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인간변증법

5

 

송호정은 무쵸와 약속한대로 닷새후에야 려수로부터 백리가량 상거한 광양읍에 신설한 《토벌대》사령부에 소속된 장교들을 거느리고 도착하였다.

그는 자기가 인솔하게 될 최원기려단의 한개 련대와 대전지역에 있던 3려단지휘관들을 만나보고는 곧 정황판단에 착수하였다.

한발 먼저 려수지역에 파견된 김정원과 한렬이 송호정을 찾아왔다.

그들은 천막안에서 마주앉았다.

김정원은 봉기에 궐기한 14련대의 지휘관들과 련계를 가지였고 한렬은 4련대의 1대대장을 포섭하여 4련대의 항쟁참가를 유도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련명으로 려수항쟁정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자료를 작성하여 송호정에게 제출하였다.

 

려수항쟁 실태보고:

려수주둔 14련대가 항쟁에 궐기한것은 반미, 반리승만운동의 일환이다.

이미 띤소장은 14련대 1대대에 제주도출동명령을 내리고 카빙총과 여러문의 박격포를 비롯한 미국제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게 하였다.

제주도출동이라는 띤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1대대 장병들은 분노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14련대의 애국적인 장교들과 사병들속에서 상당한 신뢰를 받고있던 련대장 오동기가 최근에 체포되여 미군과 리승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여왔는데 동포에 대한 학살명령이 내린것이다.

띤은 이렇게 명령서에 지적하였다.

《제주도민은 전체가 빨갱이다. 섬작전에서 무자비한 소탕전을 벌려야 한다.》

드디여 제주도로 가는 해군상륙정에 오르기 직전 14련대 좌익조직대표인 김지휘중위가 호소하였다.

《동포에 대한 학살행위를 받아들일수 없다. 그렇다면 유일한 선택은 봉기뿐이다.》

이에 호응해나선 핵심적인 장병 40여명이 신속히 병기고와 탄약고를 점령한 후 비상나팔을 울려 대대장병전원을 련병장에 집합시키였다.

련병장은 집회장으로 되였다.

김지휘는 연단에 올라 제주도출동거부, 경찰타도, 남북통일을 위한 민족회담개최, 미군즉각철수를 호소하고 통일조국을 위한 군대로 활동할것을 력설하였다. 그리고 다른 두개의 대대들에 대표를 파견하였다.

두개 대대도 김지휘의 호소에 호응하여 폭동에 궐기하였다. 그들은 행동통일을 거부하는 장교, 하사관 20여명을 처단하였다.

폭동군은 《미군은 물러가라!》, 《우리는 남북통일을 위한 해방군이다》라는 구호를 내들고 려수시내를 행진하였다.

600여명의 민주단체회원들과 투쟁력이 강한 려수고등학교 6학년학생들을 비롯한 청년학생들이 봉기군과 함께 려수시 경찰서, 시청, 기타 기관을 점령하고 인민위원회를 조직하였다.

다음날에는 려수시광장에서 4만여명의 려수시민이 참가한 인민대회가 개최되고 6개 항목의 정책결정서가 채택되였다.

려수시 인민위원회는 시민들에게 1인당 1일 흰쌀 3홉씩 공급하기 시작하고 필수품들을 내주었다.

한편 봉기군은 1개 대대만 려수에 남아 질서안정을 도모하고 두개 대대는 곧 렬차를 타고 순천을 공격하였다.

순천도 봉기군의 수중에 장악되고 인민위원회가 조직되였다.

띤이 순천방면 파견을 위해 파견한 4련대는 순천에 도착하기 전에 14련대와 함께 행동한다는것을 선포하였다.

두개 련대는 재편성하여 세개 부대로 나뉘여졌다. 주력은 학구, 구례, 남원방면으로, 한 부대는 광양방면으로, 다른 한 부대는 별교, 보성방면으로 진출하여 해방구를 넓혀나가고있다.

