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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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평남관개공사의 한가닥으로 진행되는 2호양수장건설을 현지에서 지도해주시기 위하여 열두삼천리벌을 향하여 차를 달리시였다.

이 양수장이 돌아가면 영평과 숙천군을 비롯한 몇개군의 논들에 물을 대주게 된다.

영평군을 생각하시자 말썽을 일으켰다고하는 그곳 군당위원장의 일이 상기되시였다. 최창익은 책벌문제를 강하게 들고나오고있었다.

조인철부서에서 최옥금의 협동조합조직경험을 비롯하여 여러가지의 경험을 참작하고 현지에 나가 실무적인 문제들을 확정지어 지시문을 내려보내였건만 또 그의 부서 사람들이 편향이 제기되지 않도록 농촌들에 나가 살면서 분주히 돌아가고있건만 그 집행에서는 무시할수 없는 편향들이 발로되였다. 그래 결국에는 책벌문제까지 제기되고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여서 있을수 있는 착오라고 하면서 그저 스쳐지내보낼 일이 아니였다.

집행단위의 일군들이 주관적욕망을 앞세우던 나머지 현단계에서의 협동화운동의 객관적요구를 무시했다. 경험적단계를 설정한 당의 의도를 옳게 리해하지 못한데로부터 착오를 범했다. 영평군에서는 30개넘는 조합을 조직했는데 그렇게 많이 조직해놓고 어떻게 운영하려 하는가? 급히 먹는 밥에 목이 멘다고 했다. 그러므로 본의아니든 무엇이든 편향을 제때에 수습하고 일군들에게 교훈을 주고 일깨움을 주어 협동화운동의 승리적인 전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문제를 세우고 책벌을 적용해야 하는것이다.

그런데 이 책벌문제와 관련하여 김일은 일부 사람들의 검은 속심이 들여다보인다고 하였다. 가령 최창익이는 분명 협동화를 달가와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 운동의 초기에 발생한 편향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면서 마치도 제일 걱정하는것처럼 보이려하고있다. 사실은 그가 편향과 착오를 기뻐하는것이 아니겠는가?

《강봉석동무도 처신을 잘못했습니다.》하고 김일이 말했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반영하느라고 최창익에게 그대로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방아간에 물을 대주는노릇을 했습니다.》

사실 수령님께서 강봉석이에게 농업협동화운동을 행정실무적으로 지도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는것을 알았을 때 김일의 놀라움은 컸었다. 그러나 한동안 깊이 생각하고나서는 주먹으로 무릎을 쳤다. 협동화운동의 걸림돌이 될 강봉석이에게 바로 그 운동의 물질적보장을 위임하신것이 비상히 놀라운 조치로 된다고 감탄하였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능력있는 한 일군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주시여 혁명의 한길을 같이 걸어가도록 이끌어주시였던것이다. 강봉석이를 들어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던 김일이로서는 좀 게면스러웠으나 그것이 대순가.

그러면서도 김일은 마음 한구석에 강봉석이 수령님의 믿음에 보답할수 있겠는지 혹시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겠는지 하는 걱정을 여전히 안고있었다. 그랬는데 강봉석이 농촌을 돌아보고 와서 협동화를 당장 해치울것처럼 모두 들떠있다느니 공명주의라느니 하고 떠들었다. 그러다보니 최창익이에게 소란을 피울 언터구를 주었다.

《제 어쩐지 마음속으로 걱정스러워졌는데… 그 동무가 이렇게 나오는것이 결코 놀랍지는 않습니다.》하고 김일은 수령님께 자기의 심정을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중히 생각하시였다. 무슨 일이든 속에 감추지 않고 할말은 하는 강봉석이를 최창익이 리용했을것이다. 일단 믿고 과업을 주었으니 결함을 시정시켜주고 도와주면서 강봉석이를 이끌어주어야 할것이다… 그이께서는 이러한 생각을 김일에게 말씀하시고 협동화운동의 초기에 오유를 범한 단위들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시정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하시였다.

《그렇게 해서 당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에서 토의합시다.》

김일은 영평군을 비롯한 몇개의 단위들은 자기가 직접 료해하겠다고 대답을 드리였다.

