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좌절이 가져온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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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차로 방문하여온 하지와 장시간에 걸쳐 브랜드 한병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쵸는 울적한 심기를 털어놓을수 없었다.

백악관은 미군정청이 철페되자 부랴부랴 대사관을 개설하고 무쵸를 대사로 임명하였다.

그리고는 하지가 행사하여온 식민지총독으로서의 권한을 무쵸에게 넘겨주고 군단장 군무도 콜로소장에게 넘기도록 하였다.

하지는 그동안 자기가 남조선에 들어와서 해놓은 일을 하나하나 렬거하였다. 좌익권을 정계에서 추방하였다, 미국의 정책을 집행할수 있는 우익집단을 무어냈다, 이 나라의 보안을 법적으로 고정화하였다,… 이러루한 장광설이였다.

무쵸는 이제 군복무에서 벗어나는 처량한 감회를 덜길 없어 전례없이 말수더구가 많아진 하지의 말을 흥심이 없어하면서도 측은해 하는 심정에서 인내성있게 들어주었다.

10만 가까운 정규군을 가지고 이 나라를 깔고앉아 세해가 지나도록 그 정도의 일을 했다면 치적이라고 추켜줄만 한것이 못되였다.

몇차례에 걸쳐 이 나라의 실태를 료해할수록 오히려 선행통치자에 대한 환멸과 불만을 덜어놓을수 없는 무쵸였다.

그러나 무쵸는 외교관답게 느긋한 웃음으로 코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적당히 끄덕여 너그럽게 말상대가 돼주었다.

《중장의 로고가 참으로 컸습니다. 난 다른것을 제껴놓고라도 이 생소한 동방의 나라에 미국의 리권을 지켜낼수 있는 정치, 군사적토대를 구축해낸것이 기적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는 무쵸가 부어주는 술잔을 연방 비우면서 비교적 무인다운 솔직성을 가지고 자기가 겪어야 했던 고충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내가 제일 우려하는것은 반도의 공산화입니다.

이 나라의 분단선을 법적으로 고착시켜 국제적공인을 받는데 성공을 하였으나 남조선의 공산화를 막아내는데 성공한것은 아닙니다.

현 상태, 다시말하면 반도의 분단과 두 제도의 대결을 영구화하는것은 미지수입니다.

이 나라의 통일을 용인하면 반도의 공산화를 막아낼수 없고 결국 미국은 100년대계를 가까스로 실현한 오늘에 다시 자기의 리권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조성시키게 됩니다.

지금 제주도와 남조선전역에서 극렬화되고있는 빨찌산운동이나 통일운동은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싸움입니다.

이 나라의 좌익이 만만치 않습니다. 원래 력사가 있는 반일항전자들이고 경험과 전통을 가지고있는데다가 운동의 조직력과 강도가 비상합니다. 우리가 좌익을 지하에로 몰아넣는데 성공은 하였지만 기층단위의 핵심세력은 여전히 미국과 현지동료들을 정면으로 타격하고있습니다.

아직도 좌익권은 사실상 우익을 압도하고있습니다. 미군이라는 방패가 없었다면 이 서울땅에 붉은기가 날린지 오랬을것입니다. 잡아넣을수록 성해지는것이 공산혁명이라고 루즈벨트가 말했는데 여기 서울이 그러합니다.

난 올해초부터 북에 들여보낸 우리의 고급첩보 박헌영을 통하여 정시명이라는 인물이 조직적인 좌익권밖의 강력한 조직체를 가지고 우리의 배후에서 움직이고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으나 들어내지 못하였습니다.》

《정시명?… 어떤 인물입니까?》

지금껏 하지의 이야기를 들어오던 무쵸는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빛이 예리해졌다.

무쵸는 자기의 수첩에 정시명이라는 이름을 써넣고 동그라미를 쳤다.

《상해림정에 관여했다는 정도밖에 모르고있습니다. 난 이에 대해 리범석총리에게 통보해주었습니다.

