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거목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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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운형의 피살은 정시명조직의 사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근로인민당 내부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려운형의 눈치를 보면서 언동을 삼가해온 자들이 령도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여 날뛰기 시작하였다.
다시 파벌들이 움직이고 우경에로의 정책적선회를 요구하는 잡음이 울려나왔다.
정시명은 백남운과 리영을 김명호를 중심으로 한 조직에 참가시켜 당내 령도적지위를 노리는 우익적인물들을 단호하게 당밖으로 쫓아내는 사업부터 벌려나가게 하였다.
김명호는 정시명에게 당증과장으로 있는 최백근이 대가 바르고 리론도 있으며 수완도 있는 사람이므로 그를 조장으로 하는 새로운 선을 만들어 근로인민당대렬의 순결성을 보장하는 사업을 벌리겠다고 제기하였다.
정시명이 종로책방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삼십안팎의 젊은 일군이였는데 마음에 들었다. 근로인민당안의 실태분석과 당의 전망을 두고 장시간 자기 견해를 이야기했는데 분석이 예리하고 대책이 혁명적이였다.
최백근은 이 시기부터 정시명의 일상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당증과장의 직무를 리용하여 근로인민당간부들의 개별적동향을 상세히 장악하고 부정적요소에 대하여서는 시기적절한 당적대책을 세워나갔다. 그는 당원들의 사상동향에 대한 장악과 검열기능까지 맡아보는 당증과를 정시명의 사람들로 꾸리고 그들과 함께 당안의 좌우경적경향과 분렬책동을 반대하는 투쟁의 앞장에 서서 용감하게 싸웠다.
근로인민당이 인입되자 그를 발판으로 중간, 우익정당들에 대한 포섭사업이 줄기차게 진척되였다. 우익과 중간의 영향하에 있는 성원들이 이에 합세하였다.
이리하여 남조선정계의 우익과 중간세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정당, 단체들이 애국의 대오에 서게 되였다.
정시명은 이들을 《정당협의회》라는 하나의 조직체로 결속시키고 이들의 영향력과 사회적지위를 높여나갔다.
《정당협의회》가 발족되자 첫 공동투쟁목표로 조선문제에 관한 쏘미공동위원회 재개를 내세웠다.
정시명은 미국의 본성이 발가지지 않는 한 쏘미공동위원회 재개가 현 시점에서 가능성이 없으며 설사 재개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수 없다고 인정하고있었다.
그러나 이 목표는 당시 남조선의 진보적인 사회계의 한결같은 요구를 반영한것이였으며 극우익과 미국놈들의 탄압도 피할수 있는것이였다. 지나치게 앞서 나간 구호는 이발도 나지 않은 아이에게 콩밥을 먹으라고 하는것과 같다.
모두가 접수할수 있는것으로부터 행동의 보조를 같이 해나가며 점진적으로 투쟁의 강도와 요구를 높이는것이야말로 통일전선운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기본원칙이다.
《정당협의회》가 세상앞에 첫선을 보이자 사회계의 각별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정시명은 《정당협의회》가 단합된 세력권을 유지강화하는데 주목을 돌리면서 한편으로는 이미 계획하였던 전망방향에 따라 김구와 김규식의 세력들을 애국의 길에 돌려세우기 위한 사업에 달라붙었다.
김구의 《한독당》에서 조소앙, 엄항섭, 권태석이 떨어져나왔다. 김규식의 《민족자주련맹》에 속해있던 홍명희의 민주독립당, 리극로의 건민회 등 8개의 정당, 단체도 《정당협의회》로 발길을 돌렸다.
홍명희나 리극로는 정시명이 제기하는 애국애족의 발기와 방략들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였다.
김구, 김규식의 세력은 측근세력들까지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불과 몇달사이에 일거에 약화되였다.
이렇게 되자 우익민족주의거두들은 자기들이 걷고있는 외통길을 검토해보고 심각한 동요를 일으키게 되였다.
정시명은 그들의 동향에 맞게 안지생에게 더욱 강한 공세를 들이대도록 하였다.
마침내 그들의 가슴속에 싸늘한 재만 남았던 민족적량심과 정의와 진리를 모색하여오던 의로운 넋이 다시 소생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이 시기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의 《단선단정》음모가 로골화되자 자기 측근인물들의 말이 옳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특히 려운형의 피살을 계기로 심각한 번민에 휩싸여있던 김규식은 《정당협의회》가 려운형의 유지를 받들고 나온것이라는 김명호의 말을 듣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중간세력을 배척하던 종래의 자세를 버리고 그들과 련합하여 자기 지반을 강화하는 길로 전환하였다.
어느날 안지생이 정시명을 찾아 흥국상회에 나타났다.
