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이는 말총을 매단 회초리로 새끼돼지를 놀리고있었다.

별나게도 생겼다, 돼지란 놈은…

아이는 키득 웃었다. 뭐니뭐니해도 그 코가… 지짐짝같이 동그란 판대기에 구멍이 뚫린건 세상에 짐승이 많고많아도 오직 돼지뿐일것이다. 코는 그렇다 하지만 돼지는 눈이 선량하게 생겼다. 그건 새끼돼지일수록 더했다. 새끼돼지의 눈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게 생긴것 같다. 눈이 그렇게 생겨서인지 겁이 많은게 새끼돼지다. 무리에서 달아난 이놈의 새끼돼지도 그래서 말썽이다.

다른 놈들은 우리에 몰아넣었는데 이놈만…

《이젠 잡혔지? 어서 순순히 말들어.》

돼지치기아이는 중얼거리며 두손을 벌렸다. 아이가 와락 덮쳐들자 새끼돼지는 꽥 소리를 지르며 잡혔다.

《잡혔지, 요놈!》

아이는 버드럭거리는 새끼돼지를 꼭 붙들며 웃었다.

《사마형! 거기서 뭘 해요?》 하는 소리가 들려와 아이는 그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가둑나무잎으로 엮어만든 쓰개를 머리에 얹고 웃통은 맨몸인 아이가 말을 탄채 소리치고있었다.

《왜 그래?》 하고 돼지치기아이는 곱지 않게 물었다.

《집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자식, 왜 그러나 말이야?》

돼지치기아이는 고개를 꼬며 침을 찍 뱉았다.

《형, 엄마가 울면서 집으로 달려갔다. 어서 가봐!》

사마는 새끼돼지를 안은채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말을 탄 아이는 제 갈데로 갔다.

한동안 그러고있던 사마는 새끼돼지를 우리에 집어넣은 다음 말을 타고 서둘러 동네로 향했다.

사마가 동네에 들어서서 얼마쯤 갔을 때였다.

한 아낙네가 길섶에 퍼더버리고 앉아 땅을 치며 울고있었다. 사마는 대뜸 그를 알아보았다. 이전에 연노부에서 살다가 이사왔다는데 어른들이 말하기를 그의 남편이 못된짓을 하다가 죽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녀자의 아들은 사마의 아버지 곰나와 함께 첫 고구려사신으로 비류에 갔다. 그 일은 사마를 몹시 의아쩍게 했다. 아버지가 못된짓을 하다가 죽었다는데 어떻게 그 아들이 사마의 아버지와 함께 고구려사신으로 간단 말인가? 사마의 아버지는 고구려사신으로 비류에 가는것은 누구나 할수 없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건 풀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아버지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해주지 않았다.

어째서 저 아주머니는 울고있을가?

사마는 그 아주머니가 불쌍해보였다.

그 녀자는 비류로 간 자기의 아들을 부르며 울고있었다.

사마는 말을 멈추고 내려다보았다. 그 녀자도 사마를 보았다. 그 순간 아낙네는 벌떡 일어나더니 사마가 탄 말의 앞발을 부여잡으며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주머니…》

사마는 곁따라 마음이 슬퍼져 울먹거렸다.

아낙네가 풀어헤친 머리카락사이로 사마를 다시 올려다보더니 숨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아마도 사마를 자기 아들로 잘못 알았던 모양이였다.

그 녀자는 다시금 땅을 치며 울었다.

사마는 힐긋힐긋 뒤를 돌아보며 집으로 갔다. 어쩐지 어머니가 걱정되였다.

사마가 집으로 들어서며 어머니를 부르자 토방기둥을 부여잡고있던 어머니는 서둘러 수건으로 눈굽을 닦았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었나이까?》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시나이까?》

《울지 않았다.》

《어머니…》

아들이 다가가자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였다.

《사마야,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비류에 갔던 아버지가 잘못되셨다는구나.》

사마는 눈을 흘겼다.

