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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린 비로 불어났던 강물은 그사이 퍼그나 줄어들었다. 강물은 이전처럼 맑고 고요하게 흐르고있었다.
말을 탄 마리와 주몽은 강기슭언덕우에 서서 강물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들은 점도록 말이 없었다.
주인들이 그러고있는것이 지루해났는지 말이 투레질소리를 내며 서성거렸다.
주몽은 그린듯 안장에 앉아 강물만을 바라보고있었다.
고구려의 뜻, 주몽의 뜻은 비류와 화친하여 불함산으로 가는 길을 열자는것이였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이어질것이며 나아가서 하나의 겨레로 될것이다. 이것이 겨레의 뜻이요, 겨레가 바라는바였다.
그런데 그 뜻이 꺾이였다.
고구려사신사건. 그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송양과 비류는 고구려의 뜻, 고구려가 하려고 하는 일에 맞서자는걸가? 그럴리가 있나? 고구려와 비류가 화친하는건 송양임금도 바라고있는것이 아니였던가. 그래서 송양은 자기의 조카 시노를 보내오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럼 사신습격은 뭔가? 그것은 화친과는 정 거꾸로가 아닌가? 송양은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인가?
자기의 사신들과 마리를 믿는 주몽으로서는 비류가 하는 말을 믿을수 없었다. 도노라는 그 대부가 한 말, 고구려사신들이 비류의 임금을 어찌어찌하려고 했다는것은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이다. 절대로 그럴수 없다.
그렇다면 송양과 비류가 화친을 바라지 않는다는것을 말하지 않는가. 그들은 겉으로는 화친을 바란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딴 꿈을 꾸고있다. 고구려사신들을 청한것은 모략이다.
과연 그럴가?
주몽은 강물에서 눈길을 거두고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 어떻게 보나? 송양이 화친을 청한것이 모략이 아닐가?》
《그렇지는 않소이다.》
《근거는?》
《송양은 시노가 죽은것을 격분해하고있소이다. 혈육이니 그런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건대 그것은 화친을 배반한것에 대한 격분도 깔려있는듯 하오이다. 그가 사신을 습격하라고 한것 같지는 않소이다. 나는 그를 직접 만나보았기때문에 아오이다.》
《그렇다면 비류에서 그 일을 명령한 사람은 누구인가?》
《부위염이오이다.》
《부위염? 그가 왜 그런것 같은가?》
《그는 고구려와 비류가 화친하는걸 바라지 않는것 같소이다. 까닭은 알수 없지만…》
《부위염이라… 그는 사냥군출신이 아니던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했소이다.》
《도노는 어떤가?》
《저는 그를 보지 못했소이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말했다.
《난 보았다. 그가 고구려에 왔댔다. 내가 보건대 그가 이번 일을 꾸민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수인은 부위염이오이다.》
《그럴수 있다. 부위염 내놓고 다른 사람은 없을가?》
《소나공주가… 아니, 그도 아니오이다. 그는 이번 사신사건에 대해서 모르고있는것 같았소이다. 그는 송양과 마찬가지로 시노가 죽은데 대해서만 속상해하오이다.》
《어쨌든 이번 일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헨둥한건 이번 일이 비류에서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 꾸민것이라는것이다.》
《나는 부위염밖에…》
《그건 그렇고, 이번 일을 놓고…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 구름잡아타고 하늘을 날겠다는것으로 비치지 않나?》
《높은 산에 바람세다고 마음놓으소이다. 비류에도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없지 않소이다. 적어도 그걸 바라는 사람들은 많소이다. 나는 우리의 뜻이 결코 쪽박차고 바람 잡으려는건 아니라고 보오이다. 다만 큰 산 넘어 평지 본다는걸 깨달았다고 할가. … 우리의 뜻이 마음처럼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았소이다. 이전에 나는 우리의 뜻이 푸른 하늘에 해와 같아서 그것이 한번 세상에 비치기만 해도 그대로 섶단의 불처럼 확 타올라 단숨에 이룩되려니 했는데 겪어보니 결코 그렇지는 않았소이다. 같은 겨레라고 하더라도 해를 등지는 사람이 없지 않소이다.》
《큰걸 깨달았다. 마리의 말이 옳다. 우리의 뜻은 겨레의 뜻이다. 그러나 무슨 일에나 그러하듯 이 일에도 그걸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정도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고구려에도 있을수 있고 비류에도 있다. 그걸 잊지 말자. 이건 나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우리모두가 알아야 할 일이다. 하다면 겨레의 뜻, 우리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과 어떻게 싸울것인가? 우리의 뜻을 잘 모르기때문에 그러는 사람은 큰게 아니다. 나라와 겨레는 안중에도 없고 제 살 구멍에만 눈이 멀어 범의 코배기에 붙은것도 떼먹겠다고 피를 물고 미쳐날뛰는 그런 사람이 탈이다. 그런 사람과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비류에 그런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나는 도노가 아닌가고 본다.》
《주몽형이 그렇게 본다면 틀림없을것이오이다. 하다면 그를 없애버리는것이 어떻겠소이까?》
마리가 눈시울을 쪼프리며 물었다.
