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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 동부대가 순추는 제 동생이 군률을 받아 죽은걸 두고 벼룩 씹듯 이를 갈았다.
《부위염, 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테다!》
도노는 이러는 순추를 말리느라고 진땀을 뺐다. 말은 바른대로 진땀을 빼는척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부추기는 도노였다. 도노는 순추가 펄펄 뛰면 뛸수록 더 좋았다. 메돼지란 놈은 어디 한대 단단히 먹여야 죽을지 살지 모르고 날뛰는 법이라…
《글쎄, 당신의 동생 순노가 잘못이야 했지. 부월을 받은 부위염의 령을 어기고 배짱을 부렸으니까 어명을 어긴것과 다름없겠다? 그러니 처벌받아 마땅해.》
《뭐요? 아니 도노대부님까지… 대부님이 그렇게 말할수 있소이까? 까놓고 말해서 그애야 나보다 대부님을 더 하늘같이 믿었다가 그렇게 되지 않았소? 애매한 두꺼비 떡돌에 치운다고…》
《그랬지, 그랬소. 해서 나도 할수 있는껏 말리질 않았소? 그야 당신도 알고있으면서 뭘 그러오? 그런데 부위염장군이 어디 말을 듣습데까? 그것 참…》 하며 도노는 혀를 찼다.
순추의 눈에 피발이 돋았다.
《아니, 대부님! 그것도 말이라고 하시오? 내가 그애더러 부위염이 부월을 받았으니 쓸데없는 배짱 부리지 말고 가보라 했을 때 도노대부는 뭐라고 했소? 부위염은 당신의 제자이고 당신이 경군장자리에 앉혔으니 당신의 말을 듣지 않을수 없다면서 그애더러 장수가 되려면 큰 배짱도 부려보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 말 듣고 철없는것이 그렇게 되지 않았나 말이요?》
《그렇게 말했소. 하지만 부위염이 그렇게 배은망덕한 놈인줄 어찌 알았겠소. 부모도 자식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더니… 부위염, 그놈이 나쁜 놈이요. 그놈이 평소부터 순추대가가 나와 가까이 지내는걸 배아파하더니 그 앙갚음을 당신 동생에게 한거요. 말하자면 시어미 역정에 개배때기 찬다고 당신보고 해보지 못해 당신 동생을 군률이요 뭐요 하는데 걸어 죽였단 말이요.》
구렁이 차돌 녹이듯 둘러대는 도노의 입질에 메돼지같은 순추대가가 안 넘어갈수 없다. 모든 잘못은 부위염에게 있다.
《부위염, 내 그놈을 죽여버리겠소.》
순추대가가 주먹으로 술상을 내리쳤다. 그바람에 상이 깨여져나갔다.
《거참, 웬만하면 좀 삭이오. 그런다고 죽은 사람 다시 살아나겠소?》 하고 도노는 옷에 묻은 음식찌꺼기를 털며 말했다.
순추는 가슴을 치며 꺼이꺼이 울었다.
《아니요. 참을수 없소. 이 동부대가 순추를 숫봐도 분수가 있지… 내 그놈을 죽이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요.》
《임금의 부월을 받고 출전한 장수를 죽인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괜히 그러다 당신도 동생뒤를 따라가려고 그러오?》
《임금의 부월이 다 뭐요? 임금이래도 무섭지 않소! 이 순추가 평소에는 순한 양이래도 성나면 없소, 없단 말이요! 하늘도 무섭지 않소.》
《취중객담 마시오, 동부대가!》
《취중객담? 뭐 말라빠진 취중객담이요. 취중객담? 흥, 취중객담이 아니라 취중진담이요. 장부일언 중천금이라 이 순추는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소.》
순추의 입에 비지가 내불리였다.
《어디 두고봅시다.》 하며 도노는 일어났다.
순추는 이때껏 주정 잘 받아주던 도노가 갑자기 싸늘해져 일어나자 언제 그랬더냐싶게 겁기어린 눈을 데룩거렸다.
그는 음식들이 쏟아진 방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울음을 터쳤다.
