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력사의 죄인

3

 

정시명의 열띤 이야기가 다시 방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대통령각하, 전제제도를 검이나 방패로 삼는 정치가는 력사에 단명으로 된다는 교훈을 잊지 마십시오. 이제라도 인생총화를 해야 합니다. 민족을 위해 살아온 인생의 자욱을 되살리고 국민의 지탄을 받고있는 치욕스러운것을 될수록 빨리 솎음질해야 합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지난해에 나를 만나주신 좌석에서 당신을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당신이 애국위업에 나서서 독립운동가로서의 전생을 력사에 남길수 있는 기회를 다시한번 준다는것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간곡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어떤 동맹도 혈맹보다는 굳건할수 없다고 말입니다.

난 당신에게 이 이야기만을 꼭 전하고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단언하건대 맥아더나 트루맨의 손끝에서 놀아나는것은 매국이요, 김일성장군님의 뜻을 받드는것은 애국입니다. 나는 충심으로 희망합니다. 대의를 위하여, 통일을 위해 용단을 내리시오. 통일은 결코 한쪽에서만 소리내여서는 안되는 일이 아닙니까. 이쪽에서도 소리를 내시오, 각하!》

리승만은 정시명이 숨을 돌리기를 기다리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두르며 탄식조로 말을 받았다.

《그러니 날더러 평양과 손을 잡으라구?…》

리승만은 절절한 빛이 사무쳐오는 정시명의 눈길을 외면하며 방안을 무겁게 거닐었다.

《그래야 합니다. 지금 우리 이남은 미국과 짝을 뭇고 북과 맞서고있습니다. 조상들의 넋을 욕되게 하는 이 불미스러운 대결구도를 깨버려야 합니다. 북과 손을 잡고 미국놈들과 대결합시다.

대통령각하, 용단을 내리십시오.》

《음-》

리승만은 무겁게 숨을 쉬며 고개를 꺾어질듯 푹 내리뜨리고 그냥 방안을 오락가락하였다.

한동안 무거운 정적이 그들사이에 숨가쁘게 드리웠다. 리승만의 살찐 몸무게에 마루바닥이 이따금 애처롭게 찌꾸뚱 소리를 냈다.

침묵속에 리승만은 살아온 인생을 두고 그리고 살아갈 여생을 두고 깊은 생각이 갈마들었다.

생전에 이처럼 가혹하고 이처럼 사개가 딱딱 맞물린 질책의 창날을 받아본적 없는 로구였다. 서울에 들어선 이래 미국이 세워준 권위의 우산아래 덕을 입고저 모여든 간사한 역적무리들에 에워싸여 여론의 드센 바람새에 격페되여온 리승만에게는 정시명이 토해놓은 지탄이 꿈에도 들어본바 없는것이였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리승만의 흉중에서는 량심과 비량심, 정의와 부정의의 극적인 혼전이 격렬하게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리승만의 복잡한 심중을 읽은 정시명이 다시금 간곡하게 부르짖었다.

《각하,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저의 등을 밟고 통일의 길에 오르십시오.

그 길은 분명 영광의 길입니다.》

정시명은 리승만의 번뇌속에서 이마받이하는 선과 악의 격렬한 결투에서 선의 힘을 가세해주고싶어 마디마디에 진정을 고여 절절하게 부르짖었다.

그 소리에 리승만은 두억시니같은 얼굴을 쳐들고 힐끔 그에게로 눈길을 보낼뿐이다.

열도 기도 꺼져버린 무표정한 빛에 정시명은 마음속이 서늘해왔다. 도대체 이 두상의 낯가죽은 진흙으로 빚어놓은것인가.

리승만은 다시 고개를 무겁게 축 늘어뜨리더니 《음-》하고 창자에서 삐져오르는 코소리를 크게 내며 뚜벅뚜벅 걸음을 저겨디디였다.

