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편   빛나는 길

 

제 4 장

야스이 가오루는 지기들로부터 한생을 길을 찾아 살아온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였다.

언젠가 구로다 겐이 합쳐지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는 세상길이란 끝도 기슭도 없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야스이는 《남이야 뭐라 하든 제 갈길을 가라!》라고 단떼가 《신곡》에서 읊었듯이 자기 갈길을 고집스레 걸어왔다. 좌우전후로 눈을 팔지 않고 집요하게 한곬으로만 나갔다.

그는 일찍부터 유물론의 세계에 몸을 담그고있으면서도 한때는 기독교의 교리에 적지 않게 심취되여 신약성서를 열독하였었다. 그러나 그속에 깊이 빠져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그리스도의 교리는 추상적이였으며 인간생활의 지침으로 되기에는 너무나 공허한데가 많았다.

그가 도스또옙스끼보다 레브 똘스또이에 대하여 덜 흥미를 가지게 된것은 《부활》을 읽은 뒤부터였다. 똘스또이는 그 소설의 주인공의 출로를 마태복음에서 찾았다. 작가는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준 대답의 계률로써 네흘류도브를 부활시켰다. 그것이 그의 불만을 자아냈던것이다.

인간의 부활은 어떤 교리나 계률로써 쉽사리 마련되는것이 아니다. 보다 랭혹하고 준절한 수양을 거쳐서야 이루어지는것이다. 신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사람스스로의 힘에 의하여 몸도 마음도 구원되고 부활된다.

그것은 종교를 떠나 오로지 철학만이 해결할수 있다고 야스이 가오루는 생각되였기때문이였다. 이렇듯 철학과 종교의 두 갈래가 얼기설기 뒤엉킨 세계를 헤매면서 그는 부단히 자기의 정신적지주를 하나하나 쌓아나갔던것이다.

주변의 동향에 민감하게 적응하여 일순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처신하지도 않았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외계의 잡음따위에는 일체 관심하지도 않고 오직 하나의 도표만을 찾아 수십년세월 우여곡절의 힘겨운 길을 톺아왔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추구하여 탐색해왔던가가 비로소 선명해지자 주위에서 떠돌던 의혹과 억설은 차츰 잦아들었고 오늘에 와서는 야스이 가오루의 인생관에 대하여 모두 확고하고 일치한 견해를 가지게 되였다.

그는 국제법학자로서의 의무와 사명감에 언제나 충실하였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밝은 세계를 바라는 인류의 지향을 위해 모색하며 한시도 걸음을 늦추지 않고 살아왔다.

좌요 우요 하는 따위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그 지향만을 애오라지 추구해온 그로서는 자주의 길우에서 날을 보내고 해를 맞이하는 근년처럼 삶의 보람을 무상 느껴보기는 일찌기 없던 일이였다.

그해, 야스이 가오루는 유난히 바쁜 세월을 보냈다. 숱한 려행을 하였다. 인디아, 레바논, 오스트리아, 빠리, 마다가스까르 등 련달아 여러 나라를 순방하였다.

한걸음에 그렇듯 많은 고장을 동분서주하며 밟아보기는 그로서도 처음이였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였다. 하물며 칠순을 목전에 두고있는 로년의 몸으로 하늘을 날으고 바다를 건느며 련일 려행에 시달려온터여서 그는 차츰 육체의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였다. 피로감에서 오는 일종의 자극인지 복부의 좌측에 이상야릇한 증세가 일면서 무시로 그 부위가 따끔거렸다. 처음 당해보는 아픔이였다. 그 미묘한 징후가 후일 자기 운명에 만회할수 없는 결과를 낳는것으로 되리라는걸 로학자는 당시로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당초 신상의 변고같은것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정신적앙양속에 있었다.

5대륙을 탐방하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만난 감격과 흥분이 그 아픔을 압도하고있었던것이다. 더우기 이 시각 그를 한없이 고무격려시키고있는것은 이번 순방기간 마다가스까르의 수도 안따나 나리브에서 있은 국제과학토론회 연단에서의 선언이였다.

지금 자기 조국에로의 귀로에 오른 비행기안에서도 로학자의 귀전에는 회의장을 진감하며 울려퍼지던 그 우렁찬 소리가 한시도 떠나지 않고있었다.

마다가스까르에서의 그 선언에는 다음과 같이 지적되여있었다.

《우리는 존경하는 김일성동지께서 반세기에 걸쳐 가장 어렵고 복잡한 조건에서 혁명과 건설을 령도하시는 행정에서 그 진리의 정당성이 뚜렷이 확증된 주체의 사상, 리론,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인 혁명사상이 가지는 과학적이며 보편적인 의의를 깊이 인식하면서 이 독창적인 사상을 김일성주석동지의 존함과 결부시켜 부르는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인정한다.》

선진사조에 대한 국제적인 만장갈채속의 이 명명, 김일성주의의 선포는 야스이 가오루의 기쁨을 더한층 불러일으켰었다.

그자신이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로작에 접한 감격에 못이겨 도꾜에서 있었던 과학토론연단에서 제창한바 있는 그날의 목소리가 이제는 하나의 위대한 불멸의 사상으로 만천하에 울리고있는것이였다.

후날 철학사상사에 거대한 위치를 차지하여 크게 기록된, 세기를 격동시킨 그 선언을 일명 《안따나나리브선언》이라고도 하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금번 려행을 통하여 인민들의 지향과 념원에 맞는 사상은 그 어떤 장벽도 뚫고 사람들의 두뇌와 심장들에 스며들면서 자기의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는 법이라는것을 더욱 깊이 체험하게 되였다. 이번 걸음이 그에게 더한층 각별한 기쁨을 안겨준것은 비단 그런 일만이 아니였다. 자기의 려행목적이 완전히 매우 만족하게 이루어진것이였다.

주체사상을 연구보급하는 국제적인 조직을 내올데 대한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었다.

1971년 12월 레바논의 수도 바이루트에서의 첫 국제학술토론회가 있은 이후 해마다 열렸던 주체사상토론회들에서 수많은 개별인사, 학자들과 세계 여러 나라의 조직과 단체들이 그것을 열렬히 제기하였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광범한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여 금번 《안따나나리브선언》이 그 절박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만장일치로 뚜렷이 세상에 표명한것이였다.

하나의 사조가 그처럼 커다란 감화력과 견인력을 가지고 수억만 인민들속에 급속히 파급되고있는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고있는가?

야스이 가오루는 그것이 지극히 합법칙적이고 당연한 시대의 취향이라는것을 다시금 똑똑히 느낄수 있었다.

수세기동안 렬강들의 식민지지배권으로 분할되여있었던 대륙들이 오늘은 크고작은 독립국가들로 뒤덮여있으며 자주의 기치는 대양의 섬들에서도 힘차게 나붓기고있는것을 그는 이르는 곳마다에서 목격하고 눈시울을 태웠었다. 그럴 때면 야스이 가오루는 몇해전 조선을 처음으로 방문하여 사회과학자대회의 연단에서 자기가 토로했던것이 감회깊이 상기되군 하였다.

그때 그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었다.

《오늘 주체사상은 바다건너 5대륙에 퍼져가고있으며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되여 세계사의 앞길을 휘황히 밝혀주고있습니다.》

참으로 그랬다. 선행시대와는 비할바 없이 달라진 세계의 정치지도는 현세기의 근본특징을 자주라는 글발속에 얼마나 진실하게 나타내고있는가!

정녕 하나의 학설이 진리로 세상에 공인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오랜 전통과 년륜을 거쳐서야 비로소 그것이 만민이 공인하는 정설로 되였다는것을 력사는 말해주고있다.

그런데 세상에 불현듯 홰불처럼 피여오른 주체사상은 반세기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온 누리를 밝히며 사람들의 심장을 틀어잡고 전파되였다. 그 홰불은 1970년대에 들어 더한층 큰 화염을 일으키면서 오대양 륙대주를 태양처럼 비치고있다.

야스이 가오루는 이번 려행에 앞서있었던 원수폭금지세계대회장에서 만난 미국의 저명한 평화운동가 루스 게지 고르비녀사를 통해서도 그 생활력에 대하여 강하게 느꼈었다.

오랜 평화운동을 하는 과정에 서로 친숙해진 그 녀사로부터 그는 대회장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오스트랄리아에서 출판된 김일성주석의 저작집 영문판 《주체! 통일독립된 조선을 위하여!》라는 제명의 책자였다.

이 책을 탐독한 감상을 정력적으로 이야기하는 그 녀사의 눈빛과 거동에는 김일성주석에 대한 다함없는 경모와 존경심이 력력히 어려있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녀사의 그 모습에서 주체사상의 큰 파도가 아메리카대륙에도 힘있게 밀려가고있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일본도 결코 례외로 될수 없었다.

《일조과련》의 영향하에 이 몇해어간에 얼마나 많은 연구단체들이 탄생하게 되였는가!

김일성주석저작연구회 전국련락협의회》, 《일본 김일성주의연구회》, 《일본청년주체사상연구회》, 《일본교직원주체사상련락협의회》, 《자주의회》 등 수많은 조직, 소조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활발히 움직이고있다.

야스이 가오루는 이 모든 동향들을 남달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왔었다.

이렇듯 한 사조의 급격한 전파는 무엇을 뜻하고있으며 한편 우리들 사회과학자들에게 무엇을 할것을 바라고있는가?

민중의 의사나 힘은 자연발생적으로 뭉쳐지고 발현되는것이 아니다. 한대의 기관차가 수십의 차량을 이끌고 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듯 그것을 결속하여 하나의 지향으로 선도하는 원동력이 있어야 한다. 야스이는 지난 원수폭운동을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깊이 체험했었다. 하다면 세계의 자주화실현을 어떤 개별적인사나 신봉자들만을 대상으로 회의나 소집하고 호소하는 식으로 이룩할수 있는가? 아니다. 현시대는 지금까지의 활동방식을 뛰여넘어 보다 폭넓고 광범한 사업으로 주체사상을 보급할것을 요구하고있다. 그러자면 《안따나나리브선언》이 정당하게 지적한것처럼 하나의 국제적조직을 무어 이 력사적위업을 조직화하여 목적의식적으로 힘있게 밀고나가야 한다.

그는 속으로 거듭 다지고 또 다졌다.

(그렇다. 일본을 비롯하여 이 지구상에 아직도 이 위대한 사조에 접하지 못하고 어둠속을 헤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간해방의 길을 갈구하며 암중모색하던 지난날의 나와 같은 지성인들이 또한 얼마이랴. 온 인류를 광명한 세계에로 힘있게 인도하는 시대의 《기관차》가 있어야 한다.

어서 하루속히 그 《기관차》를 세상에 내놓아 찬란한 태양이 비치는 자주의 궤도를 힘찬 굴음으로 달려가게 하자!)

로학자는 장기간의 려행에서 오는 육신의 피로나 신상의 야릇한 변고를 초월한 뜨거운 생각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한편 마음 조급해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일본에 도착하면 그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그 모든것은 한시도 지체할수 없는 절박한것이였다.

