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자기를 지켜낸다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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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쵸의 방문소식과 《미군철거안》을 둘러싼 리승만주변의 부산스러운 복닥소동은 길철의 선을 통하여 즉시에 정시명에게 보고되였다.

정시명은 제기된 자료들을 엄밀히 따져보면서 자기의 의견을 적어 신속히 김승원과 김명호에게 보내주군 하였다.

안지생은 련락사업이 긴장되자 례영이와 함께 휴가를 받은 리순애도 이 사업에 인입하였다.

리순애는 륙군참모부의 타자실 장교 장덕수와 사랑놀이를 계속하면서 자기 임무를 솜씨있게 하고있었다.

그가 입수한 자료들은 《흥국상회》를 걸쳐 즉시에 빨찌산부대들과 해당부문에 전달되여 요긴하게 리용되였다.

김아성은 이제는 순애를 뽑아달라고 기회를 봐서 조심스럽게 제기하군 하였다.

정시명도 당자들 못지 않게 순애를 권혜숙의 자리에 앉히고 두 사람을 결혼시켜 살림을 차려주어야겠다고 이미전부터 생각하여왔으나 당장은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지 못하여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있었다.

려수항쟁후 리순애의 자리는 누구와도 바꿀수 없는 요진통자리로 되였다.

송호정이 물러난데다가 군부의 현역인물들이 발이 묶이워 그쪽과의 련계가 거의 두절되다싶이 되였던것이다. 벌써 근 5천이라는 애국적장병들이 숙청되여 무리로 군법회의에 회부되고 군부인물들은 누구라없이 감시의 그물에 걸려있었다.

리범석은 중위이상 장교들에게는 자유외출을 금지한다는 《금족령》을 내리기까지 하여 장교들의 병영리탈을 완전히 차단하여버렸다.

이런 조건에서 군부의 움직임을 알아낼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장악하고있는 순애를 소환할수 없었다.

김아성과 순애도 형세가 달라지자 더는 떼를 쓰지 않고 맡겨진 일을 수걱수걱하면서 때를 기다리고있었다.

정시명은 그들을 만날 때마다 길철이나 례영이 겪고있는 사랑의 비극을 그들만은 겪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고 왼심을 쓰고있었다.

안지생은 정시명이 움직이는 모든 거점들에 어떻게 하든지 비상전화기를 설치하여놓군 하였다. 그리고 례영이 호출하면 언제든지 기동할수 있도록 자동차를 대기시키고 아무도 리용하지 못하게 엄격히 통제하였다.

이날 정시명은 새벽부터 《국회》회의장곁에 있는 도서관에 나가있었다.

길철은 김승원의 보좌관명함으로 회의장에 들어가고 김명호도 황철산의 보좌관명함장을 얻어가지고 방청석의 한 좌석을 차지하였다.

《흥국상회》의 모든 지휘성원들이 결사의 각오로 새로운 싸움에 진입하였다.

그런데 회의를 30분 앞두고 정시명에게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지생이였다.

《발기인들중에서 여섯명이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출석하지 않다니?… 어째서?…》

《두명은 교통사고로 어제 저녁에 병원에 실려가고 세명은 오늘 새벽에 검찰소의 출두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가택수색도 당하고요. 그리고 권씨도 보이지 않는데 그 리유는 모르고있습니다.》

《모략이군. 교통사고는 일종의 테로요. 회의장에서 〈동향회〉원들에 대한 놈들의 책동을 규탄하는 활동부터 벌립시다. 성토문을 당장 준비하여 가지고 회의가 열리자마자 공개합시다.》

《그리고 또 한가지, 회장이 신익희한테 불리워갔는데 오지 않았다구 합니다.》

《김의원이 속히 의장실로 가도록 하시오. 좋소, 성토문은 내가 만들어보내줄터이니 여기로 오시오. 김의원이 여러명의 회원들을 앞세우고 가도록 하오.》

《의사당 정문 가까이에 길선생의 사람을 대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놓고 정시명은 사태를 랭정하게 검토해보았다.

적들은 필사적으로 움직이고있다. 그럴수밖에 없다. 미군철거구호가 《국회》안에서 울린다는것부터 적들에게는 뢰성벽력이다.

정시명은 성토문부터 만들었다.

그는 외세의 옷자락에 한사코 매달려 버둥거리는 매국노들과 미국놈들에 대한 치솟는 분노가 성토문의 구절구절마다 서슬푸른 총창처럼 번뜩이게 심력을 쏟아부었다.

 

이시각 리승만도 《국회》의사당을 지켜보며 초조히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리승만은 간밤에 밤샘을 한터이라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고 온몸이 찌뿌둥한게 천근만근처럼 무겁다.

