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추연은 재속에 깊숙이 묻었던 불씨를 꺼내 숯덩이에 놓고 허풍선으로 숯불을 살렸다. 점심준비를 하고있었다. 하루 세끼 때마다 꼭꼭 더운밥을 하는것이 그의 어길수 없는 일로 되였다. 숯은 달아서 피우고 쌀은 세여서 짓는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날이 가슴은 숯등걸이 되여가는 추연이였다. 누구를 위해 숯불을 피우고 누구를 위해 밥을 짓고있는것인가?! 끼때마다 느닷없이 스며드는 그 물음에 이제는 지칠 때도 되지 않았을가? 밤중에 눈껌벅인들 무슨 쓸데있으랴! 그래도 불씨는 살아있다. 아마 끝끝내 살아있을것이다. 그 녀자는 알고있었다. 이것은 그 녀자에게 지워진 삶이다.

추연은 쌀을 앉히다말고 귀를 도사렸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다급한 소리다.

그 녀자는 문을 열었다.

《아지미! 아지미!》

웬 아이가 대문밖에서 소리치고있었다.

《큰일났어요. 큰일!》

추연은 문고리를 쥐고 망설이였다.

《큰일났다니까요. 이 집 아저씨가…》

추연은 토방을 내려 빗장을 벗겼다.

머리젖은 아이가 돌덩이처럼 뛰여들었다.

추연은 놀라 엉겁결에 손등으로 입을 가리웠다.

아이는 비칠거리다가 문뒤에 있는 추연에게 돌아섰다.

《아, 아지미! 빠, 빠졌어요.》

추연은 놀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빠, 빠졌다니까요, 이 집 아저씨가 물에 빠졌어요.》

추연은 흑- 하고 놀랐다.

《어디?》

《저기 늪에… 빨리요!》

아이는 아직 젖은 손으로 추연의 손을 잡고 끌었다.

문밖에 있던 파수군이 그 녀자의 앞을 막아섰다. 아이가 째지는 소리를 질러서야 파수군은 비켜섰다.

추연은 거진 혼이 나가 달려갔다.

자지꼬투리를 내놓은 조무래기들이 모여있는 곳에 덩지큰 사람이 엎디여있었다. 다행히 금방 건져놓은 모양인데 물에 헹구어낸 빨래감같았다.

추연은 아뜩해졌다.

남편은 기버린채 있었다. 헤 벌린 입에서는 구역질할 때마다 물이 쏟아져나왔다.

《누가 없어요?》

추연은 기여들어가는 소리를 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타깝게도 도와줄만 한 어른이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나 죽는다. 나 살려라…》 하고 남편이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추연은 남편을 둘쳐업었다. 물먹은 사람이 돼서 그런지 황소같이 무거워 금방 주저앉을것 같았다. 추연은 이를 사려물었다. 잔등이 척척해진다. 그 녀자의 가슴으로 늘어뜨린 남편의 입에서 걸을 때마다 침섞인 물이 흘러내려 앞자락이 젖어들었다. 그 녀자는 울었다. 땀과 섞인 눈물이 쩝쩔하게 입안으로 새여들었다. 그 녀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깨물고 또 깨물었다. 빨간 피가 턱으로 흘렀다.

집까지는 천리만리 멀었다. 눈앞이 가물가물해졌다.

말뚝처럼 그 녀자의 집문을 밤낮으로 지키고있는 파수군은 거 어디서 말만 한 물돼지 한마리 업어오는구려 하는 눈으로 멀뚱히 보고있었다.

그바람에 녀자의 눈물은 더욱 사태쳐 흘렀다.

그 녀자는 젖은 머리카락이 드리운 이마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흙탕으로 게발린 남편의 바지를 벗기던 그 녀자는 고약한 냄새에 낯을 찌프렸다. 한말 밥먹고 밑으로 싼 거름이 그렇게까지 꺼룩할수 있을가.

그 녀자는 구름나무노전에 태질하며 울었다.