그러나 생활이란 그가 뜻하는바와 같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귀가한 야스이 가오루를 맞이한 다즈꼬부인은 안색이 변해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에 건강미가 흐르던 희멀쑥한 얼굴이였다. 헌데 그 얼굴에 어딘가 병색이 엿보였다.

남편을 부축하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그 녀인의 민감하고 촉기빠른 두눈은 몹시 이지러졌다.

《여보, 어디 몸이 편치 않으세요?》

《아니, 아무데도 별로…》

《그런데 왜 갑자기 낯빛이 컴컴해졌어요?》

《남방의 더운 바람을 좀 쏘인탓이겠지.…》

안해의 걱정을 심드렁히 되받아넘기는 로학자는 시종 태연자약했다. 허지만 안해의 눈만은 속일수 없었다.

남편의 범상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다즈꼬는 좀체로 마음놓이지 않았다.

방안에 들어서자 그 녀인은 옷을 벗는 남편의 이마에 손을 대여보았다. 순간 다즈꼬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남편의 머리가 뜨거웠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다즈꼬는 서둘러 체온계를 가져다 그의 겨드랑이에 꽂았다.

《왜 이다지 부산을 피우오?》

《글쎄 당신의 머리가 불덩이같아요.》

다즈꼬는 연방 근심을 터치며 남편을 침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체온계를 뽑아 살폈다. 아닐세라 고열이였다.

다즈꼬는 서둘러 전화로 의사의 왕진을 청했다.

급히 래방한 그 의사는 일거일동이 침착한 중년의 사나이였다. 그는 직업적인 관례에 따라 검진법을 다 적용하며 환자의 병세를 깐깐스레 추적해나갔다.

먼저 문진을 하였다. 언제부터 어떤 징후가 일어났는지 일일이 질문하는 한편 로학자의 얼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야스이 가오루는 의사의 물음에 간단명료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의 말에 조용히 응수하며 의사는 촉진, 타진을 한 뒤에 청진기를 이리저리 대여보면서 체내의 움직임을 한동안 더듬었다.

이렇게 세밀한 진찰을 하고난 의사는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겼다가 야스이부부를 돌아보며 웅글은 목소리로 말했다.

《려행기간 몸에 무리가 좀 생긴것 같습니다. 아직은 다른 증세는 보이지 않지만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당분간은 절대안정을 요합니다.》

진찰의 대상으로 된 당사자는 의사의 그 말에 침묵으로 대하고있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막상 이런 경우에 처하게 된것이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전에 당장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닌 그로서는 의사가 하는 소리를 귀담아듣게 되지 않았다. 들으면 병이요, 안들으면 약이라 하듯이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하는 심사가 갈마들면서 공연히 의사를 부른 안해의 소행이 은근히 마음에 거슬리기도 했다.

무슨 주사인지 한대 놓고난 다음 약봉지를 다즈꼬부인에게 넘겨주고서 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한번 당부했다.

《야스이선생님, 년세도 높으신데 건강에 각별히 주의를 돌리셔야 하겠습니다. 로년의 병이란 일단 생기면 손쓰기가 어지간히 곤난합니다. 부디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야스이 가오루는 조용한 어조로 의사에게 사의를 표했다.

다즈꼬부인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의사를 현관밖에까지 바래다주며 다시금 간절한 어조로 물었다.

《선생님, 다른 병세는 없는지요?》

《아직은… 그렇지만 앞으로 좀 두고보아야 알겠습니다. 한가지 념려되는것은 박사님이 저의 부탁대로 안정해주시겠는지 하는것입니다. 옆에서 사모님이 잘 지켜주십시오.》

이렇게 신중히 이르고난 그 의사는 변고가 있으면 곧 알려달라는 말을 남겨놓고 대기시켰던 자동차에 올랐다.

어느덧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졌으나 다즈꼬는 현관밖에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좀 두고보아야 알겠다.》고 하던 의사의 그 말이 그의 귀전에 노상 걸려있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것이다.

정녕 들으면 병이라더니 의사의 왕진이 있은 그날부터 야스이 가오루는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때때로 가는 신음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치군 하였다.

다즈꼬는 남편의 베개머리에서 한시도 떠나지 못하고 온 정성을 다하였다.

그사이 사도미 아즈시며 하시모또 스스무 등 여러 지기들이 병문안을 왔었다.

의사의 처방과 안해의 극진한 간병이 효력을 나타냈는지 야스이 가오루는 나흘째 되는 날 침상에서 일어날수 있었다.

건강이 다소 회복되자 그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외출차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이런 남편의 거동을 알아차린 다즈꼬 부인이 재빨리 달려와 그의 몸을 부축하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보, 아직은 바깥출입을 삼가하는것이 좋지 않나요? 그러다 또…》

《무슨 소릴 하오. 사람이란 오래 주저앉아있으면 기력을 잃고마오. 항상 움직여야 하지. 하물며 이 좋은 계절에 집안에 노상 박혀있다는게 얼마나 가련한 노릇이겠소.》

야스이 가오루는 안해의 심정을 알고도 남았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얼굴에 활짝 미소를 피워보였다. 이런 남편의 강인한 성미앞에서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다즈꼬였다. 그러나 이제는 할 소리는 해야 하였다.

《그래도 의사의 말도 들으셔야지요.》

《물론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겠지. 그렇지만 건강이 회복된 이상 안정이 무슨 소용이겠소. 나에겐 보다 운동이 약이란 말이요. 더는 내 걱정은 하지 마오.》

야스이 가오루는 현관마루를 내려서며 부축하는 안해의 손을 자기 몸에서 다정히 떼여놓았다.

다즈꼬는 그의 고집을 더는 꺾을수 없었다.

정원에 나타난 주인을 발견하고 애견 유리가 쏜살같이 달려와 그의 다리에 휘감겨들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그 짐승의 어리광을 고스란히 받아주며 한동안 마당가에 선채 머리를 곧추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초여름의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그 고운 하늘에 충만된 공기가 이 아침따라 유별히 신선하고 감미롭게 느껴지면서 대번에 온몸에 기운이 뻗치였다. 병을 물리쳤다는 기분탓인지 온몸이 거뿐한듯싶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노을이 찬란히 비껴있는 동녘하늘가에 자기의 간절한 심사를 부치듯 중얼거렸다.

《가만있자, 이제 앞으로 그날까지 얼마나 남아있더라?… 안되겠다. 부지런히 뛰여야 하겠군. 다시는 이런 꼴을 당하지 말아야 하지.》

그날이란 바야흐로 도래할 9월의 중대한 한 행사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그것은 야스이 가오루가 그간 그렇게도 바라며 노력한, 여러 나라 동지들과 함께 마련해온 평양에서 열릴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토론회였다.

진정 그날을 위해서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 뜻깊은 연단에서 할 토론원고도 써야 하였고 또한 그날의 빛나는 결실을 안아올 대책들을 하나하나 드팀없이 진척시켜나가야 하였다.

이런 생각에 골몰하며 야스이 가오루는 어느덧 곁에 바싹 묻어다니는 유리를 데리고 산책의 걸음을 놓아나갔다.

한동안이나 바깥바람을 쏘이고나서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로학자는 국제전신으로 리마를 찾아 까르네르 체까와 전화를 교환하였다.

뻬루의 수도 리마의 밤이 깊었다.

헤나로 까르네로 체까는 타자에 몰두하던 나머지 안해 마루하가 서재안으로 들어서는것도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이제 며칠후에 있을 라틴아메리카적인 학술토론회에서 할 원고를 정리하는중이였다.

급히 전해야 할 일이 생겨 불쑥 방안에 뛰여든 마루하였으나 막상 일에 한창 열중하고있는 남편을 대하자 입이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다가 알릴수는 없었다.

마루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남편의 곁에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여보, 도꾜에서 전화가 온대요.》

그제서야 체까는 타자치던 손길을 멈추고 안해를 돌아보았다.

《뭐라구? 도꾜에서…》

《그래요. 방금 국제전신국에서 알려왔어요.》

마루하는 거듭 뇌였다.

체까의 크고 시원한 두눈이 금시 휘둥그래졌다.

처음 당하는 일이 아니여서 놀라울것은 없었으나 그는 저절로 흥분이 앞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체까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나라와 깊은 인연을 맺고있는 몸이였다. 그런 연고로 그간 전화로도 여러번 련계를 취해왔다.

체까는 시간을 보았다. 밤 12시를 훨씬 넘어섰다. 동방의 그 나라는 지금 한낮의 시작일것이다.

그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전화기가 있는곳으로 갔다.

일본의 어느 누구에게서 오는 전화일가?

먼저 떠오른것은 야스이 가오루였다. 근래에 와서 그와는 전화와 서신으로 자주 접촉해오는터였다. 그만치 둘사이는 가까왔다. 더우기 그들의 관계를 한층 두터이하게 한것은 조선을 통해서였다. 국제회의들에서 서로 수차 만났으나 몇해전 평양에서의 상봉이 두 사람의 뉴대를 보다 깊고 각별한것으로 만들어주었다.

이토록 소중한 추억을 불러일으켜주는 조선이 체까에게는 언제나 정답게 안겨오는 그리운 고장이였다.

그는 신호종이 울리기를 초조히 기다리며 전화기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이런 경우에 남편의 심정을 모르는 마루하부인이 아니였다.

그 녀인은 옆에서 고요한 눈빛으로 흥분에 달아있는 남편의 길쑴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조이다가 의자를 들고와서 권했다.

《앉아서 기다리세요. 이제 걸려오겠지요.》

안해의 그 말에 잠시 침묵으로 대하던 체까는 의자에 앉으며 저으기 감회에 젖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일본에서 조선은 한 바다사이지. …우리가 평양에 다녀온지 이젠 얼마나 되였소? 몇해 잘된것 같군. 참, 세월도 빠르기란…》

《정말 그래요. 그때 리마는 겨울철이였지만 평양은 가을이였어요.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더군요.》

마루하는 사계절을 즐길수 있는 조선의 수려한 자연과 풍토가 새삼스럽게 눈앞에 아물거려 동경어린 감탄이 저절로 나갔다.

남아메리카대륙에서 브라질, 아르헨띠나 다음으로 큰 뻬루는 절기의 계절이 뚜렷치 않았다. 열대권에 속하는 이 나라의 절기는 대체로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여름철이고 6월부터 11월에 이르는 기간은 겨울철이였다. 하기에 안데스산줄기를 따라 6 000m를 넘는 산악들이 수없이 솟아있는 그 나라의 높은 산봉우리에는 사시절 언제나 흰눈이 하얗게 덮여있었다.

마루하는 남편 체까와 동행하여 이미 조선에 세차례나 다녀왔었다. 한번은 봄이였고 다른 두번은 가을이였다. 자기 조국에서는 도저히 향유할수 없는 그 정서 풍만하고 황홀한 계절을 녀인은 무시로 그리워하며 아름다운 추억에 잠기기가 일쑤였다.

