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인간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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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가 공개성명을 랑독하자 젊은 의원들은 절절 끓기 시작하였다.

《백범선생님!》

손을 쳐들고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것은 권영호였다. 그는 최능진쿠데타에 대한 김구의 폭로가 미덥지 않은듯 왕밤알같은 눈망울을 둘둘 굴리며 잠시 김구와 그옆에 앉아있는 황철산을 번갈아보다가 도전조로 물었다.

《문의해도 되겠습니까?》

황철산이 백범선생이 중대성명을 발표하게 되니 꼭 가야 한다고 팔을 끄는바람에 끌려오기는 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었다.

어쩌면 자기들이 정객들의 또 하나의 패싸움에 말려든듯싶어 속안이 좋지 않았다.

우선 김구의 성명에 담겨진 내용이 엄청난 사건이여서 믿음이 덜갔다. 아무렴 리승만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런짓이야 감히 하랴 하는 생각이 앞섰다.

《전 〈대한국민당〉계 의원 권영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최능진쿠데타를 리승만대통령의 배후조종으로 볼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까?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마땅히 불러내야 할 검찰관계자들이 한명도 없는건 어떤 리유입니까?》

《음-》

김구는 권영호가 자리에 일어서던 기세대로 쑥 자리에 잦아들자 그쪽을 불쾌한 눈으로 노려보다가 권영호의 물음이 요진통을 찌르고있지만 그걸 굳이 꼬집어낸 상대가 리승만계의 인물이라는데서 화부터 앞선것이였다.

《이보게 젊은이, 그래 이 백범이 그런 엄청난 실언도 할상 싶은가? 일일이 대답해줄 생각은 없네만 자네 리승만의 사람이라니깐 내 말해주지. 누구의 조종을 받았는가 하는건 그놈을 잡아다 주리를 틀면 다 나올것이니 더이상 여기서 입빠르게 내놓지 않겠네. 두번째 물음이라 할가… 그건 말일세, 이 백범은 여직 검찰이나 경찰을 찾아다니며 누굴 잡아달라고 고소질을 하는 좀스러운짓을 하지 않아 왔네. 앞으로도 그럴것이고. 그런데 어째서 구태여 〈국회〉쪽 사람들을 찾았나? 이건 정치적문제야. 더구나 여기에 모인 당신네 〈수의계〉의원들이 첫 타격대상이 돼있어.

그러니 이 문제는 검찰에서보다도 여러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거야. 〈국회〉가 리승만을 독재자로 만들어주는 〈보안법〉이라는 고금동서로 류례가 없는 미친법이나 만들어내는 곳이라는말 듣기가 자네들도 거북하지 않는가?

젊은이, 내 말 알아듣겠소? 〈국회〉가 말그대로 나라를 걱정하는 모임이 돼야지 어느 한 개인을 내세우고 어느 한 특정인물의 손끝에서 놀아대는 롱락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그 말일세.》

김구는 여전히 권영호를 차겁게 노려보며 심술궂은 웃음을 흘리였다.

그러나 김구말이라 해서 주눅이 들고 그만 한 엄포에 사지를 떨 권영호가 아니였다.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김구를 맞받아보며 대꾸질을 하였다.

《백범선생님, 저의 아버지는 〈한독당〉원입니다. 저도 백범선생님을 존경하여왔구요. 헌데 난 선생님의 평양방문과 오늘의 회견을 련결시켜보게 됩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우려하신다면 우리 〈국회〉에 대하여 그렇게 혹평하시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리승만대통령이라고 만사능통인 어른은 아니지만 우리의 국부로 되였으니 정견과 리념을 초월하여 받들어서 뭉쳐나가야 되지 않을가요?》

《음… 자네 말속에 숨은 뒤말을 내 알듯 하이. 앉게, 앉으라구. 이북과 맥을 같이하는 백범이기에 리승만을 모함하는 이 회견을 조직할수 있었다 이건데…

이봐, 어째서 리승만이 우리의 국부인가, 정권을 틀어쥈다 해서 령도자로 되는가? 민심을 틀어줴야 령도자가 되는거야.
옛 성인들이 이르기를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우러르고 백성은 밥을 하늘처럼 생각하라고 했거늘 권력우에 민심이 있는거야. 그런즉 리승만이 어떻게 우리 삼천만의 령도자가 되는가?

내 구태여 그런분을 내놓으라면 그분은 평양에 계시는 김일성장군님이시네.》

너무도 스스럼없이 토해놓은 김구의 말에 방안이 다시금 세차게 술렁거리였다. 김구의 말은 잔잔한 호수우에 불어닥친 새바람처럼 삽시에 청중을 흥분시켰다.

