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도상에서 있은 가재잡이
리 을 설
1939년 가을,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친솔하신 우리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는 돈화현의 수림속을 행군하고있었다.
당시 부대앞에 제기된 중요한 전투과업은 이해 가을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층더 극심해진 적들의 《대토벌》공세를 좌절시키고 놈들에게 보다 큰 타격을 가하기 위해 부대를 감쪽같이 륙과송, 쟈신즈일대에 진출시키는것이였다.
우리의 행군은 깊은 수림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차츰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되였다.
우리는 심한 식량난에 빠지게 되였다. 피로와 굶주림때문에 행군은 점점 더디여지기 시작하였다. 진대나무를 타고넘을만 한 힘도 없어서 그를 돌아가야 했으니 걸음은 더욱 굼떠갔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며칠동안 걸어야 할 길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종일 걸어도 겨우 몇십리 가나마나하였다. 이런 때에 산돼지나 노루같은 산짐승이라도 만나게 되면 얼마나 좋으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루속히 이 음산하고 컴컴한 원시림을 빠져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산간부락이라도 나져서 따뜻한 저녁 한끼라도 먹었으면 당장에 힘이 생길것만 같았다. 그러나 가도가도 끝없는 수림뿐이였다.
비상용으로 배낭속에 얼마간 남겨두었던 마지막식량마저 떨어지니 우리의 앞길은 더욱 막연해지는것만 같았다.
맥이 풀린 다리는 후들거렸다. 이렇게 맥없이 걸어가다가 겹겹이 깔린 락엽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풀썩 주저앉기만 하면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설만 한 기력이 없었다.
《자, 동무들! 용기를 내오. 이럴수록 기력을 잃지 말아야 하오. 목적지에 가면 놈들을 일격에 쳐부시고 푸짐하게 차립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주저앉은 동무들을 부축하여 일으키시면서 이렇게 우리를 고무해주시였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그이처럼 완강하고 강의한 투지로 난관을 뚫고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우리는 기를 쓰고 발걸음을 옮겨디디였다.
나는 가까이에서 걷고계시는 위대한 수령님을 슬며시 바라보군 하였다.
대원들과 같이 굶으시면서도 앞뒤로 다니며 뒤떨어진 동무들을 이끌어주시며 걸으시느라니 지치긴들 얼마나 지치셨으랴!
그러나 위대한 수령님의 안색에서는 피곤의 빛을 엿볼수 없었다. 오히려 위대한 수령님의 안색이 좋지 못하다면 그것은 대원들을 깊이 심려하시는 빛이였다.
이것은 비단 이때뿐만이 아니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항일무장투쟁의 어느 한때에도 대원들앞에서 자신의 피로한 빛을 보이지 않으시였다. 투쟁의 간고한 나날 언제나 우리들은 위대한 수령님의 모습에서 불패의 신심과 불굴의 기백을 보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언제나 곤난한 때엔 위대한 수령님을 우러러 보며 힘을 얻었고 신심을 가다듬었다.
행군이 계속되던 어느날이였다.
우리는 약간 경사가 진 펑퍼짐한 릉선을 따라 걸어내려가고있었다. 벌써 점심때가 되였건만 우리는 점심생각은 념도 못내고 묵묵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놓고있었다.
이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잠시 휴식할것을 명령하시였다. 우리는 그 자리에 풀썩풀썩 주저앉아 나무등걸에 기대여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어떤 동무들은 축축한 이끼가 뒤덮인 진대나무를 베개삼아 누워 울창한 수림속으로 간신히 새여드는 해볕을 쪼이고있었다.
모두가 잊지 못할 지나온 일들을 회상하는듯 아무도 말이 없었다.
손끝 하나 움직이고싶지 않았다. 이렇게 누워있으라면 언제까지라도 누워있을것만 같았다. 바로 이러한 때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자, 동무들! 일어들나시오.》
위대한 수령님께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이였다.
우리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벌떡 일어났다.
그이께서는 가까이 있던 경위중대성원들을 부르시고는 몇몇 동무들에게 릉선을 따라 얼마간 내려가 주위의 정황을 살펴보고 오라고 지시하시였다.
경위중대원들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시하신 방향으로 곧 내려갔다. 무슨 까닭인지 우리는 알수가 없었다.
나는 우리들이 피곤하여 누워있을 때에도 휴식하지 않으시고 한사람한사람을 살피시며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기시던 위대한 수령님께서 이렇게 지시하시는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하여 궁금했다.
