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선과 악의 대결

 

3

하지는 덕수궁회의가 끝나자 브라운의 정형보고에 앞서 자기나름의 평가를 내린 간략보고를 마샬국무장관과 미극동군사령관 맥아더에게 전화로 하였다.

한마디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맥아더는 전화를 받고나서 컹- 컹- 기침을 몇번 하고는 회담정형을 짜증이 날 정도로 꼬치꼬치 캐여물었다.

그리고는 《좋아. 하지사령관, 여기 닛꼬에 오지 않겠나? 내 별장에 와서 며칠 온천덕수도 맞으면서 머리를 식히고 돌아가지. 중장이 고생이 많아.》하고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나 하지는 그 친절밑에 깔려있는 조롱과 멸시를 간파하고 깍듯이 례의를 지켜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헌데 고생으로 말하면 사령관각하께서 친히 파견하신 브라운이 큽지요.》

당신이 친히 천거한 브라운도 여기 서울에서는 쩔쩔 맨다는 야릇한 도전이였다.

맥아더는 하지의 말속의 말을 의식하고는 《좋소. 자세한 총화보고서를 기다리겠소.》하고 명령투의 말로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회담소식을 매일 주되는 관심사항으로 일일이 보고받아온 마샬은 하지의 전화보고를 받고나서 맥아더가 보여준 겉발린 인사말조차 없었다.

그는 한동안 쓰다달다 말이 없었다.

한참후에야 마샬은 이제는 세번째 방안으로 넘어가겠으니 당신네는 손털고 나앉아있으라고 하고는 잘 있으라는 인사도 없이 끊었다.

《셋째 방안이란 무엇인가?》

하지는 발신음이 들려오는 수화구를 귀에 붙인채 우두커니 서서 중얼거리였다. 너는 더 이상 말상대가 못된다는것을 일부러 강조하는듯 한 마샬의 지시가 자못 불쾌하지만 응당히 차례진 대접이라고 자신을 구슬프게 위로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세번째 방안이 어떤것인지, 그것마저 통하지 않을 때는 마샬이 다시 내댈만 한 주패장이 있을는지 못내 궁금하였다.

그래서 하지는 노불을 찾아오라고 부관실에 명령했다. 노불이 기다린듯 인차 들어왔다.

《노불, 우리가 팔짱끼고 나앉을수야 없지 않소. 찾아내시오. 셋째 방안이란 무엇인가?》

노불이 돌아가자 브라운을 또 불러왔다.

브라운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는 쏘파에 가서 앉았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이 서로 마주보았다. 둘다 상대방이 지쳐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미쏘협상의 그 지긋지긋한 나날들을 돌이켜보았다.

브라운이 먼저 말을 떼였다.

《사령관각하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 어조가 사뭇 감회로우면서도 처량하다.

《뭘 말이요?》

하지가 미쏘협상때문에 더 깊숙이 패워진 세모눈에 비로소 활기를 띄우며 물었다. 브라운은 확실히 약삭바르게 상대방을 다룰줄 안다.

《백악관이나 미국무성은 태평양건너에서 입방아나 찧지만 조선사람들을 너무 모른다고 했지요.》

《아, 내가 그랬던가?… 그래 당신은 그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소?》

《저도 조선사람들을 너무 모르고있었지요. 이제야 당신의 고충이 십분 리해가 됩니다. 조선사람들은 정치를 좋아하는 민족입니다.》

《정치를 좋아한다고?… 글쎄, 그것도 비슷한 소리같구만. 정치를 좋아한다… 서양사람들은 돈을 좋아하지.》

《옳습니다. 서양인들은 권력보다도 황금을 더 귀하게 여기지요. 쉑스피어의 시 한구절이 생각납니다. 황금은 어제날의 거지도 임금으로 만들고 손을 떠는 로파도 신방에 앉힌다고 했습니다.》

《허허허… 로파도 신방에 앉힌다… 쉑스피어가 재미있는 사람이지요.》

패배자의 렬등의식이 그들을 갑자기 친밀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는 초인종을 눌렀다. 금발머리의 녀접대원이 쟁반에 술병과 사기잔을 들고왔다. 접대원은 그들앞에 꼬냐크를 부은 잔을 갖다주고는 가벼이 묵례를 해보이고 방을 나갔다.