《어떻게 된거냐, 엉? 죽었냐?》

누군가가 고자소리를 다급히 앞세우며 문을 벌컥 열었다.

그 녀자의 오라비 해리이다.

그 녀자는 얼굴을 들어 오라비를 보았다. 오라비는 진거름냄새에 코살을 움켜쥐고 뒤걸음쳐 문턱을 넘어섰다.

그 녀자는 다시금 바닥에 어푸러지며 소리내여 울었다.

《야, 그쳐라. 사람들이 초상난줄 알겠다.》

그 녀자는 눈물, 피물 흐르는 얼굴로 오라비를 바라보았다. 남 살아난건 알지만 제 누이 죽은건 모르는 오라비다. 사람이 어쩌면 저다지도 모질수 있을가? 그러면서도 한피줄을 타고났다고?

오라비 해리는 누이의 쏘아보는 눈길을 피하며 손을 털었다.

《에, 난 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리에 십년 감수했다. 하여튼 살아났으니 됐다.》

해리는 할 도리 했다. 그는 온다간다 없이 사라졌다.

그 녀자는 멍하니 있었다. 울 맥도 눈물도 없어졌다. 집안은 쥐죽은듯 조용하다.

어디 멀리서 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 녀자는 두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나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소리는 머리를 흔들고 집을 흔들고 이 세상을 마구 흔들어놨다.

눈앞이 아뜩했다. 그 녀자는 쓰러졌다.

 

《틀림없어요.》 하고 다마는 그루를 박았다.

《몇번이나 알아봤다구요! 시집갔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집을 찾았지요. 행여나 그 추연이라는 아지미를 만날가 해서요. 앞에 파수군이 지키고있더군요. 그래 들어가보지 못하고 기다리고있느라니까 아지미는 뭘 하는지 얼씬 안하고 그 집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오더라구요. 멀쩡한 사람이더군요. 몸집은 아저씨만큼 큰데 아무래도 뒤숭숭했어요. 그런 사람이 모자라는 사람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번 했다질 않아요? 그때부터 여차해져서 몸은 어른이여도 아이처럼 논다는거예요. 무슨 소린지… 그래서 멀찌감치 따라갔지요. 내 눈으로 보지 않고선 믿을수 있어야지요? 가면서 보니 사람들 말이 맞더군요. 글쎄 아이들 노는데 가서 우두커니 지켜보다가 아이들이 뭘 먹으면 그걸 달래 먹지 않겠어요? 난 그런 사람 처음 봤어요. 글쎄 어른이…

