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두로 행군하던 길에서

                             

                                                                          박 성 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1939년 여름 연길지방에서 활동하던 우리 부대는 월동준비를 할 목적으로 남호두부근으로 행군하고있었다.

부대는 명월구와 로두구간의 철길을 앞에 두고 수림속에서 잠시 행군을 멈추었다.

지휘부에서는 철길을 건느는 문제에 대하여 토의가 있었다.

이 철길은 놈들의 군사수송에 있어서 주요 간선이였을뿐만아니라 이 일대에서 우리의 활동이 빈번하였으므로 경비병들의 경계가 심하였다.

철길 서쪽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철길을 따라 신작로가 가지런히 뻗어있어 세겹의 장애물이 가로막혀있었다.

당시 중대장이였던 나는 지휘부로부터 경비병들의 력량과 위치, 행동질서 그리고 맞은편 산의 지형을 알아오며 특히는 부대의 통로를 개척할 임무를 받고 3명의 대원을 데리고 정찰하러 떠나게 되였다.

우리는 저녁무렵에 철길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이르렀다.

여기서 전투준비상태를 다시한번 살피고 강물을 건는 우리는 철길가까이에 접근하여 은밀히 감시정찰을 진행하였다. 30분이상이나 그곳에 매복하고있었으나 경비병놈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철길을 건너 신작로에 나섰으나 거기에도 놈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은 점점 짙어갔다. 신작로에서 얼마간 떨어진 산밑에 조선농가들이 있었다.

우리는 인민들을 통하여 적정을 장악할 목적으로 우선 이 마을에 내려가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불빛이 비쳐나오는 한 농가를 향하여 조심히 접근해갔다.

두 동무가 밖에서 망을 보고 나와 한 동무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부터 그 집에 접근하였다.

한 동무는 외양간쪽에 은신해서고 나는 굴뚝곁에 가섰다.

방안에는 불이 환한데 열어놓은 문지방에 어떤 자가 엉뎅이를 밖으로 돌려대고 앉아있었다.

방안을 조심히 들여다보니 경비병 6놈이 둘러앉아 투전을 하고있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3자루의 총이 구석에 세워졌고 또 3자루의 총은 문지방곁에 세워져있었다.

부근에 있는 경비병놈들이 여기에 다 모인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때일수록 민감하게 정황을 판단하고 대담하게 결심을 채택하는것이 중요하였다.

(피할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저놈들을 불의에 기습할것인가?)

나는 이때 적을 코앞에 놓고 지휘관으로서 심중한 두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되였다.

나의 머리에서는 순식간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대체로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중 적을 만나는 경우에는 피하는것이 보다 유리하였다.

그렇다고 어떤 경우에나 꼭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것은 아닐것이였다.

우리의 경우에는 형편이 좀 다르다고 나는 생각하였다.

이곳에서 잘못 피하다가는 개들이 짖어대는 바람에 적에게 폭로될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피동에 빠질수 있었다.

그대신 이놈들을 몽땅 생포한다면 놈들의 입을 통하여 적들의 경비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낼수 있을것이였다.

나는 이놈들을 몽땅 생포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는 이미 약속한대로 경비병놈이 엉뎅이를 내대고 앉은 문을 가운데 두고 량쪽에서부터 접근해갔다. 경비병놈은 꽁무니에 칼을 차고있었다.

나는 맞은편에 선 동무에게 손짓으로 다음과 같은 뜻을 전하였다.

《내가 이놈의 엉덩판을 걷어찰테니 동무는 안구석으로 뛰여들어가 총을 걷어쥐라.》

그 동무는 나의 의도를 곧 알아차리였다.

나는 우선 문턱에 걸터앉은놈의 꽁무니에 달린 총창을 조심히 만져보았다.

허나 그놈은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다.

약간 당겨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투전놀음에 완전히 정신이 팔린 그놈의 엉뎅이를 발길로 힘껏 걷어찼다.

놈은 허궁 들리였다가 투전판 한가운데 사지를 쭉 펴고 어푸러졌다.

다른 놈들은 흠칫 놀라며 한걸음 물러앉았다.

그러면서도 투전목을 그러쥐는것을 저마다 잊지 않았다. 어떤 놈은 문턱에 앉았던 녀석이 일부러 투전판을 망쳐놓는다고 생각했던지 욕지거리까지 하는것이였다.

나는 방안에 뛰여들어 오른쪽구석에 있는 3자루의 총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꼼짝말라!》하고 소리쳤다.

이때 어느놈이 발길로 걷어찼는지 불이 꺼졌다.

아주 위험한 순간이였다.

《불을 당장 켜라!》

내가 한놈의 옆구리를 싸창으로 꾹 찌르며 소리치자 그놈은 기겁하여 성냥을 찾아 불을 켰다.

이때야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리고 질겁한 놈들은 두손을 든채 일어섰다.

우리는 놈들을 앞세우고 맞은편 산으로 올라가 심문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였다.

놈들은 1㎞에 두놈씩 유동보초를 서는데 그들 호상간에는 긴밀한 련계가 있으며 정황이 발생하면 명월구에 통보하여 그곳에서 즉시로 《토벌대》가 나오게 되여있었다.

