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력사의 회오리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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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철은 예고없이 최남수를 찾아갔다.

최남수는 키가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체소한 사람인데 첫눈에 보면 사람이 무척 차가와 보이고 까다로울것 같았다. 그러나 일단 사귀여 놓으면 더없이 다심하고 속통을 크게 굴리는 사람이였다.

최남수는 뜻밖에 찾아온 길철을 보자 동자질을 하고있던 처와 아이들을 불러 인사시키면서 무척 반가와하였다.

길철은 준비해가지고 갔던 돈을 한뭉치 꺼내놓았다. 받아간 돈에 리자까지 붙여서 최남수에게 내밀었다.

순간 최남수의 얼굴에 감돌던 희색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나를 어떻게 보고 이러시오. 내 수표 한장에 천만원이 왔다갔다 하오. 내 길선생을 동향지기로 알고 드린것이지 빚놀이를 하고파 선심을 쓴줄 아시오?》

《아니 그런게 아닙니다. 사람이 선에 선으로 대하는것이 미덕이 아니겠습니까. 내 그동안 최선생이 주신 돈을 얼마간 돌려 장사를 좀 했는데 이제는 선생의 성의에 인사를 차릴만큼은 되였습니다.》

《그럼… 선생도 장사노릇을 하시오?》

최남수는 차거운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눈길은 지금껏 상종할 때면 느껴왔던 선망의 빛이 말끔히 지워진 환멸과 실망의 감정이 뒤섞인 착잡한 눈길이였다.

길철은 최남수의 노여움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말을 이었다.

《글쎄요. 뭘 좀 해보자니 돈이 있어야 되겠기에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손을 대보았습니다.》

《글쎄, 그럴테지요.》

최남수는 그제야 길철의 뜻이 리해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리에서 움쭉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지페뭉치 한묶음을 손에 들고나왔다.

《받으시유. 앞으로도 필요하면 아무때나 찾아오시오. 그리고 선생은 장사일에서는 아예 손을 거두시오. 아차하면 본전까지 털리우고 돌아앉는게 장사질인데 정사를 봐야 할 사람들은 몸에 맞지 않는다우.》

최남수는 사양하는 길철의 가슴에 그가 내놓은 돈까지 합쳐 기어이 두 묶음의 지페를 안겨주었다.

《고맙습니다.》

길철은 하는수 없이 받았다.

《돈벌이에 손을 대였다는 선생의 심정이 여북하겠소. 이남의 정치라는게 두루 살펴보면 더러운게 많아요. 내 그래서 리승규라는 사람 우리 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민주동맹〉고문이라는걸 해보라고 권하는걸 싹 잘라맸수다.》

《리승규를 아십니까?》

길철은 그러지 않아도 리승규에게로 말곬을 틔여볼 심산으로 은근히 바재였는데 최남수가 먼저 말꼭지를 떼놓아 숨이 나갔다.

《거 〈민주동맹〉위원장 있잖아요. 사람이 일정때부터 광주에서는 인물이더니 서울에 와서 일판을 크게 벌리는가 봐요. 내 그래 크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뒤를 좀 봐준답니다. 선생도 리승규를 아시는지요?》

《네, 잘 알지요. 리승만의 턱찌끼를 받아먹으려고 덤비는 정치협잡군… 그 무슨 리념도 초지도 없이 권세의 맥을 타보려고 기회만 노리는 정치투기군… 난 그런자들은 정치브로카라고 인정합니다. 최선생님은 무엇인가 속고있습니다.》

길철은 우정 모가 난 말마디만 골라 리승규를 타매하였다.

《내가?… 그럼, 길선생은 리승만박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리승만?… 리승만을 평가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져야 할것 같습니다. 난 한마디로 리승만은 믿을수 없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그는 상해림시정부의 초대대통령이였소. 가만히 보면 지금 미국사람들이 리승만을 내세우는것 같은데 거기에는 그럴만 한 연고가 있지 않겠는가. 말하자면 이 나라 국민이 누구를 나라의 국부로 선호하고있는가 하는 판단이라든지…》

《최선생, 선생의 이야기를 내가 납득이 되는 반론으로 부정하자면 아무래도 과정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애국을 원하는 사람들은 리승만의 매국에 대하여 각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말아요.》

최남수는 례절있게 차분한 어조로 길철을 나무라기 시작하였다.

《내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싫다는거요. 정치하는 사람들이라는건 쩍하면 사람들을 이편저편으로 갈라놓고는 남을 걸고 모해를 하고 잡을 궁리만 한단 말이요.

