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편 소 설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온 영 수

× ×

동이 터온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둔중한 포성이 새날을 맞이하는듯 싶다.

산마루에서 승용차가 멎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께서 내리신다. 부관과 위장복을 입은 사람이 그이를 따라섰다.

1951년 여름 어느날 이른새벽이다. 골짜기에서 산악의 숨결인양 무거운 안개가 피여오른다.

《전학태동무, 나는 적후에서 싸우는 동무들을 한시도 잊은적 없소. 기다리겠소.》

위장복을 입은 사람이 경건한 자세로 정중히 인사를 드리였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오대산유격대에서 보낸 련락원이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적후의 무장대오가 대렬을 정비보강하고 새로운 임무를 기다리고있다. 지난해 겨울 간고한 싸움을 하였다. 부대가 전멸될 위기에 처한 때도 있었다. 적들의 포위속에 들었던것이다. 지휘관들중의 한사람인 리일훈이 소부대를 이끌고 이틀동안에 백여리나 적을 유인하여 부대를 구출하였던것이다.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다가 총탄이 떨어진 그는 자폭하였다. 조국해방전쟁사에 기록할 위훈을 세운 영웅전사다.

전학태는 오대산유격대의 차후임무를 받기 위하여 왔던것이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그에게 리일훈과 적후에서 싸우다가 영웅적최후를 마친 전투원들의 투쟁자료와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가지고 다시 올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 남조선혁명가들이 전쟁승리를 위하여 바친 고귀한 삶을 빛내여주고싶으시였던것이다.

《동지를 찾은 기쁨과 기다리는 안타까움으로 사는게 우리가 아니요. 여기서 헤여집시다. 무사히 돌아와야 하오.》

《장군님, 전선길에 부디 안녕하십시오.》

《고맙소.》

전학태와 함께 정찰병들이 떠났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오래도록 바래우고나서 차에 오르시였다. 달리는 차창으로 새벽빛이 흘러든다.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성전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인민이다. 전선과 후방 어데 가나 영웅적위훈, 아름다운 소행을 보고 들을수 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어느 한 신문에서 보신 기사의 내용을 상기하시였다. 우리 녀성들의 희생정신은 얼마나 순결한것인가.

놈들의 비행기는 크지 않은 산골군 소재지에 수십발의 폭탄과 소이탄을 퍼부었다. 솟구치는 불길과 자욱한 연기속에서 사람들이 정신없이 뛰여다닌다.

물지게를 진 로인들, 동이며 함지를 인 녀인들, 초롱을 든 학생들 지어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든 어린아이들까지 달려간다.

《애육원이 불타오! … 빨리 아이들을 구원해야겠소! …》

애육원이 불길에 휩싸였다. 마당에서 보육원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찾으며 아우성이다. 기와를 올린 건물의 용마루에 달린 불이 기승을 부릴 때마다 보짱이 부러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금시 집이 통채로 허물어져내릴것만 같다. 초롱과 동이며 함지의 물들이 불길을 향해 날아가지만 퍼부을 때뿐 화염은 시뻘건 고개를 다시 쳐든다.

《아이들은… 다… 무사하오? …》

《한 애가… 세살짜리 처녀앤데… 어떤 녀자가 저 불속으로 뛰여들어갔어요.》

이글거리는 불길속에 두 생명이 있다는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어쩔바를 몰랐다.

《물! … 불을 꺼야 하오!》

그 소리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롱과 동이가 배로 늘어났다. 초인간적힘이 발휘되였다. 화염을 맞받아나가는 사람들의 기상앞에 불길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폭격속에서 구원한 아이들을 병아리 품듯 하고 서있던 보육원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저기… 살아있어요!》

놀라운 광경이였다. 불길속을 헤치며 아이를 안은 녀인이 달려나왔다. 그 모습은 불새를 방불케 했다.

《물을 끼얹소! … 덤비지 말고…》

아이를 구원한 녀인은 기운이 진하여 두무릎을 꺾으며 주저앉았다. 어찌나 꽉 그러안았던지 보육원이 아이를 넘겨받자고 했지만 허사였다.

고개를 숙인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녀인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지?》

연기에 그슬린 아이는 초롱초롱한 두눈을 깜빡이며 하얀 이발을 드러낸채 웃기까지 했다. 죽음이 어떤것인지 모르는 천진한 모습이였다.

《옥이…》

녀인은 아이를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됐다. 다친데는 없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마다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였다.

보육원이 녀인의 두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하마트면…》

미소를 지은 녀인이 《다행이예요, 애들이 다 무사하다니…》 하며 일어섰다. 수수한 치마저고리차림인데 군용가방을 멨다. 불끄기를 지휘한 장년의 남자가 녀인앞에 나섰다. 어데서 무슨 일을 하는 누구인가고 묻자 녀인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저도 어머니예요. 자식을 가진…》

얼마나 훌륭한 녀성인가. 이들이 우리 인민이다. 인민을 알고 인민을 위하여 인민의 힘을 믿고 싸울 때 백전백승하는것이다.

불변의 이 진리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있는것인가. 그이께서는 숭엄한 사색에 잠기신채 다가오는 험준한 산발들을 바라보시였다.

× ×

탄피등잔이 방안을 밝혀주고있다. 작은 책상둘레에 앉은 네사람의 그림자가 벽에서 흔들거린다. 반백의 체소한 편집부장이 기사를 읽고있었다.

《… 나는 세계민주녀성대표단 성원으로 조선을 방문한 영국의 첫 어머니로서 말한다. 미국과 그 동맹국으로 이루어진 <유엔군>이 조선에서 벌리고있는 야수적인 전쟁을 당장 중지하여야 한다. 평화적주민들에 대한 살륙만행은 전대미문의 반인륜적죄악이다. 부모를 잃은 전재고아들, 사랑하는 아들딸들을 빼앗긴 어머니들의 피눈물로 씌여질 력사는 침략자들의 죄행을 고발할것이다.

