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묵거가 오이를 찾아왔다.

그는 오이가 웬 낯선 오누이와 함께 있는것을 보고도 그랬지만 오이의 얼굴을 보고 더 놀랐다.

《어찌된 일인가? 어디 앓았나?》

묵거가 눈섭을 찌프리며 물었다.

오이는 입귀를 실룩이며 웃는 흉내를 내보였다.

《객지에서 탈만나면 큰일이네. 그래 어딜 앓았나? 어떻게 앓았어?》

오이는 조갈든 입술을 혀로 추기며 고개를 저었다.

《누구든 보내기로 약속이 돼있었지만… 묵거, 자네가 올줄 몰랐네.》

《흥, 내 묻는 말은 물되는가?》

《됐네, 그 소리는 그쯤하세.》

《아니야. 난 가서 임금님께 아뢰여야 하네. 그러지 않아도 임금께서 날 여기로 보내시는 인편에 오이가 앓지나 않는지 걱정하시던데…》

《하다면 더욱 그래. 자, 그런 말은 그만하고 어서 말해주게. 어떻게 왔나? 오는 길에 힘들었겠구만?》

《이 황소같은거…》 하고 묵거는 웃고말았다.

《오는 길엔 뭐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사흘 고생했지. 내가 만나기로 된 곳을 헛갈리지 않았겠는데 자네가 나타나야 말이지? 별생각이 다 들더군.》

《안됐네.》

《안되긴? 도리여 내가 잘못했네. 오이가 앓는것도 모르고…》

두 사나이는 소리없이 웃었다.

묵거는 만나자바람으로 그간 오이가 맡은 일이 어떻게 돼가는가 묻는것이 너무 야박한것 같아 제 꾸레미부터 풀었다.

 

건건이와 묵거는 산적들속으로 들어갔다.

무엇때문에 그들이 산적들속으로 들어갔는지 아는 사람은 주몽과 부분노뿐이였다.

나라법이 미치지 않는 산적, 이른바 도적떼들은 어디나 있었다. 큰것도 작은것도 있고 이 나라에도 있고 저 나라에도 있었으며 산에도 있고 들에도 있었다. 제 집 쓰고사는 사람들은 이들을 무서워하고 미워하지만 어쨌든 그들도 사람이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잘되는 곳에서는 도적이 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법을 어기거나 그 법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할수는 없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뿐 그들도 삶의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였다. 어찌 보면 남달리 용기있는 사람들이기도 하였다. 새로이 일떠선 고구려,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고구려라고 하여 산적들이 사라진건 아니였다. 그건 비류나 부여도 마찬가지였다.

산적들도 우리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을 무작정 죽여 없애버리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알아들을만치 일깨워도 주면서 또 살길을 열어주기도 하여야 한다. 당장은 그들의 움직임을 알아야 하고 그들의 세력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또 그들을 써먹기도 하여야 한다. 이것이 주몽의 뜻이였다. 더 정확히는 부분노의 꾀였다. 부분노는 이 산적들이 무엇을 할수 있으며 그것을 나라일에 요긴하게 써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하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이 일을 위해 건건이와 묵거가 뽑히였다. 건건이와 묵거는 처음 산적들이 도사리고있는 곳을 알아내고나서 마땅한 곳에 산채를 열었다.

그것이 《날새떼》였다. 우두머리는 건건이이고 부두령은 묵거였다. 《날새떼》는 고구려, 비류, 부여의 지경에 자리잡고있었다. 건건이는 꼭지로서 산채를 다스리면서 다른 산적부대들과 사이트는 일을 하였으며 묵거는 세 나라, 즉 고구려, 비류, 부여의 산, 강, 길, 들과 밭을 알아새기는 일을 하고있었다. 이것은 나라를 위해 아주 쓸모있는 일이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일도 하였다.

 

머리를 수굿하고 묵거의 말을 듣던 오이가 눈을 들었다.

