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음구전투
리 국 진
로야령밑에 자리잡은 왕청현 팔음구는 일제놈들에 의하여 강원도지방에서 강제로 이주해온 약 200호의 주민이 사는 조선인부락이였다.
이 《집단부락》에는 적의 경찰과 자위단이 100명가량 있었으며 《토벌대》도 무시로 드나들었다.
1939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를 이끄시고 광활한 지역에 진출하신 기회를 리용하여 적들은 인민들에게 《유격대가 다 소멸되였다.》고 허위선전을 하면서 혁명승리에 대한 인민들의 신심을 말살하려고 갖은 발악을 다하고있었다.
우리는 이곳의 적을 소탕함으로써 인민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북돋아주며 《토벌》에 미쳐날뛰는 적들의 탄약과 식량, 피복 등을 로획할것을 계획하였다.
우리 부대가 팔음구《집단부락》남문밖에 다달은것은 이해 4월 어느날 밤이였다. 우리는 여기서 전투임무를 받았다.
1중대는 산림경찰대를, 2중대는 자위단을 소멸할 과업을 맡았으며 정치지도원이던 내가 속한 3중대는 인민들속에서 선전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로획한 물자들을 처리할 과업을 맡았다.
그런데 《집단부락》성문이 닫겨있어 우선 그것부터 열어야 했다. 이 임무를 허송학동무가 담당하게 되였다.
그는 성밖의 깊은 홈을 리용하여 동쪽에 있는 토성밑까지 기여가서는 그곳에서 동무들의 어깨를 딛고 은밀히 토성을 넘었다.
얼마후 성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말귀는 알아들을수 없었으나 몇번 거듭 울리는 그 음성은 틀림없는 허송학동무의 목소리였다.
후에 들은바에 의하면 경찰로 가장한 허송학동무는 성안에 들어서자 곧바로 보초에게로 갔다.
보초놈은 뻐젓이 앞으로 다가오는 그를 제놈들의 상관인줄 알았던지 잠자코 있었다는것이다. 적보초의 이런 행동을 살핀 그는 《왜 멍청하니 서있는가. …졸았지!》하고 을러메며 더 가까이 접근해갔다.
그러자 보초놈은 어둠속으로 다가서는 그를 향하여 자기 상관을 대할 때처럼 자세를 바로잡으며 《아―아닙니다.…》라고 겨우 한마디 하는것이였다.
《거짓말 말아!…》
《…》
대꾸도 제대로 못하던 그놈은 더욱 당황해하고있었다.
이럴 때 허송학동무는 날쌔게 달려들어 그놈을 감쪽같이 제껴버렸다.
그놈에게서 성문열쇠를 빼앗은 허송학동무가 성문을 열고 손을 들어 신호하자 우리는 일제히 성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적들은 아직 아무런 기미도 알아채지 못하고있었다. 1, 2중대는 산림경찰대와 자위단병실로 향하였고 우리 3중대는 인민들에게 선전사업을 하기 위하여 부락 북쪽으로 향했다.
적병실들은 부락 남쪽켠에 있었고 농가들은 부락 복판을 가로질러나간 큰길건너 북쪽에 자리잡고있었다.
촘촘히 들어앉은 집들중 불이 켜져있는 한 농가가 눈에 띄였다.
우리가 그곳으로 접근하고있을 때 그 집 방문이 덜컹 하고 열리더니 한사람이 밖으로 나와 집뒤로 사라지는것이 보였다. 아무리 보아도 위만군이 분명했다.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급히 다가가서 문짬으로 방안을 살폈다.
그안에는 아직도 5~6명의 위만군놈들이 총을 벽에 세워놓은채 누워있었다.
새로운 적이 부락안에 들어온것이 틀림없었다.
적의 력량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배치되여있는가?
당장 전투가 시작될 때여서 이 문제는 지체없이 알아내야 했다.
웃집으로 달려가니 마침 주인이 밖에 나와있어 나는 그에게 급히 캐여물었다.
