 뛰였다.

《아바이 정신있습니까. 정 가야 할 일이면 젊은 동무를 보냅시다.》

금희도 석근수의 배낭을 끌어내리며 못간다고 막아나섰다.

《막지 말게. 여러모로 생각하구 결심했네. 길주부지배인이 나와 풋낯이나 있는 사람이야. 내 가서 그곳 형편을 인츰 알려주겠으니 그때까지 어떻든 로를 살려주게.》

석근수의 결심은 막을수가 없었다. 금희는 부진부진 구내길로 향하는 그의 곁에 따라나서며 근심을 놓지 못했다. 석근수가 걸음을 멈추며 금희의 어깨를 눌러세웠다.

《어쩐지 아바이를 보내는것이 죄를 짓는것 같아요.》

《허허, 맘 놔라. 발생로가 생산에 도입되여 열풍을 내뿜을 때까지 고뿔 한번 앓지 않겠으니.》

석근수는 가늘게 숨을 내쉬는 금희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보란듯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밤이 되여 그런지 그 모습이 억센 장정처럼 근엄한 기상을 안겨줬다. 석근수의 뒤모습이 구내 저쪽 외등빛에 사라졌을 때 라석호가 소리없이 다가왔다.

《괜찮을가요?》

《글쎄, 우리 힘으로 만류할수 없으니 어찌겠소.》

그들은 이날밤 공장실험실에 마주앉아있었다. 대용점결제를 찾아내기 위한 긴장한 사색과 실험은 잊을수 없는 리해와 인상을 남겼는데 그것으로 하여 두 심장은 하나의 맥박으로 뛰놀기 시작했다. 실험이 반복되고 밤이 깊어질수록 하나로 된 맥박은 더 세차게 고동쳤다. 자신들도 모르게 불쑥 생겨난 부정맥과 같은 이 이상한 박동을 그들 둘은 누가 감촉할세라 두려움속에 조심조심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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