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피어린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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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계속되고있었다. 다음회계년도 예산토의도 끝나고 행정부가 이미 발표한 법관계문건들에 대한 심의도 끝나갔다.

사흘째 되는 날이였다. 이날 드디여 《동향회》가 제출한 《화평통일안》이 심의에 제출되게 되였다.

《동향회》성원들은 백병전에 나서는 비장한 각오를 안고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날 방청석은 《서북청년단》에서 몰고온 깡패들과 《녀자국민당》에서 동원시킨 녀자망나니들을 비롯한 우익계의 인물들이 다 차지하고있었다.

무장한 경찰들이 무시로 싸다니였다. 그놈들은 게사니같이 꽥-꽥 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걸치군 하였다. 놈들은 방청석에서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온듯싶은 기자들은 무작정 사진기를 빼앗아 필림을 풀어내고 멱살을 쥐고는 밖으로 끌어갔다.

회의장밖에도 숱한 방청객들이 모여들어 저마끔 회의장에 들어오려고 싱갱이를 벌리고 몸싸움을 하였다.

《그 자식 메따쳐라!》

《우익만 사람이냐, 우리도 들어가자!》

《문을 열어라. 열지 않으면 부셔라!》

오늘 회의에서 《화평통일안》이 심의된다는 소식이 서울 정계와 언론계를 휘돌아 숱한 사람들을 몰고온것이다.

이윽고 회의장이 정돈되고 의장과 부의장들이 의장석을 차지하였다.

신익희가 회의속개를 알리려고 의장망치를 들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주석단 우측 나들문이 찌꾸둥 열리더니 리승만이 불쑥 들어섰다. 그 뒤로는 륙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각 군사령관들이 주런이 주석단에 들어섰다.

리승만은 간밤에 내린 무쵸대사의 수습지령에 따라 부랴부랴 군부인물들을 거느리고 달려온것이다. 회의장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신적압박감을 주어 《화평통일안》을 무효화시키기 위한 무지막지한 심리작전이였다.

전례가 없는 리승만의 폭거에 회의장이 웅성웅성거리였다.

그러나 리승만과 군부인물들의 등장은 《국회》의원들과 방청객들에게 사태의 엄중성을 납득시키는데는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신익희도 돋보기를 벗어들고 주석단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의아쩍으면서도 당황망조해서 바라보았다. 리승만이 《화평통일안》의 심의를 무조건 막으라고 고아대기는 했지만 회의에 직접 참가하겠다는 통보는 받지 못했던것이다.

리승만은 주석단 한가운데 틀고앉더니 회의장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어서 회의를 계속해요.》하며 신익희에게 손을 쳐들어보였다.

사무처사람이 나와서 리승만앞에 두개의 마이크를 놓아주었다.

신익희가 망설이는데 《내가 먼저 한마디 말씀드릴가요.》하며 리승만이 의장단의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회〉의원 여러분, 난 오늘 회의에서 화평통일안이 토의된다는 소식을 받고 왔습니다.

듣자니 뭐 이것도 미군철거안의 개정안이라고 하는데 먼저 발기인들에게 묻고저 합니다. 평화라는 말과 화평이라는 말의미가 어떻게 다른가요? 이북에서 요새 평화통일안을 내놓고 우리더러 받아들이라 자꾸 들볶는데 그러면 제목부터 화평통일안이란 북의 평화통일안과 뭐가 다르냐 말이요. 난 루차 철거안을 제기해온 의원들의 배후관계를 알고있습니다. 미군을 철거시키는가, 주둔시키는가 이건 애국자와 매국노를 가르는 시금석과도 같은것입니다. 왜냐면 미군이야말로 국가의 생존을 위협해나선 공산도배들에 의하여 존망이 극히 위태로운 〈대한민국〉을 떠받들고있는 고임돌인즉 이걸 뽑아버리라고 하는거야 나라의 역적이 아니겠느냐 하는거요. 난 대통령으로 다시한번 미군철거론은 우리 국가의 기틀을 흔들어 국민의 소망으로 맺어진 독립의 열매를 국제공산당과 북한로동당에 통채로 넘겨주는 매국이라는데 대하여 명백히 찍어둡니다. 통일이야 해야지요. 나의 통일구상으로 말하면 유엔을 내세워 남북 총선거를 북한에 접수시키고 이것이 실패하면 미국에 통일시행을 일임하며 이것도 실패하면 실력으로 남북통일을 추진하는것입니다.

