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민족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계몽기가요의 음악형식
계몽기가요는 음악형식적면에서도 민족적특성과 현대성을 밀접히 결합한 민족가요로서의 면모를 갖추고있다.
참다운 음악의 매력은 아름답고 건전한 선률에 있으며 음악의 가치 또한 선률이 얼마나 아름답고 건전하며 특색있는가에 따라 규정된다.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
《… 계몽기가요들은 조선민요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인류음악이 달성한 우수한 성과들을 적극 받아들여 민족성과 현대성이 잘 결합된 선률형상을 창조하였습니다.》
계몽기가요는 음악형식에서 력사적으로 형성공고화되여온 민족적선률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가요음악의 다양하고 풍부한 선률형상을 창조하였다.
오랜 세월 우리 인민에게 친숙해진 조선민요의 선률적특성을 잘 살리면서 조식, 박자를 비롯한 선률표현수단과 수법에서 인류음악이 달성한 우수한 성과들을 적극 받아들여 당대 인민들의 시대적미감에 맞게 잘 살려쓴 민족가요라는데 계몽기가요의 독특한 면모가 있다고 할수 있다.
계몽기가요들이 당대만이 아니라 후세에 와서도 인민들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즐겨불리우고있는것은 가사내용은 물론 그 음악형식이 우리 인민들의 민족적비위에 맞으면서도 시대적인 감정에도 잘 어울리기때문이다.
우리 나라 근대이후시기 가요예술의 다양한 종류와 양상을 개척한 계몽기가요의 새로운 선률적면모는 선률의 주요표현수단과 표현수법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 조식과 음조를 통해 보는 새로운 선률적면모
민족적특성과 현대성을 밀접히 결합한 계몽기가요의 새로운 선률적면모는 조식의 활용에서부터 뚜렷이 나타난다.
조식*은 선률의 진행을 높이의 관계에서 조직하는 수단으로서 선률에 음악적울림의 색갈을 주어 그것이 형상창조의 유기체로서의 생명을 가지게 해주는 기본요소이다.
그러므로 선률의 주요표현수단인 조식을 옳게 리용하는것은 민족음악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도 시대적미감에 맞는 선률형상을 창조하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된다.
계몽기가요는 조선민요의 전통적인 5음계조식들을 잘 살려쓰면서 대조, 소조체계에 기초한 7음계조식을 적극 받아들여 우리 인민의 민족적비위와 시대적정서에 맞는 새로운 음악형상을 창조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과 대조, 소조체계의 결합이 그 어떤 외적인 영향에 의하여 계몽기가요창작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것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자면 계몽기가요를 통하여 우리 나라 가요음악의 조식적기초로 자리잡기 시작한 대조, 소조조식체계와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호상관계에 대하여 잘 아는것이 중요하다.
○ 민요5음계조식과 대조, 소조체계의 결합
민요5음계조식과 대조, 소조체계의 결합은 무엇보다도 조선민요조식자체발전의 합법칙적인 결과로서 근대시기의 전통적인 구전민요들에서부터 발현되기 시작하였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우리 나라 민요는 예로부터 평조, 계면조를 중심으로 한 5음계조식체계에 기초하여 발전하여왔다.
평조(이동《도》식계명으로 《쏠》을 주음으로 한 5음계조식)와 계면조(이동《도》식계명으로 《라》를 주음으로 한 5음계조식)는 조식을 이루는 계단음들의 안정성과 불안정성이 명확할뿐아니라 조식적기능과 성격이 뚜렷이 대조되는것으로 하여 오랜 세월 민요를 비롯한 민족음악의 기본조식형태로 리용되여왔다.
그런데 근대시기에 들어와 변화발전하는 시대와 인민들의 미학정서적요구에 따라 음악근대화과정이 추진되면서 전통적인 민요조식자체내에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났다.
즉 당대 인민들이 시대적미감과 정서에 잘 어울리는 대조, 소조적인 색채와 성격이 보다 뚜렷한 5음계조식형태를 민요조식자체내에서 살려쓰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평조기본형(일명 《쏠》평조)보다 평조전회형(일명 《도》평조)을 더 많이 쓰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한마디로 조식현대화경향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조식현대화경향은 우리 민요조식체계가 그 음계구성원리나 다양한 조식형태들의 색채적성격 및 기능적특성에서 현대사람들의 음악적정서를 반영하는데 보편성을 가지고있는 대조, 소조체계와 쉽게 융합할수 있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있는데로부터 출발한것이다.
《쏠》평조와 《도》평조는 우리 민요조식형태들가운데서 밝은 대조식적인 색채와 성격을 가지고있는 대표적인 조식형태들로서 그 음계뿐아니라 계단들의 기능적특성에서 많은 공통성을 가지고있다. 다만 종지음만이 다를뿐이다.
다른 한편 이 시기 구전민요들에서는 소조식적인 색채를 가진 계면조의 기본형(일명 《라》계면조)이 그대로 활용됨으로써 대조식적인 《도》평조와 대칭을 이루는 소조식적인 조식형태가 있게 되였다.
