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혜숙이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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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명은 길철로부터 연방 정세보고를 받았다.
길철이 성미 그대로 인차 일에 파묻힌 모양이다. 일에 묻혀야 괴로움을 박찰수 있다는 생각에서일것이다. 그리고 자기 사업이 하루도 답보되여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이 그를 더욱 분발시키고있는 모양이다.
그의 보고를 접할 때마다 정시명은 길철의 인간됨이 새롭게 느껴지며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러면서도 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다시 행복을 찾아주겠는가 하는 생각에 때없이 젖어들군 하였다.
사실 길철은 정시명과 전우들이 이미 확정한 전략적목표를 놓고 명확한 방책을 내놓지 못하는 원인이 결혼식이 있은 뒤로 련이어 덮쳐든 충격들에 자기가 허둥거리면서 해당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내놓지 못한데 있다고 자기를 채찍질하여 왔다.
그래서 길철은 정시명과 헤여진 그 시각부터 전우들을 움직이기 시작한것이다.
정세는 하루가 급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정시명은 자료를 받아쥘 때마다 자신이 정세발전에 미처 따라서지 못하는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보고되는 자료들은 모두가 스쳐보낼수 없는 문제성을 담고있었다.
김구에게서 들어온 통보:
리승만이 윤치영을 보내여 왔다.
윤치영은 이렇게 말하였다.
《백범선생, 리박사(리승만)도 선생을 총리로, 김규식을 부통령으로 하는 련합정권을 무을것을 계획하고있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요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당신들이 남북의 어느 지역에도 단독정부를 세우는데 대하여 반대한다는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목전정세를 직시해야 된다고 본다. 내 개인의 견해를 말씀드린다면 이게 마지막기회일수 있다. 나는 지난날 당신을 주석으로 모신 림정의 지부장이였다.
당신이 총리로 나선다면 나는 그밑에서 분골쇄신할 생각이다.
난 지금 리박사에 대한 복무를 고려하고있다.》
김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내놓은 제안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얼마전에 군정장관하던 러취가 귀국한다면서 작별인사하러 와서도 그 비슷한 말을 했다.
러취는 자기는 실패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계절에 따라 둥지를 바꾸는 인간이 아니라고… 조선사람들이 원래 그렇게 곧게 사는 사람들이니 당신이 구태여 워싱톤의 지시를 집행하지 못한 원인이 당신의 수완에 있는것이 아니라 워싱톤의 명령자들이 이 나라 국민의식과 정치가들의 생리를 잘못 타산한데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당신이 리승만의 품에서 나오겠다는것은 무슨 소리인가? 당신이야말로 리승만의 측근중의 측근이 아닌가.
충성스러운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윤치영이 자기 문제를 놓고 이렇게 설명하였다.
《광복전의 리박사는 독립활동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 방식에 대해서는 덮어두자. 그러나 지금의 리승만은 권력야심가일뿐이다. 지나친 권력욕이 인간 리승만을 변질시키고있다. 가까이에서 목격하면서 제지시킬수 없는것이 안타깝다.
정치가의 생존은 가변적이다. 몸 담을 그릇이 어지러울 때는 제때에 뛰쳐나오는것도 정치가의 분별이 아니겠는가.》
김구는 이렇게 타일렀다.
《나도 리승만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나라를 위해 가까이에서 옳은 진언을 해주라. 미국이 리승만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저 하는것이 확실한데 그럴수록 측근자들이 옳게 보필해야 한다.
북송의 문장가 소동파의 글귀 한구절이 생각난다.
월명성하에 조작이 남비라… 군왕은 현명한데 보필하는 신하들이 용렬하여 국정을 그르친다는 말인즉 그 반대되는 일도 있으니 리화장이 그 꼴로 돼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백범선생, 고맙다. 그러나 나는 이미 충정을 고인 몇가지 진언으로 하여 눈에 난 인물이니 그의 주변에서 곧 떨어져 나오련다.》
하지의 측근에서 입수한 자료:
어제 저녁 미국의 극동정책의 총수인 맥아더로부터 세건의 비밀문서를 받았다.
하나는 리승만이 자기 심복들을 시켜만든 대통령중심제의 헌법을 맥아더측에서 새까맣게 뜯어고쳐보내온것이고 또 하나는 리승만을 대통령으로, 리시영을 부통령으로, 신익희를 《국회》의장으로 내세울데 대한 최종지령문이였다.