영국의 어머니들이여, 아들들을 조선전쟁에 보내지 말라! … 아주 좋소. 녀성들을 위한 우리 잡지의 내용과 품위를 높일수 있게 됐소. 순진동무의 기사에 만족하오.》

좌중에는 녀성기자가 한명뿐이다. 두손을 포개여 상우에 얹은 유순진의 얼굴은 수집은듯 상기되였다. 약간 도드라진 희고 넓은 이마가 고집스럽게 보인다면 가볍게 다물린 입술과 호수와 같이 깊어보이는 한쌍의 눈동자는 침착하고 리지적인 성격을 느낄수 있게 했다.

《기사가 아니라 번역한 자료입니다.》

《순진동무만이 할수 있는 일이요.》

《너무 띄우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코가 높다는 말이 도는데…》

《그건 걱정마오. 우리 편집부를 위해 코마루를 더 높여주기 바라오.》

《뒤로 넘어가는걸 보자고 그래요, 정말.》

유순진의 그 말에 모두 유쾌한 웃음을 웃자 편집부장은 모임을 끝냈다.

《순진동무, 유정한 밤인데 함께 산보를 하지 않겠소?》

《교정부에 있는 애인이 시샘하지 않는다면 생각해보지요. 어때요?》

익살군 남성기자들이 손을 쳐들어보이며 사라지자 유순진도 밖으로 나왔다.

여름 밤, 달빛어린 숲속길을 밟으며 유순진은 걸음을 옮겼다. 밤바람은 악기의 활마냥 숲을 현으로 그으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고요한 정서는 그의 심중을 흔들고있다.

걸음을 멈추고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는 아름드리 소나무에 기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의식의 광야에서 걸어오는 발자국소리, 가슴속으로 흘러드는 뜨거운 입김, 열정과 랑만으로 웃는 눈동자, 뜨겁게 심장을 울려주는 정다운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 승리의 날이 눈앞에 다가왔소. 우리 아이들은 통일된 나라에서 살게 될거요.》

《그래요. 대학의 교정도 텅 비였어요. 전선에 탄원했거던요. 저도 입대할 결심이예요. 제자들앞에 떳떳해야지요.》

《옳소. 후대들과 자식들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오. 나는 조직의 새로운 지시를 받았소. 떠나야 하오.》

《잘 싸워주세요.》

승리의 희열에 넘쳐 웃으며 헤여졌다. 열광의 파도에 잠겼던 서울의 그밤, 그 순간이 영원히 다시 올수 없는 리별로 될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진리를 갈망하며 몸부림친 사나이, 사랑만이 아닌 넋을 심어준 남편, 유순진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있었다.

《여보, 망국의 수난속에서 짓밟혀온 우리 백성들은 해방된 오늘도 갈길을 몰라 방황하고있소. 겨레가 단결의 구심점을 찾아 몸부림칠 때 우리의 머리우에 찬란한 태양이 솟아올랐소. 그분은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이시오. 나는 평양에 가서 참다운 인민의 나라, 인민의 정치를 보았소. 우리 백성들이 한마음 장군님만을 받들어모실 때 민족의 분렬을 막고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주의 새 나라를 세울수 있다고 나는 확신했소!》

삶의 등불을 찾은 부부는 진정 불같이 살았다.

적후에서 싸우던 남편이 희생되였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그는 피눈물을 씹어삼키며 부르짖었다.

《아니예요. 그인 죽지 않았어요. … 죽을수 없어요!》

비보를 안고 온 사람은 남편과 함께 싸운 전우였다. 유순진도 잘 아는 사람, 해방전 이국땅에서 고학을 함께 한 학우였던것이다.

《순진동무, 마음을 굳게 가지오.》

유순진은 피눈물을 삼키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기만 살아있다는것은 고통이였다. 온몸은 비분으로 떨렸다.

《기어이 그이의 곁으로 가겠어요. … 기다릴거예요!》

영원히 꺼지지 않을 사랑의 불길을 간직한 그의 심장은 증오로 타번지기 시작했다.

숲의 고요한 설레임속에 밤새들의 울음소리가 이산저산에서 화답한다. 남편과 자식들이 부르는 목소리같이 들린다.

달빛어린 유순진의 얼굴로 한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어린 두 자식의 얼굴이 사물사물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치마꼬리를 놓지 않고 따라다니던 세살잡이 남순이의 입김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여섯살 난 남혁이는 어머니가 책을 읽을 때면 눈을 감고 외국어단어를 암송했다. 너무도 총명하여 누구나 칭찬하였다.

어린 남순이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렀다. 사랑하는 자식들은 그들부부의 기쁨이였다.

유순진은 이따금 남편과 옥신각신하였는데 자식들의 앞날을 놓고 벌리는 서로의 고집이였다. 가정의 그 행복을 다시는 누릴수 없단 말인가. …

유순진의 이웃에는 《평산집》이라고 부르는 마음씨 고운 녀인이 있었다. 유순진보다 다섯살 우인 녀자인데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살았다.

서울이 해방되자 녀인은 이렇게 말하군 하였다.

《38˚선도 열렸으니 난 친정에 가겠어. 사람의 정이란 이상한거예요. 헤여지면 남혁이와 남순이를 못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눈물이 앞서요.》

정들인 사람들이 헤여지는것도 괴로움이다. 유순진은 평산집의 손을 잡고 눈물짓군 했다.

그무렵 유순진은 무척 바삐 지냈다. 해방된 도시에 인민정권이 수립되고 그는 교육부에서 일했다.

의용군입대를 여러번 제기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9월 중순 유순진은 의용군 한 대오를 인솔하여 대전남쪽 영동계선에 도착시키고 돌아올데 대한 임무를 받았다.

그곳에 인민군야전병원이 있었다.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처녀들로 이루어진 대오를 인계받은 그는 밤중으로 떠나야 했다.

긴급한 임무를 받은 그가 집으로 달려오니 고마운 평산집이 아이들을 데려다 자기 집에서 재우고있었다.

