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자령전투
윤 태 홍
1938년 1월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이였다. 적들의 대부대《토벌》이 점차 심해지자 우리는 이미 있던 림강밀영을 떠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계시는 사령부로 급히 돌아오게 되였다.
우리 대오에는 부상을 당하여 치료받던 동무들과 로약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우리 일행이였지만 적의 추격을 피하여 계속 강행군을 하게 되였으므로 우리는 마음대로 불도 피울수 없고 휴식도 할수 없었다.
림강과 류하현 접경지대에 있는 삼차자령의 험준한 령길을 걷기 시작한 때에는 약간씩 나누어먹던 미시가루마저 떨어져서 행군하기가 더욱 곤난하게 되였다.
령길은 오를수록 험하고 바람은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데 이미 며칠째 낟알구경을 못하고 잠을 자지 못한 우리들의 몸에서는 땀만 솟고 걸음은 마음대로 옮겨지지 않았다.
모두들 점점 기력이 진해갔다.
곤난한 중에서도 더욱 어려운것은 잠이 몰려들어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것이였다. 어떤 때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대오에서 떨어져 깊은 눈속에 다리를 박고 우뚝 선채 잠들기도 했다. 누가 되돌아가서 쥐여당겨도 인차 눈을 뜨지 못하고 겨우 따라오는 형편이였다. 이것은 어느 한두동무의 경우만이 아니였다.
눈속에라도 앉아서 잠간만이라도 눈을 감고싶은 생각이 있으면서도 정작 어느 누구도 쉬여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만일 눈속에서 잠이 든다면 굶주리고 추위에 시달린 몸들이니 다시 깨여나기 어려울것이고 또 어느때에 적의 대부대가 우리의 뒤를 따라설는지 모르는 환경에서 잠시라도 잠을 잘수가 없었다.
우리는 계속 숙영을 하지 못하고 서로 부축하면서 림강밀영을 떠난지 10여일만에 삼차자령 장대우에 올라서게 되였다.
여기서 우리는 오래간만에 잠시 휴식하게 되였다.
지휘부에서는 그 이상 더 부상자들과 로약자들을 이끌고 갈수 없는 형편이였으므로 지난 여름 이 부근에 묻어놓았던 식량을 찾는 한편 휴식을 명령했던것이다.
부상자들과 로약자들을 제외한 전투원들은 경계근무를 수행하면서 교대로 휴식하였다.
눈보라가 사나운 때라 감시가 곤난한 조건을 고려하여 숙영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쌍보초를 세웠다. 보초소부근에서는 적들의 불의의 침습을 받더라도 민첩하게 대처할수 있도록 일정한 인원들이 대기상태에서 휴식하게 되였다.
내가 속한 기관총분대동무들은 골짜기어귀에 있는 보초소부근에서 휴식하게 되였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동무들은 눈을 녹여 물을 끓이는 사이에 벌써 잠이 들어버렸다.
잠든 동무들을 겨우 흔들어깨워 더운물그릇을 입에 들이대면 그들은 물을 입에 문채 또다시 눈을 감고 끄덕끄덕 조는 형편이였다.
나도 그만 어느 사이엔가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우리가 피운 불무지는 바닥에 깊이 깔린 눈이 녹으면서 우물처럼 패여들어갔다.
불무지주위에 둘러앉은 우리들도 함께 빠져들어갔다.
이런줄도 모르고 우리는 총을 그러안은채 모두 곤히 자고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나는 잠결에 총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거의 한길이나 패여들어간 눈구뎅이안은 좁은 방안처럼 아늑하고 머리우로는 눈구뎅이밖으로 휩쓸려 지나가는 눈보라가 보일뿐이였다.
나는 기관총을 안은채 얼른 몸을 일으켰다.
순간 무엇인가 나의 눈앞을 막아서는것 같더니 황급히 물러서는것이 얼핏 보였다.
이럴 때 또 총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구뎅이안의 동무들에게 급히 소리를 치고 밖으로 기여나왔다.
방금 눈앞에 얼씬하던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려고 했으나 사납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때문에 얼른 알아낼수 없었다.
얼마간 앞으로 더 기여나가던 나는 내곁으로 적 몇놈이 다급히 지나가는것을 보게 되였다.
나는 급히 일어나며 우선 적 한놈을 등뒤로부터 힘껏 내리쳤다.
이때 눈구뎅이안에 있던 우리 동무들도 달려나와 적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앞뒤로부터 우리가 나타나자 적들은 당황한 나머지 미처 총을 쏘지 못하고 우리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적들과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격투를 하게 되였다.
나는 내 기관총을 잡은 적과 몇차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그놈을 제끼고 일어섰다. 이때 내 눈앞에서는 아직도 우리 동무들이 적들을 안고 딩구는것이 보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때 우리에게 달려든 적들은 사나운 눈보라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리가 있는 골짜기로 기여들던 적 대부대의 척후대놈들이였다. 놈들은 우리가 이곳에 있는줄은 모르고 기여들다가 골짜기어귀에 있는 우리 보초에게 발견되였던것이다. 이때 우리 보초는 눈보라때문에 적을 보지 못하고있다가 이미 몇놈이 그 앞을 지날 때에야 발견하고 급히 사격을 시작했던것이다.
