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거목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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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승만이 인차 불리워왔다.

하지의 사무실문턱을 넘어서던 리승만은 방안에서 마주쳐오는 하지와 브라운의 랭랭한 눈길을 받자 저도모르게 몸가짐이 꿋꿋해졌다.

두사람 다 자기와는 원이 맺혀진 사람들이다. 한사람은 빨갱이라고 고자질한 사람이고 또 한사람은 죽여버리라고 자객을 보낸 사람이다.

하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채 문가에 어줍은 자세로 서있는 리승만에게 턱으로 창문밑에 있는 쏘파에 가서 앉으라고 가리켰다.

윤치영이 리승만을 부축하여 따라서자 하지는 《당신은 나가보시오.》하고 밖으로 내쫓았다.

하지는 얼음우에 자빠진 소처럼 멀뚱멀뚱해진 눈을 어데 건사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리승만을 점도록 지켜보았다.

(이제 저 두상이 어떻게 하겠는가?) 미구에 이 나라의 권력을 틀어쥘 거물급정치인의 운명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마음내키는대로 주무르는것이 더없이 재미있기도 하고 희한하기도 하다.

(손오공이 10만리를 달아나도 부처님의 손바닥에 있은걸 두상도 알테지.)

리승만은 리승만대로 어리숙하게 방안을 돌아보는척 하면서도 이제 또 하지가 무슨 날벼락을 내리겠나 하고 은근히 마음의 끈을 조이고있었다.

언제나 리승만은 저 하지가 부른다면 그 무슨 도살장초대를 받는것 같아 다리가 휘청거리군 한다. 그 세모난 눈이 한번 찔 아래우를 훑고나면 10년 감수한다고 돌아서서는 개욕을 퍼부어왔다.

비서실장까지 내쫓은걸 보니 또 무슨 경을 단단히 치를 잡도리다.

《브라운소장!》

드디여 하지가 쇠소리나는 탁성으로 불렀다.

《리선생에게 국무성의 지시문을 보여드리시오.》

브라운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한장의 작은 전보문을 들고 리승만에게로 다가갔다.

리승만이 사형판결문이나 받는듯이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그것을 조심히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양복웃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코등에 걸고 입술을 움씰거리며 한자한자 읽어내려갔다.

다 읽자 그는 갑자기 둥그래진 눈을 브라운에게 보냈다.

브라운은 부러 무표정한 얼굴로 늙은 주구의 눈길을 받고는 전보문내용을 확인해주듯 고개를 주억거리였다.

리승만은 다시 종이장에 눈길을 굴리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전보문의 글자들이 마치도 춤을 추는것 같았다. 어쩐지 어질어질해오고 현훈증이라도 생긴듯 눈앞이 뽀얗다.

드디여 바라던 꿈이 손에 잡힐듯 성큼 다가온것이다. 그렇게 허구한 세월 속을 썩이고 기다려오던 대망의 꿈이 드디여 이 작은 종이장에 눈부신 무지개로 비껴든것이다.

《음!》

늙은 가슴에 꽉 뭉쳐 압착되여있던 체기가 후련히 씻겨내렸다.

리승만은 하지에게로 천천히 돌아섰다.

마주오는 눈빛이 부드럽게 빛난다. 아, 저 사람의 눈이 저렇게도 살뜰했던가. 리승만은 저으기 놀랐다.

리승만은 일흔넷의 늙은이로서 어디에 그런 힘과 패기가 있었더냐싶게 벌떡 일어나 하지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섰다.

로안에 팥죽같은것이 질쩍거리는것을 보는 순간 하지는 이 두상이 갑자기 실성한게 아닌가싶어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리승만은 또 쫓아가더니 갑자기 주단우에 그 둔한 몸을 넙적 엎드린다. 그리고는 목이 멘듯 꺼이꺼이 흐느끼다가 주절거리였다.

《중장, 내 절을 받아주소이다.》

너무도 돌발적인 늙다리의 행동거지에 떨떨해졌던 하지도 브라운도 그제야 리승만의 추한 꼴에 짐작이 갔다. 주단에 늘어붙어있는 꼴이 꼭 옴두꺼비같다.

하지는 순간 맥아더의 소리가 귀전에 찡 울렸다.

《바지저고리!…》

브라운의 눈에는 주단우에 이마를 붙이고 아예 굳어져버린듯 움직이지 않는 리승만이 창경원의 동물원에 있는 하마처럼 보였다.

그게 희한해서 브라운은 《흐아-》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도 끝내 터져오르는 웃음주머니를 탁 풀어놓고 실컷 웃어댔다.

