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정 면 돌 파

4

 

칠흑같은 밤이였다. 시커먼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내리고있었다.

한강변의 버드나무숲속은 어둑컴컴하여 한치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연한 비소리와 한강변을 들때리는 물결소리만 들려올뿐 사위는 고요하였다.

두사람의 이야기는 초저녁에 시작되여 새벽까지 이어지고있었다.

정시명과 길철이였다.

그들의 화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흥국상회》의 수습정형을 중간총화하고 금후의 투쟁을 어떻게 벌려나가야 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이야기는 격렬하게 오갔다.

새벽에 이르러 그들의 화제가 더 전진이 없게 된것은 정시명의 당면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두사람이 자기의 립장을 한발자욱도 양보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거기에 타당한 론거를 세우고 상대방을 납득시키려고 하였기때문이였다.

합의를 보지 못한 두사람의 주장을 압축해놓고보면 한사람은 깊숙이 잠적하자는것이고 한사람은 맞받아 정면돌파해나가야 한다는것이였다.

길철은 전에 없이 강하게 정시명의 정면돌파주장을 배격하였다.

《안됩니다. 난 지금의 형편에서 회장동지가 방대광을 만나는데 대하여 좌시할수 없습니다. 회장동지는 깊이 은페해야 합니다.》

《내가 숨어있으라구? 어림도 없소. 지금이야말로 싸움이 날더러 앞장에 나서줄것을 요구한단 말이요. 그동안 방대광과의 사업정형이나 들려주오.》

정시명은 새벽이 가까와오자 방대광과의 그동안 사업정형을 물었다. 그런데 정시명의 의도를 간파한 길철은 방대광과의 사업을 당분간 보류하자고 제기하면서 자기가 그 사업을 밀고나가겠다고 주장해나섰던것이다. 길철은 지금까지 벌려온 방대광과의 사업정형도 보고하지 않겠다고 딱 잡아뗐다.

그래서 정시명은 길철이를 달래려고 하다가 길철이 담벽처럼 버티자 어성까지 높이고 성을 내기 시작하였다.

《옳지 않소, 길철이. 이건 패배주의요, 후퇴요, 동요요! 백색테로앞에서 떨고있는 부회장의 가늘어진 맥박이 짚이오.》

《좋습니다. 난 어떤 험구를 뒤집어써도 좋습니다. 그러나 지금 형편에서 방대광과의 사업에 회장동지가 나선다는것은 자멸입니다.

정말 우리 〈흥국상회〉를 영영 깨치시렵니까? 안전담보가 없는 길에 회장동지가 오르는것을 전 찬성할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사업정형을 봐도 회장동지가 나설 때가 아니라는걸 보여줍니다. 제가 좀 더 무르익혀놓겠습니다.》

《그걸 내 눈으로 가늠해보자는게 아닌가. 시간이 없소, 시간이… 어째 이렇게 부회장동무가 오늘은 요지부동이요? 다시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소. 설사 〈흥국상회〉가 다 깨여지더라도 민족의 사활과 관련된 문제인데 이래서야 되겠소?》

《〈흥국상회〉가 다 깨여지고나면 그 문제도 어떻게 끌고나가겠습니까? 난 그 사업을 포기하자는게 아닙니다. 회장동지가 리범석을 만나 돌파구를 열어놓았는데 두번째 문은 당분간 지켜보자는겁니다. 지금은 기우뚱거리는 조직을 굳건히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놈들이 지금 우리 〈흥국상회〉의 기둥을 뿌리뽑자고 악을 쓰는데… 리범석이때도 얼마나 위험천만한 모험이였습니까.》

《여보, 길철이. 리범석은 내가 구태여 만나지 않았어도 그렇게 나올 인물이요. 내가 먼저 총리공관대문을 두드렸던것은 례영의 문제가 너무 급했기때문이였소. 지금 형편에서 방대광과의 사업을 본격화해야 하오. 내 말하지 않았소. 륙군무력 절반을 38°선에서 돌려세워놓는 일이라고. 나는 이미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소. 동지들에 대한 적들의 전면적공세가 우리의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시간을 당길것을 필요로 하고있소. 내가 평양에 왜 갔댔는가 하는거야 동무가 잘 알지 않소. 길철이, 고집쓰지 말고 날 도와주오.》

정시명이 타협조로 부탁해보기도 했으나 길철은 의연히 물러서지 않았다.

《회장동지, 이번만은 이 길철의 고집을 받아주십시오. 전쟁이 당장 일어날거야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흥국상회〉운명은 정말 바람앞의 초불과 같이 위태로와졌습니다. 그런데 회장동지마저 이렇게 자리를 홀연히 비울 생각이시니 어떻게 하자는겁니까?  장군님께 드린 약속은 누가 실천하며 우리 〈흥국상회〉가 이 수난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걸머지고나선 중임은 누가 떠메고간다는겁니까?》

《후― 참!》

《후―》

두사람은 동시에 땅이 꺼질듯 긴 한숨을 내그으며 물러앉았다.