《아하이구… 대부님! 이거야 속터져 사람 살겠소이까? 부위염, 그놈이 나하고 무슨 원쑤졌다고 내 동생을 죽인단 말이오이까? 생떼같은 내 동생, 금쪽같은 내 동생을 말이오이다. 아하이구 가슴이야…》
도노대부는 측은한 눈으로 순추를 내려다보았다.
《그만하소. 당신이 자꾸 그러니 내 가슴도 터지는듯 하오. 나라고 어찌 마음이 편하리까? 그저 죽일놈은 부위염이요, 부위염!》
《옳소이다, 옳구말구요. 나도 그래서 도노대부에게 너무한줄 알면서도 이러지 않소이까? 부위염, 그놈을 어찌면 좋소이까? 무슨 수를 가르쳐주시오이다. 대부님이야 아실터인데… 가르쳐만 주신다면 내 목을 걸고서라도 행하리다.》
《정녕 부위염을 죽이시려오?》
《두말하겠소이까?》
《그럼 좋소. 내 말대로 하겠소?》
《어서 가르쳐만 주시오이다.》
《당신이 부위염을 죽이는건 어렵지 않소.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요. 부위염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장수요. 앞으로 부마가 될지도 모르오. 그러니 당신이 그를 죽이면 임금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거요. 그때는 어쩔셈이요?》
《글쎄, 그게 목에 걸려 그러지 않소이까?》
《잘 생각해보오.》
《생각해보았지요. 하지만 어디 뾰족한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도노대부님에게 가르쳐달라고 하지 않소이까?》
《좋기는 부위염을 죽인 다음 당신을 처벌할 사람이 없는거요.》
《그야 그렇지요. 하지만 임금이…》
《이렇게도 말귀가 어두워서야… 당신하고는 도대체 말할 재미가 없소.》
도노는 성을 내며 가려고 했다.
순추가 도노의 옷자락을 잡았다.
《가지 마시오이다, 대부님!》
《그래, 내 말뜻을 알겠소?》
《알것 같기도 한데… 그러니, 그… 임금님을? …》 하며 순추는 도노를 올려다보았다.
《옛말에 나를 사랑하면 임금이요,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임금이 아니라고 했소.》
《그런 말도 있었소이까? 야, 거참 신통하오이다.》
《세상에 흔히 하는 말이 임금은 하늘이 낸다지만 그건 임금이나 임금에게 붙어먹어야 살아갈수 있는, 말하자면 주대없는 헛것들, 아첨쟁이들이나 하는 소리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처음 임금들은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된거요. 때를 잘 만나면 알건달망나니도 임금이 될수 있소. 옥좌에만 앉혀놔보지? 돼지도 거룩하지? 세상이란 이런거요. 그렇지 않소?》
《도노대부말씀이 옳소이다. 옳고말구요.》
뭘 안다고 순추대가는 제법 턱방아를 점잖게 찧었다.
도노는 그러는 순추를 살모사눈으로 지켜보고있었다. 돌을 갈아 사람들이 보물로 여기는, 하다못해 돌도끼라도 되게 하려면 품이 많이 들어야 한다. 순추가 쓸만 한 돌인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당장은 그만한 돌도 없다. 그러니 힘이 든대로 갈아보는수밖에…
《우리 임금 송양께서는 이젠 늙으셨소. 아, 이러한 때에 임금님께 대를 이을 아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아들만 있다면 이 도노가 개와 말이 되여 수고를 아끼지 않고 태자로 삼아 송양임금님의 바통을 이어드리는건데, 그것이 이 도노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하오만 북두칠성이 앵돌아졌으니 야속할사. 어이하여 하늘은 우리 임금님께 아들을 주시지 않으시는지…》
뭘 모르는 순추는 개구리눈을 뜨부럭거렸다. 이 족제비가 무슨 소리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것이다.
《동부대가님! 그렇다고 우리 송양임금님이 이룩한 이 비류를 허잡쓰레기들의 손에 넘겨줄수야 없질 않소? 나나 당신이나 그래도 이 나라의 중신들인데 어디 말씀 좀 해보시오.》
뭘 어딜, 어떻게 긁어달라는 소리인지 몰라 눈을 뜨부럭거리던 순추가 얼결에 받아 말했다.
