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령부근에서의 승리
공 정 수
우리 부대가 의란현 토룡산근처에서 활동하고있던 1937년 7월 말경이였다.
당시 일제는 중국본토침략에 전력을 경주하면서도 쏘련에 대한 침공을 은밀히 준비하고있었다. 이와 함께 남북만에서 날로 확대강화되여가는 유격투쟁을 《제압》하려고 발광하고있었다.
이런 시기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활한 령도밑에 우리 조선인민혁명군부대들은 놈들의 흉책을 파탄시키기 위하여 보다 과감한 투쟁을 전개하고있었다.
우리 유격대원들의 투쟁에 의하여 도처에서 적군용렬차가 전복되고 교량이 폭파되였다.
바로 이 시기에 있었던 호남령근처에서의 군용렬차습격전투를 나는 지금도 잊지 않고있다.
어느날 우리 부대지휘부에서도 목단강-가목사사이의 철도를 파괴하여 놈들의 군수품수송을 파탄시킬데 대한 명령을 내리였다. 우리는 우선 호남령에서 북쪽으로 약 30리 떨어진 곳에 놓여있는 철다리를 폭파시켜 군용렬차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면밀한 준비를 갖추고떠났다.
이 렬차습격전투에는 소대장인 박락권동무의 지휘밑에 김만익동무와 내가 참가하게 되였다.
농민으로 가장하고 우리는 목적지를 향하여 산발을 타고 밤새껏 걸었다. 놈들의 경계가 심하였으나 우리는 늦은 아침때나 되여 철다리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마루에 가닿을수 있었다.
《우리가 폭파시키려는 철다리가 바로 저거요.》
박락권동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선 철다리부근의 지형부터 살폈다. 푸른 물줄기우에 덩실하게 가로놓인 철다리의 좌우로는 벌판이 펼쳐져있어 낮에 행동하기에는 매우 곤난한 지형이였다.
우리는 준비해가지고간 식량으로 요기를 한 다음 행동계획을 토의했다.
중요한것은 군용렬차가 통과하는 시간과 철다리의 경비상태를 상세히 알아내는 문제였다.
우리는 우선 그 부근에서 밀가을하는 농민들을 통하여 정형을 알아보기로 했다. 행인으로 가장한 우리는 산기슭에 있는 밀밭으로 내려갔다.
박락권동무와 내가 농민들에게로 가고 김만익동무는 풀숲에 숨어 망을 보았다.
행인으로 차린 우리는 밭으로 들어가서 농민들에게 정거장까지 가자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를 잠시 훑어보던 농민들은 20여리를 더 가야 한다고 하였다. 철길로 해서 가면 훨씬 더 빨리 갈수 있지 않느냐고 우리가 다시금 묻자 농민들은 보초가 있어서 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외에 우리들은 군용렬차가 대개 밤 10시쯤이면 지나간다는것과 철다리에는 낮이고 밤이고 늘 보초가 서있다는것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였다.
밭에서 나온 우리는 만약의 경우를 고려하여 정거장으로 가는 길을 얼마쯤 가다가 농민들이 보이지 않게 되였을 때 다시 산으로 올랐다.
철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둑나무숲에서 우리는 지형정찰을 더 자세히 하는 한편 폭파준비를 하였다.
철다리는 어림짐작으로도 길이가 150m가량 되고 높이가 10m가량 되여보였다. 철다리옆에는 작은 보초막이 있고 그곳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보초병놈들의 병실이 있었다.
우리는 철다리까지 접근하는데 유리한 통로와 퇴각로를 미리 정해두고 폭파장치를 설치할 곳도 미리 확정했다.
이제는 렬차가 통과하는 정확한 시간과 통과할 때의 신호, 경비인원수 등을 알아내기만 하면 되였다.
날이 어둡기 시작하자 우리는 준비한 똘(폭약)과 도화선을 가지고 갈밭속을 헤치면서 보초병놈이 서있는 철다리로 향했다.
어느덧 주위는 캄캄해지고 흐르는 물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그 요란한 물소리속에 발자국소리를 죽여가면서 조심조심 철다리에로 접근해갔다.
키넘게 자란 물쑥밭에 몸을 의지하고 찬찬히 사위를 살펴보니 보초막옆에 선 위만군보초놈의 하품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할것인가?)
그놈의 거동을 우리는 뚫어지게 주시했다.
이윽고 그놈은 우리를 등지고 돌아섰다.
순간 김만익동무가 박락권동무에게 눈짓을 하였다. 제껴치우자는것이였다.
그러나 박락권동무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보초놈의 거동만을 계속 주의깊게 살피고있었다.
이럴 때 보초막에서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보초놈은 황급히 보초막으로 뛰여들어갔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보초막 턱밑까지 다가갔다.
뜻밖에도 위만군보초놈은 일본말로 뭐라고 떠들어댔다. 그런데 나는 일본말을 몰라서 무어라고 지껄여대는지 알수 없었다.
잠시후 밖으로 나온 보초놈은 아까와는 달리 철다리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는것이였다. 그러더니 무슨 감촉을 느꼈는지 그놈은 우리가 잠복해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걸음만 내려서면 우리 머리를 밟을수 있는 가까운 거리까지 와서 그놈은 딱 멈춰서더니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씨근덕거리는 그놈의 숨소리마저 똑똑히 들려왔다. 숨을 죽이고 엎드려있는 우리의 손에서는 땀이 흘렀다.
나는 그놈의 발목을 당장 잡아채고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잠시후 보초놈은 안심이 되는듯 무어라고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돌아서더니 먼저 섰던 곳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이때였다. 우리는 번개같이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김만익동무가 총을 잡아채는 순간 박락권동무가 수건으로 그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는 그놈을 웅덩진 철길밑으로 끌고내려갔다.