잠시후에 릉선을 따라 내려갔던 동무들이 돌아와 《개울물이 흐르고있을뿐 별다른 정황은 없습니다.》 하고 보고드리는것이였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수가 있을가?)
우리는 여전히 어리둥절해있었다.
《자, 나를 따라들 오시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몇몇 동무들과 함께 개울있는쪽으로 내려가시는것이였다.
개울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수정같이 맑은 물이 돌에 부딪쳐 은빛 물거품을 일으키면서 흐르고있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먼저 군복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시고 물속에 들어서시였다. 그리고 가만가만 돌을 들추시면서 그밑을 더듬기 시작하시였다. 그제야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모두들 따라 들어섰다.
순간 나는 몸이 오싹해지는것을 느끼였다. 늦가을 북방의 산골짜기물은 몹시 차거웠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가재다!》
그이께서 먼저 큰 가재 한마리를 손에 추켜드시였다.
그러자 대원들은 일시에 환성을 올렸다. 성급한 동무들은 바지가랭이가 물에 젖는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뛰여다녔다.
《좀 살금살금 잡으라구. 가재가 모두 달아나겠어.》하고 나는 곁동무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물이 얕은 기슭을 따라 하나둘 잔돌을 들추고있던 나도 장손가락만 한 가재를 한마리 잡아냈다. 가재는 엄지발로 나의 손가락을 깨물면서 꼬리를 부채살처럼 펴고 푸들거렸다.
《가재다!》
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환성을 올렸다. 뒤따라 이곳저곳에서 계속 환성이 터져나왔다. 산골짜기에는 일시에 웃음꽃이 활짝 피여올랐다. 고향마을의 내가에서 고기잡이하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기나 한것처럼 우리들은 피로도 허기증도 다 잊고 가재잡이에 신이 났다.
《누가 많이 잡나 경쟁합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큰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자 사방에서 《경쟁합시다.》, 《경쟁합시다.》 하고 떠들썩하며 호응하였다.
강물은 발이 저려나도록 차거웠다. 그럴 때마다 기슭에 나와 잠간 서있다가 다시 물에 뛰여들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가재잡이에 몰두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허리를 펴시면서 자그마한 개울에 한벌 덮인 대원들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안면에는 천진란만하게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는 어버이에게서만 볼수 있는 그러한 자애로운 빛과 함께 기쁨이 어려있었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고된 행군과 허기증으로 비틀거리던 우리들모두가 언제 그랬더냐는듯이 활기를 띠였다. 피로와 허기증이 시원한 개울물에 말끔히 씻겨 흘러내린듯 한 기분이였다.
가재잡이를 마치자 우리는 처음에 휴식하던 자리에 돌아와 불을 피우고 가재를 구웠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도 손수 가재를 구우시였다.
가재는 빨갛게 익어갔다. 고소한 냄새는 코를 찔렀고 말라들던 입에서는 군침이 돌았다. 냄새만 맡아도 기운이 나는것 같았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손수 먹음직하게 구운 가재를 우리들의 손에 하나씩 나눠주시면서 몇번이고 잘 씹어먹으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시면서 그이께서는 어린시절에 대동강에서 고기잡이로 즐기시던 이야기를 들려주시였다.
《그러나 그때에는 가재잡이가 아니라 팔뚝만 한 숭어를 그물이나 낚시로 잡아내군 하였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깊은 회상에 잠기시여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앞으로 조국이 해방된 후 다시 찾게 될 행복한 나날에 대해 말씀하여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말씀을 듣고있던 우리들은 조국의 앞날을 그려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금치 못했다.
잠간동안의 가재잡이는 이렇듯 대원들의 사기를 일변시켜놓았다.
물론 몇마리의 가재가 우리의 배를 불려준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행군도상에서 있은 가재잡이-그것은 우리들에게 무한한 혁명적락천성과 용기를 북돋아주었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환희를 안겨주었다.
우리의 가슴은 어떤 곤난이라도 뚫고나가 일제를 격멸하고 조국을 해방시키고야말리라는 새로운 결의로 끓었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것은 얼마전까지도 볼수 없었던 새로운 힘과 용기로 하여 의기충천한 행군이였다.
우리는 이 힘과 용기로 줄곧 내달리여 며칠후에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닿았으며 1939년 겨울에는 계획했던대로 륙과송과 쟈신즈일대에서 일제놈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