리승만이 노발대발하여 《4》자가 불길한 수자라면서 남조선의 모든 지역, 모든 기관, 모든 부문에서 《4》자라는 수자를 모조리 뽑으라고 해서 4사, 4중대, 4대대 혹은 4국, 4처, 4부 등이 삭제되고 지어 운동선수번호에서도 《4》자를 빼라고 해서 세상을 웃기고있는데 이게 폭동군에 전해져 사기만 높여주고있다.

… … …

송호정은 보고서를 여러번 더듬고 나서 여전히 종이장에 눈길을 박은채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그래, 폭동군지휘부는 어떤 도움을 바라고있소?》

김정원은 칼칼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는 김지휘중위를 좀 알고있지만 그의 신임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군사상견지에서 려수의 봉기군이 오래 지체하는것은 모험입니다. 더구나 려수반도에서는 시급히 빠져나와야 할것 같습니다.》

그 소리에 송호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있는 남도의 지도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려수를 중심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 그들에게로 돌아섰다.

《김소령 말이 맞소. 려수는 우로는 지리산과 조계산, 백은산으로 둘러싸여있고 동서남북으로는 바다에 막혀있소. 폭동군지휘부가 거사후 신속히 순천과 광양, 보성일대에로 진출한것은 전술적으로 매우 정당한것이요. 그런데 여기 려수쪽에 아직도 시민군이 남아있다고 했지?…》

송호정도 도로 자기 자리에 와 앉으면서 생각했던바를 내놓으라는듯 김정원과 한렬의 얼굴을 번갈아 둘러보았다.

그러나 두사람은 지도에 눈길을 보내고있을뿐 좀체로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봉기군의 운명과 관련한 문제이므로 서뿔리 대책적의견을 제기하기 베찬 모양이였다.

《소령, 이야기해보시오. 기탄없이…》

송호정은 김정원을 이번까지 네차례 만났는데 매번 정확하고 기발한 착상을 내놓고 자기의 주장을 세우는것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그의 의향부터 물었다.

김정원이 군인답게 절도있게 일어나서 지도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지도를 잠시 들여다보고 난 김정원은 《〈토벌사령부〉의 작전안부터 알고싶습니다.》하고 말고삐를 송호정에게 넘기였다.

송호정은 쾌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듣던바대로 당돌하고 사려가 깊고 분별을 가릴줄 아는 사나이다.

《당신들이 알다싶이 〈토벌사령부〉에는 광주, 대구, 전주, 군산, 대전에 주둔하고있는 10개 대대의 1만명 병력과 점령군의 한개 련대가 소속되여 있소. 거기에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북도 경찰병력 5천명이 투입되오. 이미 려수와 순천지구에 리승만의 계엄령이 선포되고 순천탈환을 목적으로 하는 1계단작전준비가 끝났소.

그들은 지금 나의 공격명령을 대기하고있소.

2단계는 려수탈환작전과 봉기군주력에 대한 포위소탕전이요.

둘째 단계의 작전에 3련대와 5련대병력이 해군상륙정으로 려수반도를 포위하게 되오.》

《전 리해가 안됩니다. 총사령관이 〈토벌대〉사령관으로 되여왔는데 어째서 봉기군에 대한 진압작전이 이렇게 파멸적인 상황에서 이어지게 허용하십니까?》

김정원이 다소 실무적으로 설명하는 송호정의 설명에 불만이 생겨 이렇게 표표한 어조로 항의하였다.

《김소령!》 김정원보다 나이가 썩 우인 한렬이 순식간에 낯색이 창백해지는 송호정을 측은하게 보며 나무라는 어조로 불렀다.

그러나 김정원은 쌓였던 울기를 터쳐놓고야 말았다.