나의 통일구상을 무엇으로 담보하는가? 그건 미군이올시다. 그런데 몰지각한 일부 의원들이 이 구상을 반대하여 미군철거를 고집하는바 이번에 상정된 결의안은 분명은 북한세력의 사촉밑에 국기를 흔들고 민심을 문란시키며 이남의 국제공산화를 획책하는 도배들의 책략의 일환이라고 인정합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헌법의 최고수호자로서 본인은 〈보안법〉의 제사항들에 립각하여 이 신성한 〈국회〉의 애국연단에서 매국적결의안이 상정되는것부터 금기사항이라는것을 선포합니다. 회의를 계속하세요.》하고는 리승만은 부엉이같이 부어오른 눈두덩이에서 돋보기를 내리고는 회의장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리승만이 피비린내 나는 〈보안법〉의 칼날을 금시라도 휘둘러댈듯 살기를 풍기며 주석단가운데 그냥 옴뚜꺼비처럼 늘어붙어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자 한동안 회의장은 살벌한 분위기에 얼어들었다. 숨소리조차 내기 힘든 무시무시한 정적이 회의장을 꽉 눌렀다. 의원들은 금시 〈보안법〉이라는 패쪽을 건 족쇄가 발목에 감겨드는듯 온몸에 짜릿해지는 무서운 전률을 느끼며 리승만이 방금 던진 스산한 마디마디들을 공포속에 더듬고있었다.

이윽고 신익희가 먼저 회의를 끌고나가야 할 자기의 직분을 생각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향회〉소속 의원들에게 묻겠습니다. 방금 대통령께서 〈동향회〉발기로 제출된 결의안에 대한 립장을 국가원수로서 천명하였습니다. 당분간 결의안을 보류하는게 어떻습니까? 휴회를 해서 발기인들의 재검토를 받을 의향이 없습니까?》

신익희의 목소리에는 겁기가 풍기고있었다.

《의장!》

뒤에서 걸상 움직이는 소리가 회의장의 탁한 공기를 삐끄떡 소란스럽게 흔들더니 회의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것은 김승원이였다. 그는 적의 맹렬한 몰사격에 저지된 돌격선에서 우뚝 일어나 고개를 틀어박고있는 병사들을 공격전에로 일으켜세우는 지휘관의 불사신같은 모습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번쩍 쳐들고 주석단쪽을 불이 펄펄 이는 눈으로 쏘아보며 한동안 서있었다.

《말씀하세요, 김의원.》

부의장이 그에게로 격려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그건 말도 안됩니다. 대통령각하! 헌데… 난 우선 불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다같이 방금 던진 대통령의 말을 생각해봅시다.

그것은 〈국회〉를 함부로 우롱하고 무시하는 전제정치의 표현이며 국민이 선거한 〈국회〉의원들의 신성불가침권을 롱락하려는 독재적인 망언이며 대통령을 〈국회〉우에 군림시키려는 행정권의 립법기관에 대한 일대 폭력공세로 인정하면서 본〈국회〉가 리승만대통령에 대한 탄핵부터 토의안으로 상정시킬것을 제기합니다.

난 나의 제안에 대해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천하를 다 둘러봐야 가을인줄 알겠습니까. 락엽하나 보아도 가을인줄 안다고 했거늘 방금 있은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대통령의 불법무법을 다 알수 있습니다. 거저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탄핵을 다시한번 제의합니다.》

《보안법》이라는 형틀까지 갖추어놓고 국민의 머리우에 신성불가침으로 군림한 권력의 옥좌를 정면으로 타격하는 김승원의 직탄에 압축했던 공기가 터져오르듯 요란한 박수소리와 《옳다!》하는 환호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 소리에 떠받들리운듯 황철산이 연단으로 뛰여올랐다.

《의장각하, 의원 여러분!

난 〈동향회〉 회장으로서 73명의 발기인들을 대표하여 〈미군을 즉각 철거시키고 나라를 화평통일할데 대하여〉를 본 〈국회〉심의에 상정시킨다는것을 다시금 확언합니다.》

권영호와 여러명의 몸집이 좋고 힘꼴을 쓰는 젊은 의원들이 연단 주변에서 회장을 둘러쌌다. 반대파들이 또 폭행을 하려고 덤벼들것이 우려되였던것이다.

《동향회》의 결의안을 읽어가는 황철산의 웅글은 목소리가 회의장을 찌렁찌렁 울렸다.

결의안이 워낙 간단명료하게 기술되여 있는데다가 이미 매개 의원들에게 인쇄된 문건이 한부씩 배포되여 있는지라 리승만일파들은 그를 제지시킬수가 없었다. 황철산은 랑독을 끝내고는 동료의원들의 호위밑에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결의안랑독이 끝나가자 리승만은 너무 급해 《어험-어험-》하고 마른 기침을 깇고 나서 칼칼한 어조로 황철산의 말을 받았다.

《좋습네다. 해라 통일하자는건 갸륵한 생각이지요. 취지는 그럴듯 한데 이봐요 황의원, 거기다가 한구절 보충하는게 어떤가.  현하 복잡한 이 나라의 상황이 고려돼야 하거던. 그러니 거기다가 〈인민군대의 남정을 방비할수 있는 수준에서 국군을 양성할 때까지〉라는 문구를 박아넣는게 어떤가?》

리승만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는 물뿌린듯 잠잠해졌다.

