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강물은 여울목에서 소리내여 흐르지만 벼랑밑 소에 이르러서는 잔잔하게 흐른다.

무골은 마리를 부축하여 소로 나왔다. 소가 있는 강건너편은 절벽인데 그우에 나무들이 자라 보기 좋았다. 나무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니며 재잘대고있었다. 여울물소리, 새소리는 오히려 산골의 고요를 불러왔다. 가깝고 먼곳에 나름대로 솟아 줄기를 이룬 태고연한 산발들은 잠에 빠져있었다. 강바람은 소리없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비단처럼 부드럽게 볼을 어루만진다.

《어때, 마리. 응? 어떤가 말이야, 기분좋지?》 하고 무골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마리는 큰숨을 들이긋고 웃음을 지었다.

《여기 소에는 말이야, 고기가 욱실욱실해! 그것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내 요전번 미역감으러 나오니까 물우에 제마끔 첨벙첨벙 뛰여오르면서 한다는 소리가 <이 미욱한 무골아! 마리님이 왔다는데 왜 우리한테 같이 오지 않아? 마리님을 대접하지 못해 우린 이젠 몸살이 났어. 이러다간 보람없이 죽어 떠내려가고말겠구나. 네 눈에는 쇠붙이만 보이고 마리님과 강, 우리 고기들이 보이지 않느냐, 이 어리석은 무골아!> 아, 이러지 않아?》

무골은 없는 재간에 입술을 오무리고 고기소리를 내며 웃겼다.

《그래 뭐라고 했나?》

《뭐라긴? <오냐, 내가 잘못했다. 마리님을 모시고 인차 나오겠노라.> 했지. 그랬더니 고것들이 너무 좋아 짬방짬방 춤을 추지 않아?》

무골은 청서 앞발을 하고 모래불우에서 깡충깡충 뛰였다.

《하하…》

마리는 무골이 놀아대는 꼴이 더 우스워 소리내여 껄껄거렸다.

무골은 머룩하니 마리를 바라보다가 저도 따라웃었다.

《자네도 우습지? 그래서 말이야, 내 오늘 자네를 모시고 천렵이나 하려고 여기 나온거야. 인차 쇠부리도 따라나올거네. 자넨 여기 척 앉아서 구경하다가 어죽이나 달게 자시게. 밤에 부는 산바람, 낮에 부는 골바람, 천렵하는데 부는 강바람, 이 세 바람이 몸상하고 마음상한 사람에게는 신바람이라고 하더구만.》

무골은 옷을 벗으며 숭얼숭얼 입을 놀렸다.

마리는 정겹게 무골을 바라보았다.

여느때는 사흘 가야 말 한마디 없는 무골이다. 벙어리 소몰고 가듯 일만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별안간 물흐르듯 말이 헤퍼졌다. 마리는 물론 무골과 오래동안 함께 일해온 처녀 쇠부리나 그의 아버지도 눈이 휘둥그래졌다. 소금이 쉬나, 소가 말하나? 수다스러워진것만 아니다. 뒤볼 짬도 아까워하며 일에만 파묻혀있던 사람이 손털고 나앉아 병아리 품은 암닭처럼 마리에게서 떨어질줄 모른다.

마리는 무골이 그럴수록 고맙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했다. 마리는 무골이 자기를 대해주는데 비해 그에게 해준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차라리 재물이라든지 벼슬따위를 바라서 그런다고 하면 그런대로 웃어넘기련만 무골은 마리에게서 아무것도 바랄게 없다. 더구나 나라의 처벌을 받고 내려온 마리인데도 무골은 그따위에는 아랑곳않고 대해준다. 단순한 벗으로서의 정만이 아니다. 무골에게는 폭포와 같은 사람의 정이 있다. 거스를줄 모르는, 오로지 내려흐르기만 하는 그런 정이 있다. 그런 정이 소리없이 가슴에 가득가득 차있다가 마리에게 동이 터진 물처럼 넘치는것이다.

무골 같은 벗, 무골 같은 사람을 만난 마리는 행복하다.

뒤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마리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왔는지 가마와 그물을 든 쇠부리가 첨버덩거리며 고기를 잡느라고 물을 튕기는 무골을 보고 웃었다.