리범석은 정향이라는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고있습니다. 나도 한번 만나본 일이 있는데 매우 강인하면서도 차분하고 상대를 누르는 인격과 품위가 당당한 비범한 인물이였습니다.》

《그러루한 미지수는 남겨둬서는 안되겠는데… 조기에 적발분쇄되지 않으면 정책의 배후에 커다란 파렬구가 생기게 될것입니다.》

《〈흥국상사〉라는 도매소를 차리고있었는데 얼마전부터 잠적하였다고 합니다. 난 노불에게 필요한 수사력량을 편성할데 대한 의견을 주었습니다.》

《중장이 요긴한 대목을 놓친것 같습니다.》

무쵸는 호기심을 보이면서 핀잔조로 응수하였다.

《중장이 나에게 주의를 주고싶은것은 무엇입니까?》

무쵸는 될수록 자리를 부드럽고도 솔직한 좌석으로 만들어 하지의 속을 슬금슬금 뽑아내려고 연신 자그마한 옥돌잔에 술을 채웠다. 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참고가 될만 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싶었던것이다.

하지는 안경너머로 자기의 밸굽을 파헤쳐놓느라고 처져붙는 무쵸의 예리하고도 실웃음이 떠도는 눈길은 의식하지 못한채 취기가 도도해지자 경험자연한 다소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대사각하, 나야말로 국무성량반들이 선소리하는것처럼 외교학의 1장도 떼지 못한 정치의 문외한이지요. 암 그렇구말구요.
헌데 이젠 좀 눈이 뜨기 시작했지요.

어떤걸 주의해야 되겠는가.

어련하겠습니까만은 좌익의 활동을 가차없이 짓눌러버려야 합니다.

난 이 나라의 민족주의적인 운동이 정치는 물론 무력집단에도 매우 깊숙이 뻗쳐있다는걸 한두번만 실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초토화작전을 개시하였지요.

그러나 내가 3년간 쓰러뜨린 좌익권은 솔직히 말하면 빙산의 일각입니다.

지금 제주도에 반란토벌에 내보낸 군집단이 그쪽에 가서 총부리를 돌려대고 반란지휘부와 내통하고있는 판입니다.

토벌대장 한놈을 믿을만 한 놈으로 바꾸어버렸더니 며칠전에 올라온 통보에 의하면 이미 가있던 토벌대 대원들에 의하여 처단되였다고 합니다. 나는 인차 부산려단에 있는 14련대를 그리로 교체하여 보내라고 명령했는데 그들도 믿을바가 못됩니다.

사태는 이렇습니다. 무자비하게, 무자비하게 타격해야 합니다.》

하지는 주걱턱을 부르르 떨며 성난 사냥개처럼 으르릉거렸다.

《리범석총리는 어떻습니까. 내가 듣건대 중경에서 우리 전략정보국에서 때를 묻혀놓은 인간이라 하던데 이번 행정협정을 체결할 때 보니 심통이 여간이 아니더군요.》

《예, 우리 미국사람들이 이 나라 사람들을 잘 모른다는 말의 뜻이 바로 그런거지요. 미전략정보국의 돈을 얻어먹었다 해서 제 집 노복처럼 생각하는건 너무 경박한 관점이지요.

리범석이라… 리승만의 독판치기를 막는데 적중한데…》

하지는 이렇게 세모눈을 간조롬히 해가지고 불쾌한 인상을 지었다.

무쵸는 하지의 낯색에 신경을 쓰며 고개를 가벼이 끄덕거리였다.

무쵸가 리범석을 화제에 올리게 된 리유가 있었다.

《미국-남조선협정》을 둘러싸고 8월 중순부터 열렸던 회담에서 남측에서는 리범석, 윤치영, 장택상이 나왔다.

무쵸는 첫날 회담에서 국무성이 짜준 발언원고대로 고압적인 자세에서 이렇게 선언하였다.

《미국이 당신들에게 제공한 원조자금은 몇십억딸라이다. 미국의 원조가 없었다면 이미 당신 나라는 8. 15후 다시 추서지 못했을것이다. 지금 렬차가 정상운행되고 국민의 생계가 유지되고 나라의 정상업무가 되고있는것은 미국의 딸라덕이다.

이에 대해 당신들은 보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협정문에는 반드시 미국이 지정하는 건물과 장소(항만, 섬…) 등을 지정한 기한안에 담보품으로 하고 만일 그 기일에 상기금액을 반납못하면 미국이 자유처분할수 있게 된다는것을 명기하자.》

이 소리에 장택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윤치영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였다.