이를 통하여 전통적인 민요조식체계내에서는 《도》와 《라》로 끝나는 대조, 소조적인 기능관계가 뚜렷한 5음계조식형태들이 주도적으로 리용되게 됨으로써 외부에서 들어온 대조, 소조조식체계와 자연스럽게 융합될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게 되였다
물론 근대시기의 구전민요들에서 발현된 이러한 조식현대화경향은 어디까지나 지향적으로 나타난 현상들로서 하나의 조식체계성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조식현대화경향은 20세기초에 들어와 활발하게 창작보급된 계몽가요(창가)에서 《도》평조를 적극 살려쓰는것을 통하여 일정한 보편성을 나타내기는 하였으나 새로운 조식적체계성을 확립하지는 못하였다.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 인민의 음악적사유에 깊이 자리잡기 시작한 대조, 소조적인 조식적감정은 1920년대부터 계몽기가요창작보급과정을 통하여 더욱 공고화되면서 현대화된 민족가요양식의 새로운 조식체계를 확립하게 되였던것이다.
다른 한편 민요5음계조식과 대조, 소조체계의 결합은 우리 민요조식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으로 하여 그것이 대조, 소조체계와 쉽게 융합될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것이라는데 중요한 특징이 있다.
계몽기가요를 통하여 이루어진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의 대조, 소조조식체계와의 결합은 결코 외부로부터 들어온 대조, 소조조식체계와 인위적으로 맞추려는데서 이루어진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리조 말기부터 양악이 흘러들어와 우리 인민의 음악생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 류입된 양악은 당시 근대적발전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던 우리 나라 음악발전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였으며 조식체계의 변화에도 호상작용을 하였다.
이것은 시대적발전과 더불어 동서방나라들의 민족문화예술이 세계적범위에서 호상교류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 있을수 있는 필연적현상이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민요조식과 외부로부터 들어온 대조, 소조조식체계의 결합은 조선민요조식자체가 갖고있는 고유한 특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것이다.
근대시기의 구전민요와 계몽기가요에서 주도적으로 써온 《도》평조와 《라》계면조는 대조, 소조체계의 5음계조식과 일련의 차이점도 있지만 많은 면에서 공통성을 가지고있다.
먼저 《도》평조를 보면 조식음계구성에서 기능화성조식인 자연대조의 Ⅳ계단음과 Ⅶ계단음이 빠진것과 일치되고있으며 주음과 Ⅴ계단음이 그대로 안정음적인 기능을 가진다.
이것은 현대화성체계의 견지에서 볼 때 《도》평조에서 자연대조*의 화성체계와 상통한 정상적인 3도구조의 주3화음이 구성된다는것을 말해준다.
단지 주3화음의 성격음인 Ⅲ계단음이 《도》평조에서 불안정음으로 되는것이 차이나는데 신민요를 비롯한 계몽기가요선률들에서는 대조식적인 지향이 높아가는데 따라 Ⅲ계단음의 기능을 강화하여 안정음처럼 쓰는 례가 적지 않다. 실례로 신민요 《노들강변》, 《농촌사절가》, 《봄맞이 가자》 등을 들수 있다.
조식의 안정성을 대표하는 이러한 주3화음체계의 공통성은 《도》평조와 자연대조가 조식적색채에서 류사한 측면을 가진다는것을 말하여준다.
이밖에도 《도》평조는 조식계단들의 기능에서 자연대조에서와 같은 주음, 하속음, 속음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주어지고있다.
보는바와 같이 《도》평조는 자연대조의 5음계조식과 음계구성이나 기능적측면에서 공통성을 많이 가지는것으로 하여 그와 기본적으로 일치되고있다.
다음으로 《라》계면조는 조식음계구성에서 자연소조*의 Ⅱ계단과 Ⅵ계단이 빠진것과 일치되고있을뿐아니라 주요계단음들의 기능도 주어지고있다.
《라》계면조에서는 주음과 함께 4도음과 5도음(이동 《도》식계명으로 《레》와 《미》)들이 기둥음들로 쓰인것으로 하여 자연소조에서와 같은 주음, 하속음, 속음의 기능이 주어지고있다.
또한 주음, 5도음과 함께 3도음(《미》)의 기능성이 계몽기가요곡들에서 강화되면서 상대적안정음의 기능을 수행하는것으로 하여 자연소조에서와 같은 3도구조의 주3화음이 기본적으로 구성되게 된다.
《도》평조와 《라》계면조를 기본으로 하게 된 우리 민요조식에서는 정서적색갈에서도 대조, 소조체계와 일정한 공통성을 가지고있다.
