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오이는 주몽만을 생각했다. 그는 소서노가 어떻게 자기 말을 듣겠는가 하는것은 애당초 생각지 못하였다. 오이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주먹으로 자기의 머리를 툭툭 쳤다. 오이는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자기의 덜퉁함을 용서할수 없었다.
부여에서 고구려로 돌아오면서 오이는 추연과 잇닿은 자기의 일은 억지로 지워버리려고 애썼다. 그는 주몽에게 아들이 있다는 그 사실, 죽은줄 알았던 례을나가 살아있으며 아들까지 낳았다는 이 사실이 몹시 신기해보였다. 몇번이나 그는 이제 주몽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며 기뻐할 자신을 그려보았다. 생각만 해도 오이에게는 제일처럼 기뻤다. 저절로 웃음이 벙실벙실 솟았다. 그러는 오이를 보며 소라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고구려로 가는 길이 그렇게도 좋나이까?》 하고 소라는 떠보듯이 물었다.
《좋지. …》
《무엇이 좋나이까?》
《다 좋지.》 하면서도 오이는 다른것보다 주몽이 아들의 아버지가 되였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것이 제일 기뻤다. 소라에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쩐지 쑥스럽다.
제 아들도 아니고 남의 아들 낳았다는게 무엇이 그리 좋을가? 덩달아 좋아하는게 아닌가? 아니면 그런체 하는걸가?
오이로서도 딱히 알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좋다. 어쨌든 기쁜것은 기쁜거니까. … 주몽에게 아들이면 오이에게는 아저씨, 작은 아버지가 아닌가? 그게 어디야. …
오이가 주몽과 소서노에게 부여의 류화와 례을나 그리고 례을나가 낳은 아들에 대한 소리를 더 열이 나서 한것은 한편으로 추연의 소식을 꼬치꼬치 물어보는걸 피하려는 나름대로의 꾀도 있었다.
부여에 다녀온 오이를 맞이한 주몽과 소서노는 아닐세라 추연의 소식부터 물었다. 오이는 주몽의 그 마음에 젖어들면서도 괴로웠다.
《잘… 잘 있소이다.》 하고 얼버무리고는 서둘러 말머리를 돌렸다.
《참, 이번에 어머님을 만나보았소이다. 그리고, 그리고 또 례을나도…》
례을나 소리에 주몽이 찔린듯 놀랐다.
《을나?》
《그렇소이다. 글쎄, 살아있지 않겠소이까. 살아있다니까요. 그런걸 괜히 죽은줄 알고… 그리고 더 기쁜건 형님에게 아들이 있소이다, 아들이! 을나가 아들을 낳았소이다.》
오이는 그답지 않게 너스레를 떨었다.
주몽의 얼굴에 미덥지 않은 빛이 떠올랐다.
오이는 조바심내며 말했다.
《이 오이가 보았소이다. 을나와 아들을 보았단 말이오이다. 두눈으로 똑똑히…》
주몽의 얼굴에 기쁨이 피여오르기 시작하였다.
《참말?》
《참말 아니면 이 오이가 언제 거짓말하는걸 보았소이까?》
기뻐서 그러는지 아니면 어색해서 그러는지 어쩔바를 몰라하던 주몽이 소서노에게 얼굴을 돌렸다.
싱글벙글거리며 오이도 소서노를 바라보았다.
순간 저도 모르게 움쭐했다.
소서노의 얼굴에 한줄기 서리발이 스쳐지났다.
얼핏 보건대 심상한것 같지만 오이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소서노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였다.
