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소 리 기 름
오 재 원
1939년 가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친솔하에 조선인민혁명군부대는 돈화현쪽으로 행군을 계속하고있었다.
이무렵에 나는 열병에 걸려 나중에는 그이상 행군하기 힘들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사정을 아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의 신변을 몹시 걱정하시면서 안전한 후방밀영에 가서 치료하고 돌아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들은 순간 나는 가슴속에서 무거운것이 내려앉는것 같은 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때 결코 대오에서 떨어지고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따라가겠다고 그이앞에서 어린애처럼 졸라댔다.(당시 나는 17살이였다.)
그러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동무의 심정은 충분히 리해할수 있소. 그런데 그런 몸을 가지고 어떻게 행군을 계속하겠소. 싸움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병이라는것은 시초에 고쳐야 하오. 그러니 조용한 곳에 가서 안정하여 치료하고 완쾌되여 다시 대오로 돌아오면 되지않소라고 차근차근 타일러주시였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 위대한 수령님앞에서 나는 그이상 더 졸라댈수는 없었다.
나는 하는수없이 그이의 행처만이라도 알고싶어 물었다.
그랬더니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웃으시면서 혼자 산속에 떨구어놓고 갈것만 같아 마음이 놓이질 않는 모양이군. 통신원을 보내서 자주 련락을 갖도록 할터이니 념려마오라고 하시였다.
나의 마음은 어지간히 풀렸다. 그러나 일시나마 대오에서 떨어져 산속에 외로이 남아있지 않으면 안될것을 생각하니 괴로운 심정이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떠나시면서 그동안 먹을 식량과 나의 병치료를 돌봐주라고 부대의 후방사업을 맡아보던 왕동무까지 같이 남아있도록 하여주시였다.
그후 나는 왕동무의 간호를 받으며 돈화의 어느 한 수림속에 남아있게 되였다.
어느덧 그럭저럭 10여일이 지나갔다. 왕동무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병세에는 차도가 없었다. 불안과 근심에 싸인 나날이 흘러갔다.
내가 수림속에 누워있은지도 퍼그나 된 어느날 마음을 죄여가며 고대하던 통신원이 부대에서 찾아왔다.
그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보내신 병문안과 함께 《토벌대》놈들이 이곳으로 몰려들 위험성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것이 좋겠다는 그이의 지시를 전달하였다.
통신원이 부대로 돌아간 후 우리는 다음날 새벽에 떠나기 위하여 출발준비를 갖춘 다음 우등불가에 누웠다. 바람이 불기운을 몰아다가 나의 등을 훈훈히 녹여주었다. 나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잠들고말았다.
그동안 나의 병간호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왕동무도 그만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깊이 잠들어버린 나는 등살이 갑자기 뜨거워지는바람에 깜짝 놀라 깨여났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잔등에 불이 당기고있었다. 급해맞은 그 순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몸부림을 치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데굴데굴 굴러 물홈있는데까지 간신히 가닿았다.
그러나 나는 그곳까지 굴러내려가는동안에 목덜미로부터 허리밑까지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던것이다. 나는 그만 의식을 잃고말았다.
내가 희미하게나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벌써 어느 한 수림속에 있는 민가에 누워있었다.
열병도 낫기 전에 화상까지 당하고나니 잔등에서는 불이 붙는것 같았고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온몸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숨이 차고 쑤셔들어 견딜수 없었고 때로는 의식을 잃기까지 하였다.
고통이란 이루 다 말할수 없었다. 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수도 없어 꼼짝 못하고 모로 누워있지 않으면 안되였다.
몽롱한 의식속에서도 사령관동지와 전우들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나는 그이의 말씀을 어긴것으로 하여 마음이 몹시 괴로왔다.
병이라는것은 시초에 고쳐야 하오.
그이의 말씀을 회상하면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왕동무는 나를 간호하느라고 무척 애썼으며 주인집 부부도 나를 극진히 보살펴주었다.