그런데 리범석이만은 대번에 오만상이 돼가지고 마뜩잖게 무쵸를 노려보다가 퉁명스럽게 응수하였다.

《미국이 지정한다는 문구를 뽑아야 한다.

외국이 요구하면 아무것이나 벗어놓아야 한다는것이 주권을 가진 나라의 처사인가. 세상이 웃는다. 철도관리권이나 금광정도를 담보물로 하자.》

무쵸의 어깨너머에서 인차 대답원고가 날아왔다.

- 금광이나 철도관리권을 내놓으려는 리범석의 제안에 속말이 따로 있다.

금광이나 철도관리를 넘겨받으면 결국 그 운영을 미국이 맡는다는것이다.

거기에 투하되는 자금과 설비, 자재와 인권비를 부담하는건 미국이 이 나라에서 하나의 의무를 걸머지는것으로 된다.

무쵸는 그걸 언뜻 보고는 리범석의 말을 단호히 일축해버렸다.

그런데 일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첫 회담이 결렬되자 무쵸는 리승만을 만났다.

그에게 회담결렬원인이 리범석의 부당한 립장에 있다고 하면서 이 나라에 더는 미국이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것이라고 점잖게 위협하였다.

리승만은 급소를 찌르는 무쵸의 말을 듣자 입가에 가느다란 경련이 스쳐갔다. 그에게는 미국의 투자라는 의미가 미군주둔으로 들렸던것이다. 그 필요성을 미국이 스스로 지워버리는 날에는 리승만도 지워지는 날로 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동안 방안을 오락가락하다가 전화에 매달렸다.

그는 리범석을 찾아서 이렇게 호통을 쳤다.

《총리, 회담에서 미국측 제안에 전부 동의해요.

까놓고 말해서 미국의 힘으로 정부가 세워지고 앞으로도 미국의 힘에 의지해야 할 우리 정부가 미국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려가면서 그들의 요구를 거부할수 있는가. 내 말을 알아들었어요?》

리승만은 이렇게 전화통에 대고 소리치면서도 튀여져나온 붕어눈으로 무쵸의 얼굴에 느물느물 떠오르는 미소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살피고있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군만 매여둔다면 당장은 더 바랄것이 없다는 제놈의 속통을 무쵸가 알아주는것이 다행이였다.

무쵸는 자기의 볼에 와닿는 늙다리의 애원의 눈길을 의식하자 다시 랭담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방안에 증폭되여 울리는 리범석의 대답이 첫 마디부터 껄끄럼하기 그지없었다.

《각하, 그럼 우리 〈대한민국〉의 존재는 어디에 있습니까?》

《알아들어요, 총리.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요.》

《동맹국은 동맹국으로서의 체면과 존엄이 있는거지요. 〈국회〉가 벌써 회담에서 우리가 너무 밀리고있다는 냄새를 맡고 덤벼든다는걸 모르십니까?》

《또 소장파애들이 수작부리는 소리요? 미국앞에서 그게 무슨 불손한 언동이요? 항차 〈국회〉야 원체 입방아질하라고 모여놓은건데 그런 잠꼬대같은 소리에 흔들려서야 일국 내각의 수장인가.》

《아니요. 난 총리로서 자기의 권한을 행사하자는겁니다. 미국이 요구하면 속내의까지 벗어달라는 협정문을 만들어놓고 총리를 대관절 뭘로 되게 하자는겁니까.

다시 말씀드릴진대 난 총리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자는겁니다.》

《뭣이?! 총리도 대통령의 밑에 있는 총리겠지. 목수가 많으면 집이 찌그러지는 법이요.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뭍으로 가는 법이라…

이 나라의 협정은 내가 국민앞에서 책임지게 헌법에 돼있소. 여러말 말고 집행하시오.》

리승만은 수화기를 덜컥 내려놓았다.

컹컹- 구새통 울리는듯 한 기침소리를 몇번 내고는 투덜거리였다.

