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별이 총총한 밤

 

3

(무엇부터 할것인가?…)

서울행에 오를 결심이 드팀이 없어지자 점차 정시명의 어깨는 천근짜리 추가 매달린듯 무겁기만 하였다.

막상 서울로 떠나자고 하니 자신의 력량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고 정말 그 커다란 짐을 받아멜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에 잠도 오지 않는다.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얻어듣는 토막자료만 련결시켜보아도 남조선이 얼마나 복잡하고 심각한 력사의 분기점에 놓여있는가 하는것이 인차 판단이 갔다. 이미 료해하고 분석평가된 문제들도 새로운 시각과 립장에서 다시 떠올라 정시명의 심중을 무겁게 하였다.

… 남조선정국은 일본천황놈이 주체34(1945)년 8월 15일 정오를 기하여 항복선언을 발표한 그 순간부터 악마구리 끓듯 하였다.

이날 려운형이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엔도와 담판하고 그날중으로 서울안의 유지들로 권력인수를 위한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하였다. 다음날에는 이른바 고려공산당이 생겨나고 련이어 백남운이 신민당을, 려운형이 인민당을 조직하였다. 때를 기다린듯 수많은 군소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경쟁이나 하듯이 서울의 곳곳에 먹물도 채 마르지 않은 간판들을 걸어놓기 시작하였다. 3인1당의 시절이였다.

정당은 삽시에 200여개가 되였다.

남조선전역에 인민위원회들이 재빨리 조직되여 행정관리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순리대로 굴러가던 새 력사의 수레바퀴가 삐걱거리기 시작하였다.

력사적으로 파쟁을 물려받은 좌익권의 이색분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이 시대의 변혁에 슬그머니 제동을 걸기 시작한것이다.

그들은 마땅히 조성된 광복정국을 백방으로 리용하여 모든 애국력량을 단합시켜 반동세력을 결정적으로 타승해야 했으나 저마끔 력사의 노를 저들이 젓겠다고 암투를 벌리면서 금쪽같은 시간을 랑비하였다.

민주세력이 우물거리고있을 때 불청객이 가뜩이나 소란스러운 집안에 대포를 끌고 달려들었다.

미국놈들은 서울에 기여들자바람으로 《군정》을 선포하였다. 정치라고는 일자무식인 미군장교들이 군정의 각 부서에 책임자로 틀고앉아 일시에 남조선의 권력을 거머쥐였다. 소학교를 겨우 마친 애숭이 포병장교가 문교부를 깔고앉아 지체높은 이 나라의 대학교수들과 인테리들을 다스리자고 접어들었다.

침략군의 본색은 강점 첫날부터 드러났다.

미24군단장으로서 강점군사령관직을 차지한 하지는 남조선에서 수세식변소를 가지고있는 유일한 집이였던 일제총독 아베놈의 관사인 경무대에 거처를 정하고 승용차도 일본놈들이 타고다니던 승용차를 리용하였다.

하지놈은 인민위원회부터 들부셔놓았다. 이해 10월 중순에는 반동세력을 부활시킬 목적으로 손때묻은 로구 리승만을 끌어들였다. 파죽지세로 몰려든 광복기운에 넋을 잃고 시대의 음달에 기여들었던 반동들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반동세력도 순탄치 못하였다. 세상에 나타난 그날부터 골받이로 세월을 보냈다.

미국놈들은 오산하였다. 리승만을 끌어들인것부터 반동세력의 련합이 아니라 분렬을 가속화한 화근으로 되였다. 리승만의 매국행적을 알고있는 정객들은 누구나 그놈의 귀국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리승만을 떠밀어주는 미국에 대해서도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리승만을 일찌기 상해《림정》에서 추방하는데 주역으로 나섰던 김구와 김규식이 서울에 들어왔다.

김구는 상해《림정》을 정통정부라고 주장하면서 리승만의 합작제의에 코방귀로 대답했다. 한걸음 나가서 친일세력을 정계에서 모조리 추방하라고 하지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익의 모순과 알륵은 남조선안에 식민지현지기구를 내오기 위한 미제의 흉계가 표면화됨에 따라 더욱 커갔다.

좌익진영안에서도 곡절이 많았다.

좌익계 정당, 단체들이 민전에 결속되고 남로당합당사업이 진전을 보고있었으나 파쟁군들의 책동으로 사분오렬의 곬이 깊어가고있다.

소용돌이치는 력사의 와류속에서 더욱 첨예화되고있는것은 애국과 매국과의 대결이다. 이것은 낡은 력사가 토해버리고 새 력사가 받아문 필연이였다.