《도노님의 그 지극한 마음은 하늘이 굽어보실것이오이다.》
《순추대가님! 우리가 나라를 위해 큰마음을 먹읍시다.》
《그래야지요, 암 그렇다마다요.》
《난 순추대가님이 이 나라를 위해 송양임금님의 뒤를 이었으면 하오.》
반역은 저절로 무르익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큰일이여서 순추는 겁도 나고 의심스럽기도 하여 차마 엄두를 못 냈다. 그는 손을 흔들었다.
《이러지 마시오이다. 이 비류의 운명이 바람앞의 초불신세라면 도노대부께서 마땅히 보위에 오르시는게 옳지요.》
도노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 도노라는 사람은 원래 권력에는 재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오이다. 언제인가도 말했지만 나는 그저 좋은 사람을 도와주어 큰일을 이루게 하는걸 사는 재미로 알고있소이다. 그러니 마음을 정하시오이다. 순추대가님이 나서신다면 이 도노가 비류천하를 말아올리겠소이다.》
《대부님이 정 그러시오면 이 보잘것없는 놈이 나서는 보겠소오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뭘 보고 때가 되지 않았다고 그러시오이까?》
《임금님도 아직 건재해계시고 또 사람들의 눈도 있는데…》
돌대가리, 게다가 겁까지…
이런 물건은 사실 큰일 못할 놈이다. 아, 도노여! 그대의 팔자는 어찌 이다지 각박하더냐!
《대가님, 때는 사실 저절로 오지 않소이다. 만들어야지요. 하지만 때는 지금 왔소이다.》
《뭘 보고…》
《잘 새겨보시오이다. 임금은 늙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다 지금 궁궐엔 임금을 보필할 신하가 없소이다. 임금이 그중 믿을만 하다는 소나공주는 죽었지, 부위염은 경군을 거느리고 고구려에 가있지, 누가 있소이까?》
《버들공주가 있지 않소이까?》
《그렇지, 버들공주가 있지.》
도노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했다.
버들! 그하고는 묘하게 도노가 엉켜돌아간다. 소나가 도노의 눈앞에서 돌아간다면 버들은 보이지 않는데서 돌아간다. 소나가 힘이 있다면 버들은 힘이 없다. 그런데도 도노는 소나보다 버들이 더 미타하다. 그것은 도노가 누구에게 말 못하는 안타까움이였다. 별로 보잘것없는것 같아서 지나치려 하면 요때다 나타나서 도노의 간담을 흐리게 한다. 뭐가 그리 간담까지 흐리게 하냐 하면 바로 그걸 딱히 모르는게 더 안타까운 일이다. 고구려의 마리도 그래, 거무도 그래, 또 소나나 부위염이 점점 엇서나가는것도 캐보면 버들하고 이래저래 잇닿아있었다. 죽었는가부다 해서 잊어버릴만 하니 수리산에서 돌아왔다. 버들이 수리산에서 돌아오자 비류궁성이 얼마나 소란스러워졌는가? 애써 죽이려던 마리가 살아서 궁성에 들어오지 않나, 미초리가 죽지 않나, 이때껏 고분고분하던 부위염과 소나가 삐뚤서해지지 않나… 하여튼 모든게 버들하고 엉켜돌아간다. 요게 안되겠다 해서 없애치울 생각을 하니 또 어디론가 쏙 사라졌다. 하긴 비수인지 뭔지 하는 먹도깨비같은 놈을 못살게 굴어 버들이 궁궐에 재미들이지 못하게 한건 사실이다. 그것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버들이 사라졌다. 온다간다 없이… 앓던 이가 뽑혔나, 십년묵은 체증이 떨어졌나, 없어지려면 싹 사라져라! 바람부는 날 내굴날리듯 버들이 사라지고 소나도 어디론가 가고 부위염까지 내몰다싶이 하니 얼마나 시원한지 모르겠다. 이제는 구운 밤이나 까먹자 하니 문이 벌컥 열리고 버들이 또 들어섰다. 이거야 어디? … 버들인지 뭔지 요게 무슨 액살이냐, 액살이… 이왕 액살이겠으면 좀 사납기라도 하면 좋지 않나? 요건 얌전한것 같으면서도 속에는 날이 새파랗게 서있으니 속타는 일이 아닌가? …