《누가 그랬나이까? 그건 거짓말이오이다.》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냐. 아버지와 함께 갔던 마리대주부가 오셨다는구나. 그런데 대주부를 모시고 갔던 아버지는 오시지 못하셨단다.》

사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이다. 그럴수 없나이다.》

사마의 어머니는 그러는 아들을 보고 다시 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사마는 얼빠진듯 멍하니 어머니를 쳐다보면서 설레설레 도리질했다.

《그럴수 없나이다. 거짓말이오이다.》

사마는 슬금슬금 가재걸음쳐 마당을 나갔다.

《거짓말, 거짓말!》 하며 사마는 말을 탔다.

입술을 깨무는 사마의 눈앞으로 아버지의 웃음띤 얼굴이 언뜻 떠올랐다.

《아버지는 이번에 마리대주부님을 모시고 비류로 가게 됐다. 그사이 어머니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알겠느냐?》 하고 아버지는 말했다.

《알겠나이다. 인차 오시오이까?》

아버지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아버지의 얼굴에 문득 한가닥 미심쩍은 그늘이 떠올랐다.

그때 사마는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눈치챘다.

《넌 가끔 감때사나운데가 있어.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것없이 막 내쏜단 말이야. 누구한테 그따위를 배웠는지…》

언제 한번 따끔하게 말씀은 안했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속을 알고있었다.

《헹, 걱정마시오이다. 갔다오시면 마리대주부님에게서 무술을 배우겠나이다.》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 웃음, 언제나 말없이 정을 기울여주는 텁석부리아버지는 사마에게 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런 아버지가 뭐 어떻게 되셨다고?

아이는 발꿈치로 말을 찼다.

놀란 말이 내달렸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무작정 말을 때려몰았다. 그러다가 말고삐를 잡아챘다.

사마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비류로 갔던 이웃집아저씨가 떠올랐다. 그 아저씨가 비류로 떠나기 며칠전에 그 집 아지미는 아들을 낳았다. 어찌나 기뻤는지 아들을 낳은 그날 아침 날밝기 바쁘게 아저씨는 사마의 집으로 달려와 벌컥 문을 열었다.

《곰나형님! 우리 집사람이 아들을 낳았소이다, 아들을요.》 하며 그 아저씨는 어쩔줄 몰라하였다. 사마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덩달아 기뻐했다. 그때 사마는 선잠에서 깨여나 기분이 언짢았다. 뭐가 그리 좋아 야단이야. 남 잠도 못자게… 하며 사마는 투덜거렸다. 모를건 아버지, 어머니였다. 이웃집아저씨네 아기낳은게 뭐라고 집에 건사했던 미역이랑, 꿀이랑 꺼내놓을가? 그건 토질병이 돌 때 쓰겠다고 아끼던것이 아닌가? 사마는 코살을 찡긋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나서 말을 타고 이웃집아저씨네 집앞을 지나며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사마는 기쁜지 어쩐지 마파람맞은 황소처럼 헤 웃었다. 어쨌든 아버지와 그 아저씨는 가까운 사이였다.

사마는 그 집으로 말을 몰았다.

그 집 울타리에 마침 늙은이가 서있었다.

사마는 돌덩이처럼 늙은이앞으로 뛰여내렸다.

《할아버지, 비류에 갔던 아저씨가 돌아오셨나이까?》

늙은이는 말없이 사마를 보았다. 그의 주름잡힌 눈굽밑에는 눈물자욱이 어려있었다.

늙은이는 맥없이 팔을 벌려 사마를 품에 안았다.

사마는 버드럭버드럭 늙은이에게서 벗어났다.

《할아버지, 왜 그러시나이까?》

사마는 집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아기엄마의 울음소리였다. 사마는 얼굴을 찡그렸다.

《사마야, 내 아들도, 너의 아버지도 그만…》

늙은이의 말에 사마는 푸- 하고 세차게 입바람을 내불었다.