《그 재간에 고기를 다 잡나이까? 맨손으로? 제가 무슨 하백님이라고… 고기들이 놀자고 하겠나이다, 룡궁에 가자고. 아버님이 그물을 가지고 가랬나이다. 어서 나오시오이다.》

무골은 들은둥만둥 다시 자맥질을 했다. 그러나 또 허탕이다.

쇠부리가 보다못해 토달거린다.

《해를 보오이다. 해를 비끄러매놨다고 미역만 감고있나이까? 점심때가 다됐는데, 어쩌나…》

《작살을 가져와! 그물같은걸로 잔고기밖에 더 잡아?》

《어죽에는 잔고기가 더 좋나이다.》

무골은 귀가 먹었는지 숨을 들이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고집은… 모루나 한가지라니까.》 하고 쇠부리는 입술을 오무리며 종알거렸다.

《어디 두고보사이다. 내가 그물질을 못할줄 알고? 흥,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할테야.》

쇠부리는 반두를 들고 물에 들어섰다.

마리는 그들을 보며 웃음집이 흔들거리는걸 참았다.

무골 못지 않게 쇠부리 그 녀인도 마리에게는 정다웠다. 녀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무골의 꽃, 마리는 다만 이전에 한번 그를 보았을뿐이였다. 눈이 빠지게 곱게 생기지는 않은 녀인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거지도 없다. 우둥퉁하게 생겼을뿐인데 구태여 좋은 점을 찍는다면 그저 서글서글하다는것이였다. 그래도 이 처녀에게서는 은근한 산향기가 풍겼다. 겉으로 보아서는 모른다. 하지만 잠간만이라도 지내보면 저도 모르게 알수 있다. 녀자들, 처녀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곱게 생겼다고 할만 한 그런것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누가 보지 않는 산골에 있어서 그런지 그는 자기에 대해서 아글타글 싸가지는것이 없다. 그저 뭔가 누구에게 주지 못해 몸살앓는 처녀같았다. 례절이요 뭐요 하는것들에 비치면 오지랖 넓게 보일지 몰라도 무골과 함께 쇠를 부리는 여기에서는 그게 흠이 아니였다. 그래서 더구나 그런지 모른다. 어쨌든 마리는 티없이 맑은 강물과 같은 쇠부리가 좋았다.

《잡았다!》

쇠부리가 반두를 쳐들고 소녀처럼 좋아한다.

그는 허겁지겁 마리에게 달려와 반두를 보이며 떠들었다.

《이것 보사이다, 이것! 굉장히 크-은거지요?》

반두안에는 손바닥 절반만 한 붕어들이 열댓마리 파들거리고있었다.

마리는 벌떡 일어났다.

《정말 크구만, 커! 대단한데?!》

마리는 쇠부리의 순수한 기쁨이 옮겨와 저절로 기분이 붕 떴다. 그까짓 고기야 크든말든, 그까짓 어죽이야 맛이 있든없든 쇠부리만 좋으면 좋은것이다.

《나두 잡을래.》 하고 마리는 저도 모르게 아이가 되여 소리질렀다.

《아유, 마리님이? 호호…》

《왜 못 잡을줄 알고?》

《상한 몸 도지겠나이다.》

《괜찮아. 고기몰수는 있어. 쇠부리는 반두만 대고있어. 내가 고기를 몰테니.》

《그만두시오이다. 호호…》

물속에서 무골이 나왔다.

《뭐야, 응? 뭐야?》 하며 무골은 쇠부리어깨너머로 반두안을 보았다.

《이것 보게 무골! 쇠부리가 큰 고기들을 잡았네.》

무골은 코살을 찡그렸다.

《흥, 난 또 무슨 큰거나 잡았다구?》

쇠부리가 눈을 할기였다.

《그만두사이다. 여기 끼지 말고 거긴 어서 가서 팔뚝같이 큰 고기나 잡으소이다.》

무골이 쇠부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두 줘!》

《싫소이다.》

《어서 달라니까?》

무골은 반두를 빼앗았다. 쇠부리는 앙탈부리는체 하면서도 반두를 내주었다.

무골은 손채양을 하고 해를 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고기밸두 따고 가마도 걸어야지…》

쇠부리는 입술을 오리주둥이처럼 내밀어보이고 웃음을 지으며 가마놓은 곳으로 갔다.

마리는 쇠부리를 정겨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무골에게 물었다.