즉 《도》평조가 정서적색갈이 밝다면 《라》계면조는 평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어두운 정서적색갈을 가진다. 민요조식체계는 이처럼 정서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서로 대립되는 조식형태들로 조식적체계성을 이룬다는데서 대조, 소조체계와 공통성을 가지게 되는것이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과 대조, 소조조식이 가지고있는 공통성은 이 두 조식체계가 음악실천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될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뿐아니라 호상결합과정에 각자의 고유하고 우수한 특성을 잘 살려 새롭고도 독특한 조식적색갈과 선률형상을 창조할수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계몽기가요창작가들은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과 대조, 소조조식의 결합이 가지는 이러한 가능성들을 간파하고 선률창작에서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본색을 살리면서도 대조, 소조조식체계를 받아들여 민족적선률속에 용해시킴으로써 민족적특성과 현대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선률형상을 창조할수 있었다.
계몽기가요창작과정에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과 근대적인 대조, 소조조식체계가 융합됨으로써 평조는 5음계적대조로, 계면조는 5음계적소조로 각각 음악실천에 도입되게 되였다.
조식? 가장 안정한 하나의 음을 중심으로 서로 끌림관계로 무어진 음들의 조직적인 체계 즉 안정음과 불안정음들이 가장 안정한 음(주음)을 중심으로 끌림관계로 무어진 음들의 총체이다. 안정음과 불안정음은 해당 조식안에서만 의의를 가진다. 그러므로 주음의 위치가 달라지면 그 조식에서는 안정음이던것이 다른 조식에서는 불안정음으로 된다. 조식을 이루는 매개 음들을 계단이라고 한다. 조식의 매개 계단은 음높이 차례에 따라 로마수자(Ⅰ, Ⅱ, Ⅲ, Ⅳ, Ⅴ, Ⅵ, Ⅶ)로 표시되며 그것은 성음진행의 성질에 따라 일정한 이름을 가진다. 즉 조식의 제Ⅰ계단은 주음, Ⅱ계단은 하행도음, Ⅲ계단은 중음, Ⅳ계단은 하속음, Ⅴ계단은 속음, Ⅵ계단은 하중음, Ⅶ계단은 도음으로 불리운다. 조식은 그를 구성하는 음들의 수와 음호상간의 음정관계에 따라 대조, 소조, 5음조식, 7음조식 등으로 나누어진다. 대조는 주음우에 구성되는 화음이 대3화음으로 되는 조식이다. 대조에는 자연대조, 화성대조, 선률대조가 있다. 소조란 주음우에 구성되는 화음이 소3화음으로 되는 조식이다. 소조에는 자연소조, 화성소조, 선률소조가 있다. 5음조식은 5개의 음으로 구성되는 조식이며 7음조식은 7개의 음으로 구성되는 조식이다. 5음조식과 7음조식에는 여러가지 형태들이 있다. 음악창작실천에서 조식은 선률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화성의 기초로 되여 음악형상창조에 적극 이바지한다.
자연대조? 음렬의 기본계단에서 구성되는 대조.
주음으로부터 시작하여 전음, 전음, 반음, 전음, 전음, 반음의 음정구성을 가진다. 자연대조의 주요3화음(Ⅰ, Ⅳ, Ⅴ계단우에 구성되는 3화음)은 모두 대3화음을 이루기때문에 대조적성격을 가장 뚜렷이 나타낸다. 그러므로 대조의 다른 형태(화성대조, 선률대조)들보다 더 많이 쓰인다.
자연소조? 음렬의 기본계단에서 구성되는 소조.
주음으로부터 시작하여 전음, 반음, 전음, 전음, 반음, 전음, 전음의 음정구성을 가진다. 자연소조의 주요3화음(Ⅰ, Ⅳ, Ⅴ계단우에 구성되는 3화음)은 모두 소3화음을 이룬다. 자연소조에서는 Ⅶ계단과 주음사이가 전음으로 되여있기때문에 선률적끌림성이 약할뿐아니라 Ⅴ계단우에 구성되는 3화음이 소3화음으로 되여 화성소조와 다른 일련의 특징을 가지고있다.
○ 계몽기가요의 조식적특성
계몽기가요는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특성에 기초한 5음계적대조와 소조를 주도적으로 쓰면서도 7음계대조, 소조를 적극 받아들여 대조, 소조체계에 기초한 선률진행으로 현대사람들의 비위와 정서에 맞는 새로운 선률형상을 창조하였다.
계몽기가요의 조식적특성은 첫째로, 매개 가요종류에 따라 조식형태들의 리용에서 서로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는데서 찾아볼수 있다. 계몽기가요의 이러한 조식적특성은 계몽기가요의 매개 종류들이 각각 독자적인 가요형식으로 되여있는것만큼 그에 반영되는 내용과 선률양식에 따라 조식적기초를 서로 달리한것과 관련된다.
계몽기가요중에서 처음으로 나온 동요는 5음계적대조와 7음계적대조를 조식적기초로 하고있으며 그중에서도 5음계적대조로 된 노래가 과반수이고 소조식으로 된 노래는 찾아보기 어렵다.