두사람 다 언변이 좋고 리론이 깊고 주의주장이 굳건한 사람들이고, 서로 옳다고 진심으로 믿고있는 문제라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쪽에서 성을 내면 상대편에서 함께 성을 낸다. 한쪽에서 유연하게 휘여들것 같으면 다른쪽도 휘여들어가지고 여전히 자기 주장에 북을 돋군다.

정시명은 길철이 어둠속에서 그냥 옹크리고앉아 길을 비켜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쓰러진 동지들의 이름까지 꼽으며 노여움을 썼다.

《이보우 길철이, 임무를 놓고 제 목숨 구할 생각부터 한다면 먼저 간 동지들이 이 회장의 뺨을 칠거요. 박영수, 승원이, 혜숙이, 정원이, 순애… 뭐 한둘이요?》

전우들의 이름을 부르는 정시명의 목소리는 갈리였다. 정말 그들이 위험앞에서 갑론을박하며 목건사나 할 생각을 하고있는 자기들을 노려보는것만 같았다. 철창속에 끌려간 수백명의 전우들도 지켜보는것 같다.

《길을 열어주오. 어서!… 그들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해주오.》

그러나 길철은 정시명의 이 공격에도 인차 반공격해나섰다.

《그렇지요. 지금 그들이 나를 지켜보고있습니다. 그들이 나더러 책임적인 결정을 내놓으라고 엄격하게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들이 만약 조직의 운명을 두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이 길철이를 보면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전우들이 나에게 부여한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도록 나를 좀 도와주십시오.》

정시명은 그 간곡한 이야기에 목이 걸려 또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허 참!》

정시명은 하는수없이 화제를 바꾸어 이미 이야기가 끝난 조직을 보충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다시 헤쳐놓았다.

 

정시명에게는 만약의 경우를 예견하여 묻어두고있는 전우들이 적지 않았다. 이미 중국에서 사귀였던 사람들도 있었고 서울에 와서 선발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정시명으로부터 동지확보만 하고 지시가 있을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며칠전에 정시명은 남조선 각지에 묻혀있는 이들에게 즉시 사업에 진입하며 《흥국상회》와의 련락선을 개설할것을 《서울신문》광고란을 통하여 지시하였다.

《삼흥무역회사는 일본어와 영어, 중어에 능한 전문인을 채용하려고 합니다. 찾아올 곳―서울 종로3번지. 삼흥무역회사와 지방도소재지에 있는 본회사의 출장소.》

종로3번지에 있는 삼흥무역회사는 정시명이 서안에서 데리고있던 사람인 명수봉이 운영하고있는 무역회사였다.

여기서는 주로 도자기공예와 인삼가공품을 일본과 홍콩쪽에 수출하고 거기서 가정용제품들을 구입하여 서울과 지방백화점들에 넘기는 일을 하고있었다.

그동안 정시명은 명수봉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이따금 전화를 통하여 안부를 물었다. 불러달라는 그의 말에 초조해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대답만 해주었을뿐이였다.

명수봉은 서안에서도 회사를 차려놓고 주로 정시명의 련락관계를 보장하면서 한번의 실수도 없이 일을 착실하게 하였다.

움직이라는 지령을 받은 명수봉은 걸싸게 일을 제끼기 시작하였다.

그는 즉시에 서울과 지방에 있는 판매소, 출장소들을 련락거점으로 전환시키고 거기에 이미 장악한 동지들을 틀고앉게 하였다.

짧은 시일안에 서울과 지방에서 정계와 군부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잠적해있던 전우들이 삼흥무역회사에 직접 오거나 출장소들에 찾아와 명함장을 내밀었다.

명함장들은 그들의 입사문건과 함께 정시명에게로 전달되였다.

정시명은 그들을 재확인하고나서 길철이와 림인석에게 배속시켜 별도의 선을 튼튼히 구축하게 하였다. 그리고 명수봉을 지휘부사업에 인입하여 자기의 조직선을 가지고 움직이도록 하였다.

그들중에는 다행히 서대문감옥에서 근무하고있는 사람도 있어서 끌려간 사람들과의 련계를 가질수 있게 되였다.

그는 원래 마포감옥에 있었는데 지난해에 서대문감옥에 옮겨앉았다고 하였다.

《흥국상회》가 대체로 수습이 되고 력량이 보강되자 정시명은 길철과 협의하고 《흥국상회》라는 이름을 버리고 삼흥무역회사를 본거지로 하여 《삼흥사》라고 조직의 이름을 바꾸었다.