어디 갔다왔는지, 아마 고구려에 갔다왔겠지. 하여튼 물어볼수도 없는 일이니 조만간 알게 될게고… 와서 궁궐이 돌아가는걸 보고 뭐 어쩌고저쩌고할줄 알았는데 아무 소리없다. 언니 소나일도 그래, 부위염의 일도 그렇다. 열에 아홉은 일이 어떻게 번지는지 아는 눈치인데도 얼굴에 익은 복숭아웃음을 딱 그려붙이고있으니 도노님이 괜히 속이 찔리게 만들어놓는다. 너 아냐? 하고 속시원히 물어보고싶은데 그럴수도 없는노릇이다. 요게 이제 일을 쳐도 단단히 치겠다 하고 벼르고는 있다. 어디 보자, 그저 작은 꼬투리라도 보이기만 해라! 지금은 까딱 움직이지 않으니 나도 참는다만 이게 오래가지는 않을게다.
도노는 으쓱했다.
《버들이라… 공주긴 해도 그까짓게 무슨 맥을 추겠다고?》
《그렇지도 않은가 보오이다. 죽은 내 동생녀석이 하는 소리를 들으니 버들공주가 만만치 않답디다.》
《뭐가 만만치 않답디까?》
《그야 나도 모르지요. 그녀석 말이니… 하지만 궁궐 지키는 군사들한테서 나온 소리니 괜한 소리기야 하겠소이까?》
《순추대가! 당신 그 사타구니에 붙어있는게 용을 쓰긴 쓰오? 용을 쓰지 못하면 그따위 곯아빠진걸 떼서 개나 주구려.》
《그건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시오?》
《쪼꼬만 계집년 하나 놓고 죽어가는 소리를 하고있으니 말이요?》
《나야 그저 만사를 실수없이 하자는 소리가 아니오이까?》
《됐소, 뭘 밤낮 죽어가는 소리하고있소? 당신이야 힘이 있지 않소, 힘이! 비류의 군사들을 통솔하게 한게 뭐 놀자고 그런줄 알았소? 계집이야 어디까지나 계집이겠지? 자고로 계집들이라는건 사나이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애고, 날 죽여주소 이러는 법이요.》
야, 그거 재미있는 소리다 하는 눈치로 순추가 돼지웃음을 지으며 도노를 바라보는 바람에 도노의 기분이 싹 잡쳤다. 세상에 자존심 하나 딱 버티고 살아가는 도노여서 계집을 본 일도 없거니와 기껏 봤다는 계집이래야 모두 권력과 재부에 눈이 어두운 암고양이들이거나 두부덩어리같은것들이라 계집이라면 발가락의 고린내나는 때로 아는 도노였다. 그런데 제입으로 뭘 계집이 어떻고 저쩌고 했으니 기분이 잡칠수밖에 없다.
《여보 여보, 동부대가나으리! 시시한 소리하고 엎디여있을새가 없소. 그래 어쩔셈이요?》
《뭘 어쩔게 있소이까? 젠장, 합시다. 하겠소이다. 그저 잘 보태만 주시오이다.》
《문제는 군사요. 순추대가가 나라를 위해 거사를 하면 이 도노대부는 전적으로 순추대가편이요. 거사가 성공하도록 돕겠소. 그래 대가는 준비되였소? 군사들을 그러쥐였는가 말이요?》
《군사들은 내 손에 있소이다.》
《서부군사들은?》
《글쎄, 서부대가가 좀 못되게 놀아서 그 군사들을 내 마음대로 부리는건 미타하지만…》
《북부는?》
《그것도…》
《뭘 하고있었소이까? 도대체… 이건 받쳐주어도 잡숫지 못하니…》
《걱정마시오이다. 나도 다 생각이 있소이다.》
《뭘 말이요?》
《대부님은 군사를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군사라는건 군마와 같아서 일단 싸움이 일어 북소리 쿵쿵 울리고 나팔소리 뚜뚜 나면 이기는쪽으로 가붙게 되여있소이다. 오늘은 이놈 태우고 저놈과 싸웠지만 이놈이 래일 패하면 살아남은 말은 저놈에게 가게 되오이다. 군사도 이와 같소이다.》
《모르겠소. 하여튼 단단히 잡도리를 하오.》
《날자는? …》
《그건 내가 알려주겠소이다. 임금의 눈치를 잘 보고있다가 때가 되면…》
《알겠소이다.》
송양은 도노대부를 불러 따졌다.