《자네들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있구만. 건건이도 그렇고 묵거 자네도 그렇고… 후- 그런데 난…》

묵거가 웃으며 오이에게 턱짓을 했다.

《오이는 뭐 놀고있는것 같나?》

오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난…》

오이는 추연의 일로 무너졌던 자신을 꾸짖었다. 사랑은 나 하나의 일이요, 맡은 일은 나라를 위하여서이다. 그런데 오이는 깨여진 사랑으로 하여 맥을 놓고 나라일을 잊고있었다.

오이는 터갈라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때 인기척이 났다.

묵거의 날카로운 눈길이 소리나는 곳으로 쏠렸다.

《누구요?》

《저, 시장하실터인데…》

소라의 주저하는 소리였다.

묵거의 눈길이 오이에게 돌아섰다.

오이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가보라구!》

묵거가 빙긋 웃었다.

《난 배가 고프네. 오이는 손님대접이 글렀구만?》

《그렇다면… 들여와.》

소라가 음식들을 차렸다. 물그릇까지 꺼내놓고 소라는 조용히 사라졌다.

묵거는 음식들을 내려다보며 군침을 삼켰다.

《야! 이거 참, 맛갈스럽게 만들었는데?》

《어서 들게.》

오이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묵거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오이는 웃으면서 묵거를 바라보았다.

《자네 기갈들었던 꼴이구만. 얹히겠네. 천천히 들라구.》

《자넨?》

《먹지, 먹어.》

오이는 음식을 집는척 했다.

음식은 눈깜빡할 사이에 반반해졌다.

《아, 맛이 있군. 뭐니뭐니해도 사람은 먹는 맛에 산다니. 난 그래서 먹는데 남의 눈 가리지 않네. 그런데 오이, 자넨 그게 뭔가? 사람이 체통에 어울리지 않게… 먹은 소가 힘쓴다고 그저 생겼을 때 먹어야 돼. 하긴 날 생각해서 그러는건 고맙지만 그래도 좋지 않아. 그러니 탈을 만나지? 사람이든 뭐든 이 입으로 들어가는걸 보면 알수 있거던. 탈이 있는지 없는지…》

묵거는 우정 그러는지 아니면 참말인지 수다스러워졌다.

《건 그렇고, 이거 다 이자 그 처녀가 만든건가?》

《변변치 않아.》

《그런 말 말게. 이 산속에서 그거면 어딘가? 수라상 찜쪄먹겠네. 야, 그러고보니 그 처녀 괜찮구만!》

오이는 턱방아찧는 묵거를 보며 소웃음지었다.

《자네 왜 웃나? 내 말이 틀리나?》

《아니, 그저…》

《뭐니뭐니해도 녀자라는건 이 음식 만들줄 아는게 첫째가는 미덕일세. 왜 그런고 하니 녀자는 사람을 키우려고 이 세상에 태여났거던. 아이들은 젖먹이고 어른들은 밥먹이고, 그렇지 않나? 그럼 좀 못생긴들 어떠고 다른 일을 좀 못하면 어떤가? 사람 사는데 첫째인 먹을걸 잘 만드는 녀자가 으뜸일세. 그래야 작게는 집안이, 크게는 나라가 잘되는거야.》

《묵거, 자네 오늘 웬 일인가? 혹시 반한게 아닌가?》

《반할만도 하지. 하하, 롱담일세! 나처럼 못생긴 나귀새끼에게 처녀들이 오겠다고 하겠나? 그래도 사나이라면 자네 발꿈치라도 가야지. 나같은거야 어디 사내다운데가 있나?》

《자네가 어째서?》

《아니, 난 자기를 잘 알아. 그래서 애당초 처녀꽁무니 따라다닐념을 하지 않아. 그건 그렇고, 그 처녀와 꼬마는 어떻게 된건가? 친척인가?》

오이는 소라와 다마를 알게 된 이야기를 하였다.

