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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배우들의 주총화모임이 열리고 오학성은 건설장에서 있은 일을 두고 은영이를 호되게 족치기 시작했다.
《은영동무, 어디 솔직히 말해보오. 남몰래 건설장에 나가서 썩어빠진 류행가를 부른 목적이 뭐나 말이요. 에?… 그래 동문 류행가의 비애에 찬 선률이 사람들을 애수와 염세에 물젖게 하고 타락하게 한다는걸 모르는가. 그런 퇴페적이고 반동적인 노래를 퍼뜨리는것을 과연 용서할수 있겠는가?…》
은영은 물론 듣고있던 사람들모두가 눈보라를 들쓴듯 했다. 어깨를 옴츠리고 눈길조차 들지 못하고있었다. 비록 오학성은 어성을 돋구어 고함치지 않았지만 마디마디가 채찍으로 후려치는듯 했다.
《동무들, 생각해보시오. 우리의 혁명적인 예술인대오에 이런 독소가 나온것이 우연이겠는가. 저 동무 한사람에 한한 문제이겠는가?… 벌써 이 문제가 우에도 반영되였소. 그저 간단히 스쳐버릴 문제가 아니란 말이요. 나는 은영동무가 제5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고사하고 우리 예술단에도 있을 자격이 없다고 보오. 혹독한 말같지만 어쩌겠소. 우린 원칙을 떠날수 없소. 그럼 말해보시오. 어떻게 하면 저 동물 구원하겠는가. 오래전부터 같이 있던 동무들부터 말하시오.》
무엇때문인지 오학성은 한정애부터 지명했다.
《정애동문 저 은영동무를 친언니처럼 따랐지. 그렇지만 알아두오. 제기된 문제가 아주 심각하니만큼 원칙을 양보해선 안된다는걸!…》
한정애는 머리도 들지 못하고있었다. 오학성이 재차 불러서야 힘들게, 소리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총장동지, 전… 전…》
《일없소. 동무생각을 말하면 돼.》
《…》
모두가 기다렸다. 은영이 역시 숨을 죽이고있었다.
《어서 말하라는데!》
그러자 한정애는 얼굴을 싸쥐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음섞인 목소리가 애처롭게 새여나왔다.
《부총장동지, 전… 무섭습니다. 은영언니가 이렇게 되리라군…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거요. 좀 똑바로 말하오!》
아마도 오학성은 사전에 한정애를 비롯한 몇사람을 준비시킨것 같았다. 그렇게 준비시킨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상부에 제기하는것으로 은영의 문제를 처리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여 오학성은 지금 그 대답을 기다리고있는것이다.
《어서 말하오!》
《난… 난…》 한정애는 울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차마 그렇게는…》
《뭐요?》
그 순간 강상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부총장동문 너무합니다!》
그는 격하여 다음말을 잇지 못하고 풀무처럼 씩씩- 단김만 내뿜고있었다.
오학성이 눈꼬리를 치뜨며 쏘아붙였다.
《뭐가 너무하다는거요. 그래 동문 은영동물 두둔하자는건가?》
《모르겠소.》
강상일은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것이 오학성을 더더욱 분노케 했다.