《총리라는게 쯔쯔… 누굴 탓할게 아니지요. 당신네 하지중장이 그냥 늘어지게 붙어서 총리감투 씌웠더니 아래웃턱 모르고 덤벼든단 말이요. 이만하면 되겠소?… 제대로 될거요.》

무쵸도 그만하면 비켜설줄 알고 경무대를 나섰는데 2차 회담에서도 한본새였다.

그래 또 리승만을 회담장에까지 불러내여 로골적으로 미군철수를 내걸고 위협을 해가면서 고초를 겪어서야 마침내 군사협정이며 재산이양협정이며 여러건의 협정들을 만들어냈다.

무쵸는 자기가 고압적으로 체결한 협정들이 실상 남측으로서는 굴욕적이며 예속적인 협정이라는것을 잘 리해하고있었다.

이 협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미행정부나 미국의 경제기관들과 미국사람들이 지금까지 이 땅에서 누려온 온갖 특전을 그대로 유지할뿐더러 원한다면 언제든지 남조선의 전부를 점유할수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미군정이 탕진한 통치비용과 그로 인해 루적된 모든 부채를 리승만행정부에 떠넘기게 되였으며 남조선주둔 미군을 위한 토지공예, 시설유지비용을 남조선사람들의 세금으로 부담하게 되였다.

그러기에 《국회》안에서는 《수의계》가 주동이 되여 이 협정의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신문들이 떠들고 각계에서 들고일어나 또 한차례의 반미, 반리승만의 불길이 남조선전역에 타번지였다.

무쵸는 트루맨의 특사자격으로 이 협정을 체결한 후 대사로 눌러앉게 되였는데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치뤄본 현지인들의 세례를 생각할 때마다 끝내 문건수표를 거절하고 장택상을 내세워 수표하도록 한 리범석의 울퉁불퉁하게 생긴 얼굴이 불쾌하게 떠오르군 하였다.

하지는 리범석에 대하여 짤막하게 평가를 내렸다.

《그도 미국에 끈이 달린 인물인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가 있는 인물입지요. 그래서 리승만의 독주를 견제하도록 그들을 정략적인 결혼을 시킨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때든지 파혼될수 있다는겁니까?》

《벌써부터 파혼의 낌새가 나타나고있습니다. 리승만은 총리직사퇴를 요구하고있습니다.》

《아니 벌써부터요? 그래서야 어떻게 국가정사를 펴나가겠습니까. 총리가 임명된것이 몇달이라구… 그렇게 해서야 우선 리승만부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소?》

무쵸가 벌써 총리사직문제가 상정되여 있다는 소리가 헛말같아 반신반의하는데 하지가 또 세모진 턱을 떨며 웃었다.

《그게 리승만입니다. 제 하고픈 일이라면 80객이 돼가는 지금에도 백주에 알몸뚱이로 백리길을 달려갈 량반이지요. 그러니 대사각하의 소임이 헐치 않을겁니다. 그런 변덕스럽고 소힘줄같이 질겨먹은 두상을 길들여오느라고 군정장관하던 아놀드나 브라운이 다 신물이 나 했지요.

요즈음은 내가 때가 이르다고 누르고있는데도 〈북진통일〉을 가는 곳마다 련발해서 이게 하지의 소리가 아니냐고 국무성이 닁큼닁큼 놀라 뛰지요.》

《허허 참… 그럴리야 있겠소.》

무쵸는 우직스럽게 생겨먹은 리승만의 상판을 눈에 그려놓고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잡았다.

(틀어줴야지. 이 주먹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는 습관처럼 엽초를 꺼내 냄새를 즐기느라고 주먹코를 벌름거리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리승만을 집게발처럼 으악스레 틀어쥘수 있는 조건들을 재빨리 찾아보았다.

《원조》… 첫째가는 수단은 이것이다.

2차세계대전후 미국무장관을 지냈던 마샬은 2차대전을 치르고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유럽의 동맹국들을 《원조》라는 미끼로 련련히 코들을 꿰였다.

리승만도 미국의 《원조》가 없으면 너부러질수 있다는것을 언제나 체감하게 해야 한다.

우선 경찰과 군대를 유지할수 없게 된다.

