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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대소태자는 신바람이 났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늘 따라 사냥이 잘되였다. 그저 쏘면 쏘는대로 들어가 맞는다. 벌써 사슴을 여러 마리 잡았다. 몇번 빗맞혀 화살이 날았구나 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사슴이 넘어졌다. 의심스러워 사슴을 보면 틀림없이 대소태자의 이름이 있는 화살이 박혔다.

거참, 조화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고서야…

대소는 눈을 감고 쏴보았다. 그래도 맞는다. 신들린 모양이다. 그건 겁이 나면서도 붕 기분이 뜨게 한다.

대소태자의 곁에는 해리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다. 그는 대소가 살을 시위에 메울 때면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가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소리가 나기 바쁘게 무슨 큰일이나 난듯이 와- 하고 소리지른다. 화살이 맞는지 안 맞는지 그건 알바 아니라는것이다.

안 맞을수가 없다. 아니, 맞게끔 돼먹었다.

태자에게 더할나위 없이 충실한 해리는 미리 한다하는 활군들을 곳곳에 숨겨놓고 태자가 겨누는 사슴을 쏘게 하였다. 태자마마가 맞히면 좋고 못 맞히면 대신 맞혀야 한다. 꼼꼼한 해리는 활군들에게 태자의 이름이 새겨진 화살을 듬뿍이 안겨주었었다.

《그러다 혹시 태자님이 아시면 노하지 않겠소이까?》 하고 활군 하나가 물을라 치면 해리는 웃음짓고 여우눈으로 할기며 혀를 차군 하였다.

《으음, 쯧쯧. 자네도 참, 노하시다니? 거꾸로 기뻐하시지.》

《그래도…》

《걱정말라구. 내가 태자님을 모시고있는데 어련할라구? 자네들은 그저 만약시 태자님이 아차 실수로 빗맞힐 때를 놓치지 말고 제때에 살을 날리게. 그 다음은 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알겠나?》

해리는 태자에게 충실한 자기를 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꼬운 눈길로 본다는것을 모르지 않는다.

아첨군! 눈꼴쏘는 아첨군이라는것이다.

해리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해리가 대소태자에게 굽실거리며 알랑부리는 그자체를 미워한다. 이를테면 사나이의 자존심이 없다는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아첨을 할수는 있으되 해도 너무 눈에 거슬리게 한다는것이다. 벼슬사는 사람치고 웃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 사람 어디 있나? 아첨은 하되 적당히… 거 뭐, 살과 때의 사이라고 찰싹 붙어 떨어질줄 모를거야 있나. 똥구멍이라도 핥으라면 핥겠구만. 그럴것까지야 있나. 그저 적당히…

해리는 너그럽게 웃는다. 쥐좆두 모르는것들!

