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건건이는 바위우에 올라 산아래를 굽어보았다. 멀리 남쪽으로 비류와 고구려사이를 흐르는 강이 바라보이였다. 산을 내려 고구려까지는 푼푼히 잡아도 하루, 거기에는 어머니가 계신다. 어머니와 헤여져 여기 고구려, 비류와 접한 부여의 산에 와서 산적의 두령이 된지 얼마였던가? 하루도 산마루의 바위에 올라 고구려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은적이 없는 건건이였다.

집을 떠나던 날 건건이는 차마 어머니에게 산적노릇 하게 되였다는 말을 할수 없었다. 그것은 주몽과 부분노만이 알고있는 비밀이기도 하였거니와 아무리 나라일이라 하더라도 산적노릇을 하는걸 어머니가 싫어하기때문이였다. 건건이의 어머니는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어린 건건이를 키웠다. 그는 나무처럼 인생을 사는 녀인이였다. 사는것이 고달프고 힘겨워도 그저 묵묵히 살았다. 마치 한번 뿌리를 내리면 어디 가는걸 모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 땅에서 살아가는 나무처럼…

어머니에게서 건건이가 이 세상에 대해 들은것은 딱 한가지, 너의 아버지는 산적들이 죽였다는것이였다.

어머니는 그걸 아들에게 알려주려고 세상에 사는것 같았다.

그런데 세상살이라는것은 사람의 뜻대로 안되게 돼먹은것 같다. 산적에게 죽은 사람의 아들이 산적이 될줄 누가 알았으랴! 건건이는 산적이 되여 살아있으면서도 한번도 어머니앞에 가지 못했다. 어머니도 아들이 살아있다는걸 알면서도 굳이 찾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군 하였다. 멋모르는 친구들은 그런 어머니를 두고 안타까워도 하고 다행이라고도 하고 더 심한 녀석은 차라리 잘되였다고 웃기도 하지만 건건이의 가슴에는 그때마다 피가 흘렀다.

그런 산적생활을 건건이는 고구려가 서면서 때려치웠다. 그리고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죽었던 아들을 만난듯이 기뻐하며 건건이를 얼싸안았다.

행복한 생활은 너무나 야속하게 끝났다.

주몽과 건건이 그리고 부분노, 이렇게 세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부분노가 고구려를 위해 산적이 되는것이 어떤가고 물었을 때 건건이는 하마트면 소리지를번 하였다.

가까스로 참았다. 참고있으려니 눈물이 나왔다.

《난 벼슬도 필요없소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소이다. 그저 어머니를 모시고 살수만 있게 해주시오이다.》 하고 건건이는 말했다.

건건이를 잘 알고있는 주몽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것 참 딱하구만. 지금 고구려에는 비류, 부여를 손금보듯 할수 있는 눈과 귀가 필요하네. 그러자면 나라지경없이 이곳을 나드는 산적을 쥐여야 하네. 그저 여느 산적이 아니라 산적을 거머쥘수 있는 두령이 있어야 한단 말일세. 그건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닐세. 산적에 대해서 잘 알고 산적노릇을 해본 사람만이 할수 있네.》

《그러나 난 싫소. 싫단 말이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싫단 말이요.》

건건이는 부분노에게 소리쳤다.

부분노는 쩝쩝 입만 다셨다.

그날 밤 건건이는 꼬박 밤을 밝혔다.

사흘째 되는 날 건건이는 주몽을 찾아갔다.

《하겠소이다. 고구려를 위해 그 빌어먹을 산적노릇을 하겠소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걱정말게. 우리가…》 하고 부분노가 서둘러 끼여들며 말했다. 자기로서도 어쩔수 없어 건건이를 뽑았지만 대신 뒤는 념려말라고, 어머니도 잘 돌보겠다는 말을 하려고 하였다.

건건이는 수그린 머리를 저었다.

《부탁이 있소이다. 우리 어머님에게 제가 산적노릇을 한다는 말이 절대로 들어가지 않게 해주시오이다. 제발 비오이다.》

건건이는 어머니앞에 무릎꿇고있었다. 그의 무릎에는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어머니, 제 나라일로 먼길 다녀와야겠소이다.》 하고 건건이는 말했다.

《오래 걸리냐?》

《예.》

《그럼 떠나야지.》

그리하여 건건이는 산적이 되였다.