《음, 그렇게 됐구만. 하여튼 자넨 참사나이야. 그러니 저런 복둥이들이 척척 달라붙지?》

묵거는 그쯤해놓고 오이의 일을 물었다.

오이는 추연의 일을 떠듬떠듬 풀어놓았다.

묵거의 얼굴은 수다스럽게 활기띠던 아까와 달리 컴컴하게 질려있었다.

《거 안됐구만. 그래 앞으로 어찌할셈인가?》

묵거가 풀어진 소리로 물었다.

《어쩌고말고 있나? 내 맡은 일을 내가 해야지.》

《그런 일을 겪고 어떻게… 차라리 내가 하는게 어떤가?》

《자네가?》

《응, 그러지 않아도 여기 부여일을 토의할 때 내가 하기로 초벌은 잡았댔네. 그런걸 임금님께서 자네가 이곳 지형을 잘 알고 더우기는 추연을 만나본지도 오랬으니 자네를 보내자고 한거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자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나? 그러니…》

오이는 이윽토록 말없이 산전막의 한점을 뚫어지게 내려다보고있었다. 주위는 마치 얼어붙은듯 하였다. 묵거의 침넘기는 소리가 별스레 크게 들렸다.

《이렇게 하세, 오이! 자네는 고구려로 돌아가서 임금님을 모시게. 여기 일은 내가 할테니, 응?》

오이는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어쩌자는건가?》

묵거가 안타깝게 물었다.

오이는 머리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번쩍이였다.

《사랑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뜻을 저버릴수는 없네. 나는 사나이일세. 난 내가 맡은 일을 해내겠네.》

다음날 묵거를 바래고난 오이는 그길로 부여성안에 들어갔다.

주몽의 어머니인 류화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을것이다.

주몽이 오이, 마리, 협보와 함께 부여를 탈출한 뒤 금와왕은 주몽의 어머니인 류화를 그리 못살게 굴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몽이 있을 때와 다른것은 사실이였다. 집을 별궁 어디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바깥하고는 엄하게 갈라놓았다. 오이가 부여에 오기 전에도 고구려에서는 여러번 사람을 띄워 류화를 만나려 하였지만 그때마다 헛물만 켰다. 사든 공이든 주몽이 직접 오기 전에 류화를 만날수 없다는것이였다. 주몽이 고구려의 임금이 된 뒤에는 더했다. 거기에는 주몽이 부여를 떠난데 대한 불만과 아울러 고구려를 부여의 속국으로 인정하게 하려는 속심이 깔려있었다. 이것이 부여라는 큰 나라의 체면을 손상시키는것으로 되지는 않았다. 왜냐면 주몽과 그의 어머니 류화는 이미전부터 부여에 얹혀살았고 또 그뒤에도 따로 박대하지 않았기때문이였다. 말하자면 부여로서는 지켜야 할 도리를 다했고 성의도 보였기때문에 주몽이 고구려의 임금이 된 뒤에라도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부여에 찾아오는게 응당하다는것이였다. 인정과 나라간의 정략이 얽힌 일이였다. 고구려는 부여에 찾아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여가 초조해하지는 않았다. 류화가 살아있는 한 고구려는 부여에 빚진 처지에서 벗어날수 없기때문이였다. 세상에 어머니가 살아있는 집에 불지르려는 아들은 없다.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그렇다고 어머니를 데려갈테면 가라고 딴눈 팔고있을 부여도 아니였다.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게 하면서도 쉽게 빼내갈수 없게 바짝 도사리고있었다. 말하자면 류화는 고구려의 인질인셈이였다.

오이는 꼬박 하루품을 들여 류화가 사는 곳을 겨우 알아냈다. 거기로 들어가는것이 보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따로 지키는 파수군도 없었고 나드는 사람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였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수 있을것 같이 보였다. 다만 어딘가모르게 곰팡이냄새가 났다. 오이는 어쩐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함정 같았다. 오이는 그곳으로 들어가는 다른 길이 있지 않는가 해서 깐깐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외통길이였다.