길선생, 내 얼굴 맞대고 이런 말 한다고 욕하지 말아요. 내 성미라는게 원래 에돌줄 모르는 고약한게 돼서… 하지만 뒤통수에 대고 수작질하는것보다 면상에 대고 튕겨주는 사람 좋습디다. 내 리승규보고도 단단히 오금을 박았수다. 내앞에서 남들을 헐뜯겠으면 다시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남을 속여먹는 장사질도 크게 성사할라면 서로 도와주고 신용을 지킬줄 알아야 하는데 백성을 다스리는 정사를 보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패를 지어 말싱갱이나 해서야 민주요 독립이 뭐가 되겠소. 여기 서울정객들이 하는짓거리 보면 꼭 각설이떼 보는것 같소.》

최남수의 이야기는 여전히 담담하고 부드러웠지만 그 밑바닥에는 매섭고도 움직일수 없는 론리가 흐르고있었다.

사실상 최남수는 정치에는 돌아앉았다고 말했지만 그 자신이 벌써 정치에 깊이 빠져들어 자기로서의 일가견을 가지고있는것이다.

최남수는 이런 문제에서는 말싸움을 펴볼 의향이 없다는듯 돌아앉아 담배를 입에 가져간다.

길철은 길지 않은 시간에 최남수의 인간됨을 더욱 깊이 있게 알게 된것이 기뻤다. 무엇인가 희망적인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길철은 일조일석에 최남수를 전취할바가 못된다는것을 깨달았다. 그와의 사업을 위한 자신의 사전준비가 부족하였다는 때늦은 후회도 생겨났다. 최남수를 의협심이 많은 사나이정도로 리해하였지 이렇듯 제나름으로의 인생관이 정립되여있는 인물임은 미처 몰랐던것이다.

그래 길철은 그와의 사업은 이 상태에서 보류하고 화제를 38선 장사에로 돌렸다.

이즈막에 미제침략군은 38선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북남의 왕래를 완전히 차단하여버렸다. 어떤 곳에는 철조망까지 늘이기 시작하였다. 분렬의 고착에로 미제는 한걸음한걸음 공공연하게 접근하고있었다.

북남간의 장사길도 단절되였다. 그러나 밀로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놈들의 삼엄한 경계망을 피하면서 여전히 북남을 드나들고 장사도 하고있었다. 그들은 혹 경우에는 생명을 내대는 아슬아슬한 고비도 넘겨야 했지만 장사거래자들이 줄어들었기때문에 일단 성공만 하면 폭리를 얻군 하였다.

최남수는 38선 장사통로를 찾아보겠다고 하는 길철의 말을 듣자 인차 장사군다운 호기심을 보이면서 물자조달은 자기가 할수 있다고 선뜻 응해나섰다.

이날 길철은 여기까지 합의를 보고 헤여졌다.

정시명은 길철의 사업보고를 초조하게 기다리고있다가 길철이 싱글벙글거리며 문지방을 넘어서는것을 보고 우선 마음이 놓이였다.

길철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품에서 가져갔던 돈과 최남수가 덧붙여 얹어주던 묵직한 돈묶음을 정시명의 앞에 꺼내놓았다.

《어찌된 일이요?》

정시명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길철은 최남수와의 사업정형을 보고하고는 이런 말로 아퀴를 지었다.

《정향선생님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최남수는 우리 사람이 될것입니다.》

정시명은 그에게 리승규가 정치자금을 사리사욕에 리용한 자료들을 넘겨주었다. 그것은 《한민당》선전부장 김승원을 통하여 입수한 자료들이였다. 그 자료에는 리승규가 서울에서 리용하는 고급료정들과 광주와 서울에 첩을 두고 생활하고있는 정형, 《민주동맹》의 내부조직체계도와 자금리용정형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여있었다.

정시명은 최남수와의 사업을 오래 끌지 않기 위하여 다음번에는 리승규가 그의 집을 찾아가는 시간을 타산하여 면전에서 비행자료를 폭로하여 최남수의 인식부터 바로잡아주라고 의견을 주었다.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였다.

어느날 길철은 최남수의 집에서 리승규와 맞다들었다. 첫눈에 보매 리승규는 40대를 방금 벗어난듯싶은데 몸집이 실팍한데다가 키꼴도 좋아 름름한 풍채로 대방을 누구든지 압도할듯 한 자신감에 차있었다.

최남수와 함께 마작을 놀다가 길철의 출현에 고개를 든 리승규는 금테안경너머로 너는 어디서 굴러온 마당쇠냐 하는듯 한 눈찌로 그를 흘끔 쳐다보고는 다시 마작판에 눈길을 돌린다.