그날은 세곳의 보초가 이곳에 다 모여있었다는것과 주로 산모퉁이와 골짜기부근에는 경계를 항상 강화하고있으나 행인의 왕래가 빈번하고 밭을 낀 곳에는 주의를 덜 돌린다는것이였다.

그밖에도 우리는 렬차통행시간이며 명월구와 로두구에 있는 적들에 대한 자료들과 맞은편 산의 지형을 세밀히 알수 있었다.

이렇게 초보적인 자료를 얻고나서 경비병들의 옷을 벗겨입은 우리는 산속에 모여앉아 대책을 토의하였다.

얻은 자료를 더 정확히 확증하고 보충해야 했다. 그런데 이곳에 그냥 있으면 다음날 아침부터 《토벌대》놈들이 밀려들수 있을것이다. 우리는 등잔밑이 어둡다는 격으로 대담하게 철길근처에서 하루낮을 지내면서 공작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철길부근에 접근하여 싸리나무가 무성한 밭뚝에 엎디여있었다.

그 이튿날 아침 10시쯤 되였을 때였다.

아래골짜기로부터 적들이 올라왔다. 산릉선으로도 한개 부대가 수색을 하면서 올라오는것으로 보아 지난밤 경비병들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놈들이 당황망조함이 틀림없었다.

우리는 싸리나무숲속에 위장을 잘하고 엎드려서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있었다.

그때는 여름이여서 몹시 더웠다. 모기와 깔따구가 손등과 얼굴에 달라붙어 못견디게 굴었다.

놈들은 수풀과 나무가 무성한 곳을 모조리 훑고있었다. 여기서 계속 은페해있다가는 적에게 발견될 위험이 있었다.

어떻게 할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는데 밭가운데 조선농민들이 김을 매고있었다.

아래쪽콩밭에서는 한 부부가 김을 매고있었고 웃쪽 조밭에서는 남녀 4명이 김을 매고있었다.

나는 위급할 때일수록 인민들속에 들어가면 놈들의 수색을 면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우리는 재빨리 농민복을 갈아입고 싸창을 허리춤에 지른 다음 밭으로 내려갔다.

나는 첫눈에도 벌써 그 농민들이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라는것을 알았다.

여름인데도 겨울난 토스레를 그냥 걸친 모습이라든가 해볕에 탄 거친 얼굴을 보아 그들은 분명 고역에 시달리고 착취와 압박에 신음하는 사람들이였다.

우리는 둘씩 패를 지어 아래우밭으로 갈라져갔다.

나는 조밭으로 들어가면서 《삯김 맬게 없습니까?》하고 물었다.

인차 대답이 나오지 않기에 나는 점심이나 먹여주면 된다고 하였다.

그들은 뜻밖의 일이였던지 수상한 눈치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난처한듯 이렇게 대답했다.

《점심 싸가지구 나오는것까지두 검열을 마치다나니 넉넉히 못가지구 왔수다.》

《그래두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는 삯김을 매주고 밥을 먹는 사람인데 좀 일해봅시다. …》

우리는 범이 새끼칠 정도로 풀이 무성한 밭에서 맨손으로 풀을 뽑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이따금 허리를 펴는척하면서 일어서서는 《토벌대》놈들의 행동을 살펴보군 하였다.

나는 일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농민들을 료해하는 과정에 믿을수 있다고 생각되였다.

일에 성수가 난 나는 앞장서가면서 열심히 풀을 뽑다가 문득 뒤를 돌아다보게 되였다.

내 뒤에서 김을 매던 한 녀인이 매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 녀인은 내가 권총을 찬것을 발견하였던것이다.

앞에 품었던 권총을 일하기에 편리하도록 뒤로 약간 돌려놓았던것이 권총손잡이와 총끈이 조금 보였던것이다.

잠시후 그 녀인은 남편인듯 한 남자를 보고 아이때문에 집에 갔다가 오겠다고 하는것이였다.

나는 그 말을 듣자 일손을 놓고 일어서면서 웃는 얼굴로 말하였다.

《아주머니, 집에 가지 마십시오. … 우리는 조선인민혁명군인데 어제밤 일어난 사건을 아십니까?》

녀인은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얼굴이 빨갛게 되였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모여와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알구 말구요. 어제밤에 경비병 6놈이 귀신모르게 없어졌다던데요.》

한 남자가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왜 가려고 하십니까?》

내가 다시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녀인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는것이였다.

《유격대라는것을 알았으면 얼마나 반가왔겠나요. 그런 말씀은 안하시는데 총을 가지고계시기에 그만 밀정놈인줄 알고 …》

나는 녀인의 솔직한 심정을 리해할수 있었다.

그동안 적들은 밭에는 전혀 주의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산속으로만 싸다녔다.

우리는 농민들과 함께 서로 쌓였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모두 반일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였다.

유격대를 만나게 된 그들의 기쁨이란 한량없이 컸다.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저마다 일제를 반대하여 혁명적지조를 굽히지 않고 계속 싸울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토벌대》놈들은 그동안 멀리로 사라졌다.

우리는 농민들을 통하여 적정을 자세히 확인한 다음 새로운 자료들도 알게 되였다.

그후 부대는 우리가 설정한 통로를 따라 철길을 무사히 건너 남호두를 향하여 행군을 계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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