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쑤리강에서 있은 일
최 민 철
이것은 내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구대원들에게서 들은 수많은 전투이야기들중 지금 생각해도 통쾌한 한토막의 이야기이다.
1937년 가을 어느날, 지휘부에서는 우쑤리강변에 있는 토산즈로부터 송화강변에 있는 할빈으로 왕래하는 려객선을 습격하기로 계획하였었다.
그 목적은 려객선을 습격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당시 유격근거지 《토벌》에 집중된 적의 력량을 분산시키며 또 한편으로는 인민들의 혁명기세를 북돋아주자는데 있었다.
김학산동무를 비롯한 습격조원들이 그 임무를 받고 토산즈부두로 떠나게 되였다.
습격조의 임무는 토산즈에서 려객선에 올라타고 가다가 아군주력이 매복한 베루훈 동북쪽여울목에서 배를 강기슭에 내다붙이는것이였다. 그 날자는 매복조와 미리 약속되여있었다.
감쪽같이 배에 오르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였다.
습격조는 토산즈에 도착한 첫날 초보적으로 부두의 정형을 정찰하였다.
그들은 상인, 마차군, 품팔이군으로 가장하여 부두에 나가 왔다갔다 하면서 부두와 려객선의 경비정형, 경관놈들의 려객에 대한 조사방법, 승선질서 등을 알아왔다.
정찰결과 놈들의 경계가 대단히 삼엄하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300여명의 려객을 태우고 많은 물자를 싣고 다니는 이 려객선은 선실이 2층으로 되여있는데 2층 계단모퉁이에 경관실이 있고 약 20여명의 경찰이 배를 호송하며 이따금 객실을 수색한다는것이였다.
부두에서는 토산즈경찰서와 세관에 있는 놈들까지 나와서 배에 오르는 사람들을 샅샅이 검열하였다.
놈들은 행색이 초라한 사람에 대해서는 더 깔끔하게 조사를 하였다. 그러나 려객중에는 자본가나 지주, 돈 많은 상인들을 비롯한 신사들이 많았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별로 심하지 않았다.
배에 오르는 문제를 놓고 습격조원들은 밤새도록 토론을 하였다.
행색이 초라해보이면 놈들이 기를 쓰고 걸고들것이기때문에 지주나 자본가로 가장하되 전부가 다 그렇게 할수는 없어서 일부 성원들은 하인이나 짐군으로 껴묻어 들어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좋은 의견이였으나 거기에는 곤난한 점도 많았다.
유격대원이 갑자기 중국인자본가나 지주로 변장한다는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였다. 옷을 마련해서 차리는것은 문제가 아니였지만 전투와 행군속에 거칠어진 까맣게 탄 얼굴과 소박한 몸가짐은 감추기가 어려웠다.
또 총을 건사하는것도 문제였다.
어떤 동무는 《하인》으로 가장한 사람이 과일을 담은 바구니안에 권총을 넣어서 들고 들어가자고도 하였고 어떤 동무는 《신사》나 《상인》의 들가방에 넣자고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안전한편이 못되였다. 《하인》의 과일바구니는 세밀하게 조사당할수 있으며 또 개화장을 짚고 담배대나 문 《신사》나 《상인》이 불룩한 들가방을 든다면 의심받을수 있는것이다.
자본가로 가장하는것보다 좀더 안전한 다른 방법을 탐구해보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더 신통한 묘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때 김학산동무가 대원들을 둘러보며 신중한 어조로 말하였다.
《놈들의 경계가 삼엄하면 할수록 우리는 주저할것이 아니라 더욱 대담하게 결심하고 뚫고들어가야 할것이요. 그러자면 우선 사전준비를 더욱 철저히 갖출 필요가 있소. 지주나 자본가로 가장할것을 념두에 두고 다시한번 부두를 정찰하면서 각자가 더 연구하는것이 어떻겠소?》
그의 말에 모두 동의하였다.