사전통보도 없이 나타난 안지생에게 정시명이 엄한 눈길을 해보이자 안지생은 여전히 싱긋이 웃으며 한통의 보고자료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김구와의 담화
《자네 〈정당협의회〉라는 곳에 한번 찾아가보게.》
《거긴 왜 가랍니까?》
《우리도 그쪽에 발을 내밀어야 되지 않을가.》
《예, 저도 그 생각이였습니다. 좀 늦은감은 있지만.》
《걸음이 늦었다는것을 알면 빨리 걸으면 되지. 자네 형님을 앞세우고 가서 김구가 〈정당협의회〉의 취지를 접수한다고 전해주게.》…
정시명은 자료에서 눈길을 떼자 안지생의 두손을 덥석 틀어잡았다.
《지생이, 다람이가 끝내 호랑이를 움직여냈구만, 엉!》
정세가 미군철병문제를 가지고 또 한바퀴 급회전하자 하지는 브라운을 내세워 갑자기 남조선의 정당대표들을 군정청회의실에 불러들였다. 북반부에 들어갔다가 받은 충격을 가지고 좀 다불러놓으라는것이였다.
사실 브라운은 평양에 들어가기전까지만 하여도 리승만이나 《한민당》계렬의 상층인물들의 말만 듣고 전혀 비현실적인 환상을 가지고있었다. 그런데 평양에 체류하는 며칠간 브라운은 평양의 모습에서 커다란 자극을 받았다.
특히 북조선민주당 당수이던 조만식과의 담화가 충격적이였다. 조만식은 북조선을 과소평가하는 브라운에 대하여 《여보시오, 수석대표. 당신들은 눈을 크게 떠야겠소. 남북은 벌써 하늘땅차이로 벌어져가고있소.》하고 면박을 가했다.
제놈들이 내세우는 정권을 지지할것으로 믿고있었던 브라운은 정말 눈을 크게 떴다. 브라운은 이에 대하여 얼마전에 그대로 하지에게 보고하였다.
하지도 브라운의 솔직한 귀환보고를 듣고 크게 자극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브라운의 눈치를 보느라고 그를 연탁에 내세울 생각은 못하였다. 며칠전에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자기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서울의 정치인들에게 들려주면 효험이 클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다시 브라운을 불러들였는데 그는 쾌히 응해나섰다.
브라운이 정치인들과의 회합에서 공세를 벌릴것이라는 자료를 사전에 입수한 정시명은 이 모임에 사리에 밝고 언변이 좋은 김명호를 참가시켜 브라운과의 말싸움을 지휘하도록 하였다.
김명호는 곧 필요한 성원들을 선발하였다.
회합에는 하지까지 참가하였다.
회합의 제목은 브라운의 《평양방문보고회》라고 달았다. 제목이 그럴듯 해서 정계인물들은 련락을 받자 너나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브라운은 연탁에 나서자 회의실을 빼곡이 채운 청중을 한동안 곱지 않은 눈길로 굽어보다가 첫 마디부터 짜증투로 시작했다.
《여러분, 난 좀 불쾌한 얘길 하고싶어서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하지가 그렇게 할걸 요구했던것이다. 단단히 후려갈기라는 지시를 받은 브라운이였다.
《나는 지금까지 당신들에게 속았습니다. 북조선현실은 당신네가 말하는것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당신들은 다 바보요. 북조선민주당 조만식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했소. 그는 당신들에게 전하라면서 북조선국민은 김일성장군 두리에 한사람같이 뭉쳐있다, 그런데 당신들은 시간있는껏 이마받이만 하고있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정말 무엇때문에 아직까지도 서로 물고뜯으며 옥신각신하는가. 게다가 미군철병까지 제기하고있는데 당신들이 지금 북조선이 어떻게 돼가고있는지 알기나 하고 하는 수작인가. 이제라도 38선을 열어놓으면 당신들은 하루새에 공산권에 들어가고 말것이요.》
유화적인 군사외교관으로 소문났던 브라운이 례의를 줴버리고 공개장소에서 현지 정계거물들을 몰밀어 바보라고 고아대는것은 비정상이였다.
브라운은 30분간이나 줄소나기처럼 욕설을 퍼붓고나서야 자기의 무례함이 생각난듯 《나의 이야기를 인내성있게 들어준데 대하여 감사를 드리며 량해를 비는바입니다.》하고 김빠진 어조로 사죄하고 자리에 앉았다.
장내가 잠시 물뿌린듯 잠잠해졌다.
그때 김명호의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났다.
《각하, 한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방금 소장각하도 철병문제에 대해 말했는데 미국측은 쏘미량군철수와 관련하여 어떤 립장을 취하려고 합니까?》
《당신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브라운이 질문자를 쏘아보다가 따지듯이 되물었다.