어쩌나 보자고 또 따라갔지요. 재미있기도 하더군요. 이번엔 늪으로 갔어요. 거기서 아이들이 미역감으며 떠들썩하더군요. 그 사람은 땅에 앉아서 아이들이 미역감는걸 멍청하니 보다가 시죽이 웃기도 했어요. 이따금 개구리를 잡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개구리는 한마리도 못 잡아요. 개구리가 뛴 다음에야 툭 덮치더군요. 난 눈감고도 할수 있는데 그 사람은 어른이라는게, 흥, 내가 잡아줄가 하다가 그만두었어요. 한참 개구리잡이를 하던 사람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아이들 노는 늪으로 가더군요. 난 그 사람을 지켜보았어요. 아이들과 미역감으려는가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괴상한 소릴 지르면서 늪에 뛰여드는게 아니겠어요? 난 깜짝 놀랐어요. 물에 들어가겠으면 옷을 벗어야지 옷을 입은채 어쩐다는거예요. 나 참… 난 혹시 아이들이 물에 빠지지 않았나 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아이들을 건지려고 그러는가 했지요. 그런데 아니였어요. 그 사람이 물에 뛰여드니까 오히려 아이들이 놀라서 물가로 소리치며 나왔어요. 늪은 얼마 깊지도 않았어요. 아이들의 목에나 찰가말가 한데 그 사람은 물에 들어가자마자 빠졌어요. 어푸어푸하면서 꼴깍꼴깍 물을 먹더군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막 소리치지 않겠어요. 사람이 빠졌다고. 그런데 암만 둘러봐야 어른들이 없더라구요. 거긴 물도 깊지 않고 외따로 떨어진 곳이 돼서 어른들이 오지 않는것 같아요. 사람 살려라, 사람 살려라. 한 아이가 그래도 어른들을 데리러 뛰여가더군요. 그런데 어른들을 데려오기 전에 물에 빠진 사람이 죽을것 같았어요. 그래서 난 할수없이 거기로 달려갔지요. 나무가지를 꺾어서 그 사람에게 내밀었어요. 그래도 살아야겠는지 그걸 잡더군요. 난 애들보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아이들이 오구구 달라붙어서 당겼지요. 영차 영차! 그래서 겨우 건져놓았어요. 머리를 밑으로 쏠리게 엎어놓고 잔등에 올라가 밟으니까 꿀럭꿀럭 물을 배앝더군요. 그렇게 해서 이 다마님이 물에 빠져 죽을번 한 사람을 살려놓긴 했는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있어야지요? 그래 한 아이 보고 물어봤지요. 얘, 너 이 사람 집 아니? 안다더군요. 어서 뛰여가서 알려라. 한참 있는데 마침 그 아지미가 달려오더군요. 고운 아지미였어요. 누나보다 더 고와. 그런데 녀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렇게 곱게 생긴 아지미가 그런 머저리하고 같이 사는지, 나같으면… 흥.》

다마는 나귀처럼 코나발을 불어대고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얜 못하는 소리없구나.》 하며 소라는 오이의 눈치를 할끔 보았다.

오이는 눈을 내리깔고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니?》

소라가 물었다.

《어떻게 되긴? 아지미가 달려와서 보더니 기막혀하더구나. 흥, 그게 뭐야? 남편이라는게… 그래도 남편이라고 누구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아지미가 업었어. 나도 도와주었지. 그 아지미 줄줄 울더라. 소리없이… 난 다 봤어. 집까지 갔는데 파수군이라는건 멍청하니 너 잘한다 구경만 하고있겠지? 에익, 내가 조금만 컸어도 그 파수군인지 멍청인지 하는걸 한대 줴박는건데… 그게 소야, 말이야? 사람같지 않은것들. 아지미가 당장 쓰러질것 같이 비칠거리는데도 털이 부수수한게 그저 보고만 있지 않겠어? 여느때 보면 아지미가 문밖으로 나가기만 하려고 해도 개처럼 으르릉거리는게… 그게 다야.》

오이는 눈을 쪼프리고 다마의 말을 듣고있었다.

 

다음날 점심때가 가까워올무렵이였다.

숯섬진 다마의 앞을 파수군이 막아섰다.

《야, 서라, 서!》

《왜 이래요?》

파수군이 혀를 찼다.

《요녀석이? 서라면 설것이지 무슨 잔말이 많아?》

《숯팔러 왔어요.》

《너같은 숯쟁이 본적 없다. 냉큼 사라져! 괜히 창맛보기 전 에…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기신거려?》

《이 집 아지미가 부탁했다지 않아요?》

《말같지 않은 수작 작작해라. 이 집 마마는 바깥에 나들지 않는분이야. 너같은것한테 언제 부탁이요 뭐요 했다는거야? 썩 사라져!》

《정 그러면 물어보구려. 이건 다른 숯하고 달라요. 참숯이란 말이예요. 이 집 아지미가 숯내에 질린다면서 따로 가져오라 했단 말이요.》

다마는 점점 파수군을 우습게 보며 달라붙었다.

《요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어른 놀리자고 들지 않아? 한번 혼나볼래?》

파수군은 창대로 다마를 몰아냈다.