오이의 마음은 편안치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서노만은 다르다. 오이가 부여로 떠날 때 소서노가 얼마나 왼심을 많이 썼는가. 여느 사람처럼 고마움을 찰찰 넘치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오이는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있었다. 그런 소서노에게 오이가 속에 걸리는 소리를 하다니…
물론 그것은 오이의 본심이 아니였다. 오이는 소서노를 언제 한번 주몽과 갈라 대해본적이 없었다. 깍듯이 례의를 차리군 하는 오이에게 소서노가 그러지 말라고 하였을 때도 오이는 머리를 저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데 왕후마마 즉 주몽임금의 안해인 소서노를 어찌 여느 녀자와 같이 대한단 말인가? 그건 곧 주몽에 대한 불손한 태도라고 오이는 여겨왔다. 그런 오이였기에 주몽에게 기쁜 소식이면 응당 소서노에게도 기쁜것으로 되는줄 알았지 누가…
소서노의 얼굴에 싸늘한 서리발이 어리자 오이는 갑자기 바늘방석에 앉은것 같았다. 이 몸집 큰 사나이는 소서노가 아무리 중전마마라고 하여도 역시 한 아낙네라고 보지는 못했다. 다만 그는 자기의 잘못으로 은인을 괴롭혔다는 이를테면 자책에만 잠기는것이다.
《어머님을 모셔오지 못했소이다.》 하고 오이는 소서노에게 잘못을 빌고싶은 마음까지 담아 말했다.
사실 류화와 함께 고구려로 오지 못한것은 오이의 잘못이 아니였다. 류화는 오이에게 당장 자기나 을나가 부여를 뜨면 주몽에게, 고구려에 리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부여나라가 고구려에 대해 별로 해보자고 덤비지 않는것은 부여내부의 부담도 있겠지만 주몽과 류화에 대한 부여의 임금 금와의 태도와도 크게 관련되여있다. 태자인 대소와 달리 금와왕은 이전부터 주몽과 류화를 좋게 보아온데다가 아무리 주몽이 남쪽으로 가 고구려를 세웠다고 해도 그의 어머니인 류화가 부여에 있는 한 고구려가 부여에 대해서 어쩌지 못할것이라고 보고있었다. 그런데 주몽이 임금이 되였다고 해서 류화가 훌쩍 떠나버리면 부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새 나라가 섰다고 하지만 어디 고구려의 일이 모자간의 회포나 풀고 서러움이나 풀 그런 경황이 있겠는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나라를 위해 모든것을 바쳐야 할 때이다. 그것이 아들을 위한것이요, 나라를 위한것이라고 류화는 말했다.
역시 큰사람뒤에 큰 어머니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숭배하는것, 적어도 존경하는것은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사람들의 진정한 존경과 숭배를 받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을 어찌 한그릇 밥을 놓고 생겨나는 기쁨에 비하랴! 그리고 이런 사람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것도 흔치 않은 행운이다. 주몽 그리고 류화와 같은 사람을 만나 한생을 살아가는것은 오이에게 행복이다.
오이는 마음속으로 깊이 주몽과 류화에게 머리숙이였다.
《우리 어머님은 오이가 가자고 해도 그러지 않으셨을거야.》 하고 주몽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 길에 도끼턱을 찾았다지?》
《예.》
소서노는 도끼턱말이 나오자 소리없이 일어나 자리를 비웠다.
오이는 그늘진 얼굴로 말없이 소서노를 바래우고 도끼턱을 만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나서 이번에 진혼제를 하면서 다른 일이 없었는가고 넌지시 물었다.
《진혼제는 잘되였네. 모두가 열심히 힘쓴 보람이 있네.》
《그렇다면 됐소이다.》
오이는 부여에서 고구려로 오면서 한가지 걱정되는것이 있었다.
부여에서 사라진 도적패들이 어디로 갔는가? 고구려가 아니라 비류로 갔다고 해서 일단 마음을 놓았는데 오면서 건건이와 묵거를 만나 알아보니 비류에도 오지 않았다는것이다.