리승만은 지쳐버린듯 쏘파에 가서 주저앉아 뒤통수를 등받이에 대고 두터운 눈시울을 붙이였다. 그의 입새로는 느닷없이 고담같은 소리가 튀여나왔다.

《별이 곱다 따올수 없지, 꿈이 좋다 꿈속에 살수 없지.》

정시명은 짤막한 시간이였지만 격렬한 설전끝에 나온 리승만의 해괴한 소리의 의미가 인차 해득되였다. 그 소리가 천정에 부딪쳐 부서져내리는 물방울처럼 정시명의 얼굴에 들씌워져 속을 으스스하게 하였다.

실망과 분노의 뜨거운 피가 온몸에 굽이쳐올랐다.

그러나 정시명은 터져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격정에 넘쳐 웨쳤다.

《각하, 참으로 2천만과 운명을 같이한다면 각하께서 백성들앞에서 다짐한것처럼 민족부흥의 그날을 안아온 다음 시골에 가서 한가한 사람으로 여생을 지낸들 무슨 한될게 있겠습니까.》

《뭐라구?! 그러니 나더러 옥좌를 버리고 평양에 흰기를 들고 가라는거요?》

리승만이 대뜸 눈알이 튀여나올듯 한 붕어눈으로 노려보며 새된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는 입속말로 중얼거리였다.

《어떻게 마련된 룡상이라고…》

정시명은 대뜸 이 썩어빠진 인간추물의 흉중에서 붐비고있는 더러운 흉심을 게슴츠레하게 게풀린 눈빛에서 명확히 읽을수 있었다.

《각하! 통일이 어찌 누가 누구에게 먹히우고 삼키고 하는 일이겠습니까. 통일을 위해서는 나도 버리고 나의 권력도 버리겠다는 민족헌신이 필요한것이 아닙니까. 통일을 못해놓고 우리가 물러앉으면 뒤날에 후대들이 우리더러 뭐라고 하겠습니까!

남들은 더 잘살아보겠노라 분초를 쪼개가며 기술을 앞세우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나라를 기름지게 만들어갈 때 우리 조상들은 력사에 제 이름 남기고저 외세를 등에 업고 강토의 반쪽을 삼켜버릴 궁리만 하면서 리념싸움이나 하고 군대나 늘쿠고 대포알만 만들고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세상에서 제일 헐벗고 굶주리는 가난뱅이 나라를 물려주었다고 저주할것입니다. 각하는 후손들의 손가락질이 두렵지 않습니까?》

《음-》

리승만은 마디마디 심장을 쿡쿡 찌르는 정시명의 타매에 몸을 떨다가 더는 견디여낼수 없는듯 다시 신음소리를 길게 내지르며 자리에서 무겁게 일었다.

무엇인가 말을 해야겠으나 흉곽을 꽉 채운 흥분과 까닭모를 분통을 터쳐놓을수 없었다. 그저 눈을 치뜨고 정시명의 아래우를 얼이 빠진 멍청한 눈으로 훑을뿐이였다. 권력에 미쳐 저질러놓은 대죄가 비로소 신기루처럼 어슴푸레 느껴지다가 자기의 실체를 령롱하게 드러내기 시작한것이다.

그 죄의 보따리에 깔리워 허우적거리는 자기의 처참한 몰골을 드디여 보게 된것이다.

무릎마디가 매시시 풀려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그는 종시 제몸을 지탱해내지 못하고 다시 쏘파에 털썩 무겁게 몸을 실었다.

리승만은 마치도 호랑이발톱에 눌리운 메돼지처럼 꼼짝달싹 못하고 숨만 가쁘게 몰아쉬였다. 사지가 뻣뻣해져 한동안 초점을 잃은 눈만 데굴거릴뿐이였다.

정시명의 질책에는 감히 부정할수도 쳐버릴수도 없는 산악같은 무게와 하늘을 진동하는 벼락같은 힘과 장중함이 실려있다. 거기에는 한마디의 에누리도 통하지 않는 력사의 진실이 있고 인생의 대의가 있다.