이튿날 다시 부두로 나간 그들은 배에 오르는 사람들과 경찰놈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얼핏 보아 할빈으로 일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비교적 홀가분한 차림이였으나 유람려행을 하는 지주나 자본가놈들은 녀편네, 아이들, 하인 등을 주렁주렁 거느리고 먹을것과 입을것이 잔뜩 담긴 구럭과 보퉁이 지어는 어린애놀이감까지 들고있었다.
얼굴에 개기름이 돌고 핑핑하게 살이 찐 놈의 뒤에서는 하인이 삶은 통닭 여러 마리를 들고 부지런히 따라갔다.
(네놈들은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고 돼지처럼 살이 쪘구나.)
김학산동무는 이런 생각이 불쑥 치밀어올라 저도모르게 두주먹이 불끈 쥐여졌다.
헐벗고 굶주린 조중인민들은 정성들여키운 집짐승들을 놈들에게 강제로 빼앗기거나 공물로 바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서도 제 자식 시집, 장가보내는 날에조차 닭 한마리 잡아보지 못하지 않는가.
(배가죽에 기름진 저 착취자놈들을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맡은 전투임무를 기어이 수행해야겠다.)
이렇게 다짐한 그는 저녁에 모두가 모여앉은 가운데서 삶은 통닭이야기를 꺼냈다.
대원들도 그의 이야기를 듣자 고향에 두고온 부모, 동생들과 처자들의 비참한 생활처지를 생각하면서 원쑤에 대한 치솟는 증오를 참지 못해하는것이였다.
이때 김학산동무는 우리도 지주나 자본가로 가장하고 통닭 배속에다 권총을 넣고 실로 꿰매여 들고 려객선에 오르는것이 어떤가고 제기하였다.
모두들 훌륭한 착안이라고 무릎을 쳤다.
이리하여 습격조는 배에 오를 만단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행동질서는 우선 제각기 흩어져서 배에 오르되 선두에 선 동무가 만약 실패하는 경우에는 재빨리 신호할것이며 그에 따라 일치하게 적을 치고 들어가 려객선을 신속히 나포하기로 하였다.
무사히 오르게 되면 객실, 경관실, 기관실, 식당, 갑판 등을 각기 차지하고있다가 배가 아군매복장소에 접근할 때 신호에 따라 동시에 행동을 개시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습격조는 부두로 나갔다.
통나무기둥에 널판자를 깐 좁은 계선장으로는 승객들이 한줄로 늘어서서 나가는데 경관과 세무관놈들이 두곳에서 증명서와 소지품들을 조사하였다.
가지각색으로 변장한 습격조원들은 려객들속에 드문드문 섞여섰다. 그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앞장서 들어가는 두 동무의 행동을 긴장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삶은 통닭을 든 《하인》으로 가장한 대원이 앞사람을 재촉하며 나가는데 그로부터 약간 떨어져서 김학산동무가 중국인 《지주》로 변장하고 따라갔다.
그는 청색 비단다부산자에 도토리뚜껑같은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데다가 개화장까지 짚고 거들먹거리며 나가고있었다.
경관놈은 《하인》을 세우고 《그건 뭐야?》 하고 따졌다.
《이것 말입니까? 예, 이건 저 우리 나으리님 점심참의 술안주감이올시다.》
《하인》은 굽신거리면서 뒤따라오는 《나으리》를 가리켰다.
《어디 봐!》
경관놈은 《하인》의 손에 들린 통닭들이 유난히 배가 불룩하고 무겁게 늘어진것을 좀 이상히 여겼던 모양이였다.
이 순간 뒤에 서있던 김학산동무는 온몸이 바싹 긴장되였다.
경관놈이 삶은 통닭들의 배를 자세히 보기만 한다면 실로 꿰맨것이 드러날것은 뻔하였다.
김학산동무는 더 생각할 사이도 없이 거만스런 태도로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거 왜 냉큼 오르지 못하고 앞에서 어물어물 하는거냐? 빨랑빨랑 올라가지 못할가?》
그러자 《하인》은 《예.》 하고 재빨리 배에 올랐다.
경관놈은 약간 어리벙벙하여 방금 큰소리를 친 안경쟁이《어른》을 당황한 눈치로 쳐다보는것이였다.