이것 역시 무쵸의 방에서 모사군들이 모여들어 만들어낸 리승만의 예비안이였다. 잠시후 신익희가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대통령께서는 방금 〈동향회〉 결의안에 대한 보충안을 제기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소리에 기다린듯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방청석에 있던 리승만의 계렬인물들도 이에 합세하였다.

그 박수소리에 도전이나 하듯 김승원이 다시 자리에서 성큼 일어났다.

《김의원, 말씀하세요.》

김승원은 수많은 청중의 눈길을 받으며 천천히 연단으로 올라갔다.

그는 리승만이 내놓은 보충안이 말은 간단하지만 엄청난 흉심을 내포하고있다는것을 인차 간파하였다. 그 구절을 갖다대면 미군은 영원히 남조선에 주둔시킬수 있다. 《인민군대의 남정을 방비할 수준의 군대양성》이라는 말은 당국자들의 편리에 따라 해석하기 탓이다. 그 구절만 첨가되면 미군철거안이라는 결의안의 주되는 내용은 모호해지고 말며 종당에는 《계속주둔안》으로 굴러떨어지게 마련이다.

김승원은 리승만의 교활한 흉계를 즉시에 연단에서 정면으로 폭로하여 분쇄해야 되겠다고 결심하였다.

김승원은 연단에 오르자 두눈에 불을 담고 주석단쪽으로부터 의원석과 방청석을 잠시 휘휘 둘러보았다.

장내는 폭풍전야의 정적처럼 고요하였다.

드디여 그의 거쿨진 몸에서 맺고 짜르는듯 한 단호한 목소리가 장내의 숨찬 정적을 뒤집어놓았다.

《그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

한마디로 리승만의 면상에 정면으로 도전해나선 그 엄숙한 립장표명에 드디여 장내의 고요는 깨지고 아침바다처럼 무섭게 움씰거리기 시작하였다.

리승만이 새 바람이 일기 시작한 장내를 향해 두팔을 저어보이며 물었다.

《그러면 김의원은 인민군대가 남하하여 〈대한민국〉을 집어삼켜도 좋다는겁니까?》

《인민군대가 남하한다는건 도대체 누구의 소리입니까? 대통령의 견해입니까? 아니면 인민군대의 주장입니까?》

《이 사람아, 뭐 전쟁놀이를 누가 한다고 소리치며 벌리는건가?》

《인민군대의 남정에 대하여 운운하는건 미군을 비끄러매두자는 꺼꾸로 된 론리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평양방송을 들어보겠는데 난 여적 인민군대가 전쟁준비를 한다는 말 들은 일이 없습니다.》

그때 마이크소리가 뚝 멎었다. 김승원도 자기 소리가 갑자기 이상스럽게 울림이 없어지자 의장단쪽으로 돌아섰다. 리승만일파들이 두사람의 공방전에서 리승만이 밀리는것이 확연해지자 마이크 전원을 차단한것이였다.

부의장이 두리번거리다가 무대 왼쪽에 대고 꽥 소리질렀다.

《마이크! 어찌된 일이냐? 누가 전기를 껐느냐?》

그래도 반응이 없다. 장내가 또다시 웅성웅성하였다.

그때 리승만이 그쪽을 돌아보며 소리질렀다.

《마이크를 련결해요. 무슨 소리인지 그냥 들어봅세다.》

그 소리에 마이크가 다시 련결되고 장내가 진정되였다.

김승원이 말을 이었다.

《쏘련군은 다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에 생겨난 인민군대가 한해가 겨우 될가 말가 한데 어떻게 쳐나온다는겁니까? 난 우리 회장이 제기한 〈동향회〉결의안을 한 문구도 수정함이 없이 그대로 상정시킨다는 〈동향회〉의 립장을 재천명합니다.》

그러자 리승만이 타협조의 말투를 집어던지고 꽥 소리질렀다.

《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그런 결의안이 상정되는걸 절대로 찬성할수 없소.》

《당신이 만약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반론을 제기한다면 고려해봅시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여기에 대통령의 신분으로 참가하였습니다. 73명의 〈국회〉의원이 발기인으로 되여 있는 결의안을 회의에 상정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공직자라는걸 명심해주기를 바랍니다. 결의안의 찬부를 물을 때는 당신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선거자들의 위임을 받은 인물로서 한표를 어떻게 던지는가 하는건 우린 관계하지 않을것입니다.》

《차 저 사람이… 어째서 고집인가. 려수때문에 가뜩이나 골머리가 아파하고있는 사람들이 한둘인가. 그래 자넨 정말 미국사람들이 자기 군대를 다 빼갈것 같으면 단돈 한푼도 막아버리겠는데 안보에 대한 아무런 담보도 없이 미군이 물러가라고 주먹질이면 누가 좋아할상 싶은가. 미군이 없고 미국의 원조가 없으면 거미줄친 국고를 넘겨받은 이 나라는 어떻게 일쿼세우겠는가.》