《저녁은 먹였어요. 남혁이가 정말 기특해요. 남순이 밥은 제가 먹여주더구만. 오빠라고 밥술을 입에 떠넣어주는게… 머리가 총명하지, 마음씨 착하지. 동생은 자식복을 타고났어요.》

남혁이의 곁에 누운 남순이는 무슨 꿈을 꾸는지 《엄마.》 하고 찾고는 해시시 웃었다.

유순진은 아이들을 깨우려다말고 평산집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차로 떠나니 이틀이면 돌아올거예요.》

《걱정말라구. 내가 어련히 잘 봐주지 않으리. 바쁜 길인데 어서 떠나라요.》

《고마와요. 언니.》

마음이 놓인 유순진은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정겹게 내려다보고나서 일어섰다. 순간 이상한 마음의 충동이 걸음을 뗄수 없게 하였다.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여 잠든 남순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엄마의 체온을 느꼈던지 입을 오물거리며 새근새근 깊은 잠을 잤다.

마당에 나선 그가 몇걸음 옮기는데 작은 손이 치마자락을 잡았다. 남혁이였다. 까만 눈동자가 말없이 쳐다보고있었다.

《남순이가 깨여나지 않았니?》

남혁이는 고개만 가로저었다. 무릎을 꺾으며 앉은 유순진은 아들애의 머리를 살뜰히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큰엄마와 있거라. 엄만 래일 돌아온다. 뭘 가져다줄가?》

《빨리 와야 해. 남순이가 울면 어쩌니.》

《그래, 그래. 남혁인 정말 용아. 동생을 고와하니 말이야.》

《내가 업어줄테야. 엄마가 올 때까지.》

철부지 아들애에게 철없는 딸을 맡기고 떠나는 어머니였다. 래일 돌아오마 한 약속이 자식들에게 남긴 마지막말이 되였다.

유순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였다. 감상적이던 심리는 사라지고 마음속엔 광풍에도 드놀지 않을 바위가 자리잡았다. 복수의 맹세로 세운 신념의 절벽에 사랑하는 남편에게 보내는 글발을 새기고있다. 어디에 있어요, 대답하세요. 제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과 한 약속을 절대로 잊지 않겠어요. 자식들앞에 떳떳이 살자고 한 그 언약을 뼈에 새겼어요. 밤새들의 저 울음소리는 애들이 이 엄마를 찾는 소리예요.

밤바람에 유순진의 머리카락이 나붓긴다. 전선에서 싸우는 녀성들은 얼마나 많은가. 손에 총을 잡자. 원쑤를 갚아야 한다. 종군기자로 일할수도 있지 않는가. 그이와 자식들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 ×

미국은 전쟁 1년간 제2차 세계대전기간에 소모한 병력과 군사장비의 절반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지만 패배의 수치를 모면하기 위하여 《정전담판》의 막뒤에서 대규모적인 《하기공세》를 준비하고있었다. 전쟁승리의 날까지는 멀고 험난한 길을 헤쳐야 하는 우리 군대와 인민이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놈들의 폭격으로 벌거숭이가 된 창광산언덕길을 오르신다. 재더미로 되여가는 수도 평양이다. 그이의 뒤를 따라걷는 내각과 수도반항공부대 지휘관들, 내무성 일군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어제 하루사이 세차례 공습을 받았다. 대동강건너 동평양지구에서는 불끄기전투를 지금도 벌리고있다. 진회색상의단추를 차례로 벗기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두손으로 허리를 짚으신채 상처입은 수도의 전경을 바라보시였다. 말씀은 없고 이따금 장화를 신은 발을 구르신다.

《폭격피해를 제일 많이 입은 곳이 어데요?》

한 일군이 조심스럽게 대답을 드리였다.

《선교리입니다. 그리고…》

그이께서 내무성 장령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내무성이 일을 바로하지 못하고있소. 관점이 똑바로 서있지 않았거던. 동무들이 보고한 자료들을 보았소. 인명피해는 십여명에 불과하다. … 옳지 않소!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것이 동무들의 임무가 아니요. 한두번만 강조하지 않았소. 공습경보체계, 대피질서수립, 방공호건설…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겠소.》

《알았습니다.》

죄책에 잠긴 내무성 장령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고사포진지가 보이는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반항공부대 지휘관이 따라서며 고사포들의 배치정형과 화력밀도에 대하여 보고드린다.

창광산마루에 올라서신 그이께서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전쟁이 가져다준 교훈은 참으로 큰것이다. 평양시에 적들의 그 어떤 타격에도 끄떡하지 않는 반항공 지하구조물을 건설해야 한다. 평화시기에는 지하철도로 리용하면 교통문제도 해결할수 있다. 지금부터 기술력량을 꾸려야 하며 지질탐사와 설계, 건설방향도 세워야 한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구상을 일군들에게 설명하고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오늘 총참모부작전회의에서는 수도의 반항공무력을 증강배치할데 대한 문제를 토의할것입니다. 내각에서는 폭격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하겠습니다. 모든 일군들은 인민에 대한 사랑, 인민에 대한 헌신적인 복무정신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김일성장군님의 간곡한 말씀은 일군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자기들이 지닌 본분과 자각을 지켜나갈 결의에 충만된 눈길들이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승용차에 오르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부관에게 물으시였다.

《신문기사를 읽고 육아원에서 어린애를 구원한 녀성이 누구인지 찾으라고 했는데 알아보았소?》

《진평군인민위원회 서기장이 얼마나 감동되였던지 신문에 내게 하고는 검질기게 찾아다니여 끝내 알아냈습니다.》

《그렇소? 누구요?》

부관은 흥분된 심정을 누르지 못하며 대답했다.

《유순진동무였습니다.》

《응? … 유순진? …》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무척 놀라시였다. 생면부지의 인물로 생각하시였는데 너무도 잘 아는 녀성이기때문이였다.