어떻게 할것인가? 숯장수로 들어가볼가 아니면? …

오이는 범처럼 웅크리고 나드는 곳을 지켜보고있었다.

한사람이 오이의 눈에 들어왔다.

술취한 사람이였다. 그는 비칠거리며 문으로 다가갔다.

마침이다. 어디, 저기가 어떤 곳인지 한번 들어가봐라! 내 대신…

오이의 눈이 호기심을 띠고 쪼프려졌다. 하지만 인차 오이의 입술이 벌어졌다. 아뿔싸! 술군은 비틀거리며 문을 둘러보더니 오던 길을 되돌아섰다. 오이의 눈은 실망으로 흐려졌다.

오늘도 헛물켰다.

오이는 맥없이 돌아서려고 하였다.

술군이 멈추어섰다.

오이도 굳어졌다.

혹시?

그렇다. 고마운 술군은 용감하게 되돌아섰다. 비록 개처럼 절제없이 걷긴 하지만 그게 무슨 흠이랴! 잘한다, 술군이여! 오늘은 나도 한잔 마시련다.

술군은 드디여 문안으로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다. 그러니… 가만, 이자 그 술군이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닐가? 제 사는 곳이여서 들어갔다면?

아니다, 그럴수 없다. 기다려보자. 무슨 일이 꼭 일어날게다.

아닐세라 일이 일어났다.

《이거 놓으시우. 왜 그러…어시우? 아, 놓으라는데?》

소리소리 지르며 술군이 밀려나왔다. 두 사나이가 술군을 질질 끌고 나왔다.

《별꼴 다 보는군, 내 술먹고, 내 집에 왔는데 왜 쫓아내는거요? 엥? 다… 당신들, 누구야, 누구야?》

《여보시오! 좋은 술 마시고 곱게 삭이시오, 괜히… 여긴 당신같은 사람이 들어올 곳이 못된단 말이요. 알겠소?》

《여기가 어디요? 엥?》

술군은 열두발 상모 휘두르듯 고개를 젓더니 꾹- 트림하며 다람쥐 앞발털듯 손을 내리웠다. 잘못 온것을 안 꼬락서니다.

《이거, 안됐소이다.》

술군은 그래도 제법 례절을 표하며 다시 어디론가 갔다.

술군을 데리고 나온 두 사나이는 쓰거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오이가 놀랐다.

한 사나이가 다른 사나이에게 비칠거리며 가는 술군의 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다른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술군의 뒤를 따르기 시작하였다.

알만 하다. 그렇댔구나.

파수군이 없는건 먹이를 불러들이는 속임수다.

오이는 그 속임수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았다. 부여는 고구려에서 누군가가 꼭 류화를 만나려고 온다는것을 알고 비밀리에 지키고있는것이다.

덫이다. 그럴듯한 미끼를 뿌려놓은 무서운 덫.

그것을 알았으나 오이의 마음은 무거웠다.

주몽의 어머니인 류화를 만날 길은 막혀버렸다. 보고싶고 만나 그사이의 안부를 전하고싶은, 그래서 사람으로서 정을 트고싶은 마음을 이를길이 없다.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우기는 임금의 령을 받들어내지 못하는것이 더욱 안타깝다.

도끼턱을 만날 길이 캄캄해졌다.

도끼턱! 그는 누구인가? 주몽의 스승 례나루가 알려준 사람이다. 그를 통해 부여조정의 정세를 알아야겠는데 그를 만날 길이 없다.

도끼턱, 그것은 생김새의 별명인가 아니면?

그건 오이도 모르고 주몽도 모른다.

오이는 추연을 만나 그의 오라비인, 대소태자의 앞발노릇을 하는 해리를 통해 알아보려고 하였지만 가슴아픈 상처만 받고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행여나 류화마마를 만나면 알수 있지 않을가 했는데 그마저도 접어버리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이는 지친 걸음으로 돌아섰다.