《부위염장군을 뒤받침할 주력군사들은 어떻게 됐소?》
《거의다 됐소이다.》
《거의다라는건 무슨 소리요?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거요? 부위염장군이 고구려로 쳐들어간지 벌써 사흘째요, 사흘! 부위염장군이 나라의 운명을 걸고 고군분투하고있는데 대부는 대체 무얼 하고있는거요? 부위염장군이 어렵게 돼가고있다는데 이제 우리가 제때에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 끝장이란 말이요.》
《저도 알고있소이다.》
《알고있으면 뭘 하오? 빨리 다그쳐야지.》
《알겠소이다. 래일까지는 끝내겠소이다. 그런데…》
《뭐요?》
《대가들이 문제오이다. 서부, 북부대가들이 군사들을 잘 내지 않고있소이다.》
《뭣이?》
《이 피탈 저 피탈 하면서 애를 먹이고있소이다. 이번 주력군의 총대장으로 전하께서 임명하신 동부대가에게 복종하기를 달가워하지 않고있는줄로 아오이다.》
《한심들 하오. 서부, 북부대가들에게 다시 전달, 아니 령을 내리오. 어명이고 군률이라고…》
《알겠소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또 뭐요?》
《만일을 위해서 부여에 군사를 청하는것이 어떻겠소이까?》
《대부, 무슨 잠꼬대같은 소리를 하는거요? 만일이라고? 대부는 부위염장군을 아니 우리 비류의 군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거요?》
《승패는 병가상사라고… 싸움에서 이기고지는것은 늘 있는 일이라고 했소이다.》
《걷어치우오! 대부라는 사람이 이렇게 떨떨해있으니 대가들이 군사들을 내는걸 흐지부지하는게 아니요? 어떻게 된거요, 도노대부? 난 그래도 이번 일에서 대부를 크게 믿었는데 말이요?》
《걱정마시오이다. 제가 언제 전하께서 하임하신걸 못한적이 있었소이까? 이때까지…》
그놈의 《이때까지》가 수수께끼다. 이때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런다는 소리다. 《이때까지》 뭐뭐 하는 사람들은 바보들이 아니면 음모군들이다. 어리석고 게으른 바보들은 그런 말로 남을 믿고 자기도 믿으려고 한다. 그래서 차례지는것은 롱락밖에 없다. 그때 가서 눈물흘린들 무슨 소용있는가? 그래서 바보라고 하겠지… 한편 음모군들은 그런 말을 써서 어진 사람 혹은 바보들을 속이려고 한다.
도노는 송양을 속이고있었다.
《하여튼 빨리빨리 하도록 하오. 나라가 위험에 처한 비상시국에…》
송양은 도노에게 속고있었다.
비류궁성에 먹장구름이 몰려들었다. 번개와 우뢰를 머금은 구름이였다.
비수는 버들에게 건건이와 묵거에게 갔다온 이야기를 하였다.
《부여태자 대소가 갑자기 임금에게 비류를 칠 원정군을 맡겨달라는 상주문을 올렸다고 하오. 군사의 수는 많지 않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임금의 윤허가 내리는것으로 알고있소.》
《부여가 뭣때문에 우릴 치겠다는거예요?》 하고 버들이 놀라 물었다.