《모르겠다는건 또 뭐요. 동문 언제 보나 비뚤어진 소리만 탕탕 하는데 명백히 말하오. 그래 반동적인 노래를 퍼뜨려도 좋다는거요. 그걸 묵인하자는거요? 그러니 동무도 같은 립장이라는거요?》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강상일은 다시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날카로운 그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전에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그럼 말합시다. 내가 모르겠다는건 어째서 은영동무를 반동분자처럼 취급하는가 하는겁니다. 우린 은영동무를 너무도 잘 압니다. 부총장동무도 그렇지요.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부총장동무가 아닙니까. 원쑤놈들에게 아버지와 동생들을 잃고 애인마저 잃고 싸움의 길에 나선 은영동무가 아닙니까. 그래서 어버이수령님께서도 각별히 아껴주시는데… 그래 꼭 그렇게 감투를 씌우지 못해 안달아하는건 뭣때문입니까?》
《뭐?… 아니 저 동무가?》
《내가 알아보니 은영동무가 그날 <집없는 천사>를 부른건 그럴만 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자기의 눈물겹던 어린 시절과 피흘리던 지난날을 두고 오늘의 행복과 결부하여 노래부르려고 했습니다. 다시말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놓고 고마운 조국을 노래했던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들이 복구건설에 더 힘껏 떨쳐나서게 고무해주었습니다.》
《동무!》오학성이 맵짜게 쏘았다. 《동기야 어떻든 류행가를 부르지 않았는가. 그래서 퇴페적이고 반동적인 선전을 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그래도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강상일은 조금 맥빠진 어조였다. 《그 노래가 어떻게 반동적인것인지.…》
《저것 보란 말이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지 않는가!》
그러자 강상일은, 강투사로 소문난 그는 다시 격해졌다.
《어쨌든 반동이요, 뭐요 하는 소린 싹 걷어치우시오!… 은영동무가 남다 쉬는 야밤에 건설장을 찾아가 노랠 부른거야 좋은 일이지 나쁠거야 없지 않습니까. 우리모두가 따라배워야 할 일이 아니란 말입니까?》
오학성이 탁자를 두드렸다.
《앉소. 동무문제는 따로 봐야겠소. 결국 은영동물 꼬드긴건 동무라는 소리인데… 어쨌든 당위원회에도 제기해서 문제를 단단히 세워야겠소. 그때 가서 뭐라고 또 하는지 들어봅시다. 그럼 고종우동무, 동무가 말해보오. 동문 물론 은영동무를 지지하겠지?… 오래전부터 끼리끼리 감싸왔으니까.》
강상일은 더이상 참을수 없는듯 했다. 고종우에 앞서 다시금 벌떡 일어나면서 기관총련발사격처럼 내쏘았다.
《끼리끼리라는건 뭡니까. 그래 부총장동무 눈엔 우리가 모두 반동분자로 보인다는겁니까?》
《앉소.》 오학성은 반대로 더더욱 침착해지고 틀져보였다. 《난 고종우동무한테 물었소. 고종우동무, 말해보시오. 모든 사람들이 듣는데서 자기 립장을 밝히란 말이요.》
그러나 고종우는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격렬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졸고있는듯 했다. 오학성이 두번, 세번 독촉해서야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표정은 담담했다.
《난 사실 부끄러웠습니다.》 바리톤가수답게 웅근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은영동무의 일로 해서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좋소.》 오학성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이제야 솔직하게 나오누만. 어서 계속하오.》
《사실 전 은영동무가 야간예술선동을 같이하자고 할 때 반대했습니다. 당장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둔 때 무리하다가 목상태가 나빠지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면서… 그렇게 말해놓고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는것 같아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앉아서 생각했습니다. 나도 은영동무를 따라서 밤이건 낮이건 건설장에 나가 노랠 불러야 하겠다고, 그렇게 하는것이 우리 수령님 은덕에 보답하는 길이라고말입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은영은 고종우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그가 고마왔고 더없이 미덥게 여겨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말을 듣지 못한 오학성의 얼굴을 하얗게 질려있었다.
《인젠 다 알만 하오, 알만해. 동무들이 이렇게 나오는게 우연하지 않소. 사실 여기서 공개할 문제는 아니지만 한가지만 말해주겠소. 지금 동무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제기되는지 알기나 하오. 이제 보안서에서 사람이 나올거요. 류행가문제때문만이 아니요. 두고봅시다. 위협하는 소리가 아니요. 난 동무들을 생각해서 애써 변명했지만 더는 상관하지 않겠소. 될대로 되라지.》
그의 말대로 다음날 보안서에서 사람이 왔다. 은영을 찾아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하는데 박수미와 관련되는것들이 많았다. 고종우, 강상일의 출신도 따졌다.