오이의 일은 왜 이다지도 꼬이는걸가?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하자고 덤벼들었기때문이다. 오이에게는 이런 일이 맞지 않는다. 말타고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일이라면 몰라라 이런 일은 틀렸다. 이건 황소가 쥐잡겠다고 덤벼든 격이다. 묵거가 제가 하겠다고 할 때 물러설걸 괜히 나서지 않았을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묵거에게 물려주고 고구려로 돌아가자. 가서 임금님을 잘 모시는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 돌아가자!

숲속에서 나와 내물을 건느려던 오이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시내 건너에 소라가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물을 들여다보고있었다.

오이는 힐끔 소라를 보고 멈춰섰다.

물이나 마시고 가자. 아닌게아니라 목도 말랐다. 그리고 얼굴도 닦아야지. 숯장수노릇 하느라고 가마밑둥이 됐겠는데…

오이는 내가에 엎드려 물을 마시였다. 황소처럼 실컷 물을 마시였다. 깊은 골짜기를 흐르는 내물은 맑고 달았다. 배가 서늘하게 마신 오이는 물을 떠 얼굴을 씻었다. 어찌나 덞었는지 재물이 없어지지 않았다. 손, 얼굴, 목덜미를 씻고나니 정신이 번쩍 들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에, 시원하다.》

오이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목덜미를 훔치던 오이의 손이 멎어섰다.

내 건너편에서 소라가 이쪽을 보고있었다. 처녀는 환하게 웃고있었다. 오이는 저도 모르게 따라웃었다.

오이는 큰 덩지에 어울리지 않게 산고양이처럼 돌을 골라 짚으며 내를 건넜다.

처녀의 웃고있는 눈길이 오이에게서 떨어질줄 몰랐다.

《혼자서 뭘 들여다보고있었니?》 하고 오이가 그냥 지나치려다말고 물었다.

소라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원, 애두…》

오이는 소라를 힐끗 보고 걸음을 옮겼다.

《제가 뭘 보고있었는지 아시나이까?》

《내가 어떻게 아니? 고기가 있던?》

《아니나이다.》

《그럼?》

《오이님이 계셨나이다.》

《무얼?》

《어제밤에도 오지 않으시고… 그래서 어디 가셨을가, 끼니는 건느지 않으셨을가 하고 생각하며 내가에 앉아있노라니까 오이님이 물에서 저를 보지 않겠나이까? 거울에 비치듯이… 그래서 저도…》

소라는 두손을 가슴에 포개고 얼굴을 붉혔다.

《아침나절 그렇게 오래오래 보이여서 떠나지 못하고있었나이다. 그런데 오이님이 맞은편에서 물을 마시지 않겠나이까? 저는 꿈을 꾸는가 해서 놀랐나이다.》

오이는 돌아서서 소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처녀는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였다.

《소라야, 내 아무리 생각해도 넌 공연히 사서 고생하는것같다.》

《저는 고생하지 않나이다. 오이님을 따라오고 또 조금이라도 제손으로 곁들어주는것이 기쁘나이다.》

오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지 말고 이제라도 부모님들이 계시는 집으로 돌아가는게 어떠냐? 어, 그렇지 않으면 묵거에게 말해서 고구려로 가던지? 고구려엔 산적들이 대낮에 사람들을 못살게 굴지 못한단다. 어떠냐?》

처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제가, 제가 밉나이까?》

오이는 괜히 바빠났다.

《원, 무슨 소릴 하는거냐? 넌 곱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알겠니? 이 오이는 거짓말할줄 모른다. 참, 묵거도 널 곱다고

했다. 아니, 곱다고 하지 않고 네가 음식을 잘 만들기때문에 훌륭하다고 했다. 그게 곱다는 소리와 같고같은 소리다.》

《그런데 왜 저를 쫓지 못해서…》

《누가 널 쫓는다는거냐, 내가?》

처녀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바람에 눈물이 뚤렁뚤렁 떨어졌다.

