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른 새벽.
쯔시마도주의 집 높다란 담장안에는 아직도 짙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고있었다.
도주 소 요시미찌는 신당안에 무릎을 꿇고앉아 깊은 묵상에 잠겨있었다.
컴컴한 벽에는 조선침략의 길잡이가 되여준 공로로 도요또미 히데요시로부터 《평》씨성을 하사받은바 있는 선대조상들의 화상이 주런이 걸려있었다.
초불이 너울거리는 은초대뒤 어둑컴컴한 벽에서는 한결같이 볼이 홀쭉하고 승냥이나 개처럼 얼굴이 길쑴한 유령들이 요시미찌의 여위고 누런 얼굴을 침울하게 내려다보고있었다.
수백년간 해적질과 간사한 장사질과 칼부림으로 이 섬을 깔고앉아 저의 식읍으로 만들고 이름없던 자기 가문을 세습도주의 자리에 올려세운 조상들의 《덕화》를 헤아려보는 그의 누런 얼굴에서는 엄숙한 빛이 떠돌았다.
《여러 천신들은 굽어살펴주소서.》
도주는 두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중얼거리였다.
《천조황대신궁과 웅야산에 모신 여러 권현수신들과 춘일대명신, 팔번대보살, 대방랑, 소방랑… 여러 천신들은 굽어살피소서.》
도주의 입귀가 푸들푸들 떨리였다. 무엇이든 맹세하거나 빌 때에는 반드시 떠받드는 귀신의 이름을 끌어들이는것이 미신에 젖은 왜인들의 습속이였다.
《조상제신들도 부디 굽어살피소서. 소자는 우리 가문을 더욱 일으켜세워 후세 영원히 빛내이고저 하나이다.》
요시미찌의 축 늘어진 검은 기모노소매자락이 귀신에 접한듯이 와들와들 떨리였다.
초불이 뿌지직거렸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겉은 기름지고 만만하나 속에 굳은 뼈가 있는 음식과 같아 임진년이래 백년이 되도록 감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소이다. 이것은 여러 천신들과 조상제신이 다 아시는바올소이다. 하지만 울릉도라 이르는 기름진 섬은 조선땅이라 하지만 바다가운데 멀리 떨어져있어 내버린것이나 다름없으니 뼈밖에 나도는 고기덩이와 같다고 할것이옵니다.
여러 천신들과 조상제신은 부디 살펴주소서. 소자가 나서서 그 섬을 쯔시마의 차지로 만들려 하나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그 섬의 기름기를 빨아 쯔시마는 살질것이고 일본이 저나라를 타고앉는데 좋은 징검돌을 하나 마련하는것으로 될것이오니 어찌 소자가 힘을 아끼겠소이까.
부디 살펴주소서. 비나이다. 부디 굽어살펴주소서.》
빌기를 마친 후에도 요시미찌는 오래도록 무릎을 꿇고앉아 마음을 다잡은 다음 담넘어가는 구렝이처럼 소리없이 신당안에서 나왔다.
대청쪽으로 걸어가던 그는 부엌채쪽에서 웬 녀인이 무엇인가 량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다가 흠칫 놀라며 뒤걸음쳐 사라지는것을 보았다. 한달전에 요시라의 무리들이 조선에서 잡아왔다고 하면서 가져다 바친 처녀였다.
그동안 후원에서 몇번인가 우연히 만난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그 처녀는 마치 뱀이나 구렝이를 본 사람처럼 겁에 질려 다급히 자리를 피하군 하였다.
그때마다 요시미찌는 도주의 위엄이 저토록 사람의 얼을 뽑는구나 하고 의젓한 마음을 품어보기도 했지만 생각을 한번만 더 굴려본다면 저 계집애가 자기를 무슨 징그러운 짐승처럼 대하지나 않나 하는 불쾌한 의혹이 불쑥 일어나군 하였다.
(하필이면 어디서 저런 비린내나는것을 홀쳐왔나.)
요시라가 하는 일이 대체로 그러했다. 홀쳐올바에는 좀 큼직하고 덕을 볼만 한자들을 홀쳐와야 하는것이였다.
임진년 전쟁때 랍치해온 조선사람들이 일본의 개명과 기술발전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는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학술방면에서만 보더라도 조선의 귀중한 고전들을 훔쳐다가 일본의 학술발전의 기초로 삼았던것이다. 조선의 산학(수학)문헌과 산판을 가져다가 소위《화산》(일본산법)의 길을 연것이며 조선의 유학자 강항이 일본주자학의 거장이라 하는 후지하라에게 주자학을 강술하여 일본주자학을 정립한것이 다 그것이였다.
심지어 리진영이라는 조선사람은 막부장군의 시강(선생)으로 있기까지 했던 사실은 누구에게나 비밀이 아닌것이다.