동요 《조선의 꽃》, 《조선아기의 노래》, 《반월가》 등 5음계적대조로 된 노래들은 주3화음을 구성하는 음들을 중추음으로 하여 선률적발전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키고있을뿐아니라 보조음들을 통한 조식적인성관계를 통하여 중추음들의 표현성을 강화해주고있는것이 특징적이다. 이것은 당시 동요창작가들이 계몽기가요창작의 초기부터 대조, 소조조식에 관심을 가지고 그 조식적특성들을 전통적인 민요조식에 용해시켜 쓰기 위해 노력한 한 측면을 보여준다.
동요에서는 《따오기》를 비롯한 적지 않은 노래들에서 7음계대조식을 적극 활용하여 동요작품들의 선률적정서를 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고있다.
동요에서 이처럼 대조식적인 조식형태들을 기본조식으로 하여 쓰고있는것은 비참한 사회환경속에서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어두운 그늘을 주지 않기 위해 동요곡들을 될수록 밝은 정서로 일관시켜주려고 한 동요작곡가들의 의도적인 창작경향의 발현으로 보게 된다.
예술가요는 동요와 같은 시기에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 창작된 노래이지만 조식적측면에서 동요와 다른 특성을 보이고있다.
예술가요는 주로 7음계적대조와 소조를 기본조식으로 쓰고있으며 일부 노래들에서 5음계적대조를 쓰고있다.
예술가요에서 7음계적대조와 소조를 위주로 쓴데 대하여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할수 있다.
하나는 예술가요가 대중적성격을 띤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높은 예술성과 전문가적인 성격을 전제로 한 가요형식이였던 사정과 관련된다.
당시 일제식민지하에서도 우리 가요예술을 세계적추세에 발맞추어 한계단 발전시킬것을 지향하였던 예술가요창작가들은 그러한 구상을 선행한 대중적인 노래들(구전민요, 계몽가요, 동요 등)과는 다른 표현수단과 수법을 찾아 쓰는것을 통하여 실현하려고 모색하게 되였다. 그 출로로 택한것이 바로 당시까지 많이 해온 전통적인 5음계조식보다는 상대적으로 다른 정서적인 맛과 음악적울림의 색갈을 줄수 있는 새로운 조식형태들인 7음계대조와 소조였던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술가요창작가들이 대체로 다른 나라에 나가 음악공부를 한 사람들로서 양악과 많이 접촉하며 근대적인 대조, 소조체계에 대한 파악이 깊었던것과도 관련된다.
우리 민요5음계조식과는 다른 정서적인 맛을 내는 대조, 소조에 대한 일정한 리해를 가졌던 그들은 대조, 소조조식의 고유한 특성들을 전통적인 민요조식과 융합할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파악하고 창작실천을 통하여 그것을 실현하였던것이다.
이렇게 되여 예술가요는 계몽기가요종류들중에서 7음계대조, 소조를 처음으로 전면도입한 가요형식으로 되였으며 이때부터 우리 가요음악에서는 전통적인 민족적선률의 본색을 살리면서 대조, 소조체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활용하게 되였다.
예술가요에서는 이외 《봄처녀》, 《배사공의 안해》, 《꿈조차 속였어라》 등의 노래들에서 5음계적대조를 조식적기초로 하여 민족적인 색채를 잘 살려내고있다.
대중가요는 7음계소조와 5음계적대조를 위주로 하여 쓰는것을 통하여 자기의 조식적특성을 나타내고있다.
대중가요에서 가장 많이 쓰인 조식은 7음계소조이다.
대중가요에서 7음계소조를 많이 쓰게 된것은 대중가요의 주제반영의 특성으로부터 슬픈 비가류의 노래들이 과반수를 차지하였던것과 관련된다.
즉 나라를 잃은 민족의 슬픔과 울분, 식민지사회현실에 대한 원한과 절규의 감정을 그 어느 계몽기가요종류보다 많이 반영하였던 대중가요에 있어서 주로 어두운 색채를 나타내는 소조식이 적합한 조식형태였다는데 그 원인이 있는것이다.
실례로 널리 알려진 대중가요 《황성옛터》, 《눈물젖은 두만강》, 《울며 헤진 부산항》, 《타향살이》, 《외로운 가로등》을 비롯하여 당시 련정비가, 리별비가, 방랑비가라고 불리웠던 노래들의 대부분이 7음계소조에 기초하고있다. 그런것으로 하여 이 노래들은 가사가 없이 곡조만 들어도 서러움과 비감, 울분으로 가득찬 정서가 짙게 안겨오고있다.
대중가요에서 다음으로 많이 쓴 조식은 5음계적대조이다.
대중가요에서 5음계대조식은 주로 미래에 대한 락관적인 사상감정을 담은 노래들이나 고향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애향가류의 노래들 그리고 일부 비가적인 노래들에서 쓰이였다.