권영호가 다시 솟구치듯 일어서려는데 옆의 의원이 옷섶을 잡아당긴다.

김구는 그 모양을 보다가 쓰거운듯 입을 쩝쩝 다시며 주먹을 들어 앉으라고 손짓을 하고는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권영호에게 눈길을 박으며 위엄있게 물었다.

《권누구라구 했더라?…》

《권영호라구 합니다.》

《여보게 권의원, 내 말에 놀랄것 없네. 자네도 눈을 크게 뜨고 주견머리있게 앞을 내다보게. 자네 내 앞에서 제 할소리 삼가 하지 않는게 내게는 마음에 차는 일이야. 헌데 젊은 사람이 눈이 멀었어. 뭔가 헛갈렸어… 의원여러분!》

김구는 권영호에게서 눈길을 옮겨 방안에 모인 청중을 휘둘러보고는 큰 소리로 엄숙하게 불렀다. 어제 정시명의 부탁을 받고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준비하였는데 그걸 다 털어놓을 때가 되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도 자못 격동이 되여 이야기를 장중하게 엮어내려갔다.

《여러분들이 모처럼 찾아주셨으니 내 꼭 하고픈 얘기를 해야겠네. 이 백범의 소리로만 듣지 말고 이 나라의 암울했던 과거와 맥을 같이 해온 한 늙은이의 인생총화라고 들어주게. 혹은 량심의 고백이라 이름 붙여도 좋지. 지금 이 나라가 선거를 치르고 정부를 세우고 대통령까지 내세우고 했는데 도무지 초상난 집처럼 성한꼴이 아니야. 국민의 머리우에 틀고앉은 사람들의 모양새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 말이야. 그러나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 왜서인가?… 그것은 내가 지난번 평양에서 열린 남북련석회의에 가서 진정으로 이 나라를 이끌만 한 민족의 호걸영웅을 찾아냈기때문이야. 여러분들에게 내 솔직한 말로 털어놓는다면 나는 련석회의차로 북의 지도자들과 담판이라도 한번 해보고 기맥을 한번 짚어보자는 심산으로 평양에 갔댔수. 그런데 북녘을 두루 편답하고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뵈온즉 70여년 누렇게 황이 들었던 이 백범의 속이 확 풀려지더란 말이요. 이 나라를 떠맡아주실 영걸을 내 찾았단 말이요. 김장군을 뵈오니 참말로 마음이 든든해졌소. 그분의 춘추가 이제 겨우 서른을 넘어섰으니 이 아니 복인가.

지난날 나라를 일본놈들에게 빼앗기고 국권을 되찾는다고 구름같이 떠돌다가 광복바람에 제 땅에 들어섰으나 여전히 어수선하기 그지없어 우리가 얼마나 애통해왔소. 이 백범도 끝내 힘이 모자라 바로잡을수가 없었고 지혜가 모자라 똑똑한 방략하나 없이 좌충우돌하며 전전긍긍이였지. 그리고 못난짓도 많이 하구요. 그런데 저간에 그분을 처음으로 만나뵙고 그분의 고견에 접하고보니 아, 이제는 삼천만이 똘똘 뭉쳐 받들어 나갈 희세의 위인이 드디여 이 나라에 솟아올랐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겨웠어. 이건 나라가 흥할 대행운이요.》

김구가 이렇게 투박하면서도 기운이 넘치는 소리에 진심을 고여 툭툭 엮어가자 좌중은 누구나없이 숨을 죽여가며 귀를 기울였다.

권영호도 지금까지의 반발과 회의심이 꼿꼿이 매달려있던 눈빛을 풀고 고개를 수굿이 한채 그의 이야기에 취해들었다. 지금껏 세상만인을 눈아래로 굽어보던 도고하기로 소문난 김구가 그 어느 인물을 내세웠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상해 《림정》을 나라로 알고 백범을 상해《림정》이라고 부르짖어온 저 인간의 우직한 입에서 위인찬가가 거침없이 쏟아져나오는게 우선 희한한 일이다.

그래 권영호는 갑자기 최면술에라도 걸려든듯 얌전해져서 좀전까지 속에서 괴여오르던 김구에 대한 환멸과 반발심은 다 잊어버리고 김구가 벌려놓은 새로운 세계에 끌려들고 말았다.