《아니오이다.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는…》

사마는 다시 말에 뛰여올라 고삐로 말을 후려쳤다.

그는 시내물이 흐르는 동구밖까지 달려갔다. 여기서 사마는 어머니와 함께 고구려사신으로 비류에 가는 아버지를 바래주었다.

사마는 멍하니 저 멀리 뻗어간 길을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리벙벙하였다.

고구려사신들이 잘못됐다는 소리는 벌써부터 쉬쉬 떠돌았다. 그게 목베듯 섬뜩한 소리여서 가족들은 누구나 귀막고 아웅한다. 해도 소리야 어디 가랴. 그러그러 날이 흐르자 마치 길가의 먼지처럼 소문도 가라앉았다. 생활은 다시 흘러갔다. 하지만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마음은 전보다 더 사람들을 감질나게 하였다. 돼지치기아이인 사마도 마찬가지였다. 사마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리를 귀등으로 들었다. 어른들은 괜히 떠들고있다. 온다만다 하면서 울고불고 한다. 뭐 어쨌다는건가? 이제 오면 되지 않나? 사마에게는 죽음이 아득하기만 하다. 다만 어른들에게 들어서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것이라는것은 어렴풋이 알고있다. 귀신이나 도깨비처럼 무서운것이다. 그저 들었다, 봤다 하고 전해져내려오는 무서움은 구름처럼 제멋대로 부풀어져 사람을 떨게 한다. 사람은 무서운걸 될수록이면 피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사마는 어머니나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든 귀에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어른들의 말보다 제 생각을 더 믿으려 했다.

아버지는 꼭 돌아오신다!

《아버지!-》

아이는 손나팔을 해 입에 대고 목청껏 불렀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먼 메아리만이 희미하게 들릴뿐이였다.

《아-버-지!-》

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는 팔굽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문득 사마는 흠칫했다.

아버지는 마리대주부를 모시고 갔다. 그런데 마리는 살아 돌아오지 않았는가? 그럼 아버지는 어찌되였을가?

사마의 눈이 무쇠빛으로 번져갔다. 그는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가만있을수 없다. 마리대주부에게 따져야겠다.

사마는 말고삐를 당겼다.

《이녀석이 또 왔어?》

문을 지키던 군사가 사마를 보고 투덜거렸다.

그러거나말거나 사마는 곧장 문으로 다가들었다.

군사가 사마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짐짓 얼굴을 찡그려보였다.

《이녀석, 서지 못할가?》

사마는 눈을 치뜨고 군사를 보다가 흥! 코나발을 불었다.

그는 고개를 외로 꼬며 군사를 피해 옆으로 빠지려 했다.

《서라!》

문을 지키던 군사가 얼떨결에 아이의 잔등을 잡으려다가 놓쳐버렸다.

《이녀석이…》

군사는 잽싸게 다시 손을 놀려 사마의 어깨를 잡았다.

《이거 놓으라요.》

사마는 잡힌 어깨를 챘다.

《서지 못해?》

군사는 서둘러 사마의 앞을 다시 막아섰다.

《못 들어가!》

《왜 못 들어가오이까?》

《글쎄 몇번이나 말해야 알겠니? 지금 마리대주부님이 몹시 앓아서 만날수 없다고 말이야.》

《그래도 만나야겠소이다.》

《안돼!》

사마는 담벽처럼 막아선 군사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몸을 날려 골받이했다. 그바람에 군사는 약간 비틀거렸다.

여느 사람이라면 대뜸 성을 내겠는데 문을 지켜선 군사는 머리를 젓기만 하였다.

《원, 녀석두… 얘, 정 만나겠으면 대주부님이 좀 나은 다음에 오도록 해라. 그땐 안 들어가겠다고 해도 들여보내주마.》

《싫어요. 지금 당장 만나야겠나이다.》

사마는 이를 사려물었다.