지금 리승만은 권력을 향하여 일생을 고심분투하며 쌓아왔던 탑이 그 드센 일격에 그야말로 순간에 사상루각이 되여 와그르 무너져내리고 천길나락에 굴러떨어지는듯싶은 절망과 허무와 고독감에 휩싸여 자신을 잃고있었다.

그는 괴로웠지만 상대가 바른 소릴 하고있으며 또 자기 리승만은 단번에 꺼꾸러뜨렸다는것을 인정하는수밖에 없었다.

휑뎅그레한 방안에는 잠시동안 무겁고도 답답한 그러면서도 이상야릇한 정적이 긴장하게 흘러갔다.

침묵… 침묵… 세기가 흐르는가. 리승만도 정시명도 끝없이 지루한 느낌속에 정적이 서린 순간순간을 괴롭게 보내였다.

잠시후에야 리승만은 자기가 《한국》의 주권과 존엄을 상징하는 《국부》이고 여기는 국가의 원수가 옥좌를 타고앉아 국무를 주관하는 성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저런 횡설수설에 입을 다물고있어서야 될법인고…)

밸머리가 꿈들거렸으나 당장은 상대의 주장을 굽혀낼만 한 말머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리승만은 상대의 빈틈없는 공세에서 피해서거나 맞받아 공격하는것이 무모하다는것을 느끼자 이런 궁한 처지에서 항용 써먹어온 어리석은 술법을 쓰기로 작정하였다. 그것은 호랑이에게 쫒기던 메돼지가 빠져나갈수 없는 막바지에 이르자 마지막으로 용을 써보는 패자의 단말마적인 모지름이였다.

리승만은 여지없이 꺾이고만 기를 살리고 일시에 무릎아래로 잦아들고만 여력을 들어올리려는듯 《어험-》하고 또다시 길게 숨을 뽑아올렸다.

《방자하다- 자고로 입이야말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불러들이는 대문이라 했거늘…》

리승만은 게풀렸던 눈에 열기를 담으며 호령조로 말을 시작하였다. 이것은 흔히 제앞에서 설치는 데설궂은 수하심복들을 훈계할 때면 내지르는 호령이였다.

리승만이 한소리 내지르고 상대를 슬쩍 훔쳐보니 정시명은 한본새로 거들떠보지 않고 바위처럼 버티고앉아있을뿐이였다.

리승만은 자기의 호령쯤은 저 사람에게는 개방귀소리정도로 들릴것이라 생각되자 더욱 부아가 나서 연방 건가래를 끌어올리며 어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당신은 나에게 공산당선전을 하러 왔군, 그래 이 우남이 그쯤한 공산당선전에 휘여들것 같은가? 항차 당신은 <보안법>형틀에 올라있는 사람이야. 당신은 자기 목에 현상금 5백만원이 걸려있다는걸 알기나 하고 감히 경무대의 문턱을 넘어와 <대통령>앞에서 야료인가? 신성모 그 사람이 어찌된 일인가. 궁성안에 이렇게도 불손한 인간을 들여놓다니, 당신은…》

리승만은 정시명의 간절한 념원과 량심의 정의론 지탄에 완고하게 도리질을 하며 그 어떤 뜻도 열도 없이 권력으로 누르고 힘으로 위협하려고 치졸하고도 어리석게 악을 썼다.

정시명은 용수철에서 튀여오르듯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불이 철철 흐르는 두눈으로 리승만을 노려보았다. 리승만의 고집불통의 체질과 권력욕에 지쳤다.

그러나 이대로는 물러설수가 없어 분노와 고뇌와 비탄에 젖어 목갈린 어조로 리승만의 말을 동강내며 부르짖었다.

