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종심을 뚫고

 

                                                                  최 인 덕

 

안도현과 돈화현, 화전현일대에서 인민들과 련계를 강화하면서 파괴된 혁명조직들을 복구, 정비하는 소부대활동을 친히 지도하고계시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1941년 여름 어느날 우리들에게 행군준비를 철저히 갖추라고 명령을 내리시였다.

그것은 조성된 정세에 대처하여 국내에 들어가 조선인민혁명군 소부대와 정치공작원, 혁명조직성원들과의 사업을 일층 강화하여 닥쳐올 혁명적대사변을 맞기 위한 준비를 원만히 갖추기 위해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먼저 국내에서의 사업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신 다음 안도현에 도착하시여 류경수동무를 중대장으로 한 중대성원들과 기관총분대성원들 그리고 호위인원들을 친솔하시고 그곳을 떠나 왕청현 림시비밀근거지를 향하여 출발하시였다.

행군은 처음부터 전례없이 간고했다.

놈들이 산지대에 주의를 집중하여 요소마다에 일만군경놈들을 집중배치하여놓았기때문에 이르는 곳마다에서 우리는 적들의 포위속에 빠질 위험에 처하게 되였다.

이러한 적의 전술을 간파하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대담한 전술로 적의 종심을 뚫고 연길시가지를 불과 지척에 둔 로두구근방을 대담하게 통과하기로 결심을 채택하시였다.

놈들의 정치, 경제, 군사적요충지인 연길에는 일제놈들의 헌병대가 주둔하여있었고 그 주변에는 일본수비대를 비롯하여 수많은 일본군경들이 배치되여있었다.

그리고 적들이 전초기지로 삼고있는 명월구에는 소위 《특설부대》가 주둔하여있었고 조양천과 룡정 등 주변 성시마다에는 헌병대와 경찰서외에 일만군경들을 배치하여놓고 놈들은 소위 《치안》의 만전을 기한다고 떠들고있었다.

게다가 놈들은 소위 《오족협화》라는 간판밑에 《협화회》를 조작하여 연길뿐만아니라 동만 나아가서는 만주전역에 자기들의 특무놈들을 물샐틈없이 배치하고있었다.

적들의 이러한 살기띤 경비망을 뚫으면서 우리들은 안도현을 떠나 은밀히 행군을 계속하고있었다.

우리들은 일본군복으로 변장하고 밤낮으로 행군했었다. 성시나 대통로를 뻐젓이 행군할 때면 되도록 태연하려고 애를 썼으나 가슴은 걷잡을수 없이 두근거렸다.

연길시가가 가까와옴에 따라 우리들의 긴장은 더하여갔다.

연길과 로두구사이만 무사히 뚫고나가면 산줄기를 타고 수림속으로 빠져들어가 가장 위험한 고비를 넘길수가 있었다.

밤은 깊어가고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더욱 정신을 가다듬고 행군을 계속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일본장교복을 입으시고 행군대렬의 선두에서 대원들을 이끌고나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전투를 끝마치고 돌아오실 때면 항상 대렬 맨뒤에서 걸으시였지만 적정이 위험한 곳에서는 언제든지 대렬선두에 서시여 항상 우리들에게 용기와 신심을 북돋아주시였다.

우리들은 날이 밝기 전에 연길과 로두구사이를 통과하려고 이를 악물고 행군을 다그쳤지만 연길-로두구간 대통로와 철도를 미처 통과하기 전에 그만 날이 밝고말았다.

동남쪽으로 우뚝 솟은 산마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뒤미처 로두구시가지의 륜곽이 확연히 바라보였다.

여름밤은 본시 짧기도 하지만 새는것도 역시 빨랐다.

벌써 성안에 있던 사람들이 들로 혹은 대통로로 흩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들은 더 행군을 계속할수가 없게 되였다.