《이 신성한 〈국회〉무대에서 대통령과 이런 식의 론쟁을 벌리는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국회〉청문회가 아닙니다. 상정된 문제를 심의결정하는 의결연단입니다. 당신은 문건의 문구와 내용에 대해 시비할 권한이 없습니다. 문건에 대한 시비는 각자 의원들이 국민적요청과 량심을 고인 자기 주먹으로 가를겁니다. 대통령께서 방금 미국의 원조라는걸 거들기에 한마디만 더 말해둡시다. 도대체 광복후 미국이 우리 나라에 주었다는 원조라는게 뭐입니까. 미군숙소, 미군비행장, 미군이 사용하는 도로와 철도와 군사기지들, 지어는 미군전용 골프장건설이였지요. 거기에 미군이 경제공황으로 허덕이며 바다에 처넣던 잉여농산물과 허드레 옷가지들… 미국에 실어간건 어떤것이였습니까. 금, 은, 석탄, 호남벌의 옥백미와 령남의 비단천… 이것도 경제원조입니까? 미군정청 운영비용도 다 우리가 걸머졌지요? 이따위 경제원조를 걷어치우라는 말이 그렇게도 두렵습니까? 그따위 원조라는걸 구걸하면서 어느 특정인물이나 특정정당들이 수수료로 받은것이 몇천만인지 이 자리에서 내가 밝혀내야겠습니까?》

《김의원, 그게 정치인의 소신있는 소린가?… 그래도 유엔에서 우리 국가의 승인을 위해 뛰여준건 미국이야.》

리승만이 김승원을 굽혀보려다가 오히려 그의 격렬한 도전과 사리정연한 반론에 몰리자 앞상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국회〉의원 여러분, 난 대통령으로서 명백히 찍고 넘어갈게 있소. 미군을 철거시키면 화평통일이 다 뭔가, 북조선이 두시간이면 서울에 땅크를 몰고 쳐들어올거요. 당신들의 결의안은 분명 공산당의 사촉에 의한것이요. 도대체 국민의 총의가 모아져야 할 이 자리에서 저 역적도배들의 소리가 그냥 울리게 하다니… 이 자리에 눈이 바로 배긴 애국자가 있기는 한가 엉? 이따위 〈국회〉는 필요없소. 더는…》하며 리승만은 또다시 주먹으로 앞상을 내리쳤다.

그 소리가 마이크에 그대로 공명되여 회의장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리승만의 소리는 제놈의 졸개들을 무례한 폭력행사에로 부추기는 욕설이였다. 악에 치받친 리승만의 소리를 행동구령으로 접수한 여러명의 패거리가 주먹을 부르쥐고 연단에 뛰여오르기 시작하였다. 열띤 고함소리, 발구는 소리가 잇달아 터지였다.

김승원은 그냥 연단에 버티고서서 수라장이 된 장내와 달려오고있는 리승만의 졸개들을 커다란 두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더러운 놈들! 비렬한 놈들! 이놈들을 한동아리에 얽어매서 바다속에 처넣는 법은 만들지 못할가.》

김승원은 지금 속으로 이렇게 울컥울컥 치미는 생각을 하며 그냥 부각상처럼 굳어져서 연단을 두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서로 연단을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승원에게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연단앞에서 두패의 의원들이 서로 멱살을 쥐고 붙어돌아갔다. 그때 《동향회》에서 준비시킨 구호대가 일제히 일어났다.

《외세를 몰아내자!》

《미군주둔 주창자는 반역자다!》

《화평통일반대는 역적행위다!》

《동족상쟁 부추기는 대통령을 탄핵하자!》 젊은 의원들이 목청껏 웨치는 구호소리에 회의장이 움씰움씰거렸다.

이렇게 되자 《독촉》계의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받아 고함을 지르는데 《동향회》와는 달리 저마끔 제 소리이니 무슨 소리인지 똑똑치 않았다.

점차 방청석을 꽉 메우고있던 반동테로단 깡패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합세하였다. 《녀자국민당》에서 조직한 녀자깡패들의 구호대가 일어나 그에 합세하였다.

《빨갱이의원 숙청하자!》

《빨갱이〈국회〉를 당장 해산하라!》

《미군을 주둔시켜 공산도배 타도하자!》

《화평통일안을 철회하라!》

그놈들이 준비해온 삐라들이 회의장의 여기저기에 하얗게 살포되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눈살이 꼿꼿해서 앉아있던 리승만은 더는 앉아있을 체면이 없어 《잘 부탁해요.》하고 신익희에게 눈을 흘겨보이며 군부졸개들을 끌고 황겁히 꽁무니를 뺐다.

신익희는 부의장과 몇마디 수군거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란장판이 된 회의장을 굽어보며 《다들 그만두지 못할가!》하고 꽥 고함을 질렀다.

