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주몽은 부분노를 건너다보았다. 어지간해서는 성낼줄 모르는 부분노가 오늘따라 돋아있었다. 부분노는 비류의 군사들이 고구려로 쳐들어온것을 더없는 모욕으로 느끼고있었다.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 제가 가서 당장 그놈들에게 버릇을 가르치겠소이다.》 하고 부분노는 펄펄 뛰였다.

주몽은 부분노의 심정을 리해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까닭모르게 따귀를 맞으면 성을 내기마련이다. 고구려는 힘이 약하지 않다. 부분노는 알게 모르게 고구려의 그 힘을 키운 사람이다. 그런 부분노가 아닌밤중의 홍두깨격으로 비류가 고구려에 쳐들어오니 성이 날만도 하다. 이걸 어쩌나 하는따위의 근심은 꼬물만큼도 없다. 그저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로 냅다 치고싶은 생각뿐이다. 부분노뿐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주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몽은 그럴수 없었다. 주몽은 비류를 치고싶은 생각보다 돌발적인 비류의 행동이 리해되지 않아 걱정이였다.

《비류가 어째서 저렇게 나오는지 모르겠소.》

주몽이 혼자소리로 말했다.

부분노는 눈을 내리깔며 숨을 내쉬였다. 장수가, 그것도 나라의 중임을 지닌 장수가 한때의 격분에 못이겨 싸움을 벌리는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임금은 넌지시 그렇게 타이르는게 아닌가.

《아마 소나공주때문인것 같소이다.》 하고 부분노는 마음을 눅잦히고 대답했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럴수 있지. 송양임금이 잘못 알고 노여워할수 있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주몽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비류는 잘못하고있소. 내 보기엔 소나공주때문만이 아닌것 같소. 그보다 더 심각한것이 있소. 비류의 장수가 누구요?》

《부위염이라고 하오이다.》

《부위염이라… 우리 고구려사신으로 가던 마리를 습격한 사람이 아니요?》

《그렇소이다.》

《비류의 경군장이라지?》

《예.》

《어쩐지 불쌍한 사람 같구만.》 하고 주몽은 어두운 낯빛을 지었다.

《그래 부분노 생각엔 어떻게 하면 좋겠소?》

《여러가지로 미루어보아 그들은 우리 고구려의 계루부를 노리는것 같소이다. 어찌나 미친듯이 달려드는지 벌써 계루부가까이 왔소이다. 제가 재사와 함께 나가 그들을 막겠소이다.》

주몽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다.

《비류군사들이 그렇게 빠른줄 몰랐는걸? 기병만이 아니고 보군도 있다는데?》

《그렇소이다. 경군을 위주로 꾸린것 같소이다.》

《빠른거야 좋지. 군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거니까… 우리도 배워야겠소. 비류군사들에게서 말이요. 그건 그렇고… 빠르단 말이지? 빠르면 숨이 차기마련이요. 서뿔리 싸우느라 하지 말고 부위염의 기운을 뽑도록 하오.》

《알겠소이다.》

《부위염의 뒤는 달렸소?》

《아직 보이지 않소이다.》

《그것 참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요. … 구도는 어떻게 됐소?》

《부대를 다시 꾸리고있소이다.》

《손실이 큰가?》

《구도의 보고에 의하면 부위염의 군사들은 다만 자기 군사들속을 뚫고나갔을뿐이였다고 하오이다. 되게 놀라긴 했지만 별로 큰 피해는 입은것 같지 않소이다.》

《뚫고나갔다? 구도가 아주 재미나게 말하누만. 하여튼 좋소. 령대로 하라고 하오. 그리고 건건이와 묵거에게 사람을 보내서 비류, 부여의 형편을 알아보도록 하오. 앞도 문제지만 지금 봐서는 뒤가 더 께름직하오. 그러니 사소한것이라도 놓치지 말도록 하오.》

《알겠소이다.》

부분노는 임금의 령을 받고 나왔다. 그는 부대를 이끌고 부위염과 맞서러 떠났다.

부분노는 묘한 전법을 썼다. 군사들을 세개 대로 나누어 겹겹이 세운 다음 차례로 부위염을 막았다. 이른바 파도식방어였다. 부분노가 군사들을 세개로 나눈것으로 하여 매개 대의 력량은 부위염에 비해 약했으나 대신 유리한 지형에 의거하고 또 파도식으로 막아나서는것으로 하여 부위염의 공격은 떠졌다.