왕동무는 주인집에서 구해준 술과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상처에 발라주었으며 그래도 부족하여 약재를 찾아보려고 산을 헤매다니기도 하였다.
부대와의 련락이 끊어진지도 퍼그나 오래 되였으나 통신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아마도 어려운 정황이 생기였기에 쉽게 찾아오지 못할것이라고 가슴을 태우고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수령님께서 보내신 통신원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나는 량심상 가책을 느꼈다.
통신원동무를 쳐다볼 면목이 없었다.
그는 그동안 일어난 사정을 다 듣고난 후 나의 머리를 짚어보면서 《사령관동지께서는 그동안 오동무의 병이 어떤가 알아오라고 나를 직접 보내시면서 병이 채 낫지 않았으면 다 나을 때까지 푹 쉬면서 잘 치료하라고 하셨소. 그러니 이렇게 되였다고 절대로 락심하지 말고 안정하여야 하겠소.》
나는 이 말을 눈물을 머금고 들었다.
(치렬한 전투와 행군이 련일 계속되는 그처럼 복잡한 환경속에서 미처 생각할 짬도 없으시련만 사령관동지께서는 한 대원의 병세를 걱정하시여 이처럼 잊지 않으시고 통신원까지 보내주시였구나.
이 지극한 사랑에 무엇으로 보답해야 한단말인가.)
나는 자기자신에 대하여 몇번이고 반문해보았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의 몸을 빨리 회복하고 대오로 돌아가서 있는 힘을 다하여 혁명에 더욱 충직하게 헌신하는것이 곧 그이의 배려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는것을 몇번이나 다짐했다.
그러나 상처는 마음과 같이 빨리 낫지는 않았다. 초조하고 안타까운 나날이 흘러갔다.
어느날 집주인은 어디서 듣고왔는지 화상에는 오소리기름이 제일이라고 하면서 그놈을 잡아 기름을 내서 상처에 바르면 그이상 더 좋은 약이 없다는것이였다. 그런데 그는 오소리를 잡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좀 구할수 없겠는가를 궁리하고있었다.
그후부터 오소리기름만 있으면 상처가 곧 낫는다는 생각에 나는 아픔도 잠도 다 잊었다.
상처가 빨리 나아야 위대한 수령님께서 친솔하시는 대오로 돌아갈수 있었기때문에 오소리기름을 얻는것은 그때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관심사로 될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부터 왕동무와 집주인은 오소리기름을 구해보려고 있을만한 곳을 계속 찾아다녔다. 그러나 쉽게 그것을 구할수는 없었다.
하루는 주인이 먼길을 떠났다. 우리는 혹시 이번에는 얻어오리라 큰 기대를 걸고 안타까이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후에 주인은 빈손으로 맥없이 돌아오고말았다.
오소리기름을 바르고 빨리 대오로 돌아가겠다던 유일한 희망마저 끊어지고보니 맥이 탁 풀렸다. 암만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별도리가 없었다.
《이제는 별수 없구나.…》 하고 생각한 나는 다시금 불안과 초조감에 사로잡히고말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나때문에 얼마나 근심하고계실가? 전우들은 또한 얼마나 기다릴것인가. 그런데 나는 이 꼴이 되였으니 무엇으로써 혁명에 이바지할수 있단 말인가!)
나의 마음은 견딜수 없이 괴로왔다.
그럴 때마다 상처는 더욱 아파났다. 또다시 열이 오르고 진땀이 쭉쭉 솟아났다. 심한 동통으로 채 아물지 않은 흐들흐들한 상처가 쑤시고 저려날 때에는 금시 내장이 뒤집혀지는것만 같았다.
상처의 아픔과 고민이 뒤섞여 나는 온밤 잠을 이룰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며칠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이였다.
《재원동무! 통신원이 찾아왔소!》 하는 왕동무의 웨침소리에 나는 너무도 기뻐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통신원은 달려들어와 나의 손을 덥석 잡으며 숨을 돌릴새도 없이 배낭을 벗어놓으면서 흥분한 어조로 말하였다.