그래도 극도로 흥분된 사람들이 두패로 나뉘여 붙어안고 돌아가자 경찰들을 끌어들여 겨우 소요를 가라앉혔다.

신익희는 얼른 15분간 휴회를 하겠노라고 선언하였다.

정시명도 《국회》청사옆의 도서관에 나와서 회의진행소식을 시시각각 길철의 련락원을 통해 보고받고있었다.

회의가 잠간 휴회하게 되자 길철이가 직접 도서관에 나타났다. 회의가 리승만의 돌발적인 출현으로 새로운 난관에 부닥쳤다는 소식에 긴장해있던 정시명은 그가 나타나자 다우쳐 물었다.

《어떻소 가능성은?… 또 새로운 장애가 없을가?》

《글쎄요, 회의분위기는 매우 날카로워졌습니다. 승산을 가늠하기 힘들게 되였습니다. 리승만이 막판에는 〈국회〉해산을 선포할것이라는 설까지 회의장에 나돌고있습니다.》

《〈국회〉해산?… 음, 십분 그럴수도 있소. 경무대에서 방금 소식이 왔소. 리승만이 지금 무쵸에게 가있다고 하오. 노불이 회의장골방에 앉아서 직접 지휘하고있더라고 하오. 저놈들이 미쳐나면 못하는 지랄이 없지. 〈국회〉를 해산시키면…》

《차라리 그쪽으로 몰아가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길철이 조용히 주장해나섰다. 《국회》를 해산시키도록 내쳐두면 그 역시 하나의 성과라고도 볼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투쟁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시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제는 미국놈을 몰아내는것이다.

지금 《동향회》집단은 《국회》안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자라났다. 이러한 집단을 무어내기 위하여 근 한해라는 긴장된 세월이 흘렀다. 다시 시작하면 싸움준비를 위하여서만도 또 한해라는 시간을 최소한 잃게 된다.

대세가 미군철거를 미루는것을 용납하지 않고있다.

그냥 밀고나가야 한다. 그런데 전술은 바꾸어야 한다. 극도로 예민해진 의원들의 신경을 부드럽게 해주면서도 최상의 효과를 거둘수 있는 방안에로 넘어가야 한다. 정시명은 만약의 경우를 가상하여 둘째, 셋째, 넷째의 방안까지 준비해놓고있었다.

정시명은 생각을 집중하였다.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을 놓치면 만사가 뒤틀어질수 있다. 그러니 신속하게 결심을 채택하여야 한다. 좌우익의 대립이 극도로 팽배해진 회의장의 분위기에 어느 방안을 들이대야 안전하게 통과시키면서도 차후의 투쟁강도를 계속 보장할수 있는 실효를 거둘수 있겠는가. 신축성 있으면서도 자기의 안속을 차릴수 있는것이 되여야 한다.

그는 속주머니에 차고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하나하나 재빨리 검토하다가 네번째의 예비방안으로 마련해두었던 타협안을 선택하였다. 제목 그대로 이쪽과 저쪽의 동향을 절충시키는 모양새를 갖추고있으면서도 첫 《화평통일안》에 못지 않은 여파를 보일수 있는 안이였다.

결심이 되자 정시명은 벽시계를 흘끔 쳐다보고 나서 빠르고도 명료한 말씨로 타협안을 내놓았다. 한문장으로 엮어진 짧은 결의안이였다.

길철은 잠시 정시명이 내놓은 타협안을 두고 생각을 굴리였다.

무겁던 얼굴이 밝아졌다.

《묘안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말속의 말을 재빨리 찾아들을줄 아는 영민한 두뇌를 가진 길철이 짤막한 문장에 압축되여 있는 정시명의 웅심깊은 지략을 포착하자 탄성을 올렸다.

《좋소. 그러면 이젠 빨리 돌아가시오. 시간이 다 되였소. 그러니 황철산회장을 만나느라고 어물거리지 말고 곧바로 부의장부터 만나시오. 부의장이 의장에게 들이대도록 하시오. 의장의 타협안으로 제기하되 〈동향회〉결의안을 이번 회기에 보류하는것을 명백히 하라고 하시오.》

정시명은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빠른 말씨로 그러나 길철이 머리에 새기고 가도록 한마디한마디를 정확하게 씹었다.

《그리고 다음 회기가 시작되는 8월중에 정식 심의한다는것을 놓치지 마시오. 8월이요. 두가지 측면이 명백히 두드러져야 하오. 하나는 보류, 하나는 다음 회기심의, 형식은 의장의 타협안, 알겠소?》

《예, 하나는 보류, 하나는 다음 회기심의… 8월중이지요.》

길철은 선 자리에서 돌아서서 부리나케 뛰여갔다.

회의가 다시 시작되였다.

회의장분위기는 더욱 팽배해졌다. 량측에서 다같이 비밀모의를 한 후 격전장에 나서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회의장에 다시 들어섰던것이다. 목표는 결의안의 상정과 무산이였다.

