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1

해토무렵의 어느날 최근배가 관리위원회를 찾아왔다. 새 건물은 지금 언덕우에다 한창 짓는중이여서 관리위원회는 아직 옥금이네집 웃칸을 그대로 리용하고있었다.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중키에 만만치 않은 인상을 주는 최근배는 《안녕들 하슈?》 하고 옥금이와 부기원에게 도거리로 몰아 인사를 했다.

《자네가 어떻게 조합관리위원회 출입을 하게 됐나?》

수판알을 튀기던 부기원이 이마너머로 그를 쳐다보며 씨뿌둥해서 물었다. 조합을 무을 때 못된 소리를 많이 한 그를 부기원은 지금도 좋아하지 않고있었다.

《여긴 꼭 조합원들만 드나들게 돼있나?》

최근배는 멍석우에 앉으며 두루마기 앞자락을 활 제끼고 담배쌈지를 협낭에서 꺼내였다.

《그런건 아니지만 최근배가 찾아오니 좀 놀랍군 그래.》

《내가 늙은 쥐같은 자네를 보러온것 아니니까 걱정말게.》

최근배는 눈살이 꼿꼿해지며 부스럭부스럭 담배를 말았다.

옥금이는 긴 허리가 구부정한 부기원을 늙은 쥐라고 부르는 성난 최근배의 퍼런 얼굴을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부기원아저씨가 롱을 했어요. 무슨 용건인지 말씀해요.》

최근배는 담배를 말다말고 옥금이에게 말했다.

《관리위원장, 저 부기원이 나를 시까스르고있지만 사실 내가 조합을 뭇는날 이러니저러니 희떠운 소리를 많이 했소.》

부기원은 수판알을 튀기며 《흥.》하고 코를 불었다. 최근배는 이마를 찡그리였으나 담배를 마저 말아 피우며 연기를 내뿜고나서 계속하였다.

《재산이 좀 있는걸 빈농들한테 떼우기만 하구 리익될건 손톱만큼도 없을게라구 생각하구서 조합을 외면했구 나쁜놈들이 돌리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그 말을 옮기구 다니기까지 했소. 조합이 한해농사를 짓는걸 보구나니 내 요새 느껴지는바가 많소. 우리 최근택 사촌형님의 살림이 더 좋아지구 현덕칠령감두 조합에 드니까 나두 몸이 쑤시오.》

《그래 조합에 가입하겠다는 의향인가요?》

옥금이가 눈에 웃음을 담고 물었다.

《저 사람을 보아서는.》하고 최근배는 부기원을 턱질했다.

《그럴 생각이 없소만 대세가 그러니 나도 조합에 들려구 하우.》

《흥. 마치 조합에 드는걸 재세하는군.》

부기원이 퉁을 놓았다.

《최근배가 없어도 우린 일없어. 더 좋지.》

최근배가 얼굴이 다시 퍼렇게 질렸다.

옥금이는 더 참지 못하고 호호 웃었다.

《부기원아저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면 못써요. 최근배아저씨같은 착실한 살림군이 조합에 들어오는걸 환영해야지요.》

옥금이는 무척 기뻤다. 이것이 다 조합의 우월성과 위력을 말해주는것이다. 조합이 풍성해지니까 찾아들 오는것이다.

부기원은 가운데에 털이 빠져 빈땅처럼 보이는 머리를 숙이고 잠자코 장부에 무엇을 적어넣기만 하였다. 그는 적는데 열중하면서 이따금 훌쩍거리다가는 흘러내리는 코물을 손으로 훔쳐서 올방자를 틀어올린 버선을 신은 발꿈치에 씻었다.

최근배는 경멸의 눈으로 그를 보고는 더 상대하지 않고 옥금이를 향해 아주 돌아앉았다.

《한데 관리위원장, 내가 조합에 들기전에 한가지 청이 있소.》

그는 눈을 쪼프리며 허리를 낮추었다.

《뭔데요?》

《저 앞벌에 흐르는 개울에 놓았던 나무다리가 작년 홍수때 떠내려가다가 모래무지에 걸린채로 반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있는데 그걸 나한테 주지 않겠소? 아까운게 썩고있더구만.》

너무 갑작스러운 청이여서 옥금이는 얼떠름해졌다. 그 다리라는것이 원목 몇대를 꺾쇠로 련결시키고 칡으로 얽어맨것인데 개울이 원래 깊지 않고 폭도 좁아서 홍수에 떠내려간후로는 다시 놓아야 할 절박감이 없어 내버려두었었다. 그것을 최근배가 왜 달라고 할가? 아마 원목을 어데 쓸데 있는가보다.