《하하하!》

 

그러나 하지의 웃음은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미칠듯 한 분노로 바뀌였다.

이 일을 턱에 걸고 리승만이 또다시 벌집을 쑤셔놓아 서울장안이 법석 끓기 시작했던것이다.

일은 리승만이 영악동의 제소굴로 기고만장해서 들어서기 바쁘게 터졌다.

리승만은 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동행하여온 윤치영에게 당장 《독촉중앙비상국무회의》를 소집하라고 호통을 쳤다. 비서실이 리승만의 벼락지시를 받아들고 끓었다.

이날 저녁 리승만의 집에 《독촉》의 거물들이 다 모여들었다.

회의에서 리승만은 극비모임이라는것을 먼저 선포하고 이렇게 떠들었다.

《에, 미국은 나, 리승만을 드디여 선택하였소. 내 오늘 하지사령관의 집무실에서 미국무상 마샬의 지시문을 보고왔소.

정권인수는 눈앞에 박두했소. 미국은 마침내 우리에게 정권을 넘겨줄것을 하지중장에게 위임했단 말이요.

곧 민족대회를 소집하여 정부를 조직합시다. 북쪽에서 어떤 립장을 보이든지 이제는 눈치를 볼게 없소. 김구도 돌아볼게 없소. 그네들의 협력이 없이도 우린 능히 정부를 만들어낼수 있소. 이것은 백악관과 미국무성의 최종결심이요.》

하지만 극비를 전제로 했던 그의 발언은 다음날아침으로 서울의 일간신문들 1면상단에 주먹같은 제목을 걸고 실렸다.

실은 리승만비서실의 신정섭이 즉시로 김명호에게 보고하고 김명호가 권혜숙에게 수십장 복사시켜 서울보도계와 정계중진인물들에게 날렸던것이다.

또다시 리승만이 쑤셔놓은 벌집을 받아안은 하지는 성이 꼭뒤까지 치받쳐있었다.

그는 애매한 노불부터 불러다놓고 한바탕 줄소나기 같은 욕질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망둥이새끼같은 두상, 저따위를 정상에 내세우다니. 북망산에 가서 묘지기나 할 늙다리가 정치가 뭐 말라빠진거야.》

하지의 부관실로는 정계의 여러 인물들의 분노가 서린 항의전화와 동향자료가 들이닥쳤다.

김구의 동향자료도 들어왔는데 기가 막혔다.

김구는 이 자료에 접하자 울안에 갇힌 표범처럼 으르렁거리다가 《안돼! 안될걸. 하지가 이렇게 표리부동한줄을 내 이제야 똑똑히 알았다.》하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김구뿐아니라 통수권좌를 넘보며 은근히 접근해오던 정계인물들이 하루아침새에 싹 돌아서서 제멋대로 고아댄다.

하지는 노불이 허리를 구부정하고 들이미는 반영자료들을 대충 훑어내리다가 끝내 엉뎅이가 요글요글해서 앉아있을수 없었다.

《에잇! 번번히 개죽을 쒀놓는 저 두상은 안되겠어.》

하지는 바빠맞아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일어났다. 그는 브라운을 불러들여 궤도수정을 해야겠다고 단호하게 말하고는 김구와 김규식을 만나 좀 진정시켜달라고 부탁조로 말했다.

그러나 브라운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그런데…》하고 길게 대답을 끌다가 뭐라고 입속말로 중얼거리였다. 발을 뽑겠다는 심산인것 같다.

하지는 바쁜 대목에서 기름쥐처럼 쏙 빠지는 브라운을 그 세모눈으로 마뜩잖게 노려보다가 터지는 부아통을 겨우 참고 그를 남겨둔채 제 먼저 방을 나섰다.

어쩌는수없이 하지는 또다시 정계인물들을 찾아 구차스러운 행각에 나서야 했다.

때를 늦잡으면 국무성이 또 비난을 들씌워댈것이다. 어째서 소란스러운가, 당신네 하는 일이 왜 그 모양인가… 이렇게 전화통에 대고 험담을 늘여놓을 마샬의 상판이 금시 보이는듯싶다.

하지는 부관에게 리승만을 당장 출두시키라고 호령을 내리고는 인차 돌아서서는 명령을 취소하였다.

리승만은 아무리 완고해도 미국에 끈이 달린 인물이니 여하튼 주무르는대로 빚어지는 메주덩이나 같다. 천천히 불러다 닥달질을 하면 된다.

문제는 김구를 비롯한 민족주의세력이다.