뿐만아니라 가또기요마사의 비장인 이이다란자가 조선에서 끌어온 석축쟁이들에 의해 축조된 구마모도성은 일본축성술의 기본을 이루었으며 유명한 규슈의 《사쯔마》질그릇은 조선 평남도 도공들이 전해준 기술에 의해 생겨난것이였다.
조선에서 금속활자주조공들을 랍치해다가 금속활자를 만드는 흉내를 내고있는것이라든지 사가지방에서 시작된 두부음식 같은것도 다 임진란때 일본에 끌어온 조선사람들에 의하여 유래된것이다.
그런데 임진란때 쯔시마에서는 금품을 략탈해들이는데만 눈을 밝히면서 조선의 큰 기술자를 잡아두지 못했던탓에 본토에서 조선사람들의 문명의 혜택을 입은것과 같은 그런 행운을 맛보지 못하였다.
전 도주가 계묘년(1663년) 12월에 늦게나마 《퇴계집》,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과 같은 책들을 조선정부에 간청하여 구입해들인것도 다 그때문이였다.
이러한것을 잘 알고있는 요시미찌는 저의 졸개들이 조선사람을 잡아오는것을 막지 않았다.
막지 않을뿐아니라 얼마전에는 조선음식과 바느질에 솜씨가 있는 계집을 하나 구해보내라는 분부를 내리기까지 하였었다.
그는 여러해전부터 조선음식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였는데 이즈음에 와서는 김치 같은 시원한 조선식찬이 없이는 밥을 먹을 재미까지 잃을 지경이 되였다.
부엌일을 하는 녀인들이 애써 김치를 담가들이지만 한번도 김치다운것을 맛보지 못하였다. 그런데다가 조선사람으로 변장시켜 바다를 건너보내는 졸개들에게 입힐 조선옷을 지을만 한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자 요시미찌는 음식조리와 바느질에 솜씨가 있는 조선녀자를 하나 잡아와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분부를 내린것이였다.
그런데 요시라의 무리들이 몇달전에 잡아왔다는것이 젖비린내나는 저런 계집애였다.
하기는 지조나 뽐내는 량반집부녀자를 잡아왔으면 아무리 솜씨가 있어도 휘여잡기가 어려울것인데 항간에 떠돌던 배운것 없는 처녀애라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터이니 막 부려먹기는 오히려 그쪽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분명 저 무스메도 조선사람인 이상 아무리 배운것 없고 나이가 어리다 하더라도 김치 담그는 솜씨는 물론 조선옷을 짓는 일쯤은 얼마든지 할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기분나쁜것은 그 조선처녀를 대할 때마다 이상한 륙감으로 늘 가슴이 섬찍해지는것을 느끼군 하는것이였다.
그 처녀가 자기를 볼 때마다 겁에 질린듯 하면서도 사람이 아닌 징그러운 그 무엇을 보는듯 하는 그 눈길때문일가? 딱히 찍어 말할수 없으나 그 눈길이 불안과 공포를 주는것만은 확실하였다.
어떤 날은 잠결에 문득 새파란 불빛이 이글거리는것 같은 그 눈길이 보이여서 질겁을 하여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앉을 때도 있군 하였다.
번거로운 생각을 더듬으며 신당에서 관사로 돌아온 요시미찌는 아침을 먹고나서 잠시 침상에 누워있다가 저도 모르게 다시 그 생각에 잠기였다.
(저년이 불길한 계집이 아닐가? 내 집에 무슨 재앙이라도 가져올 년이라면?…)
왜인들이 다 그러하지만 특히 미신이 많은 요시미찌는 은근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무서운 그 의혹을 풀지 않고서는 안심할수가 없었다.
그는 재판(조선관계의 일을 맡은 벼슬아치)에게 분부하여 그 처녀를 데려오라고 하였다.
딱히 할 말도 물어볼 말도 없었지만 그 앙증스러운 얼굴이라도 한번 똑똑히 보고 자기가 공연한 의심을 하는것이 아닌지를 가늠해보고싶었던것이다.
이윽고 재판이라는자가 처녀를 데리고 들어왔다.
처녀는 방안에 들어설 때 그 찌르는듯 한 눈길을 다시 들지 않았다. 좀 낡고 해졌으나 깨끗한 치마저고리에 베버선을 단정히 신었다.
상전에 대한 공경의 표시로 뻘건 맨발바람에 들어선 재판은 너푼 엎드려 절을 하건만 처녀는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낡은 버선코만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이년, 눈치가 그리도 없느냐? 도노사마께 인사를 올려라!》
재판이 눈을 흘기며 조선말로 지껄였다. 그러나 처녀는 아무 응대도 하지 않았다.