《그걸 가져다쓰세요. 그런데 그것과 조합에 드는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뭐… 그건 후에 얘기하리다.》

《그렇게 하세요.》

옥금이는 흔연히 대답하였다.

최근배가 나간 다음 부기원이 두덜댔다.

《내 관리위원장의 위신을 보아서 참견하지 않았소만 그걸 그 사람한테 왜 주우?》

《최근배아저씨가 옳지 않을가요? 조합에서 그걸 돌보지 않고 반년나마 내버려두었는데 그 아저씨가 어디 유용하게 쓸데 있으니까 달라고 했겠지요. 그러니까 주는게 옳아요. 나두 그 아저씨의 말을 듣는 순간에 아까운 원목이 모래에 묻혀 썩는것을 보지 못하고 방임해둔 가책을 느끼면서 그에게 줄것이 아니라 그걸 가져다가 축산반에서 축사를 늘이는데 쓰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댔어요. 그렇지만 남이 달라할 때 주지 않고 자기가 쓰면 량심이 없어요. 내버린채로 있던게 아니나요?》

옥금이가 말했다.

《관리위원장은 참, 그렇게 마음이 후해가지구는 조합살림을 못해요. 최근배가 리속을 차리는데서는 현촌에서 첫째로 꼽힐거요. 조합에도 리속이 맞으니 들어오겠다는게 뻔하오. 그런 사람한테 량심은 무슨 량심이 꺼린다고 그러오?》

《리속을 차려도 곧 조합원이 될텐데요. 조합원이 통나무를 가져다 쓴걸루 치자요.》

옥금이는 어데까지나 조합에 들겠다고 한 이상 그를 좋게 대하였으며 벌써 한식솔처럼 대하려 했다.

그러나 최근배는 옥금이의 생각대로 통나무를 유용하게 쓰지 않았다. 그는 톱을 들고 개울가에 나가서 통나무를 팔 한기장만큼씩 자른 다음 도끼로 대충 빠개서 볕에 말리웠다. 그것을 달구지로 집에 날라다가 다시 가늘게 패서 숱한 장작을 만들었다. 그 장작단하나에 50원씩 받고 장에 내다팔았다. 돈주머니에 돈을 채운 최근배는 옥금이와 약속한대로 조합에 정식 가입하기 위하여 관리위원회로 다시 찾아왔다.

《관리위원장, 최근배가 조합가입을 정식 신청하오.》하고 그는 말했다.

옥금이는 그가 통나무를 쪼개서 나무단으로 팔아 돈을 듬뿍 벌었다는것을 알고 괘씸하게 생각하고있었으므로 성난 얼굴로 그를 대했다.

《조합에 무엇무엇을 들여놓겠어요?》하고 옥금이는 깔끔하게 물었다.

《그거야 남들처럼 토지와 소, 농쟁기들이지…》

최근배는 그것을 몰라서 묻느냐는듯 눈섭을 치켜올리였다.

《돈은요? 통나무를 장작으로 만들어 판 돈은 어떻게 하겠어요?》

《아니, 개인돈두 들여놓아야 하우?》

《장작판 돈은 사정이 다르지 않아요? 조합재산인 통나무를 장작으로 팔지 않았어요?》

《그거야 관리위원장이 나한테 주지 않았는가. 그리구 장작을 판돈은 내가 개인농으루 번 돈인데 왜 조합에 들여놔야 하오?》

《이젠 아저씨의 속심을 다 알았어요. 왜 장작장사를 하고서 조합에 들려했는지… 조합에 든 다음에는 장작을 만들어 팔면 조합재산이 되기때문에 그랬지요?》

최근배는 입을 벙글써하고 옥금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유들유들 웃으며 말했다.