그는 《동향회》원들중에서 《독촉》과 《한민당》에 소속되여 있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초청해놓고 공세를 들이댔다.

리승만은 그들이 《미군철거안》의 발기인으로부터 《미군계속주둔안》의 발기인으로 옮겨앉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는데 열명의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마지막까지 도리질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자동차로 숙소에 들려보내다가 도중에서 다른 자동차로 들이받게 해서 병원에 실려가도록 하였다. 세명의 의원은 《5. 10단선》시에 선거자금을 비법적으로 모아들인 일이 있었다는 투서가 제기되였으므로 조사를 해야겠다는 구실로 검찰소에 끌어가게 하였다.

이렇게 그중 애를 먹이던 젊은 의원들을 돌려세우느라고 밤을 꼬바기 밝히고난 리승만은 아침을 우유 한고뿌로 설치고는 《국회》회의장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으며 제 방을 뜨지 못하고있었다.

전화종이 또 울렸다.

리승만은 불길한 소식은 아니겠지 하는 일견 두려움부터 앞서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기침소리부터 들려왔다.

《신익희입니다.》

《또 무슨 소식이요?》

《어제 권영호의원도 경무대로 불렀습니까?》

《어, 그건?… 그렇소. 그 녀석 그냥 말썽인가?》

《아닙니다. 권영호의원이 아직 출석하지 않았는데 다들 행방을 모르고있습니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 내가 간밤에 삼경에 만나준것은 사실이고… 그까짓 내버려두라구요. 〈동향회〉사람들을 불러놓고 흥정을 해봐요. 그냥 고집이면 회의가 시작될 때까지 붙잡아두고 또 무슨 꿍꿍이를 하지 못하게 들볶아대요.》

《예, 그러지 않아도 무쵸대사가 방금전에 황의원과 사업할데 대한 건의를 왔습니다. 지금 대기실에 불러놓게 했습니다.》

《무쵸대사가?… 좋아요. 잘해봐요.》

리승만은 수화기를 던져버리고는 《권영호가… 그놈도 속대는 무른 놈이야. 어데 숨어있는 모양이군. 흐흐…》하고 입을 헤벌리고 싱겁게 웃었다.

간밤에 권영호를 만났던 일이 생각나서 기분이 썩 좋았다.

경무대의 너렁청한 응접실에서 리승만은 가랭이가 넓은 무명바지에 군복천으로 지은 마고자를 걸치고 권영호를 맞았다.

옆에는 새까만 바탕에 흰점이 다문다문 박혀 있는 얼룩고양이를 안은 마미가 입가녁에 해사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리승만은 맞은편 쏘파에 앉은 상대방을 관상이라도 봐주려는듯 잠시 아무말도 없이 세세히 뜯어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신경질적으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자정도 지난 이밤중 권의원을 긴히 만나자고 한것은 우리 피차에 중대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 있기때문이야. 자네는 나하고 치러야 할 회계가 복잡한 사람일세.》

첫 인사말이 너무도 자극적이고 무례해서 권영호가 반발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리승만은 그제사 비죽이 웃으며 아량을 보여주듯 손을 내들었다.

《기분 상해할것 없어. 대통령한테 좋은 말 듣는건 이 집의 저 고양이밖에 없네.》

그 소릴 알아들었는지 고양이놈이 야웅-하고 소리치고는 리승만에게로 뛰여가 안겼다.

마미가 경망스럽게 턱을 까불며 웃었다.

권영호도 덩달아 히죽이 웃을수밖에 없었다.

리승만은 고삐를 늦추어주었다가 다시 바싹 당기기 시작하였다.

《말 좀 해보게나. 난 젊은이한테 금빼지를 달아주고 〈국회〉분과위원장으로 밀어주고 적산물이요, 어장탈세요, 뭐요 구설수에 오르는것을 별칙으로 다 막아주었는데…

사람법도에 공은 공으로 갚고 덕은 덕으로 갚으라 했거늘 미군철거라는 말이 가당할가?… 30대안팎 초년인생에 쏟아지는 황금소나기가 뉘덕인줄 그래 권의원이 모를 사람인고?…

항차 권의원이 그 전도유망한 정치의 큰 꿈을 오늘래일로 묻어버리고 초야에 돌아앉을 사람인가. 적어도 이 나라의 정상을 바라보고 달려야 할 사람이 아닌가.》

리승만은 저으기 도도하게 엮어가는 열변과 그에 심취된듯 까딱 움직이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권영호의 공손한 태도에 스스로 흡족해서 계속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내 권의원이 정치의 세계에서 년소단명으로 주저앉을 송사리같은 위인이라면 이렇게 정히 불러들여 속가려운데를 긁어주느라 수고 않겠네.