《재원동무! 기뻐하오. 장군님께서 손수 마련해주신 오소리기름을 가지고왔소.》
통신원은 곧 배낭속의 기름병을 끄집어내여 나의 가슴에 덥석 안겨주는것이였다. 그리고 그는 그이께서 나에게 써보내신 편지와 주인집에 보내주신 선물까지 내놓았다.
그때의 감격과 기쁨을 어떻게 다 표현하랴.
나는 헤아릴수 없는 행복감과 감격으로 하여 오소리기름병을 가슴에 붙안고 목메여 흐느껴울었다.《사령관동지, 감사합니다.
이제는 사령관동지의 곁으로 가게 되였습니다.》
나는 부지중 이렇게 웨쳤다.
상처의 아픔도 어느덧 가신것 같았고 마음은 훨훨 날것만 같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나는 위대한 수령님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비록 간단한 문안편지였지만 그속에 담겨진 그이의 뜨거운 은정을 나는 가슴속깊이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잠시후 통신원동무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오소리기름을 어떻게 구해보내주시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에 주력부대는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돈화의 어느 한 밀영에서 휴식하고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화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그이께서는 몹시 근심하시였다고 한다. 이미 화상에는 오소리기름이 특효라는것을 알고계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곧 사령부가까이에 있는 대원들에게 누가 오소리를 잡아올만 한 사람이 없겠는가를 물으시였다는것이다. 대원들은 제각기 잡아보겠다고 나섰고 그이께서는 당장 몇동무를 시켜서 오소리를 잡아오도록 하시였다는것이다.
대원들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그처럼 근심하시는것을 알고 며칠동안 산을 돌아다니며 오소리를 잡으려고 무척 애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끝내 대원 몇명이 오소리를 잡아가지고 돌아왔다.
오소리를 잡아가지고 왔다는것을 들으시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오소리를 잡아온 대원들을 치하하신 후 지금 경위중대에 있는 오재원동무가 화상을 입고 고통을 겪고있는데 그것 참 잘됐다고 하시면서 기름을 짜서 곧 그 동무한테 보내주라고 하시였다는것이다. 그러시고나서 어떻게 기름을 짜야 하는가 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시였다는것이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의 이 극진한 사랑과 배려에 대하여 생각할수록 가슴속에 부풀어오르는 고마움을 금할수 없었다.
이것이 어찌 나 혼자에게만 돌려지는 사랑이랴!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가렬처절한 전투와 중중첩첩한 고난의 행군도상에서 그리고 그 어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몸소 대원들의 앞장에 서시여 뚫고나가시는가 하면 그 어렵고 바쁘신 틈에도 대원들을 친자식들처럼 따뜻이 보살펴주시였다.
그러기에 대원들은 한결같이 그이를 자기들의 어버이이라고 부르며 그이의 부름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는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전사된 영예와 긍지를 더욱 깊이 느꼈다.
오소리기름을 바르니 상처는 눈에 뜨일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어느새 새살이 돋아나고 병은 훨씬 차도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후 나는 앓아누운지 두달만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계시는 사령부로 찾아갈수 있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의 손을 굳게 잡으신채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였는가고 하시면서 매우 반가와하시였다. 그리고 이제는 부대를 따라다닐만 한가고 물으시였다.
얼마든지 따라다닐수 있다고 말씀드리자 그이께서는 그러면 어디 한번 보자고 하시면서 일일이 나의 상처를 만져보시는것이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상처가 완전히 낫자면 아직도 멀었다고 하시면서 짐도 많이 지지 말며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고 하시며 자신의 외투를 벗어 나의 등에 걸쳐주시였다.
그리고 경위중대는 딴데로 이동하였으니 이제부터 같이 있자고 하셨다.
나는 그 순간 목이 메여올라와 더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었을뿐이였다.
《사령관동지! 사령관동지의 전사답게 모든것을 다 바쳐 싸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