팽배하게 맞선 두 세력의 대결에서 기폭제로 된것은 모스크바 3국외상회의였다.

주체34(1945)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쏘, 미, 영 외상회의에서는 《조선을 독립국으로 부흥시키기 위하여》 장차 통일적인 정부를 세울것을 권고하는 결정이 채택되였다.

리승만과 김구를 비롯한 우익세력은 이를 신탁통치라고 즉각 반발해나섰다.

미국놈이 바라는바였다.

이해 말에 서울운동장에서는 《전국반탁운동대회》가 열리고 다음해 정초에는 3상회의결정을 지지하는 좌익이 주도한 《민족통일촉진서울시민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드디여 좌, 우의 암투가 폭력적인 싸움으로 전환되였다. 동족끼리 때리고 부시는 류혈전이 광복된 남조선전역에서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인민보》신문사가 습격당하고 좌익인사들이 일체 공직에서 축출되였다.

복잡한 정치정세를 배경으로 괴뢰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를 비롯한 폭압기관들이 미군정의 조정밑에 하나둘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남조선인민들의 드세찬 공격과 세계의 공정한 여론앞에 존재리유가 점차 의심스러워진 미군정은 식민지통치의 주역으로부터 막뒤조종자로 슬그머니 물러서고있었다.

무대에는 새로운 상전을 날쌔게 업은 매국노들이 조심히 낯짝을 내밀고있다.……

정시명은 이러한 정세의 기본흐름을 해부하면서 각 세력들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였다. 조만간에 반동세력이 미제의 비호밑에 자기의 대오를 결집하리라는것은 어둠속에서 불보듯 뻔한것이였다. 날을 따라 미국의 예속과 지배가 제도화되여 가고 남조선의 권력이 우익의 수중에 빠른 속도로 빨려들어가고있다.

또다시 외래침략자를 반대하는 항전의 기발을 올려야 할것이 아닐가.

정시명은 얼마전 미국의 어느 잡지에 실린 토막기사를 보고 터져오르는 울분과 비애로 온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그 기사에는 미륙군성의 대령놈이 지도상에서 조선을 자막대기로 재여 두토막으로 갈라놓은 선이 38°분계선으로 되였다는 이야기가 짤막히 실려있었다.

반만년을 이어온 단일력사국의 운명이 일개 장교놈의 장난질에 롱락되였다니? 아무런 설명없는 그 간단한 기사가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통탄할 일이였다.

그것이 만약 지속적인 남북의 분렬로 이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주먹이 떨리였다.

그런데도 지금 서울의 정객들이라는것들은 권력쟁탈에만 동분서주하면서 겨레의 머리우에 드리운 이 비운을 생각지도 않고있다.

연구가 심화될수록 정시명은 뒤잔등에 불달린듯 급해났다. 어서 빨리 서울에 가서 그들의 머리우에 천둥번개를 날리고 우뢰를 불러내여 정계를 마구 흔들어놓고싶었다.

(무엇부터 시작할것인가?)

이 저녁에도 정시명은 담배를 붙여물고 방안을 천천히 거닐며 사색을 모아나갔다. 거창하고 책임적인 일거리들이 눈앞에서 산더미처럼 솟아올랐다가는 일시에 허물어지기도 하고 또 생겨나기도 한다.

정시명은 낚시대를 찾아들고 황하기슭으로 나갔다. 복잡한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정시명은 줄담배를 태우면서 강가나 호수가에서 낚시질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벼이 물결치는 수면우에서 간들거리는 낚시깜부기를 바라보며 정시명의 생각은 다시 (무엇부터 할것인가?) 하는 물음앞에서 소용돌이를 하였다.

그가 자리잡은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는 언제 따라 나왔는지 마동열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이따금 주위를 둘러보군 한다.

은송의 정중한 부탁까지 받은 마동열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자기 임무를 수행하여왔다. 벌써 서울에서는 《한민당》의 실권자인 수석총무 송진우가 암살당하고 려운형에 대한 암살미수도 있었다는데 정적을 요람에서 제거하려는 책동이 어찌 중국땅에서라고 없으랴.

실지 마동열은 여러번 정시명을 제거하려는 여러 계파들의 비렬한 기도를 목격한바가 있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있었다.

마동열은 이따금 눈길을 돌려 정시명쪽을 바라보는데 그는 마치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다.

사색이야말로 혁명가들의 존재방식이라고 늘 강조하는 정시명이다.

