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대결의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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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쵸는 코안경을 벗어들고 사뭇 기분이 떠서 창밖에서 하느적거리는 실버들을 내다보고있었다. 푸른 잎새를 불린 매츨한 가지들이 들까불며 이마받이를 하는게 꼭 아이들의 승벽내기처럼 재롱스럽다.
불쑥 워싱톤에 두고온 손자애들 생각이 났다. 어쩌다 집에 들리면 손자애들이 겨끔내기로 무릎에 감겨돌며 저들의 놀음친구가 돼달라고 성화를 먹이군 한다.
《아, 그래 이제는 그 애들의 친구가 돼줄 나이가 되였지.》
무쵸는 살진 코줌방을 버릇처럼 살살 쓸어내리며 서글픈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는 책상서랍에서 엽초를 꺼내 코를 벌름거리며 쓸쓸한 심회에 잠겨들었다.
서울에 의기충천해서 발을 들여놓은지도 어언 두해가 가까와온다.
그런데 무쵸는 아직도 이 서울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달이 바뀔수록 때없이 젖어드는 향수와 고독과 공허를 금할수 없다. 노불은 이 땅에 정이 들었다 했는데 자기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나날이 이 땅과 이 땅의 인간들이 서름서름해지고 공포와 불안이 짙어간다. 무쵸가 서울에 정을 붙일수 없는것은 뭐니뭐니해도 백악관이 맡겨준 악역을 원만히 감당하지 못하여온데 있었다.
교섭의 명수로 일찌기 워싱톤정가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무쵸는 어찌된 일인지 서울에서 련속적으로 좌절과 패배의 쓴맛만 보아왔다. 그는 이따금 하지를 바래주던 때를 그려보군 하였다. 그때 무쵸는 이 나라 국민을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평가하던 하지를 보면서 앞으로 소란스러운 반도의 땅을 미국의 고요한 동산으로 다스려놓고 하지를 초대하리라고 자신만만하게 속으로 조소하였던것이다.
헌데 이제는 그때를 돌이켜보는것조차 두려워졌다. 남북간의 대비에서 서울측이 엄청난 렬세를 보이고있는것부터 자신의 정치력의 무능을 보여주는 종합적인 지표로 평가되고있다.
더구나 미군까지 쫓겨날번 한 미국의 력사상 전무후무한 치욕을 들쓰게 된것은 자신의 지도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례로써 풀이되고있다.
도대체 무쵸, 자신으로서도 자기의 치적이라고 자랑할만 한것을 찾아볼수 없게 되여있다.
고요한 동산이란 꿈이였다. 이 나라의 산과 들과 강물이 의연히 반미의 열풍에 휘말려 불타고있다.
이즈음에 와서 무쵸는 서울은 물론 워싱톤정계에서도 깨깨 신용을 잃고있었다. 미국무성과 국방성은 《서울대사 무쵸는 책략이 없는 시중군》이라는 모욕적인 지청구를 간간이 의도적으로 흘려보내오군 한다. 조선에서 전쟁을 벌리기 전에 대사부터 갱질해야 한다는 론조도 나돌고있었다.
무쵸는 이 다사다난한 고장에서 하루라도 될수록 빨리 물러나서 손자애들의 엉뎅이나 쓸어주며 편하게 여생을 보내는것이 소원이였지만 너무 흠집투성이가 되여 쫓겨났다는 소리만은 피하고싶었다.
6월에 잡아들어 백악관에서는 전례없이 무쵸에 대하여 로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있었다. 이제 당장 38°선에서 전쟁을 시작해야 되겠는데 현지의 미국대표로서 아직도 그를 세계의 면전에서 정당화하도록 여론을 오도할수 있는 명분을 보다 선명하게 그리고 무게있게 세워놓지 못했다는것이다.
20세기 전반기에 세상을 들었다놓은 세계대전들은 다 아이들의 숨박곡질같은 치졸한 면은 있어도 선전포고라는 국제법적요구를 지켰고 상응한 명분이 서있었다. 1차세계대전은 쎄르비아의 한 병사가 오스트리아의 황태자를 열병식장에서 저격하였다는 발발리유가 있었고 2차세계대전은 히틀러가 제놈의 반체제도전자들에게 군복을 입혀 사살한 후 뽈스까국경에 내던져놓고 뽈스까군이 도이췰란드병사들을 사살했다는 구실로부터 시작되였다.
뒤날에 가서 어차피 그 흑막이 드러날것이지만 당장 전쟁을 선포하고 유엔을 움직이자면 서푼짜리 연극이라도 꾸며내야 한다는것이 백악관의 요구였다.