밤늦게 부락에 들어온 위만군 200여명이 지금 집집에 기여들어 자고있다는것이였다.
나는 중대를 그 일대에 배치하고 곧 안길동지에게로 달려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나의 보고를 심중히 듣고있던 그는 적들이 몇집에나 든것 같은가고 되물었다.
40~50집은 실히 될것 같다는 나의 대답을 듣고 그는 《굉장히 널려있군.…여기까지 왔다가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고 그냥 돌아갈수야 없지! …그놈들도 소멸해버려야 하겠는데… 어떻게 치면 좋겠소?》하고 의견을 물었다.
나는 이미 전투배치를 다해놓은 뒤여서 이제 중대들의 위치를 갑자기 바꾸기가 곤난할것 같아서 위만군놈들을 우리 중대가 담당하여 치겠다고 대답했다.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당장 전투가 개시될 지금에 와서 1, 2중대에 새로운 지시를 준다면 불리한 정황에 부딪칠수도 있으므로 어렵기는 하지만 3중대에서 우선 그쪽놈들을 맡아 쳐야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고있는 놈들을 감쪽같이 해치우기에는 이미 시간적으로 늦었으니 총성을 듣고 깨여난 놈들이 갈팡질팡 행동하는 때를 잘 리용하여 적을 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그는 적을 성안에서 다 잡자고 하면 인민들에게 피해가 미칠것이고 전투도 어렵게 될수 있다고 하면서 우선 적의 력량을 분산시켜야 하며 될수록 빨리 위만군놈들을 성밖으로 내몰라고 하였다.
끝으로 성안의 적을 먼저 치고 다음에 성밖으로 몰려나간 위만군놈들을 력량을 합쳐 소탕해치우자고 하면서 그는 나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이런 지시를 받고 나는 곧 중대로 돌아왔다. 적들은 이때까지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있었다.
우리들은 적들이 빠져나갈수 있도록 부락 북쪽방향은 비워두고 동, 서, 남쪽의 요소마다에 배치되였다. 나는 기관총수와 함께 위만군놈들이 산림경찰대나 자위단놈들과 합세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로의 중간쯤에 위치를 정했다.
이럴 때 1, 2중대에서 적병영을 들이치기 시작한 요란한 총소리가 들렸다.
총성이 나자 얼결에 집집에서 뛰쳐나온 위만군놈들이 잠에서 채 깨지 못한듯 어리둥절하여 돌아갔다.
우리 동무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사격을 들이댔다. 수류탄을 던지고싶은 생각이 많았으나 주민집들때문에 그렇게 할수 없었다. 우리는 계속 사격을 했다.
적들은 총알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미처 알사이없이 련이어 쓰러졌다. 놈들은 우리의 불의습격에 질겁하여 이리 몰키고 저리 도망치군 하다가 마침내 그 일부는 내가 있는 기관총앞으로 몰려왔다.
이때까지 침묵을 지키고있던 기관총이 세찬 불길을 뿜기 시작했다. 적들은 무리죽음을 내고 황급히 물러섰다.
이제 적들이 피할수 있다고 생각할수 있는 곳은 부락 북쪽뿐이였다. 놈들은 우리의 예측대로 그쪽을 향해 내뛰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놈들의 뒤를 따라가며 사격을 가했다. 토성아래 여기저기에 몰켜선 적들이 서로 밀치며 당기면서 저마다 먼저 토성을 넘으려고 날치는것이 어둠속으로도 똑똑히 알려졌다.
우리는 그곳에 대고 기관총, 보총의 일제사격을 들이댔다. 우리의 총탄을 받고 꼬꾸라지는 놈, 토성을 넘느라고 고아대는 놈들로 수라장을 이루고있던 토성은 얼마후 잠잠해졌다.
위만군놈들을 성밖으로 몰아내고 우리가 북쪽토성에 경계조직을 하고있을 때 안길동지는 우리에게 또다시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도망치던 위만군의 일부가 서남쪽포대를 점령하였는데 그놈들을 치고 그곳에 기관총을 배치하여 부대의 퇴각로인 남문일대를 경계하라는것이였다.