페일언하고 〈동향회〉라는데서 나오게. 그 〈동향회〉라는게 이제 밝혀지겠지만 빨갱이들의 프락치야가 틀림없어. 공산당이 우리 〈국회〉에 줄을 뻗쳤다는 정보가 들어왔어.

그런즉 정의요, 진리요, 그 무슨 량심이요, 들어볼것이 없이 이왕 내친걸음을 꿋꿋이 걸어가세나. 그게 애국이야. 예로부터 임금모반은 국적이요, 국적은 3대 멸하게 되였네. 이제 길은 두 길일세, 이쪽이 아니면 저쪽이야. 이쪽은 미국과 대통령을 따라나서서 권력의 영화를 누리며 이 나라의 명사로 전해져가는 애국자의 호화찬란한 길이요, 저쪽은 미구하여 스러져가는 저녁빛모양 처참하고 래일이 없고 자국마다 눈물이 고여드는 탈많은 고생길일세.

긴말할게 없네. 날이 밝으면 〈국회〉가 다시 시작될 판이니 철거안에서 물러앉게. 주둔안에 이름을 올리라구. 내앞에서 벌써 여라문명이나 대통령을 따라 함께 애국하겠노라 마음을 바꾸어가지고 갔네.》

다시 안겨든 얼룩이를 쓰다듬으며 리승만의 옆자리에서 새물거리고있던 마미가 곁들어 나섰다.

《권의원님, 어서 말씀드려요. 사실 지금까지 다른 의원들이 오면 내무, 법무장관들이 함께 만나주었지요. 그런데 권의원님만은 각하께서 특별히 그분들을 다 물러가게 하고 이렇게 정담을 나누어주는거랍니다. 젊은이들의 앞날을 걱정하여 이렇게 밤늦도록 집무를 보시는 각하의 로고도 좀 생각해주세요.》

사뭇 절절한데가 있는 그 녀자의 소리가 가슴에 파고드는데가 있었으나 권영호는 두눈을 크게 뜬채 어둠이 짙게 서린 창밖만 망연히 내다볼뿐이였다.

리승만은 권영호가 자기의 결심을 바꾸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또 한걸음 비켜서서 《자네 동가식서가숙한다는 말을 들은적 있나?》하고 왕청같은 질문을 했다.

《예?》

《처녀가 시집이라는걸 간즉 밥을 동쪽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집에 가서 청한다는 말일세. 그래 동쪽에서 한자리 따가지고 서쪽에 가서 제 볼 재미를 봐서야 그런 요부와 뭘 다를고. 엉, 허허…》

《아, 그거야…》 권영호는 해괴한 고담풀이에 어이없어 피씩 웃고 말았다.

권영호는 경무대에 들어설 때부터 온통 생각이 뒤죽박죽이였다. 더구나 대통령의 권위앞에서 자기를 지켜낼수 없는것이 별일이다. 할 소리 하고싶은데 목구멍이 타들고 혀바닥이 탈아 들어 말 떼기가 어려웠다.

그래 이 판에서 입을 기워 맨듯 닫아부치는게 상책이라 마음을 도슬려 먹었는데 리승만과 마미가 말머리를 이리저리 휘둘러대니 자기도 어쩔새없이 걷묻어 흔들리는수밖에 없었다.

권영호는 마음을 바꾸라는 소리까지 듣자 스스로 얼굴이 벌개져서 《좀 생각을 하겠습니다.》하고 짤막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국가보안법》가결 때에 있었던 일때문에 난생처음 《박쥐》라는 치욕스러운 욕지거리를 동료들에게서 들었는데 리승만이 갖은 요설을 다 늘인다 해도 더는 《박쥐》구실을 할수 없었다.

리승만은 속으로 다져진듯싶은 그의 짧은 대답을 듣자 그를 노려보며 짜증을 내기 시작하였다. 이제부터는 로골적인 위협으로 흔들어보려고 게거품을 물고 떠들었다.

《음… 자네도 가장노릇하는 사람일테지. 듣자하니 광복전에 자네 부친도 크게 산 부자는 아니였다고 하더구만. 한발 잘못 옮기면 재부도 명예도 다 잃고 빈털터리로 남는게 정치인의 운명이야.

난 자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겠네. 마지막일세. 운명의 승부권은 자네 생각에 달렸으니 경거망동 말고 심사숙고하게.》

리승만은 일장 훈시를 마치자 접견은 끝났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영호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저겨디디며 일어나는것을 보며 리승만은 자못 너그럽게 심술많은 손주를 달래이듯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토닥거려주고는 현관까지 바래여주었다.…

그런데 권영호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급한 고비를 넘기려고 어느 술집에 가서 기생년이라도 차고 화술이라도 하고있는 모양이다.