요시미찌는 가느스름한 눈초리로 처녀를 지그시 쏘아보았다. 줌안에 든 참새처럼 겁에 질려 떨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태연하고 침착한것을 보자 놀랍기보다 기가 질리였다.
해쓱하게 피기가 가신 얼굴을 보니 벌써 무서움같은것은 없어진지 오래고 다만 시퍼런 무쇠쪽같은 모진 마음만 남은듯
하였다.
살이 빠지고 거칠어진 볼, 조갈이 들고 터갈라진 입술, 귀밑으로 어지러이 흘러내린 머리카락…
하지만 그 모든것도 얼굴의 본바탕은 감추지 못하였다.
초생달같이 동그스름하게 휜 까만 눈섭과 반듯한 이마, 크고 시원스러운 검은 눈망울, 꼭 다문 도톰한 입술, 상큼한 코마루, 늘씬한 키, 호리호리한 몸매…
결코 밉지 않은 계집애였다. 옷맵시나 잘 갖추어 내놓으면 쯔시마에서는 그만한 무스메를 고르기가 쉽지 않을것이였다.
《어디서 살다가 왔느냐?》
요시미찌는 느직느직 위엄을 뽑으며 물었다.
《얼른 대답올려라.》
재판이 도주의 말을 재빨리 번져놓았다. 그러나 처녀는 아무 응대도 하지 않았다.
《얼른 대답올려라!》
처녀가 공연히 도주의 기분을 잡쳐놓으면 그 벼락이 제 덜미에 떨어질것이 두려워서 재판은 바늘을 삼킨 사람처럼 안달복달하였다.
《집은 어디 있는가 물으신다.》
《…》
《집에는 누가 있는가?》
《집에는 누가 있는가? 얼른 대답해라!》
처녀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만 방안을 감돌았다. 아래입술을 꼭 깨물고 서있던 처녀가 갑자기 머리를 쳐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집으로 돌려보내주어요.》
요시미찌는 처녀의 목소리를 들은것만도 대단한 일이라는듯이 몸을 뒤로 젖히고 껄껄 웃었다.
《말만 잘 들으면 보내준다. 알겠는가? 말을 듣지 않으면 영영 못간다.》
《왜 못가요? 나는 이 집 종이 아니예요.》
가을서리처럼 차거운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질겁하지 않을수 없는 바로 그 무서운 불빛이 처녀의 눈에서 반짝이는것을 보았다.
(이년이?)
요시미찌는 저도 모르게 흠칫 뒤로 물러앉으며 이발을 깨물었다.
이럴 때 처녀의 손에 칼만 쥐여준다면 서슴없이 자기의 정수리를 내려칠것이라는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심상치 않은 마음을 품은 계집이였다.
《애비는 어디서 뭘하는자인가?》
《울릉도에 계셔요.》
《울릉도에?!》
어순의 눈에는 눈물이 어룽거리였다. 왜놈들의 칼을 맞고 울릉도 산기슭에 눈도 감지 못한채 묻힌 아버지, 어머니와 오빠가 문뜩 생각키운것이였다.
《울릉도에서 뭘하는가?》
《…》
《어서 대답올려라!》
《섬을 지키고계세요.》
《뭐라구?》
요시미찌는 흠칫 놀라며 재판을 쏘아보았다. 울릉도에는 방비가 전혀 없다고 했는데 이게 웬 소리냐 하는 뜻이였다.
재판이라는자는 당황하여 어순이를 노려보았다.
《이년, 뉘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울릉도가 어디 있는지 알기나 하는가?》
《나는 울릉도에서 나서 자랐어요.》
《뭣이?》
재판은 칼자루를 와락 거머쥐며 어순이를 노려보다가 도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도노사마, 이년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있소이다. 이년은 다대포근처에서 잡혀온 년인데 울릉도에서 나서 자랐다는것은 거짓말이오이다. 울릉도에는 한사람의 수군도 없고 어부들조차 다니는것을 금지하고있다는것이 확실하옵니다.》
요시미찌는 가느다란 눈을 감고 한동안 숨을 죽인채 앉아있었다. 종이장같이 얇은 눈가죽이 파들파들 떨고있었다.
거짓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제집으로 돌아갈 생각밖에 없을 저 계집애가 느닷없이 울릉도라는 거짓말은 왜 할것인가. 아니다.
거짓말같으면서도 거짓말이 아니다. 다른것은 몰라도 울릉도에서 나서 자란 계집애라는것은 틀림없다.
울릉도, 울릉도… 그 섬에 태를 묻은 계집애가 내 집 지붕밑으로 들어오다니…
얼마나 공교로운 일인가!