해리는 대소태자에 대한 자기의 아첨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잘못인가? 자고로 권력이라는것에는 아첨이 따르기마련이다. 아첨이 없는 권력이란 사실 권력이 아니다. 아첨이란 옥좌, 왕관, 곤룡포와 함께 권력을 이루는 실체다. 권력에 아첨이 없다면 그게 무슨 권력이랴! 권력에 아부, 아첨, 알랑하는것은 여러모로 보나 리로우면 리로웠지 해로운것이 없다. 아부, 아첨, 알랑을 미워하는것들은 겉으로는 무슨 사나이의 자존심이요 뭐요 하지만 속으로는 제가 아부, 아첨, 알랑할줄 모르는데서 오는 질투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따져볼가? 자, 이른바 권력이라는것은 어느 한두사람이 필요해서 만들어낸것이 아니다. 옛적부터 권력이라는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해서 사람들이 모여붙어 만든것이다. 저는 힘이 없고 저 혼자서는 안되니까 여럿이 모이는것이고 모이니 힘을 합쳐 부릴 사람을 뽑아야 하겠기에 손을 싹싹 빌며 아무개여! 가련한 우리를 다스려주옵소서 해서 만들어진것이 권력이 아니던가? 바로 그렇게 만들어져서 몇백, 몇천년 죽 흘러내려오는게 권력이요, 왕이요, 벼슬이다. 이 권력이라는것은 잘 다스려야지 잘못 다스리면 사람들에게 큰 화를 불러올수 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권력하면 왕만 생각하는데 왕은 권력의 상징이고 실지 권력을 다스리는것은 신하 즉 벼슬쟁이들이다. 이것들이 왕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하는데 따라 일이 잘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다. 벼슬아치들은 왕이라는 이 불덩이를 잘 다루어야 한다. 왕이 제멋대로 놀게 놔두면 백성은 물론 벼슬아치들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옥좌에 누가 앉든 그건 상관할바가 아니다. 문제는 옥좌에 앉은 아무개를 잘 다루어야 하는것이다. 잘 다룬다는게 무엇인가? 이 왕 뭐라고 하는 아무개가 될수록 성이 나지 않게 하는것이다. 왕 뭐라고 하는것도 결국은 사람이기때문에 제 밸에 맞지 않으면 성이 나서 분별을 잃는다. 그럴 때를 상상해보라! 산불이 날수도 있고 홍수가 질수도 있다. 그래서 손해를 보는것은 백성과 벼슬아치들뿐이다. 왕 뭐라고 하는것은 재산은 물론 사람의 생명까지 재가루로 만들어놓고도 뭐가 어찌어찌되여서 하고 그 리유를 지껄이면 그만이다. 재가루가 되고 죽은 다음에 눈물방울 줴짜며 뭐라뭐라 한들 무슨 소용이랴? 재는 다시 사람이 먹을 음식을 만들수 없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할수 없는것이다. 자, 이래놓으니 아부, 아첨, 알랑이 리로운가, 해로운가? 그게 있어 좋은건 누구고 나쁜건 누군가? 벼슬아치들이 그 알량한 자존심 어쩌구하는걸 슬쩍 덮고 굽신굽신, 알랑알랑하면 권력은 좋아서 헤벌쭉해질거요, 권력이 헤벌쭉해지면 이 세상이 화창한 봄날이 되는 판인데 이런 작은 수고도 마다하고 아부, 아첨, 알랑이 나쁘네 어쩌네 하는것들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겠는가? 인간조상들이 만들어놓고 인간뼈다귀들이 아직도 그에 의지해살고있는 그 권력이라는것에 허리를 굽히고, 허리를 굽혀도 이 해리처럼 진실을 알고 진심으로 굽히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거다. 이른바 자존심있다는 뭐뭐 하는 사람들이 해리나 해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무슨 알랑방귀라느니, 아첨군이라느니 하고 입방아들을 부끄러운줄 모르고 찧고있는데 그럼 알랑말고 아첨말라면 권력과 왕에게 콕콕 맞서라는건데 이게 어디 될말이며 사람들의 운명을 생각하는 책임적인 소리인가? 그래서 제가 좋을건 뭐고 또 남이 좋을건 뭔가? 권력이라는것은 그저 배몰이하듯 슬슬 몰아가는것이지 무슨 제가 하늘이라고 꺾는다 어쩐다 할게 못된다.

세상은 이렇다!

이런 세상을 모르는 놈 울뚝밸밖에 없는거요, 울뚝밸로 바위를 차야 제 발부리에 피날거밖에 없다.

일단 권력에 비위를 맞출바에야 홀딱 벗고 나서는게 땅수지 첫날밤 새색시처럼 우물쭈물할게 있냐 말이다. 무슨 일이든 할바에는 깨끗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바보짓은 걷어치워라!

이것이 해리의 사나이다운 배짱이다.

어떤 시러베자식은 하필 태자에게 아첨한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그녀석 손가락 콱 부러져라. 아니, 누구에게 아첨하든 아차차하든, 제가 뭐길래 남의 제상에 감놔라 배놔라 한단 말인가? 나 원, 밝은 세상에 어디서 똥냄새가 나는가 했더니 바로 저런 놈들에게서 나는구나. 태자면 어떻고 임금이면 어떻단말인가? 벼락이나 콱 맞아라!

해리로 말하면 그래뵈도 부여조정에 내리내리 배꼽대고 살아온 한다하는 세도집안의 씨알이다. 사내꼬투리라고 배짱도 있고 뭘 고와할줄도 알고 싫어할줄도 안다. 그리고 어디서 기름냄새나고 어디서 탄내나는지도 잘 안다. 한마디로 바보는 아니다. 아첨이라는게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잘못 해리를 이러쿵저러쿵했다가는 낳아준 어미 망신시킬수 있다. 그러니 해리가 당신의 수염털 뽑자고 덤비지 않는 한 그저 곱게 가만있는게 좋을것이다.