《마십시다. 사실 당신을 부른건 한주일간 진해에 보내고싶어서요. 진해에 가면 아베총독이 쓰던 별장이 있소. 지난해 초에 한번 가보았는데 타호호(미국의 이름난 명승지)가 비할바가 못되오. 바다바람을 쏘이면서 보양을 하고오시오.》

《고맙습니다. 사령관각하, 한데 보양은 당신께서 먼저 하셔야겠습니다.》

《나도 서울장안을 벗어나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오. 그런데 이제 당장은 떠나지 못하겠소. 마샬이 하는 말이 우리더러 이젠 잠자코 있으라는데 이게 사실은 심상치 않거던.》

《그렇다면 협상은?》

《세번째 방안에 넘어간다는거요. 세번째 방안이라는게 뭘가?》

《세번째라… 세번째 방안이라…》

브라운은 잔을 비우다말고 하지의 말을 받아외웠다.

미군정을 떠받들고있는 두 괴수들은 또다시 무거운 생각에 잠겨 덤덤히 앉아있었다.

마샬이 예비안으로 묻어두고있는 세번째 방안이란 무엇인가?……

정시명조직에서도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고저 승리에 취해볼 겨를이 없이 오히려 보다 긴장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정시명은 쏘미회담과 관련한 투쟁을 벌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생각에서 한시도 풀려난적이 없었다. 덕수궁회의가 끝난 지금에 와서 이 문제는 분과 초를 다투는 긴급과제로 나섰다.

그러나 여적 실마리조차 잡은게 없다. 모든 조직성원들의 눈과 귀가 여기에 집중되였다.

정시명이 틀어쥐고 깊숙이 묻어두었던 인물들도 놈들의 안방을 추적해들어갔다.

송호정이도 류동명이도 이 문제에서는 전혀 깜깜이다. 연장성이쪽에서도 그에 대한 소식이 없다. 정보고문인 노불까지도 은근히 자기에게 낌새를 알아내기 위해 이따금 묘하게 문제를 던지면서 초조해한다고 한다.

정시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불안스러워졌다. 미국놈들이 그렇게도 철저한 보호막을 치고있는 흉모이기에 더욱 예감이 좋지 않았다. 노불이나 하지에게조차 비밀이 봉쇄되는 정도이니 더욱 결과가 상서롭지 않다.

저녁마다 길철이 흥국상회에 전화를 걸어왔는데 매번 같았다. 《오늘 천도매실적이 씨원치 않습니다.》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보고였다.

평양회의날자가 급박해왔다. 브라운이 진해에서 돌아와 곧 서울을 떠난다고 한다. 류동명의 견해에 의하면 브라운은 아무런 대안도 없이 떠난다고 한다. 평양회담에서 지령만 떨어지면 즉시에 체면이고 여론이고 할것없이 무조건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리게 될것이라 한다.

이제 국제법적관례도 초보적인 외교적례의도 무시한 후안무치가 연출될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세번째 방안인가? 이런 정도의 술법이라면 그렇게 흑막에 덮어올 리유가 있을가?… 아니 다른것이 있다. 초기에 예상했던것처럼 유엔이나 다른 무대를 통하여 가해지는 타격인가. 그 경우에도 앞질러야 대책마련이 설게 아닌가.

브라운이 받을 임무는 마지막선택일수 있다. 세번째 방안마저 성사되지 못할 경우를 가상하여 취해진 궁여지책일수 있다. 세번째에 대하여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벼락치듯 타격이 가해지면 수습하기에는 때가 늦고 벗어나기 힘들다. 비교적 미국놈들과의 첫 대결을 승리적으로 밀고왔는데 막판에 와서 승부를 가늠하기 힘들게 되였다.… 정시명은 납덩이같이 무거운 가슴을 안고 서늘한 밤공기를 마시며 뜨락을 거닐군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밤 길철이 예고없이 뛰여들었다.

《선생님! 됐습니다. 놈들의 꿍꿍이를 알아냈습니다!》

길철은 뜨락의 한가운데에서 무슨 인사치례도 없이 큰소리로 떠들었다.

《가만, 방으로. 어서 방으로 들어갑시다.》

정시명은 그의 손목을 잡고 방으로 향했다. 불을 켜자 길철은 품속에서 한장의 종이를 꺼내여 책상우에 놓아주며 말했다.