《리선생, 이분은 나의 동향인데 일정때부터 아근에 반일지사로 명망이 있던분이시오.》

리승규는 최남수가 깍듯이 례를 차려 소개를 하였으나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어줍잖게 쳐다볼뿐이였다.

《길철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선생의 명함은 이미 들었습니다.》

대방의 눈치는 아랑곳없이 길철도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최남수가 권하는 팔걸이걸상에 조용히 앉았다.

《최선생의 친구요.》

리승규가 마뜩지 않은 눈으로 거드름스러운 자기의 처신을 힐책하는 최남수의 심기를 알아차리고 마지 못해 인사를 차렸다.

《리승만박사를 모시느라고 로심초사가 크겠습니다.》

길철은 리승규의 심보가 남조선정계의 중진으로 떠오른 리승만의 직속에서 근무한다는 배심이라는것을 간파하고 이렇게 그루를 박았다.

길철의 이야기에서 조소와 경멸의 감정을 포착한 리승규가 드디여 마작판에서 돌아앉아 길철의 말에 말려들었다.

이렇게 시작하여 이리저리 화제를 굴려가던 길철은 슬쩍 정치인들의 사생활문제를 거들기 시작하였다. 맨 처음에는 양인녀성을 데리고 환국한 리승만의 이야기를 꺼내놓고는 정치계에서 제 이름자들을 뚜렷이 새기고있는 여러 인물들의 안방세계를 헤집어놓았다. 리승규가 둥글넙적한 상판이 벌개져서 길철이 넓게 환을 그려놓고 서서히 죄여들기 시작한 올가미에서 벗어나려고 안깐힘을 쓰느라고 해보았으나 헛된짓이였다.

길철은 이야기를 점차 리승규의 리면세계에로 몰아들어갔다.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담담한 어조로 타매하는 길철의 신랄한 공격에 리승규는 연신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면서 반박도 해보았으나 미구에는 몸둘바를 몰라 쩔쩔맸다.

《최선생, 도대체 저자를 나와 맞세워놓는데는 무슨 리유가 있소? 이것이 신의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요?》

최남수의 앞에서 정치협잡배, 도덕적인 저렬아로서의 자신의 구린내나는 정체가 시시콜콜히 드러나자 리승규는 더는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최남수에게 이렇게 발끈거리며 자기의 체면을 다소나마 세워보려고 기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앉으시오. 리승규선생.》

그들의 론전에 짐짓 끼여들지 않고 두 인간의 금새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재여보던 최남수는 리승규의 맥빠진 넉두리에는 개의치 않고 위엄있게 한마디 했다.

그러나 리승규는 패배자의 쓰디쓴 자기 환멸과 수치를 못이겨 거친 숨만 내쉬다가 인사도 없이 꽁무니를 빼고말았다.

열려진 미닫이문으로 허둥지둥 달아나는 리승규의 꼬락서니를 말없이 노려보는 최남수의 입술이 분노로 푸들푸들 떨기 시작하였다.

《에잇, 고약한놈, 사람의 진정을 저렇게 우롱할수 있는가.》

최남수는 방금전 리승규가 이마에 배여오르는 비지땀을 연신 벅벅 닦던 손수건을 더러운 물건이라도 띄여본듯 바깥에 홱 집어던졌다.

《길선생, 나에게 조용한 시간을 주시오.》

최남수는 심각한 번뇌에 휘감겨들어 맥빠진 어조로 이렇게 중얼거리였다.

《최선생, 잘 알아두시오. 돈이라는것도 잘 써야 애국에 도움이 되지 잘못 쓰다가는 저런 인간페물을 비호해주고 조장시켜주는 반역자의 오명을 쓸수 있습니다.》

길철은 이런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며칠후 최남수가 막내아들을 시켜 쪽지 한장을 보내왔다.

길철이 반가와 선자리에서 뜯어보니 두어구절 대답을 적어보내왔는데 기가 막혔다.

《길선생, 난 정치하는 인간들과 거래를 끊기로 결심했으니 그리 알고 조처해주시오.》

길철은 배신감으로 하여 분이 치밀어올랐으나 어데 해볼데가 없었다. 입만 쓰겁게 다시는수밖에 없다.

의기양양해서 뛰여다니던 길철은 어깨가 축 늘어져서 정시명의 앞에 나타났다.

《정향동지, 면목이 없습니다.》

길철은 정시명의 앞에 쪽지편지를 내놓으며 말했다.

쪽지를 눈으로 읽은 정시명은 좌절감으로 어두워진 길철을 따뜻이 위로해주었다.

