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낯설은 왜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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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서 왜인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릉도에서 잡혀온 조선사람이라느니, 두사람인데 한사람은 일본말을 잘하고 키큰 다른 사람은 힘장사같이 생겼다거니 하면서 문밖에 몰려 서있는 왜인들은 호기심에 들떠서 좀처럼 헤여지지를 않았다. 어떤자들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기까지 하였다.

룡복이와 어둔이는 왜인들의 그 경망스러운짓을 못본체하고 해진 다다미우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야 문밖이 조용해졌다. 파수서는 왜인의 느린 발자국소리만 이따금 들려올뿐이였다.

룡복은 벽에 기대앉은채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곳은 일본 호끼주의 오끼시마라는 섬이였다. 세상에 이런 섬이 있다는것도 모르던 자기들이 어찌하다가 이런 낯선 왜땅에 오게 되였는지 생각할수록 격분을 금할수 없었다. 그도 일이 이렇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울릉도에서 어둔이와 함께 고기를 잡다가 왜선과 맞다들리자 그는 쇠동이를 급히 사람들에게 보낸 다음 왜선으로 다가가서 물러가지 않고있는 곡절을 따져물으려고 하였었다. 그런데 왜선으로 다가가자 배전에 몰려나온 왜놈들이 살기띤 눈알을 번뜩이며 오히려 저희들쪽에서 기세가 등등하여 대드는것이였다.

룡복은 그때 벌어졌던 일들을 하나하나 머리속에 그려보았다.

… 룡복은 마음을 다잡고 왜놈들에게 따져물었다.

《너희들은 왜 아직도 물러가지 않고 여기서 어물거리고있느냐?》

그러자 험상궂게 생긴 왜놈 하나가 조총을 꼬나들고 배전으로 다가섰다.

《물러가라구? 이제 보니 네놈이 어제 우리 배에 불을 지르게 한 놈이로구나!》

《그렇다. 네놈들이 남의 나라 지경에 총질을 하며 함부로 기여들기에 불을 질러버리려구 했다. 다시 불을 맞고싶지 않으면 그만 물러가라!》

이때 두목인듯 한 왜놈이 앞을 헤집고 나섰다.

그자를 쏘아보는 룡복의 두눈에서는 무서운 불빛이 번뜩이였다.

《거듭 말하지만 무사히 돌아가고싶으면 이제라도 지체없이 물러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무사치 못할것이다.》

《무사치 못하다구?》

두목놈은 징그럽게 웃으며 두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고있었다. 그자가 지금 울릉도에 배를 대지 못하고 쫓겨가는 책임이 두려워 두사람을 잡아다 증거로 삼아볼수 없을가 하는 음흉한 생각을 더듬고있다는것은 누구도 알수 없었다.

《그래 물러가지 못하겠는가?》

룡복은 두목놈의 흉물스러운 낯짝을 쏘아보며 계속 날카롭게 따지였다. 그러자 두목놈은 상대가 두사람뿐이라는것을 얕보는 투로 느직느직 대답하였다.

우리가 우리 섬에 고기 잡으러 왔는데 왜 물러가라고 하는가? 이 섬이 우리 태수의 식읍으로 된지가 오랜데 그것을 모르는가?》

《태수의 식읍? 너희 태수가 대체 누군데 그따위 수작을 하더냐?》

두목놈은 잠시 망설이다가 《쯔시마태수다.》 하고 어물쩍 대답하였다.

《쯔시마태수의 식읍이라구? 이 섬은 먼 태고적부터 우리 나라 땅이였는데 네놈들이 이제 와서 저희 땅이라고 하면 그렇게 될상싶으냐? 그렇게 생떼를 쓰겠으면 지금 당장 너희 태수한테로 가서 흑백을 따져보자.》

룡복이가 이렇게 위협을 하자 두목놈과 여러 졸개들이 놀라서 저희들끼리 얼굴을 마주보며 뭐라고 한동안 수군거리였다.

이윽고 두목놈이 두사람쪽으로 돌아섰다. 웬일인지 말투가 공손스러워졌다.

《좋은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빈손으로 돌아갈수 없었는데 당신들이 함께 가서 우리가 섬에 배를 붙이지 못한 리유를 태수에게 잘 말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무사할게 아닌가.》

룡복은 이 순간 이놈들을 따라서 쯔시마로 갈수 있으리라는것을 깨달았다. 이놈들을 따라가면 태수도 쉽게 만날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충량의 편지를 내대고 어순이를 찾을 일을 꾸밀수도 있을것이고 울릉도에 왜선을 다시는 들여보내지 말라고 단단히 오금을 박아놓을수도 있을것이다.

