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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는 끝이 없다.
…
그날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 전투현장에서 있은 로병들의 시와 노래는 로동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특히 사람들은 80고령의 김은영이 그처럼 밝게 그리고 아름답게 노래하는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장직맹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소개말을 하였다.
《동무들은 아마 다 모를것입니다. 이분은 전쟁때 서울에서 전선지구경비사령부협주단에 입대하여 싸우는 전선과 후방을 다니며 전투적인 노래로 병사들과 인민들을 고무하여준 로병가수일뿐아니라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나라들에서 우리 인민의 기상을 노래로 떨친 명가수입니다. 혹시 나이많은분들은 아실수 있는데 전후 민족가극들인 <콩쥐팥쥐>와 <견우직녀>, <금란의 달>과 같은 작품들에서 주인공역을 맡아하면서 그때엔 소문이 대단했습니다.
오늘 비록 80고령에 이르렀지만 우리 발전소로동계급을 위해 불편한 몸도 무릅쓰고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고있습니다. 동무들이 바란다면 열번, 스무번이라도 노래를 불러드리겠다고 합니다.》
직맹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우뢰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이많은 로동자들 두셋이 나와서 이제야 생각난다고, 한창나이때 극장에서 많이 본 명가수가 옳다고 감동에 겨워 말하였다. 기중기운전공처녀가 빨간 꽃송이를 들고 내려온것은 그때였다.
《할머니! 아니 저…》 처녀는 은영이를 어떻게 불렀으면 좋을지 몰라 얼굴을 붉혔다. 《꽃다발이 없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건 기중기운전실에서 키운 꽃인데 어제 피여났어요. 아직 채 피진 못했지만 받으십시오.》
은영은 불시로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네가 바로 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송이가 내게 정겨운 미소를 보내주고있구나!… 하지만 말은 달리하였다.
《고마워요.》갓 망울을 터친 빨간 꽃송이를 받아안고 은영은 그 향기를 맡고있었다. 《처녀의 그 마음이 내겐 더 큰 표창이지. 정말 고마워요.》
은영의 그 말도 요란한 박수속에 묻혀버렸다.
여섯번이나 재청을 받았다. 그래도 요란한 박수와 재청을 요구하는 웨침은 그치지 않았다. 직맹위원장이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어 제지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때 은영은 너무 시간을 끌어 교대준비에 지장을 주는것이라고, 그때문에 직맹위원장이 재청을 막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은영이를 기다리고있었다. 현순이가 달려오더니 그의 귀전에 급히 속삭이는것이였다.
《어머니, 당중앙위원회에서 어머니를 찾는다고 해요.》
은영은 여전히 미소를 그린채로 머리를 저었다.
《무슨 소릴! 잘못 들었겠지.》
《안예요. 어머니! 아까부터 한 일군이 와서 기다리고있는걸요. 노래가 끝나지 않아서…》
그때 가까이 오는 한 일군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무던히도 낯익은 모습이였다. 어마나, 차동무가?!… 그는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인 차동무였다. 제3차, 5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할 때만 해도 애리애리한 총각이였었다. 그가 당에서 일하기 시작해서부터 만나본지 오랜 옛지기이다.
《김은영동무.》 그가 웃으며 두손을 맞잡았다. 《오래간만입니다. 이렇게 전투현장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군요.》
그는 은영이 반가운 인사말도 꺼낼새없이 서둘러 귀띔했다.
《갑시다. 시간이 없어서… 가면서 말합시다.》
로병예술선전대는 마감종목인 시와 합창 《높이 들자 붉은기》를 시작하고있었다.
은영은 현순이의 부축을 받으며 차부부장을 따라갔다. 직장철문을 나서니 분홍꽃아카시아나무밑에 승용차가 대기하고있었다.
×
은영은 현순이와 같이 부부장을 따라 당중앙위원회청사로 들어섰다. 비서가 그들을 기다리고있었다.
《은영동무, 반갑습니다. 지금 기다리고있던중입니다.》
《?…》
비서는 웃음을 담고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은영은 무엇때문에 당중앙위원회 비서가 자기를 찾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아 숨소리도 없이 밝게 웃는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은영동무,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은영동무를 회고하시며 뜻깊은 은정의 말씀을 주시였습니다.》
《예?…》
꿈을 꾸는듯 했다. 한순간 눈부신 해빛이 눈을 때려 아무것도 분간할수 없었다. 벅찬 충격에 오무라든 입술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옆에 붙어서있던 현순이 역시 뜻밖의 격정에 흐느끼듯 숨을 톺으며 그에게 매달렸다. 처음 한동안은 비서의 말소리도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였다.
…바로 그 전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멀리 동해기슭의 한 인민군부대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밤이 깊어서야 수도로 돌아오시였다. 급히 비준을 기다리고있는 문건들을 보시며 한편으로는 텔레비죤도 켜시였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불현듯 그이께서는 텔레비죤에 나오는 로병예술선전대활동에 주의를 돌리시였다. 낯익은 모습이, 로가수 김은영의 모습이 그이의 눈길을 끈것이였다. 그이께서 중학시절에 보신 민족가극들의 주인공역을 맡아하였고 행사공연들에서 독창가수로 어버이수령님의 치하를 받군 하였던 로가수가 지금도 대중의 절찬속에 노래를 부르고있는것이였다. 화면은 오래 끌지 않았지만 그이께서는 줄곧 기억을 더듬으시였다.
