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에 깃든 이야기
한 천 추
사람들은 흔히 어버이의 지극한 사랑과 은덕을 두고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다.》고들 한다. 나는 이 말의 참된 뜻을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시기에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우리 대원들에게 베풀어주시고 보살펴주신 그 극진한 사랑과 높으신 은덕을 감회깊게 생각할 때마다 더욱 새롭게 느끼게 된다.
여기에 적으려는 산삼에 대한 이야기도 바로 허다한 그런 사실들중 오늘까지 내 기억속에 깊이 아로새겨져있는 한가지 사실이다.
1938년 여름 사령관동지의 지시에 의하여 나는 10여명의 전우들과 함께 압록강연안 장백지구에서 소부대활동을 진행하고있었다. 우리들은 일련의 정치사업들을 일단락 짓자 곧 겨울나이준비를 위한 식량해결에 착수했다.
당시 북대정자부근 수림속에서는 부대 후방일군들이 여름내 지은 감자농사를 방금 거둬들이게 되여 우리는 그곳으로 협조하러 떠나게 되였다.
어느날 나는 대원 두 동무를 데리고 그곳을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는 한낮에 깊숙한 산골짜기를 지나다가 좀 숨도 돌릴겸 잠시 휴식하여가기로 하였다. 울창한 수림속으로는 희미한 빛이 새여들어와서 주위를 비치고있었다. 음침한 음지밭인 이런 골짜기에서 풀들이 싱싱 자라고있는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나는 무심결에 풀밭을 바라보다 문뜩 한곳에 시선을 멈추었다. 그것은 매우 희귀한 풀잎을 발견했기때문이였다. 실하게 자란 줄기가 대여섯대나 뻗은 그 풀포기가 나에게는 실로 낯익어보이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것을 유심히 살피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옳지. 산삼이다! 틀림없는 산삼이야!》
사실 그것은 수십년 묵은 진귀한 산삼이였다. 나는 유격대에 입대하기 전에 일제놈들에게 쫓기여 산속을 헤매는동안 한두번 산삼을 본적이 있었던것이다. 내가 환성을 올리자 전우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모두 달려왔다. 그들도 산삼을 알아보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우리 셋은 상당한 시간에 걸쳐 뿌리 한갈래 다칠세라 산삼을 캐내였다. 산삼은 두갈래로 쩍 갈라지고 한뽐이 훨씬 넘는 큰것이였다.
나는 이 산삼을 사령관동지께 보내드리리라 결심했다.
사실 우리는 그이께서 침식을 잊으시고 밤낮으로 혁명사업에 몸바치고계시는 모습을 항상 목격하고있었다 .
사령관동지의 건강은 우리들전체의 건강보다 더 귀중하였다. 그렇기때문에 우리 대원들은 항상 그이의 건강에 대하여 마음을 썼으며 더우기 소부대활동으로 일시 그이의 곁을 떠나있던 당시에는 그 마음이 더 컸다.
나는 희귀한 이 산삼을 사령관동지께서 잡수신다면 얼마나 좋으랴싶었다.
나는 산삼을 흰천에 싸서 배낭속에 소중히 간수했다.
그후부터 나는 손꼽아 그이께서 어서 부대를 친솔하시고 압록강연안 장백지구로 나오시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들이 겨울나이준비를 다 해놓은 후에도 부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덧 맵짠 바람이 일고 락엽이 흩날리더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우리는 기다리다 못해 직접 부대에 련락을 보내기로 하였다.
비교적 장백, 무송일대의 지리를 잘 알고있는 내가 떠나기로 되였다.
나는 준비를 갖추어가지고 곧 길을 떠났다.
부대가 어디 있으리라 짐작한것도 아니였지만 나는 좌우간 마음이 짚이는대로 며칠간 밀림속으로 걷고 또 걸었다.
내가 무송, 림강현경계에 있던 우리의 옛 밀영자리에 다달았을 때였다. 나는 그곳에서 아직 생생한 우등불흔적이며 발자국들이 나있는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부대와 길이 어긋났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얼마 가지 않아 부대를 만날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그길로 돌아서서 부대를 뒤따랐다. 나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이튿날 나는 부대의 통신원들과 만날수 있었고 며칠후에는 그처럼 그리던 사령관동지를 만나뵙게 되였다.
나는 사령관동지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수고했다고 말씀을 하실 때 지난 기간의 갖은 신고가 삽시에 잊어지고 그저 기쁨과 행복감으로 하여 가슴이 뜨거워짐을 억제할수 없었다.
나는 그이께 그동안의 사업정형을 보고하고나서 산삼을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산삼을 받아드시고 여간만 기뻐하지 않으시였다.
《이건 아주 보기드문 보물이요.》라고 하신 사령관동지께서는 그 경위를 물으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전령병인 김봉석동무를 불러 잘 보관하라고 이르시면서 산삼을 맡기시였다.
우리는 그후부터 다시 부대와 함께 행동하게 되였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이께서 산삼을 잡수시였다는 말을 듣지 못한 나는 그만 산삼에 대하여서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긴 계속되는 전투의 나날로 하여 거기에 미처 생각을 돌릴 여유가 없기도 하였던것이다.
날이 갈수록 치렬해지는 전투, 무서운 눈보라와 혹한, 계속되는 강행군과 그에 따르는 식량부족, 이 과정에 그이께서도 몸이 점점 쇠약해지시는것이 확연하였다. 봉석동무는 여러번 산삼을 드시도록 말씀올려보았으나 끝내 그이께서는 승낙하지 않으시였다. 봉석동무는 사령관동지께서 너무도 자신을 돌보시지 않는데 대해 서운한 생각까지 든다는것을 언젠가 나에게 말한적이 있었다.
그후 1940년 봄 어느날이였다. 식량을 마련하러 나갔던 동무들이 돌아오면서 검정암닭 한마리를 사가지고 왔다. 그것을 무엇에 쓰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사령관동지께서 말씀이 계셔서 일부러 사오는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제서야 그이께서 산삼을 잡수시려는가부다 하고 몹시 기뻐하였다.
그것은 검정암닭의 배를 가르고 그속에 산삼을 넣고 통곰을 해먹으면 약효가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나도 여러번 들은적이 있었기때문이였다.
나는 진정으로 그 보약이 사령관동지께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보약은 우등불에 고아졌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산삼은 사령관동지의 지시에 의하여 그때 몸이 몹시 쇠약해져서 앓아누워있던 다른 동무의 약으로 되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이께서 전령병의 배낭속에 2년동안이나 지고다니게 하신것도 결코 자신의 몸을 돌보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대원들의 위급한 순간에 쓰기 위하여 그러신것이였다.
사실 산삼을 받아든 그 동무나 그 사연을 전해들은 대원들은 모두가 얼마나 감격하였는지 모른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대원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야말로 우리에게 있어서 진정 산삼이나 그 어떤 불사약보다 더 강하고 힘있는 보약이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일제를 격멸소탕하고 조국해방의 길로 더욱 억세게 나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