《자, 보십시오. 미국무성이 꾸민 흉계라는게 끔찍하기 그지없습니다.》

거기에는 미쏘협상미국측 수석대표 브라운을 평양에서 암살하는데 그 담당자는 《한국건국청년동맹》위원장 문통주이며 배후기관은 김포에 있는 미항공출장소라는것이 적혀있었다.

문통주라는 놈이 려운형에 대한 암살작전도 준비하고있다는 자료도 덧붙여있었다. 이틀후에 자택에 문통주의 자객들이 쳐들어갈것이라 한다.

자료를 다 읽고난 정시명은 너무도 뜻밖인지라 인차 믿어지지 않았다. 려운형에 대한 암살기도는 지금껏 여러번 있어서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브라운암살계획은 허점이 많다.

정시명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장성급인물, 그것도 세계적주목을 받고있는 인물을 없애버리다니? 이럴수 있겠는가. 미국놈들이 아무리 야만들이기로 어떻게 자기들의 수석대표를 죽여버릴 생각을 한단 말인가?

김포에 있는 항공출장소란 또 어떤 기관인가? 항공출장소가 어떻게 되여 미국무성과 직접 련계되여 이 엄청난 모략극을 연출할수 있겠는가? 그리고 문통주란 인간이 어떤 인간이기에 감히 미군2성장군을 모살해버릴 공작을 담당하게 되였는가?…… 어느것하나 순리로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물론 정시명은 이 어망처망한 살인극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하여서는 인차 판단이 갔다. 그러나 그 집행방법과 가해대상이며 배후인물들에 대해서는 쉽게 속단할수가 없었다. 이 살인극이 허위정보가 아니면 미국무성이 통채로 미쳤던지 둘중의 하나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국제적인 초점을 모으고있는 협상무대에 오른 저들의 수석대표를 죽일 흉계를 꾸밀수 있으랴.… 정시명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길철이 상대방의 표정에서 이러한 속내를 읽자 서둘러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너무도 상상밖이기때문에 저도 지금까지 떨떨합니다. 제말 들어보십시오. 우선 이 자료를 보고하여온 동무를 저는 믿습니다. 건국청년동맹에 있는 동무인데 책임성이 높은 동무입니다. 놈들의 역정보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놈들이 구태여 이런 끔찍한 역정보를 돌릴 리유가 없지 않습니까.

김포비행장에 있다는 미항공출장소라는것을 확인해보았는데 항공업무를 취급하는것은 없다고 합니다.

미국놈들의 첩보기관이 틀림없습니다.

자료에 있는바와 같이 브라운에 대한 암살은 반드시 평양에서 벌려야 한다고 밝혀져있는데 여기에 또 문제성이 있다고 보아집니다.》

길철은 단숨에 정시명의 여러 의문점들을 다 풀어주느라고 빠른 말씨로 설명을 하였다.

정시명은 여전히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길철의 분석이 옳다.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놈들이 쏘미협상의 진전에 눈이 뒤집혀진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는 피를 보려고 할수 있다. 서둘러야겠다. 더구나 이제는 자료의 신빙성여부를 더 확증할만 한 시간이 없다. 래일, 아니 모레아침이면 브라운은 서울을 떠나게 된다.

길철이 다시 확언하듯 힘을 주어 말했다.

《전 이것이 미국무성의 세번째 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작전의 내용으로 보아 하지에게까지 장막을 친 미국놈들의 꿍꿍이가 리해됩니다.》

《옳소!》

마침내 정시명은 눈을 번쩍 뜨고 결심을 내렸다.

《동무의 분석과 추리가 정확하다고 보오. 이것이 놈들이 기도한 세번째 방안이 옳소. 미국놈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만. 이렇게 합시다. 려운형선생에게 문통주의 암살계획을 알려주시오. 김명호동무에게 전하시오.… 아니, 그만두시오. 이왕이면 내가 려선생을 만나겠소. 이번 기회에 경종을 크게 울려줘야겠소. 이 자료는 연장성동무에게 보내줍시다.》

《연장성동무에게요?… 필요하겠습니까?》

《필요하오. 무기명투서형식으로 하지에게 흘러들어가도록 합시다. 필경 놈들끼리 개싸움이 벌어질거요. 그 다음에는 마동열에게 넘겨 해당기관들에도 시급히 통보하도록 합시다.》

《알았습니다.》

《시간이 없소.》

《서두르겠습니다.》

길철은 나직이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박정인의 집을 나서다가 누이 길봉례더러 연장성을 미군정청앞에 있는 다방으로 불러내달라고 부탁하였다.

