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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주몽은 억이 막혀 온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마리에게 들은 소리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송양이 어쩌면 그럴수 있단 말인가? 고구려와 사이좋게 지내자고 자기의 조카 시노를 보내왔던 그가 아닌가? 그런 송양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우리 고구려사신들을 죽인단 말인가?
도저히 리해되지 않았다. 애매한 두꺼비 떡돌에 치운다고 까닭모르고 맞는 매와 죽음은 가장 고통스러운것이다. 속에서 방아공이같은 불기둥이 풀떡풀떡 뛰였다. 이러다가는 몸이 그대로 터져버리든지 말든지 할가부다.
《으음…》
주몽은 질린 낯을 들었다. 얼굴에 우박같은 비방울이 억수로 쏟아져내렸다. 그 비방울들은 예리한 창날마냥 눈을 감은 주몽의 얼굴을 찔렀다.
주몽의 눈앞에는 비류로 가는 고구려사신일행 하나하나의 모습이며 시노의 얼굴이 떠올랐다.
…
그들은 다들 기쁨에 넘쳐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가구요? 우리는 햇쑥, 고구려의 첫 사신이란 말이요. 하하…》
《곰나님, 나이도 적지 않으신데 이번 길에는 빠지는게 어떠시오?》
《자네나 빠지게! 늙은 말이 길을 안다고 내가 없으면 고구려사신의 눈이 없는거나 같아.》
《하긴 주몽임금께서도 곰나를 보고 틀림없이 장수가 될거라고 하셨다지요? 그 텁석부리가 곰나의 인끔을 되겐 올려놓
는걸? …》
《텁석부리가 문제인가? 사람의 마음이 씨알이야. 자네는 내 텁석부리를 주어도 어쩌지 못해. 허허허…》
《우리 녀편네가 떡돌같은 아들을 낳았소이다. 그런데 이번에 고구려사신으로 내가 또 뽑혔으니 이게 비단우에 꽃이 아니고 뭐겠소이까? 우리 아버님도 말씀하십디다. 주몽임금님의 첫 사신일행에 뽑힌건 쉽지 않은 행운이라고요. 이번에 비류에 갔다와서 아들의 이름도 멋있게 짓자는거요. 다들 이름 하나씩 지어주시오. 턱은 단단히 낼테니, 하하…》
《왜 자꾸 나보고 그래요? 내 나이가 어쨌다는거예요, 작아도 고추라나요? 이래 보여도 고구려의 사나이란 말이예요. 고구려의 사신이구요.》
《고구려 만세!》
《고구려의 임금 주몽대왕 만세!》
《만세!》
…
씻은듯 싱싱하고 바위처럼 듬직하고 불같이 활활 타던 사람들이다. 주몽의 뜻을 따르는걸 그리도 기뻐하던 사나이들이다.
그들을 잃다니…
아, 아!
주몽은 나는듯이 말에 올랐다. 오추마가 놀라 앞굽을 하늘높이 쳐들며 울부짖었다.
주몽은 박차를 가하며 고삐를 내리쳤다.
오추마는 진탕을 뿌리며 내달았다.
비는 더 세차게 쏟아졌다.
주몽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를길 없는 울분만이 쾅쾅 터져올랐다.
비류놈들… 송양… 모조리, 모조리 쳐없애고말리라.
누구인가 주몽을 따라앞섰다.
그는 주몽의 앞을 막았다. 구도였다.
주몽의 오추마가 놀라 다시 앞발을 쳐들었다.
《비켜라!》
주몽이 소리쳤다.
《안되오이다.》
《비켜라!》
《안되오이다, 임금님! 마리의 복수는, 고구려의 복수는 제가, 이 구도가 하겠소이다. 피는 피로써, 죽음에는 죽음으로써! … 복수는 제가 하겠소이다, 우리들이 하겠소이다. 임금께서는 부디 옥체를 돌보시오이다.》
구도의 얼굴에는 비물,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주몽은 구도를 뚫어지게 보았다.
《복수?》
주몽이 맥풀린 소리로 물었다.
《그렇소이다.》
복수한다?
누구를?
송양을?
자기의 조카 시노를 고구려에 보내왔던 송양, 그 조카 시노도 우리 사신들과 같이 이번통에 죽었다. 이것을 자기의 살을 베면서까지 적을 속여넘기는 이른바 고육지계라고 볼수 있겠는가?
아니다.
그럼 마리와 우리 사신들을 습격한 그 비류의 장군이라는 부위염을? …
주몽은 후- 숨을 쉬였다.
이번 사신사건은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안개속의 사건이다. 이런 때 무분별하게 덤비다가는 큰일을 그르칠수 있다. 모욕과 수치, 일방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반항하지 못하면 세상의 비웃음을 받게 되며 결국 비굴하게 노예로 살수밖에 없게 될것이다. 반대로 무분별한 복수심은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며 결국 잔인성만 남아 지리멸렬하게 될것이다. 인간 대 인간도 그러하거늘 나라와 나라사이, 그것도 한 뿌리에서 자라난 형제들끼리 어찌 그럴수 있으랴? 그렇다면 수치와 모욕은…
주몽은 침을 삼키며 고삐를 나꿔챘다.
《마리에게 돌아가자. 마리부터 살리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