하지만 다마도 만만치 않았다. 녀석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파수군이 사람 죽인다! 파수군이 사람… 아주머니! 인심 좋은 아주머니! 참숯 가져온 사람 죽여요!》

문이 열렸다. 아낙이 나왔다.

《이봐요! 무슨 일이예요?》

파수군이 목을 돌렸다.

《꼬마숯쟁이가… 뭐 마마님이 부탁했다면서… 알짜 거짓말이오이다.》

《내가 오랬나이다.》

《네에?》

파수군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다마는 얼떠름해있는 파수군을 밀치며 문으로 다가갔다.

《아주 좋은 참숯이오이다. 싼값으로 드리오이다.》 하고 다마는 제법 수작 붙인다.

그저 달라는대로 주고 숯쟁이를 돌려보내려 하는 눈치였다. 시름이 장마구름처럼 얹혀있는 얼굴로 숯섬을 받아놓고 값을 치르려 한다.

《아지미!》 하고 다마가 조용히 불렀다.

그 소리에 아낙은 흠칫했다. 그의 눈이 순간에 재를 털어버리는가싶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였다.

《아지미! 아지미는 오이라는분을…》

녀인이 손에 들었던 쌀자루를 떨어뜨렸다. 그 녀자의 눈이 번개처럼 다마의 얼굴에 닿았다.

다마는 싱긋 웃었다. 그는 지게멜빵을 당겨보는척 하며 여전히 낮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내 뒤쪽을 보시오이다. 거기 숯섬지게를 작대기로 버티고 이쪽을 보는분이 있지 않소이까?》

녀인의 눈길이 쏜살같이 날았다. 추연의 검은 눈동자에 거쿨진 사나이의 모습이 비끼였다. 오이쪽에서도 번개불이 번쩍이였다. 두사람의 눈길은 불꽃을 튕기고있었다.

《아-》

추연은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불에 덴듯 앞으로 내달리려던 추연은 흑-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오이는 말없이 타오르는 불길만 보고있었다. 그는 소라와 다마에게 아직 추연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러길 잘했다. 이들이 그걸 알았더라면 얼마나 놀랐을것인가!

오이는 불쑤시기를 하느라고 손에 쥐고있던 낫자루만 한 생나무가지에 힘을 주었다. 나무는 소리를 내며 꺾어졌다.

오누이의 놀란 눈길이 오이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오이는 꺾어진 나무를 불에 집어넣고 일어났다.

숲은 어두웠다.

오이는 머리를 쳐들었다. 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고구려에서 부여까지 그 먼길을 무엇때문에 달려왔던가! 자칫하면 잡혀죽을수도 있는 그 위험한 길을 무엇때문에…

오이는 추연을 사랑했다.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추연의 그 눈, 그 입, 그 손, 그 얼굴과 그 몸의 모든것을 사랑했다. 다치면 상할가보아 숨결조차 저어했다. 추연은 오이를 품어줄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하늘이였다. 땅이였다. 세상이였다. 오이는 남다른 사나이였다. 그는 다른 처녀를 사랑할수 있으리라고 꿈도 꾸지 못했다. 오로지 추연만이 그를 사랑해줄수 있었다. 하기에 오이는 그 처녀만을 그리였다. 추연을 알게 되면서 오이는 없어졌다. 추연에게 깡그리 옮겨간것이다. 오이는 언제 한번 추연을 잊은적 없다. 추연은 곧 오이자신이였다. 오이는 남들처럼 롱담도 몰랐다. 그는 자기의 사랑을 입밖에 내기조차 두려워하였다. 만일 입밖에 낸다면 그것은 겨울날의 입김처럼 사라져버릴것 같았다. 추연은 오이였고 삶의 전부였다. 오이는 추연을 두고 걱정해보지 못했다. 그가 오이를 사랑할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은 꼬물만큼도 있을수 없었다. 그것은 오이, 아니 추연에 대한 씻을수 없는 죄악이였다. 그것은 오이를 낳아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모독이고 박달임금께서 이룩하신, 아니 그 앞서 이 세상과 이 땅, 이 겨레를 낳은 세분 큰님에 대한 모독이였다. 이 세상 모든것에 대한 믿음, 그 믿음에 대한 모독이였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것이 사라졌다. 딛고 선 땅밑으로 별찌되여 날아 떨어져버렸다. 오이의 귀에는, 눈에는 그 소리가 들리고 그 꼴이 보였다.