《무골! 내가 고기몰가?》

무골은 악의없이 눈을 빨았다.

《그만두게! 할만 한 녀석이 하겠다고 해야지…》

《나두 물에 들어갈수 있어. 아래도리는 성하다니까.》

《이거 정말 귀찮게 굴겠어? 고기 다 달아나!》

《무골, 제발 그렇게 하도록 해줘, 응?》

무골이 낯을 찡그렸다.

《이 아이가 이거 왜 이래? 없던 떼질쓰면서 말이야? 임금님께 일러바칠테야!》

얼싸하고 마리가 대꾸했다.

《대줘라, 이 고자쟁이같은거. 누가 무서워할줄 알구?》

《얘가 정말 어쩔수 없는 아이로구나. 너 정말 일없겠어?》

《응, 일없어!》

《할수 없지. 물에 빠지면 나 몰라. 알았지?》

《응.》

두사람을 보던 쇠부리가 개미허리되여 깔깔 웃어댔다.

다 큰 사나이들의 익살부리는 싱갱이질은 물에 들어가서도 끊기지 않았다.

《야, 마리야! 너 고기를 모는거냐 쫓는거냐? 이거 어디 고기 한마리나 잡겠니? 너때문에 말이야?》

《왜 나때문이가? 너때문이지. 쇠부리는 혼자서도 잘만 잡더구나.》

《야가 이거 어따 대고 말대답질이야, 말대답질이. 너 한대 맞아보겠어, 엉?》

마음고운 어른들은 어찌하여 하나같이 아이가 되고싶어할가? 두 사나이의 싱갱이질에 쇠부리는 가마뚜껑을 두드리며 대굴대굴 구는데…

《첨버덩!》

물가운데 돌이 떨어졌다.

《이건 또 뭐야?》

마리와 무골은 돌이 떨어진 두길나마 되는 소의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란 절벽우에 웬 사나이가 버티고 서있었다.

구도였다.

무골은 뻔히 알면서도 딴전피웠다.

《넌 또 어디서 굴러온 검정수개냐?》

구도도 지지 않고 대답질했다.

《허, 저 쪼꼬만 녀석이 어른한테 말대답질하는걸 보지? 입버릇 사납다. 수개라니? 에끼, 못쓴다, 못써!》

《뭐 말라빠진 어른이야, 어른? 아하, 네가 어른 좋아하는구나. 그래 어른이다? 좋다. 그럼, 어른아! 넌 뭣하러 왔지?》

《벌써 그랬어야지. 용타, 용해! 에헴, 이 어른으로 말하면 마리라는 아이를 만나러 오신분이다. 그래, 너 그런 아이를 보지 못했냐?》

《어른! 거 눈이 먼게 아니야? 바로 야가 그 마리라는 아인데 모르겠니?》

《에끼, 요놈의 자식. 어른 놀리면 벌을 받는다. 누굴 속이려고? 마리라는 애는 몹시 앓아서 여기 어디 병고치러 왔는데 그애가 마리라고? 앓는 아이가 물고기잡이한단 말이냐? 어따 대고 헛소릴 하느냐?》

《그럼 딴데나 가보시라요, 어른. 우린 고기를 잡아 어죽을 쒀먹어야겠어요.》

《허, 고놈의 자식. 보자보자 하니까 더 발칙하게 노는구나. 어죽을 쑤어먹을라 치면 어른에게 잡숫고 가세요 하는게 옳지, 뭐 딴데나 가보라?》

《그렇게 목젖이 방아찧으면 내려와서 고기나 잡아주지요? 입방아만 찧지 말고… 답답한 어른이구나. 그렇지, 마리?!》

마리는 입을 싸쥐고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그러자 구도가 짐짓 성을 냈다.

《조오타! 내 이제 본때를 보일테다. 어디 이 어른을 똑똑히 봐라! 야, 아이야! 너 그물을 넓게 벌려라, 넓게! 이제 이 어른이 소의 고기를 다 몰아넣을테다.》

《어찌겠다는거야, 어른?》

마리와 무골은 구도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들이 뭘 하고있는거냐? 엉? 우물안 개구리 하늘 쳐다보듯이… 냉큼 눈감고 그물이나 벌리지 못해?》

말하기 바쁘게 구도는 벼랑에서 소로 내리꽂혔다.

《앗!》 하는 쇠부리의 비명소리가 강가에 퍼졌다.