민족가극 《견우직녀》와 《금란의 달》을 보시며 학생들에게 저 배우는 소리색갈과 형상이 남다르다고, 확실히 관록있는 배우인데 어째서 아무 명예칭호도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공연이 끝난후 학생들에게 가극을 본 감상을 물으시고나서 지금 우리의 가극은 새로운 시대적요구에 따라서지 못하고있다고, 천리마를 타고 달리는 우리 인민에게는 보다 혁명적인 가극이 절실하다고 말씀하시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였다. 특히 파제예브의 《청년근위대》를 각색한 가극에서 김은영이 류바(무용배우)역을 맡아 하는것을 보신후에는 노래는 물론 률동과 연기형상도 능란한 저런 배우가 외국작품대신에 우리의 혁명적인 가극에 출연하고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무척 아쉬워하시였다.
그때로부터 수십년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흘러간 그 먼 시절의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전화로 비서를 찾으시였다.
《비서동무입니까.》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방금 텔레비죤에 로병예술선전대활동이 잠간 비쳤는데 거기서 한 낯익은 배우를 보았습니다. 이름은 김은영, 오랜 배우입니다.… 아, 비서동무도 알고있습니까?… 좋습니다. 한때 그처럼 이름을 날리던 그가 어떻게되여 아무 소식도 없다가 백발이 되여서야 로병들과 같이 예술선동을 하고있는지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음, 그렇게 하시오. 아무때건 좋으니 내게 직접 알려주시오.》
얼마후 보고가 왔다. 한때 위대한 수령님께서 아끼고 사랑하시던 명가수 김은영은 나쁜 놈들의 작간으로 국가적인 무대가 아닌 지방순회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소편대에 밀려나 오랜 세월을 보내다가 끝내는 모란봉예술단의 성악지도원으로 돌려졌다고 한다. 70년대부터는 혁명가극의 주단역배우들을 지도하며 소문없이 아무런 명예칭호도 없이 일하던중 나이가 많아 자택에 들어갔으나 80돐생일을 눈앞에 둔 오늘도 로병예술선전활동에 적극 참가하고있다는 내용이였다.
그이께서는 이윽토록 말씀이 없으시였다. 송화구로는 격하신 심정의 분출인듯 불같은 숨결만이 흘러들고있었다.
《가슴아픈 일입니다.》마침내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 사랑하시던 녀가수를 그렇게 밀어던지다니… 이제 무엇으로 그가 잃어버린 수십년세월을 되찾아주며 무엇으로 그의 마음에 생긴 공백을 채워줄수가 있겠습니까!…》
잠시후 그이께서는 김은영의 80돐생일이 언제인가고 알아보시였다.
《여든돐생일을 당에서 차려줍시다. 오랜 세월 수령님의 사랑과 믿음속에서 노래를 불러온 그의 값높은 한생을 당에서 축복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더 해줄수 있겠는지 생각해봅시다. 신문과 방송에도 소개하고… 한생을 예술로써 당을 받들어온 그를 위해서라면 아까울것이 없습니다. 참, 내 생각엔 80돐독창회도 마련해주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80돐독창회를 하게 되면 그자체가 대단한 파문을 일으킬것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이름난 가수들도 80고령에 노래를 부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믿습니다.
그는 지금도 특색있게 노래를 잘 부를것입니다. 수십년세월 변함없이 수령님과 당을 받들어 노래를 부르며 인민의 사랑을 받아온 명가수가 아닙니까. 독창회를 열면 모두 록음하여 나에게 보내주시오. 내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은영은 당중앙위원회 비서로부터 이러한 사연을 전달받고있었다. 두손을 꼭 맞잡고 그린듯이 서있었다. 숨도 쉬지 않는듯 했다. 불시로 치밀어오르는 뜨거운 눈물에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사뭇 떨렸다.
《경애하는 장군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
한순간 이렇게 목메여 속삭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그렇다. 어느 누가 인생의 기쁨과 행복을 다 알수 있으며 어느 누가 그 모든것을 다 맛보았다고 자신할수 있으랴!… 눈부신 해빛이 창문으로 홍수처럼 밀려들고있었다. 태양을 떠나서는 한순간도 살수 없는 인생, 우리의 인생은 곧 사랑이다. 하기에 인생의 노래는 언제든 멎지 않으며 끝나지도 않는다. 사랑의 노래는 끝을 모른다!…
딸 림현순을 붙안고 소리없이 흐느끼는 은영의 자태가 하얀 벽면에 그림같이 찍혔다. 비서도 부부장도 아무 말없이 은영이모녀가 눈굽을 닦을 때까지 기다리고있었다. 이런 때엔 말보다도 눈물이 더 많은것을 말해주기때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