나는 유격대에 입대한 초기부터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싸워오는 행정에서 헤아릴수 없이 많은 험한 고비를 넘겨오긴 했었지만 이때처럼 당황해본적은 일찌기 없었다.

강 저쪽을 건너다보니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산기슭에 몇채의 농가가 눈에 띄였다.

그리고 바로 대통로곁에 두서너호 되는 집이 보일뿐이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침착하게 정황을 살피시고 어두울 때까지 휴식하다가 다시 행군을 계속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들은 그이의 말씀을 듣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은페하여 휴식할수 있는 장소라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산들은 나무 한그루 서있지 않는 온통 발가숭이산이였지만 그래도 우리들이 은페하여 휴식하자면 대통로에서 떨어진 강건너 산기슭을 택할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대통로곁에 있는 민가들중에서도 큰길쪽으로 딱 마주앉아있는 농가로 들어가자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들은 그만 어리둥절하여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사령관동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가 얼른 이렇게 말씀드리였다.

《위험하기때문에 바로 그 집으로 들어가야 하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등잔밑이 더 어두운 법이니 적이 바로 코앞에 있는 때일수록 더욱 대담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그이의 말씀을 듣고나서야 과연 그렇게 하는편이 오히려 더 안전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위대한 수령님을 따라 농가로 들어갔다.

그이께서는 농가에 들어가시자 집주인을 찾아 사실대로 정체를 밝히시고는 우리들이 어두울 때까지 휴식할터인데 휴식하는 동안에 일체 바깥출입을 금해야 한다고 지시하시였다. 50여살되는 농민은 우리들을 불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는 하였으나 우리의 요구대로 약속하지 않을수 없었다.

한편 우리들은 감시조직을 철저히 했다. 두 동무를 농민으로 가장시켜 남새밭에 나가 김을 매면서 바깥동정을 살피게 한 다음 집안에서도 온돌에 앉아 창너머로 대통로쪽을 내다보면서 주위를 살피게 하였다.

날이 활짝 밝자 대통로는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일제군경놈들을 실은 자동차들이 먼지를 일구면서 지나가는가 하면 수상해보이는 놈들이 사방을 흘금흘금 바라보며 지나가기도 하였다.

우리들은 련일 강행군을 계속하였기때문에 매우 피곤하였지만 누구도 온돌에 드러누울념은 못내고 극도로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한자리에 앉아서 저마다 사위를 살피고있었다.

대통로우에서는 사람들의 왕래가 그치지 않았다.

우마차가 덜커덕거리면서 굴러가는가 하면 이따금씩 순사놈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도 하였다.

까딱않고 한자리에 앉아서 긴장해있으려니 긴긴 여름해는 견딜수 없이 지루하였다.

긴장해서 앉아있는 우리를 보시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감시하는 대원들만 남겨놓고 일제히 온돌에 드러누우라고 명령하시였다. 그것은 놈들이 밖에서 들여다볼 우려가 있었기때문이였다.

한편 먼저 휴식한 동무들을 내보내여 남새밭에서 감시하던 대원들을 교대해주게 하신 다음 경각성을 더욱 높이라고 거듭 주의를 주시였다.

그럭저럭하여 점심때가 되였다.

나는 다른 동무와 함께 온돌에 앉아 계속 바깥동정을 살피면서 어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다시 창가로 다가갔을 때였다.

나는 창밖에서 그 어떤 검은 그림자들이 얼른거리는것을 피뜩 보았다. 그래서 홱 얼굴을 돌리고 밖을 내다보니 전투모자에 누르스름한 양복을 입은 4~5명의 낯선 사람들이 살기 띤 눈으로 창문을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마당으로 들어서는것이였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은 쌍방망이질을 하는것 같았다.

뒤에야 알았지만 놈들은 그 집뒤에 있는 철뚝밑을 빠져 담모퉁이를 돌아나왔기때문에 남새밭에서 감시하던 대원들은 그자들을 발견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사태는 매우 위급하게 되였다.