《그게 사실이요?》

《그렇습니다. 취재길에 정황이 발생했던것입니다. 그는 군인민위원회 서기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기의 신분이 기자인것만큼 더이상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고 합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승용차의 등받이에 기대시며 유순진의 이름을 되뇌이시고는 《좋은 동무요. 훌륭한 동무요.》하고 말씀하시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유순진을 처음 만나신것은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고산진에서였다. 조국의 운명이 준엄한 시련을 겪고있던시기, 자주의 신념을 가지고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만 전쟁의 국면을 돌려세울수 있었다.

그 시기 남조선의 수많은 정치인들과 학자들, 언론계인사들과 문예인들이 당의 품을 찾아왔다. 그들속에 의용군녀병사들을 인솔해온 유순진도 있었다.

어느날 저녁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의용군녀병사들의 숙영지를 찾으시였다. 뒤늦게 도착한 그들은 반토굴식병실을 짓고있었다. 뜻밖에 김일성장군님을 뵙게 된 의용군녀병사들은 어버이품에 안기여 격정을 터뜨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였다.

《동무들,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소!》

《장군님! …》

《고생들이 많았겠소. 어디 봅시다. 손이 다 텄구만. 겨울군복부터 공급받아야겠소. 대렬책임자가 누구요?》

《접니다. 장군님!》

유순진이 장군님앞에 나섰다.

《수고했소. 이름은 어떻게 부르오?》

《유순진입니다.》

《유순진… 우리에겐 지금 부족한것이 많소. 그렇지만 동무들은 애로되는것이 있으면 다 말하오. 내가 해결해주겠소.》

김일성장군님의 다심한 말씀에 유순진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들먹이였다. 의용군병사들에게 돌려주시는 어버이사랑이 너무도 고마웠던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순진은 절절하게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저희들의 오락회를 보아주십시오.》

《오락회라? … 노래를 부르겠단 말이지. 좋소. 어서 시작하오.》

녀병사들은 너무 기뻐서 손벽을 치며 작은 불무지곁에 장군님을 모시였다.

자리가 정돈되자 유순진이 그이께 정중히 인사를 하고 말씀드렸다.

《장군님, 우리들이 걸은 북으로의 천리길은 진리를 찾아서 걸은 신념의 길이였습니다. 저희들의 흠모의 마음을 담은 합창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첫 순서로 부르겠습니다.》

의용군녀병사들이 부르는 노래는 순결한 심장들이 터뜨리는 다함없는 경모의 분출이였다.

오락회의 종목이 바뀔 때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제일먼저 박수를 쳐주시며 《하나같은 재간둥이들이요. 정말 잘 부르는구만.》 하고 기뻐하시였다.

악기는 없어도 입장단, 발장단에 흥겨운 률동을 반주로 한 오락회는 희열과 랑만으로 넘쳐났다.

애어린 녀병사가 소개하자 유순진이 나와섰다. 침착하면서도 단아한 모습, 리지적인 미소, 모아잡은 두손을 가슴에 댄 그가 약간 갈린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푸른 숲속 몰래 핀 한떨기 백합

          순결인가 꽃잎새 변함없을 맘

          모진 바람 불어도 꿋꿋한 기개

          다음 차례 네 꽃도 너를 닮으리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사색에 잠기여 유순진의 노래를 음미하시였다. 은근하면서도 간절하게 울리는 선률속의 가사가 깊은 뜻을 담고있었다. 의용군녀병사들과 자리를 같이하신 그이께서는 유순진에 대하여 알아보시였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지식인, 제자들을 비롯한 의용군녀병사들을 끝까지 이끌고 시련의 고비를 넘으며 최고사령부를 찾아왔던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두 자식과 헤여진 사실을 들으신 그이의 마음은 아프시였다. 철부지 어린것들의 생사여부도 모르는 어머니의 심정이 오죽하랴.

하건만 저렇듯 밝게 웃으며 노래를 부른다. 그 웃음뒤에 자리잡은 눈물을 보고계시였다.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녀성인가. 가슴속에 고인 그 눈물을 가셔줄수 없단 말인가.

오락회가 끝나자 그이께서는 유순진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동무를 알게 되여 기쁘오.》

《!! …》

《애들이 얼마나 보고싶겠소. 그런데도 나를 위해주느라고 노래를 불러주니 오늘따라 어깨가 더 무거워지오.》

유순진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짧은 오락회시간에 평범한 녀성의 고심까지 헤아려주시는 어버이장군님이시였다.

전쟁의 중하를 한몸에 지니신 장군님께 근심을 끼쳐드리고 있는것으로 하여 송구스러워진 유순진은 마음을 다잡았다.

《저희들은 모든것을 각오하고있습니다. 오직 한마음 장군님만 끝까지 믿고 따르겠습니다.》

《고맙소! 순진동무, 동무들은 나에게 큰 힘을 주었소. 조국과 민족의 운명, 우리 자식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소. 오늘 동무들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인민이 있고 동지가 있는 한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을 더욱 굳게 하였소.》

《장군님!》

승용차의 제동소리에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상념에서 깨여나시였다. 총참모부작전회의를 진행할 련합부대지휘부에 도착한것이다.

영접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며 유순진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시였다. 고산진에서 부대들이 재편성될 때 그는 출판사에 배치되였다.

그후 출판보도부문 일군들을 접견하는 기회에 여러번 만나시였다. 재능있는 기자로 활동하는 유순진이다. 그를 만날 때마다 마음속에 걸려있는것이 내려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는 그이이시다.

유순진이 두고 온 자식들을 찾자고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시였다. 여러 조직선을 통하여 알아보고있지만 아이들을 서울에서 찾지 못하고있다. 네살, 일곱살잡이 어린것들이 살아있다면 어데서 방황하고있을것이다.