《아, 글쎄 사람이 노상 제 리속을 생각안할수 있소? 조합에 들면 그날부터 내가 노력하고 번것이 다 조합재산이 되는데 그전에 좀 벌어놓고 조합에 들면 못쓰오? 내가 조합에 들면 그날부터는 조합의 리속을 위해서 아득바득 일하면 되지 않소? 나는 하면 한다는 사람이요.》

잠자코 듣기만 하고있던 부기장이 꽥 소리쳤다.

《이놈! 가만히 듣고앉아있자니 이거야 어디 참을수 있는가. 네가 그따위 심보를 안구 조합에 들어서는 어쩌자는게야. 조합이 무슨 리속이나 차리는덴가? 엉?》

최근배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 금전판에서나 굴러먹던게 어디다 대구 욕설이야? 그래 자네는 노상 제리속은 꼬물만치도 생각안하렸다? 헹! 오줌두 제 터밭에다는 안누구 조합밭에만 누겠구만? 그리구 조합이 리속을 안차린다구? 그럼 조합살림을 어떻게 해? 말같지도 않는 소리는 하지도 말아.》

말문이 막힌 부기원은 입을 하 벌리고있다가 머리를 후들거리며 옥금이에게 말했다.

《관리위원장, 저런놈을 조합에 받았다가는 조합재산을 다 녹여먹을거요.》

《이젠 그만들하세요.》하고 옥금이는 두사람을 번갈아보며 사정하였다.

《무슨 큰일이나 난것처럼 왜들 떠들어요? 다들 그렇게 소리를 지르기만 하면 나는 어떻게 해요?…》

부기원과 최근배는 씨근거리며 뻘개진 얼굴들을 옆으로 들었다. 나이든것들이 처녀앞에서 창피를 느꼈는지 조용해졌다.

조금전부터 들려오던 퉁탕거리는 소리가 커지면서 지척에서 울리였다. 그들은 이게 웬 소리냐는듯 방금 얼굴을 붉히며 떠들어대던 일을 잊고 그 힘찬 기계의 동음에 귀를 기울이였다.

《뜨락또르예요!》

옥금이가 흑진주같이 까만 눈을 빛내이며 환희에 넘쳐 말했다. 얼마나 기다려온 뜨락또르냐. 작년봄 평양농기계임경소를 견학하면서 처음 뜨락또르를 보고 너무도 희한하여 손으로 만져보고 그 주위를 몇번이나 돌아보며 부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래 하루는 시간을 내여 가까이에 있는 농기계임경소를 찾아갔더니 지배인은 옥금이를 동정하면서도 벌방지대도 아닌 현촌에까지 뜨락또르를 보내줄 형편이 못된다고 딱해하면서 이제 대수가 늘어나면 래년봄쯤에 가서 한대 보내줄수는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대답을 했었다. 그랬는데 지배인이 고맙게도 뜨락또르를 보내준것 같았다.

방문이 열리고 제1작업반장 병만이가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조합이 커짐에 따라 작업반을 세개 내왔다.)

《관리위원장동무, 뜨락또르가 오우.》

《네, 마중나가자요.》

옥금이는 일어서며 최근배에게 《아저씨의 조합가입을 관리위원회에서 토의하고 조합원총회에 제기하겠어요. 조합은 개인의 리익과 집단의 리익이 일치하는것만큼 조합에 들어와서도 개인농때 아글타글 애써 일하던 그 본새로 집단의 리익을 위해 착실하게 일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해요. 아저씨는 타산이 밝고 일솜씨가 알뜰하니만치 조합살림살이와 농사에 크게 한몫하리라고 기대합니다.》하고 말해주었다. 옥금이는 그의 장점을 살리면서 교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차로는 마을사람들을 다 조합에 받아들여야 하겠는데 제발로 찾아온 사람을 나쁜 측면만 보면서 배척하면 안되는것이다. 곱던밉던 다 조합이라는 큰 가정에 안아야 하는것이다. 이것이 수령님의 뜻인것이다.… 조합이 커지고 살림살이가 늘어날수록 일은 더 어려워지고 어깨의 짐은 무거워졌다. 현덕칠이같은 실농군이 조합에 들어오는가 하면 건달군이나 제 리속에 밝은 사람도 들어왔다.