《거점들을 강화하고 비밀봉쇄에 주의를 돌려야 하겠소. 그리고 사고의 원인도 빨리 찾아내여 사건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겠소. 김명호부회장과의 련락선을 빨리 이어놓아야겠소. 끌려간 동무들이 잘 버티여나가자면 밖에서 련대투쟁을 잘 벌려야 하오.

그런데 례영이 석방되였겠는데 어째 소식이 없을가? 내앞에서 리범석이 틀림없이 당장 석방하라고 지시하였는데…》

《역에서 례영동물 봤다는 통보가 들어왔습니다. 부산행 차표를 끊더랍니다. 그래서 두명의 동무들에게 즉시 부산에 가서 그의 주변을 살피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음, 아마도 적들의 미행감시권에서 벗어나자는거겠지. 전술적으로 옳은 결심이요. 례영이도 무척 커졌소. 오성도가 리범석의 호령에 못이겨 석방을 했으나 개를 붙여놓을건 뻔하지. 서울에 다시 돌아올것은 분명하니 시야에서 놓치지 말고 재수감되지 않도록 해야겠소.》

《알겠습니다.》

정시명은 이제 례영이 오면 즉시에 마동열이 있는 곳으로 보내려고 결심하고있었다.

이렇게 제기된 문제들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협의가 끝나자 어둠이 엷어지고 동녘이 희붐해지기 시작하였다.

그제야 정시명은 곰방대를 꺼내물었다. 이제껏 불빛을 내는게 걱정되여 참아왔던것이다.

밤을 지새웠으나 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맞다든 정황이 너무도 엄혹하고 제기된 문제들이 심각하여 피곤을 느낄 정신적여유도 없었던것 같았다.

곰방대를 뻐금뻐금 빨고있던 정시명이 불쑥 다시 화제를 돌리였다.

《부회장동무, 이제부터 사흘간 동무에게 모든 사업을 일임하려고 하오. 〈삼흥사〉를 다지는 사업에 집중하시오.》

《예?》

《정면돌파… 그렇소. 내가 정면으로 부닥쳐야 할 일이니 난 피해설수 없소. 나는 동무가 3일동안 모든것을 책임질것을 명령하오. 그리고 나는 인차 방대광을 찾아가겠소. 나를 막지 마시오.》

정시명의 목소리는 나직하면서도 어찌도 준절하게 날을 세우는지 길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하였다.

정시명은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도로 자리에 앉히였다.

《전쟁의 불구름이 몰려들고있소. 또 하루 새날이 밝아오오.

나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게 막 두렵소. 시간은 전쟁을 마주 향해 달려가는데 우리는 아직도 기본작전의 서막도 올리지 못했거던.

장군님께서 전쟁을 두고 얼마나 심려하시는지 나는 지금도 가슴이 저려나오. 그이께선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일어나는 그날까지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하시였소.

내가 전번에 이야기했지만 우리 조직이 내놓을수 있는 대안은 하나요. 반전세력을 묶어세워 호전세력과 맞세워놓는거요. 리범석과의 사업에서는 전진이 없소. 대단히 미온적이요. 그가 크게 움직이도록 하자고 해도 방대광부터 움직여야 하오. 방대광… 여러가지 고리가 그에게 얽혀있소.

그러니 생각해보오. 방대광과의 사업을 늦잡을수 있는가? 하루를 어물거리면 그만큼 전쟁의 포성이 가까와진다는걸 동무도 잘 알지 않소. 겨레의 운명을 놓고 우리 어찌 자기 몸, 자기 조직의 걱정부터 하겠소. 내가 지금 수많은 전우들을 감옥에 보내놓고 그들의 불행에 눈물만 짜고 구원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일만 일이라고 하니 참 죄스러운 생각이 드오.》

《회장동지,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아니… 나는 정말 눈물이 다 말라버린것 같소. 이 서울에 와서 너무 눈물을 쏟아놓았지.》

《회장동지!》

《나를 용서하오. 내가 불민해서 숱한 전우들을 비명에 숨지게 하고 감옥에 보내 피흘리게 해놓고 자기는 이렇게 살점 하나 긁힌데 없이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구려.》

《그러지 마십시오. 회장동지…》

길철이 정시명의 목갈린 탄식이 하도 처량하고 구슬퍼 단번에 눈물을 쏟으며 그의 팔을 움켜잡고 얼굴을 묻었다.