부위염은 처음 고구려군이 수적으로 적은걸 보고 엉겁결에 고구려가 모아들이민 군사들이겠거니 하고 코웃음치며 그대로 밀어붙이였다. 고구려군사들은 부위염의 군사들과 싸우는둥마는둥 하다가는 흩어져버렸다. 부위염은 고구려군이 자기 군사들의 힘에 못 견디여 달아나는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번에는 또 처음 군사들이 달려드는걸 보고 자기가 고구려군사들의 꾀에 말려들고있지 않는가 의심했다. 틀림없었다. 고구려군사들은 엇바꿔가며 부위염의 군사들과 맞서고있다. 약이 오른 부위염은 막아서는 고구려군을 없애버리려고 덤벼들었지만 그들이 싸우기 바쁘게 흩어지는데다가 그 뒤이어 다른 부대가 다시 달려드는 바람에 어쩌지 못하고 다시 맞붙군 하였다. 그러다나니 앞으로 나가는지 멎어있는지 모를 지경이였다. 기껏 하루종일 싸워 나갔다는게 고작 말 한숨 돌릴 거리였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부위염은 저녁도 번진채 서성거렸다. 비류를 떠나 처음으로 앉은자리걸음을 했다.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수도 없었다.

부위염은 우울해졌다.

부위염은 군사를 보내 고구려군의 형세를 탐지하도록 했다. 그리고나서 장수들을 불러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보았다. 장수들이라고 별다른 수가 없었다.

기병장수가 조심히 부위염에게 물었다.

《저… 우리 주력은 언제 오게 되오이까?》

《무슨 주력말이요?》

《도노대부님이 말씀하지 않았소이까? 우리가 나간 다음 인차 각 부의 군사를 모아 뒤를 받쳐준다고…》

부위염은 저도 모르게 코웃음쳤다.

《주력은 없소. 우리가 비류의 주력이요. 알겠소?》

불빛에 비친 장수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부위염은 애당초 떠날 때부터 도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무슨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 그렇게 믿는것이 편했기때문이였다. 도노의 말은 날이 갈수록 믿게 되지 않았다.

《세작들을 보냈으니 기다려보자. 고구려가 어쩌고있는지… 그 다음에 무슨 수를 생각해보자. 엎어진김에 쉬여간다고 군사들을 쉬도록 하라.》

부위염의 말에 보군장수가 조심히 꼬리를 달았다.

《저… 밤도와 고구려가 습격해오지 않겠소이까?》

《보초들을 든든히 세워!》

장수들이 돌아간 뒤에도 부위염은 잠들지 못했다.

부대들을 돌아보았다. 돌아볼수록 부위염은 불안해졌다. 지친 군사들이 곤히 자고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군사들,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부위염에게는 자기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것이 제일 걱정이였다. 사기 하나 믿고 싸운다는게 모험이라는걸 부위염이 모르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벌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다.

부위염에게는 이번 싸움이 소나를 위해서였다.

그것은 소나를 위한 마지막싸움이였다. 이길 가능성은 별로 없었지만 만약 하늘이 도와 싸움에서 이기고 소나를 구원하게 된다면 부위염은 그날로 모든것을 집어치우고 비류를 떠날 결심이였다.

나라의 도읍을 지키는 경군장? 그게 어쨌단 말인가? 산에서 마음편히 사냥이나 하면서 살아가는게 더 낫다.

그럼, 소나는?

소나는 소나 좋을대로… 더는 그에게 미련을 두지 않을것이다. 소나를 본 첫때부터 부위염은 어리석었다. 세상에 태여나 마음먹고 못해본 일이 없다고 서둘러 자부한 미련한 젊은 사냥군이여! 너를 보며 사람들은 얼마나 비웃었을거냐?

나는 소나를 떠나겠다. 멀리, 멀리…

다만 그에 대한, 소나에 대한 생각만은 가지고… 이 세상에서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내놓고 이 부위염이 사랑하는 녀인이 있다면 그는 오직 소나밖에 없다. 하지만 소나는…

소나, 소나…

부위염은 누가 흔드는 바람에 깨여났다.

《뭐야?》

《저, 정찰갔던 군사들이 돌아왔소이다.》

《알겠다.》

그사이 잠들었던 모양이다.