놈이 보거나말거나 김학산동무는 배를 내밀고 개화장을 휘저으며 그놈의 앞을 지나갔다.
경관놈은 별수없이 알릴듯말듯 한 고개짓과 눈짓으로 인사를 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 한두사람의 간격을 두고 《신사》 혹은 《상인》으로 가장한 대원들이 련이어 무사히 배에 올랐다.
김학산동무는 1등선실의 제자리로 갔다. 그는 즉시로 《하인》으로 가장한 동무와 함께 좌석 안구석에서 통닭들안의 권총을 뽑아 괴춤들에 감췄다.
《상인》으로 가장한 동무가 슬며시 김학산동무의 곁에 와 앉더니 나직이 속삭였다.
《아까 그 경관놈이 동무를 의심하는것 같은데 조심하시오.》
《알고있소.》
김학산동무는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려객선의 경관놈들은 그 근방의 지주라고 하면 대개 풋낯은 알고있었다. 그런데 통닭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것 같아서 《하인》을 의심하고있는 판에 낯도 모를 《지주》가 큰소리를 침으로써 자기 일이 방해되게 되자 경관놈은 우선 비위가 상했고 낯선 《지주》에 대해서 류달리 주의를 돌리게 되였던것이다.
둔중한 기적을 울리며 려객선은 부두를 떠났다. 그러나 습격조원들은 경각성을 늦출수 없었다.
김학산동무는 경관놈이 자기 뒤를 미행한다는것을 알았으나 그럴수록 더욱 대담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시침을 뚝 떼고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상인》으로 가장한 대원은 2층 선측을 따라 시적시적 거닐면서 강변구경을 하는체 하다가는 눈을 돌려 경관실을 살피군 하였다.
방안에는 두세놈밖에 없었다.
놈들은 배가 떠나자 제가끔 도박장, 식당과 객실들로 뿔뿔이 흩어지고 당직병놈만이 문밖에 서서 강안을 감시하고있었다.
구명대를 걸어놓은 경관실의 바깥벽에는 20여정의 무기가 쭉 걸려있었다.
다른 동무들은 경관놈들의 눈을 피하면서 자기 위치를 차지하고 태연스럽게 앉아있었다.
그런데 김학산동무의 주위로는 계선장에 서있던 경관놈이 빙빙 돌면서 그 어떤 기미를 알아차리려고 하였다.
그놈을 안정시키는것이 필요하였다.
놈은 객실안에 들어와서 굶은 개처럼 이구석저구석 살피다가 문밖으로 사라졌다.
이때 김학산동무는 재빨리 일어나서 그놈의 뒤를 따랐다.
경관놈은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김학산동무는 식당문밖을 태연스럽게 거닐면서 경관놈이 식당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가 살피였다.
예측한대로 경관놈은 다른 경관 한놈과 식탁에 마주앉아 이마를 맞대고 무엇인가 쑤군덕거리고있었다.
(저놈들이 나를 의심하고 잡을 궁리를 하는구나. 어림도 없다.)
김학산동무는 놈들의 흉책을 그자리에서 뒤집어엎어야겠다는 대담한 결심을 품고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곁에서 도박을 노는 사람들에게 한두마디 건방진 훈수를 하고나서 경관놈들이 앉은 식탁의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배타구 다니기 좋은 날씨로군.》
그런 다음 놈들이 그 자리를 뜨려는 기색이 보이자 얼른 말을 걸었다.
《당신들이 수고합니다. 경찰이 배에 자리를 잡고 따라다니기때문에 려객들이 마음놓고 다니게 되였소.》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유격대의 활동이 어떠하냐 하는것을 묻기도 하고 유격대가 신출귀몰한다고 하는데 겁이 난다는 등 이야기를 하면서 경관놈과 말을 주고받다가 나중에 이렇게 말하였다.
《글쎄,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이렇게 많은데 놈들이 감히 이 배에 손을 대겠소?》
《그야 물론이지요. 겁먹을건 없습니다. 허나 …》
이쯤되자 김학산동무는 큰소리로 밖에 선 《하인》을 불러 분부하였다.