일이 심상치 않았다. 그무렵 수미는 대북방송프로에 거의 매일이다싶이 출연하여 고종우와 김은영의 치정관계며 고종우가 그 누구를 고발하여 학살케 했다느니, 그네들이 북으로 달아난건 죄악을 숨기기 위한것이라느니 하고 떠들어대였다. 또 강상일을 비롯한 옛 시절의 동료들을 한사람한사람 이름을 불러가며 공산군에 강제로 끌려간 그들의 운명을 우려하고 한탄하면서 서울로 돌아오라고, 본인들만 바란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마련될것이라고 했다.
보안서에서 나온 사람은 이 문제를 확인하려고 했다. 은영에게는 그가 어쩐지 그 누구의 지시를 받고 특히 고종우를 먼저 꽁지려 하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검은 구름이 그들의 머리우에 드리우고있었다. 그러나 제5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당장 눈앞에 다가왔으므로 불쾌한 담화는 뒤로 미루어졌다. 어떤 연고에서인지 류행가문제도 더이상 꺼들지 않았다. 은영은 그것도 인차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오직 예술만을 생각하였고 그에 모든것을 다 바치는데 습관되여있는 그였다.
하지만 건설자들과 한 약속만은 언제든 잊지 않고있었다. 리병수며 목이 상큼하고 약간 병색이 도는듯 하던 처녀의 얼굴이 한시도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은영이를 두고 나무라고 지어 멸시하는 목소리가 귀전에 쟁쟁 울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
축전에서 돌아오자바람으로 은영은 전날의 그 건설장으로 달려가보았다. 그러나 그새 그 일대에는 새 아빠트들이 일떠서있었다. 리병수라는 제대군인청년이며 이름도 알지 못하는 목이 상큼한 처녀는 그 어데서도 찾을수 없었다.
지금 그들이 그 어느 건설장에서 일하고있는지 알만 한 사람도 없었다.
강상일이 물었다.
《그 사람들을 꼭 찾아야만 하겠소?》
《난 그들과 약속했어요. 꼭 다시 오마구.》
고종우는 말했다.
《우리가 건설장들을 찾아 노래를 부르노라면 만나게 되겠지.》
《옳소.》 강상일이 덧붙였다. 《약속대로 해봅시다. 어쨌든 건설자들과 한 약속이니까.》
어느덧 가을이 오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예총에서 일하는 백영준이 은영이를 찾아왔다.
《갑시다. 상동지가 은영동물 부르시오.》
《상동지?!》
《음- 심중한 문제인가 보오.》
은영은 심중한 문제란 무엇일가 하고 생각해보았으나 짐작되는것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은영이와 고종우를 모함하려 한치한치 그들의 발밑에 구뎅이를 파들어가고있다는것을 상상하지도 못하고있었다.
문화선전상 허정숙은 여느때처럼 은영이를 반갑게, 다정히 얼싸안았다. 비록 높은 직급에서 일하는 그였지만 여전히 틀을 차림이 없이 활달하고 친절하였다.
《은영동문 여전히 매혹적이군요.》허정숙이 웃으며 하는 말이였다. 《지금 나이가 몇이던가요?》
《서른두살입니다.》
《뭐예요?》 허정숙은 깜짝 놀라는것 같았다. 《벌써?… 아직도 선녀같이 해말쑥한데… 참, 그 비결이 어데 있는지 나한테만 좀 대주지 않겠어요? 나도 녀성이니만치 고와지는걸 좋아하거든요.》
《그러세요?》하고 은영은 기꺼이 롱으로 받았다. 《좀 비싸긴 하지만 상동지부탁인데야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몰래 비방을 대드리죠.》
그들은 소리내여 웃었다.
얼마후 허정숙이 정색하여 물었다.
《축전에 가기전에 예술단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던데… <집없는 천사>를 불렀다면서요?》
은영이를 대신하여 백영준이 《집없는 천사》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말했다.