마리와 무골도 놀랐다. 설마 그러기야 하랴 했는데…

두 아이는 걱정되여 구도가 떨어진 소에 눈길을 모았다. 한참 있다가 구도가 물우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물을 터느라고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뭘 하고있어? 고기잡을념 않고. 다 샌다. 이런 제길! 역시 아이는 아이로구나. 에이, 어른이 헛고생했구나, 헛고생했어.》

구도는 물가로 나오면서 두덜거렸다.

아이들은 한수 더 떴다.

《야, 어른 우둔하다야. 옷을 입은채 물에 뛰여드는 바보는 또 처음 본다야.》

《그러게 말이야. 아마 녀자가 있으니까 으쓱거리느라고 그러는거 같애. 남의 녀자앞에서, 싱겁지? 어른이…》

《뭐라구? 요놈의 자식들! 내 한입에 그저, 서라!》

《야, 어른 성났다. 뛰자!》

무골은 마리를 둘쳐업고 강가로 뛰였다.

《서지 못해? 요녀석들…》

세 사나이는 물가에서 서로 부여잡고 한바탕 웃어댔다.

구도는 틈만 있으면 약이 될만 한것들을 가지고 먼길 가리지 않고 오군 하여 무골과 친숙해졌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 오지 않았다. 치미까지 데리고 왔다.

《여기선 재미있게들 노는데요? 그러니까 구도나리가 날 떼버리고 밤소쿠리에 다람쥐 드나들듯 여기 오지 못해 안달아하댔군요? 이제야 알만 해요.》 하고 치미가 기슭으로 오며 빈정거리듯 말했다.

그러자 구도가 눈을 부라렸다.

《저거, 저거. 말하는 본때 봐. 뭐 내가 다람쥐?》

《그럼 메돼지라고 해달라나이까?》

두사람, 구도와 치미는 눈만 뜨면 늘 이렇게 다투어서 아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심상해하지만 처음 보는 무골과 쇠부리에게는 입이 딱 벌어질노릇이다.

그러거나말거나 치미는 아무 일도 없는듯 구도의 젖은 옷을 강가에 널어놓고 쇠부리에게 갔다. 두 녀자는 이전에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말을 들어서 잘 알고있었다. 그들은 인차 어울려 돌을 놓고 가마를 건 다음 나무하러 갔다.

구도가 와서 고기는 쉽게 잡았다. 하긴 소에 고기는 우글우글했다. 무골과 구도는 절반 놀면서 고기를 잡았는데도 잠간사이에 그릇이 넘치였다.

한번 가벼운 다툼질이 있었다. 무골은 작은 고기를 놓아주며 그만 잡자고 하는데 구도는 실컷 어죽을 먹자면 모자란다고 해서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나중에는 웃고말았다.

좋은 자리, 좋은 음식에 의례히 있어야 할 양념이였다.

해밝고 잔바람 솔솔 비단같이 부는 날 천렵끝에 벌려놓은 어죽판은 그저 지나치지 못할 잔치놀이다.

어죽을 축내는데서는 아무래도 구도가 귀신이다. 남들은 뜨거워 훌훌 불며 혀끝으로 맛보듯 겨우 먹는데 구도는 무슨 불가사리입인지 꿀떡꿀떡 잘만 먹는다. 한그릇 제꺽 게눈 감추듯 하고는 《또-》 하며 그릇을 내민다. 그 식성이 하도 기가 막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 죽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까짓 걱정은 아니다. 그저 구도의 식성도 어죽의 맛과 더불어 이 자리의 한가지 즐거움이다.

그들이 서로 권커니 말거니 하면서 맛나게 죽을 먹고있는데 강 아래쪽 기슭을 따라 말을 탄 두사람이 올라오고있었다.

구도가 황새목을 빼들고 기웃거렸다.

《구도, 죽 다 먹는다. 뭘 보나? 빨리 먹지 않고…》

이 흉측한 친구가 또 무슨 재미나는 웃음거리를 만들어내는가 하여 마리가 슬쩍 퉁겼다.

《응? 으응, 저기 누가 오누만.》 하고 구도는 숟가락 든 손으로 강 아래쪽을 가리키고 다시 죽을 퍼먹기 시작하였다.

치미와 쇠부리, 무골의 눈길이 그쪽으로 쏠렸다.