인차 련계가 되여 연장성이 다방에 나타났다.

길철은 군설명이 없이 자료만을 보여주었다.

연장성이도 자료를 다 보고나서 눈이 둥그래졌다.

《모를 일인데?…》

길철은 더 설명을 하지 않고 침착하게 지시를 주었다.

《이 자료내용을 시급히 문건으로 작성하여 하지에게 들어가도록 해야겠습니다. 무기명투서를 받은것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연장성은 길철의 지시가 인차 리해되여 두말없이 접수하였다.

《미군정청이 벌컥 뒤집히게 되였습니다. 거참, 서양놈들이 하는짓이 정말 모를 일인데요. 제놈들의 수석대표를 요정내다니…》

연장성은 짐승같은것들이 하는짓이라 하여도 너무도 어망처망한 일이여서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욕질을 했다.

…정시명은 길철을 돌려보낸뒤 려운형을 만날 차비를 하였다.

귀국후 려운형이나 홍명희 같은 중도세력의 량심적인 인물들중에서 좌익권에 동조하는 중진인물들부터 만나야 되겠다고 별러왔으나 복잡한 일감에 묻혀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지금까지 정시명은 려운형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본적이 없었다. 려운형이 상하이에서 조선거류민단을 조직하고 그 단장으로 있을 때 몇번 만나 얼굴이나 익혔을 정도였다. 지금도 려운형에게 시간을 낼 계제는 못되나 맞다든 자료의 성격으로 보아 자기가 직접 전해주어야 할것 같다. 려운형이 벌써 여러번 테로를 당하였는데 저러다가는 그예 일을 낼것 같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은 예감이 나쁘다. 당자는 오히려 승이 나서 남조선전역을 누비며 제 할 소리 다하며 다닌다는것이다.

정시명이 알고있는 려운형은 기상이 수리같고 책략에 능하며 사상이 경직되여있지 않고 활동력이 비상하다는 주변의 평가정도이다. 장군님께서 찾아온 려운형을 두달나마 가까이에 두고 정사를 의논하셨다는것은 그이로부터 직접 들은바였다.

그런데 그 인간에게서 수수께끼는 이미 여러차례의 테로를 당했는데 흉흉하게 돌아가는 소문은 우익에서도 벌리고 좌익에서도 벌렸다는것이다.

그러니 좌, 우익이 다 려운형을 싫어하고 배척한다는것일가. 려운형이 친일파들이 주력이 되여있는 우익의 미움을 받는 리유는 리해되지만 좌익의 징벌을 받아야 할 리유는 무엇인가.

려운형과의 사업을 편견없이 하기 위하여서는 그 인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정시명은 김승원을 만나 려운형에 대한 이야기를 장시간에 걸쳐 들었다. 김승원은 한때 려운형과 같이 국제공산당 원동지국에 여러차례 드나든 일이 있어 려운형에 대하여 잘 알고있었다.

김승원은 이렇게 말했다.

《몽양이 결코 속이 비좁아 사면팔방으로부터 칼을 받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속이 너무 커서 여기저기서 삿대질을 해대는거지요. 몽양은 공산주의자들을 원쑤로 인정한 민족주의자들속에 끼여있으면서도 일생동안 공산주의자들과 자유롭게 교제해왔습니다. 그 사람은 책략을 위해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자기의 일거일동에 마음쓰는 인간이 아닙니다.

헌데 좌익이 그 사람 미워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8. 15직후 몽양이 조직한 건국준비위원회가 리승만과 김구의 세력들도 무원칙하게 포용했다는 리유입니다.

근래에 더 빈축을 사게 된 까닭은 공산당과 덧나서 백남운과 같이 근로인민당을 무은겁니다.

그래서 앞뒤쪽에서 주먹질을 하고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몽양이 김일성장군님을 뵙고 미국놈들이 그렇게도 꼬여가려던 두 따님까지 평양으로 보낸거야 세상이 다 아는 일이 아닙니까.

청년들이 뭐라는지 아십니까.

〈몽양은 탁류에 버티고 선 바위다. 흐린 하늘 희미한 속으로 새여나오는 빛이다.〉 이럽니다. 몽양의 주위에 청년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게 우연이겠습니까.