《흥, 흥,》 리승만은 제김에 코숨을 내쉬며 만족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승원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혀 휴계실에 앉아있었다.

(이럴수 있는가?… 이럴수 있는가?… 이렇게도 맥없이 패할수 있는가.)

김승원은 자꾸만 솟구쳐오르는 모멸과 의분을 어데다 하소연 할 곳이 없어 홀로 뿌지직뿌지직 타드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신음소리를 냈다. 이번 회의에서 숱한 기대속에 준비하여온 《미군철거안》은 《국회》연단에서 론의도 해보지 못한채 흐지부지되여버렸다. 뿐더러 전혀 예상치 않았던 《미군계속주둔안》이 상정되여 통과되였다.

여러가지 리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결의안을 심의에 제출하기 위한 가장 초보적인 절차를 놓친것이다.

김승원이네는 반대파들과 미국놈들의 방해책동을 예견하여 놈들이 미처 손쓸새 없도록 할 목적으로 회의가 있기 하루전에 기습적으로 《국회》사무처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국회》3독서라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3일전에 제출하여 인쇄소에 넘겨야 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한시간안으로 의원수에 해당한 부수의 결의안사본을 뽑아낼수 있지만 반대파들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트집을 걸고든것이다.

다음으로는 미국놈들과 리승만일파의 집요한 막후공세에 여러명의 지지세력이 《미군철거안》에서 물러나 《미군계속주둔안》으로 옮겨앉은것이다.

의정으로 상정되여도 패배는 뻔한 일로 되였다.

《미군계속주둔안》이 상정되여 있는것도 모르고있었다.

결국 《미군계속주둔안》이 참가자들의 반수에서 불과 네명이 넘는 88표찬성, 32명 기권으로 통과됨으로써 《동향회》의 결의안은 자동적으로 밀려나게 된것이다.

(내가 정말 재목이 못돼가지고 너무 엄청난 임무를 맡았다. 이렇게도 어설프게 일을 꾸미다니…)

이 일 저 일 따져봐야 패배는 자신이 불민한 탓으로 생겨난것이라고 김승원은 그냥 자신을 타매하였다.

김승원이 자신에 대한 극도의 환멸과 허무에 빠져 속을 썩이고있는데 휴계실문이 열리더니 황철산회장이 들어섰다.

《왜 이러고계십니까?…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면목으로 보면 내가 큰 죄를 지었소. 회장이야 앞채를 끌고 다녔으니 뒤에서 쏠라닥거리는걸 볼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권영호부회장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직도 소식이 없는가요?》

황철산이 권영호라는 소리에 역스러워졌는지 발끈 성을 내였다.

《에, 그놈은 안되겠습니다. 그게 어디 사냅니까. 아마 경무대에 가서 침맞고 나와서 어데가서 숨어지내겠지요.》

《권영호도 경무대에 불리워간건 사실이라오?》

《짐작이 그렇습니다. 〈독촉〉계의 회원들이 다 불리워갔는데 그라고 가만 둬둘리 있겠습니까. 그렇게 박쥐구실 하는 놈 어데다 써먹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내쫓고 맙시다.》

《우선은 권영호의 행처를 찾아야 되지 않겠소. 자초지종 모르면서 사람속을 저울질 말아야지.》

김승원은 황철산의 모난 이야기가 듣기가 거북하여 이렇게 눌러놓고는 청사를 나섰다.

밖에 나서니 그냥 가슴이 후둑후둑 뛰고 다리가 휘청거리였다. 정시명이 지금 회의소식을 기다리고있을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어질어질해지기만 하였다.

그는 패배했다는 결과보고를 간단히 먼저 하고 경과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차후에 하기로 생각하고 우선 공중전화소에 가서 정시명이 나와있는 도서관을 찾았다.

순애가 전화를 받았다.

순애는 회장님이 회원들을 다 데리고 김구선생한테 가라고, 김구선생이 기다리고있다고 이르고는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아마 벌써 《국회》진행소식을 다 들은 모양이다. 김구의 격려를 다시한번 받고 의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춰세워주라는 소리같다.

회장님은 어디 가셨느냐고 물으니 따님을 앞세우고 경찰병원으로 떠난지 10분가량 된다고 대답했다.

《경찰병원이라니? 거긴 왜서요?》

《거기에 혜숙의 오빠되는분이 입원했답니다.》

《혜숙의 오빠라니? 어제까지 눈이 시퍼래있던 사람이?!》

《뭐, 얼핏 들으니 음독자살을 시도했나 봐요.》

《뭐라구?… 음독자살?!》

김승원은 소스라치듯 놀라 전화기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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