《생각 좀 해보십시오. 제주도가 불타고있고 남도가 불타고있습니다. 헌데 좌익에서는 도대체 뭘 합니까? 이번 봉기도 사실은 좌익이 시작한것이 아닙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니 좌익권이 제꺽 받아안은거지요. 원래 제주도가 일어나면 본토가 들고일어나야 될게 아닙니까. 다행으로 려수가 일어났는데 거기에 이남전역이 지원포를 쏴야 할게 아닙니까. 헌데 지금 어찌된 일입니까. 이남 정계를 쥐락펴락하던 좌익은 이런 때 어데가 숨어있는겁니까?

김지휘중위는 서울에서도 크게 소리내여 호응해줄것을 간절히 바라는데 거기서는 총소리 한방 들리지 않고 송사령관이 숱한 병력을 몰고와서 도와줄 방략을 내놓으라니 터지는 동뚝을 흙 한짐으로 막을수 있다는겁니까.》

《소령!》 한렬은 김정원이 빠르고도 예리하게 송호정의 가슴을 마구 란도질해놓자 다소 어성을 높여 그의 말을 가로챘다.

《진정하오, 진정해.》

《놔두오. 놔두오. 흙 한짐이라… 그래 흙 한짐이지… 막을수 없구 말구.》

송호정은 김정원이 마구 휘두르는 채찍에 자기 온몸을 그대로 들여대고 앉아 피를 토하듯 긴 한숨을 내그었다.

《놔두오. 김소령이 오죽하면 이러겠소. 놔두오.》

송호정은 이렇게 다시 되뇌이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허리를 구부정하고 발을 무겁게 옮기며 어둑침침한 낯빛이 되여 천막안을 천천히 거닐었다.

《날 용서하오. 죄많은 이 송호정이 정말 겨레앞에서 면목이 없소. 이런 때 한몫해서 나라에 공을 세우고 통일독립에 기여해야 되겠는데 내가 불민해서 이렇게 속수무책이요, 죄많은 이 몸 피흘리는 저 숱한 전우들앞에서 꼴이 어떻게 됐소. 백번 죽어 마땅한 놈이지…》

이렇게 비통한 어조로 탄식을 하며 또다시 길게 한숨을 짓는다.

그 정상이 하도 처참해서 김정원도 가뜩이나 가마잡잡한 얼굴이 꺼매져서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는 잠시후에야 꺼져드는 어조로 《용서하십시오. 제가 제 속쓰린 생각만 했습니다.》하고 사죄를 하였다.

송호정은 상대의 옆모습을 지켜보다가 또 한번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자, 시간이 없소. 내가 이렇게 한숨이나 쉬고있을 처지가 아니지. 명색이 사령관이지만 그게 사실 크게 내두를만 한 명함장이 못되오. 〈토벌대〉에 대한 지휘는 전적으로 국방부고문 하우스맨과 7명의 미군장교에게 장악되여 있소. 그리고 이번 진압작전에 동원된 부대와 지휘장교들은 대체로 하우스맨이 장악하고있는 극우익적인 놈들이요.

내 힘에도 한계가 있다는걸 타산해서 제안들을 검토해야겠소.》

송호정은 침울한 어조로 속죄를 하듯 말하였다.

김정원이 방안에 서려든 무거운 분위기에 눌리워있다가 나섰다.

《됐습니다. 우리가 지금 감상에 빠져있을 때입니까. 제가 죄송하게 되였는데 용서하십시오. 옳습니다. 한숨이나 내쉬고있을 때가 아닙니다. 총적방향을 세워놓고 세부안을 내놓읍시다.》

김정원은 큰 소리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리성을 가다듬느라고 애쓰며 실무적인 방향으로 화제를 바꾸어놓았다.

《륜파동지는 가능성을 탐구하여 우리가 할수 있는것이라면 성의껏 도와주라고 여러번 강조하였습니다.》

송호정이 김정원의 실무적인 어조에 자책감에서 벗어나 초조하게 말을 받았다.