김구는 뒤이야기를 기다리는 젊은 의원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둘러보다가 맏며느리가 들고온 차잔을 내고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여러분,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혹 여러 의원들중에도 어떤 사람들처럼 백범이 평양에 가서 빨간 물이 들어가지고 제 속알은 평양에 다 전당잡히웠노라 할분도 있을거요.

하지만 난 빨갱이든지 퍼렁이든지 내 량심은 속일수 없으니 그런 험담 두렵지 않소. 그리고 제 속알 평양에 전당잡혔다는 말도 뭐 두렵지 않아. 사실 난 평양에다가 내 마음을 두고왔소. 날더러 어떤 이들은 련공합작하고 왔다는데 그건 좀 거리가 있는 소리야. 난 공산당과 련합한게 아니야. 내가 이제 공산당을 리해하자면 나이가 너무 들었어. 그래도 공산혁명을 하자면 맑스의 자본론쯤 읽어야 한다는데 난 안되겠더라구, 허허… 난 북의 애국정신과 련합한것이요. 나의 민족주의리념이 꽃핀 이북의 눈부신 현실에 무릎을 꿇은것이야. 내가 이날이때까지 뭘 위해 평생을 분주스럽게 보내왔는가?

백범의 리념이라는게 도대체 뭐냐? 그건 왜놈들께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함이요, 국권이 회복된 내 나라에서 배달민족이 남부럽잖게 잘먹고 잘입고 잘사는걸 보자는것이였지. 이게 내 필생의 소원이야. 그런데 북에 가보니 그곳에 나의 민족주의가, 내가 평생에 가꾸어왔던 꿈이 활짝 꽃피고있었소.

북은 참으로 내가 평생의 꿈을 꾸어온 만백성이 복락을 누리는 희한한 사회로 변모되고있었소. 호령하는 사람 따로 없고 놀고먹는 놈도 하나 없고 소작살이요, 머슴살이요, 문전걸식하는 사람도 없으니 이것이 천지개벽이 아닌고. 쇠물이 꽝꽝 쏟아지지, 가는 곳마다 물공사가 벌어져 가물걱정, 홍수걱정이 덜어지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있고 살아가는 재미꼴이 력력하니 이 백범이 길게 살아온게 그 좋은 세상 구경하고저 한것이로다. 임금의 정사를 론할것 같으면 만가지를 제껴놓고 백성의 밥상을 보라고 했거늘 이북사람들 얼굴에 기름기가 돌기 시작했어. 이게 뉘덕인가? 김장군덕이라고 너도나도 한 대답이야. 그래 내 김장군께 평생 처음으로 허리를 깊이 굽히고 림정인장까지 내놓고 온 나라를 이끌어주십시오 빌었지.

평양 떠나면서도 장군님의 정사를 받들어 그곳에 살고픈 생각이 간절했지만 여러 동지들이 날 기다리고있기에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왔소.

그리고 내가 평양에 떨어지면 또 험구쟁이들이 이북이 백범을 인질로 잡아두었소 어떻소 하구 떠들거구, 38선을 넘으며 동지들에게 난 이렇게 말했소.

〈우리 〈한독당〉은 인제는 간판도 바꾸어서 김장군 뜻을 받드는 당으로 해야겠다. 우리앞에는 빛이 보이고 희망이 있다. 이북과 손을 잡고 가느라면 내나라는 흥하고 우리 겨레는 세상우에 우뚝 솟아오르게 될것이다.〉

그런데 의원여러분, 지금 이남이 숨쉬는꼴 들여다보오.

아니 그래 이남사람들이 저 이북사람들보다 재주가 없소, 힘이 없소, 소갈머리가 다 삐뚤어졌는가, 엉? 예로부터 남남북녀라 그래도 사내라면 남쪽사람이 인물이라 전해왔는데 어째서 이꼴이 됐는가? 땅도 아래웃마을로 살아온 그 땅이요, 백성도 똑같이 배달의 씨를 받은 하나의 혈통이 분명한데 어째 광복 세주기를 보내고보니 산천도 사람도 하늘땅 차이가 돼가는거요? 이게 뉘탓인가?…

내가 리승만을 국부라 인정하지 않은 리유를 이제는 알아주시겠소?》

김구는 이렇게 저으기 격앙되여 부르짖으며 다시 권영호에게로 눈길을 주었다.

권영호는 무엇인가 곡진한것이 감촉되는 그 눈길에 얼굴이 벌깃해져서 아래로 떨어진 고개가 자꾸만 무겁게 처졌다.