이것이 길한 징조인지 흉한 징조인지… 여기에 하늘의 그 어떤 계시가 숨어있는것은 아닌지… 요시미찌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만 물러가거라. 저 무스메를 너무 심하게 다루지 말라구 집사에게 단단히 일러라. 알겠는가?》
재판은 엎드려 두어번 머리를 조아린 후 처녀를 앞세우고 방에서 나갔다.
요시미찌는 비단보료우에 비스듬히 누워 다시금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의 거무스름한 입술사이로 신음소리같은 부르짖음이 새여나왔다.
《아, 울릉도!》
그 울릉도라는 섬에 욕심을 내여 쯔시마가 조심스레 도발의 촉수를 뻗쳐본것은 벌써 그가 세상에 태여나기전부터 있은 일이였다.
바로 80년전인 갑인년(1614년)에 쯔시마도주는 조선에서 울릉도를 내버려두고있은지가 오래다는 풍문을 듣고 조선정부의 태도를 손가락짚어보기 위하여 관리 한사람과 노군 열세사람에게 공식문건을 만들어주면서 부산에 가서 동래부사에게 《죽도》(울릉도)의 지형을 조사하겠다는것을 요구해보도록 하였다.
그런데 조선정부에서는 그것을 불법행위라 하여 허락치 않고 동래부사 박경업으로 하여금 쯔시마도주에게 가을서리같이 차거운 편지를 보내게 하는것으로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이른바 〈죽도〉라 하는것은 우리 나라 울릉도이다. 경상도와 강원도의 먼 바다에 위치하고있는것이 나라의 지도에 명백히 기재되여있으니 속일수 없는것이다. 지금 비록 비워두고있으나 어찌 다른 나라 사람이 불법점거하여 말썽을 일으키게 허락하겠는가…
바라건대 귀섬에서는 나라의 경계에는 구별이 있으며 국경은 침범할수 없다는것을 알고 서로 신의를 지켜 과오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할것이다.》
이렇게 되여 한동안 쯔시마는 목을 빼들고 건너다만 볼뿐 감히 그 섬을 건드릴 생각을 못하고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동안뿐이였다.
몇십년전부터 슬금슬금 범의 수염을 건드려보는셈으로 울릉도에 몰래 가서 물고기를 잡아오기도 하고 대나무를 베여오기도 했다. 그래도 별일이 생기지 않았다. 섬에 사는 조선사람들의 집을 불사르고 사람을 죽이여도 여전히 별일이 없었다. 자는 범이 아니라 죽은 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사하였다.
그러자 다시 차지해보고싶은 생각이 부쩍 일어나서 닭알침을 삼키게 되였다.
그런데 몇해전부터 호끼주와 이나바주의 장사치들이 저의 태수의 《허가》를 받고 울릉도에 가서 진귀한 물건들을 실어다가 막부에 진상까지 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요시미찌는 불에 덴듯이 놀랐다.
겨눈 살촉앞에 수십년동안 고스란히 놓여있던 보물을 순식간에 남에게 앗기울것 같은 무서운 조바심에 휩싸인 요시미찌는 비로소 발톱을 펴들고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남먼저 울릉도를 타고앉을 배들을 준비하는 한편 경상도 어느 산속에 숨어있는 심복졸개들을 시켜 섬의 방비상태를 렴탐하게 하였다. 그리고 졸개들에게 80년전 울릉도일때문에 조선으로 들여보내는자들에게 표신으로 만들어주던것과 꼭같은 부채를 다시 만들어주기 시작하였다. 아무데서 만나도 그 표신을 가진자들끼리는 서로 돕도록 하려는 뜻이였다.
매일 새벽마다 신당에 들어가 초불을 밝히고 여러 천신들과 조상신들에게 정성다해 빌기 시작한것도 이때부터였다.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있다가 울릉도를 렴탐한 졸개들로부터 련락이 오면 즉시 배를 떠나보낼 생각이였다.
여러척의 배에 사람들을 무리로 싣고 들어가 한꺼번에 집을 짓고 눌러앉은 다음 동래부사를 삶아서 조선정부에 울릉도를 일본의 섬으로 인정받기 위한 외교적교섭을 들이대는 한편 막부장군이 그 섬을 쯔시마의 식읍으로 인정하도록 안팎으로 일을 펴나가야 하였다.
막부장군의 인정을 얻는 일은 지금 에도(오늘의 도꾜, 당시 막부의 도읍지)에 가있는 저의 늙은 아비가 맡아줄것이고 동래부사를 구슬리는 일은 동래상인 박충량이라는자가 맡아줄것이다.
요시미찌는 손바닥을 마주댄 두손을 머리우로 곧추 펴들었다.
《여러 천신들과 조상제신은 부디 살펴주옵소서. 부디 불쌍한 소자를 저버리지 말아주옵소서.》
방안에서는 납덩이같이 무거운 적막만 떠돌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