마리는 구도만을 지켜보며 웃었다. 오긴 누가 오랴? 또 온다 해도 그저 지나칠 사람들일게다. 이게 다 구도의 엉큼한 꾀다. 구도는 이런짓을 곧잘한다. 사람들이 서로 모여 무슨 일을 하다보면 색다른 일이 생기는데 예민하게 반응한다. 콩청대판에서는 그러는게 하나의 재미다. 콩청대하던 아이들이 저기 누가 온다 하면 먹다말고 무의식중에 머리돌리듯, 한번 남들을 깜짝 놀래우고 저는 태연하게 할짓을 하는 그 재미, 아이들의 재미라고 하지만 어른들도 같다. 누가 모를줄 알고? 이제 네가 어쩌나 보자. 누구 죽그릇에 재를 슬쩍 뿌려넣으려고 하지 않을가? 마리는 벌써부터 우스워 싱글싱글했다.

《아니, 저기 오는게 오이가 아닌가?》 하는 무골의 소리에 마리는 펄쩍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 오이?》

《응, 맞다. 그런데 같이 오는 사람은 누구야, 처음 보는 사람인데?》

마리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오이가 틀림없다. 그리고… 거무, 거무님이 아닌가!

마리는 숟가락을 떨구고 벌떡 일어났다.

오이도 섰다. 그는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몸을 안장에서 솟구었다.

《마리 아닌가? 마리!》

마리는 눈물이 쿡 솟았다.

《오이!》

《마리!》

오이는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는 미처 마리에게 닿기 바쁘게 몸을 날려 마리앞에 섰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마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마리!》

《오이!》

두사람은 얼싸안았다.

마리는 너무 반가운김에 오이가 우악스레 껴안아 아픈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한 십년 지난것 같구만, 오이!》

《그래그래.》

《그사이 앓지는 않았나?》

《앓긴? 자네 같겠나? 어떤가, 몸이?》

《다 나았네.》

《어디 보자.》 오이는 와락와락 마리의 옷을 제꼈다.

《다 나았다니까?》 하며 마리는 옷깃을 접었다.

《참말?》

《응.》

오이는 말없이 한동안 마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럼, 마음놓여. 펄펄 뛰던 자네를…》

거쿨진 사나이, 오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바위같은 사나이의 눈물이 마리의 가슴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에이는듯 하였다. 아픔이 아니라 뜨겁디뜨거운 사람의 정이 터지듯 가슴과 가슴을 들먹이게 하였다. 눈물헤픈 녀인들은 눈굽을 훔치고 사나이들은 눈을 슴벅거렸다.

《다 나았네, 나았다니까. 이것 보게, 이렇게 천렵까지 하지 않나.》

마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닦으며 웃어보였다.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이 오이의 마리가 아닌가, 그렇지?》

《그래.》

《참, 오던 길에 거무님을 만나 같이 왔네. 자네들은 알고있 겠지만 난 처음 만났네.》 하며 오이가 비켜서서 거무에게 돌아섰다.

《거무님!》

《마리!》

《그동안 편안하셨소이까?》

《그래, 자네도 퍽 좋아졌구만. 기쁜 일이네.》

《어떻게 이렇게 먼길을 오셨소이까, 기별도 없이…》

《그렇게 됐네.》

거무는 엷은 웃음을 지었다.

마리는 구태여 따지고 들지 않았다.

《참, 알고들 지내시오이다. 오이는 다 아는거고… 여기 이분은 거무님이시오. 한때 비류의 대부로 계시던분이시온데 이번에 나를 살려주시고 고구려에 데려다 주신 은인이시오이다. 일찍부터 우리 겨레를 살릴 높은 뜻을 지니시고 세상 쓴맛단맛 다 보신분이실뿐더러 무예도 뛰여나신분이시오이다.》 하고 거무를 먼저 소개하고 마리는 무골에게 돌아섰다.

《이 사람은 무골이라고 쇠부리는데서 천하에 보기 드문 재주가 있소이다. 칼이면 칼, 호미면 호미, 이 사람이 만들어낸것은 천금맞잡이오이다. 전에 부여의 례나루라고 우리 스승님에게 천하명검이 있었는데 그 명검 못지 않은 검을 만들어낸 사람이오이다. 보기엔 어리숙한 산골사람같지만 이 오이 못지 않는 고구려의 벼슬에 있는 사람이오이다.》

무골이 한무릎을 꿇으며 거무에게 절했다.