…이렇듯 지난 며칠간의 머리 아프셨던 일들을 돌이켜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차창밖으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차창밖으로 흘러지나는 봄을 앞둔 산천의 풍경은 얼마나 상쾌한가. 오늘은 별로 상쾌하고 명랑한 기분을 자아내는 날씨였다. 하늘은 푸르게 열리고 광명한 해볕이 맑고 쌀쌀한 대기속으로 쏟아져내려왔다.

간밤에 내린 눈이 녹고있는 땅이 거밋거밋 드러났다. 승용차에서 내리시여 걷고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마치 봄날같은 날씨였다.

양수장건설을 돌아보신후 수령님께서는 계속하시여 서해안지대로 더 나가보시려고 울퉁불퉁한 농촌길을 승용차로 달리시였다.

맑게 개인 겨울의 하늘아래 넓게 펼쳐진 열두삼천리벌의 풍경이 차창밖으로 흘러갔다. 기름진 논벌들과 아직 개간되지 못한 무연한 황무지들을 어디서나 볼수 있었다. 황무지에서는 지난해에 돋아났다가 그대로 말라버린채 겨울을 난 누런 풀대들이 들에 불어치는 찬바람을 맞으며 흔들거리였고 군데군데 흰눈이 쌓여있었다. 습지대의 크고작은 웅뎅이들에 고인 물들은 허옇게 얼어붙었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은 쓸쓸하고 거친 자연의 모습이였다.

마을들은 낮은 산기슭에나 골짜기들에 오붓하게 모여있는데 불에 탄 농가들과 마을앞에 있는 소규모의 이전 관개시설들과 양수장들의 페허가 피뜩피뜩 보였다. 이 땅의 그 어느곳에 미제놈비행기의 폭격을 당하지 않은 마을이 있으며 전쟁의 불길이 휩쓸지 않은 마을이 있으랴!

그 어떤 비싼값을 치르더라도 전쟁전에 시작하다 못한 평남관개공사를 계속 하기로 결심한것이 옳았다는 생각이 다시 갈마드시였다. 이 황무지를 뜨락또르로 갈아엎고 수로가 쭉- 쭉- 뻗어가 관개수 출렁이며 흘러들 때 이 쓸쓸하고 가슴아프게 하는 풍경은 사라지고말것이다. 그날을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늘의 배고픔과 힘겨움을 극복하여 나가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절로 주먹이 쥐여지시였다.

승용차가 잡풀이 엉킨 황무지를 지나며 저지대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앞이 환해지며 눈이 번쩍 트이였다. 해볕이 수면에 눈부시게 반사되는 큰 늪이 나타났던것이다. 책임부관은 저도모르게 《아-》하고 나직이 탄성을 올리더니 수령님께 말씀드리였다.

《늪입니다!》

《그래! 참 볼만하구만.》

무성한 갈대숲너머로 물우에서 헤염치는 물오리들이 무수히 보이였다. 북쪽에서 날아드는 계절조들이였다.

거칠고 메마른 황무지를 보아오시던 김일성동지께서도 북받치는 환희를 느끼시였다.

책임부관이 차를 세우라고 했다. 차가 천천히 멈추어섰다.

《수상님, 호수구경을 잠간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물오리들을 구경하며 좀 쉬기요.》

김일성동지께서 선선히 응하시자 책임부관은 여간 성수가 나지 않았다. 사실 그는 평양에서 떠날 때 서해안일대에 기러기와 물오리들이 내리므로 피로를 푸실사이없이 일하시는 수령님께서 사냥을 하시며 휴식하시도록 기회를 마련해드리자고 호위원 리경철이와 약속하였다. 그래서 경철이에게 사냥총을 몰래 준비하라고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늪가는 따뜻하였으며 땅이 녹아서 물렁물렁하였다. 해볕에 반나마 얼음이 녹은 호수의 수면에 떠있는 물오리떼가 갈대들사이로 그림처럼 바라보였다. 갑자기 끽끽 우는 소리를 내며 물오리 대여섯마리가 어디서인지 날아와 무리에 섞이였다. 그러자 무엇때문인지는 알수 없으나 둥둥 떠서 헤염치던 물오리 대여섯마리가 푸드득 날개를 치며 날아오르는데 수면을 스치며 물방울들을 구슬처럼 떨구면서 점차 고도를 취하였다. 한줄로 호수우를 날아가던 물오리들은 이내 다시 물우에 내리였다.