부관이 그이의 사색을 방해할가봐 조심스럽게 보고드리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전학태동무가 도착하였답니다.》

《알겠소. 회의가 끝나면 만나겠다고 전하시오.》

《알았습니다.》

총참모부작전회의를 결속하시며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오늘 회의에서는 적들의 <하기공세>를 짓부시기 위한 전략적과업과 수도의 반항공능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하여 인민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문제들을 토의하고 해당한 대책들을 세웠소. …》

자리에서 일어서신 그이께서는 방안을 거니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세력들은 군사기술적우세를 믿고 광분하고있지만 우리가 믿는것은 당과 군대와 인민의 통일단결된 힘이요. 혁명군대 지휘관의 첫째가는 풍모가 애병정신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민들은 나와 동무들을 믿고 사랑하는 아들딸들을 맡겼습니다.

관병일치는 병사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관점이 바로설 때에만 훌륭히 발휘될수 있습니다. 전군에 동지애의 미풍이 차넘치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지휘관들이 돌아가자 그이께서는 전학태를 부르시였다.

정중히 인사를 드리는 그의 손을 잡으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따뜻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수고가 많았소. 어서 앉소.》

전학태는 적구에서 가져온것을 집무탁우에 내놓았다. 총탄에 구멍이 뚫린 야전가방, 피로 얼룩진 전투기록장들과 편지들, 그속에는 리일훈의 일기장도 있었다. 불굴의 전사들이 남긴 유물이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무거운 눈길로 굽어보시며 한동안 쓸어만지시다가 전투기록장을 펼치시였다.

《1950년 11월 26일, 부대는 오대산 함박골일대에서 적들의 포위에 듬. 17시부터 적들의 박격포사격이 시작되였음.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 부대는 전멸위기에 처하였음. 리일훈이 인솔한 소부대가 포위를 뚫고 배후로 진출. …》

《1950년 11월 28일. 지도좌표 37-29, 백운산에서 리일훈의 소부대는 적들과 마지막격전을 벌림. 총탄이 떨어진 리일훈은 자폭하였음. …》

오대산유격대의 피어린 투쟁을 기록한 글발이였다. 조국의 장한 아들들, 그들의 이름은 청사에 길이 남아있을것이다.

리일훈의 일기장갈피를 번지시던 그이의 손길이 떨리며 멎었다. 한장의 사진, 사진속에서 웃고있는 다정한 부부, 귀여운 두 자식을 안고있다.

《이게 누구요?》

《리일훈동지의 가족사진입니다.》

《이 녀성이 누군가고 묻는거요.》

《유순진이라고… 일훈동지의 안해…》

전학태의 대답을 들으시며 그이께서는 유순진의 모습을 다시 보시였다. 적구에서 희생된 전사의 안해가 유순진이였단 말인가. 자신께서 마음써오시는 사람들이기에 그 인간들에게 차례진 불행이 더욱 괴로우시였다. 하건만 사진속의 두 사람은 웃고있었다. 행복에 넘친 밝은 미소, 순결한 그 눈동자가 무슨 말인가를 하고있다. 장군님, 마음쓰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행복합니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유순진은 리일훈의 안해였다. 철부지 어린 자식들과 생리별한 그에게서 남편마저 앗아가다니, 상실의 이 아픔을 그가 어떻게 이겨나가겠는가.

《전학태동무도 순진동무를 아오?》

《리일훈동지는 선배고 순진동무는 저와 동창입니다.》

《그랬구만. 가슴이 아프오. 이 사실을 그가 알면… 어떻게 알려주겠소?! …》

자리에서 일어난 전학태는 고개를 숙이며 힘겹게 말했다.

《그 동문… 알고있습니다. …》

《어떻게?》

《제가 전번에 들어왔을 때 우연히 만났습니다.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전학태의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시였다. 가슴아픈 사연을 알려주지 않으면 안됐던 그의 마음인들 어떠했겠는가.

《마음고생 많은 순진동무인데 봐가며 알려줄걸 그러지 않았소?》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것 같지 않아서… 진실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창가로 걸어가신 그이께서는 이윽토록 남쪽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옳은 말이다. 준엄한 전쟁이 사람들에게 불행을 들씌우지만 불사신처럼 일어나 싸우는 인민이다.

전학태의 말대로 유순진은 강의한 인간으로 성장하고있다. 그러나 한 녀성의 인생자욱에 고인 피눈물은 세월이 흘러도 마르지 않을것이다.

창가에서 돌아서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전학태의 어깨를 눌러 앉히시고는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물으시였다.

《순진동무와 그의 가정에 대해… 무엇이든 좋으니 들려주오.》

전학태는 이 순간 장군님의 무거운 심중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드릴 생각으로 유순진의 가정과 이어진 추억들중에서 인상깊은 생활세부를 생각해냈다.

리일훈이 세번째로 평양을 다녀온 1948년 여름 어느날이였다.

전학태가 찾아가니 뜻밖의 소동이 일어났다. 아이들이 없어졌던것이다. 점심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전학태도 그들부부와 함께 뛰여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우익깡패들이 아이들까지 유괴하여 진보적인사들을 협박하는 서울형편이니 유순진은 제정신이 아니였다.

맥이 진한 세사람이 집마당에서 의논하고있는데 남혁이가 제 동생 손을 잡고 천연스럽게 나타나는통에 아연해지고말았다.

어델 갔댔느냐고 물으니 아이들의 대답이 걸작이였다. 창경원에 가서 동물구경을 하고 온다는것이다.

화가 치민 유순진이 회초리를 쳐들자 리일훈은 껄껄 웃었다.

《여보, 내가 뭐라고 했소. 우리 남혁이는 외교관이 아니라 군인재목이란 말이요. 자기 위치판정이 정확하거던. 행군로정이 명백하지 않소. 똑똑해. 아주 좋아! 하하하.》

《당신 뜻대로 키우세요. 그러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는것만은 명심하세요.》

유순진은 자식들을 두둔하는 남편을 원망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그래야지. 그러나 스승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제자들의 창조성이 낮아진다는것도 잊지 마오.》

머루알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던 남순이가 창경원에서 본 공작새 흉내를 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참으로 신통했다.