더구나 김구세력은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까부시기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는 부관앞에서 잠시 주밋거리다가 자기 방에 들어가야 그냥 골치아픈 일거리만 련방 밀려들것이라는 생각에 떠밀려 맞은편에 있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는 휑뎅그레한 방에 들어서자 쏘파에 가서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고싶어 담배가치를 꺼내물었다.

정말 귀찮은 일이로군. 이거야 어디 자리를 지켜낼수 있는가. 마치도 고역살이하는것과 같지 않느냐.

그는 담배를 몇모금 빨고는 재털이에 신경질적으로 비벼끄고 쏘파에 허리를 붙이고 눈을 감았다.

《잘은 한다. 미국의 3성장군이 여론에 쫓겨 제방에서 도망쳐다니다니…》

하지는 이렇게 두덜거리며 쓰거운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고독하고 처량해졌다.

국무성의 삿대질을 당할 때마다 괜스레 군정을 맡아안고 사복쟁이들의 성화에 몸살을 앓는다고 후회막심이지만 이제는 호미난방격이라 물러서기도 어렵게 되였다. 그렇게 되면 맥아더는 면전에서 갓 쓴 량반들에게 패전했노라 희떱게 몰아댈것이고 백악관은 그들대로 군부의 무기력과 무능에 대하여 떠들것이다.

그래서 국무성이 남조선의 정치적공백을 추궁할 때마다 보좌인원들을 모아놓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아직까지도 어느 한 놈 시원스러운 대답을 못내고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고집불통의 정객들을 불러놓고 총구를 들이대고 녹신녹신하게 휘여놓고싶지만 그러면 당장에 정치의 문외한이라고 또 여론이 비발칠것이다.

그래서 될 일이라면 그까짓 여론쯤은 무시해버릴수도 있겠지만 김구같은 인물의 가슴팍에 총구멍을 들이대야 그 담벽같은 인간은 오히려 가슴을 헤치고 덤벼들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김구라…)

두볼이 처지고 입술이 심술스럽게 삐져나온 얼굴이 떠오르자 다시 식어지던 머리가 확 달아올랐다.

하지는 지금껏 《림정》계인물들이 우익에서 뻐그러져나가지 않도록 하는데 크게 품을 들여왔다.

그가 요새 와서 더욱 큰 우려를 가지게 된것은 김구세력이 국토통일과 미쏘량군의 철수를 계속 강경히 들고나올수 있다는것이다.

그것은 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격이다. 그래서 마샬도 급기야 경종을 울려온것이다.

그런데 리승만이 또 망둥이뜀질을 해서 김구세력이 들고일어난 불에 키질을 해놓은것이다.

하지는 여러시간 골을 싸쥐고 고달프게 앉아있다가 자기 방으로 사지가 나른해서 들어갔다.

보좌관들이 모여와 수습책을 모의하였다.

하지는 김규식이부터 자기 집에 초대하였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마주앉았다.

김규식에게 술잔을 권하며 이렇게 추파를 던졌다.

《리승만은 지금 광기를 보이고있습니다. 그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런걸 생각해보셨습니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장개석군은 태평양전역에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공산군에 련전련패하고있습니다. 동북지역은 다시 모택동치하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미군이 철병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북의 공산권에 남조선이 병합되여버리면 당신들 반공투사들이 설 자리가 어디입니까. 그런데 당신들속에서 철병소리가 나오고있으니 도대체 자신들의 장래에 대해 생각이나 하고 내놓은 주장입니까. 우린 심사숙고하기를 바랍니다. 미국무성과 백악관은 이 나라의 통수권좌에 대한 선택권을 우리에게 주고있지만 우리는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

김규식은 보좌성원들과 의논해보겠다고 짤막히 대답했다.

하지는 다음날에는 김구를 술좌석에 초대하였다. 같은 방법으로 흥정을 벌리려 하였다.

하지는 리승만을 정치협잡군이라고 실례까지 들어가며 한참 욕질하였다.

《당신이 미쏘량군철거에 대하여 올해 말까지만 침묵을 지켜준다면 모든것이 당신에게 유리해지리라는것을 담보합니다.》

김구는 두툼한 입술을 꾹 닫아붙이고 하지의 장광설에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하지는 김구의 표정이 폭풍전야의 바다처럼 생각되였다.

사실 김구는 하지의 그 어느 말도 귀등으로 흘리고있었다. 네놈에게 더는 속지 않는다는 배심이였다.

하지는 마지막에야 리승만을 만났다. 만나는 장소도 술좌석이 아니라 응접실이였다.