《거 술하고 통닭을 가져오너라.》
통닭을 가져오자 그는 경관놈이 보는 앞에서 닭의 다리를 찢어 빈접시에 올려놓고 큼직한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경관놈들에게 권하였다.
놈들은 눈만 뜨부럭뜨부럭하며 통닭을 지켜보다가 저희들끼리 서로 마주 쳐다보고는 게걸스럽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놈들은 김학산동무를 틀림없는 지주라고 믿어버렸던것이다.
놈들은 술과 고기를 잔뜩 얻어먹고 비칠거리며 나가버렸다.
김학산동무는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다른 동무들도 도중 조사를 무사히 넘겼다. 그들은 김학산동무가 잘못되는 경우에 대처하기 위해서 전투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만만한 거동으로 나타나자 안심하였다.
긴장된 가운데 중낮이 지났다.
아군매복지점까지 거의 왔을 때 대원들은 각기 자기 위치를 차지하였다. 《상인》으로 가장하고 경관실앞을 오락가락하던 대원은 당직병놈이 먼산을 감시하고있을 때 가까이로 접근하여 그놈이 쥔 총을 와락 빼앗은 다음 철퇴같은 주먹으로 때려눕혀 물속에 처넣었다.
이것을 신호로 습격조는 행동을 개시하였다.
당직병을 처리한 동무는 경관실의 문을 밖으로 닫아걸고 무기고를 점령하였다. 그는 창문에 싸창을 겨누고 안에 있는 놈들이 꼼짝 못하게 하였다.
객실과 기관실의 출입구에 선 동무들은 일체 인원들의 류동을 금지하였다.
당직을 서던 경관 한놈이 물에 나가 떨어졌을뿐 려객선은 아무 일도 없는듯 잠잠하였다.
총성도 고함소리도 없이 일순간에 습격조에 의하여 완전히 장악된 려객선은 여전한 속도로 움직이고있었다.
김학산동무가 마지막으로 선장실로 올라갔다.
그는 권총끝으로 선장놈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면서 침착하나 맵짠 소리로 말하였다.
《겁낼건 없다. 우리는 항일유격대다. 경찰이 20놈이라도 너를 도와줄 형편은 못되였으니 그리 알고 여울목에 가면 배를 강기슭에 붙이라.》
그러자 선장놈은 겁을 먹고 돌부처처럼 굳어졌다.
김학산동무는 총을 거두면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목숨을 살려줄터이니 걱정말라고 하였다.
선장놈은 그제야 혀가 굳어진 소리로 《예, 예 …》하고 대답하였는데 놈의 굵은 목덜미로는 콩알같은 땀방울이 굴러떨어졌다.
선장놈은 배를 강기슭에 내붙였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무렵이였다.
유격근거지가 있는 우쑤리강 서쪽의 깊은 산악지대에서 뻗은 산맥이 점차 낮아지면서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란 강언덕비탈에 유격대원들이 매복하고있었다.
그들은 다가오는 려객선으로부터 임무를 수행하고 온다는 신호를 받고 일제히 달려나와 배를 대기하고있었던것이다.
한방의 총성도 울리지 않았다.
강기슭에 닿은 려객선으로부터는 자기 임무를 수행한 습격조원들이 경찰과 악질지주놈들을 앞세우고 로획한 무기를 메고 내려왔다.
대기하고있던 대원들은 대담한 습격조원들을 맞이하였다.
악질경찰과 주구놈들은 려객들이 보는데서 처단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일제를 반대하여 모든 조중인민들이 투쟁해야 한다는것을 해설선전한 다음 그들을 돌려보냈다.
유격대는 20여정의 무기와 그리고 많은 량의 식량을 로획해가지고 근거지로 유유히 돌아왔다. …
우등불가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김학산동무를 비롯한 습격조원들의 대담한 행동과 기질에 크게 감탄하였으며 강한 충동을 받았다.
원쑤들을 극도로 증오하며 맡겨진 혁명임무는 어떤 애로와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기어코 수행하고야말겠다는 투지를 굳게 다질 때 좋은 방도도 찾아낼수 있고 대담성도 더 생기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