《보오, 보란 말이요. 남순이는 당신 결심에 맡기오.》

《정말 애들을 어루만지기만 하겠어요? 속에 재가 앉았댔는데.》

유순진은 남편의 잔등을 종주먹으로 두드리며 시름을 놓고 울며 웃었다. …

전학태의 이야기를 들으신 그이의 마음은 더욱 아프시였다. 얼마나 단란한 가정이였는가. 사랑하는 자식들의 앞날은 그들부부의 아름다운 희망이였다.

《학태동무, 동문 어떤 때가 제일 괴롭소?》

그이의 물음을 받은 전학태의 온몸이 굳어지였다.

대답을 드릴 준비가 되여있지 못한 그는 자신없이 입을 열었다.

《함께 싸우던 전우가… 희생되였을 때…》

《옳소. 나는 참으로 많은 동지들을 잃었소. 만저우(만주)광야에는 오늘도 나의 전우들이 봉분조차 쓰지 못한채 누워있소. … 동지들의 불행을 보면서 가셔주지 못하는것이 나의 가장 큰 괴로움이요. 리일훈동무가 안해와 자식들이 헤여져 생사여부도 모른다는것을 안다면… 그의 유물만 이렇게 놓여있으니 내 가슴은 더 아프오.》

전학태는 목이 울컥 메여올라 고개를 푹 숙이였다.

그이의 심중에서 울려나오는 절절한 말씀이 심장을 세차게 두드리고있었던것이였다. 마음속에 안고 사시는 아픔이 얼마나 크셨으면 자기같은 사람앞에서까지 하소하시랴 하는 생각으로 하여 눈물이 솟구쳤다. 어느 누가 위대한 인간, 민족의 어버이가 안고계시는 시름을 다 알랴.

《학태동무, 나는 순진동무의 어린 자식들을 꼭 찾아주고 싶소.》

전학태는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그이의 심려를 덜어드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과 같은 형편에서 아이들을 찾아낼 방도가 좀체로 떠오르지 않았다.

《적후에 있는 동무들에게도 과업을 주었소. 내 생각엔 아이들의 얼굴을 잘 아는 동무가 나섰으면 하는데 어떻소?》

《제가 말입니까? … 저는 전선을 다시 넘어가야 할…》

《그건 바쁘지 않소. 우리 함께 방도를 의논해봅시다. 순진동무는 이웃에 사는 녀인에게 애들을 맡겼소. 그 녀인의 친정은 평산일것이요. 전쟁국면이 급변하는 형편에서 애들과 함께 후퇴길에 올랐을수 있소. 물론 한가닥 기대에 불과하지만… 정성이면 돌우에도 꽃을 피운다지 않소. 찾아봅시다. 한시가 급하오.》

전학태는 신비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자기를 보았다. 그것은 인민적수령이 지닌 고결한 풍모를 절감하는 흠모의 감정이였다. 동서고금 어느 전쟁사를 펼쳐보아도 한 나라의 최고령도자가 이름없는 평범한 녀성의 자식을 찾아주려고 마음을 쓴 일은 없다. 전쟁인데 무슨 불행인들 없겠는가. 고아가 생겨나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눈물이 흐르고… 바로 그 피눈물을 밟고 넘어가는것이 전쟁이 아닌가. 하건만 우리 민족의 어버이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동지에 대한 사랑, 인민에 대한 사랑을 안으시고 준엄한 전쟁을 승리에로 이끌고계신다.

《학태동무, 어떻소. 방도가 생각나지 않소? 아이들은 꼭 찾아야 하오. 우리를 믿고 찾아온 순진동무요. 우리 위업의 정당성을 확신하며 최후를 마친 리일훈동무요.》

《장군님! … 장군님의 그 사랑이 있어 저희들은 적후에서 사선의 고비들을 넘을수 있었습니다.》

《내 말이 리해되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배가 항로를 찾았을 때의 심정입니다.》

감격해하는 전학태의 모습을 믿음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던 김일성장군님께서 그의 손을 잡아주시였다.

《내 마음을 알아주어 정말 고맙소. 황해도 당, 정권기관과 내무기관에도 지시를 주겠소.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기다리겠소.》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마당까지 나오시여 전학태를 바래워주시였다. 리일훈이 최후에 남긴 말이 그이의 사색을 숭엄한 세계로 이끌어갔다.

《사랑하는 나의 전우들! 우리는 부끄럼없이 살았다. 민족의 아들로 정의를 위하여 싸우다 떳떳이 죽는다. 한을 남긴다면 통일된 조국을 보지 못하고 가는것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후대들은 하나된 강토에서 자손만대 길이 번영할것이다. 김일성장군 만세! …》

충신은 뜻을 남기고 간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생명보다 귀중히 여기는 사람은 그 어떤 역경속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렇게 산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리일훈은 불굴의 지조를 간직한 사나이였다. 그 남편에 그 안해라고 해야 할 유순진이다. 불타는 집에 뛰여들어 어린 생명을 구원할 결심을 할 때 무엇을 생각하였겠는가. 자신을 바칠 각오가 되여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희생정신이 나올수 없다. 헌신은 신념의 발현이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걸음을 옮기시며 유순진이 불렀던 노래의 한구절을 더듬어보시였다.

          …

          모진 바람 불어도 꿋꿋한 기개

          다음 차례 네 꽃도 너를 닮으리

참으로 깊은 뜻을 담은 노래다. 자식들에게 남편의 넋을 물려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간절한 심정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으시였다. 반드시 풀어주어야 할 소원이다. 유순진의 품에 사랑하는 자식들을 안겨준다면 오대산영웅의 령혼도 편히 잠들리라.

× ×

유순진은 오늘 국제조사단에 망라된 외국인들과 함께 육아원과 초등학원을 돌아보았다.

전쟁을 하고있는 나라에 전재고아들을 국가가 맡아서 키우는 시책이 있다는 현실을 목격한 외국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자선생, 조선은 방랑하는 전재고아들이 없는 나라라고 보아야 합니까?》

《당신들의 견해에 맡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은 우리 조선을 너무도 모르기때문입니다.》

《설명해주십시오. 기자선생.》

《우리 조선을 알자면 인간증오의 세상에서 인간사랑의 세계로 돌아와야 합니다.》

외국인들은 그의 대답에 놀라움의 표시로 두손만 벌리였다.

