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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역두에 환영나온 사람들속엔 조기천이 없었다. 있을리가 없다는것을 이제는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믿어야만 할 리유란 무엇인가?…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 믿지 않으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는것은 또 어찌된것일가?… 또다시 핑- 눈물이 앞을 가렸다. 환영의 꽃다발과 축하의 인사말들도 기계적으로 받을뿐이였다.

무심코 한사람과 눈길이 마주쳤다. 당과 국가의 지도간부들과 같이 얼굴에 웃음을 담고 단장, 부단장들과 인사를 나누고있던 중년사나이였다. 그의 찌르는듯 한 눈길이 은영이로 하여금 그쪽에 머리를 돌리게 했는지 모른다. 주의깊고 예리한 눈길이였다. 입가엔 미소를 떠올리고있었으나 두눈만은 웃지 않았다. 은영이와 눈길이 마주친 순간 그의 얼굴이 해쓱해진듯 했다. 은영이 역시 흠칫했다. 그러나 무엇때문에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는 알수 없었다.

어느덧 그 사람은 다시 웃음을 떠올리며 다가왔다.

《은영동무, 축전성과를 축하합니다. 유럽나라들에서 은영동무의 노래를 듣고 막 대단했다지요.》

《고맙습니다.》

가까스로 미소를 그리며 재빨리 그의 얼굴을 스쳐보았다. 분명 어데선가 만나본 사람, 그것도 상서롭지 못한 일로 만나본 일이 있는 사람이였으나 도저히 기억을 파낼수 없었다.

《왜 그러오?》 그 사람이 눈꼬리를 치뜨며 물었다. 《혹시 나를 어데서 본게 아니요?》

《아-뇨, 전연 본 일이 없습니다. 처음 보는분이여서…》

《음- 처음 본단 말이지.》그는 말을 잇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오학성부총장을 돌아보았다. 《부총장동무, 마침 잘 왔소. 은영동무가 아직 나를 모르고있으니 어떻게 된 일이요?》

오학성이 면구스러워했다.

《내가 아직 말하지 않았던가?… 참 은영동무, 내각사무국에 계시는 라윤천참사동지요. 이전부터 은영동무를 잘 도우라고 내게 몇번이나 당부하였는데 내가 그만…》

라윤천이 간부답게 틀진 어조로 그를 나무랐다.

《내가 아니라 당에서 관심을 하는거지. 이름난 배우인데 생활에서 애로가 없도록 해야 할게 아니요.》

《고맙습니다.》

은영은 이렇게 말하기가 얼마나 힘겨웠던지 코등에 땀방울이 돋고있는듯 했다. 어데서 봤던가?… 어쨌든 께름한 일이 있은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런데 왜 인상이…》 라윤천이 칼끝같은 눈빛을 견주며 말했다.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군요.》

은영은 당황하여 얼버무렸다.

《아니, 그저 너무 피곤하던 나머지… 미안합니다.》

마침 백영준과 마주 서있던 문화선전성의 늙수그레한 부상이 그들에게로 가까이 왔다.

《은영동무!》

《아 부상동지!》

구원의 기회였다.

《은영동무, 정말 수고했소.》 부상이 은영이의 손을 꽉 잡으며 말하였다. 《축전소식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기쁘던지…》

《고맙습니다. 부상동지.》

그저 고맙다는 한마디로 매 사람들의 인사에 대답하고있다는것을 그때 은영은 알지 못하고있었다. 부상이 이것저것 묻는 말에도 거의나 동닿지 않는 대답을 하군 했다. 줄곧 등뒤에 날아와 박히는 라윤천의 비수같은 시선에 온몸이 오싹해지군 했다. 어인 일인지 딱히 찍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눈가의 주름살이 스산하게 꿈틀거리는 그 거뭇한 사람 라윤천에게서 헤여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옥죄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부상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자 맥없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또 갈마드는 추억… 이 역두에서 마지막으로 손저어주던 시인의 모습과 그가 기차를 따라 달려오며 웨치던것을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그때 그는 무어라고 웨쳤을가. 그저 단순한 인사말이였을가, 아니면?!…

그의 마지막 웨침소리를 듣지 못한것이 한스러웠다. 부지중 환영의 인사말과 노래소리로 떠들썩한 역구내가 텅 빈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라윤천의 일도 더는 그를 불안케 하지 않았다. 드디여 은영은 머리를 짓숙이고 남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개찰구로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녁에야 무거운 허탈감에서 헤여날수 있었다. 눈부신 백광이 괴로움에 모대기던 은영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당중앙위원회회의실, 축전의 성과를 축하하는 연회가 시작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몸소 연회장에 나오시였다. 목메인 환호, 눈물의 환호, 수령님께서 거듭 손을 들어 답례를 보내주시였다. 이윽고 자리가 정돈되자 수령님께서는 축전의 성과를 축하하여 말씀하시였다.

은영은 터질것 같은 흥분에 잠겨 마치 구름우에 올라앉은듯 했다. 눈부신 해빛을 받으며 손에 들고있는 잔을 꼭 쥐고있었다. 지금껏 재생의 삶을 주신 어버이장군님께 고마운 인사말도 변변히 올리지 못했다는 그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마침 수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이번 축전에서 독창가수들도 조국의 영예를 떨치는데 한몫하였습니다. 축전뿐만아니라 쏘련을 비롯한 인민민주주의나라들을 돌면서 우리 인민의 영웅적기상과 재능을 떨쳤습니다. 가는 곳마다에서 싸우는 조선사람들이 제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는것을 기록영화로 다 보았습니다.》

한순간 수령님께서는 밝은 미소를 그리시며 연회석상을 쭉 둘러보시였다.

《독창가수들이 저기 있구만!… 아, 김은영동무도 있구… 동무가 독창을 부를 때마다 연거퍼 재청을 요구하는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동문 우리 조국의 영예뿐만아니라 한 가수로서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왔습니다. 김은영동무, 축하합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은영은 언제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섰는지, 어떻게 잔을 들고 앞으로 나갔는지 알지 못했다. 불시로 눈앞에서 무수한 별들이 아롱거렸다.

칠색무지개빛으로 빛나는 광휘에 싸여 아무것도 보지 못하며 목메인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마음속에 새기고있던 그 많은 인사말들을 제대로 말씀올렸는지 도무지 가늠할수 없었다. 장군님께서 저희들에게 승리의 노래를 주셨다고, 한생 장군님만을 모시며 그 노래와 함께 살겠다고 말씀드리려 했었는데… 그저 고맙다는 인사말만 거듭 뇌인것 같았다. 모든것이 꿈속에서처럼 아슴푸레 했다. 크나큰 격정에 목소리는 떨리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몸소 잔을 찧어주시였다.

《고맙소. 김은영동무, 한생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참된 예술인으로 살며 싸워주시오.》

《장군님!-》

은영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아버지를 비롯하여 곁을 떠나간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합쳐 눈물어린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있었다. 축복받은 자기의 한생에 대한 고마움에 겨워 태양의 가수로 변치 않을 굳은 맹세를 담은 축원의 인사를 삼가 올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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