그것들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오이는 틀림없이 고구려의 진혼제를 노리고 왔을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고구려에서도 별일없었다니 숨은 나오지만 여전히 마음이 께름직하다. 겪어보아 그 패들을 잘 안다. 그것들은 독사같은것들이다. 언제건 좋지 못한 일을 치고야말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소서노는 악을 박박 쓰는데도 재부가 차례지지 않는 사람과 달리 저절로 재부가 붙는 그런 녀자이다. 남들이 보건대 심술날 정도로 운수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수 있다. 벼락부자가 아닌 이런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다고 할수 있다. 소서노는 스스로 자기는 이 세상에 모질도록 욕심을 낼 그런 일이 없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게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 부여에 갔던 오이에게서 례을나가 살아있으며 아들까지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주몽을 사랑하는 소서노에게는 그것이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스쳐보낼 일이 아니였다.
사랑은 리기적이다. 열정적인 사랑일수록 더욱 그렇다.
주몽에게 사랑하는 녀자가 살아있으며 더구나 아들까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서노는 당황하고 기분이 나빴다. 치미에게는 그럴듯하게 사랑을 늘어놓았지만 제가 부닥치니 그의 마음이 편할수 없다. 례을나의 소식을 들으며 기뻐하는 주몽의 모습이 눈앞에 얼른거릴 때마다 그렇게도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보던 이 녀자도 가슴이 찢어지는듯 한 아픔을 느꼈다.
며칠동안 소서노는 앓았다. 이 병은 스쳐지날수 없는 무거운 병이였다.
그런데 안타까운것은 소서노의 이 병을 주몽이 모른다는데 있었다. 하긴 앓고있는 소서노스스로 말할수 없는 병이니 그럴수밖에 없다. 약이나 지어주고 어의를 불러댄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마리와 함께 무골에게 갔던 재사가 올 때까지 소서노는 혼자 앓았다.
재사는 누이 소서노가 갑자기 앓아누웠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웬만해서는 앓지 않던 누이였다.
《어찌된 일이오이까, 누이?》
소서노는 맥없이 웃기만 하였다.
오이가 조용히 재사를 만나 귀띔해주었지만 재사는 믿지 않았다.
설마 누이가 그것때문에 허우적거린단 말인가? 그럴수 없다. 재사가 사랑하는 처녀 아리가 오라비를 잃은 슬픔에 몸져누웠을 때 재사는 세상이 막막했다. 그도 아리와 함께 죽고싶었다. 누이 소서노가 찾아와 재사를 타이르지 않았다면 재사는 아직 헤여나오지 못했을것이다. 아리도 마찬가지였다. 누이 소서노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그 처녀도 다시 기운을 찾고 삶의 새로운 길을 걷지 않는가! 그런 누이가…
《정말이요, 누이?》
재사가 어두운 눈길을 내리깔며 오이에게 들은 소리를 물었다.
소서노는 가늘게 한숨을 쉬였다.
재사는 그때에야 비로소 지금껏 그렇게 강하고 너그럽던 누이도 다른 사람과 다름없다는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떠들썩한 소리에 재사는 더 말을 못했다. 웬 녀인이 내전, 더구나 중전마마가 앓고있는 곳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없이 웃어대며 들어왔다.
치미였다.
치미는 소서노앞에 이르러 너푼 꿇어엎디였다.
《중전마마! 죄송하오나 문안인사는 드리지 않겠나이다. 이 치미는 따로 중전마마의 병을 고쳐주려 온줄 아뢰나이다. 이 치미를 믿으시오면 병은 씻은듯 사라지겠지오만 믿지 아니하오면 죽을 때까지 고치지 못할줄 아나이다. 현명하옵신 중전마마께옵서 둘가운데 하나를 가리시오이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알짜 거친 우스개질이다.