다른 하나의 문건은 《국회》에서 미군주둔을 합법화할수 있는 법적기초를 내놓을 준비작업에 착수할데 대한 지령이였다.
하지는 이 두통의 문건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맥아더는 로망이 들었다.
리승만에게 이 혼란한 나라의 통치권력을 집중시켜준다면 남조선은 계속되는 정쟁에 지리멸렬될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미군주둔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아직 서울정계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조용히 반응하고있다. 괜히 선불을 질러 자는범을 놀래우지 말고 행정부나 세워놓은 다음에 와닥닥 해제끼면 된다.
〈국회〉의원전체가 친미적인 우익권인물들인데 뭘 지금부터 떠들어대는건가.》
이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 《한민당》은 리승만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어제 하지는 리승만부처와 김성수부처를 경무대의 저녁만찬에 초청하였다.
리승만에게는 대통령축배를, 김성수에게는 총리축배를 제의하였다.
김성수는 총리축배잔은 사양한다면서 축배잔을 프란체스까에게 넘겼다고 한다.
리승만 측근에서 입수한 자료:
헌법이 통과되고 리승만, 리시영이 대통령, 부통령으로 정식 취임되자 총리직과 장관직쟁탈을 위한 막후모의와 암투가 벌어지고있다.
리승만은 임영신을 내세우려다가 측근들로부터 반대에 부닥치자 취소하였다.
민주당의 리윤영을 내세우려 한다는 말도 돌아간다.
리승만이 조봉암을 농림부장관으로 내밀려고 하는데 비서실에 있던 전진한이 리승만을 찾아가 《장관을 하자면 나도 좀 공산당을 해야 되겠다.》고 조봉암의 공산당경력을 꼬집고들어 난항에 부닥치고있다.
리승만은 윤치영에게 자주 짜증을 낸다고 한다.
《관직자리는 얼마 안되고 품삯 주어야 할 공신은 많은즉 어찌한단 말인가.
장관직을 더 만들어내라. 그리고 달래도 봐라. 장관자리 돌아가며 해보면 될게 아닌가.》
량 김씨의 조기 참여설은 더는 상정되지 않고 근래에는 리범석입각설이 커지고있다.
리범석은 국방장관직을 바라고있다.…
정시명은 길철의 자료보고를 부단히 해당 관계자들에게 알려주도록 하고 재빨리 력량편성을 다시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워 나갔다.
급한것은 리승만의 매국행위를 누르자면 대적이 될만 한 야심적이며 뚝심이 있는 인물을 맞세우는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가장 유력한 인물로는 리범석이 꼽히였다.
그는 레코라우스기관에서 조태준을 뽑아 리범석의 밑에 다시 들이밀었다.
미중앙정보국은 근래에 와서 레코라우스기관을 앞으로 나오게 될 서울주재 미국대사관에 편입시킬것을 계획하고 기관책임자인 레코라우스를 소환하고 업무기능을 노불에게 인계하도록 하였다.
노불은 레코라우스기관을 접수하자 유일한 조선사람인 조태준을 측근위치에서 빼돌려 한직을 주었다. 조선말을 류창하게 번지는 그에게는 통역이 필요없었던것이다.
정시명은 조태준에게 리범석을 총리직에 내세우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도록 하였다.
조태준이 리범석의 맥을 짚어보고 이렇게 보고하여 왔다.
《리범석은 총리직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였다. 총리라는건 대통령의 바람막이자리인데 자기는 우선 늙은이냄새가 싫어 아침저녁으로 리승만을 상종하는게 싫다고 하면서 껄껄 웃었다.
그러나 초대총리라는 의미를 크게 달아놓고 바람을 불어넣으니 과히 싫어하지는 않는것 같다. 나는 리범석의 정치고문격이며 후원자인 써젠트와도 사업하고있다.
안팎으로 압력과 설득공작이 들어가도록 하고있다.》
정시명은 하지와 자주 상종하는 송호정과 류동명에게도 총리직에 리범석을 내세우도록 침을 놓으라고 당부하였다.
김승원도 착착 실력을 키워나갔다. 낮은 단계의 구호를 들고 력량을 보강하고 전투력을 키우면서 행정권이 만들어지는 차례로 미군철병을 정면으로 들고나가기 위한 준비를 갖추어 나갔다.
새로운 투쟁은 본격적으로 자기 궤도에 올라 거침없이 전개되여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