《나는 미국측의 립장을 명백히 알아본 다음 립장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질문자는 배심있게 받아넘겼다.
《좋습니다. 나는 이 모임을 비공개로 한다는 사전량해를 받고 당신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브라운은 자기 말을 확인하듯 자기를 수행한 미군정청의 공보관을 돌아보았다.
공보관이 브라운의 눈길을 받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장각하, 모임에서 협의된 내용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되였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브라운은 단호한 말투로 계속하였다.
《우리는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을테요. 미군이 만일 현시점에서 철병하면 당신네 나라가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조선은 쏘련의 완전한 위성국이 되고 말것이요. 당신들모두는 공산당의 머슴살이를 하게 될것이요. 그러므로 어떻게 해서라도 될수록 빨리 우리의 벗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를 만들어내야 하오.》
브라운은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이건 나의 사적견해요.》하고 급급히 부언하였다. 서울에 오자마자 소동을 벌려놓은 이래 브라운은 언제나 정치인들앞에서 조심스럽게 자기의 보신책부터 세워왔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장 여기저기서 수군수군거리는 소리들이 그치지 않았다.
여러명의 박수소리도 울렸는데 리승만의 주위에 앉아있는자들이 기승을 부리는것이였다.
김명호는 얼른 쪽지에 글을 써서 앞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김명호의 쪽지를 받아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브라운에게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당신의 견해에 나는 찬동할수 없소. 우리 조선이 왜 쏘련의 위성국으로 된단 말입니까? 절대로 그렇게는 되지 않을거요. 수석대표각하, 납득이 될만 한 근거를 대시오.》
《첫째, 당신들의 반공세력이 북조선의 공산세력을 이겨낼수 없소.》
《그건 두고봐야 할 일이요.》
《아니, 명백하오. 당신들은 무익한 정쟁에 기운을 다 뽑아버렸소.》
《설사 공산세력이 이긴다 해도 그건 우리 집안일이요. 그렇다고 쏘련의 위성국으로 될리 만무하오.》
《당신은 어디 소속이요?》
《정당협의회소속이요.》
《그래 당신은 공산권에 흡수되는것을 바라는가?》
《다시 언명하는바이요. 그건 우리 집안문제요. 국민이 그걸 바란다면 하느님의 계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량심이요. 우리는 국민이 희망하는 정치를 펴나가야 할줄로 믿소.》
《당신은 머저리, 정치적허재비요!》
브라운이 론쟁에서 궁지에 빠져 신사의 리성을 잃어버리고 악을 쓰자 여기저기서 조소와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회합은 그로써 끝났다. 브라운을 내세워 우익인물들을 각성시켜 초당파적인 련합을 시도했던 하지는 또다시 패배하였다.
하지가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브라운도 황황히 따라나섰다.
이날 김구는 그들의 론쟁에 귀를 기울이면서 미국놈의 진의도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을 굴려보기 시작했다.
미국놈들이 남조선을 기어이 타고앉으려고 시도하고있는것이 명백하다.
기어이 신탁통치를 하자는건가?…
그리고 브라운이 슬쩍 던진 말에서 리승만을 축으로 하여 우익을 묶어 《단독정부》를 시급히 조작하려 한다는것을 재확인하였다.
김구는 일견 《정당협의회》의 정당한 목소리에서 뜨거운 공감을 받아안았다. 미국놈들과 도고히 맞서는 그 신념있는 목소리들이 후날에도 그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기였다. 회의에 참가한 김규식도 한마디 끼여들지는 않고 입만 쓰겁게 다시였다.
소회의실에서 나온 브라운은 이마에 홍건히 내밴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꾹꾹 문다지며 하지를 따라갔다. 또다시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에 나선것이 여간 후회스럽지 않았다.
둘은 하지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동안 담배만 빨았다. 방안에는 연덩이처럼 무거운 침묵이 드리웠다. 한참후에야 브라운이 방안에 서린 공기가 답답한듯 창문을 열어놓고 달아오른 몸을 식히다가 고개를 돌렸다.
《방향을 돌리는것이 어떻습니까?》
《?…》
《우리는 지금껏 남조선의 정치정세를 안정시킨 다음 행정부를 조직하는 작업에 착수하려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전술적대책에서 대담하게 탈퇴하여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정부를 조직하고 그에 기초하여 정세를 안정시키는 방향에서 말입니다.》
《말하자면…》
《선조각후 안정이라고도 이름지을수 있지요. 제생각 같아서는 정부조작이 늦어질수록 정치계의 파국상은 더 깊어만 질것 같습니다.》
《그러면?…누구를 중심으로?》
하지가 물었다.