그놈은 어찌나 황겁했던지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우리가 그놈의 입에 수건을 틀어막은채 죽이지 않을테니 묻는대로 순순히 대답하겠는가고 따지니 그놈은 머리를 끄덕이며 애원하듯 허리를 굽신거리였다.
단단히 다짐을 받고나서 우리는 그놈의 입에서 수건을 뽑아내고 물었다.
《가목사쪽으로 가는 군용렬차가 오늘밤엔 몇시에 철다리를 통과하는가?》
《좀 있으면 통과합니다.》
《보초는 몇시에 교대했으며 순찰은 언제 나오는가?》
《나는 방금 나와섰고 … 순찰은 1시간후에 나옵니다.》
틀림없는가고 다시한번 따져묻자 그놈은 조금도 틀림없으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손을 비벼대는것이였다.
군용렬차가 잠시후에 통과한다는것을 알게 된 우리는 지체함이 없이 곧 행동을 개시했다.
박락권동무와 김만익동무는 선이 련결된 똘을 가지고 철다리한복판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동안에 나는 보초놈을 지키면서 주위에 대한 감시를 계속했다.
나의 마음은 조마조마하였다.
순찰병놈들이 나오는것 같고 렬차가 방금 철다리에 달려드는것만 같아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사방을 감시하면서 보초놈에게 계속 물었다.
《전화는 어디와 통하는가?》
《경비전화입니다. 정거장과 련락하는데 사용합니다.》
《렬차가 통과할 때 신호는 어떻게 하는가?》
《렬차가 정거장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전화가 오는데 보초병이 별일 없다고 해야 렬차를 통과시키기로 되여있습니다.》
《그래, 이제 전화가 얼마쯤 있으면 오는가?》
《인젠 곧 오게 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보초병놈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의 동정을 살피는 눈치였다.
나는 정거장에서 전화를 거는놈이 어떤놈이며 무엇이라고 묻는가, 어떻게 대답하는가 하는것을 하나하나 따지였다.
알고보니 보초병의 전화를 받는놈은 일본놈이였다.
일은 난처하게 되였다.
그것은 내가 일본말을 한마디도 모르니 전화를 받을수가 없기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놈에게 전화를 받게 할수도 없었다. 만일 그놈이 전화를 받을 때 유격대가 왔다고 하면서 렬차를 통과시키지 말고 《토벌대》를 보내라고 해도 나는 알아들을수 없지 않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 나는 잠시도 지체할수가 없었다. 나는 보초병놈을 꼼짝 못하게 묶은 다음 똘을 장치하고있는 박락권동무에게로 달려갔다. 일본말을 다소나마 알고있는 박동무와 교대하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보초병놈에게서 들은 내용을 이야기하자 박락권동무는 자기가 하던 일을 나에게 맡기고 곧 보초막으로 갔다.
철다리에서 똘장치를 끝낸 김만익동무와 내가 보초막앞으로 돌아왔을 때 전화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박락권동무가 수화기를 들고 일본말로 한두마디씩 침착하게 응대하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때 박락권동무가 전화로 주고받은 말이란 다음과 같았다.
《철다리보초인가?》
《네,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없는가?》
《없습니다.》
《좋다.》
이렇게 간단한 대화가 오고간 뒤에 군용렬차가 곧 떠나니 경비를 잘 서라는것이였다. 일은 뜻대로 되여갔다.
전화가 끝나자 우리는 보초병들이 들어있는 병실을 감시하면서 재빨리 폭파장치가 설치된 곳으로 왔다.
얼마 안되여 멀리서 렬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마침내 요란한 기적소리와 함께 산굽이를 돌아선 기차가 내리막길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철다리부근에 와서 렬차는 다시금 기적을 울리면서 철교에 들어서는것이였다.
분초를 다투며 렬차를 주시하고있던 우리는 증오에 타는 입술을 굳게 사려물고 폭파장치에 스위치를 넣었다.
순간 눈부신 섬광이 번개불처럼 번득이고 《꽝!》 하는 폭음이 어두운 벌판을 뒤흔들었다.
달리던 군용렬차의 기관차가 다리에서 곤두박질을 하여 떨어지자 련결된 차량들이 뒤따라 겹쳐 굴러떨어졌다.
탈선되여 넘어진 몇대의 렬차에서는 적들의 비명이 그칠사이없이 들려왔다.
오만무례하게 달려오던 적군용렬차는 눈깜박할 사이에 묵사발이 되여버린것이다.
우리는 서로 어깨를 부둥켜안고 승리자의 환호를 높이 올렸다.
바로 이때 보초놈들이 있는 병실쪽에서 황급히 쏘아대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퇴각로를 따라 민첩하게 철수한 우리는 혁명임무를 완수했다는 흐뭇한 심정을 안고 그길로 부대를 향해 떠났다.
혁명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고 가슴은 필승의 신념으로 벅차오르기만 하였다.
후에 알아본바에 의하면 이 군용렬차에는 숱한 적군과 탄약, 무기 등이 만재되여있었는데 즉사한 인원만 해도 수백명이나 되며 많은 무기와 탄약들이 결딴났다는것이였다.
놈들은 즉사한 제놈들의 시체를 실어내면서 근 1개월간이나 철다리를 복구하느라고 발악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우리는 이 렬차습격을 단행함으로써 놈들의 군사인원과 군수물자에 막대한 손실을 주었을뿐만아니라 놈들의 군수수송에 큰 타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