거무도 고개를 숙여 절을 받으며 무골을 유심히 보았다. 거무가 고구려에 와서 놀란것가운데 하나가 고구려군사들이 정예한것에 못지 않게 검과 창을 비롯한 무기들이 보기 드물게 예리하고 강한것이였다. 아직 전군을 무장시키지는 못했지만 부여나 비류에서 볼수 없이 뛰여난것이여서 고구려가 어디서 그걸 들여오는지 궁금해하던 거무였다. 그걸 이 수수한 사람이 만들어낸단 말인가? 그럼 개마군사의 그 찰갑도 이 젊은이가?

고구려는 허술히 볼 나라가 아니다. 그 지경과 재부의 많고 적음, 잘살고 못살고가 문제가 아니다. 사람, 사람이다. 사람이라도 그저 머리수나 채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잘 쓰는데 있다. 나이와 벼슬에 관계없이, 잘살고 못사는데 관계없이 그리고 조상에 관계없이 재능이 있고 힘이 있으면 제자리에 꼭꼭 박혀 힘껏 자기 일을 하고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새로운 일이다. 나라를 위하여, 겨레를 위하여 임금으로부터 신하와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다들 그렇게 살고있다.

리치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것은 사람이다. 왕이고 벼슬아치이다. 그들의 욕심이 변하는것이다. 이렇게 변한 나라에서, 이렇게 변한 왕이 있는 곳에서 사람을 꼭꼭 가려서 쓰는 일이란 있을수 없다. 사람을 꼭꼭 가려쓰지 못한다며는 벌써 그것은 파멸에로 가는 길이다. 너무나 불보듯 뻔한 리치이다. 뻔한 리치인데 그걸 실천하기는 어려운것이다.

그런데 고구려에서는? 고구려에서는 일이 잘되고있다. 이 무골이라는 젊은이만 봐도 알수 있다.

《여기 이분은…》 하는 마리의 소리에 거무는 생각에서 깨여났다.

마리는 쑥스러워하는 녀인을 가리켰다.

《이분은 쇠부리라고 무골의… 에, 뭐랄가, 그… 도와주는, 아니…》

마리가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둘러대는데 구도가 내쏘았다.

《녀편네라고 하려무나.》

치미가 구도를 흘겨보았다.

가벼운 웃음이 떠돌고 쇠부리는 얼굴이 도가니앞에 선듯 붉어지고…

거무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땅과 흙은 결코 곱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이 먹는 낟알이나 아름다운 꽃은 그 땅, 그 흙에서 이루어지고 피여난다. 밴밴

하게 곱게 생기고 치장이나 잘하는 녀자에게서 어찌 큰사람을 바라랴!

《이젠 내가 말하겠소이다.》 하며 구도가 나섰다.

《거 뭐, 길게 말할것도 없소이다. 난 아는거고, 이 사람은 치미라고 하오이다. 잘하면 내 마누라될수도 있는 간나이오

이다.》

치미는 제법 거무에게 나붓이 절하고 구도를 보며 입술을 찡그려보였다.

모두들 웃었다.

거무만이 치미를 새삼스레 보았다. 버들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 속으로 혀를 찼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자자, 이젠 그쯤하고 어죽이나 먹읍시다. 맛들일가 하는데 와가지고서는 제기랄… 목젖 넘어가겠군.》 하면서도 구도는 어죽을 그릇에 담아 거무에게 내밀었다. 그래도 례의는 지킨다는 수작이다.

《구도 잘한다. 자, 어서들 자리에 앉으시오이다.》

마리가 손짓하며 말했다.

거무와 오이도 자리를 잡았다.

여럿이 끼인 자리는 한가위 음식이 아니라도 꿀맛인 법이다. 하물며 천렵의 어죽에다 손맛단 쇠부리가 쑨 어죽인데야 더 말해 무엇하랴. 어죽 너무 많다고 걱정하던 쇠부리의 타산도 괜한것이였다. 더도리 몇번에 가마밑이 바닥났다. 맛바르게 되였다. 그래도 어지간히 배가 불렀다. 구도도 작다 하지 않았다.

어죽끝에 이야기판을 펼쳤다.

마리가 오이에게 부여에 갔다온 일을 물었다.