《어떻게? …》
《글쎄, 당장은 무슨 뾰족한 수가 없지만 궁리하면 될듯싶소이다.》
주몽은 빙그레 웃었다.
《그 사람은 비류의 대부다. 설사 대부가 아니라도 뜻을 품은 우리가 푸독사가 될수는 없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 자루속의 송곳은 못 감추는 법이야. 우리가 보는것이 틀림없다면 오래지 않아 도노는 제스스로 허울을 드러내게 될것이다.》
주몽은 잔잔한 웃음을 짓고 말갈기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마리는 주몽을 따라 웃었다.
주몽이 마리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마리, 나는 송양임금을 만나려고 한다.》
마리의 낯빛이 굳어졌다.
《송양? 비류의 임금을 말이오이까?》
《그래. 어떤가, 마리?》
마리는 잠자코 강물을 바라보았다.
주몽은 마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마리는 인차 입을 열지 않았다. 주몽도 재촉하지 않았다.
두사람은 오래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마리가 무거운 숨을 내쉬였다.
《이번에 비류에 갔다오는 길에 한 처녀를 알게 되였소이다. 그는 저… 송양임금의 딸인 버들이오이다.》
마리는 버들에 대해서 알게 된 이야기를 했다.
고구려에서 비류로 가면서 버들에 대해 넌지시 에둘러 말하던 시노며 동굴에서 의식을 잃은 자기를 구원해준 버들 그리고 그뒤에 있었던 일들…
말을 마치고 마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그 공주를 사랑하나?》 하고 주몽이 물었다.
마리는 고개를 쳐들고 서둘러 말했다.
《그는 참 좋은 처녀이오이다. 저를 살려주었다고 해서만 아니고 마음이…》
《누가 뭐라고 하나?》
주몽은 마리를 보며 웃음지었다.
세상일이란 참 묘하다. 피비린내나는 사신사건뒤에 또 이런 아름다운 일이 펼쳐질줄이야…
마리가 사랑하는 처녀라면 그는 훌륭한 처녀일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위해서도 주몽은 고구려와 비류의 화친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다.
《송양임금을 만나는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것이 어떻겠소이까?》 하고 마리가 물었다.
《왜?》
《아니, 그저…》
《난 꼭 송양을 만나야겠네.》
《뜻을 알겠소이다.》
《고맙네.》
《그 일이 되도록 하는건 제가 맡겠소이다.》
《마리가?》
주몽은 마리의 몸이 걱정되였다. 두 나라 임금이 만나는것은 여느 사람들이 만나는것과 다르다. 그 일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두 나라가 팽팽하게 맞선 때에는 생명의 위험까지 각오해야 한다. 주몽은 될수록이면 마리를 편하게 쉬우고싶었다. 두번다시 마리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고싶지 않았다.
《그만두게.》 하고 주몽은 말고삐를 당겼다.
마리는 주몽의 앞을 막아섰다.
《저에게 맡겨주시오이다.》
마리는 쉬이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