브라운은 그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입안에서는 분명한 대답이 뱅뱅 돌아갔으나 하지의 심리상태에 대한 파악이 서지 않아 쉽게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리승만을 생각하고있었다. 그가 리승만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것은 방금전의 그 소회의실에서였다.
브라운은 연탁에서 미련을 부리는척 하면서도 청중의 심리적대응을 예리하게 관찰하였다. 여전히 자기의 주장에 열광적으로 호응을 하고있는것은 리승만이 앉아있는 우측 앞부분의 좌석에서였다. 그는 자기보다 더 미국적인 벗을 찾아냈느냐고 야유하던 리승만의 목소리가 새로운 의미에서 새겨졌다.
아무리 둘러봐야 남조선의 정치세력대표들이 거의다 모여든 회의실에서 오직 그들만이 박수를 치고 환호도 올리는것이다. 물론 그들은 소수이다.
거의 모든 세력이 자기에게 로골적인 적의와 조소를 보내고있었다. 그것은 자기의 어깨너머로 미국에 보내는 도전장이기도 하다.
그러니 미국이 이제 와서 어떤 결심을 내려야 하겠는가는 뻔하다. 미국이 타고앉은 지역에서 내세워야 할 인물의 첫째가는 표징은 그가 주구가 되여야 한다는것이다. 똑똑한 정치가가 아니라 주구가 돼야 한다.
(그렇다, 미국무성의 의도가 십분 타당하다.)
브라운은 이제야 리해가 갔다.
(그런데 하지는 아직까지도 리승만을 경원시한다. 군인다운 단순성으로부터 달리는 생각하지 못할것이다.)하고 브라운은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하지도 리승만을 생각하고있었다. 그도 역시 방금 회의실에서 자기의 눈길을 찾으면서 브라운의 말에 두손바닥을 아프도록 두드려대는 리승만을 띄여보았던것이다.
드디여 하지는 브라운의 제안을 선선히 찬동해나섰다.
《좋소! 당신의 이름으로 마샬에게 보고서를 제출하시오. 정부를 구성하는것이 우선 필요한바 그를 위한 여건마련을 조속히 해줄것 그리고 정부의 중심에 리승만을 앉히는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것.》
브라운은 하지의 생각이 자기와 일치한것이 놀랍고 만족스러워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답하였다.
《알았습니다!》
브라운은 자기도 어쩔수 없이 다시 하지의 군정에 말려들었다.
그날중으로 브라운이 작성한 문건 《북조선방문과 관련한 대책적인 문제》가 마샬에게 날아갔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북조선은 지금 정치, 경제적으로 대단히 안정되여있다.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가 이 나라의 중심에 확고히 서있으며 그 수위에 항일전의 명장 김일성장군이 서있다. 그 두리에 모든 정치세력이 뭉쳐있고 그 정치세력들이 국민적인 호응밑에 사회의 변혁을 착실하게 주도하고있다.
나는 남조선에서도 리승만을 중심으로 한 정부를 시급히 구성함으로써 권력쟁탈을 둘러싼 정국의 혼란을 될수록 빨리 청산하고 북의 공산세력과의 력학적수평관계를 실현해야 한다고 인정한다.
이를 위한 필요한 실무적환경을 빠른 시일안으로 마련해야 할 결단이 필요하다.… …》
브라운의 보고를 받은 마샬은 곧 서울에서 하지에게 쫓겨와 갓 발족된 미중앙정보국에 가서 돌아치는 구펠로를 불렀다.
구펠로는 브라운의 보고서를 여러번 곱씹어 읽더니 희색이 만면해서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각하,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지금 서울에서 미군철병설이 돌아가고있는겁니다. 미군이 철거되면 리승만은 권력을 장악할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서울에서 리승만정권이 발족되여 지반을 닦을 때까지 미군철병설을 잠재우는것이 선결과제라고 보아집니다.》
《좋소, 당신이 하지에게 내릴 지시문을 기안해주시오.》
마샬은 구펠로가 리승만의 철저한 후원자이면서도 국무성의 어느 관계인물들보다 서울정가에 밝은 인물이라고 인정하여왔다. 그래서 금후 남조선의 정치발전에 하나의 기폭제가 될 중요지시문을 선뜻 맡겨버렸다.
며칠후 구펠로가 기안한 지시문이 마샬의 책상우에 놓여있었다.
마샬은 관계자들을 불러 토론을 한 후 트루맨에게 제출하였다.
지시문은 마샬의 이름으로 하지에게 떨어졌다.
《당신들의 제안대로 리승만을 축으로 하는 정부구성에 곧 착수할것. 동시에 서울정계에서 미군철병설을 해소시키는데 주목을 돌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