《더 말씀마십시오. 그들은 영웅들입니다. 우리 후손들은 뒤날에 기념비를 세우고 노래를 지어 그들을 길이 추모해갈것입니다.》

《그러겠지.… 그럴거요.… 기념비를 세우고 노래를 지어주고… 하지만 그들에게 세워줄 제일 큰 기념비는 그들이 죽으면서도 그려보았던 통일된 조국이요. 통일된 조국만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게 될거요.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쓰러지면서 조국통일 만세를 불렀던거요.

아―… 헌데 전쟁이란 말이요. 전쟁… 어째서 이 나라의 력사는 이리도 곡절많은지… 비극과 불행의 악순환… 전쟁은 또다시 우리의 통일위업을 먼 뒤날에로 밀어갈것이요. 분렬 5년이 우리 인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불행과 손실을 주었소. 이제 또 통일위업이 전쟁으로 짓밟힌다면 이 나라는 남과 북의 국력의 대소모전으로, 약소국가, 가난뱅이나라의 치욕을 덜수 없게 될거요. 나는 요즘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면 소름이 끼치오. 무한궤도가 강토를 물어뜯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소. 인민이 흘리는 피와 눈물과 곡성이 귀전을 때리오. 겨레의 삶의 터전이 짓이겨지고 초연에 끄슬려 재더미가 된 강산이 보이는것 같소. 어찌보면 아성이, 순애는 전쟁의 첫 피해자들이요.

후― 내가 너무 감상에 빠져있다고 욕하지 마오. 나는 스무해 중국대륙의 전쟁터를 헤쳐왔지만 정말 내 나라 강산에서 동족끼리 총과 포를 휘두르는 비극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하였소. 중국대륙에서 군벌들이 여러 갈래로 외세를 끼고 뿔뿔이 갈라져 좌충우돌하며 숱한 주검을 내는것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미개한 족속이 또 있을가싶었는데 우리 눈앞에서 그 수치스러운 동족상쟁이 시작되고있소.

장군님께서 세해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는구만. 그 어떤 짐승도 야만도 전쟁은 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만이 전쟁을 한다고 절규하시였소. 그래 우리가 과연 이 무지한 민족멸살의 란투극을 허용할수 있는가? 민족의 대참극을 막을수 있다면 우리 몸이 천쪼각으로 부서진들 무슨 원될게 있고 〈삼흥사〉가 열번 깨여진들 무슨 후회가 있겠소.》

《회장동지!》

자기의 피끓는 심장을 활활 터쳐놓고 비분에 몸을 떠는 상관의 처절한 모습에 길철은 덩달아 가슴이 확 뜨거워올라 격정에 넘쳐 부르짖었다.

《회장동지, 가십시오. 제가 조직사업을 해놓겠습니다. 다시금 정면돌파를 하십시오.》

《길철동무!》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괴롭힌것 같습니다.》

《아니, 아니요. 나를 리해해주니 고맙소.》

《사실은 방대광과 친구되는 사람을 우리 조직선에서 찾아냈습니다. 왜정때 금산군수를 하던 사람인데 방대광과는 글방동창이고 절친한 사이라 합니다.》

《아, 그렇게 됐군. 고맙소.》

정시명은 자기의 마음을 드디여 받아준 길철이 고마와 그의 손을 꽉 그러잡았다.

어디선가 밤새가 울고있었다.

《삐용- 삐용- 삐용-》

초겨울의 적막한 밤을 나고 벗을 부르는 밤새의 새벽울음소리다. 그 마디마디가 가슴이 저려들게 처량하다.

두 사나이는 페부에 적셔드는 그 구슬픈 가락에 다같이 귀를 강구었다. 흐느끼는듯 한 밤새의 울음소리가 너무도 궁상스러워 마침내 그들은 그 소리에 쫓기기라도 한듯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그들은 자기들이 숲속에서 옹근 하루밤을 보냈으며 날씨가 추워졌고 어둠속의 어데선가 박륭정이 자기들의 밤자리를 지키고있으리라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걸음을 다그쳤다.

하지만 밤새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그냥 정시명의 귀전에 따라선다. 새벽숲속의 고요를 아프게 흔들어대는 그 흐느끼는듯 한 소리는 감방에 갇혀 갖은 악행에 시달리고있는 전우들이 자기를 찾는 피타는 부르짖음처럼 생각되였다. 그들은 마치도 우리를 생각지 말고 통일성전을 더 맹렬하게 벌리라고, 그 길만이 옥문을 열게 할수 있다고 절절히 부탁하는것 같다. 얄팍한 인정에 쫓겨 곁눈질하다가 대사를 그르치지 말라고 경종을 울려오는것 같다.

(아. 동지들!… 동지들!… 기다려주오. 기다려주오!)

정시명은 온몸을 토막토막 저며내는듯 한 아픔을 누르며 이렇게 애절한 심정으로 되뇌이였다.

자기도 모르게 손에 비지땀이 잡히고 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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