부위염은 머리를 흔들어 잠을 털고 일어났다.

형편은 부위염이 걱정했던것보다 더 어려웠다. 부위염과 맞선 고구려의 부분노군사들은 실상 부위염의 군사들보다 더 많고 오래동안 훈련된 부대였다. 부위염이 안깐힘을 쓰며 싸우는데 비하면 부분노는 놀음놀다싶이 여유를 가지고 비류의 군사들과 싸우고있었다. 왜 부분노가 부위염을 격멸시키려고 하지 않는것인가? 하자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럴수 있는데 말이다. 그건 고구려의 백성들도 의아해하는것이였다. 죽자꾸나 하고 싸우면 서로가 피를 흘려야 하기에 고구려의 부분노는 그러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부위염을 실망하게 하는것은 부분노군사들뿐이 아니였다. 부위염이 부분노와 싸우고있는 사이에 다른 고구려의 정예부대들은 벌써 비류의 군사들을 멀찌감치에서 에워싸고있었다. 그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고구려는 군사들뿐아니라 백성들도 비류의 군사들이 쳐들어온것에 대해서 날카롭게 반응하고있었다. 말하자면 군과 민이 따로없는 고구려였다. 그들도 창과 칼을 쥐면 여느 군사들 못지 않게 한다하는 싸움군들이였다.

부위염은 고구려에 대해서 잘못 알고 덤벼들었다.

세작이 지어낸 소리가 아닌가? 겁에 질려서… 아니면 어떤 고구려의 떠벌이놈을 만났다던지 혹은 비류군을 와해시키려는 고구려의 교활한 꾀가 아닐가?

아니다. 다른 세작도 같은 보고를 하였다.

비류군사들은 독안에 든 쥐가 되였다. 부분노만도 힘겨운데 그뒤에는 부위염을 기다리고있는 또 다른 부대들이 있었다. 고구려가 어느새 그렇게 만전을 기할수 있단 말인가?

부위염은 놀랐다. 고구려의 정보수단도 수단이거니와 잘 째인 군사들과 그 움직임이 더욱 놀라게 하였다. 만약 거꾸로 비류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고구려처럼 그러지 못할것이다.

돌아서는게 낫지 않을가?

그것도 이제는 늦었다. 비류군이 서둘러 지나온 곳에는 이미 고구려의 군사들이 지켜섰다. 국경에서 격파했던 고구려군도 다시 살아났다.

절망이다.

날이 새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길밖에 없다.

일찌감치 손을 들가? 아니다. 그럴수 없다.

밤은 깊어갔다.

 

소나는 소서노와 가까워졌다. 소서노는 소나를 친동생처럼 살뜰히 대해주었다. 한 나라의 왕후라는 냄새는 나지도 않았다. 소서노는 소나를 제손으로 보살펴주었다. 시녀들에게 시켜도 될 일을 제눈으로 보고 제손으로 쓸어주고 닦아주었다.

왜 이러는걸가? 날 써먹자고 그러는가? 소나는 처음 소서노를 의심했다. 그래서 없는 앙탈도 부려보았다. 그래도 소서노는 부드럽게 웃었다. 마치 어린이를 대하듯이… 소나는 차츰 소서노가 꾸며서 그러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거짓을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진정을 아는데는 순간이면 된다. 소서노는 세심하고 부드러웠다. 소서노는 솔직하고 틀을 차리지 않았다. 소서노는 녀자들끼리만 할수 있는 소리를 소나에게 소곤소곤해주었다. 어떤 때는 소나가 그 소리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였다. 사람의 정이란 참 묘한것이였다. 정, 거짓없는 진실한 정은 세상 살아오면서 뿌리깊이 박힌 의심의 가시울타리를 제절로 걷어내게 하였다. 어찌 보면 사람의 세상살이는 인정을 그리워하고 인정을 맛보려고 하며 인정을 베풀려고 하는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남이 나를 어찌자고 하지 않는가 하고 도사리고있는것은 또 뭔가?

소나는 제 집에 온듯이 편안하게 잠을 잤다.

소나가 눈을 떴을 때 근심에 잠긴 소서노가 안겨왔다. 소서노를 알게 되여 처음 보는 얼굴이였다.

《무슨 일이나이까?》

소서노는 가늘게 한숨을 쉬였다.