마루하 역시 남편 못지 않게 전화의 상대가 궁금하게 여겨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난로곁에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난로불이 빨갛게 피여있는 방안은 훈훈했다.

8월도 이제 앞으로 며칠밖에 남지 않았으나 리마의 밤은 련일 추위가 지속되고있었다.

두 사람이 똑같이 저네들이 보고 온 이국의 풍토를 그려보는듯 방안에는 한동안 정숙이 깃들었다.

그들이 방금전에 회상한것처럼 체까부부는 지난해 6월 조선을 다녀왔었다.

그것이 체까에게는 그 나라에 대한 4번째의 방문이였으나 마루하는 세번째였다.

그 수차의 래왕기간 그들 부부는 경애하는 김일성주석의 접견을 두번이나 받는 영광을 지니였다.

그날의 일들이 언제나 뇌리에 소중히 간직되여있는 체까는 때때로 흥분속에서 그 행복한 날들을 회억하군 했다.

조선의 이웃나라 일본에서 오는 전화를 기다리는 이 시각에도 체까는 자연히 온 마음으로 옛 일을 더듬게 되였다.

체까가 조선에 대하여 보다 새롭게 인식하게 된것은 전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은 뒤로부터였다.

1968년 1월 조선중앙통신은 인민군해병함정들이 원산앞바다의 령해에 깊이 침입한 미국의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를 나포한데 대하여 보도하였다.

그 사건은 일시에 세계를 들끓게 하였다.

미국대통령 죤슨은 긴급《국가안전회의》를 열고 《푸에블로》호가 공해상에 있었다고 새빨간 거짓말로 생억지를 쓰면서 이 사건을 유엔에 끌고가는 한편 보복을 가하겠다고 조선을 위협해나섰다. 윁남전선으로 달리던 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와 함께 제7함대의 함선들로 무은 《기동함대》들이 경황없이 함수를 돌려 조선해역에로 급파되였다. 조선에 대한 《최후통첩》을 내린 워싱톤정부는 《나토》성원국과 지난 조선전쟁참가국들의 군대까지 끌어내여 참전시키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는 한편 남조선주둔 미군과 《국방군》에게 비상경계태세하에 있도록 명령을 하달하였다.

이렇듯 미국은 조선동해와 서해로부터 대무력의 포위진을 치면서 조선을 일격에 굴복시킬 태세로 달려들고있었다.

세계가 손에 땀을 쥐고 그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였다. 《초대강국》이라는 미국의 이 횡포한 도전앞에서 조선은 과연 무엇을 할수 있으며 어떻게 나올것인가?

그무렵 체까는 신문기자의 남다른 감각과 판단력으로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 장차 벌어질 조선반도의 정세진전이 몹시 우려되여 초단파다이얄을 열심히 돌리며 한시도 라지오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의 광란적인 도전과 대무력의 위협속에서 조선이 겪고있을 처지가 치명적이라고 생각되기때문이였다.

그런 긴장한 나날이 한주일도 썩 지난 뒤였다.

2월도 초순에 들어선지 며칠 안되는 어느날이였다. 평양의 단파 방송은 세상사람들의 상상과 우려를 뒤집고 초월하는 실로 놀라운 선언을 세계만방에 날렸다.

오랜 기자생활을 해온 체까로서 그런 연설을 청취하기는 처음있는 일이였다.

그것은 핵폭탄에 비할바 없이 위력한 그야말로 폭탄선언이라 할수 있었다.

체까는 심장의 세찬 박동을 한손으로 지그시 누르며 온 정신을 라지오의 흐름에 집중시켰다.

김일성동지께서 연설하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매우 여유있고 확신에 찬 침착한 어조로 단순한 사건을 평가하시듯이 미제의 날강도적인 행위를 준렬히 단죄하시면서 그들이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침략전쟁을 일으킨다면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대답》할것이라고 엄숙히 선언하시였다.

강철의 의지와 산악같은 기백이 줄기차게 넘쳐있는 말씀이였다. 그것은 희세의 백전로장이 밀려드는 적의 무리를 향해 우뢰같은 호령으로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경고장과 같았다.

체까는 그만 격동에 못이겨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웨치고 또 웨쳤다.

그 야수성과 파렴치성에 치를 떨면서도 누구도 감히 말을 못하는 침략의 원흉 미제를 세계의 면전에서 그 누가 이토록 호되게 후려친 일이 있었던가! 세계력사상 이보다 더 놀랍고 위력한 선언은 있을것 같지 않았다.

(아, 위대하신분이다! 무비의 지략과 담력을 겸비하신 불세출의 령장이시다!)

체까는 흥분에 못이겨 단숨에 론설을 썼다.

조선의 위용에 대하여 자기나름의 주장과 견해로써 감동을 표명했다.

체까만이 쓴것이 아니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연설은 온 세상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도처에서 출판보도계가 서로 앞을 다투며 특정기사를 날렸다.

체까는 그 모든 목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목해 보고들었다.

서방의 한 출판물은 이렇게 쓰고있었다.

《…김일성수상께서는 굽히지도 않으셨으며 양보하지도 않으셨다. 그이께서는 간첩선을 파견한자들이 응당히 사죄해야 한다는 립장을 확고히 견지하고계신다. 조선인민의 수령의 이 확고성에는 일련의 웅변적인 요인들이 내포되여있다. 그것은 첫째로 그이의 비범한 능력이다. 그이께서는 명철한 지혜, 예리한 통찰력과 함께 강철의 의지를 소유하고계신다.

그이께서는 군사정세와 정치정세를 제때에 통찰하시고 필요한 결심을 내리신다. 그이께서는 지난날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에서와 미제를 반대하는 투쟁에서도 이처럼 활동하시였으며 또 활동하고계신다.

그이께서는 전략적인 판단력과 령활한 전술적인 집행력을 소유하고계신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은 그이의 령도하에 능란한 솜씨를 발휘할수 있었고 결국 그것은 조선인민에게 승리를 보장하였던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김일성수상의 업적들은 침략자와 략탈자들을 꺼꾸러뜨리기 위하여 무장을 들고 싸우고있는 모든 인민들이 연구하여야 할 모범이라고 칭송하고있다.》

또 다른 한 출판물에는 《위대한 조선인민이여!… 당신들은 지난 시기에도 지금도 위대하고 훌륭하다! 당신들의 의지는 위대하고 당신들의 타격력은 강하고 당신들은 매우 훌륭하다. 당신들이 바로 미제에게 패배와 수치를 준 인민이다.》라고 커다란 경탄과 열렬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토로하고있었다.

그들이 일치하게 쓴것처럼 미국은 그해 12월 조선인민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네가 범한 침략행위에 대하여 사죄하였을뿐아니라 다시는 그런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것을 담보하는 사죄문에 서명하지 않았던가.

체까는 이때로부터 조선에 대하여 부쩍 관심하게 되였고 재인식하게 되였다.

그토록 당당하고 긍지높고 용감한 그 나라의 힘의 원천이 어디서 솟아나고있는가를 알고싶었다. 그리하여 조국의 명예를 지켜나가는 영웅의 나라 인민에 대하여, 특히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글을 쓰고 세상에 널리 전하고싶은 욕망이 솟구쳐올랐다.

그의 이 간절한 희망은 얼마 안있어 성취되였다. 그 이듬해 9월 평양에서는 반미세계기자대회가 있었다.

체까는 기자의 신분으로 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조선으로 갔다. 그것이 그가 이 나라의 땅을 밟게 된 첫걸음이였다.

반미세계기자대회는 인류공동의 원쑤 미제국주의의 침략을 반대하는 전투적이며 혁명적인 기치밑에 처음으로 열리는 전세계 반제적 기자, 언론인들의 력사적인 회합이였다.

그 개막회의의 연단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대회를 축하하시여 《5대륙의 진보적기자들은 혁명의 필봉을 높이 들고 미제를 준렬히 단죄하자》라는 력사적인 연설을 하시였다.

체까는 그날 《푸에블로》호사건으로 온 세상이 들끓던 그 사나운 격랑을 한가슴으로 막아 단호히 밀어내신 희세의 위인이신 김일성주석의 모습을 비로소 처음 대하고 감격을 금치 못하였었다.

그후 그는 안해 마루하와 함께 조선을 세번 방문하였다. 이러한 실지 체험과 견문에 기초하여 체까는 오래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써오던 글을 마침내 완성할수 있었는데 《조선-쌀과 강철》이 바로 그것이였다.…

기다리던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 울림은 방안의 정숙을 순식간에 흔들어깨우며 체까부부로 하여금 현실로 돌아오게 하였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것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까는 성급히 송수화기를 들었다.

교환수의 고운 목소리가 도꾜에서 오는 국제전화라는것을 알려주었다.

잠시후 그 머나먼 나라와 결속되였다.

체까는 긴장해지는 자신을 진정하며 먼저 이쪽을 소개했다. 이어 상대의 류창한 영어 말소리가 수화기를 울리며 들려왔다.

《저는 일본의 야스이 가오루올시다.》

귀에 익은 그 소리에 체까는 반가운 나머지 저절로 목청이 커졌다.

《아니, 박사님이 어떻게?!…》

서로 그간의 안부가 한동안 오고간 뒤 야스이 가오루는 찾은 용건을 자세히 말했다.

체까는 그의 진지한 설명에서 그 취지를 대뜸 알아차리고 흔연히 호응하며 일일이 긍정해나섰다.

《국제적인 학술연구단체를… 녜, 녜. 알겠습니다. 대찬성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던중이였는데… 야스이박사님은 언제나 선구자이시군요. 허허… 적극적으로 추진시키겠습니다.》

체까는 경황없이 말하면서도 그의 제안에 전적인 공감을 표명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것을 위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의견을 한동안 호상 교환하여 일치하게 합의에 도달한 후 끊어졌다.

지금까지 내내 남편의 곁에서 그들의 대화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있던 현숙하고 민감한 마루하가 전화기앞에서 돌아서는 체까에게 얼른 말을 건네였다.

《야스이박사님이시죠?》

《그렇소. 바로 그분이요.》

마루하는 아직은 야스이 가오루와 면식이 없었으나 남편과 자주 서신거래를 해온터여서 그 이름만은 벌써부터 친히 익히고있었던것이다.

《그분께서 아주 훌륭한 발기를 하셨군요.》

《참으로 중대한 문제요. 그러한 조직체가 나오기를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기다려왔소. 마루하, 우리 그 조직의 빛나는 탄생을 하루빨리 안아오기 위해서도 현재 준비중에 있는 회의를 착실히 진척시켜나갑시다.》

남편 체까의 그 말에 아름다운 눈을 빛내며 응대하는 마루하의 얼굴에는 난로의 불빛을 받아서인지 이밤따라 유난히 홍조가 곱게 비껴있었다.

그로부터 십여일후 리마의 한 대회장에서는 미주국가들에서 모여온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헤나로 까르네로 체까의 주도하에 라틴아메리카나라들의 첫 주체사상토론회가 성과리에 진행되였다.