룡복은 급히 어둔이쪽으로 돌아섰다.

《어둔이, 저놈들을 따라 대마도로 가세. 동서남북을 모르는 아래도리놈들과 시비를 가를것 없이 태수를 만나서 결판을 보아야겠네.》

《미친소리 말라구. 결판은 무슨 결판인가. 저런 도적놈들과 시비를 가릴것이 있나?》

어둔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핑핑 돌아가는듯했다.

《글쎄 내 말을 들으라구. 왜놈들이 다시 기여들지 못하게 하려면 이번에 단단히 잡도리를 해야지 그냥 돌려보내서는 소용없네. 또 기여들걸세.》

《그렇다구 짐승의 아가리에 스스로 손을 들이밀텐가?》

《아니네. 저놈들이 감히 우리를 어쩌지 못하네. 우리를 데리고가야 목숨을 건질수 있다는것을 아는 놈들이니까 밉든곱든 순순히 싣고갈거네. 대마도에가서 태수를 만나면 어순이를 찾을 길도 생길것이니 내 말을 듣게.》

《어순이를?》

놀라운 눈길로 룡복을 마주보며 잠시 생각을 굴려보던 어둔이는 선선히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을 주저하겠나. 자네말대루 해보세, 육실할…》

어둔이는 억세게 거머쥐고있던 노를 물우에 철썩 내던지고나서 손바닥을 툭툭 털며 돌아섰다.

이리하여 두사람은 왜놈들의 배에 오르게 되였다. 하지만 배가 정작 떠나고 뿌연 비발속으로 정든 울릉도가 점점 멀어지는것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섬기슭에서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이였다.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룡복은 손을 저어보였지만 섬에 남은 그들이 왜땅으로 가는 두사람의 마음을 리해할수 있겠는지…

참으로 정든 땅, 정든 사람들을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수 없는 위험한 길이였다. 물론 범을 잡자면 범의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과연 저 조폭하고 간사한 왜놈들의 흉계를 꺾고 그리운 어순이도 찾아올수 있을는지… 아직은 아무것도 예측할수 없었다.

배전에 서서 아득히 사라져가는 울릉도의 모습을 바라보는 룡복의 눈앞에는 문득 멀리 남겨두고가는 추녀낮은 고향집이 떠올랐다.

그 노란 벼짚지붕우에 여름이면 박꽃이 하얗게 피고 겨울이면 참새들이 즐겁게 재잘거리던 집, 어머니와 룡이의 얼굴이 보이고 뒤울안 배나무도 보였다. 흐느껴울던 어순의 어깨우에 흰눈처럼 쏟아져내리던 그 배꽃이 눈앞에서 어룽거리였다.

그리고 저 섬기슭에 남겨두고가는 정답고 미더운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섬의 자태처럼 티한점 없이 깨끗하고 구김살 하나 없는 쇠동이와 섬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 흰 수염을 가슴에 드리운 좌상로인 최서방, 마음씨 무던한 쇠동의 아버지 문서방, 뭍에서 따라온 젊은 능로군들과 목서방네 배군들…

이들모두를 과연 다시 볼수 있을것인가. 룡복은 두주먹을 꽉 부르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한몸이 열번 죽는한이 있어도 기어이 어순이를 찾아오고 조상대대로 살아오는 제 나라 섬을 왜놈들이 더는 롱락하지 못하게 하리라는 생각은 더욱 굳어져갔다.…

하루밤을 달리고나자 배는 허허벌판같은 난바다로 나왔다. 어디를 보나 바다뿐이였다. 가는 방향을 대강 짐작해보니 쯔시마로 가는 배치고는 배머리를 너무 동쪽으로 돌리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다가 울릉도앞바다에서는 어지간히 곰상스럽게 굴던 왜놈들이 난바다로 나오자 태도를 일변하여 두사람을 마치 붙잡혀가는 사람처럼 취급하려 들었다.

저희들끼리 지껄이는 말을 들어보아도 오끼섬이니 요네꼬포구니 하는 알수 없는 고장이름만 들리고 쯔시마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룡복은 저으기 이상스러운것을 감촉하였다.