나는 곧 기관총분대와 함께 그곳으로 달려갔다.
포대의 놈들은 아직 전투가 계속되고있는 산림경찰대병영쪽에다 대고 연방 총을 쏘고있었다.
우리는 토성에 의지하여 은밀히 포대밑까지 접근한 다음 포대입구를 불의에 열어제끼고 기관총사격을 함과 동시에 수류탄을 던졌다.
강한 섬광이 번뜩이고 요란한 폭음이 일어나는 순간 포대에서 나던 놈들의 사격소리가 뚝 멈춰지고말았다.
포대를 점령한 다음 그곳에 기관총분대동무들만 남기고 나와 또 한명의 대원은 곧 그곳을 떠났다.
우리가 포대곁에 있는 초가집을 지나고있을 때 귀청을 째는듯 한 총성과 함께 왼쪽팔을 무거운 몽둥이로 맞는듯 한 심한 충동을 받고 나는 잠시 비칠거렸다.
함께 가던 동무가 재빨리 나를 부축하면서 《저놈이!》하고 소리치는것이였다. 그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그가 살피는쪽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굴뚝곁에 위만군 한놈이 엎디여 다시 격발기를 재우고있는것이 보였다. 지체할새가 없었다. 나는 제꺽 권총을 들어 그놈을 쓸어눕혔다.
내가 상처에 응급처치를 하고 지휘부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1, 2중대에서 성안의 적을 모조리 소탕한 뒤였다.
전대오가 로획품을 정리하고 남문가까이에 집결하였을 때 안길동지는 지휘성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적들은 우리가 성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있다. …
우리는 그놈들을 마저 쳐야 한다. 놈들을 소탕하자면 번번한 이곳보다 적을 유인하여 산으로 끌고가는것이 더 유리하다.
잠시후 성문을 나가는 행동질서와 적을 유인할 전투임무가 각 구분대에 하달되였다. 전투대오를 편성하자 성문곁에 선 안길동지의 지휘밑에 부대는 곧 성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1중대가 돌진하여 성밖으로 나갔다. 이것을 알고 적들이 1중대뒤를 따르려고 덤벼들었다.
이럴 때 포대와 남문곁에 배치된 2대의 기관총과 보총들이 일제히 적을 향해 사격을 했다. 측면사격을 받자 적들은 황겁하여 뒤로 물러섰다.
잠시후 1중대의 엄호밑에 2, 3중대가 성밖으로 나갔으며 전부대의 엄호밑에 마지막으로 성안에 남아있던 우리 중대 기관총분대가 성밖으로 나왔다.
그후 적아간에 얼마간 맹렬한 화력전이 진행되였다. 우리는 점차 화력을 약화시키면서 철수하였다.
우리의 총성이 줄어들자 적들이 몰켜오는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견딜수 없어 퇴각하는줄로만 아는것이 틀림없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못견디는척 하며 중대별로 교호식으로 뒤로 물러섰다.
우리가 얼마간 이렇게 퇴각하는척 하자 사기가 오른 적장교놈들은 제법 큰소리로 《추격! 추격!》하고 졸병들을 몰아세우며 뒤따라왔다. 우리는 계속 적을 바싹 끌어붙이면서 로야령쪽으로 들어갔다.
팔을 부상당한 나는 이때 또 한명의 부상자와 함께 다른 길로 하여 밀영지로 갔었다.
후에 들은바에 의하면 우리 동무들은 날밝을 때까지 적들을 로야령산중으로 유인하였다는것이다.
유리한 지점에 이르자 우리 동무들은 수림을 리용하여 매복진을 쳤다. 적들은 이것을 모르고 그냥 매복선안으로 들어왔다. 아침해살이 수림속으로 비쳐드는무렵에 우리 동무들은 집중사격과 돌격으로 그놈들을 몽땅 소멸해치웠다.
이 전투에서 혼이 난 적들은 그후 이 일대에서 이전처럼 함부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끄시는 우리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허위선전을 하거나 날뛰지 못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