1977년, 그해 조선의 가을은 유난히도 해빛이 찬란하였다.

황금이삭이 금파만경을 이루며 설레이는 전야마다에는 풍년가을을 하는 사람들의 노래소리와 어울려 경쾌한 농기계의 동음이 울려퍼지고있었다.

이 풍요한 수확의 계절에 평양에서는 주체사상국제토론회가 련일 성대히 진행되고있었다.

《안따나나리브선언》에 따라 열린 그 회의는 5대륙의 73개 나라와 4개의 국제기구에서 온 89개의 당, 정부 대표단, 광범한 사회계 대표들이 참가한 실로 력사상 최대규모의 행사였다.

야스이 가오루를 단장으로 하는 일본주체사상연구학술대표단도 례외없이 그속에 망라되여 연단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를 열심히 경청하고있었다.

회의는 첫날부터 열기띤 토론의 련속으로 참가자들의 심장을 완전히 틀어잡고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야스이 가오루는 지난날 많은 국제회의에 초대되거나 또한 그자신이 국제회의를 조직한바도 있었으나 이렇듯 열화같은 분위기와 열렬한 동지애가 넘쳐흐르는 회의를 본적이 없었다.

더우기 남조선대표단 단장의 연설은 참가자들에게 격동적인 감흥을 안겨주었다.

그는 각양각색의 반동적인 사상조류들이 어지럽게 범람하는 남조선의 부패한 사회풍토에서도 위대한 주체사상, 김일성주의는 어둠을 헤치고 휘황한 광명을 비쳐주는 찬란한 해발로 빛나고있다고 힘주어 말하고나서 남조선인민들이 곤난속에서도 래일에 대한 희망과 락관에 넘쳐 싸워나가고있다는것을 력설한 다음 한층 격조높이 자기 토론을 맺었다.

《영생불멸의 주체사상, 위대한 김일성주의가 우리의 앞길을 휘황히 밝혀주고 북반부형제들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전세계 혁명적인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성원이 있는 한 우리의 혁명투쟁은 반드시 최후의 승리를 이룩하고야말것입니다.》

순간 장내는 떠나갈듯 한 박수로 충만되였으며 남조선대표가 연단에서 내리자 수많은 참가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악수하며 포옹하는것만으로도 부족하여 나중에는 목마를 태워 장내를 돌았다.

하나의 기치밑에 어깨겯고 싸우는 사람들의 동지로서, 전우로서의 사랑과 련대성의 열정이 폭발하였던것이다.…

아시아의 한 대표는 사람중심의 정치학설, 주체사상을 창시하신 김일성주석에 대한 다함없는 흠모와 존경심에 북받쳐 그이를 《평화와 단결의 구세주》로, 《인간존엄의 상징》으로, 《세계질서의 창시자》로 높이 칭송하였다.

의장단상에 앉아 그 모든 토론과 광경을 주의깊게 바라보며 청취하는 야스이의 가슴은 크나큰 감격과 흥분으로 끓어번졌다.

연탁을 두드리며 열정을 토하는 대표들의 토론, 《김일성, 주체》, 《주체, 김일성》의 웨침소리로 끓어번지는 대회장…

언어와 피부색은 달라도 하나의 공통된 목소리로 주체사상만세를 부르는 그 감격적인 광경을 바라보며 그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저 웨침, 저 환희는 력사밖에 밀려났던 자기들을 세계의 주인으로, 힘있는 존재로 내세워준 위인과 그의 사상에 대한 찬가가 아니겠는가. 정녕 주체사상은 세계를 틀어잡고 세계를 움직이고있다!)

그는 그 위대한 진리의 신봉자로서의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새로이 가슴뿌듯하게 느끼며 시대앞에 지닌 자기의 의무와 사명감을 다시한번 깊이 자각하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누를수 없는 충동을 안고 연단에 나섰다.

《…이 보편적진리를 언제나 근로인민대중의 혁명적실천과 밀접히 결부하여 발전시키며 구체화해나가는것은 진리를 사랑하는 과학자들의 영광스러운 임무입니다.

나는 일본인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 동지들, 벗들과의 련대성을 굳게 하면서 이 영광스러운 임무를 용감히 그리고 착실히 수행해나갈것을 마음속으로부터 념원하고있습니다.》

그 념원, 그것은 인간해방의 환호가 온 인류의 심장의 웨침이 되여 지구를 장엄하게 울릴 그날에 부치는 그의 열망이였던것이다.

많은 대표들이 앞을 다투며 연단으로 나섰다.

헤나로 까르네로 체까는 자기 토론을 마치면서 《우리들은 반드시 희망찬 세계, 주체의 세계를 펼쳐놓고야말것입니다.》라고 격조높이 소리쳤다.

그리고 연단에서 내려서더니 곧추 야스이 가오루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회의장이라는것도 잊은듯 그를 와락 포옹하였다.

그리하여 말없는 속에서 회의가 성과리에 진척되는것을 서로 몹시 기뻐했다.

오늘을 위하여 바쳐온 노력의 보람을 뜨겁게 받아안은 희열이였던것이다.

토론회의 마지막 날, 세계 인민들의 절절한 념원을 반영하여 야스이 가오루의 발기와 참가자들의 열렬한 제의로 국제적인 주체사상연구조직을 내올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진정 그 결정은 현세기가 일찍부터 바라마지 않던 소망이였다. 그것이 드디여 실현된것을 국제토론회가 엄숙히 선포하였다.

순간 회의장은 《위대한 주체사상만세!》의 폭풍같은 환호성으로 진감하였다.

그 열화같은 환호속에서 이어 이 사업을 추진시키기 위한 헤나로 까르네로체까를 비롯한 9명의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였으며 그 위원장으로는 야스이 가오루가 천거되였다.

위원들이 야스이 가오루를 둘러싸고 저마다 축하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도 헤나로 까르네로 체까는 각별히 그의 손을 오래도록 잡고 놓지 않았다.

《야스이선생, 전에 나에게 전화를 하던 일이 생각나십니까? 도꾜에서 리마로 말입니다.》

체까의 물음에 야스이 가오루는 뜻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때? 생각나구말구요.》

《바로 그날의 우리들의 꿈이 오늘은 완전히 현실로 되지 않았습니까. 나는 대단히 기쁩니다!》

전에 없이 수다를 부리며 동심같은 희열에 싸여있는 체까의 모습을 바라보는 야스이 가오루의 두눈은 물기에 어려 무시로 안경알이 번뜩이였다.

그도 한없이 기뻤다. 행복하였다. 하면서도 한편 어깨가 무거웠다.

(과연 내가 인류해방사에 기록될 그 거창한 사업을 감당해낼수 있을가?)

그러나 그는 마음을 굳게 가다듬었다.

《체까선생!》하고 야스이 가오루는 새삼스럽게 부르며 말했다.

《나는 이 성스러운 중책을 지니게 된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내 비록 칠순의 몸이지만 위원들의 신임에 보답하기 위하여 있는 정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십시오.》

그는 자기 신병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밖인듯 이렇게 불같은 결의만을 다졌다. 사실상 그는 평양으로 떠나오기 며칠전까지만 하여도 병상의 몸이였었다.

그전날 해외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안에서 복부에 일어났던 그 야릇한 징후가 다시 재발하였던것이였다. 헌데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씻은듯이 사라지고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될만치 온 육신에 기운이 뻗치는것을 느끼고있었던것이다.

어느덧 귀국할 날이 박두하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떠나기에 앞서 위대한 주석님을 다시한번 뵙고싶은 심정이 간절하였다.

금번 대회기간 여러 나라 대표들과 함께 그이를 모시고 기념촬영도 하고 연회에도 참석했던 야스이 가오루였으나 이제 며칠후면 조선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이가 못견디게 그리워졌다.

더우기 머지 않아 탄생하게 될 국제기구의 사명과 성격, 그 활동 내용 등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경애하는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아안고싶은 심정을 덜을길 없었다.

헌데 이러한 그의 소망을 헤아리신듯 수령님께서는 쾌히 로학자를 만나주시였다.

《조선은 맑은 아침의 나라》라고 이 나라를 다녀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그 말속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가 함축된 소박한 언어로써 표현되여있는데 그러한 감정은 자기의 두손으로 뛰여난 지혜와 노력을 바쳐가며 변혁을 이룩해가는 이 나라 인민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접한 사람들만이 지닐수 있는것이였다.

진정 조선의 아침은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그러나 그것이 비단 한정된 시각에만 맛볼수 있는것이 아니라 낮이나 밤이나 이 땅에서는 언제나 향유할수 있는것이였다.

그날은 그런 느낌이 더 들었다. 한낮의 옥류교를 지나 한 초대소를 향해 달리는 승용차에 앉아 평양의 무르녹은 가을전경을 바라보는 야스이 가오루의 심정이 바로 그러했다.

숭엄하고 찬연한 만경대, 높이 솟은 모란봉, 위엄있는 대성산, 갖가지 화초와 수목으로 뒤덮여있는 대동강반의 유보도와 유원지… 어디라 할것 없이 청신한 기운에 충만되여있었다.

그 모든것이 오늘따라 한층 그에게는 유별한 정회를 불러일으키며 가슴을 설레이게 하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조선을 세번째로 방문하였다. 그리고 세차례나 김일성주석을 만나뵈왔었다. 모란봉경기장에서와 사회과학자대회에서였다. 비록 그것이 짧은 한순간의 일이였으나 그에게는 영원히 잊을수 없는 귀중한것이였다.

그러나 바야흐로 목전에 다가오는 영광의 시각은 이제까지 그에게 차례졌던 그 날들과는 보다 뚜렷이 구별될 커다란 사변으로 될것이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그 시각의 한순간한순간을 어떻게 받아안을것인가 진정할길 없는 흥분속에서 생각하며 사뭇 긴장되여 있었다. 그는 얼마전에 국제기구창설과 자기의 학술연구에서 미흡하게 생각되는 몇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가르치심을 받고저 주석님께 서면질문을 올렸었다.

간절한 마음에 못이겨 용단끝에 한 일이였으나 그는 자신의 신중치 못한 소행을 곧 후회하지 않을수 없었다.

(내가 너무 외람되게 행동하지 않았는가, 한갖 외국인학자로 그런 소청을 드렸으니 주석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가.)

어리석게 저질러놓은 일을 두고 그는 련일 가슴조이고있었다.

헌데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그 소청을 쾌히 수락해주시고 친히 만나주시겠다고 하셨으니 어찌 지금 그의 격정이 이만저만이 아닐수 있으랴!

야스이 가오루는 자기의 소원이 이렇듯 몇배로 성취되여 위대한 수령님을 직접 만나뵈옵고 귀중한 가르치심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던터여서 이 시각 진정 모든것이 꿈만같이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이께서 9월의 국경절을 축하하여 찾아온 수많은 외국인사들과도 만나셔야 하는 그 다망하신속에서도 불러주시였으니 죄송한 마음도 컸다.