《아- 아-》

오이는 눈을 감고 터지게 이를 앙다물었다.

추연! 추연!

차라리 어느 잘난 사나이에게 안겼다고 하더라도 이다지 가슴터지지 않을것이다.

가뜩이나 말이 없던 오이는 추연을 본 다음부터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눈길도 한점에서 굳어져 움직일줄 몰랐다. 오이는 바위처럼 돼가고있었다. 이틀동안 그는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으며 뜬눈으로 밤을 밝히며 한곳에 까딱않고있었다.

소라와 다마 오누이는 처음에는 오이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그들은 배반당한 믿음, 배반당한 사랑이 어떤것인지는 몰라도 자기들을 살려준 이 거쿨진 사람이 헤아릴수 없는 슬픔을 당했다는것을 알았다. 오이의 슬픔은 이 오누이에게도 슬픔으로 되였다. 그러나 오이만큼 슬픔이 깊지는 못했다. 하루가 지나도 오이가 그러고있는걸 보며 오누이는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걱정은 다시 불안으로 되였고 불안은 공포로 되여갔다. 그들은 어쩔줄 몰라하였다. 이전에는 무뚝뚝하긴 해도 너그러운 정이 흘러나오던 오이의 샘이 별안간 말라버렸다. 오이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되여버렸다. 그들 오누이를 소 닭보듯 했다. 오누이는 오이의 마음속에서 어떤 회오리가 일고있는지 알수 없었다.

이끼오른 바위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누가 알랴!

다마의 말을 들었을 때 오이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그러나 먼발치에서나마 추연을 보고나서 오이는 달라졌다.

놀라움. 그 무엇에도, 죽음의 서슬푸른 칼날이 가슴을 겨누고 날아들어도 놀라움을 모르던 사나이가 놀랐다. 그런 일은 있을수 없다고 믿고있었기에 그 믿음이 허물어지자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신기한, 그래서 기쁨이 있고 경탄이 있는 놀라움이 아니라 허무와 슬픔이 배인 놀라움이였다. 그 놀라움은 한순간이였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럴수 있을가 하고 돌이켜볼 틈을 주지 않고 화살은 시위를 떠나고말았다.

미움, 고움은 쌍둥이다. 사랑이 큰것만큼 증오도 크다. 사랑 이라는 버팀대에 유지돼있던 크나큰 믿음이 허물어지는 그 광경을 어찌 산이 허물어지는것에 비하랴.

오이의 마음은 불맞은 범이였다.

소라와 다마 오누이가 그걸 알았다며는 십리 달아났을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이 불맞은 범은 겉으로 너무나 조용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를 지경이였다. 오이를 보며 오누이가 느끼는 동정과 불안, 공포는 어찌 보면 바로 그런데서 나오는것일지도 몰랐다.

억장, 억길이나 되는 성이 무너진 사나이의 가슴이 그렇게도 잔잔한 호수같을수 있을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 보는것이다.

속에서 일어나는 굉음과 걷잡을수 없는 날뜀으로 하여 사나이는 불타 재가 되고있었다. 입술은 마르고 눈정기는 흐려졌다.

오이는 처녀로 하여, 사랑으로 하여 삶과 죽음의 갈래길을 오락가락하고있었다. 그것은 오이에게 일찌기 그려보지도 있어보지도 못한 일이였다.

오이는 죽었다! 오이는 없다! 추연을 사랑하던 오이는, 처녀를 사랑하던 오이는 죽었다. 그리고 없다.

사흘째 되는 날 오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무겁게 일어났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