하지는 리승만의 경솔한 행동에 대하여 책상을 두드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리승만은 사태의 후과가 그제야 실감이 된듯 상판이 벌개서 한마디 대꾸도 못했다.

《만약 당신이 김구와 김규식과 련합하지 못하면 나는 나의 생명을 걸고 당신을 남조선의 정치무대에서 제거하겠다는것을 엄숙히 선언하는바이요. 정치에는 영원한 벗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것을 명심하시오.》

하지는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리승만과는 일관하게 고자세에서 명령투의 이야기로 점령군사령관의 위세를 마음껏 시위한다.

하지의 언행에서 상대방이 자기를 모살하는 극적인 사건도 연출할수 있다는것을 포착한 리승만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 한 좌석에서 하지는 감히 이 나라 정객들이 미군정의 지도인물들의 목을 가지고 흥정한다고 제 목건사나 잘하라고 슬쩍 비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자기의 목에 대한 경종이였다.

리승만은 남조선의 우익계에서 명망인물로 활약하던 송진우가 암살되고 얼마전에는 장덕수가 백주에 너부러진 사건의 배후에도 또 려운형에 대한 저격에도 하지의 입김이 서려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하지의 시녀노릇을 하는수밖에 없었다.

리승만은 노불의 《협조》를 받으며 우익과 중간파정객들을 매수하기 위한 놀음을 벌리였다.

리승만은 이 놀음판에 1억원이라는 거액의 공작자금을 군소리없이 내놓았다.

리승만의 비서실에서 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정시명은 그 내용이 리승만의 공작대상으로 선정된 인물들에게 흘러들어가게 했다.

 

김구도 리승만의 꿍꿍이를 사전에 통보받았다.

김구에게 파견되여온 리승만의 대표는 그놈의 비서실장 윤치영이였다.

김구는 리승만의 어리석은짓거리가 틀림없이 하지의 계략이라는것을 간파하였다. 그러고 보면 리승만이 제놈의 패당들을 모여놓고 했다는 소리가 종작없이 해댄 랑설이 아니다.

(어랍쇼, 궁지에 빠진 리승만에게 이젠 나를 접목시켜 두상의 힘을 가세해주자는 수작인데 어디 두고보자. 《한독당》은 이제 정면으로 엇서나갈테다.)

김구는 이렇게 시퍼런 칼을 벼려놓고 윤치영을 기다렸다.

김구는 윤치영이 비서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에 들어서자 턱으로 자리를 권하고는 대뜸 그 시퍼런 칼을 우직하게 내밀었다.

《이보게, 지구장!》

김구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리승만에 이어 상해림시정부의 미국지부 위원장을 한 그의 경력을 거들어 우정 이렇게 불렀다.

《자네 그 가방부터 헤쳐놓게. 내 몸값이 얼마로 흥정되였나?》

김구의 무례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인 공박에 급소를 찔린 윤치영은 단박에 어기가 질려 얼굴이 새까매졌다.

《백범선생님!…》

《내놓으라니, 나도 뭐 돈맛은 과히 싫어하지는 않는다이.》

《선생님…》

윤치영은 초들초들 타드는 입술을 감빨며 허우적거리였다.

《그래 이 김구의 몸뚱이가 그 가방안의 종이장만큼밖에 안되겠다… 이놈들!》

김구가 발로 마루를 구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죽거리던 김구의 기상이 먹이를 노리는 범처럼 표표해졌다.

《그래 백범의 평생을 돈으로 살수 있다더냐?》

김구는 리승만을 닦아세우듯 우뢰같은 노성으로 꾸짖기 시작했다.

《자네 상전께 전해. 분명코 미국의 단독탁치를 꾀하고있을진대 이 백범은 나라 파는 역적행위에는 억만금을 준대도 눈섭한오리 보태주지 않을걸세. 경고하네. 그건 나라를 동강내서 외세에 맡기는 매국배족이야. 통일정부를 내놓으라고 아침저녁으로 떠드는 저 국민의 노성이 무섭지 않은가?》

김구는 또 한번 발을 탕 굴렀다.

윤치영은 말도 떼보지 못하고 비지땀만 바질바질 흘리다가 돈뭉치가 가득차있는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혼비백산해서 뺑소니를 쳤다.

김구는 마음을 진정할수 없어 윤치영이 줄행랑을 놓은 뒤에도 오랜 시간 응접실에 붙박혀있었다.

미국놈들이 끝내 리승만을 권력의 자리에 내세우기로 결심했다는 소식이 기정사실로 굳어질수록 걷잡을수 없는 분노와 불안과 허탈의 엇갈린 감정이 쇠물처럼 설설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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