지금 조선은 온 나라가 공화국창건을 기념하는 경축일색으로 들끓고있었다.

승용차는 가없이 높고 푸른 하늘이 비껴있는, 해빛에 수억만 구슬알이 반짝이는 대동강의 청청한 흐름을 따라 한동안 달리다가 나무들이 우거진 록음짙은 도로로 들어섰다. 그길의 좌우 화단에는 홍도화, 등나무꽃, 두봉화 등 철따라 피는 꽃들이 울긋불긋 만발해있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차가 멎고 리중엽부원장이 문을 열며 어서 내리자고 하는 소리에 무아경에서 깨여나 정신을 가다듬으며 승용차밖으로 내려섰다. 순간 그는 깜짝 놀라며 못박힌듯 굳어져버렸다.

언제나 경모해마지 않던 김일성주석께서 이미 초대소의 현관문밖에 나와계시였던것이다.

야스이 가오루는 경황없이 그이의 앞으로 달려갔다.

김일성주석께서 마주 다가오시였다.

그는 깊이 머리숙여 인사를 드리였다.

《야스이선생, 이게 얼마만입니까.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로학자와의 만남을 기뻐하시며 그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그러시고는 몇해전에 잠간 만나셨던 일을 회고하시며 그의 손을 잡으신채 그간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으시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그이의 너무나도 살뜰한 말씀을 접한 순간 급기야 온몸을 휩싸는 격정으로 두서없는 대답밖에 드릴수 없었다.

그는 애써 자신을 다잡으며 시선을 모아 위대한 수령님을 우러러 보았다.

다섯개의 단추가 달린 닫긴 회색양복을 입으신 수령님의 옷차림은 예나 다름없이 검소하고 단정하신데 그이의 빛나는 안광에는 변함없는 정력과 확신이 넘쳐있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마음속에 간직했던 인사의 말씀 한마디도 변변히 올리지 못한채 드디여 눈물을 머금고 수령님의 손을 새삼스럽게 굽어보며 그 따뜻한 온기가 자기 체내에 속속들이 스며드는것을 느꼈다.

줄곧 인자하고 상쾌한 미소로 대해주시는 위대한 수령님, 그이의 손길의 뜨거움속에서 야스이 가오루는 한순간에 불현듯 많은것이 돌이켜졌다.

이 위대한분의 이 손에 의하여 얼마나 거대한 업적이 이루어졌는가!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바로 이 손으로 자주의 길, 인간해방의 강력한 무기로 된 로작들을 집필하셨고 조선의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대강을 작성하셨다. 그리고 이 손을 높이 드시여 미일제국주의를 격멸하는 승리의 길을 밝히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이 따뜻한 손으로 조선인민을 행복에로 이끄시였고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였으며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들과 허물없이 마주앉으시여 그들과 나라의 번영과 진로를 의논하시면서 인민들과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어오시지 않았는가.…

그 다함없는 사랑이 맥맥히 어려있는 수령님의 손길을 끓어오르는 감격으로 새로이 되새겨보며 야스이 가오루는 몸소 그이께서 안내하여주시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자리에 앉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담배를 권하시며 그사이 건강했는가고 거듭 물으시였다.

그 물으심에 로학자는 그 어떤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가슴이 뿌듯해올라 잠시 주저하며 눈시울을 쪼프렸다.

만나뵈올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범상치 않게 안겨오는 그이의 한없는 인간애에 넘친 기품에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고 순결하게 정화시켜주는 새벽빛같은것을 무상 받아안게 되는 야스이 가오루였다.

그는 어버이앞에 선 아이처럼 맑은 목소리로 대답을 드렸다.

《저는 아주 건강히 지내고있습니다. 이것도 주석각하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당익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야스이선생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수령님께서는 여전히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가득 어린 안광으로 로학자를 정답게 바라보시였다.

한 외국인학자의 건강을 그처럼 크게 관심하시는 수령님의 대해같은 은정을 받아안은 순간 야스이 가오루는 그만 뜨거운것이 왈칵 북받쳐 올라 백발의 머리를 푹 수그렸다.

(늙을수록 기력이 더욱 씩씩해진다고 〈로당익장〉이라 하시며 그토록 기뻐해주시다니…)

그는 난생처음으로 크나큰 사랑의 품에 안긴 뜨거움을 억제하지 못한채 천천히 머리를 들어 말씀을 드렸다.

《주석님,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금번 회의에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건강상의 불안을 가지고있었습니다. 그런데 평양체류중 의외에도 신체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나먹은 저의 신체에 새로운 힘이 솟구쳐올랐습니다. 이것은 신비적인 기적인것은 아닙니다. 주석님의 따뜻한 배려와 고무 그리고 국제토론회에 차고넘친 불멸의 주체사상의 생활력과 그 뜨거운 숨결이 저의 신체에 작용하여 이러한 변화를 일으켰던것입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그의 창창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저으기 감동을 받으신듯 하였다.

《나는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토론회장에는 가보지 못하고 텔레비죤으로 야스이선생이 정열적으로 연설하는것을 보고 매우 감동되였습니다. 선생이 나이는 많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정열이 더 있습니다.》

늙을수록 동심이라고 70고령의 야스이 가오루는 그이의 칭찬에 기쁨을 금치 못한 나머지 더욱 심기가 뻗쳐 말문을 닫지 못했다.

《〈60청춘, 90환갑〉이라고 하신 주석각하의 말씀대로 제가 환갑을 쇠자면 앞으로 20년이 있어야 하고 저의 〈장년기〉는 아직 10년이 남아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 말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더욱 즐거운 마음이 되시여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하시며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그이의 호탕한 웃음과 정애가 가득 어린 음성은 실내를 한층 밝고 화기에 넘치게 하였다.

강철은 불속에서 단련되듯이 정의를 위해 사색하고 심장을 태우는 인간이란 젊음을 잃지 않는 법이다. 인류의 진보를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에게는 로쇠가 있을수 없는것이다.

수령님께서는 한생을 인간해방의 길을 모색하며 꿋꿋이 살아온 이 로학자의 순결한 지조에 깊은 경의를 품으시며 훌륭한 외국의 한 벗과 우정을 맺게 된것이 못내 기쁘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깊은 심정을 다는 헤아릴수 없는 야스이 가오루는 그이의 다함없는 사랑앞에서 가슴이 뿌듯해옴을 느끼며 뜨거움이 넘친 어조로 말씀을 드렸다.

《주석님께서는 이번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토론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제토론회가 아주 잘되였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그이께서는 이번에 정권을 쥔 새로 독립한 나라들과 정권을 쥐지 못한 나라들에서 온 민주인사들과 당 및 정부대표단들이 자기 나라의 힘, 자기 나라의 특성에 맞게 일을 하여야 하겠다는 인식을 가지고 간것만도 커다란 성과라고 하시며 소감을 피력하시였다.

《나는 이번에 야스이선생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토론회에 참가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한데 대하여 만족하게 생각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진정을 담아 말씀하시며 로학자를 환한 미소로 바라보시였다.

그이의 과분한 치하의 말씀에 야스이 가오루는 더없이 황송함을 느끼며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졌다. 새 사조를 따르는 사회과학자로서 응당히 한 일을 두고 그처럼 따뜻이 평가하여주시니 뜨거움이 북받쳐오르기만 하였다.

그는 수령님의 다함없는 고무의 말씀에 한층 힘을 얻고 무랍없는 어조로 이번 국제토론회에서 대표들의 일치한 요망에 따라 주체사상국제연구소를 내올데 대한 문제가 결정되고 자기가 그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거되였다는것을 아뢰고나서 이와 관련한 가르치심을 받고싶다고 말씀드렸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로학자의 정력적이고 허심한 물음에 수령님께서는 몸을 가벼이 젖히시며 나직하나 뚜렷이 울리는 음성으로 이르시였다.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조직을 내온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술연구기관으로 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기구가 정치단체로 되여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수령님께서는 로학자를 향해 자신의 의사를 하나하나 표명하시였다.

우리는 주체사상으로 사람들을 깨우치고 각성시켜야 한다, 특히 발전도상나라들과 제3세계나라들에 있어서 이 사업이 중요하다, 앞으로 그들이 다 자주성을 지키고 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하면 제국주의가 더는 맥을 추지 못할것이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현 국제정세와 결부하여 상세히 이르시고나서 수령님께서는 한결 진지한 어조로 이으셨다.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조직은 폭넓은 사회지식을 제3세계나라들에 보급하는 사업도 잘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이와 함께 발전된 자본주의나라 로동계급속에 자주성을 고취하는 사업도 잘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새길수록 깊은 뜻이 안겨오는 귀중한 말씀이였다.

김일성주석의 명철한 가르치심에 접해서야 야스이 가오루는 비로소 이제 머지 않아 탄생하게 될 그 국제조직의 성격과 활동내용, 운영방침 등을 어떻게 규정할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한편 신심이 더한층 생겼다. 그의 마음은 천하를 틀어쥔듯 한없이 부풀기만 하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추호의 꾸밈새도 없는 너그럽고 현명한 가르치심에 야스이 가오루는 어느덧 긴장과 어려움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그는 그동안의 걱정이 공연한것이였다고 생각하면서 자기가 오랜 기간에 걸쳐 국제법학을 전공해온 사실과 알고저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한 가르치심을 받고싶다는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주체사상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참된 진리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얼마전에 주석각하께서 중국을 비롯한 유럽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시는 기록영화를 보고 각하께서 얼마나 높은 국제적권위를 지니고계시며 주체사상이 세계인민들속에서 얼마나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있는가를 잘 알게 되였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일조과련》의 동료들과 함께 그 기록영화에서 받아안은 커다란 감동을 말씀드린 다음 자기자신의 소신을 솔직히 말씀올렸다.

《말과 글은 때때로 과장할수도 있지만 사진기의 눈은 매우 정확하다고 봅니다. 기록영화들에 나타난 전례없는 열광적인 환영모습을 보고 저는 강한 충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령님께서 먼저 경의를 표시하시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그들이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준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환대해준것은 내가 뭐 특별한 존재이기때문이 아닙니다. 야스이선생도 알겠지만 지금 우리 시대는 자주성의 시대입니다.

세계는 자주성을 요구하고있습니다.

사회주의나라들은 더 말할것도 없고 제3세계나라들도 다 자주성을 위하여 투쟁하고있습니다.

그들가운데는 미신을 믿고 종교를 믿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 자주성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환대해주는것은 바로 우리가 자주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주체사상이 자주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있기때문입니다.

사실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은 생명과 같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자주성을 잃은 사람은 비록 목숨이 붙어있다 해도 죽은 몸이나 다름없다고, 자주적으로 살지 못하고 남에게 매여살아서 무슨 사는 보람이 있고 사람구실을 할수 있는가고 현 국제정세와 결부하여 구체적인 례를 들어 힘주어 일러주신 다음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혁명가들은 남의 노예가 되여 목숨을 보존하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는것을 더 영예롭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혁명을 하고 건설을 하는것도 결국은 사람들을 온갖 예속에서 해방하여 그들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시켜주기 위해서입니다.