소서노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은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서노가 왜 이럴가? 정은 엎음갚음이다. 소나가 도와줄 일이 없을가?

소나의 가슴은 떨리였다.

마음이 악마에게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를 위해 남을 속이고 남을 괴롭히고 남을 잡아먹을 때 쾌락을 느낀다. 악마는 그렇게 하도록 꼬드긴다. 그래서 악마는 사람을 기르는것이다. 어둠속에서…

그러나 마음이 착한 사람은 자기보다 남을 돌보아주고 남이 기뻐하는걸 보며 자기도 쾌락을 느낀다.

소나는 소서노의 시름에 잠긴 얼굴을 보며 자기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소나, 부위염이라는 사람 알지?》

부위염?

그제야 소나는 소서노가 소나 자기때문에 그런다는것을 알았다.

소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부위염이 어쨌나이까?》

《그 사람이 고구려에 쳐들어왔어.》

《부위염이? 뭣때문에…》

《소나를 구원하려고…》

《나를?》

《그런가봐.》

소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서노는 소나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부위염이 위험하게 됐어. 포위됐나봐. 부위염은 살아나지 못할거야.》

소서노는 자기의 말이 불쾌한듯 얼굴을 찌프렸다.

소나는 벌떡 일어나 소서노에게 매달렸다.

《그를 죽여서는 안되나이다. 그를 살려주시오이다. 차라리 저를 죽이고…》

《진정해.》

《소서노, 아니 중전마마! 제발 비나이다. 부위염을 살려주소이다. 살려주시오이다. 부위염은 아무 죄도 없나이다. 그는 나때문에… 나때문에 너무나 욕을 많이 받은 사람이나이다.》

소나는 울었다.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부위염은 소나를 따라, 오로지 소나 하나만을 보고 비류에 온 사나이다. 그러나 소나는 부위염을 차디차게 대하였다. 따져보면 그것은 결코 부위염이 싫어서가 아니였다. 도노대부때문이였다. 임금인 아바마마를 고양이 쥐 놀리듯 하는 도노대부가 미워나기 시작한 때부터 소나는 비록 자기에게 무술을 배워준 도노이지만 그를 미워하였고 그에게 굽실거리는 부위염을 좋지 않게 보았다. 소나는 자기와 달리 부위염이 도노에게 더 어쩔수 없는 사람이라는걸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리해란 없다. 사나이가 아닌가, 부위염은… 그런데도 그는 도노에게 꼼짝 못한다. 사랑? 무슨 사랑이란 말인가? 부위염이 이 소나를 사랑한다고? 그따위 사랑은 범이나 물어가라. 그럼 소나는 부위염을 사랑하지 않는가? 그건 모를 일이다. 아마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따위 사랑은 해서 뭘 해! 소나는 자기의 마음이 모질면 모질수록 부위염이 어리석게 보였다. 소나를 보기만 하면 눈빛이 번쩍거리는 사나이를 놀려댔다. 그런데 그런 사나이가 소나를 구원하려고 고구려에 쳐들어왔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는 여느 필부가 아니다. 그것만은 소나가 잘 안다. 그는 총명하고 진실하며 사리를 가릴줄 아는 사나이다. 부위염은 도노대부가 배워주어서가 아니라 자기의 타고난 재능으로 군사에 밝은 사람이다. 그가 경군장으로 된것은 도노의 뒤받침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소나는 그렇게만 보지 않았다. 도노가 부위염의 그 재능을 알아보고 내세웠을뿐이지 부위염의 모든것을 만들어준 사람은 아니였다. 일단 사람의 세상에 나온 부위염이니 그는 도노가 아니라도 제발로 장수가 될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몸도 그래, 머리도 그래, 장수감이였다.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혀온 소나는 부위염의 군사적재능을 알고있었다. 그것은 아마 부위염자신도 모르고있는 일일것이다. 그런 부위염이 고구려에 쳐들어왔다면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었을것이다. 나를 구원하려고? 사랑, 바로 소나를 사랑하기때문이였다. 부위염은 소나가 알았다.

그런 사나이를…

이것은 벌이다. 소나가 받아야 할 벌이다. 하늘의 벌! 한 사나이의 진심을 우롱한 죄, 도대체 소나란 계집애는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이렇게 되였단 말인가!

소나는 울었다. 부위염이 가엾고 자기가 미워 울었다. 세상이 억울하여 울었다.