무쵸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그 엄청난 모략에 노불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동안 음지에서 못된짓만 골라해온 노불이 시치미를 떼고 돌아앉군 하였다.
무쵸는 노불의 속심이 리해되였다. 세계적인 악명을 떨칠 그런 놀음에는 자기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속심이였다. 가뜩이나 조선에서 깎이운 제 상판 더 덞어질가봐 남의 장단에 춤출수 없다는 노불의 심보를 알자 더 강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래 지금껏 무쵸는 자기로서는 대단히 곤욕스러운 그 부담거리를 안고 전전긍긍하였는데 자기의 영상을 개선할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그것은 미군이 서울에 진주한 이후로 미국을 련속 궁지에 몰아온 정시명이라는 거물급인물이 체포되고 이를 계기로 복잡하게 조성된 정치상황이였다.
사흘전에 북조선당국은 고금동서에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제안을 보내여왔다. 서울형무소에 갇혀있는 정시명과 로동당서울지부위원장과 또 한명의 애국인사를 평양에서 미중앙정보국과 련계되여 첩보, 파괴행위를 하다가 체포된 전 민주당위원장 조만식을 비롯한 세명의 미중앙정보국 첩자들과 교환하자는것이였다.
제안이 서울에 전달되자 경무대와 미국대사관은 벌둥지를 쑤셔놓은듯 소란스러워졌다. 련일 회의가 열리고 대처방안이 모의되였다.
서울에서 미중앙정보국을 대표하고있는 노불은 첫마디로 《노―》하였다. 북조선당국의 요구에 응하면 북조선지도부의 힘만 가세해준다는것이였다. 북조선당국이 제의해온 첩자들은 노불도 파악이 있는자들이였다. 그들의 몸값이 북조선에서 요구한 사람들과 너무도 비교가 안된다는것이였다.
노불은 정시명을 일정한 정도에서 리용하는것을 전제로 교환에 응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반응을 보이였다.
이 문제에서는 이미 오성도의 애매몽롱한 립장뒤에 숨어있던 뒤말에 노불도 공감하고있었던것이다.
오성도는 정시명을 전향시키는것은 서쪽에서 해를 띄우는 일이라고 대답하려 했던것이다.
노불도 정시명을 리용할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은 얼빠진자들의 잠꼬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다.
리승만측에서도 북조선당국의 교환제안을 묵살해버리라는 의사를 보내왔다.
리승만의 립장은 노불의 립장과 다를바 없으면서도 여기에 리승만으로서는 공개할수 없는 하나의 리유가 첨가되였다. 조만식을 끌어다놓으면 리승만으로서는 크게 덕볼게 없고 오히려 또 하나의 경시할수 없는 정적을 만들수 있다는 권력위기감이였다.
서로 대치된 적국에서 제기된 특정인물교환제안이 동서고금에 없었던 중대제안인것으로 하여 백악관도 갈팡질팡이였다. 여러갈래에서 급급히 만들어진 대책적방안들을 보고받은 백악관은 묵살해버리라는데로 립장을 정리하였다.
이러한 때 무쵸가 그 모든 주장들에 강한 반기를 들고나섰다. 대담하게 북조선의 제안을 수용하자는것이였다. 여기서 주타격을 정시명공작에 집중시켜 잘만 흥정을 하면 예상외의 수확을 거둘수 있다는것이였다.
무쵸는 《정시명을 넘겨주되 남조선정권에 대한 파괴공작을 위해 북조선에서 밀파되였다는것을 인정한다는 전제를 깔아놓자.》고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조선의 평화통일공세를 분쇄하며 불원간에 예상되는 전쟁명분을 굵직하게 만들어낼데 대한 백악관의 지령을 마지막선에서 마무리짓자는것이였다.
자기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데서는 고단수의 책략과 근기를 가지고있다고 자부하는 무쵸는 이미 반대의사를 표명한 노불을 불러들여 자기의 제안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노불은 또다시 랭소를 지었다. 무쵸의 계략은 이 나라 사람들의 진맥을 오진한 전혀 타당성없는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한 소리로 일축하였다.
일단 세워진 결심에서 쉽게 물러서는 무쵸가 아니였다. 명을 걸어놓고 한번 흥정을 해보자. 잘만 하면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영상을 개선할수 있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
무쵸는 막연한 기대감과 착실한 준비를 걸쳐 자신이 직접 감옥의 을씨년스러운 문턱을 넘어서기로 결심하였다.