《야!- 맞았다.》

해리는 족제비 쥐구멍노리듯 해뜩거리며 이제나저제나 대소가 화살날리기만을 기다리다가 시위소리가 핑 나기만 하면 앞발을 높이 들며 환성을 지르군 하였다. 이 사냥이 다 지나간 뒤의 일이긴 하지만 개구쟁이들이 저희 왕노릇 하는 녀석에게 발라맞추느라고 해리가 대소태자에게 곧잘하군 하는 이런 앞발질을 해리의 녀편네에게 그대로 그려놓은 얼빠진 놈이 있는 모양이다. 해리의 녀편네라는게 어떻게 생겨먹은 요물인지 모르겠지만 어쩌자고 그 소리를 해리에게 했다. 그게 뭐요, 점잖지 못하게. 두손 번쩍 들며… 쯧쯧. 그때 해리는 대범하게 허허 웃었다던지 어쨌다던지. 해리는 또 이런 성격이기도 한것이다.

《또 맞았다!》

이건 누가 쏘고 누가 맞히는지 모르겠다. 하긴 모를것도 없다. 화살을 날리는건 대소가 하되 맞히기는 해리가 맞히는것이니까.

《참말 태자마마의 활솜씨는 이 세상 사람의 솜씨가 아니오이다. 아무렴, 어느분이시라고… 눈부시오이다! 감탄하오이다! 백번천번 죽었다나도 보기 힘든 솜씨를 보게 해주셔서 망극하오이다!》

이쯤되면 지나치지 않을가? 지나치긴? 죽은 사람도 춰주면 웃는다는데. 좀더 해리의 칭찬이 요란하지 못한게 어쩐지…

대소태자는 어떠하온지… 춰주어 엉뎅이 나가는줄 모르는가?

태자도 사람이다. 사람이니 추어주는걸 싫다할리 없다. 다만 딴 사람이 해리의 그 춰주는 소리를 들었다가는 너무 좋아 숨이 탁 막혀버리겠지만 대소는 버릇되여 꿈만했다. 오히려 그런 소리가 해리에게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제가 좋아 춤추는데 싫다좋다 할게 없다.

대소가 오늘 사냥에 신바람내는것은 해리가 앞발 들었다놨다 하면서 발라맞추는데 있지 않다. 그까짓 사슴 몇마리 쏘아잡는 그 맛에 있지도 않다.

비류의 도노에게서 밀사가 왔다. 대소는 그 밀사를 만났다. 도노의 밀사는 대소의 귀를 번쩍 틔게 하여주었다.

대소는 그제야 태자인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겠는지 깨달은것 같았다.

대소는 이제 부왕 금와에게서 왕위를 넘겨받게 될 태자다. 대소의 운명은 그렇게 점지되여있었다.

행복할지어다, 대소여, 임금이 되도록 타고난 사람이여!

대소는 자기가 임금이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대소, 좋겠다.

누구인들 그러지 않으랴!