《추연을 만나보았나?》

《음.》

《잘 있던가?》

《음.》

《추연이 좋아했겠군?》

《어? 어… 음.》

마리는 오이가 웬만해서는 자기의 속을 비치지 않는다는것, 추연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는것을 알고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무슨 일이 있은게 아닌가, 오이?》

오이는 어두운 낯을 억지로 풀고 말꼬리를 돌렸다.

《됐어, 그건 사사로운 일이고… 이번에 부여에 가보니 생각되는게 많았네. 세상일 돼가는 꼴과 우리 겨레 앞으로의 일을 두

고 말일세. 부여는 늙은 고양이가 돼버리고말았더군. 태자 대소가 주인이 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내가 보건대 그래. 우리 고구려가 앞으로 겨레의 운명을 걸머져야 한다던 주몽임금님의 말씀을 새삼스레 깨달았네.》

오이는 재사와 자기에게 한 주몽의 말도 전했다.

고구려가 해야 할 일과 고구려, 비류의 관계에 대한 주몽의 말은 젊은 사나이들의 피를 끓게 하였다.

생각떴다 하면 몸은 벌써 저쯤 나가는 젊은 시절의 사나이들이라 그들은 모여들 때처럼 헤여져갔다.

《마리, 함께 하루밤이라도 자고 가고싶은데…》

오이의 아쉬운 마음이자 구도의 마음이기도 했다.

《나도 같네. 하지만 우리야 주몽임금님의 신하들이 아닌가. 이렇게 와준것만도 고맙네. 해떨어지기 전에 어서 떠나게. 길이 먼데… 내 걱정은 말고… 나도 인차 일어나겠네.》

정은 남고 사람은 떠나갔다.

거무도 오이와 함께 가려고 하였다.

그는 마리에게 조용히 물어볼 말이 있어서 왔다.

《마리, 버들이 오지 않았나?》 하고 거무가 나직이 물었다.

마리는 찔린듯 흠칫 놀랐다. 그는 거무를 뚫어지게 보았다.

거무는 마리를 유심히 살폈다. 이럴줄 알았다. 그래서 거무는 아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꺼내기를 저어했다.

《뭐라고 말씀하셨소이까?》

《버들이 오지 않았나 말이요?》

마리는 눈을 내리깔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지 않았다?! 그럼 버들은 어디로 갔는가? 정말 비류로 돌아갔단 말인가? 마리를 만나지 않고? 그만큼 알아듣게 말해주고 여기 오는 길까지 대주었는데…

《거무님! 버들은 오지 않을것이오이다. 저는 여기 올 때 그를 보았소이다. 버들을 만나고싶었지만 그만두었소이다.》

마리는 고개를 쳐들고 괴로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저는 버들이 오는것을 바라지 않소이다.》

거무의 수북한 눈섭이 쭝긋했다.

《그게 참말인가?》

마리의 관자노리에서 피줄이 살아올랐다.

거무의 눈살이 찌프러졌다.

거무는 마리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난 자네들사이를 잘은 모르네. 하지만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겠나? 좋은 천날 사랑하는것도 좋지만 험하고 괴로운 하루를 사랑하는것이 참사랑이야. 사랑이라는것이 아프고 쓰디쓴것을 이겨내고 피여나는 꽃과 같은것이 아니겠나? 제 좋을 때나 사랑이라는 낱말을 주어섬기는건 놀음이야, 놀음! 버들을 사랑하기때문에 그를 만나는것도 바라지 않고 그가 여기 오는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자기를 변명하는 그따위 너스레는 그만 떨라구! 뭐, 버들을 위해서라고? 그럼, 버들은? 버들이 자네를 찾아 여기까지 오기 쉬운것이라고 생각하나? 버들이 처녀의 자존심도 없고 위험한것도 모르는 그런 바보인줄 아는가 말이네?!》

거무는 무겁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네, 버들은 마리를 사랑하네. 난 자네가 잘못되였다는 야박한 소리를 듣고 실성한 사람처럼 돼버린 버들을 보고 놀랐네.》

거무는 버들을 만나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버들의 사랑을 받는 마리가 부럽기도 하고… 버들이 마리를 사랑하는건 애무나 받고 좋은 일이나 있기를 바래서가 아니야. 난 버들을 키운 사람이래서가 아니라 이때껏 그렇게 바라는 참된 사랑을 이루어보지 못한 늙은이로서 말하는거네. 알겠나?》

거무가 진중한 낯빛으로 물었다.