방청석에서도 여전히 두패로 갈라져 눈싸움을 벌리면서 여차직하면 맞붙을 기세들이였다.

휴식시간에 신익희는 노불의 전화와 리승만의 전화를 받았다.

노불은 《화평통일안》을 끝내 상정시키는 경우 《주둔안》을 다시 상정시켜 그에 대치시킬데 대한 《한민당》의 제안을 무조건 접수하라고 을러멨다.

리승만은 《동향회》의 결의안이 상정되는 경우 자신은 결정적으로 비상구국대책을 취하는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내리먹였다. 《국회》해산을 선언하겠으니 너의 공직도 끝날것이라는 위협이였다.

예비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신익희는 조성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겠는가 묘안을 궁리하였지만 무슨 신통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예비종소리가 울리는것과 동시에 사무실에 들린 부의장이 타협안을 가지고왔다. 방금 길철을 통하여 받은 안이였다.

문구를 따지고보니 이쪽저쪽의 립장을 고려하였다는 고심의 흔적이 있고 이쪽 저쪽 눈치를 봐준다는 아량도 있다.

부의장은 이것이 《동향회》측에서 제기하여 온것인데 의장결심에 의한 타협안으로 제기하라고 권고하였다.

《됐소! 부의장이 목에 박힌 가시를 뽑아주었소. 고맙소.》

신익희는 이마에 주름살을 쭉 펴고 사뭇 기운있게 연단으로 걸어갔다.

신익희는 잘못 튀기면 탁 터질것만 같은 회의장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들고나온 문건을 조심스럽게 읽었다.

《본인은 본회의 의장으로서 〈동향회〉가 제출한 〈화평통일〉결의안이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류의하면서 8월에 시작되는 다음 〈국회〉에서 정식안건으로 심의한다는 조건부로 이번 회기에서는 일단 보류한다는 결의안을 본인명의로 제기하는바입니다.》

신익희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의원들이 불쑥불쑥 일어났다.

발기자들은 보류시킨다는 소리에 격노하였고 반대파들은 다음 회기에 정식안건으로 상정시킨다는 조건부가 접수되지 않았던것이다.

신익희는 일어선 의원들을 둘러보다가 그중에 황철산을 비롯한 《동향회》회원들이 있는것이 이상스러워 부의장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부의장이 얼른 쪽지에 글을 써가지고 그의 눈밑에 가져다주었다.

《의장, 가결에 붙이십시오. 사실은 다시 제출한 타협안이 〈동향회〉의 두번째 대책이니 걱정할게 없습니다.》

그러자 신익희는 그들의 반발을 자신있게 무시해버리며 재빨리 《좋습니다. 내가 제출한 결의안이 부결되면 화평통일안과 관련한 새로운 조정을 하겠습니다. 가부를 묻겠습니다. 찬성하는 의원?…》

회의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타협안이라는 의미에서 《동향회》회원들도 반대세력도 다소 안심이 되여 신익희의 제안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가 되였다.

잠시후 신익희는 《국회》사무처 사람들이 가져온 표결결과를 훑어보고나서 《참석의원 168명중 125명의 찬성으로 미군을 철거시키며 나라를 화평통일시킬데 대한 〈동향회〉발기 결의안을 8월에 시작되는 다음회기에 정식으로 심의결정할데 대한 결의가 채택되였습니다.》하고는 고무봉으로 책상을 세번 쳤다.

그리고는 이날 회의를 끝내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해버리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떨구며 도망치듯 무대옆으로 퇴장하였다.

리승만이나 무쵸측에서도 미처 예견하지 못하였고 다시 수습할수도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 황철산이 권영호와 함께 신익희를 만나러 들어가고 김승원은 회의결과를 보고하기 위하여 정시명에게로 갔다.

신익희는 방에 들어가자 랭수 한고뿌를 다 마셔버리고는 긴 쏘파에 기진해서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지금껏 주석단 휴계실에서 《국회》일정을 지켜보며 수하인물을 움직이고있던 노불이 볼이 부어가지고 찾아왔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그뒤로 황철산과 권영호가 주먹을 부르쥐고 달려들었다.

서기가 앞을 막아섰으나 격노한 그들을 제지시킬수가 없었다.

《이럴수 있습니까?》 권영호가 한대 줴먹이기라도 할듯 매섭게 노려보며 다가들었다.

그러자 신익희가 벌떡 일어나 그에게 마주가며 소리질렀다.

《이 무슨 발칙한 짓이냐. 네놈들 뭘 좀 알기나 하고 덤비는거냐?》

《우리에게 한 약속은 달보고 짖는 개소리였습니까?》

권영호가 분노에 치를 떨며 모욕적으로 걸고들자 신익희는 달려오더니 그의 뺨을 찰싹 쳤다.

그러는데 책상우의 전화기 두대가 동시에 야단스러워졌다. 그러나 신익희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화를 냈다.