이 고구려에서 소서노에게 이렇게 버릇없이 놀수 있는 사람은 오직 치미밖에 없었다. 치미는 이른바 그 권리라는것을 얻기 위해 수없이 닥달을 받아야 하였다. 매까지 맞았다. 나중에는 목까지 내대고 얻어낸 멋이였다. 《죽어도 못 고쳐. 저 녀자는…》 하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버릇이 없는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죽일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차츰 사람들에게 치미의 이 권리가 인정되였다. 말하자면 어느때는 부러워도 보이는 치미의 특권은 결코 쉽게 이루어진것이 아니라는것이다. 치미의 버릇없어보이는 이 행동은 결코 불쾌하지만 않았다. 소서노는 치미의 이 거친 우스개를 좋아하였다.
소서노는 치미를 보고 웃고말았다.
궁녀들이 자리를 거두고 소서노가 일어나앉도록 거들었다.
그사이도 참지 못하고 치미는 재사에게 집적거렸다.
《아하, 지엄한 내전에 임금님아니신 딴 사내의 냄새가 난다했더니 고추가어른이시군요. 이렇게 뵈오니 황송하나이다. 이 치미는 재사 고추가를 뵈올 때마다 내가 어째서 저 아리라는 처녀로 태여나지 못했을가 하고 한탄하군 하나이다. 내가 아리라면 고구려에서 으뜸인 재사나으리를 내것으로 만들수 있겠는데…》
재사의 얼굴이 당황하여 벌개지였다.
치미는 재사가 그러건말건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뭐 꽁꽁 앓기만 하지는 않나이다. 거룩한 임금님은 중전마마님의 차지, 세상의 뭇사내는 이 치미의 차지! 호호… 이쯤했으면 자, 고추가나으리! 얼른 물러감이 어떠하나이까? 세상 힘든 온갖 살이는 사나이들 병의 뿌리요, 사나이들은 우리네
녀인들의 병의 뿌리라, 자자, 어서어서…》
치미는 재사를 몰아냈다.
재사는 어처구니없는 웃음보따리를 걷어안고 물러났다.
시녀들마저 물리게 하고나서 내전이 조용해지자 치미는 낯빛을 바로하고 말했다.
《중전마마! 저의 말씀을 버릇없다 탓하지 마시옵고 들어주시오이다. 외기러기 짝사랑도 사랑이요, 마파람에 소사랑도 사랑이라 하리언만 하늘높이 뜻을 타고 쇠녹이는 불로 몸 달구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사람의 사랑이라 부르겠는가? 이 말은 중전마마께옵서 이 치미에게 하신 말씀인줄 아나이다. 중전마마의 병은 놀랍게도 마마께서 하신 말씀과 다른데서 온것이라고 치미는 보나이다. 틀리나이까?》
소서노는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그는 물끄러미 치미를 바라보았다. 언제인가 소서노는 치미에게 그런 뜻으로 말했다. 사랑이 저 하나만을 위한 사랑으로 될 때 결코 행복할수 없다. 그리고 본능욕으로 생기는 사랑일 때도 마찬가지다. 뜻이 있는 사랑, 리해있고 더욱 바치려는 열정이 불탈 때 사랑은 참다운 행복을 찾을수 있다.
《치미, 널 다시 보게 되는구나.》
치미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그럴 때 보면 치미는 아름다운 처녀다.
《중전마마! 저의 처방이 맞는다는 말씀이나이까?》
소서노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래, 어떻게 알았지? 그저 해보는 소리는 아니였을텐데, 그렇지?》
소서노의 물음에 치미는 장난꾸러기애들처럼 웃었다.
《실은 오이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나이다. 구도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오이님은 본의아니게 중전마마에게 실수하였다고 하지 않겠나이까?》
《오이가?》
주몽은 오이와 함께 마리에게 갔다온 재사의 말을 듣고있었다.
《처음에 마리와 함께 무골에게 갈 때는 한구석에 불만도 없지 않았소이다. 하지만 정작 무골에게 가보니 차라리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소이다. 제가 떠나올 때 마리는 퍽 안정되여있었소이다.》
《그럼 잘되였구만. 뭐니뭐니해도 마리일이 제일 걱정이였는데… 그래 무골도 좋아하던가?》
《더 말해 뭘 하겠소이까? 마리를 보내주어 고맙다고 임금님께 전해달라고 하는 판이였소이다.》
세사람은 껄껄 웃었다.