《그건 따져 뭘 하겠소? 무슨 구실인들 만들어내지 못할라구… 힘개나 있고 크다고 우쭐거리는것들이 제 하자꾸나 하면 뭐 작고 힘없는것들에게 리해될만 한 무슨 그럴듯한 구실을 대고 하는거요? 제 하고싶은대로지. 원정군이 곧 비류를 친다는게 문제요. 임금께 말씀올려야 하오. 아직 부여원정군이 우리 비류로 들어온건 아니지만 가만있을수 없소. 그리고 심상치 않은 일이 또 있소. 부여에서 정체모를 한무리가 우리 비류에 들어왔는데 그들은 동부에 들어갔다고 하오. 그것들이 전번 소나공주사건을 일으킨 무리라는데 무엇때문에 비류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소. 원정군은 원정군이고 당장 급한건 비류에 들어온 정체모를 그 무리들인것 같소. 건건이의 사람이 그들을 따르고있지만 무슨 일이 갑자기 일어나겠는지 알수 없소. 전번 소나공주 사건도 그것들이 일을 저지른 다음에야 알지 않았소? 이번엔 단단히 정신차려야겠소. 내 생각엔 그것들이 궁궐을 노리지 않는가 하오. 이 두가지가 다 도노와 얽혀있다고 건건이는 보고있소. 아마 틀림없을거요. 묵거도 그렇게 말했소. 버들! 뭔가 불길하오, 꼭 무슨 일이 날것 같소.》
《뭐라고요? 감히…》
《버들! 지금 비류의 궁궐은 텅 빈집이나 같소.》
《그렇군요. 그럼 아바마마를?》
《내 생각도 바로 그거요.》
《도노… 정말 지독하군요.》
《무슨 마련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버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동부를 다 뒤져서라도 그놈들을 잡아내야겠어요.》
《그렇게는 안될거요.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음모가 있었다면 그것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쉽게 꼬리를 잡히겠다고는 안할거요.》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아요?》
《글쎄, 내 생각엔 무엇보다먼저 임금님의 호위를 잘하여야 한다고 보오. 지금 있는 시위군사들도 잘 검열해야 될거요. 그속에 도노의 끄나불이 없다고 장담할수 없으니까.》
《아바마마를 모시는건 내가 직접 하겠어요.》
《그렇다면 좀 마음이 놓이지만… 만약 도노가 반란을 일으킨다면?》
《반란? 설마…》
《참, 내가 깜박 잊었구만. 묵거가 이번에 알아낸 정보를 알리려고 고구려에 갔다왔소. 건건이와 묵거는 고구려를 위하여 일하는 산적들이요. 그건 그렇고 소나공주와 부위염이 잘하면 인차 돌아올것 같소.》
《소나언니가?》
《그렇소. 부위염이 미련하게 고구려와 기어코 싸우려 하지 않는다면 말이요. 원래 고구려에서는 부위염을 사로잡아 죽이자고 모두들 윽윽했다오. 그럴수밖에… 그런걸 마리가 임금에게 상주해서 부위염을 돌려보내기로 한것 같소. 마리가 아마 부위염의 일로 해서 속에 재무지개나 쌓았을거요.》
《마리가?》
《그렇소. 바로 그 마리가 비류의 일을 듣고 도노가 반란을 일으킬수도 있다고 했다는거요. 버들을 걱정하면서…》
《마리…》
《소나공주와 부위염이 돌아오면 별문제지만 그전에 일이 터지면 야단이요. 부위염의 경군이 돌아와도 그들은 이번 싸움으로 해서 지쳐있는데다가 동부대가가 비류의 군사들을 다 그러쥐고있으니…》
《이 비류에 있는 사람들이 다 도노에게 속을 사람들은 아닐거예요. 비수는 이길로 서부대가를 찾아가요.》
《알겠소. 그럼 여기 일은?》
《내가 있지 않아요?》
《그래도…》
《걱정말아요.》
《버들, 조심하오. 제발 마릴 생각해서라도…》
《알겠어요. 그리고 고구려에서 소나언니와 부위염이 돌아온다면 그들에게도 소식을 알려서 서두르라고 하세요.》
비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