왕, 그것은 생각만 해도 피가 뛰게 하는 부름이다. 이른바 상 천이요, 하민이라, 다시말하여 우에는 하늘이요, 아래로는 백성을 거느린 유일무이한 사람, 상감이 된다는 말이다. 왕만 된다면 모든것이 달라질것이다. 그것은 허황한 소리도 꿈도 아니다. 실지 권력을 가지면 별 보잘것없는 짐승이라도 어엿하게 대가리 노릇을 할수 있다. 대가리노릇! 그게 얼마나 좋은가? 소꼬리보다 쥐대가리가 되라 하지 않는가! 한번 어려운 이 세상에 태여났다가 남의 밑에 깔려 수모를 받으며 짓밟혀 살기를 누가 바라랴. 타고난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대소, 앞으로 부여나라의 왕이 될 이 사람은 원래 의지가 강한 사나이가 못되였다. 하지만 왕자라는 남다른 처지는 그를 자기가 의지가 강한 사나이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가지고싶은것을 제힘으로 얻기보다는 남들이 마련해주는 과정에 그는 힘겨운 노력이 없이도 자기는 무엇이든 이룰수 있다고 여기게 되였다. 걸음마 떼서부터 다 자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런 착각은 허물수 없는것으로 되여왔다. 넘어지면 제힘으로 일어나는 법이란 몰랐다. 넘어질세라, 다칠세라 보살펴주는 사람이 대소주위에는 너무 많아 야단이였다. 손발을 놀리고, 그래서 머리를 써야 하는 시끄러움을 겪지 않아도 가지고싶은것은 다 가졌다. 무엇이든 가지고싶으면 그저 울면 된다. 그러면 모두들 큰일난듯이 얼러추어주고 가지고싶은 이상으로 가져다주었다. 때로 부왕의 엄한 꾸중을 받을 때도 더러 있지만 그건 어찌다 있는 일이였다. 그저 눈치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대소는 눈치가 정 무디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에게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도록 들었다. 그러다나니 사나이로서 정작 가져야 할것을 가지지 못하고 궁중 돌아가는 꾀만 발그라졌다. 세상이라는것을 살아가자면 그리고 세상을 다스리자면 적어도 의지, 지혜, 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천성적으로 타고 나는것도 아니고 어려운 생활에서만 생겨나는것도 아니다. 천성적으로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생활에서 단련, 수련하지 못하면 지닐수 없는것이고 천성적으로 타고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기도 하는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는 어릴 때 주몽과 함께 자랐다. 그러나 대소와 주몽은 너무나 달랐다. 대소는 어엿한 왕자이고 주몽은 더부살이 아이였다. 그러니 대소는 주몽을 마음대로 할수 있었다. 대소는 주몽을 못살게 굴었다. 한번은 산에 사냥을 갔다가 왕자들을 부추겨 주몽을 큰 나무에 묶어놓기도 하였다. 날이 어두운 산속에서 한번 혼쌀나보라는것이지 죽으라고 그런것은 아니였다. 그런데 대소는 바라던것만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주몽이 바줄을 끊어버리고 돌아오는 바람에 주몽의 인기만 잔뜩 올려주었다. 후날에 가서 그 이야기는 주몽이 나무를 뿌리채 뽑아 지고 내려왔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번져졌다. 주몽이 남달리 힘이 센것만은 사실이지만 뿌리채 뽑아 지고 내려올만큼 자란 나이도 아니였다.

너무 달고 너무 보드랍고 너무 저만 저라고 자라나서인지 대소는 의지도 약하고 힘도 물론 약했다. 하지만 권력의 그늘밑에서 자라난 사람이 다 그러하듯 남을 부리려는 속심만은 누구 못지 않게 지독하였다. 가엾게도 이것이 대소를 안타까운 사람으로 만들어놓았다. 대궐에서 자라면서 굳어진 이 기질과 권력이 주는 허영이 합쳐져 대소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자기의 힘을 믿고 거기에 권력의 힘을 보태지만 필부들은 권력의 힘을 먼저 보며 그것을 자기의 힘으로 착각하여 으시댄다. 뚜렷한 정의의 목적이 있고 부닥치는 난관을 억세게 이겨낼줄 아는 그런 사나이는 권력을 자기자신뿐아니라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쓰지만 나약하고 부실한 인간은 오로지 자기의 허영과 안일에 권력을 쓴다. 이런 인간의 종말은 자신뿐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비참하다. 대소는 무슨 큰뜻이 있는것도 아니고 의지가 강하지도 못하다. 그러나 권력의 힘은 알아서 왕자리를 미칠듯이 탐낸다.

대소는 비류의 도노와 통했다. 도노는 일찍부터 대소와 한짝이였다. 도노도 해리 못지 않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였다. 다만 다른것은 그들이 살고있는 곳과 살아온 처지였다. 해리가 내리내리 세습되는 세도가의 집에서 자라나 대소를 옆에 끼고 부여에 앉아있다면 도노는 어찌다 권력밭에 굴러들어온 돌로 지금 부여의 변방인 비류에 있는것이다. 두사람이 다 앞을 내다보고 태자인 대소를 받든다 하지만 아무래도 도노가 더 령리하였다. 해리는 대소를 어루만지기만 하지만 도노는 대소를 위해 뛰고있는것이다. 어쨌든 해리와 도노는 대소의 왼팔, 오른팔이였다. 대소가 누구를 더 고와하느냐 하면 아무래도 도노였다. 나이로 봐도 그렇지만 하는 말이나 움직임도 도노가 웃수였다.

도대체 도노의 밀사라는게 대소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대소가 그렇듯 신바람내는것인가?