야스이선생이 전공하는 국제법학도 응당 모든 나라와 민족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전투적인 학문으로 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비상한 감화력으로 사람의 심장을 틀어잡는 수령님의 한마디한마디의 그 말씀에서 로학자는 시야가 확 트이는듯 한 환희를 느꼈다.

오늘날 현시대가 자주성의 시대라는것이 자명한 일로 생각되기 쉽지만 그자신을 비롯하여 그 누구도 이에 대하여 뚜렷한 인식을 가지고있지 못하고있었다.

그러나 주체사상의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것을 분석하고 계발하여주시는 수령님의 가르치심은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본질을 마치 거장의 손에 들린 붓끝에서 세상만물이 순식간에 자태를 드러내듯 그가 미처 충분히 터득할수 없던 문제들을 선명하게 밝혀주었다.

국제정세에 대한 수령님의 정확한 분석과 판단도 다 주체적으로 파악하신데 기초한 필연적인 귀결이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가 야스이 가오루가 제기한 질문에 따라 조선의 통일문제, 조일관계문제 등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일화와 유모아를 섞어가시며 흥미진진하게 설명하시였다.

정녕 수령님과의 담화는 단순한 담화인것이 아니라 그이의 고결한 인품과 활동, 사물의 분석방법을 그대로 배워주는 매우 뜻깊고 귀중한 순간순간의 련속이였다.

로학자는 너무나도 소탈하고 허물없이 대해주시는 수령님의 크나큰 인정에 몸도 마음도 젖어들어 어려움도 잊고 서슴없이 또 물었다.

《주석각하께서는 우리가 사는 현시대를 자주성의 시대라고 밝히시였는데 이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 자주성의 시대라고도 하고 자주의 시대라고도 하는데 이 두 술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자주성의 시대나 자주의 시대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글을 쓸 때 자주성의 시대라고 하는 경우 그것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다시말해서 민족해방운동, 민족적독립운동, 로동운동 등을 다 포괄하여 론의할 때 쓰고 자주의 시대라고 할 경우에는 주로 국가적인 범위를 두고 씁니다.

그러나 먼저 이야기한것처럼 자주성의 시대나 자주의 시대나 별로 차이는 없습니다.

선생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이의 겸허한 물으심에 야스이 가오루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하고 선뜻 대답을 드리고나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평소의 자기 성미의 일단을 솔직하게 아뢰였다.

《저는 좋은 버릇인지 나쁜 버릇인지 모르겠습니다만은 언제나 말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쓰군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미소어린 얼굴로 그것은 좋은 습관이라고, 학자는 응당 그렇게 모든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그의 학구적태도를 치하해주시였다.

그리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야스이선생도 말한바와 같이 지금 세계는 자주성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요구합니다. 제3세계는 물론이고 제2세계라 할가 초대강국 다음가는 나라들도 역시 자주성을 요구하고있습니다. 자본주의나라들도 자주성을 요구합니다.

실례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나라들인 스웨리예, 노르웨이, 핀란드, 단마르크뿐아니라 조금 강대하다고 하는 카나다, 오스트랄리아, 프랑스, 이딸리아도 다 자주성을 요구합니다.

일본도 군국주의로 나가려고 하는 패도 있지만 미국의 예속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패도 많습니다.

선생도 아시지만 집권당인 자민당내부에는 〈아.아.라〉 즉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파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그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들도 주체를 요구합니다.

… … …

지금 시대는 주체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시대를 자주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주체사상을 주장한다고 하여 그러는것이 아니라 자주는 현시대의 요구입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알제리대통령이였던 부메디엔을 만나시던 때를 회고하시면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가 나보고 말하기를 지금 세계는 다 주체를 요구하고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체라는것이 조선말인데 국제적공용어로 무엇이라고 쓰면 되겠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체는 곧 자주이므로 지금 자주성을 요구하는 시대라는데 대하여서는 다같은 의견이라고 하였습니다.》

야스이 가오루는 현시대를 자주의 시대라고 보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론거에 거듭 깊이 공감하면서 주체사상의 견인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명확히 깨닫게 되였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주체사상은 어느 나라에나 다 요구되는 사상이다.

그것은 무엇때문인가?

누구도 그리고 어느 나라도 자주적으로 살것을 원하지 남에게 매여살기를 원치 않기때문이다.

바로 그러기에 주체사상은 언어와 풍습, 사상과 정견, 피부색의 차이를 초월하여 세계의 모든 대륙, 모든 지역에 급속히 파급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심장을 틀어잡고있는것이 아닌가.

인간의 모든 행동의 원점에는 그의 사상이 반드시 있기마련이다.

맑스의 유물론에 의하여 사람들이 모든 사회적사변들을 현실에 립각하여 분석할수 있게 되였듯이 현대사회현상의 원인을 알자면 력사의 주체이며 사회발전의 원동력인 인민대중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 그 필요성을 야스이 가오루는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김일성주석의 심오한 사색의 세계에 심취된 로학자는 흥분된 나머지 전후 불망하고 평소에 품었던 심중의 소청을 드렸다.

《주석각하께서 이 기회에 주체사상과 맑스-레닌주의의 호상관계에 대하여 좀 말씀해주실수 없겠습니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문제는 주체사상이 물질과 의식의 호상관계를 밝힌 맑스주의와 모순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것인데 내 생각에는 모순이 없다고 봅니다.》

수령님께서는 계속하여 사람중심의 세계관에 기초하고있는 주체사상은 유물론과 변증법의 원리를 전제로 하면서도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사람이 주인이며 세계의 변화발전에서 사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것을 밝혔다고 하시면서 이것은 물질이냐 의식이냐 하는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씀하시였다.

수령님의 사리정연하고 심오한 가르치심을 받는 야스이의 머리에는 새라새로운 물음이 련달아 일어나면서 스승앞에 선 학생처럼 의욕이 솟구치기만 하였다.

그이께서는 어떤 질문에도 시종 허심탄회하고 스스럼없이 친절하게 대하여주시였다.

이를데없이 숭엄한 감정에 휩싸인 야스이 가오루의 심장은 금시 밖으로 튕겨나올듯 세차게 박동하였다.

그는 지난날 수다한 정치지도자들을 찾아 얼마나 걸음을 놓아왔던가. 그러나 인류의 진보에 대하여 묻고 본받을만 한 경험과 조언을 주는 스승은 아무리 린방나라들을 돌아보아도 없었다.

그가 숭상하는 정치지도자의 모델은 인류력사를 규정할수 있는 보편적혁명사상의 창시자이고 보통의 용감성을 초월한 비범한 영웅이며 리론과 실천을 겸비한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여야 했다.

현세기에서 좀처럼 찾을수 없을것 같던 그러한 리상적인 출중한 령도자를 마침내 만나게 된 희열로 그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마구 달아올랐다.

《궁전》이 아니라 언제나 인민들속에 계시여 그들을 선생으로 대하시며 그들과 하는 격식없는 담화에서 보람을 찾으시는분, 어떤 복잡한 국제문제도 단번에 명철하게 해부하시고 본질을 발가내시는분…

(정녕 위대한 인간이시다, 위대한 평민이시다, 인류사에 전무후무한 걸출한 수령이시며 철학가이시다!)

력사가 아직 모르던 세계의 탁월한 령도자의 숭고한 풍모에 접하면 접할수록 야스이 가오루는 그이의 불멸의 사상을 온 누리에 빛발처럼 펴고야말 불같은 욕망이 솟구쳐오름을 금할수 없었다.

제기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현명한 가르치심을 받은 로학자는 더없이 만족하였다.

그런데도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허심한 어조로 그에게 말씀하시였다.

《앞으로 다시한번 오십시오. 그때 시간을 많이 내서 이야기를 좀 더 나눕시다.》

《고맙습니다. 저는 이번에 주석각하의 가르치심을 받으면서 주체사상의 원리와 구현에 대하여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연구사업과 투쟁에 큰 고무로 될것입니다.》

《야스이선생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나도 기쁩니다. 자주와 진보를 위한 선생의 고귀한 사업에서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절절한 어조로 외우시는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 외국의 한 학자와 맺어진 우정이 갈수록 깊고 두터워지는것을 새삼스럽게 뜨거이 느끼시였다. 한생을 자기의 조국 일본민중의 권익과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견인불발 헌신하여온 그 인간을 영원토록 동지로서 아끼고 여생을 보다 보람찬 길우에서 삶을 누려나가도록 지성을 다하고싶으시였다.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그와 헤여지기 아쉬우신듯 우리 포도주나 한잔 들자고하시며 로학자의 손에 친히 잔을 쥐여주시였다. 그리고 잔이 넘쳐나도록 술을 부으시며 거듭 당부하시였다.

《야스이선생, 부디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원래 술을 마실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경애하는 주석각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이 잔을 들겠습니다.》

야스이 가오루는 후들거리는 두손으로 정중히 술잔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눈앞이 온통 안개속처럼 뿌잇하여 축배잔을 가려볼수 없었다. 허울이 큰 백발의 성긴 머리를 짓수그리고 한동안 잔을 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묵묵히 서있었다.

《길》을 찾아 헤매여온 지난 생애가 뿌잇한 망막속으로 안겨오며 감회깊이 돌이켜졌다. 그토록 갈망해마지 않던 길우에 드디여 서게 된 오늘 야스이 가오루는 그 찬란한 상상봉에 올려 세워주신 위인의 은정을 다시한번 무상히 느끼며 마냥 벅차오르기만하였다. 행복하였다.

《어서 드십시오. 함께 잔을 비웁시다.》

수령님께서 하시는 인자한 그 말씀에 그는 가까스로 격정을 누르며 머리를 들더니 감미로운 향기가 풍기는 술을 단숨에 마셨다. 순간 그의 안경낀 두눈에는 뜨거운것이 번뜩이였다.…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크나큰 감동속에 보낸 시간은 진정 야스이 가오루가 영광과 행복, 사랑이라는 말의 참뜻과 진가를 비로소 터득한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것이였다.

김일성주석과의 접견을 마치고 초대소로 돌아온 야스이는 꽃이 만발한 넓은 정원을 명상에 잠겨 오래도록 거닐었다. 가슴에 꽉 들어찬 격정을 터치지 않고서는 못견딜것 같았다.

그이의 영상을 다시금 눈앞에 그려보며 시상을 더듬던 야스이 가오루는 한팔을 들어올리며 나직이 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친근한 조선의 벗들이여!

        그대들은 알아주리라

        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신

        위대한 김일성주석의 접견을 받은

        나의 감격 나의 기쁨

        얼마나 큰것이였는가를

        그이께서는

        고매한 지성과 덕성과 성품을

        한몸에 지니신분

        내가 한생을 탐구하여도

        풀지 못한

        학문과 정치의 어떤 문제들도

        스스럼없이 물을수 있는

        위대한 동지를

        드디여 뵈온 나의 기쁨

        한량없었네

        《위대한 동지!》

        이 말에

        한없는 흠모의 마음 담아

        부르고 또 불러보네

        …

최학성은 아침에 과학원을 떠나 평양으로 왔다.