그러니 리승만이나 김구는 물론이고 남로당의 큰 팔을 뭉청 떼운 박헌영패거리가 좋아할턱이 없지요.》

김승원은 려운형에 대한 장시간의 소개에 이렇게 아퀴를 짓는다. 그러고보면 김승원도 려운형의 곁에서 떨어져나온지는 오래지만 그의 기질과 인격에 후한 점수를 주는것이다.

김승원과 헤여져오면서 정시명은 려운형과의 사업을 심중하게 그려보았다.

그의 언행에는 간과할수 없는 문제점들이 수두룩하다. 지나간 사실들은 덮어놓더라도 3당합당에 대한 그의 립장은 옳지 않다.

어떤 리유에서일가? 김승원도 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찍지 못하였다.

끝내 공산주의를 리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건가.

그렇다면 광복직후에 공공연히 기자들을 불러놓고 로동자, 농민을 비롯한 일반대중을 위하는것이 공산주의라면 나는 기꺼이 공산주의자로 되겠다고 선언한것은 당시 남조선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좌익에 던지는 추파였던가.

장군님을 만나뵙고 가르치심까지 받은 사람이 중도좌익정당을 만들어 혁명세력을 분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이 인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가슴이 아픈 일이다. 정시명은 바로 이때문에 사유를 알아보고 탈선에 경종을 울려주어야 되겠다고 여러번 생각해왔다.

더더구나 급해지는것은 민족이 사랑하는 지도인물중의 한명인 몽양을 해치려는 시도가 그치지 않는것이였다.

어째서 3.1봉기이래 좌익으로는 레닌과 손문을 비롯한 세기의 거인들과 친교를 가지였고 우익으로서는 일본천황까지도 수하에 두려고 따라다녔던 민족의 위엄을 떨쳐온 영웅호걸을 광복조국에서 없애치우려고 하는가.

정시명은 이 하나의 리유만 하여도 만사를 제쳐놓고 시간을 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건너다보며 걱정만 하다가는 돌이킬수 없는 후회를 남길수 있다는 아니아니한 심정을 더 이겨낼수 없었다.

원래 정시명은 벌써 몇달전부터 려운형밖에도 홍명희나 리극로와 같이 나라 위한 길에서 동요없이 지조를 지켜가는 지사들과 민족의 자랑으로 되고있는 과학자나 문화인들을 외세와 반동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한 대책을 나름으로 세워왔다.

그는 길철에게 믿음이 가는 청년들을 각각 네명정도 마동열에게 넘겨주어 려운형과 홍명희에게 붙여줄수 있게 준비시키라고 하였다. 그리고 김명호에게는 과학자, 문예인들을 망라한 여러갈래의 민주단체들을 시급히 조직하여 그들을 결속시켜 우익반동들로부터 자기들의 생명과 권익을 보호하도록 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벌써 이러한 단체들이 서울시와 여러 도들에 나왔는데 과학자, 문화인들이 매우 좋아한다는 반영이 들어왔다.

마동열이 그새 준비시킨 청년들을 만나봤는데 젊고 팔팔하고 믿음이 갔다.

어느날 마동열은 한강변의 모래불에서 그들의 격술솜씨를 보여준 일이 있었다. 끌끌한 청년들이였다.

…이날 정시명이 마동열과 그가 훈련시킨 두명의 청년을 데리고 려운형의 집에 들어선것은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이였다.

대문가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잠시후 둔중한 대문이 찌꾸둥 소리를 내며 열렸다.

새까만 바지에 여름샤쯔를 입은 젊은 청년이 나와서 비서라고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어데서 온 누구시냐고 물었다.

그에게 《흥국상회》사장 명함장을 들여보냈더니 무슨 일때문에 왔느냐는 려운형의 곱지 않은 질문이 또 달려나왔다.

일행을 따라왔던 마동열이 불쾌한 어조로 《이분은 중국서 국민당 판사처장으로 계시던 정향선생님이시오. 귀국방문차로 알현왔다고 전하시오.》하고 설명을 하였다.

비서가 다시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시들한 어조로 따라서라고 말했다.

정시명은 검불하나 없이 정갈한 마당을 가로질러가면서 속으로는 쓰겁게 웃었다. 아마 매일처럼 떼를 지어 몰려드는 방문객들에 시달린 려운형이 저녁시간에 찾아든 장사치가 반갑지가 않은 모양이다. 더구나 서안판사처장이 장사치가 됐다는 소문을 어디서 얻어들은 모양이다.