고구려가 서기 전에는 죽지 못해, 살기 위해 산적이 되였다면 고구려가 선 다음에는 고구려를 위하여 산적이 되였다.

건건이는 《날새패》산적의 두령이 되였다.

《날새패》는 고구려, 비류, 부여 세 나라의 지경에서 제일 팔팔한 패였다.

나라와 나라사이는 산과 강으로 되여있다. 그리고 나라마다 제나름대로의 법이 있어 통관세를 내거나 두둑한 뢰물이나 보통 교묘한 꾀가 있지 않아가지고는 마음대로 드나들수 없다.

제멋대로 살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시끄럽기 짝이 없다. 그리하여 예나 지금이나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지경을 넘나들며 제 할짓을 하는 이른바 밀수군, 산적들이 있다.

이들을 나라의 눈과 귀로 쓰자고 한 부분노의 꾀도 놀라운것이지만 겨레의 통일을 실현할 웅지를 품고 고구려나 비류에만 머무르지 않고 옛 박달임금의 나라들을 다 아우를 결심으로 산적들까지 끌어당겨 전략을 실현해나가는 주몽도 어지간하다.

건건이는 열심히 뛰였다. 산발타기, 강건느기, 통관속이기, 패꾸리기, 물건나르기…

그리하여 이제는 어엿한 《날새패》를 꾸렸다.

두령은 건건이, 부두령은 묵거였다.

두령과 부두령이 무엇을 하는지 부하들은 모르고있었다. 그것은 산채의 철칙이다. 하지만 부하들은 여느 산적패와 다르게 두령과 부두령을 따랐다. 가뜩이나 산사람들의 의리라는게 칼날우에도 선뜻 서는것인데 이들은 의리와 함께 여느 산사람들에게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햇내기 아니면 다 알았다.

《두령님! 비수가 왔소이다.》 하는 소리에 건건이는 머리를 돌렸다.

몹시 지친 기색을 띤 비수가 건건이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건건이는 머리를 한번 끄덕였다.

비수를 안내해온 부하가 눈치빠르게 산채로 내려갔다.

부하가 멀찍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던 건건이가 물었다.

《버들공주를 만났소?》

비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찌된 일이요?》

《공주는 궁성에 없었소.》

《없다니? 어디로 갔다는거요?》

《알수가 없었소.》

《그럼, 소나공주라도 만나지 왜…》

《소나공주도 없었소.》

《무슨 소린지 모르겠소.》

비수는 한숨을 쉬며 바위에 앉았다.