최근에 마샬을 밀어내고 국무장관이 된 맥아더의 고문이던 애치슨이 미국의 원조가 없으면 남조선의 신행정부가 석달안으로 붕괴된다고 했는데 리승만이 모를리 없다. 그다음에는 미군존재이다.

이것이 서울에 와서 료해한데 의하면 리승만에게 제일 예민한 문제인것 같다.

그는 미군철거문제가 제기되면 게거품을 물고 떠든다고 한다.

그럴법 하다. 미군이 없으면 그는 자기를 떠받들고있는 지주를 잃는셈이다.

하지는 군부까지도 좌익권에게 놀아나 믿을 놈이 없다고 한탄을 하였다.

리승만도 이걸 알고있을것이다.

그러니 미군주둔은 리승만의 정권유지의 필수불가결의 대전제이다.

이 두개의 올가미만 틀어쥐면 리승만은 얼마든지 후려낼수 있다.

그다음에는?…

숱한 문제거리들을 하지가 뿌려던지고 간다.

무쵸가 서울에 와서 보낸 날들은 특사때부터 모두 합해 며칠밖에 안되지만 그동안 봐두었던 일들은 많다.

권력야심가라는 리승만에게 붙은 락인을 옳게 리용해나가는것도 좋을듯싶다.

권력야심가가 우려하는것은 권력야심의 뿌리를 흔들어대는것이다.

리승만의 권력야심의 밑뿌리를 흔들어낼수 있는 건덕지는 여러가지이다.

헌법개정문제도 이미 정계의 론의점으로 되고있다.

필요하면 대통령을 탄핵하여 내쫓을수도 있다.

탄핵의 명분은 만들어내면 된다. 지금 성하고있는 반리승만적기운에 조금 더 키질을 해주면 그건 큰 장애없이 될수 있다.

하지, 당신은 역시 무관이다. 이 나라의 정치권이 너무 발그러졌다고 하지만 그를 거꾸로 솜씨있게 리용해야 되는건데 당신은 기질상 애초에 너무 아름에 부치는 짐을 맡아안고 전전긍긍이다.

이 무쵸가 이 나라를 어떻게 후려내는가를 보라.

불붙는 반미항전의 나라가 미국의 고요한 안식처로 될 때 이곳에 피서를 와서 3년묵은 피로를 풀며 반도의 아름다움을 즐기라.

… 무쵸는 이렇게 강심을 다지기도 하고 실패한 자신을 두고 무직한 심기를 거두지 못하는 하지를 마음속으로 너그럽게 위로하기도 했다.

그의 상념을 깨뜨린것은 상우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탁상시계였다. 시계가 이제는 횡설수설을 그만두라는듯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였다.

하지가 비행장에 나가야 할 시간이 되였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장, 한세기동안 미국을 랭대하여온 이 나라가 성조기밑에 무릎을 꿇은것은 전적으로 중장, 당신의 공입니다. 당신이 훌륭하게 이 나라의 하늘과 땅에 쌓아올린 식민지금자탑을 내가 허물어뜨리지 않겠는가 걱정이 큽니다.》

무쵸는 코안경을 올리며 정중하게 사례를 하였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분한 평가입니다. 당신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떠나게 되니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한때는 나도 이 나라가 안고있는 잠재적인 폭발의 위험성때문에 미국이 손을 뗄것을 주장하였지만 지금 시각은 달라졌습니다.

내가 앞으로 워싱톤에서 당신의 지지자로 되리라는걸 확언하는바입니다.

우선 이번 도꾜에 들려 맥아더에게 미군철병을 절대불허할것을 다시금 강력히 주장하고 떠나겠습니다. 륙군성에서나 국무성에 가서도 그러한 주장으로 당신을 지원하겠습니다.

당신께서 아무튼 이 나라의 실권자로 무리없이 지내자면 미군을 끌어안고있어야 될것입니다.》

하지는 동정어린 말투로 이렇게 약속하며 손을 내밀었다.

커다란 실망과 후회를 남기고 떠나는 선임통치자와 동방일각에 식민지보루를 굳건히 다질 포부와 야심을 안고 대양을 건너온 후임통치자는 서로들 공통되는 감정과 엇갈리는 감정을 미소에 묻은채 작별의 손을 마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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