(하는수 없지. 스스로 청해놓은 대접이니 누굴 탓할바도 없지. 어떻든 제볼장을 보고 제 욕심 챙기면 되는 일이라…)

정시명은 마음을 흥겹게 가지며 대청마루에 올라섰다.

비서의 안내로 대기방에 들어가 잠시 앉아있으니 려운형의 사무실에서 양복차림의 중년사나이가 나와 꼿꼿이 문쪽으로 걸어갔다.

여겨보니 김구의 측근에서 움직이고있는 렬사 안중근의 동생인 안공근이다. 안중근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구는 친구의 동생들과 그 후손들을 혈붙이이상으로 위해주며 자기주위에 두고 보살펴온다.

그런데 김구의 측근인물이 려운형의 자택에 찾아온데는 까닭이 있는것 같다.

원래 그들의 사이가 옹추간이다.

려운형은 상하이림정이 생겨났을 때 외무차관직을 잠간 차지하다가 탈퇴한 후로 그 주변에서 오락가락하면서도 한번도 김구가 틀고앉은 《림정》에 기웃거린적이 없다. 지금도 려운형은 김구를 왼눈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안공근이 이 집 대문안에 들어선것은 둘사이에 막후조정이 있었다는건가? 그것이 좌익에서 또 몇발자국 멀어지는 결과에로 이어지는 흥정이 아닐가?

정시명은 짧은 시간에 일시에 떠오른 의문들을 풀지 못한채 비서의 안내를 받아 려운형의 방에 들어섰다.

연한 여름철양복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나비수염을 단정하게 다스린 려운형이 정시명이 들어서자 천천히 마주 걸어왔다.

《몽양선생님, 그동안 옥체건강하십니까?》

정시명은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려운형이 우묵히 들어간 눈확에서 방금 닦아낸 방울처럼 시원하게 번쩍이는 눈망울을 굴리며 정시명의 손을 건성 잡아쥐고 세번 흔들었다.

《정향선생, 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어떻게 오셨습니까?》

자못 장중하고 틀스러우면서도 실무적이고 외교적이다. 상대방의 몸값에 맞게 적당히 처신해서 길게 시간을 축내지 않겠다는 심사인것 같다.

정시명이 이미 예견했던바였다.

려운형과의 사업을 크게 시작할 잡도리를 하고 온것은 아니였다. 신변에 대한 경종을 강하게 울려주고 그의 주변에 보호해줄 청년들을 떠맡기면 된다.

그와의 사업은 아직은 뒤전에 궁리되여있다. 그래 정시명은 극히 실무적이고 차거운 려운형의 태도를 탓하지 않고 역시 실무적으로 간단히 대답하였다.

《통보해드릴게 하나 있고 부탁을 드릴게 하나 있어 인사삼아 찾아왔습니다.》

《아, 그래요. 어서 말씀하시오.》

《통보할 문제란 이틀후에 댁에서 모종의 테로가 예견된다는것입니다.》

《테로요?… 허허허…망나니패들이 이 몽양의 몸값을 자꾸만 높이는군. 이제는 아홉번째라… 또 신문들에 란리가 나겠군. 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밀려드는 기자들을 접대하느라고 차값만 크게 축낸다오. 하하하.》

려운형이 몸통을 흔들며 호탕하게 웃었다.

정시명이 덤덤해있자 려운형은 웃음을 거두고 흔연히 말했다.

《고맙소. 그런데 정향선생이 어떻게?…》

려운형의 눈이 갑자기 떼꾼해졌다.

그는 정시명의 낯빛에 신경을 쓰며 대답을 기다렸다. 상대방의 정체가 애매해졌던것이다.

《하하하-》

이번에는 정시명이 웃몸을 흔들며 유쾌하게 웃었다. 바싹 긴장해진 려운형의 속내를 넘겨짚었던것이다.

《관심되는분의 신변사이니 여겨들은거지요. 부탁드릴건 당분간 댁에서 내사람을 두어명 건사해달라는겁니다. 꼭 댁에서 일보도록 부탁드립니다.》

《그건?… 아,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흥국상회란 꽤 돈구멍이 큰줄 아는데 선생이 익히 나한테 부탁드리는 연고는 무어요?》

정시명은 안색을 바꾸지 않고 호걸스럽게 따지고드는 려운형의 잘 생긴 얼굴을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듣던바대로 려운형은 직통배기다. 에돌줄을 모른다. 불의를 미워하고 두려움을 모르며 자신을 과신하며 세상만사를 눈아래로 굽어보는 려운형의 인간적매력이 이렇게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사절하시는것입니까?》

《아니요, 난 이미 수락했소. 헌데 지금 세상 돌아가는걸 보면 만사가 뒤엉켜서 종잡기 어려운 세월이 아닙니까.