울릉도를 떠난지 닷새째되는 날 배가 어떤 섬에 들어섰다. 왜놈들의 말을 들어보니 일본본토의 호끼주지경에서 서쪽으로 200리정도 떨어져있는 오끼시마라는 섬이였다.

쯔시마에서 수백리나 떨어져있다는 이 섬에 왜 배를 붙였을가? 잠시 머물렀다가 갈셈인가?

그것도 아니였다. 배에서 내리는 왜인들의 차림새를 보니 아주 내리는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섬에 잠시 머물렀다가 본토쪽으로 그냥가는 배도 몇척 보이였다.

룡복은 그제야 이자들이 쯔시마왜인인척 행세하였으나 사실은 호끼주지경의 왜놈들이라는것을 알았다.

선대의 두목인 오오다니라는자도 호끼주 요네꼬포구에 사는 왜인인데 쯔시마에서 왔다고 한것은 모든 책임을 남에게 넘겨씌우려 한 교활한짓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

(이 가증스럽고 교활한 왜놈들!)

룡복은 치를 떨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던 섬에 왔으니 이제는 어떻게 할것인가.

왜놈들에게 등을 밀리워 배에서 내린 룡복이와 어둔이는 오끼시마도주의 관사에 갇히워버렸다. 일은 이렇게 된것이였다.…

첫 순간에는 그저 눈앞이 캄캄해질뿐이였다. 어순이를 찾기는 고사하고 헤여날길이 없는 함정속에 빠졌다는 절망감만이 가슴을 조이였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울릉도에 배를 들여보낸것은 호끼주태수라는자가 틀림없고 더구나 그놈들이 쯔시마배인듯이 꾸민것을 보면 저들의 죄를 감추어보려고 애쓰는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니 너무 당황해할것은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강심을 먹고 왜놈들앞에 조금이라도 주눅이 들거나 약한 꼴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왜놈들이 이제 무슨 짓을 꾸밀지 알수 없기때문에 불안과 위구심은 한순간도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룡복은 어떻게 하나 빨리 태수를 만나야 하겠다고 생각하였으나 왜놈들은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여러날동안 그냥 가두어두고있을뿐이였다.

그동안에 왜놈들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분주히 뛰여다니였다.

선대의 두목인 오오다니는 오끼시마도주에게 울릉도에 갔다가 그곳에서 40여명의 조선어부들이 대항하므로 배를 대지도 못하고 돌아왔는데 그 증거를 삼기 위하여 어부 두사람을 잡아왔다는것을 보고하고 한편 오끼시마도주는 상전인 호끼주태수에게 사건의 처리대책을 문의하였다.

며칠이 지난 후 태수로부터 지시가 왔는데 조선어부들을 엄하게 다스려서 다시는 울릉도에 대하여 떠들지 못하게 눌러놓은 다음 지체없이 돌려보내되 말썽이 나지 않게 조심히 다루라는것이였다.

(《엄하게 다스리》되 《말썽이 나지 않게 조심하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것인가?)

사람이 좀 우직스럽고 둔한편인 오끼시마도주는 이렇게 아리숭하고 까다로운 지시를 주는 상전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였다. 죽이라든가 살리라든가 명백하여야 하겠는데 언제 보아야 태수는 늘 이러루한 지시를 내려서 머리가 잘 돌지 않는 자기를 우정 골탕먹이려는것만 같았다.

이것때문에 그는 간사하고 능갈친 상전을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매우 역스럽고 상대하기 싫은 존재로 여기고있었다.

그러나 싫든좋든 상전의 지시를 집행하지 않을수 없었다. 오끼시마도주는 그 이튿날 안룡복이와 박어둔이를 관사앞뜰로 끌어내게 하였다.

룡복이와 어둔이가 관사앞뜰로 나가니 뜻밖에도 어마어마한 형구들을 갖추어놓고 칼과 조총을 꼬나든 부랑배같은 왜졸들이 량쪽에 쭉- 벌려서있었다.

관사마루우에는 도주인듯 한자가 일각모를 쓰고 비단방석우에 높이 앉아있고 그옆에는 왜옷을 입은 벼슬아치들이 위엄을 돋구며 서있었다.

룡복은 날카로운 눈길로 왜놈들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살펴보았다. 자기들의 의기를 꺾어보려고 서두른다는것이 첫눈에 알리였다.