《이제 헤여지면 아마 우린 이번 거사가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할것 같소. 그러니 여기서 행동목표를 명확히 일치시키고 헤여져야겠소.》

송호정은 천막벽에 걸려있는 남도의 지도를 끌어내려 커다란 지휘탁우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진압작전의 세부적인 문제들까지 색연필로 표식을 해가며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목표는 이렇게 설정해야 하오. 봉기군을 여기 순천쪽을 정면으로 돌파하여 지리산과 가야산일대에로 뽑아내는거요.》

《폭동군지휘부가 우리 의견을 받아줄가요? 김지휘중위는 자기 상급조직의 뜻이라면서 려수와 순천을 비롯한 해방구를 사수할 의지를 굽히지 않고있습니다.》 김정원이 걱정을 하였다.

그 소리에 송호정은 더럭 화를 냈다.

《그건 자멸이요. 봉기군전체를 파멸에로 몰아가게 될거요. 그래서는 안되오. 지휘부사람들을 설득시키시오.

며칠안으로 포위환이 완성되고 대대적인 소탕전이 시작되오. 봉기군이 후방도 없는 려수일대에 그냥 틀고앉아있다가는 오도가도 할수 없는 고립무원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것을 잘 설명해주오.

그건 자살행위요. 폭동군전체의 운명과 관련한 문제요. 정 고집하는 사람은 쳐갈기시오. 우물거릴 시간이 없소.》

송호정은 열이나서 팔을 내두르며 명령조로 자기의 주장에 날을 세워나갔다.

《난 어떻게 하든지 그들이 빠져나갈 시간과 기회와 장소를 마련하겠소. 내 생각이 좀 있는데 이렇게 합시다. 자, 이리 가까이 와서 지도를 보시오.

포위선구축에서 최소한의 전법은 횡렬진입이요. 난 종심을 보장하라는 명령을 내리여 종대별로 진군시켜 부대와 부대들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놓도록 하겠소. 그러니 폭동군은 도로들을 피하며 부대들의 린접공간을 잘 정찰해가지고 빠지도록 해야겠소. 돌파구를 넓게 열어놓자면 진압작전에 동원된 부대 하나를 통채로 폭동군에 합류시키는게 제일 좋을듯 한데…》

송호정이 손세를 써가며 자기의 생각을 혼자 말하듯 내비치자 김정원이 받아물었다.

《제가 마산 15련대에 가겠습니다.》

《가능성이 있소?》

《마산련대장이 좌익계인물입니다. 지난해에 몇번 접촉하였는데 아직 대대장들을 다 틀어쥐지는 못했지만 폭동군의 통로를 열어주는 정도의 도움은 받을수 있다고 봅니다.》

《좋소. 그러면 우리가 서쪽에서 압축해들어갈터이니 동북방향에서 15련대가 틀고앉아있다가 길을 틔여놓소. 잘 안되면 최원기려단장을 찾아가시오.》

《최원기려단장이요?》 김정원이 물었다.

송호정은 《내가 부탁한다고 하오. 좋기는 자기 힘으로 해보고…》하는 정도로 이야기해주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소령은 이 길로 곧장 15련대로 가시오. 그리고 한렬군은 폭동군지휘부에 우리의 뜻을 전하고 안팎으로 협격을 해서 봉기군의 무사돌파를 보장하도록 합시다.

밀정들을 주의해야겠소. 며칠전에 하우스맨이 무쵸와 함께 장도영정보국장을 불러 두가지 임무를 직접 주었소.

첫째는 〈국군〉안의 적색숙청을 시급히 시작하는것이오. 이른바 숙군이요.

둘째는 대내반탐을 강화할데 대한것이였소. 폭동군지휘부에 대한 자료가 나에게 장도영의 정보국쪽에서 다 보고되고있소.

밀정들이 봉기지휘부에 새여든게 틀림없소. 이에 대해서도 김지휘에게 경종을 울리시오.》

《알았습니다.》

그들은 차후 행동대책을 여러 시간에 걸쳐 협의한 다음 손을 굳게 잡고 헤여졌다.