방금전에 백범이 전해온 말이 날더러 옛시절처럼 와신상담이 좋다는겁니다. 헝, 와신상담이라니… 내 쪽발이세상에서도 떠가는 구름처럼 살아왔는데 광복세월에 와신상담이라니! 내 꼴 보기 싫다는거겠지.》

《모난 돌이 먼저 맞는다는거겠지요. 몽양선생님에겐 적이 너무 많은게 아닐가요?》

《헝, 싸우는맛에 사는 멋이 있는거요. 적이 많아야 이 몽양이 기운이 난다오. 허허-》

다시 려운형은 웃몸을 들썩거리며 헌헌히 웃는다.

정시명은 려운형이 테로에 대한 경보를 받고도 만사를 초탈한듯 한 반석같은 태도를 보이는게 썩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신이 걱정스러웠다. 시들어빠진 나무가지보다 생나무가지꺾기가 더 쉬운일이다. 지나친 객기가 만용이라는것을 말해두어야 한다.

정시명은 찾아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정색을 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몽양선생님, 제 아무래도 이것만은 밝히지말자고 했는데 말해두고 가야겠습니다.

내가 데리고온 청년들은 선생의 신변을 지켜드리는것을 애국에 한몫하는 일로 생각하는 청년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자신의 신변에 주의를 돌려야겠습니다.》

《하, 그건 무슨 말씀이시오? 그렇다면 부탁을 거두어주시오. 내 일생 소원은 싸움터에서 죽는것이니 몽양이 겁기가 많아져서 옆에다가 협객들을 두고 산다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주시오. 그것도 와신상담을 바라는 백범의 뜻과 뭐가 다르단 말이요. 뜻은 고마우나 날 새장에 가두어버릴 생각은 아예 마시오. 이 몽양이 죽기를 겁나하면 어떻게 몽양으로 불리우겠는가.》

려운형은 자기도모르게 흥분되여 이야기가 끝났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려운형이 정시명의 말을 역설로 받아들인것 같다. 이대로 물러간다면 엄청난 오해를 남길것 같다. 그렇게 되면 우선 려운형의 신변이 위험해질수 있다.

장군님께서 저 사람을 얼마나 아끼고계시는가.

정시명은 려운형과의 사업을 위하여 당분간은 자신을 밝히지 말자고 했는데 더 미루어서는 이모저모로 랑패일것 같았다.

정시명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려운형의 표표한 눈길을 마주보다가 말마디에 천근무게를 담아 또박또박 말했다.

《려운형선생님, 달리 생각지 마십시오. 선생의 신변을 지켜드리는건 김일성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민족의 대의를 도모하기 위하여서입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선생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더 큰일을 더 많이 해주실것을 바라십니다.

난 홍명희선생을 위해서도 곧 이같은 대책을 세우려고 합니다.》

정시명이 말을 그치자 려운형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로 그의 손목부터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정시명의 얼굴을 상대가 무안해질 정도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잠시후에야 려운형은 슬그머니 손을 풀더니 무겁게 발을 옮겨 뒤자리에 있는 쏘파에 가서 주저앉았다. 그는 넓고 윤기나는 이마를 주먹으로 받쳐들고 오래동안 망두석처럼 굳어져있었다.

잠시후에야 려운형이 고개를 들더니 다시 정시명에게로 다가가 말없이 그의 손을 더듬어잡았다. 부신듯 하던 눈망울에 빛이 꺼지고 류창한 열변이 쉬임없이 쏟아지던 입은 굳게 다물려 두툼한 입술만 푸드득 뛴다.

《몽양선생님!》

정시명은 순식간에 달라진 려운형의 모습에 저으기 당황해져서 조심히 불렀다.