간사하고 조폭하면서도 경망스러운 왜놈들의 성질을 룡복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왜관 가까이에서 자라면서 왜관왜인들과 더러 접촉해본 일도 있고 왜인들과의 사이에 벌어진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보기도 한 룡복이였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축잡히면 하늘이 높은줄 모르고 날뛰는것이 경망스러운 왜놈들의 인박힌 습성이였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주저하거나 축잡히는 기색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쳤다.

룡복은 어마어마하게 벌려놓은 형구와 무장을 갖추고 늘어선 왜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둔이와 함께 주저없이 관사 마루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우악스럽게 생긴 왜졸 두놈이 급히 달려들어 두사람을 섬돌아래 꿇어앉히려고 하였다.

룡복은 팔을 뿌리치며 날카롭게 왜말로 소리를 질렀다.

《썩 물러서라!》

달려들던 왜졸들이 놀라서 흠칫 물러서자 룡복은 그자들을 노려보며 왜말로 꾸짖었다.

《우리가 너희들에게 진 죄가 없으니 죄인도 아닌데 이게 무슨짓이냐? 더구나 우리는 너희 태수를 만나려고 불원천리하고 찾아온 이웃나라 사람으로서 너희들에게는 손님일터인데 손님대접이 이렇단 말이냐?》

마루우에 앉아있던 오끼시마 도주의 시꺼먼 눈섭이 독벌레처럼 흠칫 떨리였다.

《손님이라구? 손님은 무슨 손님인가? 우리 어부들이 고기잡이하는것을 방해하다가 잡혀온 죄인들이니 어서 꿇어앉혀라!》

룡복은 도주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여보시오 도주어른, 우리는 조선어부들로서 당신의 신하가 아니기에 꿇어앉지 않는것이지 례절을 몰라서 그러는것이 아니니 과히 허물치 마시오. 그리고 죄에 대하여 말한다면 남의 나라 섬에 들어온 당신네 어부들이 죄인이지 어찌 제 나라 섬에 들어가 고기를 잡은 우리가 죄인이겠소?》

도주는 조선어부들이 왜말에 능하고 말주변이 또한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라는것을 깨닫고 저으기 놀랍고 께름직해하는 눈길로 두사람을 내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울릉도가 너희 나라 지경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것을 모른다. 먼바다가운데 떠있는 섬이구 너희 나라 조정에서도 내버려두고있은지 오랜데 이제 와서 여러 말을 할것이 있는가?》

룡복의 얼굴로 한줄기 쓰거운 웃음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니 이제는 울릉도가 일본의 섬이 되였다는 말씀이오?》

《우리 어부들이 오래전부터 그 섬에서 고기를 잡아왔고 그 섬을 우리가 관리한지 오랬다고 하지 않는가?》

저들이 오래전부터 섬에 기여들어가 도적질을 해간 사실을 뻔뻔스럽게도 섬을 《관리》했다고 하는 도주라는자의 말이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룡복은 무식하고 우직스러운 이자를 두말 못하게 눌러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도주는 지금 울릉도가 일본의 섬인듯이 말하는데 그렇다면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도주는 이 오끼섬을 일본에 속한 섬으로 보는가, 아니면 조선에 속한 섬으로 보는가? 대답 좀 해보시오.》

도주는 무슨 당치않은 물음이냐는듯이 어정쩡한 눈길로 룡복을 쏘아보며 서둘러 대답하였다.

《그거야 일본섬이지 왜 조선섬이겠는가?》

《어째서 일본섬이라 하는지 리유를 듣고싶소.》

《일본땅에 가까이 있고 일본사람이 사니 일본섬이 아니고 무엇인가.》

《허허허… 이제야 바른 말을 하시는구려. 그렇다면 울릉도는 조선에서 하루길이요, 일본에서는 닷새길인데 어느 나라에 속해야 옳겠소?》

《?…》

《또 울릉도에는 먼 옛적부터 지금까지 조선사람이 살고있으니 어느 나라에 속해야 옳겠는가?》

《?…》

《원래 울릉도와 우산도(오늘의 독도)는 천수백년전 신라시절부터 우리 나라에 속하였던 섬으로 우리 선조들이 그 섬에 뼈를 묻으며 살아왔는데 당신들이 이제 와서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마음대로 로략질을 해가고있으니 이것이 리치에 닿는 일이오?》

도주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여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짜증을 섞어 소리를 질렀다.