《소나, 그만 진정해. 나도 임금님께 말씀올려보겠어.》 하고 소서노가 소나를 달래였다.

소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지?》

소서노가 물었다.

《아마 안될것이나이다. 고구려사람들이 부위염을 가만 놔두려고 하지 않을것이나이다. 부위염이 고구려의 마리를 죽이려 했고 고구려사신들을 죽였으니…》

《하긴 그래. 나도 자신은 없어. 하지만 임금님께 졸라보겠어. 소나를 위해서 말이야. 소나는 그를 사랑하지?》

소나는 어린애처럼 고개를 끄덕이였다. 지금처럼 소나가 부위염을 사랑한적은 없었다. 그것마저도 얼마나 자기밖에 모르는 너절한짓인가! 하지만 사랑이란 바로 그런것인걸 소나인들 어쩐단 말인가?

소나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며 눈물을 훔쳤다.

시비가 들어와 소서노에게 뭐라고 말했다. 머리를 끄덕인 소서노가 소나에게 물었다.

《거무님이 소나를 만나시겠다는데 어쩔가?》

소나는 놀란 눈을 들었다.

《어느 거무님 말이나이까?》

《소나도 아는분이지. 한때 비류의 대부로 계시던분.》

《거무님이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 할테야, 만나겠어?》

소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만나면 좋겠나이다.》

거무가 들어왔다.

소서노는 두사람이 이야기하도록 자리를 비웠다.

소서노가 나간 뒤 거무는 한동안 소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진짜 소나가 틀림없는가를 확인하는듯이.

《비류의 소나공주를 고구려의 내전에서 만날줄 몰랐소.》

《저도 거무님을 여기서 뵈올줄 몰랐나이다.》

거무는 소리없이 웃었다.

《그러니 우린 서로 같은데가 있소그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요?》

《네, 그런것 같나이다.》

《내가 소나공주를 만나자고 한건 공주에게 할 말이 있어서였소. 물론 소나공주가 옳은가 확인한 다음에 말이요.》

《무슨 말씀이나이까?》

《난 송양임금을 만났댔소.》

《아바마마를 말이나이까?》

《그렇소.》

《무엇때문이였나이까?》

《주몽임금은 비류의 송양임금과 만나자고 하오. 그래서 마리를 보내 여러번 만날 뜻을 비쳤는데 어찌된 일인지 비류에서 질질 끌며 미루었소. 고구려에서는 비류에 두 나라 임금이 만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보았소.》

《우리한테서는 도노대부가 마리와 만났는데 그가?》

《그렇소. 도노요. 그래서 마리가 이번에 직접 가서 송양임금을 만나려고 했던거요. 하지만 임금은…》

《어찌되였나이까?》

《나는 마리가 송양임금을 만나러 왔다고 하였지만 임금은 마리를 만나주지 않았소.》

《아바마마가?》

《그렇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나이다. 아바마마는 마리에 대해서 좋게 말씀하시였는데…》

《아마 이 거무가 나선것이 잘못인것 같소.》

《그래서 어떻게 됐나이까?》

《할수없이 돌아오고말았소. 마리는 어떻게 하나 송양임금을 만나겠다고 우기는걸 내가 말렸소. 도노가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임금이 그 누구와도 만나지 못하게 했소. 마침 비류의 공기도 심상치 않아 서둘러 그냥 돌아왔소. 그런데 부위염이 고구려에 쳐들어올줄이야 어찌 알았겠소? 참, 뜻밖이요.》

거무와 소나는 무거운 얼굴을 하고있었다.

한참 있다가 거무가 말했다.

《소나는 버들을 만났댔소?》

《버들? 그가 어디 있나이까?》

《버들은 마리를 만나러 왔다가 비류로 돌아갔소. 버들이 마리에게 남겠다는걸 마리가 억지로 비류로 떠나보냈다더군.》

《마리가 버들을 쫓아보냈다는 말씀이나이까?》

《허허, 사람이란 참… 쫓아보내다니? 마리는 그러지 않아도 의심많은 비류에서 고구려를 잘못 보는게 싫어서 버들을 보낸거요. 생각해보오. 버들이 마리를 보고싶어 제발로 왔다지만 비류에서는 그렇게 안 볼거란 말이요. 그렇지 않소? 소나공주가 이렇게 고구려의 내전에서 고구려의 중전마마의 시중을 받으며 상처를 치료하고있다는걸 비류에서 알기나 할가? 아니, 비류에서는 고구려가 소나공주를 죽이려고 끌고 간줄로 알고있소. 약자는 의심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니까…》