리승만과 오성도를 득책이라고 부추겨 흥정을 먼저 붙이도록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오성도는 실둥해서 접수하더니 한번 만나고 와서는 도리질을 하였다. 그러나 무쵸는 정시명도 인간이므로 인간으로서의 약한 구석과 강한 구석을 적절하게 자극하면 가능할것이라고 노불을 납득시켜오다가 기어이 버티자 미국무성을 등에 업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두명의 참사관들을 따로 불러 자기의 제안에 분칠을 하도록 해서 국무성에 지급문건으로 던져버렸다.
그랬는데 방금전에 국무성은 《사태를 꺼꾸로 돌려세워 국정에 솜씨있게 활용하려는 림기응변의 제안으로 환영한다.》는 백악관의 결재를 전해왔다. 뿐더러 주되는 고리를 정시명에 대한 전향공작으로 하며 대방의 지위와 실력을 고려하여 대사의 직함을 가지고 무쵸자신이 나설데 대한 제안도 승인하였다.
지금 무쵸가 들뜬 기분에 사로잡혀 수양버들의 이채로운 풍경을 즐길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것도 이러한 리유에서였다.
무쵸는 쉴새없이 흐느적거리는 수양버들에서 눈길을 옮기였다.
배는 드디여 기슭을 떠났다
노를 저어라 힘껏 저어라
어데선가 봐두었던 시구절이 떠올라 자못 흥취가 나서 중얼중얼거리였다.
《그래 배는 드디여 뭍을 떠났지. 에라, 노를 저어보자.》
무쵸는 마침내 뇌리에 감겨들던 서글픈 감회에서 벗어나 초인종을 눌렀다.
《이제 곧 노불서기관을 찾으시오. 그리고 경무대 비서실장을 오라고 하시오.》
30분가량이 되자 무쵸의 방으로 노불과 경무대 비서실장이 들어섰다.
무쵸는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한장의 종이를 무겁게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도 그들에게 통보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듯 잠시 무거운 눈길로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사뭇 장중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미국무성은 결심을 내렸습니다.》
무쵸는 자기도 모르게 미국무성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국무성은 특정인물교환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시행할데 대한 우리의 제안을 승인하였습니다.》
무쵸의 군소리없는 통보가 너무도 정중하여 경무대 비서실장은 일견 어깨를 앞으로 실그러뜨리였으나 노불은 두볼을 푸들쩍거리며 입을 쩝쩝 다시였다.
미국무성의 권위를 등에 업고 자기의 주장을 《우리의 제안》으로 끌어낸 무쵸의 독선에 어이없었던것이다.
이러한 특정문제에서는 미국무성의 대표와 미중앙정보국대표의 련명수표가 있는 합의가 이루어져야 대사관의 문건, 이를테면 《우리의 제안》이 될수 있는게 아니냐. 노불은 배심좋게 밸통을 세웠다.
(헝, 그렇게 되지 않을걸. 제놈의 몸값을 높이려는 유희에 노불이 박수쳐주지는 않을걸.)
무쵸는 코안경너머로 노불의 벌겋게 타드는 상판과 비죽이 빼문 입술을 힐끔 살펴보았다. 노불이 짐짓 아닌보살을 하고있지만 속궁냥이 헨둥하다.
(네가 그들을 너무 모르고 헤덤빈다. 한번 놀음을 해봐야 걷어쥘건 쥐뿔도 없을걸.)하는 속말이 그 상통에 씌여있다.
무쵸는 노불의 조소와 불만을 무시하듯 얼른 말마디에 억양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없습니다. 불원간에 덜레스가 날아옵니다. 전쟁준비에 대한 최종검토와 선제타격과 관련한 지령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국무성은 정시명과의 공작을 될수록 빨리 당겨줄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내가 정시명과 직접 만나 흥정을 붙여보겠습니다. 국무성이 정시명과의 공작에 왜 커다란 기대를 걸고있는가에 대하여 난 구태여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비서실장은 합동수사본부에 그렇게 전해주고 준비를 촉구하시오. 노불서기관은 오후 4시에 나와 동행해야겠소. 다른게 없겠소?》
사뭇 제 기분에 들떠있는 무쵸의 소리에 노불은 다시금 우로 쳐들린 입술에 차거운 웃음을 담았다.
왜 당장 반도에 폭탄이 터지게 될 림박에 무쵸가 이런 장난을 벌려놓는지 쓰거웠던것이다. 무쵸는 이 서울땅에서 만신창이 되고만 제 몸값을 조금이라도 올려보려는게 틀림없다.