사색의 심도에 따라 활동의 승패가 결정된다는것은 정시명이 책에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의 활동과정에 터득한 하나의 신조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임무가 제기되거나 뜻밖의 정황에 부닥쳤을 경우에는 행동에 앞서 사색을 깊이 하여 머리에서 무르익고 승리가 내다보이는 완성된 전술적구상이 섰을 때에야 구체적인 행동에로 넘어가군 하였다.

더구나 지하투쟁이란 지혜와 지혜의 대결이며 결국은 두뇌의 전쟁이다.

정시명은 서울에 나갈 생각을 할 때부터 거기서 벌려나갈 투쟁의 성격을 명백하게 지하투쟁으로 설정하여놓았다.

이미 좌우익이 뚜렷이 갈라지고 개개의 정당들이 기틀을 다져가고있다.

이런 조건에서 합법적인 조직을 꾸려가지고 이미 첨예화된 정쟁에 진입하는것은 여러모로 얻을것은 적고 오히려 정계를 혼란시키는 결과만 빚어낼수 있다. 그러므로 정계의 막후에서 소리없이 애국의 세력권을 확대시키는 사업을 도와주며 외세와 그에 아부하는 반애국적인 세력들을 고립시켜 최대한 약화시킴으로써 나라의 재통일위업을 촉진시키는데 이바지해야 할것이다.

정시명은 투쟁의 총적방향을 이렇게 세워놓고 구체적인 세부를 하나하나 그려나갔다. 낚시줄이 팽팽해지면서 손바닥에 뻐근해지는 감촉이 와서야 정시명은 사색에서 깨여났다. 아까부터 미끼를 꼬리로 툭툭 치며 낌새를 보던 물고기가 《이봐, 엉터리낚시군이구나.》하고 입질을 시작하는것 같다. 하지만 무던히도 약은 놈인지 아직은 덥석 물지 않고 살짝 물어떼고는 동정만 엿보는것 같다.

《허, 요놈이 나하고 희롱질이구나.》

정시명은 소리없이 웃으며 낚시줄을 늦추어주었다. 고기를 낚으려면 고기의 재롱을 받아주기도 하고 낚시줄을 길게 늘여주며 그놈이 제놈의 장난에 지치도록 해야 한다. 드디여 물고기가 야금야금 갉아먹는 입질에 싫증을 느꼈는지 깜부기가 물속으로 쑥 들어갔다.

주먹에 묵직한 감촉이 왔다.

(그러면 그럴테지.)

정시명은 낚시대를 머리우로 쳐들었다. 팔뚝만 한 송어가 낚시에 매달려 펄떡거린다.

《잡았다!》

마동열이 이쪽을 보다가 환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마동열은 모래우에서 푸들쩍거리는 고기를 두손으로 움켜잡고 제가 좋아 어쩔줄 몰라한다.

《오늘도 공탕인가?》

정시명이 낚시에 미끼를 걸며 넌지시 물었다.

《에, 에…》

마동열이 대답은 하지 않고 입이 쓰거운듯 투덜거린다.

《고기도 사람을 알아보고 덤벼든다니깐.》

《흥, 미친년 모꽂듯 해서야 어떻게 고기를 낚아내겠나. 우물들고 마실 생각말고 마음을 늦춰가며 낚시질을 해야 하는거야.》

《오늘은 기어이 한놈 둘러메고가야지.》

마동열은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미친년 모꽂듯 한다는 말이 그럴듯 싶어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사실 낚시질에는 전혀 미립이 트지 못하고 재미도 붙이지 못한 마동열은 깜부기가 흔들릴세라 잡아채군 해서 미끼만 떼우군 했다.

다시 낚시를 물속에 던져넣은 정시명은 깜부기에 눈길을 주고 끊어졌던 사색을 이어갔다.

될수 있는대로 빨리 서울에 가야 할것 같다. 정세가 한시도 어물거리는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기를 낚으려면 줄을 길게 늘이고 품을 들이듯이 사업준비를 착실히 해야겠다.

무엇보다 남조선정세를 더 깊이 연구하자. 남조선을 둘러싼 렬강들의 동향도 아직 잘 모르고있다. 이런것은 서울에 들어가서기보다 남조선밖에서 고찰하는것이 더 정확할수 있다. 그 다음에는 남조선에 믿음직한 동지들을 보내는 사업도 해야 할것 같다.

그의 눈앞으로 중국에서 사귀여둔 전우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친분을 두터이 해온 인물들중에는 김구의 계렬과 중국 국민당계 인물들도 있다.

이들이 남조선정계와 권력기관에서 터를 닦는다면 애국세력의 힘을 키워나가는데 크게 도움을 줄수 있다.