오이는 처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건 널 생각해서 그러는거다. 알겠니? 넌 처녀이고 또 나와는 생판 모르는 사이인데 어떻게 이런 산막에서 머물면서 고생하겠니?》

《오이님은 저의 생명의 은인이고 또 좋은분이나이다. 저는 오이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할수 있나이다. 제가 미우면 그저 너그럽게 여기시고 오이님 볼수 있는 곳에 머물게만 해주시오이다. 저는 오이님을 떠나면 죽고마나이다.》

《그건 네가 잘못 본거다.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 못된다. 우리 고구려에는 나보다 멋진 사나이들이 많단다. 그가운데 하나 골라잡아 시집가거라. 참, 묵거가 어떠냐? 그 친구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널 좋아하는 눈치던데?》

《싫나이다.》

《왜? 묵거가 제 말마따나 못생겼다고? 사나이는 겉봐서는 몰라. 겉은 매끈해도 싸움판에 들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그런 겁쟁이를 어떻게 사나이라고 할수 있니? 진짜 사나이는 이 멀쩡한 얼굴이나 미츨한 몸에 있는게 아니라 속에, 가슴에 있는거란다. 묵거는 겉은 좀 거칠어도 속이 깊은 사나이다. 그는 뜻이 있고 또 남들보다 아는것도 많아. 그러니 내 말대로 해라.》

처녀는 무작정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오이님이 아니면 그 어떤 사나이도 싫나이다. 아버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나이다. 저를 버리지 마시오이다. 정 싫으시면 종으로라도 좋으니…》

《이런, 제기랄! 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응? 종이라니? 그런 말이 함부로 나와?》

《오이님! 저는 오이님을… 오이님만을 사랑하겠나이다.》

《그건 안된다. 안돼! 넌 아직 몰라서 그런다.》

《오이님, 추연이라는 그 녀자때문에 그러나이까?》

《그 녀자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아. 이젠 이 오이에게 그 어떤 녀자도 없다. 네가 그걸 알겠니? 아니, 모를게다. 누굴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또 실지 사랑하기도 쉽다. 한두번은 말이다. 그러나 평생을 사랑한다는건 쉽지 않다. 자기를 다 바쳐 진정으로 참되게 사랑한다는건 쉽지 않아. 그런 사랑은 없다. 없어. 소라야! 네가 정 바란다면 난 너를 내 누이동생처럼 사랑해줄수 있다. 그러나 널 처녀로 사랑할수는 없다.》

처녀는 오이의 품에 파고들었다. 오이는 그를 꼭 그러안았다.

《아직도 추연을 사랑하나이까?》

소라가 물었다.

《아니, 그만해라! 그 녀자는 죽었다.》

오이는 소라의 어깨를 그러안고 산막으로 걸어갔다.

《어제 밤은 어디서 새우셨나이까?》 하고 점심을 내놓으며 소라가 물었다.

《응, 일이 있어서…》

《잘 안되나이까?》

《안된다.》

《임금님의 어마마마를 만나는 일 말이나이까?》

《소라가 그걸 어떻게?》

《묵거님과 말씀하시지 않았나이까?》

《그랬던가? 그래, 그래, 그 일이다.》

《어서 드시오이다.》

오이는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그릇을 치우고나서 소라가 오이에게 바짝 다가왔다.

《추연을 찾아가시오이다.》

오이는 펄쩍 놀랐다.

《뭐?》

《그 녀자를 만나 부탁하면 류화마마를 만날수 있나이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

오이는 쓸쓸하게 웃었다.

《흠,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싫다! 넌 이 일에 끼지 말아. 내가 다시 꾀를 써보겠다.》

오이는 밝게 웃으며 소라의 뺨을 쓸어주었다.

소라는 오이의 손을 잡고 그 손가락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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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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