《거무님은 마치 비류사람이 아닌듯이 말씀하시나이다.》

《비류사람이였기에 하는 말이요.》

《제 듣기엔 거북하나이다.》

《그렇겠지. 아픈 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거무님은 소나를 약올리기 위해 만나려고 하셨나이까?》

《그건 좋을대로 생각하오. 난 다만 소나공주에게 진실을 말해주려고 했소.》

《누구나 다 자기는 진실을 말한다고 하나이다.》

거무의 눈이 쪼프려졌다. 거무는 숨을 깊이 들이키고 조용히 말했다.

《소나공주, 난 세상을 웬만큼 볼대로 본 사람이요. 난 소나공주라는 처녀와 말씨름이나 하러 온게 아니요. 어쩌면 공주는 아바마마를 신통히도 닮았구려, 그 쓸데없는 닭의 고집!》

소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좋나이다. 그래 거무님이 말씀하시려는 진실이란 무엇이나이까?》

《귀에 닿기나 할가?》

《말씀해주시오이다.》

《그럼 좋소. 송양임금이 그토록 믿고있는 비류의 대부 도노는 부여의 끄나불이요. 그건 아직 별치않소. 그럴수도 있으니까… 더 무서운건 도노라는 사람이 사람들을 싸움시키고 그 짬에 제살궁리나 하는 나쁜 사람이라는거요. 그는 고구려와 비류를 서로 싸우게 하기 위해 별별짓을 다하는 사람이요. 이렇게 말하면 공주는 내가 도노에게 밀려나 대부노릇을 못하게 된 분풀이로 그런다고 생각할거요. 그렇지 않소?》

소나는 여전히 입술만 깨물었다.

거무는 빙그레 웃고 말을 이었다.

《내가 비류의 임금님을 만나 이야기해보니 임금님도 그렇더군. 리해를 못할것도 아니요. 이 거무에 대해선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소. 그러나 도노에 대한 말은 진실이요. 이 거무가 꾸며낸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알아낸 사실이요.》

《그게 누구나이까?》

《그가 누구든 사실이야 사실이 아니겠소? 하긴 숨길것도 없소. 고구려의 오이장군이 부여에 가서 듣고 온 소리요.》

《믿을수 없나이다. 도노대부가 좋지 못한 사람인줄은 알지만 그럴수는 없나이다.》

《그럼 도노가 부여의 별동대를 시켜 소나공주를 죽이려고 했던 사실도 믿지 못하겠소?》

《뭐라고요, 도노가?》

《소나공주! 정신 차리시오. 지금 비류는 바람앞에 광솔불과 같소. 도노는 비류의 임금을 롱락하다못해 이제는 그를 쫓아내고 비류를 통채로 부여에 말아바치려고 하고있소. 부여에 잘 보이기 위해서, 앞으로 부여에서 큰 벼슬을 하려고 말이요. 고구려와 비류가 서로 싸우게 하고, 소나공주를 죽이려고 하고 그걸 기회로 경군장인 부위염을 고구려로 쳐들어가도록 부추긴것도 다 그때문이요. 알겠소?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비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알겠소? 열에 아홉 도노는 임금을 반대하는 반란을 일으키려고 할거요. 소나공주나 부위염은 쓸데없이 고구려와 싸울 생각이나 하고있을게 아니라 집안의 불부터 꺼야 할거요. 내 생각에는 소나공주가 부위염을 타일러가지고 한시바삐 비류로 돌아가는것이 좋겠소.》

《이젠 늦었나이다. 고구려는 부위염을 돌려보내려고 하지 않을것이나이다.》

《고구려사신일때문에?》

《그렇나이다.》

거무는 큰숨을 내쉬였다.

《그래, 나라고 하더라도 부위염을 용서하기가 힘들지.》

《거무님, 어쩌면 좋나이까?》

《나도 모르겠소. 하여튼 주몽임금을 만나 여쭈어는 보겠소. 하지만 부위염이 고구려에 쳐들어왔다는걸 알면 마리가 가만있겠다고 하지 않을거요. 그때는 나도 어쩔수 없소. 아마 주몽임금도 마찬가질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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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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