실례로 대중가요 《락화류수》에서 조국해방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안고 살던 당대 인민들의 사상감정을 5음계대조식에 기초한 밝고 랑만적인 선률에 담아 노래한것이라든가 《찔레꽃》, 《피리소리》와 같이 향토적인 정서가 짙은 애향가들에서 5음계대조식에 기초하여 민족적인 정서와 색갈을 잘 돋군것을 들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나그네설음》, 《번지없는 주막》, 《비오는 해관》을 비롯한 일부 비가류의 노래들에서는 민족의 불행과 고통을 담으면서도 우리 인민의 심리정서를 담는데 알맞는 5음계대조식을 조식적기초로 함으로써 선률형상을 유순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민족적색채가 안겨오게 하고있다.
이것은 당시 비가류의 대중가요들에서 7음계소조식의 반음계적인성을 가진 Ⅳ계단, Ⅶ계단음들을 많이 쓰면서 지나치게 비애나 슬픔을 자아내게 하는것과는 달리 우리 인민들에게 친숙해진 5음계를 리용하여 민족적정서를 돋구려고 한 작곡가들의 의도적인 창작태도의 발현이라고 할수 있다.
신민요는 조식적측면에서 전통적인 민요형식을 직접적으로 계승하여 나온 가요형식으로서의 면모를 뚜렷이 보여주고있다.
신민요는 5음계적대조와 소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의 다양한 형태들을 잘 살려쓰고있다.
신민요에서 적극 활용된 5음계적대조와 소조는 전통적인 민요조식이 평조(《쏠》평조), 계면조체계로부터 《도》평조, 계면조체계에로 이행하면서 화성조식인 대조, 소조체계와 융합되여 생겨난 조식형태들이다.
신민요의 조식은 우리 민요조식이 대조, 소조체계와의 융합으로 새로운 조식적체계를 확립해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현한 조식인것으로 하여 더욱 주목하게 된다.
신민요에서 대조, 소조체계에 대한 지향은 무엇보다 대조식적인 색갈을 나타내는 평조계통의 변화를 통해 뚜렷이 표현된다.
이것은 구체적인 작품들에서 《쏠》평조에 기초하여 흐르던 선률의 마감종지를 의도적으로 4도음(《도》평조의 주음)으로 처리하여 대조식적인 종지투로써 선률을 마무리하는데로 지향하고있는것을 통해 잘 알수 있다.
대표적인 실례로 신민요 《노들강변》을 들수 있다.
이 노래는 선률의 시작음으로부터 악단과 악절의 종지음들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쏠》평조로 흐르다가 종지만 4도음으로 처리하고있다. 하여 노래는 《도》평조 즉 5음계적대조로 선률을 종결하고있다.
종지투의 주음선택을 통하여 대조, 소조체계와 상통한 대조식적기능을 강화해주고있는 이러한 실례들은 《농촌사절가》를 비롯한 여러 신민요작품들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이것은 현대사람들의 음악생활에서 새로운 보편성을 띠게 된 5음계적대조식에 의한 종지를 통하여 음악적사유의 완결과 결부된 악곡의 완결감을 보다 뚜렷이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것이라고 보게 된다.
신민요에서는 이와 함께 《릉라도실버들》, 《삼천리강산 에라 좋구나》, 《오동나무》, 《풍년가》를 비롯한 많은 노래들에서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본색을 잘 살리면서 5음계대조식을 적극 활용하고있다.
신민요는 또한 소조적인 색갈을 가진 계면조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여 5음계적소조도 잘 살려쓰고있다.
신민요는 《금강산타령》, 《조선팔경가》, 《처녀총각》을 비롯한 적지 않은 작품들에서 5음계적소조를 적극 활용하고있다. 그러나 노래의 정서를 어둡게 한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고유한 특성을 잘 살리면서 민족적인 선률음조와 장단적특성을 옳게 결합하여 밝고 흥취나는 선률형상을 창조하였다.
이와 같이 계몽기가요는 매개 가요종류들이 가지는 주제반영과 선률양식의 특성에 따라 조식형태들의 활용에서 서로 다른 특성들을 나타낸다.
그러나 총체적으로는 민족적특성과 현대성의 원칙을 옳게 결합하여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우수성을 잘 살리면서도 대조, 소조체계를 받아들여 현대화된 민족가요형식들의 새로운 조식적기초를 마련하였다는데 중요한 특성이 있다.
계몽기가요의 조식적특성은 둘째로, 전반적인 노래들에서 전통적인 민요조식의 특성과 대조, 소조조식의 우수성을 잘 살리는 방향에서 다양한 조식형태들을 적극 활용하고있는데서 찾아볼수 있다.
이에 대하여서는 계몽기가요 410곡의 조식형태를 분석종합한 분석표를 통하여 잘 알수 있다.

조식분석표에서 보는바와 같이 계몽기가요에서는 5음계적대조와 소조가 주도적인 조식형태로 되고있으며 7음계대조, 소조도 적극 활용되였을뿐아니라 5음계적대조에 7음계음들이 결합된 조식형태들도 적지 않게 쓰고있다.