《알아볼수 있는데는 다 알아보았는데 끝내 알수 없었소. 소나공주의 시녀들도 어디로 갔는지…》

《공주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거요? 바늘이라고 어디 숨지도 않았겠는데…》

《들리는 소문이 수리산에 갔다고도 하고 또 고구려로 갔다고도 하고…》

《떨떨한 소리는 그만하오.》

며칠전 건건이는 정체를 알수 없는 한패의 무리가 부여에서 비류로 들어갔다는 부하의 보고를 받았다. 그들이 누구이며 무엇때문에 비류로 들어갔는지는 모른다. 다만 알고있는것은 그 길잡이가 비류사람이라는것뿐이였다. 건건이는 묵거를 부여의 도끼턱에게 보내는 한편 비수를 버들에게 보내여 알아보도록 했다. 나라지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이 무엇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는것은 건건이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였다. 공식적인 일때문에 오고가는것은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데 그들은 공식적인 일때문에 비류에 가는 사람들이 아니였다. 건건이의 부하들 눈에 밟히는 사람들은 다 사람들의 눈을 꺼리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부여에서 비류로 들어간 사람들은 여느 산적도 아니고 밀수군도 아니라는데 있었다. 그들은 잘 훈련된 군사들 같았다고 부하는 말했다. 건건이는 께름직했다. 그들이 고구려가 아니라 비류에 들어간것으로 하여 조금은 마음놓였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수도 없었다. 건건이는 비수를 비류에 보내기로 하였다. 그때 비수는 비류궁성에서 떠나 곧장 건건이의 부대로 들어왔다. 건건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들어온것은 아니고 그저 죽기밖에 더하랴 해서 닿는대로 몸을 던진것이 바로 건건이의 《날새패》였다. 한때 조그마한 산적패의 부두령까지 하던 비수였다. 그 놀음이 지겨워 버들을 따라 팔자에도 없는 비류궁성에 들어갔던 비수였는데 역시 궁성의 생활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궁성의 생활이 마음에 들어 간것은 아니고 버들을 따라가다나니 그렇게 됐는데 그나마 견딜수 없었다. 신수펀펀한 놈이 시궁창의 쥐새끼처럼 살아간다는것은 숨막히는 일이라고 비수는 건건이에게 말했다. 건건이와 비수는 두사람 다 싫은 산적생활을 버리고 떠났다가 하늘의 지꿎은 장난으로 다시 산적이 되였다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서로 숨기는것이 없었기때문에 인차 친구가 되였다. 건건이는 마리에 대한 소식을 비수에게서 처음으로 듣고 놀랐다. 고구려사신들이 전멸당했다는 소리도 놀라운것이였지만 그뒤에 마리가 비류의 공주 버들에게 구원되였고 거무와 비수의 도움으로 고구려로 돌아갔다는 소리를 듣고 건건이는 좀더 일찌기 《날새패》를 펴지 못한 자책과 함께 마리를 도와준 비수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였다. 물론 비수는 마리와 버들에 대한 소리를 자랑하느라고 한게 아니고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느라니 저절로 나온것이였다. 비수가 마리를 알고있을뿐아니라 그를 도와주었다는것은 건건이에게 다른 말이 필요없는 보증이였다. 비수는 《날새패》에 들어오게 되였다.

《난다긴다 하는 사람이 그게 뭐요? 햇내기 우리 아이들보다 못하지 않소? 제길…》 하고 건건이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내 다시 갔다오겠소.》

《그만두오. 망탕 다시 가서 어찌겠다는거요?》

《망탕이 아니요. 부위염을 만나겠소.》

《부위염?》

건건이는 마른 나무가지를 꺾으며 생각에 잠겼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좀더 궁리해보기요. 그래, 비수가 보기엔 어떻소? 그 빌어먹을 놈들이 어떻게 돼서 비류에 온것 같소? 비류의 임금 송양이 끌었는가? 아니면 도노? 그것도 아니면…》

건건이는 팔짱을 끼고 먼산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그저 스쳐보낼 일이 아니였다.

《무엇때문에 그것들이 몰래 비류에 들어갔는가, 무엇때문에? …》

갑자기 건건이는 팔짱을 풀며 긴장한 얼굴로 비수를 보았다.

《그놈들이 고구려에 들어가려고 하는게 아니요?》

《고구려에?》

《그렇소. 고구려의 진혼제를 노리고있을수도 있소.》

《고구려 진혼제야 끝나지 않았소? 그리고 그것들은 고구려가 아니고 비류에 들어가지 않았소?》

《제기랄! 바로 그래서 내가 속은것 같소. 이런 바보라구야… 진혼제가 아니라도 고구려에 들어갔다면 그건 심상치 않소. 그놈들이 비류에 들어간게 언제더라?》

《사흘이 지났소.》

《사흘이라… 안되겠소.》

건건이는 서둘러 산채로 내려갔다.

《두령! 난 어찌라오?》

비수가 따라 내려가다가 물었다.

《모르겠소.》

《비류에 다시 가겠소. 그사이에 혹시 버들공주가 왔을지 알겠소?》

《좋도록 하오.》

건건이는 팔을 내저었다.

이제라도 고구려에 사람을 보내 알려야 한다. 이거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고구려에서는 벌써 진혼제를 치르었겠는데… 그놈들이 정말 고구려의 진혼제를 노리고있었다면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아!

건건이는 주먹으로 자기의 머리를 쳤다.

산채에 거의 이르렀는데 부하가 마주왔다.

《두령님, 나흘전에 비류에 들어갔던 놈들이 지금 지경을 넘어서고있소이다.》

《뭐라구?》

건건이는 부하를 앞세우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행차뒤 나발이지만 별수 없었다.

《저기 저놈들이오이다.》

부하가 숲속에서 언듯언듯 나타나는 무리를 가리켰다.

너무 멀어 잘 보이지 않았다.

《틀림없어?》

《가까이에서 보았소이다.》

건건이는 좀더 바투 가서 보고싶었다.

그들은 산을 내려 앞질러가 지키기로 했다.