《너무 상심마오. 어떻게 매번 통장훈만 부르겠소. 그렇지만 길선생이 일단 손을 댄이상 단념하지는 마오. 우리가 사는 보람이 뭐겠소.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고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 이 나라를 깨끗하고 문명하고 살기좋은 나라로 만드는게 아니겠소. 난 길선생에게 보내온 결별선언이 사실은 마음에 드오. 그건 최남수가 자신의 인생을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걸 말해주오. 지금은 그더러 인생총화를 짓도록 내버려둡시다.》

정시명이 이렇게 고무해주었으나 길철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워있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해내지 못한 자책감을 덜지 못한채 어줍은 미소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철을 바래주고나서 정시명은 곰방대에 담배를 다져넣고 잠시 무거운 생각에 말려들었다.

길철을 위로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지만 생각은 복잡하였다. 당장은 자금난에 발목이 잡히게 되였다. 어떻게 하든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여기에 목이 걸려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활동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비법적인 방법으로 자금난을 해결해서는 안된다. 합법적이며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자금통로를 개척해야 한다.… …

최남수에 대한 사업정형을 다시금 곰곰히 돌이켜보고난 정시명은 깊은 회오를 느끼였다.

(최남수와의 사업에도 문제가 있는것 같다.

대상선정은 옳게 한것 같은데 사업방법에 문제가 있다. 길철이 너무 가볍게 달려든것 같다. 최남수를 더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할것이였다. 그가 이렇게 나올수 있다는것을 미리 예견하고 적절히 대처할수 있는 방안이 사전에 마련되였어야 했다.

첫째 책임은 내게 있다. 내가 깊이 연구하고 그러한 허점을 찾아내야 했었다. 사업에 대한 지도를 일반적강조로 해서야 안되지. 내자신부터 아직 사업에 착실하게 발을 붙이지 못하고있는것이 분명하다.…)

정시명은 이렇게 속깊이 자신을 반성하면서 불꺼진 곰방대를 문채 오래도록 방안을 거닐었다. 다음번 모임에서는 자기비판부터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다시금 자금난을 타개할 방도를 모색하였다. 여러모로 생각을 굴려보던 끝에 박정인을 만났다. 그에게 자금난에 대해 툭 털어놓았다. 그래도 이런 물계에서 눈이 터있는 사람은 박정인이였다.

기대했던대로 박정인은 정시명의 말을 듣자 며칠간 말미를 달라고 하더니 여러가지 안을 궁리해가지고왔다.

《그래도 지금 형편에서 폭리를 볼수 있는건 대북장사이지요. 원래 남북간에는 헤여지면 못살게 돼있거던요. 남의 농토산물이 북으로 들어가고 북의 가공상품이 남으로 내려와야 살게 돼있다 그말입니다. 그런데 38선으로 남북거래가 끊어지면서 남조선의 적지 않은 장사군들이 애를 먹고있지요.

이런 기회를 타서 잘만 하면 폭리를 얻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미군정이 합법적으로는 차단하고있으므로 일단 트집을 잡히면 쫄딱 바지벗고 나앉는 판이 되지요.

두번째로는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는것이 좋습니다. 좋기는 배한척 구해서 돌아가면 이게 또 돈 떨어지는 큰 구멍이 됩네다. 무역이라는건 자고로 밑지는게 없다고 합지요. 세상에 3대거짓말이 있는데 그게 뭔고 하니 처녀가 시집안간다는 말과 늙은이 빨리 죽겠다는 이야기와 장사군이 밑졌다는 이야기라는거웨다. 허허-》

박정인은 말끝에 사람좋은 웃음을 터치였다.

그의 말이 다 정시명에게 진속이 있는 방도로 납득이 되였다.

《그리고-》

박정인은 정시명이 자기 말에 공감하자 성수가 나서 한마디 더 하였다.

《요즈음 서울에 고래고기가 팔리는데 불티가 납니다. 고래가 제주도아래쪽 공해상에서 잡히나 봅디다. 그러니 포경선 하나쯤 장만해도 그게 또 돈벌이가 약차할것 같수다.》

정시명은 이 문제를 가지고 지도부모임을 열었다.

박정인이 처음으로 이 모임에 참가하여 자기 생각을 내놓았다.

곧 분공이 조직되고 자금확보를 위한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박정인이 서울교외에 있던 땅을 팔아 그걸 밑돈으로 고려상사라는 무역상사를 조직하였다. 무역경험이 있는 림인석이 전무취체역으로 들어앉아 38선에서의 장사를 진척시켰다. 개성을 비롯한 38선지역에서는 아직도 북과의 장사를 크게 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림인석은 그들과 교제를 하였다.