《이놈, 이 이놈, 무슨 놈의 말본새야. 저게 어느 놈들 전화인줄 아느냐. 경무대와 미국대사관 직통전화야. 무쵸가 걸어오는 전화일거다. 리승만이 걸어오는 전화일거다. 바빠맞아서 걸어오는 전화다. 정치하겠다는 놈들, 그렇게도 정치의 물계에 둔할수 있느냐. 늬들이 내놓은 안을 표결해야 패할테지. 그래서 절충안도 내놓은게 아닌가. 늬들이 길다랗게 써온 결의안이 내 한마디로 내뱉은 결의안보다 더 큰 소리 낼것 같으냐? 어서 나가! 어서!》

신익희가 기가 올라 펄펄 뛰는바람에 황철산과 권영호는 더 말을 붙여보지 못하고 쫓겨나고 말았다.

김승원의 전화를 통하여 회의과정을 보고받던 정시명은 두 의원이 의장방에 항의하러 갔다는 소리에 크게 웃었다.

《괜한 일이요. 신의장을 괜히 노엽히는구만. 내가 복안으로 제기한거요. 신의장의 결의안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은거요. 참 그럴듯 하게 신의장이 지원포를 쏴주었소. 미국놈들이 더 바빠났소. 신의장의 결의안은 그놈들에게 다음회기까지 말미를 준다는 최후통첩과도 같은 효과를 낼게요. 네놈들이 몇달사이에 제발로 나가지 않으면 〈국회〉에서 정식 내쫓을 토의를 한다는 소리이니 워싱톤도 껑충 뛸거요. 두고봅시다.》

정시명은 흡족해 하였다.

《예, 저도 신의장이 내놓은 결의안이 무엇인가 깊은 여운을 주는듯싶었습니다. 그저 결의안 상정에만 옴해서 모두 흥분해있었으니 그뒤에 은페된 궁리를 놓치였습니다. 참 그럴듯 합니다.》

김승원은 그제야 정시명의 말뜻에 리해가 가서 크게 감탄하였다.

포성이 울리자 투쟁의 폭이 즉시에 넓어지고 가열화되여 갔다.

기다리고있던 김명호가 언론전을 시작하였다.

정시명과는 이미 신문이 탄압받는 한이 있더라도 《광명일보》와 《우리 신문》에 《국회》진행정형을 상세히 실으라고 지시하였다.

《서울신문》과 《동아일보》도 받아물었다.

《동아일보》는 《미군의 급속한 철퇴와 화평통일을 〈국회〉의원 73명 긴급결의안 다음회기에 정식안건으로 결정!》이라는 제목밑에 이렇게 보도하였다.

《이번에 열린 〈국회〉에 73명의 의원이 〈미군을 철거시킨 후 화평통일을 실현할데 대하여〉라는 결의안을 상정시키였다.

회의에는 전례없이 리승만대통령과 군부인물들까지 나타나 긴장되여 있었다.

결의안이 제기되자 발기인 황철산의원은 문제의 중대성에 비추어 즉각 처리할것을 성토함으로써 치렬한 론쟁이 벌어지고 이 안건이 공산당의 모략이라는 반대의원들의 발언으로 개원이래 최대의 혼잡상을 보였다.

회의에 상정된 화평통일결의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

나라의 자주권을 획득하고 민족의 총의와 국시의 대강인 통일에의 주도권을 선양키 위해 정부로 하여금 미군의 철퇴를 요청할것을 건의한다.

유엔총회는 총회자체가 채택한 1947년 11월 14일부 결의에 기초하여 조선반도에서 외국군철수조항을 급속히 실천완료할것이다.

정부는 외국군을 철거시킨 후 즉시 북한과 국토통일회담을 시작하여 화평적인 방법으로 단일정부를 세워나가야 할것이다.

… …

본 결의안은 리승만대통령의 훈시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따라 8월에 시작되는 다음 〈국회〉에서 심의결정하도록 하였다. 8월에 〈대한민국국회〉가 미군의 존재를 심판하게 될것이다.》

신문에는 이 결의안을 발기한 73명의 의원들의 이름도 빠짐없이 큰 활자로 렬거하였다.

김명호는 극우익정당들을 제외한 좌익과 중도우익정당들도 이에 대한 공개지지성명을 일제히 발표하도록 하였다. 기자들과의 회견도 련일 조직되였다.

《동향회》의 결의안상정투쟁이 널리 알려지자 인민들속에서는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였다.

사람들은 《동향회》원들인가 아닌가, 화평통일안의 발기자인가 아닌가 하는것을 기준으로 의원들을 애국자와 반동으로 갈랐다.

이렇게 되자 중간에서 왔다갔다 하던 의원들이 수많이 《동향회》에 정식가입하였다. 반동의원들까지도 지방에 나가면 선거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자기도 《동향회》원이라고 거짓말 하고 다니였으며 화평통일안의 발기자라고 입가려운대로 속이였다.