《리치고 뭐고 그런것은 모른다.》

《하하하… 력사도 모르고 도덕도 모른다니 그래, 아는것이란 남의 나라 지경에 몰래 기여들어 고기를 잡아가고 나무를 찍어가고 남의 나라 땅을 저희 땅이라고 우기는것뿐이오? 그러고도 죄없는 이웃나라사람들을 함부로 잡아가두려 하고있으니 천하에 이런 오만한짓이 어디 있는가?》

룡복은 손가락끝으로 새파랗게 질린 도주의 얼굴을 가리키며 준절히 부르짖었다.

《뭐라구? 여기가 어딘줄 알고 함부로 지껄이는가?》

도주는 험상궂게 눈알을 굴리며 위협하듯이 섬돌아래 벌려놓은 형구들을 흘끔흘끔 살펴보았다.

우직스러운 이자가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어떤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것을 룡복은 륙감으로 깨달았다.

《도주가 우리를 례절있게 대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네 막부장군이라도 만나겠으니 그리 아시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를 함부로 다칠 생각은 하지 않는것이 좋겠소. 우리가 떠나올 때 울릉도에 있던 40여명의 우리 사람들이 다 보았으니 조금이라도 무리하게 굴거나 함부로 대했다가는 후에 무사치 못할것이니 그리 아시오.》

도주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룡복의 얼굴만 노려볼뿐이였다. 당장 형틀에 잡아매고 칼날로 위협해보고싶었지만 말썽없이 하라고 한 호끼주태수의 분부가 있기때문에 그렇게 할수도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자기에게는 울릉도가 제나라 섬이라고 주장하는 조선어부들을 굽혀낼만 한 외교적수완도 없었고 조선의 섬을 일본의 섬으로 둔갑시킬만 할 두뇌도, 언변도 없었다.

더구나 일시 엄하게 다스린다고 눌리울 사람들이 아닌것이 확실하였다.

그러니 장차 어떻게 번져질지 알수 없는 이 시끄러운 일에서 일찌기 손을 떼고 나앉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끼시마도주는 다음날로 조선어부 두사람을 상전인 호끼주태수에게 넘겨버리고말았다.

그리하여 계유년 4월 27일, 두사람은 선대의 두목 오오다니라는자의 호송밑에 요네꼬포구에 이르러 일본본토의 호끼주땅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호끼주지방은 먼 옛날부터 일본본토 서부의 이와미(석견), 이즈모(출운)지방과 함께 우리 나라와 력사지리적으로 깊은 련계를 가지고있는 곳이였다.

저 세나라시기와 그 이전시기부터 벌써 우리 나라 주민들이 이 지방으로 많이 이주하여 소국을 형성하고 살면서 일본의 경제와 문화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것이다.

호끼주의 도읍은 돗도리성이였다. 돗도리는 일본 천문14년(1545년)에 천대천 동쪽 구송산기슭에 성을 쌓은 후 점차 커지기 시작한 고을이였다.

룡복이와 어둔이가 돗도리성에 이른것은 다음날 한낮때였다.

오끼시마와는 달리 얼마간 번화한 곳이여서 길가에 술집이 많고 곳곳에 술과 떡, 구운 감자와 차를 벌려놓고 파는것이 보이였다.

얼굴에 분을 바르고 눈섭을 진하게 그린 젊은 녀자들이 알락옷을 입고 앉아서 추파를 던지며 술이나 차를 파는 까닭에 길가던 뭇사나이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서 떠들어대고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느곳이나 장삼을 입고 가사를 멘 알머리중들이 부처를 대우에 앉혀놓고 경쇠를 치며 시주를 동냥하고 그옆에는 굶주린 늙은이들과 발벗은 아이들이 해진 옷을 걸치고 앉아서 길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있었다.

지붕에 나무판자가 아니면 띠풀을 두텁게 이은 왜인들의 집이 빼곡이 들어선 저자거리를 지나가자 남향받이에 벗나무에 둘러싸인 왜관사가 나타났다.

꽃은 벌써 다 흩날려 떨어지고 털을 뜯기운 새처럼 앙상한 빈 가지들만 처량하게 흔들고있는 벗나무속에 웅크리고앉은 왜관사는 웬일인지 밝은 봄날인데도 어둑시근하게만 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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