여기서 5음계와 7음계가 결합된 조식형태란 민족적인 정서가 짙은 5음계조식을 기본골격으로 하면서 여기에 비5음계적계단음 즉 7음계의 반음계적인성을 가진 Ⅳ계단(《화》)이나 Ⅶ계단(《씨》)음중의 어느 하나만을 인입한 조식형태를 말한다. 지난날 이러한 조식형태를 가리켜 《변화된 5음계》 또는 《6음계형태》라고도 하였다.
이러한 조식형태를 가장 많이 쓴것은 동요이다. 동요에서는 200곡중의 1/4이 《화》나 《씨》음을 1~2번 적용하여 선률적표현을 다채롭게 장식하고있다.
대표적인 실례로 동요 《고향의 봄》에서는 노래의 첫 소절 셋째 박에서 경과음의 형태로 《화》음을 적용하여 선률적동기를 특색있게 하여주고있으며 그뒤의 선률전개는 순수 5음계로만 구성하고있다.
이와 같이 계몽기가요에서는 5음계적대조와 소조에 7음계적계단음들을 다양하게 인입하여 씀으로써 민족적선률을 보다 풍부하고 특색있게 돋구어주고있다.
계몽기가요에서 이처럼 5음계와 7음계가 결합된 형태의 조식류형이 적지 않게 쓰이게 된것은 당시 전통적인 민요조식과 7음계대조, 소조가 호상 융합되는 과정에 있게 되는 필연적인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계몽기가요에서는 《쏠》평조와 《레》평조, 《미》계면조와 같은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의 다양한 형태들도 노래의 성격과 양상에 맞게 잘 살려쓰고있다.
계몽기가요는 이와 같이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을 기본바탕으로 하여 잘 살려쓰면서도 대조, 소조조식체계를 적극 받아들여 민족적특성과 현대성이 잘 결합된 새로운 민족가요형식들의 조식적기초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가요음악의 현대적발전을 추동하였다.
○ 새맛이 나는 음조
계몽기가요창작과 더불어 보다 발전풍부화된 민족적선률의 특징은 선률의 기초를 이루는 음조에서 뚜렷이 표현된다.
선률의 기초로 되고있는 음조는 선률의 가장 작은 단위를 이루고있지만 거기에는 민족적인 정서와 색갈이 체현되여있다.
사람들이 선률의 음조만 듣고도 그것이 조선적인것인가 아닌가 하는것을 가늠할수 있는것도 음조에 민족적특성이 체현되여있기때문이다.
계몽기가요에서 음조의 표현적기능은 계몽기가요창조과정에 민족적특성과 현대성의 유기적결합으로 새롭게 형성된 조식적체계와 리듬조직, 다채롭게 결합되는 음들의 운동방향 등의 호상작용에 의하여 매우 다양하게 표현된다.
계몽기가요에서는 무엇보다 민요적인 선률음조를 새맛이 나게 잘 살려쓰고있다.
민요적인 선률음조라고 할 때 그 령역이 매우 폭넓고 풍부하다.
더우기 조선민요의 선률은 노래마다 그 음조가 독특하고 특색이 있으며 또 지방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음조들이 있는것으로 하여 어느것이 고유한 음조인가 아닌가 하는 한계를 긋기가 어렵다.
그러나 개별적인 노래나 지역적인 범위를 벗어나 전반적인 민요선률들에서 많이 반복되여 쓰이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른 음조, 우리 인민의 비위와 정서에 맞는것으로 하여 오랜 세월을 거쳐 익숙되고 친숙해진 음조가 있는것이다. 례컨대 전통적인 민요5음계조식의 기본3음렬들을 그대로 음조화한것, 민족장단의 고유한 리듬적특성 및 률동성과 결부된 음조, 굴림음조 등 일련의 공고한 보편성을 가지는 음조들을 그렇게 볼수 있다.
계몽기가요에서 민요적인 선률음조를 활용한 실례는 민요5음계조식자체가 가지고있는 선률음조적특성을 잘 살려쓴데서 찾아볼수 있다.
우리 인민의 오랜 음악생활의 단성음악실천과정에 형성된 선률조식인 평조, 계면조체계는 그자체안에 선률음조적인 특성이 강한 서로 다른 구조의 3음렬의 결합으로 조식음계들이 구성되고있다. 즉 평조기본형은 이동《도》식 계명으로 《쏠-라-도》, 《레-미-쏠》의 음조형태로 된 두개의 3음렬의 결합으로 조식음계들이 구성되고있다. 즉 평조기본형은 이동《도》식계명으로 《쏠-라-도》, 《레-미-쏠》의 음조형태로 된 두개의 3음렬의 련결로 조식음계가 구성되며 계면조기본형은 《라-도-레》, 《미-쏠-라》의 두개의 3음렬의 련결로 조식음계가 구성된다. 그리고 두개의 3음렬이 련결되는 가운데에 중간3음렬 《도-레-미》가 이루어지는데 전음관계의 음조형태로 된 중간3음렬은 평조나 계면조에서 같은 구조로 있게 된다.