옥금이는 병만이와 함께 어두운 밖으로 나갔다. 뜨락또르는 어느새 불빛이 환한 탈곡장에 머물러서서 몸체를 부들부들 떨면서 연기를 탕탕 내쏘고있었다. 저녁을 먹고난 마을사람들이 탈곡장에 모여들어 법석 끓고있었다. 일부는 뜨락또르가 동구길에 나타났을 때 벌써 숟가락을 놓고 구경나왔었다. 귀청이 멜듯 와르릉거리고 무한궤도로 땅을 물어당기면서 그 《쇠소》는 마을로 굴러들어오며 현촌의 세기적인 정적을 깨뜨리는것만 같았었다. 농민들은 그 소란스러운 소리와 열기와 기름내를 풍기며 움씰움씰 움직이는 무쇠덩이의 위용에 우선 넋이 나가 어리둥절해진듯싶었다. 옥금이가 탈곡장에 들어섰을 때 뜨락또르운전수는 기름묻은 장갑을 벗고 벙긋이 웃으면서 조합원들과 인사를 나누고있었다.

조합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한마디씩 하였다.

《이 사람아, 그간 어디 가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나?》

《영 딴사람이 되였구만.》

《이제는 아주 고향으루 돌아왔나?》

옥금이는 심장이 후두둑 뛰면서 그자리에 못박힌듯 멈추어섰다. 그 뜨락또르운전수는 다름아닌 정종원이였던것이다. 작년초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후 자기를 잊어버리라는 짤막한 편지만을 보낸 그 종원이가 뜨락또르를 몰고 1년만에 다시 나타난것이다.

제대되여왔을 때처럼 얼굴이 검실검실하고 후리후리한 몸매가 믿음직하고 꿋꿋한 남성미를 갖춘 그에게서 그전의 우울한 표정은 찾아볼수 없었다. 그는 고향사람들이 떠들썩하게 물어보는것에 그저 흰이를 빛내이며 웃는것으로 대답하면서 손을 벗어든 기름묻은 장갑을 주무르기만 하였다.

《아, 자네 종원이 아닌가.》

병만반장이 그에게로 다가가며 웨쳐댔다.

《예, 접니다.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허, 그것참! 여기 관리위원장이 왔네.》

종원이는 병만이가 말하기전에 벌써 어둠속에 서있는 옥금이를 보았다. 그는 옥금이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에게서는 기름냄새가 풍기였다. 그것은 뜨락또르운전수들에게서 풍기는 독특한 체취였다.

《옥금동무, 잘 있었소?》

옥금이는 억이 막혀 그저 그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내가 용서하여달라구 부탁했지요?》

종원이가 좀 어색해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리구 잊어달라구 했지요.》

옥금이는 목메여 겨우 이렇게 말했다.

《잊어달라구 부탁했었소.》

종원이는 눈길을 떨어뜨리였다.

《그런데 왜 왔어요?》

《…》

조합원들이 종원이를 따라 밀려오며 그들을 방해하였다.

《아, 관리위원장동무, 고향을 못잊어 찾아왔는데 욕부터 하면 되겠소?》

《그렇지 않구. 뜨락또르를 척 몰구 나타나지 않았나? 로동계급이 되여가지구 협동조합을 도우러 왔다니까. 지금 논갈이를 시작해야 할판인데 종원이 자네가 마침 왔네.》

《우리 현촌에서 뜨락또르운전수가 나왔어!》

《자네가 고향에 자발적으루 왔나, 임경소지배인이 보내든가?》

병만이가 물었다.

《국가에서는 뜨락또르를 계속 사들여다 농촌에 보냅니다. 우리 임경소에도 몇대 더 왔지요. 그래 지배인동지는 옥금동무와 약속을 했는데 보내주어야 하겠다면서 현촌이 고향인 저더러 가라고 했습니다.》하며 종원이는 등지고 돌아서있는 옥금이의 반응을 살피였다.

처녀는 어둠속 어딘가를 바라보며 그 모양으로 그냥 서있었다.

《좌우간 고마운 일이군. 저녁식사들은 했는가?》

병만이가 성이 나서 돌아서있는 처녀관리위원장을 대신하여 주인구실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물었다.

《지금 오는 길입니다.》

《그럼 우리 집에 가세. 아니면 자네 집으루 가겠나?》

《아니요. 나는 관리위원회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세. 우선 관리위원회로 가자구. 자, 관리위원장, 마음을 풀라구. 손님들을 모시고 가야지.》

옥금이는 말없이 앞서 걸었다. 병만이가 종원이와 교대운전수를 달고 뒤따라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자위대장 장칠복이가 나타나서 종원이와 인사를 하며 관리위원회가 떠나가게 떠들어댔다. 모두 명절기분이였다. 옥금이만이 침묵하였다.