얼마 있지 않아 말투레질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나타났다.

일여덟명이 될가말가…

그들은 지쳐서인지 아니면 숲속에 아무도 없다고 믿어서인지 풀어놓고 가고있었다.

《자세히 보라구. 저것들이 요전번 비류로 들어갔던 놈들이 맞긴 맞아?》 하고 건건이가 소리를 죽여 부하에게 물었다.

부하는 으쓱했다.

《이래뵈두 매눈이라는 소리를 듣소이다. 어디서 빌어먹다 오는지 비맞은 수닭처럼 후줄근해지고… 머리수도 수태 줄었지만 틀림없소이다. 저것들을 다시 보시오이다. 저렇게 감때사나운것들은 얼핏 봐도 잊어먹지 못하오이다. 어느 미친년이 아래다리밑으로 저런 놈들을 뽑아냈는지, 원…》

《쉿-》

건건이는 이놈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게 안타까웠다. 어디서 분명 두들겨맞은것은 시원하지만…

《이것들의 꼬리를 달아야겠다.》

《제가 하겠소이다.》

《그래.》

건건이는 부하의 어깨를 두드리고 일어났다.

 

밤이 열둘이라도 만나야겠다, 죽지 않았으면 언제든지 들어 오겠지. 그러면 만나 시원하게 알아라도 보자.

비수는 든든히 자리잡고 풀대를 씹었다.

문득 비수는 풀대 씹던 입을 멈추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난것은 때늦은 뒤였다.

누구인가가 비수의 뒤로 다가왔다.

한사람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은 다 한짝이다.

《형님, 그간 잘 있었소이까?》 하는 능글맞은 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비수는 그 소리가 누구의 소리인지 잘 안다. 애꾸, 도노의 몸종 애꾸다.

《왜, 나를 모르시겠소?》

비수는 다시 풀대를 씹었다.

족제비 노리는줄 모르고 지렁이쫏는 어리석은 암닭노릇 하였구나. 어쩐다?

등뒤에서 애꾸의 놀리는 소리가 울린다.

《허, 모르신다? 거참, 괴상한분이시군. 나는 알겠는데…》

비수는 머리를 돌렸다.

애꾸가 제풀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

비수는 잽싸게 주위를 살폈다.

애꾸가 킬킬 웃는다.

《빠질데가 없어요, 비수님. 부엉이가 밤에만 나오는가 했더니 낮에도 나오시더구려? 히히, 그러니 잡혔지요, 비수님! 이렇게 된바에 우리 오손도손 이야기나 하시오이다.》

비수는 터진 팥자루같이 설설대는 애꾸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애꾸는 비수를 다 잡아놓은 게라고 여기는것 같다.

그건 좋다. 될수록 마음을 놓도록, 제 자랑 질질대도록 해야 한다. 이따위는 한주먹에 알아볼수 있다. 그런데… 몇놈이나 또 있을가? 다섯이다. 그게 단가? 또 어디 숨어있지 않을가?

《왜 말씀이 없으시오이까? 비수님, 혀가 얼어붙으셨나? 그래 그사이 어디 가계셨소?》

비수는 한숨을 쉬며 맥을 놓는척 했다.

애꾸는 뭘 안다고 너그럽게 웃으며 제법 턱방아를 찧는다.

《그래, 하늘은 높고 땅은 넓다 하지만 정작 발붙이고 살자면 신통한데가 없지, 아무렴… 그래서 다시 왔다? 그래야지, 음… 그래, 누굴 만나시려우?》

비수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그것도 말씀 안하시겠다?》

애꾸는 손가락을 꼽으며 물었다.

《버들공주는 없는게고 소나공주? 그것도 없는게고… 그럼 누굴? 보아하니 부위염을 만나려는것 같은데, 그 사람 만나서 어찌겠다는거요? 차라리 우리 도노님을 만나시는게 좋지 않겠소? 내 말 잘해주리다, 엥?》

비수는 눈을 내리깔고 속으로 코웃음쳤다.

이놈이 죽었소 하니까 못하는 수작질이 없구나. 가만! 이 엉큼한 거미가 횡설수설하는데는 까닭이 있다. 뭘 노리는걸가?

혹시 딴 놈들이 더 오기를 기다리는게 아닐가? 그렇다면…

비수는 벌떡 일어났다.