조선민요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구조와 기능성, 정서적색갈을 가진 3음렬들의 다양한 결합으로 선률이 전개발전하므로 매우 다양하고 특색있는 선률음조들이 이루어지게 된다.
계몽기가요선률에서는 이러한 3음렬에 기초한 음조들의 다양한 활용을 통하여 민족적정서와 색갈을 특색있게 돋구고있다.
계몽기가요중에서 민요5음계조식이 대조, 소조체계와 결합되여 생겨난 5음계적대조와 소조로 된 노래들에서는 평조 및 계면조3음렬에 기초한 음조들이 주도적으로 활용되면서 민족적색채를 강하게 나타낸다.
실례로 《노들강변》, 《조선팔경가》를 비롯한 전반적인 신민요들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그리운 강남》, 《고향의 봄》을 비롯한 동요들과 《찔레꽃》, 《락화류수》를 비롯한 대중가요들에서도 5음계적대조, 소조로 된 선률전반에서 평조 및 계면조3음렬에 기초한 음조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민족적정서를 잘 살리고있다.
계몽기가요에서 3음렬에 기초한 선률음조들을 써서 민족적정서를 잘 살린 실례는 특히 7음계대조, 소조로 된 노래들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예술가요 《동무생각》에서는 선률의 첫시작과 도중도중에 평조3음렬에 기초한 음조들을 적극 살려씀으로써 곡조의 민족적색채를 돋구고있으며 7음계소조식으로 된 《성불사의 밤》이나 화성적소조로 된 《봉선화》에서는 계면조 3음렬에 기초한 음조들을 잘 살려쓰고있다.
이와 같은 실례는 동요와 대중가요들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7음계대조식으로 된 대중가요 《복지만리》, 동요 《따오기》 등의 노래들에서는 3음렬적인 음조들로 선률을 일관시키면서 반음계적인 음들을 한두번 쓰든가 또는 7음계적인 선률진행속에 3음렬적인 음조들을 배합하여 민족적정서를 살리고있다.
계몽기가요에서 민요적인 선률음조를 활용한 실례는 또한 조선장단의 고유한 리듬적특성과 결부된 음조들을 적극 살려쓴데서 찾아볼수 있다.
음조는 리듬과 밀접히 결부되여있다.
우리 민요의 선률음조들에는 조선장단의 다양하고 풍부한 리듬형들이 그대로 포함되여있거나 장단리듬들의 독특한 률동적성격이 안받침되여있다. 그런것으로 하여 민요는 음조만 들어도 민족적인 맛이 짙게 안겨온다.
계몽기가요는 선률음조에서 조선장단의 고유한 리듬형태들과 유순하고 부드러운 률동성에 기초한 음조들을 잘 살려씀으로써 곡조의 민족적정서를 돋구고있다. 동요 《조선의 아기》, 《고향하늘》, 《반월가》, 대중가요 《락화류수》, 《강남달》을 비롯한 수많은 계몽기가요들이 선률양식과 양상 등이 서로 다르지만 민족적정서가 진하게 안겨오는것은 부드럽고 유연한 굴신성을 가진 조선장단과 결합되여있는것과 중요하게 관련되여있다.
계몽기가요에서 민요적인 선률음조를 잘 활용한 실례는 또한 조선민요선률의 고유한 특성으로 되는 굴림이나 이강음(선률의 흐름에서 강박자의 력점이 약박자로 옮겨지는 리듬진행)적인 리듬과 결부된 음조들을 잘 살려쓴데서 찾아볼수 있다.
굴림은 전통적인 구전민요에서 선률의 흐름을 유연하게 하면서도 형상적인 매력을 돋구는 중요한 표현수법의 하나로서 이것은 선률의 음조적특성과 밀접히 련관되여있다. 구전민요에서 굴림은 대체로 박절을 단위로 하여 첫박을 제외한 나머지 약박들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것이 특징적이다.
계몽기가요에서는 주로 신민요와 대중가요에서 다양한 굴림형태의 음조들을 잘 살려쓰고있다.
신민요와 대중가요에서는 구전민요들에서 보편화되여온 굴림새들을 쓰는데서 그것을 시대적미감에 맞게 정리하여 선률진행을 보다 류창하게 하는 방향에서 노래의 성격과 양상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적용하고있다.
신민요는 《조선타령》을 비롯한 많은 노래들에서 굴림음조들에 일정한 가사를 붙여주어 선률의 형상적표현력을 높이는 수법들을 많이 쓰고있다.
그런가 하면 대중가요 《나그네설음》에서는 3련음부와 결합된 굴림형태를 주로 쓰고있으며 《홍도야 울지 말아》, 《찔레꽃》에서는 4분소리표 한박을 4등분한 굴림형태를 기본으로 쓰면서 선률의 매력을 한층 돋구고있다.