공격전은 더욱 세차게 벌어졌다.

김승원쪽에서 튕겨놓은 불꽃을 불길로 타번지게 하기 위해 모두가 한사람같이 뛰였다. 말그대로 전선과 후방이 따로 없는 립체전이 낮과 밤을 이었다.

《유엔조선위원단》내부가 소란해졌다. 김명호가 쑤셔대기 시작한것이다.

권영호가 직접 다섯명의 동료들로 대표단을 무어가지고 《유엔조선위원단》을 방문하여 결의안을 정중하게 넘겨주었다.

이를 접수한 《유엔조선위원단》은 3분과라는 위원회까지 만들어가지고 이 문제를 연구하고 론의하도록 하였다.

인디아대표는 남조선도처에서 반미유격전이 광범히 벌어지고 《국회》에서 위원의 3분의 1이상의 발기로 된 화평통일결의안까지 상정되여 있는 정황을 고려하여 미군의 철수기일을 당장 확정발표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영국과 프랑스, 오스트랄리아도 미군주둔이 더 필요없다는 립장을 표시하였다.

이렇게 되자 리승만은 필리핀대표를 비밀리에 불러냈다.

이에 대한 통보가 곧 보고되여왔다.

 

리승만- 우리 정부는 필리핀으로부터 미국무기를 구입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본국에 이에 대해 통보해주기 바란다.

       ※ 지금 필리핀정부는 필요없이 사들여온 미국제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애를 쓰고있습니다.

필리핀대표- 감사하다. 정부에 즉시 통고하겠다.

리승만- 당신에게 부탁할게 있다. 지금 《유엔조선위원단》에서 미군철거날자를 결정하여 유엔에 정식 제출할데 대한 문제가

       상정되여 있다.

        나는 이 문제가 우리 국가의 존망에 직결되고있다는데 대하여 당신의 리해를 받고저 한다.

필리핀대표- 각하의 고충과 건의에 리해를 표시한다.

           나는 《유엔조선위원단》이 미군철병날자를 정할 권한이 없다는것을 설득시키며 필요한 결정을 채택하도록 최선

          을 다할것을 약속한다.

 

정시명은 즉시 통보자료를 김명호에게 넘겨 이자들의 막후흥정을 폭로하고 유엔연단에서 미군철거문제가 계속 론의되고 유엔에 통보되도록 하였다.

바빠맞은 무쵸는 《유엔조선위원단》성원들을 술판에 청해들여 《미국은 자기 군대를 철거하려고 한다. 그런데 리승만대통령이 국가위기를 념려하여 주둔을 요구하고있다. 지금 당장 조정중에 있으니 〈유엔조선위원단〉에서는 당분간 기다려달라.》고 달래였다. 한편으로는 필리핀대표를 시켜 미군의 철병일정을 유엔이 제정할 권리가 없다는 《결의 18호》를 빨리 채택하라고 부추기였다.

《유엔조선위원단》내부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옥신각신하고있다는 소식이 내외에 계속 전해져 새로운 파문을 만들어냈다.

홍콩에 파견된 마동열과 안우생이 자기들이 발행하는 《코레아 뉴스》를 통하여 세계적판도에서 교포사회계에 《국회》소식을 널리 선전하였다. 길철이 파견한 사람들도 워싱톤에서 미국회를 대상으로 하는 공세를 벌려나갔다. 미국회에 73명의 련명수표가 있는 화평통일안을 통보하고 불원한 장래에 정식《국회》에서 미군을 내쫓는 결의가 채택되리라는것을 납득시키는 여러 갈래의 사업이 진행되였다.

미국회에서는 이를 놓고 론쟁이 첨예화되였다. 미군철수를 주장하던 패들은 성수가 나서 반대파들을 몰아댔다.

《보라, 미군은 쫓겨나게까지 되였다. 이제라도 움직여야 한다. 서울은 우리에게 석달이라는 유예기간을 주고있다. 쫓겨나다가 남조선유격대의 불벼락까지 받는 수치를 당하기전에 영예롭게 제발로 걸어나오는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국무성과 륙군성의 철거론자들도 이에 합세하여 떠들기 시작하였다.

미군철거론으로 안팎으로 곤경에 처한 트루맨은 현지료해라는 명목으로 이미 파견하기로 했던 신임륙군장관 로이얄의 서울방문을 즉시에 실행할것을 명령하였다.

정시명은 서울을 중심으로 세계의 넓은 판도에서 벌어지는 대정치전을 주시하면서 길철에게 놈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하여 예리하게 주시하도록 하였다. 미국놈들과 리승만일파가 안팎으로 죄여드는 압력에 도전하는 새로운 흉계를 꾸며낼수 있다.

그놈들이 저들의 명줄이 끊어지게 될 위태로운 시각에 순순히 무릎을 꿇는다는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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