박정인은 38선장사를 통하여 구입한 물자들을 류동명을 통하여 미군정청 농림부고문을 비롯한 여러명의 고위 관료들을 끼고 남조선의 시장에 팔아넘기였다.

고려상사는 조직된지 몇달후에는 서울시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무역상사로 되였다.

대외무역통로도 개척되였다. 무역통로가 마련되자 일본을 비롯한 여러곳에 사업거점을 창설하는 문제도 해결되였다.

그런데 무역선박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선박업자들은 턱자없이 운임료를 갉아냈다. 해외거점들과의 련락이나 대외무역을 원활하게 하자고 하여도 임의의 시간에 자유롭게 리용할수 있는 자기의 선박이 있어야 되겠는데 외국선박이나 국내의 다른 기관의 선박을 리용하자니 여러가지로 불편이 많았다.

정시명은 선박을 구입하기 위한 정보를 입수할것을 김명호에게 지시하였다.

인차 부산에 있는 경비려단장 최원기가 해군소속의 진해기지 사령관 박룡문대령이 아직은 경향이 좋으며 불하받은 선박도 몇척 가지고있다는 정보를 보고하여왔다.

정시명은 박룡문과의 사업을 자신이 직접 담당하기로 하고 그의 가정환경과 경력, 취미와 지식수준을 료해하였다.

박룡문은 일본에서 상선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바다와 조선업에 조예가 깊고 지성적인 면모가 있는 인간이였다. 박룡문의 취미란 워낙 바다를 좋아해서 그런지 바다낚시질이였다.

낚시물계라면 정시명도 품들이지 않고 맞서볼만 하였다.

어느날 정시명은 피서객차림으로 진해바다가를 찾았다.

진해의 바다가풍경은 남해에서 손꼽히는 절경이다.

대나무가 설레이는 산발을 배경으로 바다가에는 해당화가 곱게 핀 백사장이 푸른 바다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뻗어갔는데 벌써 이른 봄철부터 피서객들이 밀려든다.

정시명은 박룡문대령에게 점잖게 접근하였다. 두 사람은 곧잘 어울려 낚시질도 다녔고 자신들이 낚은 물고기를 안주로 해서 밤새껏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어떻든 사귀는사이에 박룡문은 정시명에게 깊이 끌려들어 그의 인간됨에 매혹되고 마침내 그를 깊이 존경하게 되였다.

정시명의 의젓한 태도와 점잖은 인품 그리고 해박한 지식이 그렇게 만들었던것이다. 술좌석에서 정시명은 놀랄만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내놓군 하였는데 박룡문은 서당선생앞에 앉아있는 초학도처럼 그의 이야기를 신기하게 접하였다. 정시명은 려수, 진해 등과 수군 즉 옛날의 해군과의 관계를 언급한다면 방금전에 들어둔 이야기처럼 그에 대하여 력사적으로 내려오면서 장시간에 걸쳐 책을 읽듯이 줄줄 류창하게 외워내는것이였다. 정시명은 백제, 신라를 거쳐 고려, 리조에 이르는 오랜 세월 진해와 려수항이 어떻게 오늘의 큰 군항으로 되였는가 하는데 대하여서도 통달하고있었다. 놀라운 지식이였다.

정시명은 리조때 수군군항으로서의 진해와 려수의 력사 305년을 년대는 물론 날자에 이르기까지 기억하고있었다. 또한 군항의 발전력사와 발전추이까지도 뜬금으로 설명해내려갔다.

당시 일본상선학교를 나온 유일한 조선사람으로서 바다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에서 권위자라고 자처하던 박룡문이였지만 정시명의 박식앞에서는 무릎을 꿇지 않을수 없었다.

정시명에게 완전히 매혹된 박대령은 정시명이 달라는대로 800톤급 《금비라》호를 내주는데까지 이르렀다.

정시명은 《금비라》호를 구입한 다음 련이어 최원기가 자기의 려단소속으로 포경회사를 설립하도록 하고 몇척의 배를 박룡문으로부터 더 넘겨받았다.

이 배들은 해외무역을 원만히 보장하면서 해외에로의 성원들의 출입국과 련락을 보장하는 믿음직한 수단으로 되였다.

고려상사가 무역선박까지 가지게 되자 부진상태에 있던 성원들의 기업들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되였다.

흥국상회도 고려상사를 통하여 홍콩과 마카오의 양복지들을 넘겨받아 국내에 풀어놓아 고급양복지를 취급하는 국내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정도로 번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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