조령출작사의 그 노래구절들을 인용하며 무작정 류행가라며 반동시하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견해를 질시하였다. 그 노래들이 시대적인 제한성은 있으나 당대 우리 인민의 사상감정을 진실하게 표현하였고 반일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서 긍정적인 역할도 많았다고, 그래서 왜놈들이 많은 노래들에 금곡령까지 내리지 않았는가고 말하자 허정숙은 조용히 웃었다.
《나도 알고있어요. 그래서 제기된 문제를 우리 수령님께 보고도 드렸구요.
그건 그렇고… 은영동무, 지금 어떤 사람들이 은영동무의 뒤를 캐고있다는데 알고있어요?》
《저를 말입니까?》
《그러니 모르고있군요.》
《아니, 짐작이 갑니다. 언젠가 보안서에서…》
《개의치 마세요.》 허정숙의 눈빛이 날카로와졌다. 《은영동문 당에서 아끼는, 우리 수령님께서 각별히 아끼고 사랑하시는 가수라는걸 언제든 잊지 마세요. 누가 뭐라고 하든!》
《예, 알겠습니다.》
《요즘 은영동무랑 극장에서 공연도 하는 한편 밤이면 수도의 건설장들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불러준다는데 아주 좋은 일이예요. 그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 수령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요. 어떻게든 시간을 내여 은영동물 꼭 만나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예?!…》
별안간 은영은 눈굽이 저릿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벌써 수십차례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공연을 하였고 공연때마다 과분한 치하의 말씀을 받은 그였지만 전후복구건설로 그처럼 분망하신 수령님께서 또다시 만나주시겠다고 하실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
어슬무렵 은영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부르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정숙이 그와 함께 차를 달렸다. 불타는 저녁노을이 대동강물결우에 붉은 비단필을 쭉 깔아놓았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양각도를 등진 강기슭의 둔덕우에서 새로 일떠세우는 거리의 형성안을 보아주고계시였다. 설계도면을 펴들고있는 일군들의 설명을 들으시며 두손을 허리에 짚고계시는 수령님의 모습을 뵈옵자 은영은 터질것같은 흥분에 몸을 떨며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 김은영동무가 왔구만!》 수령님께서 환히 웃으며 반겨주시였다. 《오래간만이요. 축전에 갔다오자바람으로 새 민족가극을 공연한다지. 밤에도 수도의 건설장들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불러 고무해준다는 얘길 들었소. 그렇게 하기에 힘들지 않소?》
《힘들지 않습니다, 수령님! 건설자들과 함께 있으면 힘이 납니다. 배우는것도 많습니다.》
《음- 그럴테지. 난 동무가 늘 건설자들과 함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소. 누구든 우리 인민들속에서 그들과 기쁨도 시련도 함께 나눈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기쁘거든. 예술인이라고 례외는 아니지. 그래서 동물 꼭 만나서 감사를 드리고싶었던거요.》
《?!…》
불시로 목이 꽉 메여 아무 말씀도 올릴수 없었다. 수령님께서 한 녀배우에 불과한 저에게 감사를 주시다니!… 자신께서는 신발에 묻은 진흙도 터실새가 없으시면서… 은영은 수령님의 축가신 모습과 옷이며 신발우에 한격지 올라있는 먼지를 눈물없이는 볼수 없었다. 하여 자기 목소리같지 않게 겨우 이렇게 말씀올렸다.
《수령님! 전쟁을 이기신 수령님께서 오늘도 이렇게 편히 쉬실새 없이 고생만 하시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고생이라… 고생만 한단 말이지. 하지만 아직 고생을 더 해야지. 자, 보라구. 이렇게 새집들을 더 많이 일떠세우고 우리 인민이 남들이 부러워하게 잘살 때까진 고생을 해야 하지 않겠소. 먼저 인민들이 움막집에서 나와 새 아빠트에 들게 한 다음 극장들도 번듯하게 짓자는거요. 은영동무랑 마음껏 노래부를수 있는 극장을 말이요.》
수령님께서는 역전방향으로 손을 들어 가리키며 은영이에게 새로 일떠세울 건물들에 대하여 친히 설명해주시였다.