유순진은 우리 조선이라는 말을 할 때 크나큰 자부를 느낄수 있었다.

취재를 끝내고 출판사에 돌아오니 뜻밖의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부관이 자기를 맞이하는것이였다.

《순진동무, 그새 잘 있었소?》

인상좋은 부관의 인사에 그는 앞서는 의혹을 물리치며 반가움을 터뜨렸다.

《어떻게 여기엘 다 오셨습니까?》

《순진동무, 나와 같이 갑시다.》

《어데로…》

영문을 몰라하는 그에게 바쁜 손짓을 해보인 부관이 먼저 차에 올랐다.

《무슨 일입니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유순진은 자기가 무슨 일로 가는지 전혀 알수 없었다.

흥부동골안에 이르자 그의 마음은 저으기 긴장되였다.

내각의 회의실과 야외부속건물들이 보였던것이다. 이곳에서 여러차례 어버이장군님을 만나뵈웠다. 그의 심중에서는 흥분의 회오리가 일고있었다.

부관은 그를 데리고 어느 한 건물로 갔다. 자그마한 식사칸이 달린 취사장앞에서 부관이 멎어섰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여주는것이였다.

유순진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식사계획표요. 동무가 직접 만들어야 하겠소. 여기 후방책임자에게 말했으니 식당을 리용하면 되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어떤 착오가 생겼다. 설마 기자인 나를 료리사자리에야 세우겠는가.

《부관동지, 이건… 저야 글쓸줄이나 알았지… 호호… 전 음식솜씨만은 부끄러울만큼… 정말 자신없습니다.》

부관이 유순진의 눈길을 슬며시 피하며 갈린 소리로 말했다.

《장군님께서 동무에게 주신 과업이요.》

《예? …》

한손을 내저어 보인 부관이 성급히 걸어가더니 차에 올랐다.

유순진은 한동안 얼없이 서있었다. 장군님께서 주신 임무라는 생각이 들자 서둘러 종이를 펼치였다.

순간 그의 심장은 세차게 높뛰였다. 장군님의 필체를 눈에 익힌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읽었다. 자기에게 차례진 식사계획표가 무엇을 의미할가 생각해보았지만 추측조차 할수 없었다.

취사장에는 음식감들이 다 준비되여있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가 나지 않아 한동안 멍청히 서있던 그는 혼자 웃고나서 소매를 거두었다. 저녁식사준비를 하자면 서둘러야 했다. 부엌일도 오래간만에 한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찌르르 해났다. 자식들생각이 났던것이다. 남혁이와 남순이는 다같이 송편을 맛있어했다.

식사계획표에도 떡이 있기에 그는 송편을 빚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만든 송편이 제일 맛있지?》

귀전을 두드리며 들려오는 남혁의 목소리에 남순이가 또랑또랑 대답한다.

《응, 야- 곱다. 우리 엄마 얼굴같이 고와.》

유순진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였다. 그리움으로 목놓아 울고싶던 때도 지나고 체념이 생겼는지 모른다. 육아원과 초등학원의 원아들을 만날 때면 어린 자식들을 두고 간 부모들을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잃었고 그 얼마나 많은 녀인들이 사랑하는 자식들을 빼앗겼는가.

나 하나가 당하는 불행이 아니다. 피눈물을 삼키며 분연히 일어선 이 나라 녀성들이다. 나도 그들속의 한 어머니다. 후대들의 눈동자에 어머니라고 불리울 어머니로 비껴야 한다.

받은 과업대로 만든 음식을 차려놓던 유순진은 그제야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나같이 아이들이나 좋아할 음식가지들이였던것이다.

무심히 만들었다. 장군님께서 왜 나에게 이 일을 맡기시였을가. 의혹이 머리를 쳐들자 가슴은 걷잡을수 없게 높뛰기 시작하였다. 앞치마를 벗어놓은 그는 취사장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다 두손으로 입을 싸쥐였다.

갱도쪽 마당에 장군님께서 서계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 나오시였구나! 솟구쳐오르는 격정을 누르며 유순진은 움직일줄 몰랐다.

불타는 노을속에 서계시는 장군님이시다. 이따금 시계를 보신다. 누구를 기다리시는것이 아닐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문설주에 기대여선 유순진은 이상하게 높뛰는 가슴을 두손으로 누른채 눈을 감았다. 억제하기 힘든 예감이 온몸을 휩쓸자 의식은 세차게 설레이기 시작했다. 형언할수 없는 감정의 육박과 함께 승용차의 경적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문을 다시 열었다.

유순진은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저게 누군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틀림없는 전학태였다. 남편의 비보를 가지고 왔던 그가 아닌가. 전선을 넘어간 사람이 어떻게 다시 나타났는가. 그리고 저 아이들은? …

장군님께서 전학태의 손을 잡으신채 다정히 어깨를 두드려주신다.

보고를 마친 전학태가 차에서 아이들을 안아 내리워 장군님앞에 세운다.

《아! …》

두손으로 문설주를 잡고 선 유순진은 머리를 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에 보이는것은 꿈결에서 찾아본 사랑하는 자식들이였다. 그럴수 없다고, 아니라고 부정하였지만 두눈은 허둥지둥 아이들에게로 달려갔다. 저도 모르게 취사장을 나온 그는 밤나무뒤에 가서 두손으로 줄기를 그러안으며 바라보았다.

뒤짐을 지신 장군님께서 허리를 굽히며 아이들을 찬찬히 보신다.

《네 이름이 남혁이지? 그리고 너는 남순이, 옳지?》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을 꼭 잡고 선 두 아이가 고개만 까딱거린다.

《신통히도 아버지, 어머니를 골고루 닮았는걸, 됐다. 이젠 시름이 덜리는구나! 남혁아, 너희들이 어떻게 북으로 들어왔느냐?》

《큰엄마가 아버지, 엄마는 김일성장군님 계시는 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남혁의 대답을 들으신 장군님께서 두 아이를 한품에 안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시였다.