옥금이는 종원이에 대한 노여움을 좀처럼 풀수 없었다. 처녀는 그가 《잊어달라》고 한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말을 고향에서 더 있기 괴로와 떠나간 자기를 나쁘게 생각하지 말며 어디든 가서 잘 지내며 일하고있을터이니 걱정을 말아달라는 뜻으로 리해하였다. 하기에 괘씸해서 속으로 욕은 하면서도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여 마침내 그는 뜨락또르운전수가 되여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기다리기에 지친 처녀는 《잊어달라》고 한 말이 다시 떠오르며 북받치는 설음을 어쩌지 못했다. 잊어달라… 그런데 왜 찾아왔는가?…

웃기 잘하고 명랑한 옥금이가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으니 종원이도 차츰 심중해졌고 침울해졌으며 조합원들도 말할 재미를 잃었다. 그래 관리위원회안이 차츰 어색해지는데 마침 아까 피뜩 나타나서 종원이와 인사를 나누고 나갔던 리당위원장 강명우가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 종원이, 가자구. 여기선 저녁도 못먹은 귀한 손님들에게 말대접만 하고있군. 다들 나를 따라오우.》

강명우를 따라 종원이와 교대운전수 그리고 장칠복이와 병만반장이 가는데 옥금이만은 사양하였다.

…종원이가 몰고온 뜨락또르의 인기는 대단했다. 뜨락또르는 첫날 들에 나가서 풀뿌리 엉킨 황무지를 갈아엎었는데 구경나온 농민들은 그저 놀랍기만 하여 혀를 내둘렀다. 이 《쇠소》는 밤에도 불을 켜고 일을 했다. 운전수 2명이 교대를 하니 밤낮으로 일할수 있었다. 거기다가 힘이 세고 속도가 있으니 황소 몇마리에나 비길수 있겠는가. 하루의 낮작업으로 논갈이를 끝내고 정종원이가 교대준비를 할 무렵 조합원들과 개인농들이 모여와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뜨락또르의 무한궤도며 툭 삐여져나온 《눈알》이며를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였다.

박인수가 《이게 값으루 치면 대체 얼마나 나가겠는가.》하고 혼자소리처럼 던진 말이 계기가 되여 모두들 제나름으로 값을 때려보았다. 황소 열마리는 더 될거야. 무슨 소릴, 임자는 그래 황소 열마리를 이 《쇠소》와 견줄수 있다구 보나? 쉰마리면 몰라두, 아니 그건 너무 많아…

《구태여 값을 따져선 뭘하겠습니까? 지금 국가에서 돈쓸데가 오죽 많습니까. 하지만 수상님께서 우리 농민들을 고된 로동에서 해방시켜주시려고 금을 아끼지 않으시고 사오도록 해주셨습니다.》하고 미소를 짓고있던 종원이가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농민들은 입들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구태여 값은 따져서 무엇하며 또 농민들을 위하시는 김일성수상님의 대해같은 사랑을 어떻게 잴수 있으며 그 무엇에 비길수 있으랴.

옥금이는 평양농기계임경소를 견학할 때 그이께서 아직 우리 농촌에 뜨락또르가 매우 적다고 흐리신 안색으로 말씀하시며 그러나 당과 정부는 뜨락또르와 련결농기계들을 가능한껏 많이 농촌에 보내주려 한다고, 우리도 장차 모든 농사일을 기계로 하게 된다고 밝은 전망을 펼쳐보여주시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농민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들을 하며 뜨락또르곁을 떠날줄 몰랐다.

뜨락또르의 강철 몸체가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였다. 농민들의 얼굴에도 우등불빛이 붉게 얼른거리고 어두워오는 창창한 하늘로 검푸른 연기가 피여올랐다. 사람의 긴 그림자들이 뜨락또르가 방금 갈아놓은 우둘투둘하게 이랑이 물결치고있는듯 한 논판에서 흔들거리였다.

옥금이도 우등불가에서 고향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하고있는 종원이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이윽토록 논벌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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