대외문화련락협회 강민석부장으로부터 조선에 체류중에 있는 야스이 가오루가 면회를 청해왔다는 련락을 받고 온 최학성이였다.

그는 한달나마 과학자돌격대에 망라되여 량강도의 한 산간오지에 나가있었다. 텔레비죤중계탑설치를 위한 일로 해서였다. 헌데 머지 않아 프랑스 빠리에서 열리는 국제과학학술토론회에 참가하라는 통지를 받은 최학성은 며칠전 지방에서 돌아와 그 출장준비를 하던터였는데 마침 뜻밖에도 옛 스승과의 만남이 차례지게 되였다. 그는 이모저모로 즐겁기만 하였다.

강민석부장은 반가이 맞이해주었다. 그는 최학성에게 야스이교수가 류숙하고있는곳을 알려주며 직접 찾아가 만나도록 일렀다.

최학성은 그가 가리켜준대로 그 숙소를 찾아 떠났다.

한낮도 퍽 기울어져 가을빛이 짙어가는 오후였다.

최학성이 야스이교수를 만나본지도 이제는 몇해가 잘 되였다. 그는 그간 일본에서 스승의 활동에 대한 소식을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접해왔었다. 그러며 한층 존경심을 품고 교수를 생각하군 하였다. 이제 그 스승이 자기가 국제학술토론연단에 서게 된다는것을 알면 모름지기 몹시 기뻐할것이다.

최학성이 금번 그 토론회에 제출할 연구쩨마는 원자에네르기의 산업동력화에 관한것으로서 이미 조선학계에서 상당한 평가와 주목을 받고있는 문제였다.

그는 잠시후에 있을 사제간의 상봉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활기있는 걸음을 놓아나갔다.

그 시각에 야스이교수는 숙소의 정원을 깊은 사색에 잠겨 거닐고있었다.

엊그제 김일성주석의 접견을 받고 줄창 그날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었던터였는데 오늘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저작과 문헌을 리중엽부원장에게서 받고 아침부터 그것을 탐독하느라 내내 흥분상태에 있었다.

김정일동지의 저작들을 대하면 대할수록 그의 감동은 한없이 부풀었고 한편 새로운 사색의 세계에로 깊이 유혹하였다.

평이하면서도 범상치 않게 안겨오는 김정일동지의 로작의 구절구절은 그 어떤 새벽빛과도 같은 찬란한 광채를 발산하며 로학자의 마음을 한없이 깨끗하고 순결하게 정화시켜주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로작에서 비애와 염세, 극단한 개인주의를 고취하는, 세계에 대한 과학적리해와 혁명적변혁을 부정하는 부르죠아인간철학의 반동적본질을 낱낱이 발가내시고 세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해명하고 규정한 주체철학의 위력한 근본원리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론증하시였다.

이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생이란 어떤것인가 하는 순수 인간문제를 대상으로 오랜 기간 론쟁에 론쟁을 거듭하여온 철학관을 가차없이 일축해버린 선언이라고 할수 있었다.

지구상에 인류가 생존하기 시작하여 철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난지 수천년이 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을 세계의 지배자, 개조자로서 그 존재가치를 이토록 규정하고 높이 올려세운 철학가가 과연 어느 시대 어디에 있었던가.

로동계급의 혁명사상을 정식화하는것은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오직 수령에게 끝없이 충실하고 수령의 혁명사상을 가장 완벽하게 체현하고있는 수령의 후계자만이 할수 있는것이다.

김일성주석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을 주옥같은 명제와 철의 론리로 발전풍부화시키시는 김정일동지이시야말로 참으로 비범한 예지와 통찰력을 지니신 희세의 사상리론의 대가이시라는 생각이 이 시각 그의 온 심혼을 강하게 틀어잡고 놓지 않았다.

그의 머리속에는 이미 일본에서 접했던 그이의 로작의 한 구절이 새로운 감동으로 되새겨졌다.

《…맑스와 레닌이 내놓은 공산주의리론은 그들자신이 사회주의, 공산주의건설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였으며 또 그들이 처하였던 시대적, 력사적제한성으로 하여 매우 륜곽적이고 단편적인것이며 적지 않게 예측과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것이였습니다.

공산주의혁명리론은 김일성주의에 의하여 비로소 전면적으로 전개되고 체계화되였으며 전일적인 완벽한 과학적리론으로 되였습니다.

오늘 세계의 수많은 혁명적인민들이 수령님의 위대한 주체사상과 혁명리론을 따르고 신봉하며 김일성주의를 자기의 사상과 신념으로, 투쟁의 무기로 삼고있는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참으로 얼마나 명철한 말씀인가. 음미할수록 뜨거운 격정이 온몸을 휩쌌다.

빛나는 예지와 만사에 정통한 풍부한 식견, 과학적인 통찰력을 지니셨기에 그이의 로작들은 어느것이나 다 아무리 퍼내도 마를줄모르는 샘처럼 심원한 진리와 매혹적인 사상리론으로 가득차있지 않는가.

로학자는 이때 온 세상을 향해 웨치고싶은 격동에 사로잡혔다.

(위대한 김일성주석께서 개척하신 혁명위업을 20세기가 맞이한 또 한분의 걸출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빛나게 이어가시기에 세계의 자주화위업은 반드시 승리할것이다!)

하늘은 가없이 높고 맑고 푸르렀다. 그 창창한 누리처럼 그의 가슴은 마냥 부풀어오르기만 하였다.

한창 정원을 거닐던 야스이 가오루는 누군가 찾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몸매가 곱고 눈이 유난히 어글어글한 녀성안내원이 급히 다가오고있었다.

《야스이선생님,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손님이요, 누군데?…》

야스이는 안내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과학원연구사 최학성이라는분입니다.》

《아, 그래요. 어디 있습니까?》

《저-기 오십니다.》

《선생님!》하고 부르며 최학성이 달려오고있었다. 야스이는 그를 마주하고 나갔다.

《최학성군, 이게 얼마만이요?》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뜨겁게 포옹했다.

조선에 도착한 후 노상 옛 제자의 생각을 품어오던 야스이였다. 더우기 위대한 수령님을 만나뵙고 받아안은 감격을 그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터여서 이처럼 만남이 이루어졌으므로 그의 기쁨은 컸다.

야스이 가오루는 자기가 이제까지 독서에 몰두해있던 정원일각의 한 조용한 장소로 최학성을 데리고 갔다.

주위가 온통 꽃향기와 잎사귀,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그곳에는 원탁과 몇개의 안락의자가 갖추어져있었다.

두 사람은 그간의 안부와 가정잡사에 대한 이야기로 한동안 꽃피우다가 서로 자리를 마주하고 앉았다.

최학성은 원탁우에 얹어있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저서들을 이윽토록 눈여겨 살피고나서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우리 지도자동지의 로작들을 보시고계셨군요.》하고 그는 뜻깊은 어조로 외운 다음 말을 이었다.

《저는 선생님이 조일관계개선과 우호친선을 위하여, 더우기는 우리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혁명사상을 광범한 일본인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하여 노력하고계시는 소식을 늘 듣고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그토록 우리 나라에 대하여 언제나 깊은 관심을 품어주시니 고마움이 비길데 없이 큽니다.》

《아니, 그런 인사를 받기는 아직 이르오. 나는 며칠전에 경애하는 주석님을 만나뵈왔다오. 장시간에 걸쳐 그처럼 위대한분의 가르치심을 받는 영광이 차례진것은 나의 일생에서 처음 있은 가장 귀중하고 행복한 일이였소.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다 표현했으면 좋을런지.…》

야스이 가오루는 그날의 격정이 되살아오르는듯 눈시울을 붉게 태웠다.

《생각할수록 최학성군이 부럽소. 걸출한 수령을 어버이로 모시고 있고 또한 그이의 뜻을 받들어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김정일동지의 크나큰 사랑과 령도속에서 사는 조선의 지성인들처럼 복받은 행운아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소. 정녕 해와 별 빛나는 나라라더니 나는 금번 방문에서 그것을 한층 절감했고 더더욱 깊이 깨달았다오.》

로학자는 절절하게 말하였다.

스승의 격한 모습에 최학성은 저으기 마음이 달아올랐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세상의 복을 다 안고사는 과학자입니다. 하기에 당과 수령이 바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사업에 저의 심장은 언제나 쉬임없이 세차게 고동치고있습니다. 과학은 개척이며 창조가 아닙니까. 하나의 비밀의 열쇠를 열고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할수 있었다는 그 기쁨,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것, 필요하다면 목숨도 바칠수 있는 각오가 되여있는것이 바로 오늘날의 우리 과학자들이며 기술자들의 자세입니다. 이러한 량심과 신념이 어떻게 생겨났겠습니까?》

긍지높이 울리던 최학성의 말은 여기서 잠간 끊었다가 곧 담담한 어조로 바뀌여 이어졌다.

《이것은 불과 얼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그때 온 나라의 텔레비죤화를 실현할데 대한 경애하는 수령님의 구상을 받들고 그 사업에 과학자돌격대의 한 성원으로 참가했었습니다.

이 성스러운 위업에 우리의 지도자동지께서 몸소 진두에 서시여 우리들을 정력적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런 어느날이였습니다. 한가지 난감한 문제가 우리앞에 생겼습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나라 북부에는 험한 산간지대가 많습니다. 대체로 그런 깊은 산골에는 사람이 몇안되는 주민세대가 사는 고장들이 널려져있지요. 바로 그 몇세대밖에 안되는곳에도 텔레비죤중계탑을 세워야 할것인가 하는 문제가 나섰던것입니다. 탑을 세우는데도 막대한 자금과 로력이 드는것은 물론 또한 탑을 세운 다음에도 그 관리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과 로력이 들어야 했기때문이였습니다. 나라의 경제형편을 생각한 나머지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보고받으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우리들을 거듭 신중히 일깨워주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이께서는 깊은 산골이라고 해서 텔레비죤을 보지 못하는 집이 있다면 그래 우리의 마음이 편할것 같은가, 그런 집을 그대로 두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천연색텔레비죤방영을 한다고 해도 기쁜 마음으로 볼수 없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주머니를 졸라맬 생각만 하지 말고 먼저 인민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돈을 가지고 산간지대 인민들의 문화생활을 흥정할수 있는가, 한대의 텔레비죤을 위해서 기계공 두명이 아니라 열명이 근무하는 중계탑을 세워도 좋으니 산간지대의 마지막 한집까지 다 밝고 아름다운 화면을 볼수 있게 해야 한다, 다시말하지만 인민들의 문화생활에 절대로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 인민들은 수도 시민들로부터 깊은 산골의 벌목공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 자기 집과 자기 일터에서 천연색텔레비죤을 보면서 웃어도 함께 웃고 기뻐도 함께 기뻐해야 한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습니다.…》

야스이 가오루는 숭엄한 감정에 휩싸인채 최학성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있었다.