갑자기 사격을 당하여 쓰러지기 시작한 적들은 당황하여 일시 뒤로 물러섰다. 그중 이미 보초소앞에 다달았던 놈들만이 우리 보초 두명이 쏘는 총탄을 피하여 우리가 있던 눈구뎅이앞에까지 뛰여들었던것이였다.
뛰여든 적들을 다 제껴치우고난 우리들은 다시 주위를 살폈다.
적들이 얼마나 기여들었는지 … 우리 지휘부에서는 어떻게 결심을 택하였는지 … 우리 동무들은 어디에 배치되였는지 …
사나운 눈보라속에서 우리는 얼른 판단을 내릴수 없었다. 그렇다고 망설이고있을수도 없었다. 기관총을 가진 우리가 위급한 정황속에서 추호도 지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우리는 적들이 기여든쪽으로 달려나갔다.
우리가 눈보라속으로 얼마쯤 달려나갔을 때였다.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 등판우에서 갑자기 맹렬한 사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눈보라속에서도 귀에 익은 기관총소리임을 짐작할수 있었다.
우리 동무들이다!
그쪽에서 들려오는 사격소리가 맹렬해질수록 골짜기에서는 적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점점 높아가고있었다.
이럴 때에 골짜기 막바지쪽에서도 또 새로운 총소리가 일어났다. 총소리 사이사이에 들리는 구호소리로 보아 그곳에도 우리 동무들이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새로운 용기가 부쩍 솟은 우리는 모두들 눈보라속으로 더 힘껏 내달렸다.
맞은편 등판과 골짜기 막바지쪽에 우리 동무들이 있고 골짜기안에 적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된 이상 우리가 차지해야 할 위치는 두말할것도 없이 우리앞에 있는 높은 등판인것이다. 우리가 앞에 있는 높은 등판에 올라서기만 하면 적들을 골짜기안에 몰아넣고 세 방향에서 더욱 힘껏 족쳐댈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향해 달리는 등판앞쪽에서 갑자기 적들이 고아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들도 우리가 달려오르는 등판으로 기여오르고있는것 같았다.
우리는 그쪽에다 대고 기관총과 보총의 일제사격을 가했다.
고아대던 적들은 인차 잠잠해지고 말았다.
이윽고 우리는 등판우에 올라섰다.
바람은 더욱 사나우나 등판코숭이에는 번들거리는 굳은 눈이 깔려있을뿐 눈가루는 일지 않았다.
몸에서 불이 이는것 같고 숨이 컥컥 막히는것을 참으며 나는 급히 기관총을 골짜기아래로 겨누었다.
적들은 맞은편 등판과 골짜기 막바지에서 내리쏘는 우리 동무들의 총탄에 무리로 쓰러지면서도 대응사격을 멈추지 않았고 발악적인 공격을 시도하고있었다.
우리는 골짜기어귀로 계속 몰려드는 적들을 향하여 힘껏 사격하였다.
량쪽 등판에서 우리 동무들이 화력을 집중하니 적들은 더욱 미쳐날뛰면서 우리가 있는 등판으로 발악적으로 기여오르기 시작하는것이였다.
우리는 이미 적정을 판단하게 되였고 아군지휘부의 결심도 깨달을수 있었으므로 어떠한 적들이 기여든대도 자신있게 족칠수 있었다.
적들속에서는 점점 더 혼란이 일어나고 맞은편 장대에 있는 우리 동무들속에서는 더욱 맹렬한 사격소리와 함께 《잘한다!…》, 《잡아라!…》, 《몽땅!… 잡아라!》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렇게 어려운 행군에 지치고 시달린데다가 불의에 적의 습격을 받은 우리 동무들이였지만 일단 전투를 시작하자 모두 사자와 같은 용맹을 떨치는것이였다.
후에 알게 된바에 의하면 이때 적들은 4개 대대의 력량이였고 우리는 부상자들과 로약자들을 제외하면 불과 100명정도였다. 그러나 《억천만번 죽더라도 원쑤를 치자》는 바로 그 일념에 불타고있는 우리 동무들에게 어떠한 고난도, 어떠한 적도 두려울것이 없었다.
골짜기우로 올라왔던 적들은 좌우익측으로부터 가해지는 우리의 맹렬한 사격을 받고 한놈도 살아남지 못했으며 뒤따르던 놈들은 황급히 도망치고말았다.
우리는 적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기 위하여 재빨리 골짜기어귀에 있는 놈들에게로 화력을 집중하였다.
적들은 중기와 척탄통 등을 내두르며 발악했다.
전투는 점점 치렬해갔다.
어느사이에 밤이 되였다.
적들이 아무리 발악한다 해도 어두운 밤에는 더욱 우리앞에 견디여낼수 없었다. 야간전투에 익숙하지 못한 적들을 골짜기에 몰아넣은채 우리는 점점 사거리를 좁혀가며 놈들을 족쳐댔다.
전투는 새벽까지 계속되였다.
날이 밝자 적들은 수많은 주검을 내던지고 모두 도망쳐버렸다.
우리는 적들에게서 로획한 무기를 그 부근에 묻어놓고 이미 파묻었던 식량과 적들에게서 로획한 식량까지 합쳐지고 다시 행군을 계속하였다.
그후 우리는 전원 무사히 사령부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