《정말 용쿠나. 옷부터 갈아입자. 아주 멋있는 옷이다. 어깨에는 견장을 달고 바지에 빨간 줄을 친 옷이다. 좋지? 새 옷을 입고 엄마를 만나야지.》

나무줄기를 그러안은 유순진은 격정을 터뜨리며 온몸을 떨었다. 사랑이란 무엇이던가. 전쟁의 포화속에서 사랑의 기적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제손으로 쓴 글은 얼마나 많았는가. 그 사랑의 시원이 어데서 시작되는가를 나는 지금 보고있다. 위대한 김일성장군님의 품! 그 품에서 젖줄기로 흘러 사랑의 대하가 이 땅에 굽이친다. 통일단결의 힘이 되여 준엄한 전쟁의 포화속에서 조선의 영웅서사시를 엮어나가는것이다.

남순이를 안고 남혁이의 손을 잡은 김일성장군님께서 걸음을 옮기며 전학태에게 말씀하시였다.

《학태동무, 고맙소! 정말 수고했소.》

전학태의 눈길이 떨리며 숨결이 높아졌다.

《장군님! 저는 이번에 사랑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혁명동지들의 사랑이 헤쳐나가지 못할 난관이란 없소. 우리가 이 전쟁의 승리를 확신하는것도 바로 그 사랑의 힘이 있기때문이요.》

그이께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시였다. 유순진을 보신것이였다.

《얘들아, 어머니가 저기 나와있구나. 자, 봐라.》

두팔을 벌린 유순진은 걸음을 떼지 못했다.

《엄마야! …》

손을 마주잡은 어린것들이 달려와 품에 안기자 유순진은 정신없이 쓰다듬다 보고 귀여운 볼에 입을 맞추다 다시 보았다. 작은 손에 만년필을 쥔 남순이가 《엄마, 이거.》 하며 내밀어 보이자 그는 너무도 격해 두 어린것을 와락 껴안았다.

《엄마가 준건 고작해서 그게 다지만 너희들이 받아안은것은 하늘같은 은덕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장군님앞으로 온 그는 고개를 푹 꺾으며 목메여 말했다.

《인사드려라, 아버지장군님께! …》

철부지 어린것들이 장군님께 큰절을 올렸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목메여 말하는 유순진의 어깨는 격정으로 물결쳤다.

《일어나오, 순진동무.》

유순진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운 그이께서 아이들의 머리를 다정히 쓸어주며 말씀하시였다.

《얘들아, 어머니가 너희들을 먹이려고 맛있는걸 많이 해놓고 기다렸단다. 아이들이 정말 기특하오. 일찍 철이 든가 보오.》

상상도 못해본 크나큰 은정을 받아안은 유순진은 눈물만 흘릴뿐 할 말조차 찾지 못했다.

《동무가 청원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소. 총을 잡을수 없다면 종군기자로 일하게 해달라고 했다는게 사실이요?》

《장군님! 이 은혜에… 보답하게 해주십시오. …》

《알겠소. 동무의 심정을, 그 결심을 말이요. 래일 만납시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유순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시였다.

이튿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집무실창가에 서시여 하늘가 멀리를 바라보고계시였다. 1시간후에는 최전연부대들을 시찰하기 위해 떠나야 하신다. 적들의 《하기공세》를 짓부시기 위한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지고있다. 싸우는 고지의 전사들을 한시도 잊지 않는 그이이시였다.

집무탁으로 걸어오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정전담판회담에 나갈 대표단구성문건을 보시고 만족한 웃음을 지으신다. 전선에서는 원쑤놈들의 머리우에 불벼락을 퍼붓고 군사외교마당에서는 미국놈들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놓아야 한다.

그이께서는 이 순간 유순진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그가 전선부대에서 싸우게 해주든가 종군기자로 일하게 해달라고 한 청원을 다시한번 상기하시였다. 남편처럼 살겠다는것이 그의 비장한 각오다. 얼마나 훌륭한 녀성인가. 그들은 사랑과 의지에서 송죽과 같은 천상의 배필이다. 아이들은 혁명학원에 보내여 아버지의 대를 이을 계승자로 키울것이다. 유순진의 청원도 들어줄 결심을 하시였다. 미국놈들과 직접 맞서 싸우게 하여야 한다.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이께서는 시선을 돌리시였다. 붉은색표지를 한 문건을 든 장령이 유순진을 데리고 들어와 정중히 보고한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새 군복을 입은 유순진의 모습을 믿음어린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얼마나 의젓한가. 의용군출신의 녀성, 오늘은 조선인민군 군관이 되였다.

《순진동무, 남편의 유물을 받았소?》

《받았습니다. 장군님의 뜻을 명심하겠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며 말씀하시였다.

《오대산유격대에서 싸운 동지들이 남긴 유언이고 불굴의 신념이며 후대들에게 물려줄 애국의 유산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순진은 숭엄한 마음으로 장군님을 우러렀다. 혁명가들의 영생이 뿌리를 내리는 위대한 품, 그 믿음으로 사는 인간에게는 죽음이란 없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장령을 바라보시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이시였다.

기다린듯 엄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최고사령관명령 제0065호…》

유순진은 정전담판 조선인민군대표단 성원으로 임명되였다. 직무 통역원, 군사칭호 상위.

자리에서 일어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유순진의 앞으로 걸어오시였다. 미국놈과 직접 맞서싸우는 싸움마당으로 나가는 녀전사다. 준엄한 전쟁의 포화속에서 성장한 의용군출신녀성, 가야 할 혁명의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우리는 승리를 굳게 확신한다. 혁명적락관은 어디에 뿌리를 내리는것인가. 사랑과 믿음의 대지다. 영원한 조선혁명의 혈맥이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유순진의 손을 뜨겁게 잡으시였다.

《우리 당은 동무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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