《대통령각하!》

그의 목소리는 이제는 더는 권고와 설복이 아니라 절규이고 선언이였다. 천하의 악덕을 일격에 쓸어버리는 뢰성이였다. 불의에 대한 정의의 응징이고 악에 가해진 선의 무자비한 철퇴였다. 삼천만의 의지와 지향과 량심을 대표하고있다는것으로 하여 정시명은 더이상 자기를 다잡을수 없었다. 심장의 깊은 곳에서 확 피여오른 분노가 그밖의 모든 감정을 짓태워버렸다.

그는 지금 쾅쾅 울리는 자기 심장의 고동을 듣고있었다. 그 심장의 거세찬 고동이 그대로 경무대를 뒤흔들었다. 그 심장에서 타오른 열정의 화염이 경무대를 짓누르고있는 매국과 불륜과 부정의의 온갖 역스러운것들을 활활 불태우고있었다.

《각하, 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사람입니다. 이미 수많은 나의 동지들이 통일을 위한 길에서 산화하였습니다. 당신이 이제 나를 단두대에 올려세운다 해도 할소리는 해야겠습니다.

각하, 다시금 당신께 제언합니다. 나나 당신이나 다같이 북에 고향을 두고 이북에 선산을 두고 온 사람들이올시다. 그래 당신이 자기의 고향땅에 폭탄을 떨구고 감히 조상의 뫼등에 땅크를 굴리는것을 후손들은 젖혀놓고라도 우리 평산땅 사람들이 용서할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지금 국민에게서 국민의 초보적인 권리의 범주에 속하는 알권리, 볼권리, 말할권리마저 빼앗고있습니다.

그래 당신은 국민전체가 벙어리가 되고 귀머거리가 되고 소경이 되여 오직 당신 만세만 부르는것을 그리도 원합니까?!》

리승만은 천둥우뢰처럼 노호하는 정시명의 지탄에 눈이 팽팽 돌아갔다. 분노와 경멸과 안타까움이 서린 총알같이 여무진 말마디들이 사정없이 온몸에 날아와 박히는것 같았다. 주글주글한 상판이 퍼렇게 질리고 두손이 부들부들 떨었다. 입안이 바싹 말라들어 뭐라고 소리쳐야 되겠는데 혀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저 얼빠진놈처럼 《음― 음―》하고 코에서 뿜어져나온 신음소리를 연해연송 게접스럽게 내지를뿐이다.

리승만은 심한 허탈과 무기력에 빠진 자신을 수습하려고 애쓰면서 주단우에 두다리를 기둥처럼 박아세우고 그냥 우뢰같은 열변을 토하는 정시명을 공포와 신비함이 서린 눈으로 멀거니 쳐다보았다.

《대통령각하, 이건 좀 례절이 없는 소리지만 솔직하게 터놓읍시다. 당신은 팔순을 바라봅니다. 피차에 인생을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분렬시대의 정치가들은 통일된 조국과 민족앞에서 반드시 오늘의 말과 행동을 엄정하게 심판을 받게 될것입니다.

각하, 인생을 아름답게, 명예롭게, 고결하게 가꾸어가는 길은 겨레와 더불어 가는 길임을 잊지 말아주시오.

김구선생이나 방대광의 한생에서 우리모두는 력사의 철리, 인생의 정의를 배워야 할줄로 믿습니다. 그리고…》

정시명이 심혼을 깡그리 퍼내여 그냥 피에 젖은 절규를 엮어가는데 맹랑하게도 프란체스까가 도적고양이새끼처럼 소리없이 방으로 기여들었다.

프란체스까는 여전히 격렬한 주장을 펴나가는 정시명과 그 앞에서 메돼지상이 되여 입부리를 삐죽이 내밀고 거친 숨만 씩씩거리고있는 리승만의 가련한 몰골을 번갈아보다가 례의라는 면사포를 벗어던지고 앙탈을 부리듯 두주먹을 마구 흔들며 영어로 뇌까렸다.

《됐어요! 이젠 시간이 되였어요!》

그 쇠비린내나는듯 한 악청과 함께 회견시간이 끝났다는것을 알리는 시계종이 귀따갑게 울었다.