얼핏 보면 수많은 오리떼가 그저 물우를 떠다니고있는것 같지만 살펴보면 그것들은 부단히 오르고 내리며 자맥질하고 달리면서 활동하고있었다.

해볕이 살얼음과 수면우에 쏟아져내려 뽀얀 수증기가 서린 호수는 수천수만의 거울이 빛을 반사하는듯 눈부시게 반짝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늪가를 천천히 걸으시였다. 호수를 거쳐 불어오는 들바람에 외투자락이 날리였다. 얼마나 상쾌한가. 쌓이고 쌓인 피로가 다 풀리는듯 머리속이 시원하시였다. 세상만사를 다 잊고 이끼와 감탕내, 갈냄새 섞인 비릿한 물냄새가 풍기는 들바람을 깊이 들이키시며 아름다운 호수가를 끝없이 걷고싶으시였다.

이러한 때 리경철이가 승용차에서 가져온 사냥총을 들고 뒤따르다가 뒤짐을 지시고 사색에 잠겨 걸으시는 김일성동지앞으로 조심스럽게 나섰다.

《몇마리 쏴보시지 않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사냥총과 경철이를 번갈아보시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사냥총은 갑자기 어디서 났소?》

《떠날 때 제가 가지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차가 이 늪가로 왔구만?》

《그런건 아닙니다. 하지만 마침 잘되였다고 생각합니다.》

《수단군이군.》

《장군님, 피로를 푸실겸…》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냥총을 받으시고 이모저모로 살펴보시다가 리경철이에게 도로 내주시였다.

《아니, 난 총소리를 내고싶지 않소. 이 아름다운 호수의 정적을 깨치고싶지 않아. 3년간이나 이 땅우에 총포성이 울부짖고 연기가 떠돌며 날새들과 짐승들을 놀래웠소. 포화가 멎은후 우리 땅에 찾아온 물오리들인데 이제는 그것들이 안식을 찾게 해야 하지 않을가.》

리경철은 손에 든 사냥총을 어루만지기만 할뿐 더 입을 열지 못했다. 물오리들의 울음소리, 갈대들의 설레임소리가 아름답고 고요한 음악처럼 들려왔다.

《얼마나 평화롭소.》

그이께서 명상에 잠기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말못하는 계절조들이지만 저것들도 이 땅을 휩쓴 전쟁의 재난을 겪으며 무엇인가 느꼈을것이요. 그래 평화가 온 지금 저렇듯 즐거움에 넘쳐 울어대며 헤염치는것이 아니겠소.》

이때 또 대여섯마리의 물오리가 푸드득 수면에서 떠올라 곡선을 그리며 호수우를 비행하였다.

그것들을 보시며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원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이 호수주변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기름진 논으로 만들고 가을에 황금의 이삭들이 설레이면 호수의 경치는 더 아름다와질거요. 그러면 계절조들도 더 많이 날아들게고…》

그이께서는 밝은 웃음을 지으시며 리경철의 어깨우에 손을 얹으시였다.

《그때에 가면 진짜 물오리사냥을 할 멋이 있을거야. 안그렇소?》

《그렇습니다. 평남관개공사가 끝나면 그때 이곳에 장군님을 다시 모시겠습니다.》

리경철이 경건한 자세로 대답을 드리였다.

《그러자구. 우리는 정말 할 일이 많소. 우리가 후대들에게 아름답게 가꾼 자연과 풍요해진 생활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 아무리 어렵더라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난관을 이겨내며 자연을 개조하고 새 생활을 개척해나가야 하오.》

그이께서는 이제는 그만 휴식했으면 또 가보자고 하시며 외투자락을 펄럭이시면서 승용차를 향하여 성큼성큼 걸어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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