작전은 이날 협의한대로 기본적으로 진행되였다.

려수는 격전터가 되였다.

봉기군의 주력은 송호정이 열어놓은 통로와 15련대의 반변으로 생긴 돌파구를 따라 산악에 올라붙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나머지봉기군과 그에 합류한 세력에 대한 진압은 말그대로 피비린내나는 살륙전으로 되였다.

려수와 순천시가지는 완전페허가 되였다.

미군장교들의 지휘밑에 살인악당들은 려수와 순천운동장에 남녀로소할것없이 시민전부를 집결시키고 군인내의를 입었거나 머리칼이 짧은 남자는 즉석에서 곤봉이나 개머리판으로 타살하고 나머지는 계엄군이나 경찰에 넘기였다.

학살된 수는 6 000명에 이르고 23 000명이 재판에 회부되였다.

폭동군에 합류한 15련대장은 현지에서 총살되고 김정원과 한렬도 체포되였다.

폭동군지휘부에 박혀있던 밀정들이 그들의 사진을 찍어 김창룡의 방첩과에 제공하였던것이다.

송호정은 순천읍에서 벌어진 대학살을 중지시키기 위해 긴급히 현지에 나갔다가 봉기세력의 총탄을 받고 오른팔에 부상당하였다.

그러나 송호정은 총살직전에 있던 50명 애국자들을 풀어놓은것으로 하여 총사령관직에서 파직되여 사단장으로 좌천되였다가 새로 조직된 호국군사령관으로 예비역으로 물러났다.

려수항쟁을 기화로 전군에 대한 무자비한 숙군이 시작되였다.

《국가보안법》이 드디여 살기를 뿜기 시작한것이다.

벌써 시작되자마자 2 000여명의 장병들이 즉결재판을 받고 총살되거나 징역살이를 하게 되였다.

정시명은 송호정이 서울에 돌아온 이튿날 정황보고를 접수하였다.

송호정은 병원침상에서 자기 운전사를 보내여왔다.

려수항쟁은 끝났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려수의 영웅적봉기자들은 리승만정권을 통채로 뒤흔들어놓았으며 침략자 미군의 철거를 촉진시키는 기폭제로 될것이다.

빠리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벌써 많은 대표들이 려수봉기를 걸고 남조선의 국가승인을 보류하며 미군을 즉시 철거시킬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미국회와 백악관에서도 다시 미군철수문제가 론의되고있다.

지리산과 가야산에 들어간 봉기군은 본격적인 빨찌산전쟁을 선포하였다.

2.7구국투쟁이 야산대를 낳았다면 려수항쟁은 정예화된 빨찌산전쟁의 서막을 올리게 하였다.

제주도에 려수폭동진압을 거부해나선 6련대가 또 팔공산으로 들어가 유격전을 선포하였다.

지금 봉기군장병들과 야산대가 합류된 빨찌산은 남조선전역의 산간지들에 유격전구를 창건하고있는바 대표적인 유격전구로서는 전라도의 호남유격전구, 지리산유격전구, 강릉, 삼척지역을 중심으로 한 태백산유격전구, 경상도의 령남유격전구, 제주도유격전구이다.

유격전은 남조선의 133개 군중에서 118개의 군을 포괄하여 벌어지고있다.…

송호정의 보고에는 비통한 소식도 있었다.

김정원이 즉결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재심문을 받기 위하여 호송되던 중수명의 김창룡의 졸개들을 까눕히고 렬차에서 용감하게 뛰여내렸는데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다 한다.

한렬도 사형선고를 받고 륙군형무소로 끌려갔다고 전했다.

정시명은 이 소식에 접하자 김승원을 불렀다.

동생이 영웅적으로 희생되였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눈을 부릅뜬채 굳어져 있었다.

그는 한참후에야 보고서페지들을 다시 읽고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비통하게 어깨를 떨었다.

정시명이 그의 두손을 감싸쥐고 더운 눈물을 떨구자 김승원은 강잉히 고개를 들었다.