《은영동무 가족은 아직 촌에 있다지?… 일없소. 인차 새집들이를 하게 될테니까. 미국놈들은 우리가 100년이 걸려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지만… 보시오. 벌써 허리를 쭉 펴고 일어서고 있지 않는가!…》
불타는 락조가 수령님의 안면을 불그레한 빛으로 물들이고있었다. 대동강수면에서는 물오리들이 붉은 물결을 소리없이 헤가르며 열심히 자맥질을 하고있었다. 만조때여서 기슭에 우거진 버드나무들이 반나마 물에 잠겼다.
《그런데》하고 어버이수령님께서 문득 생각나신듯 말씀하시였다. 《은영동문 아직 가정을 이루지 않았다는데 홀로 살기 힘들지 않소?》
《힘들지 않습니다, 수령님! 계속 공연을 하고 련습을 하느라고 언제 그런 생각까지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순간 은영은 수령님의 안색이 흐려지시는것을 보았다.
《그럴 겨를이 없다?… 아니, 그래선 안되오. 우리가 피흘리며 싸워온것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일하는것도 다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인데 겨를이 없다니. … 동무가 공연을 하고 련습을 하고 또 밤이면 건설장에 나가면서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모른다면… 내 맘이 편하겠소?… 우리가 잘 돕지 못했소. 인민들을 위해 더 많은 노래를 부르라고만 했지 이름난 가수의 생활상 문제는 풀려고도 못했으니 말이요.》
《수령님!》
무슨 말씀을 더 올릴수 있으랴. 은영이 터져나오는 오열을 참느라고 피가 날 지경으로 입술을 깨물고있었다.
《잘 생각해보오. 응?!…》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은영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내가 동무와 같은 예술인들을 아끼는건 바로 동무들이 우리의 투쟁을 노래로써 힘있게 고무해주고있기때문이요. 그래서 가정사에까지 관심하는것이지. 그건 그렇고… 은영동무, 일부 사람들이 동무를 모해하려 한다는데 언제든 당만 믿으면 돼.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꺾이지 마오. 언제든 예술가는 인민의 사랑을 제일 큰 표창으로 생각하면 된단말이요.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수령님! 수령님의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한생 인민의 사랑을 받는 가수로 살겠습니다.》
은영은 눈시울을 사뭇 떨뿐 더이상 말씀을 올릴수 없었다. 아, 아버지, 나의 태양, 나의 아버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마음껏 울고싶었다. 다심하신 어버이의 그 사랑과 은정에 목메인 심정을 달리는 표현할길 없는것이 안타까와 몸부림치고싶었다.
허정숙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꼭 그러안았다. 불타는 락조도 스러져가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깃드는 대동강기슭은 고요한 꿈속에 잠겨들 차비를 하고있었다. 밝은 태양아래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가 좋은 꿈을 기다리고있는것이다.
꿈을 꾸자. 꿈을 잃지 않는 한 생은 고달프지 않다. 꿈이란 곧 희망이고 사랑이다!…
수령님께서는 아직도 하셔야 할 일이 많으신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은영이에게 다시 만나자고, 앓지 말라고 하시고는 가까이에서 기다리고있는 설계일군들에게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은영은 허리를 굽혀 절을 올리며 흙으로 매닥질이 된 수령님의 신발을 물기어린 눈빛으로 보고있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허정숙이 지나가는 말처럼 박수미란 어떤 녀자인가고 물었다. 이태전 은영이 최고사령부가 자리잡고있던 건지리에서 후퇴때 수미와 갈라지던 일을 어버이수령님께 자상히 말씀드렸으므로 그는 그저 어떤 경력을 가진 녀자인가 하는것만 관심하였다. 은영이 간단히 설명하자 그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수미는 다시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은영은 그때부터 줄곧 그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것을 잊지 않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