정시명은 낚시줄을 강물에 드리운채 사색을 이어나갔다.……

설계가 기본적으로 끝나자 정시명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우선 정향이 서울에 간다는 소식부터 날렸다.

그의 영향속에 있는 사람들부터 그 소식에 접하고 선참으로 달려왔다.

정시명의 집문턱을 맨처음 넘어선것은 애국렬사 안중근의 조카 안지생이였다. 안지생은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이였는데 첫눈에는 얼굴이 해말쑥하고 애티가 있어 얌전한 처녀와 같은 인상을 준다. 웃는것도 소리없이 하얗고 가지런한 앞이를 드러내며 발씬 웃는데 그럴 때마다 왼볼에 보조개가 생겨 누구나 사내답다는 말보다 귀엽다는 말부터 하여 당자를 노엽히기도 한다. 그러나 속은 딴판으로 튀기면 챙챙 소리가 나도록 되알지게 여물고 지식도 상당한 정도로 갖고있는 중산대학 중퇴생이였다.

한해전까지만 하여도 안지생은 정시명의 지시를 받고 《림정》계의 후원으로 중산대학에서 공부하여왔다. 대학의 한 지하조직을 움직이다가 지난해 《림정》이 서울에 돌아간 후 대학에서 나와서 그 잔류세력들과의 사업을 하고있었다. 그는 사물에 대한 관찰과 분석도 예리하고 교제술도 좋아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사귀는 재간둥이였다.

두번째로 달려온것은 호남땅의 호부자의 자식으로 일찍부터 인테리들과의 사업을 하여온 김승원이였다. 정시명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속에서 첫째가는 인격자로 존경을 받는데 리론이 있고 웅변이 좋고 행동거지가 정중하여 중국의 군벌들이 수하에 두려고 군침을 흘리던 사람이였다.

정시명의 지도밑에 난징에서 장개석군 참모부의 조선인 장교들과 상해《림정》의 군대인 《광복군》사령부의 진보적인 민주주의자들과의 련계를 이어주고있던 림인석이도 왔다.

림인석은 첫눈에도 완력이 드세보이는 마동열이와는 대조가 되게 몸매가 호리호리한 청년이였다. 매사에 꼼꼼하고 빈틈이 없었다.

정시명의 지시를 받고 《광복군》 서안훈련소 부소장을 하다가 장개석군 하북지구 전선사령부 작전고급참모로 활동하던 조태준도, 동북군에서 려단장으로 있는 최원기도 달려왔다.

모두가 옹근 하나의 지역이나 전구를 타고앉아 쥐락펴락할수 있는 끌끌한 혁명가들이였다.

정시명은 그들에게 남조선정세를 해설해주고 서울에서 나라의 재난을 막기 위한 싸움에 자기와 뜻을 같이 해줄것을 뜨겁게 호소하였다. 새로운 싸움은 그 어떤 지시나 강요가 통할수 없었다. 그들의 심장을 움직이기 위해 련일 밤을 밝히며 입술이 부르트도록 열변을 토해야 했다.

누구나 처음에는 놀라고 의아해하고 대답을 쉬이 하지 못했다. 모두가 평양으로 자기 행선지를 정해놓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의 결심이 충분히 공감이 되여 탓할수는 없었다. 그래 정시명은 벌써 여러차례의 공개장소에서 남녘의 현실을 심려하시는 김일성장군님의 말씀들을 라지오와 출판물에서 전해들은것을 다 알려주면서 장군님께서 제일 아파하시는 시대적과제를 함께 맡아안을것을 진지하게 력설하였다.

끝내 전우들은 정시명의 애국충정을 접수하고 그가 내미는 손을 뜨겁게 잡았다.

하나같이 새로운 결심을 다지고 억척의 투지를 안고 기세충천하여 떠나갔다.

정시명이 마침내 서울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 각지에 있는 조선교민조직들의 여러 인물들과 중국의 벗들도 찾아와서 작별의 정을 나누었다.

어느날에는 오래전부터 친교를 맺어왔던 중국공산당의 책임일군들도 련이어 달려왔다.

그들은 정시명이 세계무산혁명에 바쳐진 숨은 공로와 혁명가적풍모를 높이 찬양하였으며 작별의 서러운 정을 송별주에 담아 나누었다. 밤을 지새우며 세계혁명가들의 격동적인 행진곡으로 불리우는 《인터나쇼날》노래를 나직이 부르며 기어이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기도 하였다.

정시명은 떠날차비가 되자 함께 귀국할 전우들만 서안으로 불렀다.

그런데 어느날 마동열이 할빈에 갔다가 듣고온 동북소식이 그의 서울길을 지체시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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