애통함을 금치 못하는 정시명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렇게 제사 위로를 했다.

《회장선생님, 어찌겠습니까. 이 나라의 뜻을 품은 지사들이 다 가는 길이니 려수에 묻힌 6천의 고혼중에 내 동생이 있는게 자랑스럽습니다.

한이 있다면 그 녀석 고집을 부리기에 장가들게 못한겁니다.

중국관내에서 사귀였던 녀동무가 일본놈들에게 피살되였는데 서울에 와서도 그 녀자의 사진을 제 방에 걸어놓고 어디 말 붙이게 해야지요.

우리 집사람이 자길 김씨가문에 들여세워준 정갚음을 한다면서 서울아가씨들을 골라골라 맞세워놓느라고 수태 애를 썼는데… 끝내 이렇게 갔군요.

정원이 제 형수와 친동기이상으로 친해지내더니… 그 사람이 이 소식을 들으면 대굴대굴 굴겁니다. 에 참…

제 동생의 죽음을 생각해서라도 〈국회〉싸움을 결사적으로 벌려나가겠습니다.

이젠 때가 된것 같습니다.》

정시명은 김승원이 비통함을 묵새기며 담담히 이어가는 위로에 더욱 가슴이 저려와서 그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을뿐이였다.

김승원의 말이 백번 지당하다.

뜻 가진 지사들이 어차피 각오하고 나선 길이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민족의 생사여탈을 건 싸움을 벌려나갈수 있으랴

그러나 그 한명한명의 전우들이 조국의 완전통일을 보지 못한채 중도에서 가는것이 너무도 절통하다.

김정원은 베이징에서부터 때를 묻혀온 사람이다. 민족의 륭성을 꿈꾸며 부푸는 희망과 포부를 안고 온갖 고초도 달게 삼켜온 지사다. 어찌 그들뿐이랴.

광복된 이듬해 대구에서 시작된 항쟁으로부터 2.7구국투쟁과 제주도와 려수를 걸쳐 얼마나 많은 애국자들의 원혼이 미국놈들의 군화발에 짓밟혔으며 얼마나 많은 애국의 붉은 피가 남녘의 산하에 강물처럼 흘러왔는가.

저 악독한 미국놈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민족을 등진 매국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민족의 재앙이 그칠 길이 없다.

불타는 남해, 피에 젖은 강산과 더불어 정시명의 가슴에도 분노의 활화산이 활활 솟구쳐올랐다.

《이놈들! 어디 두고보자. 우리 조선사람들이 그래 네놈들에게 벌레처럼 밟혀죽을것만 같으냐.

이미 타오른 항쟁의 불길은 네놈들을 쫓아내는 날까지 꺼지지 않을것이다.

이놈들! 네놈들이 제 아무리 앙탈을 부리고 갖은 요사를 다 떨어도 기어이 목대를 비틀어 내쫓고야 말테다.》

정시명은 온넋을 가다듬어 속깊이 맹세를 다지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더 지체하지 맙시다. 미국놈들을 몰아내기 위한 불을 〈국회〉에서도 어서 빨리 지펴올립시다.》

《알았습니다. 제 이 한몸 갈갈이 찢기는 한이 있어도 임무를 해내겠습니다.》

김승원은 엄숙하게 결의를 다지였다.

이제 더는 그의 입에서 자기가 해낼수 있을가 하는 섬약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해내야 한다는,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만이 있을뿐이였다.

이제 다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는것은 동생의 영웅적최후앞에서 너무도 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였던것이다.

정시명은 하루새에 퍼그나도 달라진것 같은 김승원의 비장한 기개가 새삼스러워 그의 손목을 다시한번 꽉 틀어잡았다.

그리고 려수사건후 자기가 생각하여온바를 간단하게 들려주었다.