젊은 의원들도 여전히 숨소리를 죽여가며 김구가 쏟아버리는 세계에 푹 젖어들었다.

김구는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맺았다.

《여러분들이 오늘 나를 찾아주어 고맙소. 내가 이북에 갔다온 소감이 여러분들의 마음에 맞지 않는 점도 있으리라고 생각되오. 그러나 나는 누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내가 보고 느낀대로 말했으니 널리 량해하여주기 바라오.

난 〈국회〉가 선 다음부터 거기 일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눈을 밝혀보고있소. 누가 어떤 인간인가 금새가 다 보이오. 나를 기쁘게 하는건 여론의 빈축을 많이 사고있는 〈국회〉에도 지조있는 목소리가 종종 울리고있는것이요.

여기 오신 〈수의계〉의 젊고 전도유망한분들이 그 대표자들이니 내 마음도 가벼워지오. 우리 정치계가 다는 병들지 않았다는 그런 확신, 희망찬것이 생기거든. 지금 혹자들이 당신들보고 빨갱이〈국회〉의원들이라고 당치않은 모함질을 한다는데 뭐 장한일 맡아나선 사람들보고 빨갱이라 몰아부치면 그까짓 그 소리 무서워할것도 없는지라… 어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다 빨갱이가 돼주는거라 엉… 허허허…

난 나라의 장래를 맡아나설 양양한 포부와 배심을 안고사는 여러 젊은 지사들이 오가는 험한소리 다 스쳐버리고 량심을 변치 말고 깨끗하게 살아나갈것을 진심으로 부탁하오.

우리는 이제 정치에서 한물진 사람들이니 우리네 선배들의 바람을 헛되이 하지 말아주오. 난 언제나 당신들의 편에 서있을것이요.》

김구가 간곡한 어조로 저저이 부탁하고 앉자 좌중에서는 열렬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승원은 김구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동료의원들의 동향을 세심하게 관찰하고있었다. 예상밖의 효과를 거두고있는것이 분명했다. 김구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가 그들의 심장을 크게 울려놓았다는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김승원은 여기 오기에 앞서 정시명과 금후의 《수의계》의 활동방향과 미군철거투쟁문제와 관련하여 깊이있는 론의를 하고 왔었다.

정시명은 회견석상에서 분위기를 봐가면서 미군철거투쟁을 제기하는것도 좋을것이라는 의견을 주었다.

(이들의 심장에 불을 질러보자!)

이렇게 결심한 김승원은 화제를 끌고나가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범선생님, 우린 백범선생님의 고견을 들을 일이 하나 있습니다.》

《어서 말씀하시오. 뭐 내 고견이랄거야 있겠나.》

《다른게 아니고 지금 남과 북에서 외군철거문제가 전면에 제기되고있습니다. 쏘련군은 벌써 대부분 력량이 철거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군은 철거할 여하한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미군을 제 땅에 비끄러매두고 독립이요, 자결이요 하는 말은 분명히 어불성설입니다. 그래서 벌써 사회의 여러 모퉁이에서 지난해부터 미군철거주장이 튀여나오고있습니다. 우리 〈수의계〉에서도 이번 〈국회〉에 이 문제를 상정시키려고 하는데 백범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장내가 벌떼처럼 소란스럽게 설레이기 시작하였다.

김승원에게는 여러 빛갈의 눈초리들이 일시에 날아들었다. 권영호의 눈빛에도 그런 심중한 문제를 어찌 당신혼자의 결심으로 내세울수 있느냐 하는 무언의 강한 항변이 짙게 어려있었다. 그러나 방금 김구의 이야기에 감동된 방안의 분위기에 압도되여 감히 일어나지는 못하였다.

김승원은 이 모든것을 예상하였던지라 여전히 꿋꿋한 기상으로 서서 김구의 대답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도 김구의 대답을 그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긴장하게 기다렸다. 남조선의 우익정계에서 리승만과 함께 쌍기둥을 이루고있는 김구의 견해가 그들에게는 커다란 관심사였던것이다.

김구는 김승원의 얼굴을 대견한 눈길로 지켜보다가 혼쾌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난 찬성이요. 적극 지지하오.》

그러자 좌중에서 또다시 우렁찬 박수소리가 뒤따랐다.

《김의원, 앉으시오.》

김구는 다시 거구의 몸을 천천히 일쿼세웠다.

《난 당신들에게 기대가 컸는데 그렇게 속후련한 제안이 나올줄은 몰랐소.