《정향선생! 뜻을 어긴 죄많은 몽양이올시다.… 김장군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 아… 그래서는 안되는건데…그러면 정향선생은?…》

김일성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몽양선생을 비롯한 여러분들을 모시고 이 남쪽땅에 닥쳐든 대재난을 가시고저 합니다. 웅지와 고견으로 이끌어주십시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정향선생! 사실은 내 쓸데없는 소문을 들은것도 있고… 이렇게 찾아주니 정말 고맙소.》

려운형은 얼굴이 벌깃벌깃해져서 사죄를 했다. 그리고는 정시명의 손등을 자꾸만 쓸어만진다.

한동안 북받쳐오르는 고마움에 어쩔줄 모르던 려운형이 다시 눈을 번쩍거리기 시작하였다.

《정향선생이 정히 공산주의자라면 내 좀 말합시다. 박헌영이 나더러 로동당의 지도부에 들어올려면 건준(건국준비위원회)시절의 묵은 죄부터 공개청산하라고 들이대는데 그럼 리승만을 인민공화국 대통령으로 내세우는 대회때 공산당은 구경이나 했단 말이요? 건국을 위해 필요하면 몇발자국 물러서기도 하는거지. 항차 저들도 손들고 나선 일을 나더러 다 걷어안고 만인앞에 공개사죄하라니 이게 날 모함하려는 수작이 아니고 뭐요.

레닌은 맑스주의를 로씨야에 자기식으로 받아들여 혁명을 했고 손문도 맑스주의를 자기식으로 만들어가지고 청조를 뒤집었단 말이요.

난 아직도 건국대업을 위해서는 호박쓰고 도야지굴에 뛰여드는짓도 서슴잖을 심산이요.

그러니 이 몽양이 묵은 때 벗기는 어려울것이고 아침저녁 박헌영이와 마주앉기는 코집이 틀린게 아니겠소.》

려운형이 울기가 돋쳐 목덜미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라 한바탕 그 류창한 언변으로 지론을 펴나갔다. 그러나 자신이 이미 저지른 과오에 대한 구차스러운 변명을 한다는 생각에 말을 끊고 정시명의 기색에 마음을 썼다.

정시명은 맞다든김에 그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싶었으나 오래 지체할수 없었다. 이 사람과는 품을 들여 마주앉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굳어졌다.

그래서 려운형이 저녁이나 같이 들며 이야기를 하자는것을 자주 찾아오겠으니 오늘은 바삐 돌아갈 일이 있다고 겨우 사양하고 그의 바래움을 받으며 나섰다.

대문가에는 벌써 함께 온 청년이 자기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듯 보초병처럼 서있다가 그들에게 절도있게 인사를 하였다.

마동열이 그들에게 임무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해주었던것이다.

려운형은 그에게 다가가 청년의 실한 어깨를 움켜쥐고 몇번 흔들어주었다.

정시명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고 려운형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돌아오면서 정시명은 인차 려운형을 내세워 애국의 진을 재편성하기 위한 사업을 벌려나가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러자면 려운형을 나라앞에 지닌 큰 사명감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되였다.

만나고보니 세상에 유명짜한 독립운동의 거물이 생각밖으로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저런 인간은 민족의 재부이다.

저런 인간들을 더 많이 찾아내여 아끼고 보호해주고 내세워주어야 나라가 강해지고 민족이 흥한다.

나라재산치고 으뜸가는것은 인간의 재능이다.

인간의 재능을 이런저런 구실로 랑비하거나 무시해버려서야 어찌 민족번영을 기대할수 있는가.

폭군 히틀러가 베를린광장에서 나라의 정신적유산인 도서들을 불태우고 아인슈타인과 같은 학자들과 문인들이 추방되여 대양을 건너갈 때 세상은 히틀러는 망하고 도이췰란드제국도 넘어질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지금이야말로 건국대업을 위해 사람을 아끼고 재능을 보호해주어야 할 때다.

저 사람에게는 확실히 사람들을 선도할줄 아는 비범한 재능이 있다. 그 기상은 여전히 하늘을 찌를듯 하고 절개 또한 세상을 들썩거리게 하던 소문그대로 호걸장부답다.

저런 인간을 박헌영이 어째서 그렇게 랭대를 하였을가?

남로당창립문제와 관련하여 과오에 대한 죄의식과 함께 범행동기와 관련한 울분을 구태여 숨기지 않는 그 모순적인 립장이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장차 그와의 사업에서 기대를 가지게 하는 한줄기의 빛과도 같은것이다.

그러나 정시명은 려운형을 두고 오래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마지막고비에 이른 어려운 싸움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