오이가 부여에서 돌아와 마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간 성나지 않았다. 다 지나간 일이였지만 분을 삭이느라고 한나절이나 씩씩거리며 주먹을 비벼대여 피가 다 나왔다.
《마리를, 누가? …》
오이의 고함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나무에 매놓았던 말이 고삐를 끊고 달아났다.
그런 오이였는데 재사의 말을 듣고 속이 풀어진것 같았다.
주몽이 한참 웃고나서 말했다.
《얼마동안이라도 마리를 무골과 같이 있도록 했으니 마음이 놓여. 마리는 마음이 너무 곧고 불같은 사람이여서 여기 두어서는 상처를 낫게 할수 없었어. 그래 모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를 무골에게 보냈던거야. 잘되였어. 이제는 진혼제도 치르었으니 마리의 몫까지 합쳐 우리가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 당장은 사신사건으로 하여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달래고 한편으론 비류와의 관계를 풀 방도를 두드려봐야겠다. 마리를 데려온 거무님에게서 좋은 뜻이 나왔다. 그걸 참고로 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잘 생각해보자. 분한 생각만 앞세우면서 비류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로서 무슨 약점이 있었는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에 일을 당하고보니 생각되는게 적지 않다. 대가들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것도 그렇다. 내 보기에는 먼저 비류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다. 우리가 송양임금이 보낸 시노를 믿고 사신을 보냈는데 비류를 잘 알아보지도 못하고 서두른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니 여러 곬으로 비류를 알아보는 일을 늦추지 말아야 해. 건건이와 묵거, 부여의 도끼턱과 련계를 잘 가지는것과 함께 인차 비류에 다시 사신을 보낼 준비도 해야 하겠다. 그사이 비류에서 먼저 소식이 오면 더 좋고… 문제는 우리 고구려다.》
《알겠소이다.》
오이와 재사는 주몽의 령을 받았다.
《다른 일이 없겠소?》 하고 주몽이 재사를 보며 물었다.
《저…》
재사가 말꼬리를 흐렸다.
《뭐요?》
《누이말이오이다.》
《소서노?》
《그렇소이다. 요새 탈이 났다고 하던데…》
《나도 아오. 그런데 무슨 탈인지 알수 있어야지? 걱정이요.》
《중전마마의 병은 제가 잘못해서 그리됐소이다.》
오이가 얼굴을 흐리며 말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오이의 말을 들은 주몽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설마 소서노가 그것때문에 그럴가? 다른게 아니고?》
《제 생각에도 그런것 같소이다.》
재사의 말에 주몽의 낯이 굳어졌다.
《그렇다? …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소?》
주몽의 물음에 재사는 또 머뭇거렸다.
《재사에게 무슨 방도가 있는것 같은데 어서 말해보오.》
재사는 끝내 말하지 못하였다.
보다못해 오이가 나섰다.
《다름이 아니고 형님이 나서서 중전마마를 위로해주었으면 하오이다.》
주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몽을 바라보며 오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주몽이 고개를 들었다.
《나더러 부여에 있는 을나보다 소서노를 더 사랑한다느니 뭐니 하고 위안하라는거요?》
《뭐, 딱히 그러한건 아니오나…》
주몽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없다. 만일 소서노가 자기 하나만을 아는 녀자라면 오늘 내가 구차하게 변명해서 그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해도 래일에는 또다시 병이 날게다.》
《그럼 어떡하면 좋겠소이까?》
오이가 물었다.
《내버려둬. 나를 믿으면 사는 길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 길이지.》
재사는 놀란 얼굴로 주몽을 바라보았다.
이때껏 너그럽다고만 생각했던 주몽에게 이렇듯 매정한데도 있었다.
다음날 오이는 마리에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