이 백범은 〈수의계〉의 제안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한독당〉계의 의원들도 무조건 뜻을 합치도록 하겠다는것을 〈한독당〉을 대표하여 정식으로 천명하는바이요.》

김구가 즉석에서 립장표명을 하자 황철산이 너무 기뻐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방안이 떠나갈듯 한 박수가 또 터져나왔다. 환호가 련방 터져올랐다.

그 우렁찬 울림에 위압되여 권영호와 그의 눈치를 살피던 의원들도 박수를 쳤다.

김구는 그들과 함께 손벽을 치다가 말을 이었다.

《지난 3년간 이남땅에서 일고잦는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치고 미국과 직결되지 않는것이 별반 없소. 미국의 진면모는 이번에 우리 행정부와 체결한 협정에서도 다 드러났소. 꼭 도적놈의 심보란 말이요. 장군님께서 평양에서 내게 말씀하신게 있소. 고금동서로 외세란 제안속 차리지 않고 남의 나라 도와준 사례가 없다고 말이요. 이 땅에서 미군이 해놓은 일들을 보면 천만지당한 말씀이 아닌가.

도적놈 아래목에 둬두고서야 발펴고 잘수가 없지 않는가.

이제는 〈국회〉도 서고 정부도 서고 군대도 나왔으니 미군이 더 있을 리유라는게 꼬물만치도 없어. 내 알건대 미국에서도 철병론이 나오고있다는데 우리가 주인구실을 똑똑히 해야될것 같애. 〈국회〉라면 이런 일을 안고나가야겠는데 여러 의원들이 애국적결단으로 그런 제안을 준비한게 참으로 다행스럽소.

의원여러분! 하늘땅이 무너져도 겨레의 편에 서시오. 열백번 죽더라도 민족을 위하여 죽는것이요. 이 길만이 정치인이 정치가로 살아가는 길이라는것을 백범은 70여년 인생총화로 당신들모두에게 넘겨주고싶소.》

또다시 요란한 박수가 울렸다. 그것은 백범의 인생에 대한 뜨거운 공감이고 필생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재선언한 백범에 대한 진심의 례찬이고 그리고 백범처럼 민족과 더불어 한생을 살리라는 의지의 다짐이고 심장의 서약이기도 했다.

김구도 크게 흥분되고 젊은 의원들도 격동되였다.

회견은 성과적으로 끝났다.

김구는 아래층 나들문까지 내려와서 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을 한명한명 손을 잡아주며 조용한 어조로 격려하였다.

마지막무렵에 권영호가 다가섰다.

《선생님, 오늘 죄송했습니다.》

《죄송해할거 없소. 나라정사 맡았으니 어디 가서도 주대를 세울줄 알아야 하오. 헌데 그 주대가 삐뚤어졌다 인정되면 바로세워야 할게고…》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두겠습니다.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권영호는 착잡하게 떠도는 생각에서 아직도 헤여나오지 못한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김구는 밸뚝시 사나운 손자녀석의 엉석을 받아주듯 입가에 너그러운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끄덕이였다.

《자네 이 늙은이의 말을 새겨두겠다니 기쁘이. 자네 일거수일투족 접해보니 지난 봄에 38선 넘기전의 내 얼굴 보는것 같애. 그 한걸음 내짚는데 내 70평생이 걸렸었네. 그런즉 어찌 이 자리에서 생각을 다 바꾸기를 바라겠나.

자네의 그 솔직하고 담기있는 속이 내 마음에 드네. 자주 찾아오라구. 우린 피차에 좋은 말동무가 될것 같네.》

《선생님께서 넓은 도량을 베푸시여 저의 철없는 소행을 받아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권영호는 김구가 자기같은걸 말동무로 하겠다는 소리에 감동이 커서 이렇게 대답하고는 허리를 깊이 숙이고 그의 앞을 나섰다.

김구는 젊은 의원들을 대문밖에까지 따라나와 바래워주었다.

《국회》전용뻐스가 경고장을 벗어날 때 황철산이 동료의원들에게 소리쳤다.

《여러분! 난 생각이 많아졌소. 아니 많은 생각중에서 허질구레한 생각은 다 사라지고 좋은 생각만 굵게 뿌리를 내린것 같소. 나 하나만의 생각이 아닐거요. 어떻소? 우리 함께 오늘을 추억합시다.》

황철산의 격앙된 부르짖음에 어느 의원이 롱조로 받았다.

《한잔 낼라오?》

《한잔뿐이겠소. 운전사! 여의도로!》

뻐스는 여의도를 향해 기세좋게 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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