계몽기가요에서는 이밖에도 대조, 소조체계를 우리 음악실천에 받아들이는데 맞게 새롭고 다양한 음조 다시말하여 화성음으로 구성된 음조라든가 반음계적음조 그리고 7음계조식의 음계적인 음조와 같은것들이 적극 활용됨으로써 음조적측면에서 새로운 특징을 잘 나타내고있다.
계몽기가요창조과정을 통하여 새롭게 개척된 조식 및 선률음조적특성들은 일제식민지통치의 엄혹한 환경속에서도 가요예술의 다양한 종류와 양상을 개척한 계몽기가요의 새로운 선률적면모의 한 측면을 뚜렷이 보여줄뿐아니라 이후 우리 나라 가요음악의 풍부한 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일 화
제상에 오른 《조선팔경가》의 악보
조선인민의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한 일제의 동화책동이 날로 우심해지고있던 수난의 시기에 《조선》이라는 이름을 긍지높이 담아 조국의 아름다운 산천경개를 노래한것으로 하여 겨레의 심금을 울려주었던 신민요 《조선팔경가》에는 당시 활동한 작곡가들의 열렬한 조국애와 창작적열정이 뜨겁게 슴배여있다.
1935년 어느날 저녁 리면상작곡가의 집으로 형석기가 《조선팔경가》의 선률초고를 들고 찾아왔다.
《면상군, 좀 봐주게. 가사가 흥분을 안겨주기에 써봤네만 어쩐지 신통해뵈질 않네. 아름다운 우리 삼천리금수강산에 대한 찬가로 되여야겠는데…》
리면상이 선률을 훑어보니 조선팔경의 아름다움을 정열적으로 례찬한 가사에 비하면 곡조가 시원치 못하였다.
두 작곡가는 선률초고를 놓고 이렇게도 고쳐보고 저렇게도 지어보며 밤이 깊도록 탐구하고 고심하던 끝에 드디여 박력있는 안땅장단의 리듬을 타고 흐르는 경쾌한 가락을 뽑아냈다.
그것은 우아하면서도 락천적인 정서가 흘러넘치는 민족적색채가 짙은 선률가락이였다.
형석기는 리면상이 타는 바이올린에 맞추어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불러보며 정말 조국산천에 대한 열렬한 사랑의 찬가로 완성되였다고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런데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들이 후련한 마음으로 허리를 펴며 보노라니 방 한켠에 한되들이술병까지 받쳐놓은 소반상이 있었다.
형석기가 눈이 둥그래져 환성을 올렸다.
《어랍쇼, 이게 웬 떡인가, 응?》
《허허, 우리 집사람이 밤새 창작하느라 수고를 한다고 주안상을 차렸는가보네.》
《참, 자네 처는 역시 속이 깊은 녀성일세.》
밤도 깊어 배가 출출하였던 두 작곡가는 기쁜 마음으로 마주앉아 권커니 받거니 하며 잔을 들었다.
얼마후 안해가 들어와 제사를 지냈는가고 물어서야 리면상은 《아차》 하며 제 이마를 쳤다. 바로 그날이 어머니의 제사날이였는데 저녁에 안해가 준비를 하며 제사날이라고 하였던것을 그만 형석기와 함께 창작세계에 빠져 여념이 없다보니 까맣게 잊고있었던것이다.
뒤늦게나마 술을 부어놓고 절을 하자고보니 밑창을 낸터이라 한잔 부을 술도 없었고 그렇다고 받아오자니 술집문도 닫아버린 깊은 밤중이였다.
안해가 빈그릇들만 뎅그렁하니 놓인 상을 바라보며 난처해하니 형석기는 너무도 미안하여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그러는 안해와 형석기를 보던 리면상은 안해에게 《여보, 걱정마오.》 하더니 상우에 《조선팔경가》의 곡조를 적은 악보를 올려놓았다.
《어머님, 기뻐해주십시오. 오늘 밤 우리들은 짓밟힌 이 땅의 넋을 되찾아 불러줄 노래를 지었습니다. 그야말로 조선의 풍치를 자랑한 찬가입니다. 어머님 이 노래를 받아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며 리면상은 형석기와 함께 무릎을 꿇고 절을 하였다.
리면상의 안해는 찡하니 달아오는 코마루를 두손으로 감싸쥐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주는 뜨거운 사연을 안고 제상에 오른 《조선팔경가》의 악보.
그것은 리면상의 어머니 한사람에게 올린 노래가 아니였다.
그것은 뜨거운 조국애와 민족적의분을 지녔던 신민요작곡가들이 나라잃은 비분으로 오열을 삼키며 민족의 넋을 지키려 몸부림치며 살아가던 이 나라 어머니들과 겨레에게 바치는 민족의 노래였고 열렬한 창작적열정이 낳은 시대의 명곡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