나는 급히 위대한 수령님께 정황을 보고한 다음 총을 단단히 틀어잡고 출입문뒤에 등을 대고 바싹 달라붙었다.

이어 와짝하고 출입문이 열리더니 전투모자를 쓴 놈들이 방안으로 쑥 들어왔다.

실로 숨막히는 순간이였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싸창을 꺼내여 당장 놈들을 멸살시키리라고만 믿고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벽에 기대여 앉으시였다가 번쩍 상반신을 일으키시더니 찌렁찌렁 울리는 목소리로 《누구냐?!》하시며 놈들을 무섭게 노려보시였다.

그러자 맨앞에 섰던 놈은 대번에 기가 푹 꺾이여 방안을 살필 경황도 없이 연방 《예, 예.》하며 허리를 굽신거리였다.

놈들은 방안의 사람들을 틀림없이 일본군대로만 알았던것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들어오라고 명령을 내리시자 놈들은 연신 굽신거리면서 허리도 펴지 못하고 온돌칸사이에 있는 복도에 들어섰다.

놈들이 전부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들은 날쌔게 총부리를 들이대면서 와락 달려들었다.

《아니, 이게 웬일이십니까? 저희들은 김일성공산군이 출몰했다는 정보를 듣구 나오던 길인데 그만 잘못되였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놈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싹싹 비비는것이였다.

우리들은 놈들의 몸을 수색하여 무기들을 압수한 다음 포승으로 꽁꽁 묶었다.

놈들은 특무기관에서 파견한 밀정놈들이였다.

《네놈들이 찾는 공산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이렇게 엄하게 말씀하시자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놈들은 사시나무떨듯 와들와들 떨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추상같이 꾸짖으시였다.

네놈들두 사람이라면 생각들 해봐라. 무엇때문에 일제놈앞에서 개질을 하는가?! 놈들의 발바닥을 핥으면서 동족을 팔아먹고 닥치는대로 잡아죽이는 네놈들보다 더 흉악하고 더러운 놈들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놈들은 그만 사색이 되여 떨기만 하였다.

괘씸한 생각 같아서는 네놈들을 당장 죽여버리고싶지만 총알이 아까와서 죽이지는 않겠다만 우리가 떠날 때까지 헛간에 들어가서 꼼짝 말고 있다가 돌아들가라.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의 명령대로 5명의 특무놈들을 헛간에 가두어놓은 다음 감시조직을 더욱 세밀히 했다. 놈들은 우리를 잡으려다가 결국 거꾸로 잡히고말았던것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우리들은 행장을 갖추고 또다시 대통로에 나서서 뻐젓하게 적들의 종심을 뚫으면서 행군을 계속하였다.

대통로는 밤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였다. 인민들뿐만아니라 이따금씩 군경놈들이 총을 메고 줄을 지어 마주 행군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태연히 놈들과 스쳐지나면서 로두구시가지를 빠져 유유히 산림지대로 접근해갈수가 있었다.

며칠뒤에 우리들은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목적지인 왕청현 림시비밀근거지에 도착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왕청현 림시비밀근거지에 도착하시자 또다시 소부대활동을 지휘하기에 심혈을 기울이시였다.

나는 적들의 종심을 뚫고나온 대담한 행군을 통하여 위대한 수령님의 현명한 령도와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전진하는 우리들의 앞길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수 없다는것을 다시금 가슴깊이 느꼈다.

왕청현 림시비밀근거지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김일성장군님부대가 대낮에 로두구시가지를 통과했다.》는 소문이 많은 인민들속에 널리 퍼져들어간 사실을 알게 되였다.

일제놈들은 이 소문이 더는 퍼지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갖은 수단을 다 쓰면서 피눈이 되여 날뛰였다. 놈들이 그러면 그럴수록 그 소문을 듣고 힘과 용기를 얻은 인민들은 우리 조선인민혁명군의 소부대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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