온 나라의 인민이 웃어도 함께 웃고 기뻐도 함께 기뻐해야 한다는, 이 얼마나 가슴 뜨겁게 하는 말씀인가!

이런 사랑, 이런 은정이 깃든 그이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를 야스이는 이제까지 이 나라에서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진정 김정일동지의 그 모든 사색속에는 언제나 인민이 있었다.

그이께서는 가극을 하나 보시고도 인민을 먼저 생각하시지 않았는가.

그가 그것을 한층 체득하게 된것은 불후의 고전적명작인 혁명연극 《피바다》를 각색한 혁명가극 《피바다》를 관람하면서였다.

김정일동지의 세심한 지도하에 완성되였다는 그 가극은 야스이의 심장을 마구 뒤흔들어놓았었다.

원래 예술일반에 대하여 조예가 깊은 그는 오페라(가극)에도 남다른 지식을 가지고있었다.

헌데 《피바다》를 보고나서 그는 현대가극에 대하여 인식을 완전히 새로 하게 되였다.

이제까지의 가극의 력사란 발생초기부터 상층귀족들과 소수지배계급의 향유물로 독점되여 그들의 감정정서와 비위에 맞게 만들어짐으로써 일반민중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순수 귀족적이며 부르죠아적인 예술로 되여왔다. 그리하여 가극예술이 발생한지 수백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고식적인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인민대중과는 인연이 없는 예술로 남아있는것이 현대가극의 실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러한 인류가극이 처한 실태와 가극예술을 새롭게 발전시킬데 대한 시대와 혁명의 요구를 깊이 분석하신데 기초하시여 독창적인 가극혁명방침을 제시하시고 《피바다》를 가극무대에 옮기는 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하시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가극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본형상수단인 노래형식을 인민대중의 감정정서와 비위에 맞게 혁명적으로 개조변혁하시여 진정으로 새형의 독창적이고도 인민적인 가극을 창조하도록 하시였다고 한다.

야스이 가오루는 《피바다》를 관람하는 자리에서 좌석을 같이했던 조선의 한 문화담당관계자로부터 그러한 사연을 들으면서 실로 많은것을 뜨겁게 받아안았었다.

종래의 가극의 형식과 틀을 대담하게 허물고 오직 인민대중의 감정과 리익, 요구를 철저히 반영하는 가극이 되도록 몸소 친히 지도하신 김정일동지의 그 천재적인 예지와 인민의 령도자로서의 자애깊은 풍모에서 그는 이 나라의 창창한 미래와 더불어 주체위업의 찬란한 전도를 다시한번 뜨겁게 내다볼수 있었다.

위인이 위인을 낳고 스승이 스승을 낳는다더니 정녕 김정일동지에 대하여 그는 다함없는 존경심으로 가슴이 마냥 부풀어올랐다.…

최학성의 음성은 차츰 흥분으로 하여 떨렸다.

《야스이선생님, 우리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는 바로 그런분이십니다. 그이를 령도자로 모셨기에 우리 과학자들은 언제나 힘이 용솟음치고 탐구의 길에서 그 어떤 난관도 희생도 용감히 물리치고 나갈수 있는 정력에 넘쳐있는것입니다.

바로 그 담력을 우리 지도자동지께서 우리들에게 안겨주셨습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태양을 가리켜 모든 행복과 희망과 미래의 상징으로 불러오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세상만물을 소생시켜주기때문일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연의 해빛만으로는 풍년을 마련할수 없고 사람들의 얼굴마다에 밝은 웃음을 꽃피울수 없지 않습니까. 지난날 우리 부모와 나의 마음속에 서린 식민지 망국노의 설음도 태양은 가셔주지 못하였습니다. 실제로 저 하늘의 해빛이 제아무리 따사롭다 하여도 이 땅에 그늘을 남기고 낮과 밤을 가져오지 않습니까. 그러나 방금 말씀드린것처럼 온 나라의 텔레비죤화에 깃든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선생님은 그 은정을 충분히 알수 있을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조국땅을 비쳐주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은혜로운 해빛은 이 땅의 어느 구석에도 그늘을 남기지 않으며 낮과 밤을 이어 끊임없이 찬란히 비쳐주고있습니다.》

최학성은 그 광휘로운 해발을 우러르듯 큰 머리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야스이는 잠자코있었다. 최학성의 심중이 너무나 잘 헤아려졌다. 그리고 조선을 일러 《맑은 아침의 나라》로 칭송하는 그 말이 새삼스럽게 보다 깊고 값높은 뜻으로 안겨왔다. 그 순간 야스이 가오루는 이 나라에 솟은 그 태양이 발산하는 해빛은 비단 이 땅만을 비쳐주는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나라들에 휘황히 뻗쳐가리라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저는 래일 빠리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열리는 국제물리학쎄미나에 참가하기 위해서지요.》

최학성이 문득 하는 소리에 야스이는 놀라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프랑스에… 그래 무슨 발명이라도 했소?》

《발명이라기보다…》 하고 최학성은 어줍은듯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원자에네르기를 인민경제발전에 리용할 목적에서 연구해온 론문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아, 그렇소! 원자력을 평화적산업건설에 도입한다… 거 참, 매우 가치있는 문제를 잡았구만.》

야스이는 얼굴에 함뿍 미소를 피우며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 저주로운 원폭에 의해 부모형제를 잃은 최학성이였다. 그날의 원한과 분노가 최학성으로 하여금 그 방면의 탐구를 부추겨주었는지 모른다. 야스이교수는 구태여 그것을 묻고싶지 않았다. 감동이 컸다. 세상의 모든 과학자들이 조선의 과학자들처럼 원자에네르기를 인간의 복리증진에 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구상에 다시는 히로시마, 나가사끼의 지옥도가 재현되지 않을것이 아닌가.

야스이는 새삼스럽게 최학성의 손을 와락 거머잡으며 소리내여 웃었다.

《학성군, 축하하오! 군의 머리가 전보다 크게 보인다 했더니 이제야 그 까닭을 알게 되였소. 허허…》

진정 그것은 롱담이 아니였다. 국제과학연단에 등장할만치 발전한 옛 제자의 성장도 성장이려니와 한편 뜻있는 과학탐구의 길을 걷는 최학성의 학자적량심이 그를 마냥 기쁘게 했던것이다.

참으로 이 나라의 찬란한 해빛은 얼마나 사람들을 진보와 번영에로 떠밀어주고있는가!

《최군, 아무튼 성공을 바라오! 바다너머 섬나라의 한 로학자가 군의 전도를 언제나 지켜보며 축복의 정을 품고있다는걸 잊지 말아주시오.》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 고무의 말씀 고맙습니다. 자주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시는 선생님의 건투를 충심으로 축원하며 과학탐구에 매진해나가겠습니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로 손을 뜨겁게 모두어쥐고 오래도록 놓을줄 몰랐다.

그날밤 야스이는 제대로 잠들지 못한채 새날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침상에 들었으나 최학성에게서 받은 감동과 함께 이제 일본에 돌아가서 해야 할 새라새로운 일들이 자꾸만 꼬리물고 떠오르면서 잠을 천리밖으로 밀어버리군 하였던것이다.

그러나 며칠후 귀국의 길에 오른 야스이 가오루는 전에 없이 몸도 마음도 경쾌한것을 느끼고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러한 기운이 어디서 갑자기 솟아난것일가?

그는 구태여 그 까닭을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곧 알수 있었다. 인류를 위한 사색과 행동은 항용 열정과 패기를 낳는것이 아니랴.

오직 하나의 지향과 의욕에 불타있는 로학자는 자신이 칠십고령을 바라보는 몸이라는것을 조금도 느끼지 않고있었다.

그만치 정력적이고 투지가 강했다.

40여년간의 교수생활과 사회활동으로서 인생말년을 맞이하고있는 야스이 가오루였으나 변함없이 부단히 사색하고 활동하는 독학가, 실천가로서의 완강한 기질을 조금도 상실하는 일이 없었다.

그것이 그의 존재방식이며 사회와 민중앞에 지닌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일종의 관습화된 도덕적의무의 발현일지 모르나 어쨌든 결단을 내린 일이라면 물러설줄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공항에는 리중엽부원장과 강민석부장이 나와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드달려 서둘러 귀로에 올랐으나 막상 이 나라를 떠날 시각을 맞고보니 어쩐지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묵직한것이 가슴에 마쳐들면서 서운한 심사가 자꾸만 일군 하였다. 그것이 어떤 감정을 낳은것인지 그자신으로서는 너무나 명백한것이여서 한층 쓸쓸한 정회가 갈마드는것이였다.

야스이 가오루는 한동안 말없는 상념에 잡혀있다가 마침내 결심을 품고 리중엽을 향해서 나직한 목소리로 심중을 헤쳐놓았다.

《부원장선생, 실은 이번에 친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옵고싶었는데… 저의 외람된 청일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진정이올시다.

부원장선생이 이 로학자를 대신하여 그분께 문안드려주었으면 이를데 없겠습니다. 부디 바랍니다.》

바로 그것으로 하여 그는 이 시각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서운함을 덜을길 없었던것이다. 정녕 언제부터인가 노상 깊이 간직해온 열망이였던것이다.

리중엽부원장은 그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은듯 흔연한 낯빛으로 응대했다.

《야스이선생, 알겠습니다. 선생의 그 심정을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지도자동지께서는 선생에 대해 늘 생각하고계신답니다. 다음 오셨을 때엔 꼭 만나뵙도록 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저에 대해 그렇게까지…》

로학자는 별안간 목이 갈려있었다. 안경알이 뿌잇하게 흐려지자 그는 조용히 얼굴을 돌려 공연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민석이 그의 곁에 있었다.

야스이 가오루는 갑자기 떠오른듯 두서없이 그에게 말을 번졌다.

《부장님, 아까도 부탁했지만 최학성군이 돌아오면 잊지 말고 나의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사랑하는 그 제자가 빠리로 떠난 뒤여서 부득이 만나지 못하고 가는 스승이였던것이다.

《아무렴요, 그건 조금도 걱정마십시오.》

강민석부장은 언제나 그러하듯 이 로학자를 깍듯이 대하며 선선히 응해나섰다. 오늘날에 와서는 그 정이 한량없이 두터워진 친근한 조선의 벗들에게 야스이 가오루는 손을 흔들어 작별의 인사를 보내면서 비행기의 승강대를 한발작한발작 천천히 밟으며 올라갔다. 어쩐지 걸음이 허전하였다. 이 땅을 하직하기가 웬일인지 아쉽게만 생각되였다.

그러나 로학자는 오늘의 이 리별이 이 나라의 아름다움과 그리고 이 고장의 다정한 벗들과 다시는 상면할수 없는 마지막 날로 되리라고는 추호도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비행기의 동음이 끝내 울리고야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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