애꾸도 기다린듯 따라 일어났다.

손에는 어느새 칼을 뽑아쥐고있었다.

비수는 내려치는 애꾸의 칼을 비껴막고 힘준 손가락으로 애꾸의 명치끝을 세게 들이찔렀다. 애꾸는 칼을 놓으며 눈을 까뒤집었다. 애꾸의 뒤에서 케를 보던 다섯놈이 와락 달려들었다. 모두 손에 칼이 아니면 몽둥이를 쥐고있었다. 비수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앞선 놈의 정갱이를 내려찍고 몸을 돌려 발꿈치로 턱을 갈겼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두놈의 관자노리를 두발로 엇바꿔 갈기고 땅에 떨어지며 굴렀다. 약이 오른 다른 놈들이 소리치며 비수에게 덮쳐들었다. 비수는 다시 박차고 일어나 마구잡이로 내려치는 칼을 피하며 틈을 노려 칼을 잡은 한놈의 손목을 두손으로 잡고 비틀었다. 그 순간 옆구리가 선뜩했다. 하지만 언제 볼새 없었다. 비수는 팔꿈치로 손을 잡은 놈의 명치를 욱 소리나게 찌르고 다시 자기를 찌른 놈과 맞붙었다. 둘이 맞붙자 놈은 겁에 질렸다. 헛기운을 쓰는척 하더니 달아나려 하였다. 비수는 놈의 발뒤꿈치를 밟았다. 발꿈치를 밟히운 놈이 푹 고꾸라졌다. 비수는 놈의 목을 발로 눌렀다. 놈은 버드럭거리다가 잠잠해졌다.

비수는 너부러진 놈들을 둘러보다가 쑤시는 아픔에 옆구리에 손을 가져갔다. 피가 묻어났다.

비수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비칠거리며 걸어갔다.

어느 담장옆에 이르러 비수는 쓰러졌다.

 

초불이 밝게 타오르는 방에서 비수는 눈을 떴다.

누구인가 비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부위염이였다.

《정신이 좀 드오?》

《내가 어떻게…》

《당신은 피를 많이 흘렸소. 가만 누워있소.》

《살려주어서 고맙소이다.》

부위염은 입을 삐죽해보였다.

《도노대부님의 사람들과는 왜 싸웠소?》 하고 부위염이 물었다.

비수는 숨을 들이쉬고나서 말했다.

《사실 나는 부위염장군을 만나러 왔댔소이다.》

《나를?》

《그렇소이다.》

《무엇때문에?》

《며칠전에 부여에서 여기 비류에 한무리의 수상한 사람들이 쓸어들어온걸 알고있소이까?》

《뭐라구? 우리 비류에?》

《그렇소이다.》

《그걸 어떻게 아시오?》

《내 눈으로 보았소이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그건 묻지 마시오이다.》

《좋소. 묻지 말라면… 그래서 어쨌다는거요?》

《장군은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시오이까?》

《흥, 난 그런 사람들을 모르오. 우리 비류에 그런 사람들이 들어온적이 없소. 난 경군장이요. 내가 모를수 없소.》

《바로 그래서 장군에게 물어보려 한것이오이다. 장군이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무엇때문에 비류에 왔는가 하는게 이상하지 않소이까? 그리고 지금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는가 하는것이 말이오이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그 수상한 사람들이 부여에서 우리한테 왔다면 말이요, 무슨 일이 일어났어야 하지 않소? 그런데 아무 일도 없소. 잘못 보지 않았소?》

비수는 고개를 저었다.

《길잡이는 도노대부의 사람이였소이다.》 하고 비수는 말했다.

그 소리에 부위염의 눈섭이 쭝긋했다. 그는 한동안 비수를 내려다보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낯선 사람들이 오지 않았소.》

《그렇다면 그들이 어디로 갔소이까, 장군?》

비수가 따졌다.

부위염은 차거운 웃음을 지었다.

《난 오히려 당신의 말이 믿어지지 않소. 당신이 버들공주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난 당신을 잡아들였을거요. 우리 집이 아니라 죄인들을 가두는데 말이요. 당신이 부여에서 왔다는 그 수상한 사람들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까닭이 뭐요?》

《난 버들공주님이 걱정되여 그러오이다. 도노대부가 버들공주님을 좋지 않게 본다는걸 장군이 모르신단 말이오이까?》

부위염은 말문이 막혔다.