《알겠소이다.》 하고 마리는 고개를 수그린채 말했다.

《내가 너무했나?》

《아니오이다.》

《그럼 좋고… 명심하라구. 마리라는 사나이에게 처녀들과 녀자들이 많고많아도 버들과 같은 처녀는 오로지 하나뿐이네. 그런 사랑은 누구에게나 쉽게 차례지지 않아.》

《고맙소이다, 거무님.》

《어쨌든 마리는 행복한 사나이야. 반려자라… 그럴듯한 말 이야. 철들어 절반인생길의 짝이란 말이지? 좋은 말이야.》

거무는 흐뭇한 웃음을 짓고 턱을 쓸어만지고있었다.

한동안 그러고있던 거무는 한숨을 내쉬였다.

《난 가겠네.》

《이제 어떻게? 쉬여서 가시오이다.》

《난 괜찮네. 오이가 기다리고있을거네. 그사이 퍽 나은걸 보니 기쁘구만.》

거무는 웃음을 지어보이고 떠나갔다.

마리는 굳어진듯 서있었다.

무골이 기다리다못해 집으로 가자고 왔다.

《무골, 난 좀 혼자 있고싶네.》

무골은 한동안 마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마리의 눈앞에는 버들의 모습이 안겨왔다. 장마진 뒤 계루부의 강가에서 총각꼴을 하고 배군들과 소금흥정을 하던 모습이며 올챙이군사와 싸우던 일이며 놀음삼아 자기를 좇는 마리를 쏘아보던 얼굴이 눈앞에 삼삼히 떠올랐다. 마리를 구원하느라고 밤을 밝히던 모습, 그 이후의 모습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밝은 얼굴, 흐린 얼굴… 그 모든 모습들은 하나로 합쳐졌다. 무슨 안타까운 일이 있을 때마다 아래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군 하던 모습이다. 그 모습은 아마도 인두로 지져놓은듯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마리는 버들을 사랑한다. 버들은 마리의 목숨으로 되였다. 버들이 없는 마리의 생명이란 있을수 없다. 버들을 보고싶었다. 그를 눈앞에 두고 내내 보고싶었다. 미칠듯이… 미칠듯이…

마리는 가슴이 터지는듯 하였다. 그는 신음소리를 냈다.

만나고싶은 사람, 그러나 만날수 없는 사람!

이 무슨 가혹한 하늘의 조화란 말인가!

마리는 해를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다. 그래도 본다. 다른것은 사라졌다. 오로지 해빛, 순결한 흰빛만이 있을뿐이다. 비온뒤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순결한 흰빛, 해빛! 어둠을 몰아내고 동녘에 솟아올라 긴긴 하루를 달려 서녘에 이른 해, 찧고 까불고 없이, 말없이 생명을 키우는 빛과 열을 주는 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고마운 해가 노을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저녁노을은 해가 이 땅에 보내는 하루의 마지막웃음이다.

마리는 돌아섰다. 그는 자기의 긴 그림자를 밟으며 맥이 빠져 돌아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부신 해빛만이 남았다. 해빛은 마리의 잔등을 어루만지고있었다.

마리는 누군가가 서있는것을 보았다.

아마 무골일것이다. 걱정되여 다시 나왔을것이다. 그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말하고싶지는 않았다.

마리는 그를 지나쳤다.

무골도 리해할것이다. 그는 늘 그랬으니까. …

《마리!》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응, 무골! 안됐네.》 하고 중얼거리듯 말하고 걸음을 옮기던 마리는 우뚝 굳어졌다.

목덜미로 번개불이 찌르르 치달아올랐다.

마리는 홱 돌아섰다.

《마리…》 하고 다시 부르는 사람은 무골이 아니였다.

버들이였다.

버들? …

마리는 어리둥절하여 머리를 저었다.

아마 눈이 잘못되였을거야. 해빛을 너무 받아서…

아니다!

아니다!

《버들?》

아래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사람,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그는 버들이다.

그는 웃으며 눈물삼키며 마리를 보고있었다.

《버들!》

《마리!》

두 세상이 부딪쳤다.

마리는 달려온 버들을 품에 껴안았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