《때를 놓치지 말고 우리 〈흥국상회〉는 결정적인 반격전에로 넘어가야 하겠소. 지금 려수사건을 놓고 남조선 전역이 술렁거리고있소. 좌익도 우익도 흥분하였고 인민들은 물론 군부도 행정권까지도 설설 끓는단 말이요.

우리 〈동향회〉의 젊은 의원들도 다를 배 없을거요.

달아오른 심장들을 식게 하지 말고 더 세차게 타오르게 합시다.

그들의 심장의 불을 하나로 묶어내자면 려수항쟁을 주제로 걸고 토론회같은것을 조직해보는게 좋겠소. 거기서 미군을 몰아낼데 대한 결론을 뽑아내고 그걸 미군철거결의안으로 고착시킵시다.》

《옳습니다. 모두 심장들이 불덩이가 돼있지요. 회장선생님 말씀대로 집회를 당장 조직하겠습니다. 각성도 커질것이고 미군철거안을 상정시키는 문제도 여불없이 성사될것 같습니다.》

김승원은 무겁던 얼굴이 밝아져가지고 자리를 떴다.

김승원을 바래주고 나서 정시명은 례영이를 불렀다.

요즈음은 례영의 얼굴도 가볍지 않다. 《흥국상회》의 분위기가 례영의 눈가에 지워지지 않던 따뜻한 미소를 거두게 했던것이다.

《네가 송사령관한테 부인과 함께 문병을 가거라. 그리고 구두로 전해라. 한렬을 구출하라구. 돈이면 돈, 사람이면 사람, 필요한것은 다 보장할터이니 구출하라고 해라. 이건 명령이라고 해라. …아니, 아니다. 내가 부탁한다고… 그렇게 부탁한다고…》

정시명은 격한 심정이 욱 치밀어 갈린 소리로 말하다가 끝내 말끝을 가무리지 못하였다.

례영이가 고개를 숙여 말없는 대답을 하고 떠나자 정시명은 그냥 울떡울떡거리는 울분을 진정하며 생각에 묻혀들었다.

애국자들의 피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

제주도와 려수의 항쟁투사들은 자기들의 붉은 피로 온 세상에 대고 조선사람은 미군을 몰아내고 자기 힘으로 제 나라를 일떠세울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유엔》무대가 벌써 그들의 심장의 웨침에 화답을 보내온것이 아닌가.

남녘의 민심도 크게 급회전하여 봉기군과 맥락을 같이 하고있다.

이제는 정말 더 어물거려서는 안되겠다. 그건 죄악이다.

《국회》안에서 항쟁투사들의 념원을 받들어 나가야 한다.

구호는 명백하다. 《미군은 물러가라!》

기회를 놓치지 말자!…

정시명은 《국회》투쟁의 구체적인 세부들을 격앙된 흥분속에 그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정시명의 부탁을 명령으로 접수한 송호정은 즉시로 붕대로 팔을 처맨채 병원을 나섰다.

그는 인계사업을 구실로 한주일동안 그냥 총사령관 사무실에 틀고앉아 평소에 영향을 주어온 참모총장과 항공사령관도 만났다.

일본군출신장교들속에서 수장격으로 움직이는 리종찬이라는 사람도 자주 불러들였다.

리종찬은 청렴결백한 군인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으로서 군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였다.

리종찬은 뒤날에 남조선 륙군참모총장으로, 국방장관으로까지 된 군부의 실력자로서 리승만도 수하에 두려고 여러번 그를 찾았으나 여직 대세를 관망하면서 공직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송호정은 리종찬이 한렬의 구명운동을 총괄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대체로 비교적 민족성이 강한 인물들이였고 직접 혹은 간접으로 한렬과 연고가 있는 인물들이였다.

군부의 실력자들이 리승만을 대상하여 직접 청원서를 들이밀었다. 송호정까지 륙군특별재판정에 출두하여 자신이 한렬을 려수항쟁지도부를 투항시키기 위해 파견하였다고 변호하였다.

마침내 한렬은 석방되였다. 그는 정보국에 문관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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