노불은 국무성의 결재가 이루어지기까지에 숨어있는 무쵸의 흑심을 이렇게 분석하면서 무쵸가 또다시 제 상판에 흑점하나 더 만들어놓게 되였다고 속으로는 깨고소해하였다. 상대의 금새를 잘못 판단하고 한번 소리나게 공을 세워보려고 무모하게 덤비지만 무쵸의 계략은 허황한 개꿈이다. 차라리 국무성을 들쑤셔놓지 않은것보다 못하게 되였다.
(그런 심중한 문제를 이 노불의 훈수가 없이 넌떡 걷어안다니, 제가 이 나라를 안다면 얼마나 안다고…)
노불은 즉시로 방에 돌아가서 미중앙정보국통로를 통하여 백악관에 무쵸의 제안이 가지고있는 허황성과 위험성을 통보할 생각도 하였으나 인차 도리질하였다. 무쵸가 정시명공작에 마치도 운명적인 승부를 걸고 대양건너 상전들까지 업고 설레발을 치는걸 구태여 막을 필요가 있으랴.
(무쵸, 이 나라 속담에 이런게 있지. 굿이나 보다가 떡이나 먹어라. 당신이 이런 속담이나 알고 덤비느냐.)
노불은 애초에 정시명을 만나보려고 했으므로 동행하기로 결심하고 자기의 대답을 기다리는 무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무쵸가 벌려놓은 놀음이 허황하다는것을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노불은 앞으로 쓰게 될 책에 반드시 오늘 오후에 있게 될 무쵸와 정시명과의 대결을 그려넣기로 작정하였다. 그 에피소드가 펼쳐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관찰한 목격자로 되고싶었다.
(결말은 뻔하다. 무쵸는 패배할것이다. 그러나 혹시… 정시명이 손을 들어준다면… 그런 일도 있을수 있다. 그래도 좋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나의 책에서 자기가 이 나라 인간들의 맥을 옳게 짚어내지 못했노라 솔직히 시인할것이다.…)
그들이 방에서 사라지자 무쵸는 서기에게 점심시간까지 일체 면회를 사절하라고 지시하였다. 노불의 미온적인 태도가 껄끄럼했지만 기를 돋구었다.
(이 무쵸가 해낼것이다.)
그는 오성도의 합동수사본부에서 부랴부랴 만들어온 정시명의 간략인물자료를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간략자료라 하지만 근 100페지에 달한다. 어제밤 늦도록 앉아 한번 읽어보았는데 상대의 품격과 공작정형이 비교적 일목료연하게 그려져있어 오금이 뻐근해지기부터 하였다.
무쵸는 첫장에 있는 정시명의 사진을 내려다보면서 오래동안 생각에 골몰하였다.
(훤칠하게 벗어진 이마, 숱진 눈섭, 유정한 광채가 어린 눈빛, 꽉 다문 두툼한 입술…
총체적으로는 지성이 풍기면서도 바람들새가 없는 모습이다. 이 사람이 4년간 미국의 현지 대변인들과 리승만의 면상을 후려쳐왔다는거지. 이 서울정계를 한손에 거머쥐고 백악관의 대조선정책을 직사로 갈겨왔다는거지…)
무쵸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운명을 건 결투에서 반드시 승자가 돼야 한다.
무쵸는 엽초냄새를 맡으며 서서히 고패쳐오르는 심장의 박동을 진정시키고 랭철하게 사색의 실마리를 이어가려고 정신력을 집중하였다.
(내게는 이 인간을 꺼꾸러뜨릴수 있는 비방이 있다. 그건 생명의 유혹이다.
정시명은 이미 지옥의 나락에 한발을 옮겨놓은 사람이다. 그는 분명히 알고있다.
그에게 구원의 삭줄을 던져주자. 이 사람도 인간일테지. 인간이란 어차피 자기 운명에 순종해버리게 되여있는 동물적본능은 버릴수 없는것이다. 제아무리 용맹하고 비범한 장수라도 벗겨놓으면 졸병과 다름없는 한덩이 고기덩어리라고 했지, 누구의 말이던가? 실존주의대가 하이덱거의 수작이지.…)
무쵸는 천천히 페지를 넘기기 시작하였다.
페지가 번져질수록 이제 승부를 겨루어야 할 대상이 얼마나 위험천만하며 힘에 부친 상대인가 하는것을 야릇한 공포속에 재확인하게 될뿐이였다.
문건을 절반정도 훑고난 무쵸는 가슴을 죄이는 긴장과 압박감을 느끼자 신경질적으로 탁 소리나게 문건을 덮어버리고나서 나직이 부르짖었다.
《자기 생명의 가치를 알고있는 사람일수록 생명에 대한 애착이 크다, 자, 교섭의 명수! 주저말라. 용기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