리승만이 정시명의 사리정연하고도 마디마디에 애국충정이 고인 공격에서 벗어나게 된것이 다행스러워 몸을 무겁게 일쿼세웠다.

그는 정시명에게 손등에 피줄이 동아줄처럼 얼기설기 질러간 손을 내밀었다.

애국이라는 말이 바람에 나딩구는 락엽처럼 귀찮아 리승만은 정시명과 오래 앉고싶은 흥미가 없었던것이다.

리승만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와 코등에 돋은 땀발을 꾹꾹 찍어냈다.

《정시명선생, 좋은 얘기를 많이 들려주어 고맙소. 당신의 제안들을 내 연구해보겠소.》

정시명은 지금껏 상통에 서렸던 적의와 공포와 경계의 빛을 풀고 화락한 어조로 리승만이 말하는 바람에 일순간 어리둥절해지기까지 하였다.

(이것이 외교에는 귀신이라는 리승만의 처세술이로구나.)

리승만은 그를 방에서 바래워주자 머리가 벙벙해서 한동안 안면근육을 푸들푸들 떨다가 다시 쏘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정시명이 토해놓고 간 말마디들이 그냥 날카로운 파편쪼각처럼 머리에 날아들어 온통 머리통을 빠개지도록 꾹꾹 쑤셔놓았다.

리승만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원탁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비서 신정섭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자네들은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이 방에 들여놓았나?》

《그건… 신성모국방…》

《5백만이 목에 걸려있는데 경무대에 단신으로 쳐들어왔거든… 음… 아무튼 인걸이야, 평산태생이라… 허, 5백만이 너무 적어.》

신정섭이 리승만의 말뜻에 아직 리해가 가지 않아 기웃거리는데 프란체스까가 고양이같은 얼굴이 새파래가지고 독살스럽게 뇌까리였다.

《각하, 제가 정문에 지시하였습니다. 공산당두목이 나가니 경무대울타리안에서 소동을 부리지 말고 멀리 나가서 붙잡으라고요. 노불서기관에게도 알렸습니다.》

승기가 나서 종알거리는 그 심술돋친 소리에 신정섭의 낯빛이 순식간에 재빛이 되였다.

리승만도 흠칫 몸을 떨며 창가에 어정어정 걸어갔다. 리승만은 무엇인가 가슴이 찔리는것이 있는듯 창가림을 걷어올리고 밖을 우두커니 내다보다가 기운이 빠진 혼자소리로 중얼중얼거리였다.

《음… 무서운 사람이야… 과시 듣던바 그대로군. 저런 명물이 어째 내 수하엔 들지 않는고. 어휴, 한고향내기인데 길만 들이면 크게 잡도릴 시킬 인걸인걸…》

리승만은 자못 랑패스러운듯 입을 쩝쩝 다시였다.

《각하,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까운 인재가 뻘건 물이 들었다는거야.》

년놈들이 찧고 까부는 수작에 신정섭은 심장이 툭 튀여나올듯 세차게 뛰여올라 두손으로 부둥켜안았다. 리승만의 앞을 떠나 복도에 나서자 그는 현기증이 나서 비칠거렸다.

(저놈들을 저대로 두다니… 저놈들을 저대로 놔두다니… 팔삭둥이같애도 명색은 국가이고 저 두상태기도 명색은 국가원수인데 국사를 론하고저 찾아온 귀인을 옥에 처넣는 법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궁성에 있었느냐, 저 년놈들부터 릉지처참해야지!)

신정섭은 경무대현관의 대리석기둥에 몸을 기대고 서서 뼈가 저리게 통탄하였다.

음산한 서울하늘에서는 비방울이 날리고있었다.

벌써 경무대의 청기와에서는 락수가 가물에 바싹 단 세멘트바닥우에 추석추석 떨어져 갈가리 부서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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