《버들공주님은 비류에 없소.》 하고 부위염은 말했다.

《어디로 가셨소이까?》

《수리산에.》

《수리산? 그럼… 소나공주님은 어디 계시오이까?》

《난 모르오.》 부위염은 언짢게 내뱉았다.

《혹시 두 자매공주님이 고구려로 가지 않았소이까?》

《모른다지 않소?!》

《부위염장군! 도노대부의 사람이 부여사람들을 끌어들인건 사실이오이다. 사나이로서 말하오이다. 그들이 결코 좋은 일을 하려고 이 비류에 오지 않았다는건 불보듯 뻔하오이다. 그들이 비류에 없다는 장군의 말을 믿겠소이다. 하다면 어디로 갔소이까? 고구려에 가지 않았소이까? 그들이 고구려에 갔다면 고구려에서 어떤 나쁜짓을 벌리려고 그럴수 있소이다. 만일 그들이 소나공주님을 노린다면?》

《그만하시오. 당신은 진정해야겠소.》

부위염은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려다말고 그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당신을 내 집에서 내쫓지는 않겠소. 내 손으로 당신을 끌어들였으니까. 하지만 몸이 나으면 곧 여길 떠나시오. 그게 좋을거요, 서로가…》

부위염은 괴로운 숨을 내쉬고 쪽마루를 깐 토방을 내려섰다.

그가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마침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앞에는 뜻밖에도 도노가 서있었다.

《대부님께서 이 밤중에 어떻게? …》

《장군, 어딜 가려는게 아니시오?》

《궁성을 돌아보러 나가던 길이였소이다.》

《혼자서?》

《무슨 말씀이신지…》

《아, 아무것도 아니요. 장군, 혹시 집에 누가 오지 않았소?》

《누가 말이오이까?》

《음… 알텐데, 거 비수말이요?》

《오지 않았소이다.》 하고 부위염은 단마디로 잘라말했다.

불에 비친 도노의 얼굴이 가시에 찔린듯 푸들 뛰였다.

《그게 정말이요? 본 사람이 있다던데…》

《들어가 찾아보시지 않겠소이까?》

《아, 됐소. 주인이 없다는데 뭐 들어가고말고 하겠소?! 난 가겠소.》

《그럼, 편히 가시오이다.》

부위염은 도노를 바래우고 헤여졌다.

헤여지기 바쁘게 도노의 몸종이 쑤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님, 새빨간 거짓말이오이다. 제눈으로 똑똑히 봤소이다. 부위염이 업고 들어가는걸…》

말을 타고 가며 부위염은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오늘따라 별 한점 없다. 부위염은 누구에게라 없이 혼자 중얼거렸다.

《나더러 어찌란 말인가? 대부님에게… 나를 키워준 대부님에게 나쁜 놈들을 끌어들여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고 따지란 말인가? 못해, 그렇게는 못해! 사람의 가죽을 쓰고는 차마 그렇게 못해! 도노대부가 정말 수상한자들을 끌어들여 나쁜짓을 했다고 하자.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자. 그런들 어쨌단 말인가? 이 부위염이 무엇을 한단 말인가? 아, 아! 억울하다, 억울해! 세상에 남을 탓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남의 안타까운 심정 모르면서… 하지만 누군들 남의 손가락질을 받고싶어한단 말인가? 누군들…》

한참 두덜거리고나자 눈물이 나왔다.

부위염은 괴로웠다.

그것이 누구탓인가? 도노? 아니면 이 부위염? 그것도 아니라면 비수? …

부위염은 무겁게 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아니다! 이 모든것은 소나때문이다. 소나때문에…

아, 소나! 그대는 어디 있는가? 어디에 있기에 아직 돌아오지 않는거요? 어서 돌아와주오!

부위염은 미칠듯이 소나가 보고싶었다. 그는 비로소 만나기만 하면 개와 고양이처럼 싸우던 자기와 소나가 서로 사랑하고있었다는것을, 아마 그래서 소나가 자기에게 더 귀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안겨오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한갖 변덕으로 보이던 소나의 모습이 어째서 이렇듯 사랑스럽게 안겨오는것인가?

소나, 어디 있소? 어디에? 대답해주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