《원, 이런 옹고집 봤나. 길로 가라니까 메로 가는구나? 이 녀석, 정 말을 듣지 않으면 군률로 다스릴테다.》

《무섭지 않나이다.》

아이는 코나발을 행- 하니 불고 도마뱀처럼 빠져 안으로 달아났다.

《서라! 원 저런…》

군사가 사마의 뒤를 쫓았다.

힐긋거리며 달아나던 사마는 갑자기 절벽에 부딪친듯 센 힘을 받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마는 주저앉은채 머리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얼굴에 가벼운 웃음을 지은 늙은이가 사마를 의아스레 내려다보고있었다.

거무였다.

《얘, 넌 누구냐?》

거무가 아이를 일으켜세우려고 손을 내밀며 물었다.

사마는 거무의 손을 뿌리치고 발딱 일어났다.

아이는 엉뎅이를 털며 마뜩지 않게 거무를 쏘아보았다.

《거긴 누구오이까?》

거무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어, 여간내기가 아닌걸?》 하며 거무는 웃음을 지었다.

《난 이 집에 온 나그네다. 그래, 넌?》

사마는 아래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문지키던 군사가 다가왔다.

《정말 애를 먹이는군. … 얘, 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뛰여들어 야단이냐? 어서 나가라, 어서!》

군사가 사마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버티였다.

《이애는 대주부님을 모시고 비류에 갔던 사람의 아들이오이다. 그런데 대주부님을 기어코 만나겠다고 이 성화가 아니오이까?》

군사의 말을 들으며 거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사이에 사마는 문안으로 달아났다.

사마가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마리는 밖에서 나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던 참이였다.

《대주부님!》

마리는 사마를 알아보았다.

《너, 사마로구나.》

《대주부님, 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시오이까?》

사마는 가타부타않고 대뜸 따지고 들었다.

마리는 별안간 가슴이 짓눌리는것 같았다.

《대주부님은 우리 아버지와 함께 비류로 가지 않았나이까?》

《그랬다.》

《대주부님은 돌아오셨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오지 않나이까?》

딱따구리 나무쫏듯 따지는 사마에게 마리는 말문이 막혔다.

《사마야!》

《말씀해주시오이다. 우리 아버지는 어찌되셨나이까?》

마리는 차마 사마를 마주볼수 없었다.

사마를 따라 방에 들어선 거무와 문지키던 군사도 사마를 말릴 생각 못하였다.

마리는 상처자리가 아파오는것을 느끼며 숨을 들이켰다.

《사마야! 너에게 할 말이 없구나.》

《우리 아버지가 죽었다는게 사실이오이까?》

마리는 버들과 함께 곰나를 땅에 묻던 일을 차마 말할수 없었다.

《사마야!》

마리는 손을 내밀었다.

사마는 이를 사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사마야, 아버지는 훌륭한분이였다. 너의 아버지는 나를 살리고…》

《겁쟁이!》

사마가 마리의 말을 자르며 새된 소리를 질렀다.

보다못해 거무가 사마의 어깨를 잡았다.

《얘야, 대주부는 아무 잘못도 없다. 너의 아버지는…》

사마는 거무의 손을 뿌리쳤다.

《모두다 같고같아! 떨보같은것들…》

이를 악물고 소리친 사마의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를 살려내라. 살려내! …》

아이는 생마새끼처럼 날뛰였다.

마리는 말없이 사마를 지켜보고있었다. 관자노리의 피줄이 툭- 툭- 튀였다.

거무는 마리가 걱정되여 조심스럽게 그를 살폈다.

문을 지키던 군사가 아이를 달래려고 애썼다.

사마는 군사를 뿌리쳤다.

그는 피나게 입술을 깨물며 마리를 쏘아보다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사마야!》

마리는 아이의 뒤를 쫓으려 하였지만 문가에 못미처 비칠거렸다.

거무가 마리를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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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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