대소는 다만 금와임금의 맏아들 즉 태자이기에 앞으로 임금이 된다뿐이지 임금이 될만 한 아무 의지도 지혜도 뜻도 없다는 괘씸한 제가들과 백성들의 쉬쉬 하는 소리가 대소 본인에게 대단히 불쾌한것이고 고민스러웠다. 그렇다고 아직 임금이 아닌 대소가 제가들과 백성들을 함부로 짓밟아뭉갤수도 없는노릇이다. 대소는 이것때문에 늘 초조하고 얼굴에 그늘이 비껴있었다. 우로는 임금, 아래로는 제가들과 백성들에게 무슨 눈에 띄울만 한 일을 해놓고 자, 봐라! 이래두? 해야겠는데 그런 일이 쉽게 차례지지 않는다.

그런데 마침내 도노에게서 밀사가 왔다.

도노는 밀사를 통해 대소에게 간하기를 태자께옵서 부여의 변방인 비류를 빼앗음이 어떠하오이까?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그리되면 앞으로 임금이 될 자격을 떳떳이 얻을수 있다는것이다. 안에서 힘든 일을 바깥에서 얻으라는것이다. 그것도 이 도노가 멱따고 털뽑고 다듬어 다 구워놓겠으니 태자께옵서는 그저 척 앉아계시다가 위세만 뽐내시라. 만일 태자께옵서 비류를 얻는다면 부여에는 이 아니 큰일이랴. 무지한 백성은 물론 제가들, 나아가서 임금도 어여쁘게 볼것이나이다.

태자마마의 슬하를 떠나온지 몇몇해, 오로지 태자마마님만 따르는 마음 변함이 없사오니 이제는 소신 도노의 노력으로 마마께옵서 비류를 얻을 때가 되였는가 보오이다.

삼가 헤아리옵소서.

해라 하시길 바라나이다.

실로 가려운데 긁어주고 아픈데 불어주는 도노의 꾀이다. 본래 위험한 싸움은 두려워하지만 뽐내기는 무던히 좋아하는 대소인지라 도노의 말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뭐 헤아리고 자시고 할게 없다.

그리하라!

대소는 웃고싶었다. 궁성이 들썩하게 웃고싶었다. 산천이 우르르 떨게 한바탕 웃고싶었다.

《태자마마, 오늘은 참 사냥이 잘되오이다. 얼마나 기쁘시겠 소이까.》

해리도 역시 충신이다.

《그래, 해리.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마음껏 즐기자. 이렇게 기쁜 날이 며칠 없었지?》

《그렇소이다.》

《하하하.》

대소는 소담하게 웃음꽃을 떨기떨기 피워놓는데 그걸 받는 해리의 얼굴에는 어쩐지 그늘이 깔렸다.

《해리, 자네에게 거 난다긴다 하는 싸움패가 있지?》

《있소이다.》

《그걸 내가 좀 쓸수 없을가?》

《이 해리는 태자마마의 노복이오이다. 그러하오니 이 해리의 것이자 곧 태자마마의것이오이다.》

《역시 해리는 나의 둘도 없는 충신이야.》

《태자마마! 어느때든지 쓰시오이다.》

《그들을 비류에 보내야겠네.》

《비류에 말이오이까?》

《그래, 인차 모아주게!》

《알겠소이다.》

해리는 싸움패를 어디다 쓰려고 하는지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건 어리석은짓이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불안이 깃들었다.

싸움패를 비류에? 그건 뭘 말하는가? 도노에게 보내자는걸가? 무엇때문에? 그건 몰라도 좋다. 께름한건 태자가 해리 모르게 도노와 배꼽맞춘다는것이다.

해리는 눈시울을 쪼프리며 입술을 사려물었다.

해리의 첫째가는 적수는 도노다.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그것은 사실이다. 두사람은 태자를 받드는데서는 같은 목적이지만 누가 더 총애를 받는가 하는데서는 적수로 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해리는 그 누구보다 더 도노를 경계하고있었다. 그런데 태자가 별안간 해리의 싸움패를 도노가 있는 비류로 보낸다니 속을 도사리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더우기 불안한것은 태자가 무엇때문에 보내는가를 말하지 않는것이다. 태자와 도노사이에 남이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 있다. 그걸 모르는 한 해리는 마음을 놓을수 없다.

《태자마마, 제가 그 싸움패를 거느리고 가오리까?》

대소는 해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비죽이 웃었다.

《뭐, 그럴것까지는 없어. 그것들을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알겠소이다.》

해리의 얼굴은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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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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